+ 6월 / 김달진
고요한 이웃집의
하얗게 빛나는 빈 뜰에 우에
작은 벚나무 그늘 아래
외론 암탉 한 마리 백화와 함께 조을고 있는 것
판자 너머로 가만히 엿보인다
빨간 촉규화 낮에 지친 울타리에
빨래 두세 조각 시름없이 널어두고 시름없이 서 있다가
그저 호젓이
도로 들어가는 젊은 시악시 있다
깊은 숲 속으로 나오니
6월 햇빛이 밝다
열무꽃밭 한 귀에 눈부시며 섰다가
열무꽃과 함께 흔들리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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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 이정화
사방이 풋비린내로 젖어 있다
가까운 어느 산자락에선가 꿩이 울어
반짝 깨어지는
거울, 한낮
초록 덩굴 뒤덮힌 돌담 모퉁이로
스르르 미끄러져 가는
독배암
등줄기의 무지개
너의 빳빳한 고독과
독조차
마냥 고웁다
이 대명천지 햇볕 아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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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비 / 오보영
땅속 깊이 스며드는
빗줄기만큼이나
울려오는 첼로 선율이
유난히도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건
분명
땅만큼이나
내 마음도
심히 메말라져 있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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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길섶 / 오애숙
아까시향 휘날려
상쾌함 주는 6월
생글생글 날개 쳐
해말갛게 웃는데
난데없는 바람이
태양열에 녹아져
길을 찾지 못하여
널브진 6월 길섶
강줄기까지 말라
갈길 잃은 방랑자
그것도 잠깐이리
긍정의 날개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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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들판 / 전태련
숲 향기 층층이 내려앉는 유월
사래질 쳐놓은 무논에
뻐꾸기 울음소리
농부보다 먼저 또박또박 모를 낸다
갯가 물푸레나무 낮게 쳐진 가지 걸치고
둥지 튼 붉은 머리오목눈이 바쁘게 들락거린다
그 둥지엔 난데없는 뻐꾸기 새끼 한 마리
털도 없는 빨간 날갯죽지로
주인이 없는 틈을 타
그의 알들을 밖으로 밀어뜨리고 있다
누가 가르쳐 주었는가 뻐꾸기의 본능적 살의
벌레를 물고 온 오목눈이의 머리가
통째로 들어갈 만큼
찢어지라 벌린 그의 입 속으로
먹이를 넣어 주는 천진한 새보다
뼈뼈에 새겨지고 세포마다 박힌
뻐꾸기의 생존 법칙이 더 슬픈 것을
남의 둥지 빌리듯 나도 어쩌면
너의 밥그릇 조금 훔치고
너의 목숨도 잠시 빌려 입는 것인지도
꿈틀거리는 아카시아 뿌리 아래
어린 모 밑둥치 살지는 소리
남의 손에 키운 새끼 부르는
어미 뻐꾸기 울음소리에 무논의 모 빛깔 짙어지고
둥지가 부서져라 자라는
남의 새끼 먹여 살리느라
오목눈이 눈이 한 뼘이나 들어가는
살아가는 일로 푸른 비린내 질펀한
들판,
뻐꾸기 소리 무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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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편지 / 윤보영
6월에는
편지를 적겠습니다.
푸른 들판처럼 싱싱한
내 그리움을 몽땅 꺼내놓고
초록편지를 적겠습니다.
미소도 있을 테고
안타까움도 있겠지만
마음 가는 대로 적어지게
그냥 두어야겠습니다.
편지를 다 적고 나면
다시 읽지 않겠습니다
적힌 대로 보내겠습니다.
편지를 적고 있는 지금
보고 싶어 눈물이 핑도는 이 순간도
편지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으니까요.
6월에는
적힌 대로 그대에게 보낼
초록 편지를 적겠습니다.
