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가을 (25) 썸네일형 리스트형 늦가을에 관한 시 3 + 만추(晩秋) / 이정웅 늦가을 산이 골짜기 속으로 느릿느릿 걸어 들어간다 빛 몇 자락 짊어진 마른 물길이 비척비척 따라 올라가는 헐렁한 짐 속엔 아직 내려놓지 못한 가랑잎 몇 점 삐죽이 내밀고 있다 -----------------------+ 늦가을 / 고증식 된서리 때려야 얼음골사과 제 맛이 돌 듯 폭풍우 건너야 마침내 단풍잎 불붙듯 울음 없이 타오르는 사랑은 진짜가 아니다 ------------------------+ 늦가을 / 권경업 바작바작, 누군가가 그리운 날 나는 어깨 시려 스웨터를 걸치고 지난여름 더웠다고, 산은 그제야 옷을 벗네 -----------------------+ 늦가을 / 김유미 산다는 거 그런 거지 뭐 정 주고 정 받고 조금씩 기대고 부벼대다가 때로는 남인가봐 착각도 하다가.. 늦가을에 관한 시 2 + 늦가을 / 권철 단풍나무 울긋불긋 직박구리 천국을 오가네 창밖의 아이들 노는 소리 가을은 깊어가네 나뭇잎은 떨어져 고요히 쌓이고 가을 공기는 내 흩어진 심상의 잡된 생각이어라 수심인 양 까치는 독을 세워 울고 아이들 조롱하듯 주위는 어수선하네 -----------------------+ 늦가을 / 김영호 풍성했던 들녁에 신식기계들에 힘찬 소리에 ..... 황금들판은 군데 군데 잘려 나가고... 돌맞은 머리에 상채기 난 머리통처럼... 들판은 수확으로 인하여 상채기 투성이로 변한다.... 넉넉한 늦가을에 풍요로움은..... 상채기 투성이 같지만... 명년 봄 새로운 생명을 낳고 기르기 위해.... 모진 겨울 삭풍을 견디며. 내일을 꿈꾸며 희망을 노래 한다..... 이맘때 쯤이면.... 언제나 긴 겨울을.. 늦가을에 관한 시 1 + 늦가을 3 / 김경철 새벽부터 흐려진 하늘에서는 아직도 비가 온다는 소식은 없지만 일찌감치 찾아온 꽃샘추위가 마치 계절의 주인 인양 마새부리고 가끔 불어오는 갈바람에 붉은빛의 단풍잎이 이별을 고하듯 빈 몸의 나무만을 남기고 힘없이 떨어진다 이리저리 뒹굴다 하나둘 모인 낙엽들 헤어짐이 아쉬운지 마지막 체온을 전달하고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먼 여정에 오른다 ----------------------- + 늦가을 / 김사인 그여자 고달픈 사랑이 아파 나는 우네 불혹을 넘어 손마디는 굵어지고 근심에 지쳐 얼굴도 무너졌네 사랑은 늦가을 어스름으로 밤나무 밑에 숨어 기다리는 것 술 취한 무리에 섞여 언제나 사내는 비틀비틀 지나가는 것 젖어드는 오한 다잡아 안고 그 걸음 저만치 좇아 주춤주춤 흰고무신 옮겨보는 것.. 11월 시 모음 5 + 11월 / 김병훈 너에게 11월은 푸른 이별이다 나에게 11월은 조금 더 깊은 파란 이별이다 우리의 가슴은 야구공에 맞아서 시퍼렇게 피멍이 들었다. ---------------------+ 11월 / 민경대 아무런 일이 없이 이달은 그네 타고 미끄럼 타고 두발로 두 손으로 언덕을 오르다가 다시 오르다가 눈보라 치는 겨울로 가는 다리 장안말 고개를 넘다가 12윌12일이 보이고 가려진 보자기에 최후기록은 내 인생을 막는다 ---------------------+ 11월 / 박동수 집요하게 가슴을 찢어내던 가시 세운 사랑들이 평행으로 세운 11월 두 기둥 사이로 물러가고 잊지 못하여 피 눈물로 고백해야 하는 붉은 잎도 떨어져 간 잃을 것도 없는 홀가분한 나무들 맨몸으로 하늘을 나르며 죽어 널 버려진 갈잎의.. 11월 시 모음 4 + 11월 / 김혜선 입술이 갈라져 피가 난다. 공원묘지 가는 길 가로수가 붉어졌다. 죽은 후에도 값이 그대로인 그의 그림이 감기약 봉지처럼 쓸쓸했다. 피가 번지는 영화 장면을 떠올리다 접촉사고를 냈다. 내가 내리고 그가 나온다. 담배를 물고 사진을 찍고. 명함 밖 얼굴을 확인하고 검은 넥타이 검은 선그라스 남자는 화면 속으로 사라졌다. G열 14번 좌석에서 화면까지 붉은 칸나가 일렁인다. 영화는 피로 얼룩진 남자를 화면 밖으로 던졌다. 꽃잎이 날린다 얼굴이 묻은 명함 한 장이 발밑에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죽음은 보험처리 하지요. --------------------+ 11월 / 장석남 이제 모든 청춘은 지나갔습니다 덮고 비린 사랑놀이도 풀숲처럼 말라 주저앉았습니다 세상을 굽어보고자 한 꿈이 잘못이었.. 11월 시 모음 3 + 11월 / 김영호 가로수마다 누런 잎새가 한해의 줏어읽은