답장 대신
그대 미소를 생각하며
바람편에 그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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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산 / 정연복
산의 말없이
너른 품에 들어서서
유월의 푸른 이파리들이
총총히 엮어 드리운
그늘 진 오솔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
내 몸에도 흠뻑
파란 물이 든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옹졸해진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어느새 쪽빛 하늘이 되고
세상 근심은 솔솔
바람에 실려 아스라이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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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기집애 / 나태주
너는 지금쯤 어느 골목
어느 낯선 지붕 밑에 서서 울고 있느냐
세상은 또다시 6월이 와서
감꽃이 피고 쥐똥나무 흰꽃이 일어
벌을 꼬이는데
감나무 새 잎새에 6월 비단햇빛이 흐르고
길섶의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은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나는데
너는 지금쯤 어느 하늘
어느 강물을 혼자 건너가며 울고 있느냐
내가 조금만 더 잘해주었던들
너는 그리 쉬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더 나누어주었던들
너는 내 곁에서 더 오래 숨 쉬고 있었을 텐데
온다 간다 말도 없이 떠나간 아이야
울면서 울면서 쑥굴헝의 고개고개를
넘어만 가고 있는 쬐꼬만 이 6월 기집애야
돌아오려무나 돌아오려무나
감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쥐똥나무 흰꽃이 다 지기 전에
돌아오려무나
돌아와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 옆에서
우리도 양달개비 파란 꽃 되어
두 손을 마주 잡자꾸나
다시는 나뉘어지지 말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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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언덕 /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6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든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 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 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피는 6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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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 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어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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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향기 / 김재진
가까이 다가가면 멀어져 가고
이만치 돌아서면 다가와 주던
6월의 그리운 그 사람이
첫사랑의 향기로 매달린다
눈을 감아도 거리를 걸어도
이내 뒤따르던 그 사람의 그림자
그 사람 지금은 무얼 하고 지낼까
전화기 넘어 목소리 한번 들을 순 없을까
첫눈에 사로잡힌 건 아니지만
스치는 손길에
다가서는 숨결에
이내 종잇장 같은 떨림...
그 사람도 지금에 나처럼
가끔은 내 생각을 할까
새초롬한 새벽 별빛만이
허한 가슴을 타고 쏟아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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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향기 / 임영준
찬란한 아침이면
족하지 않은가
가만히 있어도 응어리진 채
떠난 수많은 이들에겐
짙은 녹음조차
부끄러운 나날인데
남은 자들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게다가 어찌 모두
빨간 장미만 찾고 있는가
그래도 묵묵히
황허 한 골짜기를 지키고 있는 건
이름 모를 나무와
한결같은 바람인데
가슴을 저미는 것은
풀잎의 노래인데
유월이 들면 잠시라도
영혼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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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이 오면 / 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많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도 혼자 보고 있으면
사위는 저녁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것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다시 당신을 만나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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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눈동자 / 정연복
1989년 6월 4일
햇살 밝고 고왔던 날
능동 어린이대공원
호젓한 나무 벤치에 앉아
그윽이 나를 바라보던
순한 눈빛에서
이 세상 가장 맑디맑은
호수를 보았지
지상에 살면서도
순수의 하늘빛 담고 있는
착한 영혼의 꽃
티 없이 아름다운 눈동자.
고독한 내 청춘에
신께서 보내주신 최고의 선물
죄(罪) 없이 죄 없이
살랑살랑 춤추는
유월의 연녹색
이파리들같이 해맑은
하늘 호수
당신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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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숲에는 / 이해인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오네
아카시아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늘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행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6월의 숲에 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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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을 걸어가며 / 이향아
6월의 숲은 성년의 아침
그들은 윤무를 추듯 서로의 어깨를 겯고
멀고도 깊은 하늘을 받들어 섰다
얼마나 오랜 묵상으로 저토록 푸르렀을까
수도자처럼 의연한 안색
기도하는 것처럼 결곡한 몸짓
고개를 숙이고 몸을 굽힐 때의 저 숙성함
우러러 사모할 때와 나부낄 때의 저 지극함
유월의 숲길을 걸을 때면 저절로 목소리가 낮아진다
혹시 흉이라도 잡힐까 봐
아침저녁 다른 내 변덕을 들키고
사소한 근심걱정 그칠 날 없는 좁은 소견을 들키고
무질서와 번잡과 소요를 들킬까 봐
숲길을 걸을 때면 나는 옷매무시를 가다듬는다
나무들이 수런수런 잎을 건사하면서
제 몫의 타고난 아량으로 비바람을 막고
뿌리와 내통하며 씨앗을 품는 동안
나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는가
유월 숲길을 걸을 때면
움도 싹도 가당치 않아라
허공의 쓸쓸한
이름 하나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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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에 쓰는 편지 / 허후남
내 아이의 손바닥만큼 자란
6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곳에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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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어느 날 / 오애숙
화사한
꽃내음의
훈풍이 열돔밀려
들녘이
울상이네
눈인사하고 있어
온누리
생그러움의
푸른 바다 이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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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이 참 좋아요 / 오애숙
6월엔 푸른 물결
가슴에 차고 넘쳐요
싱그런 들판처럼
내 맘 가득 차오르는
갈맷빛 향기롬으로
소망 넘쳐오고 있어
날아가는 소망 속에
뭔가 꼭 이룰 수 있는
용기가 생겨납니다
아주 덮지도 않고
그렇다고 춥지도 않아
내겐 맞춤복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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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사는 일이 너무 바빠
봄이 간 후에야 봄이 온 줄 알았네
청춘도 이와 같아
꽃만 꽃이 아니고
나 또한 꽃이었음을
젊음이 지난 후에야 젊음인 줄 알았네
인생이 길다 한들
천년만년 살 것이며
인생이 짧다 한들
가는 세월 어찌 막으리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
6월 같은 사람들아
피고 지는 이치가
어디 꽃뿐이라 할까
===============
+ 유월 / 이대형
유월에는
싱그러운 산딸기만큼 붉고
새콤달콤한 매실만큼 푸르며
잘 익은 수박만큼 달콤하여라
유월에는
유두절 물맞이만큼 청량하고
활짝 피어난 수국만큼 성숙하며
향기로운 장미만큼 아름다워라
나의 유월에는
철없이 들뜬 아이처럼
끓어오르는 태양처럼
높푸른 하늘 세상처럼
하루하루 온통 푸르고 열렬하여라
-----------------------
+ 유월 / 임종호
갓 백일 된 아이
그 토실한 몸매
물장난 즐기고
살 오른
진초록
산과 들로
큰 비 되어 내린다
-------------------
+ 유월 / 정숙
산앵두
종일 해바라기 하다 들켜
낯 붉히며 초록 이파리 뒤 숨는데
아까 입맞춤하려다 따귀 맞은
바람이 가지 후려치고 휙 돌아선다
그 바람에 이미 농익은 이스랏이 후드득
풀잎이라도 파고든다
점점 달아오르는 유월의 햇살
눈에 보이는 기 없어
어린 모개 열매를 새리 찔러댄다, 덩달아
뱀딸기 눈알 새빨갛게 핏발 세운다
밤꽃이 소로소로 비린내를 내려보내면
칡넝쿨들 서로 한 몸띠로 엉켜
숨질 사나분 유월의 산을
씩씩거리며 오른다
*이스랏; 앵두의 옛 이름
*소로소로; 살금살금의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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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 / 제갈일현
유월은
슬픈
탁란의 계절인가
오늘도
뻐꾸기는
애타게 울고 있다
아직도
집 못 찾은
아들을 부르며
=================
+ 늦은 유월 / 고재종
개망초 흰 꽃무리 꽃사래 쳐선
하늘가에 뭉게구름 피워 올리고
뭉게구름 저편에 눈을 두고선
찬밥 몇 술 삼키는 박영감 내외
발아래 다랑논은 아직도 종종
심어논 어린 모는 바람에 살랑
시절은 미끈유월 진초록인데
신작로엔 행락차량 즐비도 한데
우두둑 대는 영감 내외 허리를 쓸며
온 들녘엔 쓰라린 쑥국새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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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에게 / 이준호
가지 우거진 소나무 숲 한편에
살포시 땅을 고르고 앉아
세상일 다 접어두고
너의 일상이 되고 싶다.
눈을 감으면 멀리
넘실대는 바다가 보이고
코를 실룩댈 때마다
저만치 하늘이 다가와 서는
참으로 고요한 세상에 살아
종일토록 너를 만나고 싶다.
입술은 마르지 않고
연실 촉촉한 이슬처럼 빛이 나고
가져가 대는 손아귀마다 가득
햇살로 넘쳐 나서
들이쉬는 숨마다 온통
너의 푸르름이고 싶다.
머릿속에 온통 실타래처럼 얽힌
분주한 세상의 기억들과
이름 없이 떠도는 얼굴들은 모두
너의 언덕에 잠시
내려놓고 싶다.
그리고는
다리를 꾀고 앉아
너의 숨결 같은 따스함에 젖어
숨구멍마다 신록을 틀어쥐고
머리끝으로 전율해 오는
너의 하늘 속삭임에 취해
내 살아온 세상은 잠시
너에게 맡기어 놓았다가
너를 보내야 하는 그날, 반쯤만
거두어 가고 싶다.
-------------------------------
+ 유월에는 / 김남식
유월에는
나를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맑은 시냇가에서
발 담그고
물장구치며
잠시~
잠시만이라도
세월을 잊고 싶다
이름 모를 꽃들이
피여있는 들길을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풀숲에 주저앉아
파란 하늘 바라보며
들꽃향기에
해지는 줄 모르고
훈풍에 제멋대로
하늘거리는 나뭇잎처럼
풋풋하고 싱그러운
풀내음 같이
맑고 티 없는
순수한 마음을
담아 내주는
소꿉사랑을 하고 싶다
-------------------------
+ 유월 연가 / 임성택
중천에 걸린 태양
빛살에 곱게 빚어내
나뭇잎에 드리우고
푸른 잎 유월 상달
흰 사시나무 가지
초록 이슬 머금었다
살랑 이는 하늬바람
커져만 가고 있는
그리움들 그 하얀빛
외로움에 떨고 있는
임에 가슴자리로
어찌 달래서 옮기나
================
+ 유월이다 / 하영순
유월은 무겁다
하늘도 무겁다 소리친다 마른하늘!
무거운 마음 달래도 보고
달래려고
님 찾아갑니다 유월이면
낙동강을 빨갛게 물들인 님
지금은 편한 걸음
조국이 있고 그대 희생이 있었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풀을 베고 비석도 닦고
술을 치고 묵념과 예를 올리면서
무거운 마음 내릴 수 없습니다
아직도 간간이 빗방울이 붉은 빗방울이
도처에 내립니다
저 구름 거두어 푸른 하늘이게 해 주소서
님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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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인데 / 김도리
유월인데
성하의 계절인데...
내 인생의 문턱에 서서
한없는 절망감에 몸부림친다.
아도니스!
아도니스 !
하나의
안타까운
방언이었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아니하고
사랑할 수 없는 사람도
사랑하지 아니하리라.
가없는
부질없는
고통인 것을.
그리하여
애타는 고통에서
벗어나리라.
유월인데!
성하의 계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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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 장미 / 안영준
작열하는 땡볕 아래
숨을 헐떡거리는 그는
정열의 꽃 기어코 피운다
간신히 담을 넘어
그늘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 보지만
천 리 먼 길 순탄치 않다
조금은 인내함으로
그 앞에는 밤 그늘이 있고
이슬까지 선물 받으니
황홀경이로다
풋풋한 바람 스쳐
진하게 물든 홍장미는
유월이 휑하니 갈까
허공을 휘저으며 황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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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 풀꽃 / 강만
비무장 그 유월의 들녘
총탄으로 숭숭 뚫린 녹슨 철모 속에
작은 여름 풀꽃 피었습니다.
잊혀진 병사의 숱 짙은 눈썹은 날아
겨울새로 뜨고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기억하던
촉루마저 삭아 내린 자리
죽음으로도 못다 한 노래 무엇이기에
오늘은 돌아와 꽃으로 서 있는 것일까요
잔잔한 향기로 풀어내는 노래가
젊은 들새의 은빛 목소리처럼 곱습니다.
풀잎에 매달아 흔드는
아, 잊혀진 병사의
하얀 스카프.
=================
+ 유월의 밤 / 송해월
개망초 꽃이 많은가 별이 많은가
별이 많은가 개구리울음소리가 많은가
개구리 울음소리가 많은가
개망초 꽃이 많은가
별이 많은가
내 안엔,
너를 향한 그리움이 많은가 슬픔이 많은가
아름답고도 셀 수 없는 것들 가득한
유월의 밤. 오늘은 조부님 기일(忌日)
별이 총총
송이송이 꽃처럼 아롱 대며 빛나는 오늘밤
조부님께선 새 각시처럼 수줍고 고운
내 할머님 손을 잡고
개구리울음소리 어지러운 논둑길을 지나
집 앞까지, 개망초 꽃 흐드러진 들녘
부드러운 밤바람에 별이 흔들리는
저 화 안 한 꽃길 사이로
자손들 보러 밤마실 오시겠지.
--------------------------------
+ 유월 그리메 / 정숙자
풀각시
윤기 흐르는
유월 초하루
늘상 구겨져
그림자 골 깊은
압구정동의 태양
그러나
盤浦川 따라
지렁이도 산책하는 오솔길엔
王羲之의 서체로 벋은
덩굴장미의 방화
꼬깃꼬깃 간직한
이름 하나
꺼내지 못하는 여염이건만
어느 귀신의 호리병
열렸음일까
정수리 금 가도록 부푸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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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의 기도 / 김경숙
신록 머금은 계절
꽃잎들 껴안고
산아래 머무르면
지칠 줄 모르는
초록 노래
향기로 이끄시는
나의 모후여!
당신의 숲 속에서
오래오래 머물며
사랑의 빛으로
감사의 빛으로
날마다 새롭게
물들고 싶습니다
------------------------------
+ 유월의 기도 / 정종명
유월에는
아침 이슬처럼 맑고 고운
그런 사람이고 싶다
유월에는
어두운 밤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 같은 사람이고 싶다
유월에는
소낙비가 내리는 저편 구름
사이로 드리워진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
유월에는
어둠을 걷어 내는 붉은 태양같이
밝은 웃음 웃는 사람이고 싶다
삶이 힘들고 지쳐 흐느적거릴 때
따뜻하게 손잡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온기 있는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유월에는...
=================
+ 유월의 낭만 / 이원문
어느 꽃이 피고 질까
봄의 꽃 보릿고개 넘어
사랑 따라가버리고
언덕배기의 여름꽃
풀숲에 숨어 있다
지는 꽃에 떠난 봄
봄은 언제나 그렇게 떠나야 했나
초여름 밤꽃 향기 내려앉는다
이 밤꽃 지고 나면 뜨거운 여름
추녀 끝 제비 새끼 날갯짓에 즐겁고
모내놓은 들녘 논 바닥 덮는다
이제 잃은 봄에 완연한 여름
유월의 초여름 며칠이나 될까
칡꽃 떨어지면 더 뜨겁고
마지막 뜸북새 찾아오는 날
보내는 초여름 봉숭아꽃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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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의 노래 / 김사랑
유월에는
진정 이 땅 위에 평화를 주십시오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축복된 행복만 주십시오
방황의 길에서
더 이상 떠돌지 않도록 하시고
진정 참다운 진실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하십시오
삶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여질 때
거침없는 바람으로
가고자 하는 길을 가게 하십시오
기쁨과 슬픔의 교차점에서
안개에 가려 길이 보이지 않아도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유월과 더불어 흐르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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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의 노래 / 임승천
창 열면 밀려오는 시원한 바람결
푸른 산과 들 유월의 맑은 바다여
창 밖엔 그리움이 바람처럼 밀려오고
내 마음에 들려오는 그대의 사랑 노래
창 열면 밀려오는 유월의 바람결
푸른 마음속 유월의 빛난 바다여
창 밖엔 그대 모습 구름 따라 달려오고
내 마음에 돌아오는 그리운 그대 모습
그리운 그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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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의 담장 / 임인규
머리끄덩이 움켜잡는 손
갈퀴 진 날카로운 손톱
잡아채 사정없이 돌려라!
얽어매고 떨쳐 매고
뻗어나가
영역을 확보하라!
제일 좋은 자리는
정상에 우뚝 서는
그 자리가 최고무대다
올라라! 사정없이 올라라!
고지는 바로 머리 위에 있다.
바보같이 히죽거리며
중간에서 머무는 얼굴
정상은 그리 멀지 않아
억척스럽게 기어올라
첫 무대의 영광을 차지해라!
서로 협력해서 담장을 잡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넝쿨 장미꽃의 물결들
유월의 담장은 장미들의
붉은 전쟁터이다.
붉은 물결은 여인의 유혹이다.
붉은 장미는 여인의 본능이다.
보여주려는 사랑받으려는
그들의 이유 있는 항변
유월의 담은 붉은 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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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의 조국 / 임인규
몇 개를 넘어야
산에 산을 만나지 않나!
힘없는 조국
백성들은 슬프다.
내가 내 소리를
내지 못하는 메아리처럼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맛 물린 살들이 아프다.
삼천리금수강산
피로서 지킨 나라
유월이 오면
목이 매캐해져 온다.
이념과 이념이
갈라놓은 반백년 세월
이제는 기억해야 할
전쟁은 더 이상 없다.
또다시
자식과 함께 대립하는
또 하나의 조국
태극의 청. 홍이 운다.
무궁화 피고 지고
동해물이 마르는데
힘 있는 조국
그 소원이 가슴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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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의 햇살 / 나명옥
고개 돌려
잠시 바라보면
창 너머 햇살이 눈부시다
일상의 지루함들 훌훌 털어버리고
지금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널 지켜볼 수 있는
그 거리만큼의 설레임이 좋다
너와 나 사이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 자리에서
서로를 아쉬워하며
그리워할 수 있는
햇살만큼 빛나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그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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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이 오면 / 김덕성
유월이 오면
사무치게 그리운 그 얼굴
이별은 아픔이요 큰 상처인데
생이별은 더 그렇다
그 아픔이 담겨 있는
유월이 오면
꿈에서도 자주 뵈는 그 얼굴
수없이 보고 싶고
부르고 싶은 그 이름
나의 어머니
흐느끼는 이 소자
유월의 첫날 정상에 올라
하늘을 향해
마냥 부르고 싶었던 그 이름
고귀한 아름을 외쳐 부른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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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강산 유월은 / 김정숙
고추나무에 받침대를 세운다 비가 와야지 큰아버지
사촌형 없는 큰어머닌 오늘도 일손이 달린다
묘비 없는 뒷산 구덩이를 아카시아 뿌리 휘감아 들 때
못 박아야지 살아남은 죄
손바닥에 아카시아 가시라도 박아야지
고추나무에 받침대를 세우며
혼자 남아 너무 오래 살았어 큰어머니 한숨소리
자잘한 고추꽃 위로 낮게 깔리며 고추나무 흔들 때
삼십 년이 지나도 못 감은 눈 몇 개
밭기슭에 누워 우리를 본다
참꽃 지고도 아직 칡꽃 피지 않은 이 강산 유월은
보리고개 넘어 내리막길
보리밥과 풋고추에 뒤가 급한 내리막길
비탈에 기대어 잠든 조카들의 식곤증 속
마을마다 대순이 자란다 조카들의 잠을
쿡쿡 쑤시는 오래된 해골의 뼈마디
이마를 타고 내리는 그들의 희석된 피
저 대나무를 못 자라게 하자 자라면 꺾일 뿐
꺾이면 온몸 피 묻힐 뿐 네 피 내 피 없이
더위에 흐르는 네 땀 내 땀 없이 유월 가뭄에
쓰러지지 마라고 고추나무에 받침대를 세우면
이 강산 천지 벗어놓은 뱀 허물이 흐느적거린다
삼십 년이 지나도 못 감은 눈들 불을 켜고
대나무처럼 곧게 자라지는 마라 속삭이는 마을마다
아직도 대순이 자라는 이 강산 유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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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전선의 유월 / 김순진
송홧가루, 아카시아 꽃잎이
화약연기처럼
날리거니
박격포의 폭음이
저 철의 장막 노루 토끼 귀엔
아직도 들리거니
그래서
육군 김 상병은
소총을 받들어 섰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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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을 여는 새벽 / 정찬열
샛별도 길을 잃은
이른 새벽에 운동 길을 나선다.
상큼상큼
걷는 산책길이다
한때의 애환도 저버린
도심 속 철마가 달리던 길이
푸른 숲 공원 길로 단장된 산책길
이름 모를 새들이
아침 인사로 마중할 때
이슬 먹은 연분홍 나팔꽃
나팔로 활짝 벌려 유혹을 한다.
저 멀리
여명에서 깨어난
동쪽 산봉우리에는
구름 속에 잠이 든 햇빛은 기를 쓰며
나오려는 발길은 나와 같구나.
봄의 여운을
알리던 나뭇가지에
열매는 영글어 가는데
세월호 참사에 영면의 리본
누군가 걸어둔 노란 긴 줄에
사진과 리본이 너풀거린다.
빨간 장미꽃
그 옆에 활짝 피워
나를 대신하며 위로를 한다.
잠이 든 탓에
깨어나지 않은 푸른 숲 공원 길옆
철 맞아 분주한 마늘장사 차(車)들이
시끌벅적 계절을 팔고
새벽시장 앞
할 매들이 즐비하게
좌판 길이 분주한 새벽을 연다.
분주한 삶을 두둔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유월의 이른 새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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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유월을 부르며 / 이훈강
소매를 걷어올리고
어딜 바삐 가시는가
잠에서 깬 모습
푸르다, 푸르다
차라리 비장한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누굴 찾아가시는가
깜깜한 땅속에서
몇 달을 기다리다
생명을 낳아
잎새를 키우더니
자라지 못한
꿈마저 접어둔 채
뜨겁게 타버릴
바다 찾아 가시는가
시원한 나무 그늘
매미 소릴 들어보고
도란도란 정겨운
이야기도 나눠보고
노을을 바라보며
웃음도 지어보고
낮잠을 자다가도
늦지 않을 한해살이
옷고름도 못 채우고
어딜 바삐 가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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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 비 내리는 날 / 최강림
어찌하여 유월 비는
색깔조차 서러운 것이냐,
바람이 비를 몰고 와
내 입술을 간음하던 날
접시꽃
붉은 꽃잎도
히죽히죽 웃더니.
하마 절망도 과분한
이력서를 손에 쥐고
가슴 쓸어내리며
풍장(風葬)으로 울 것인가,
무량의
시계 밖에서
떠도는 지친 육신.
나를 잘게 썰어서
술잔 속에 용해하면
촉촉한 눈 헹구면서
발등이라도 적실까,
너 떠난
텅 빈 그 자리
현(絃)이 홀로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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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에 쓰는 편지 / 허후남
내 아이 손바닥만큼 자란
유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곳에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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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엔 보리바람 슬프다 / 이영균
노곤한 유월의 긴 햇살
봄꽃을 분주히 다 보내고
밭보리 익어가는 소리 평온하다
바람 누런 보리밭 가는 길
논두렁 뚝 찍어 끝나는 곳엔
찔레꽃 소담한 소솔길이 있다
뻐꾸기 푸르도록 울음 길고
아카시아 향기 자옥한
길게 쏟아진 햇빛의 비명 깊은 숲
찔레가시 찔린 손으로 꽃 쥐어주던
그날 이후 햇살이 긴 유월엔
누렇게 불어오는 보리바람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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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벌에 몰아치는 유월의 바람 / 홍수희
다대포에서 시집을 읽는다
바다는 저만치 두고 주차장에 앉아
네가 두고 간 낡은 시집을 꺼내 읽는다
갯벌에 몰아치는 유월의 바람은 웅성거리며
어찌 내게로만 몰려오는가
바람구멍 하나 갖지 못한 나
개펄에 작은 구멍 하나 뚫고
게처럼 옆으로 자꾸 비켜가다가
잊었던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면 어느 때
쏘옥 숨어버리고 말까
망설이다 망설이다
뼛속을 파고드는 유월의 바람
하! 수상하여 바다는 저만치 두고
책갈피가 붉은 시집을 꺼내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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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의 들을 바라보며 / 권복례
이제, 뿌리내리고 있는 벼들도
모판에서 이식되어 이 넓은 들로
옮겨 심은 후에
몸살을 앓았으려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연하디 연한 줄기들이
초록으로 가면서
하루하루 쑥쑥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면
새로운 환경에 척척 적응하는
벼들에게서 또 다른 삶의 방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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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 그 예언의 천둥번개는 / 장진숙
더위가 일찍도 찾아오더라니
열대야 현상에 잠 설치고 일어난 아침
아파트 단지가 설설 끓었다
불에 데인 듯 소란했다
에미들 에그머니나 놀라 동이 난 쌀이며
라면을 찾아 동동거릴 때 수영도
에어로빅도 노래교실도 작파하고 품절된
통조림과 Gas를 찾아 정신없을 때
아이들은 주차장에서 피융피융 신나게
서바이벌 게임을 즐겼다 오후엔
한동안 중단되었던 민방위 사이렌이
서둘러 눈 부비며 달려 나오고 고층 건물 위로
군용 헬기들이 굉음을 몰고 지나갔다
전쟁이 터지면 총 들고 나서겠다며 아비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늦도록 한숨 섞인 술잔을 기울였다
무료하고 심심한 이방인에겐 재미도 있을 거야
이왕 만들어 놓은 무기 팔아 치부도 하고 싶겠지
2년 전 우리가 불꽃놀이 구경하듯 걸프만 하늘
화사하게 수놓던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을
느긋하게 즐기며 지켜보았듯 그렇게
여유 있게 CNN뉴스 기다리겠지
지도를 펼치면 한점 소흑성 같은
너무도 작아서 슬픈 나라, 찢어져 서로 헐뜯는
우애라곤 씨알도 없는 서러운 나라
그 나라를 둘러싸고 손뼉 치며 싸움 부추기는
이방인, 그대들은 누구인가
부글부글 끓는 울화에 더위마저 기승을 떨던 늦은 오후
어디선가 갑자기 잠자리 잠자리 떼 새까맣게
허공을 메우며 가로 세로 날아올랐다
어리석은 인간들을 비웃듯 용용 죽겠지 약 올리며
강변 쪽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말잠자리 떼
그들이 남기고 간 구겨진 하늘을
복도 끝에 오래 서서 지켜보았지만
벌떼처럼 소란했던 예언의
천둥 번개는 치지 않았다
______________ * 53
6월 / 김달진
6월 / 이정화
6월 비 / 오보영
6월 길섶 / 오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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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들판 / 전태련
6월 편지 / 윤보영
6월의 산 / 정연복
6월 기집애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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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언덕 / 노천명
6월의 장미 / 이해인
6월의 향기 / 김재진
6월의 향기 / 임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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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오면 / 도종환
6월의 눈동자 / 정연복
6월의 숲에는 / 이해인
6월을 걸어가며 /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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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쓰는 편지 / 허후남
6월의 어느 날 / 오애숙
6월이 참 좋아요 / 오애숙
6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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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 이대형
유월 / 임종호
유월 / 정숙
유월 / 제갈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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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유월 / 고재종
유월에게 / 이준호
유월에는 / 김남식
유월 연가 / 임성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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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다 / 하영순
유월인데 / 김도리
유월 장미 / 안영준
유월 풀꽃 / 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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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밤 / 송해월
유월 그리메 / 정숙자
유월의 기도 / 김경숙
유월의 기도 / 정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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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낭만 / 이원문
유월의 노래 / 김사랑
유월의 노래 / 임승천
유월의 담장 / 임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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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조국 / 임인규
유월의 햇살 / 나명옥
유월이 오면 / 김덕성
이 강산 유월은 / 김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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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의 유월 / 김순진
유월을 여는 새벽 / 정찬열
가는 유월을 부르며 / 이훈강
유월 비 내리는 날 / 최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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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에 쓰는 편지 / 허후남
유월엔 보리바람 슬프다 / 이영균
갯벌에 몰아치는 유월의 바람 / 홍수희
유월의 들을 바라보며 / 권복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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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그 예언의 천둥번개는 / 장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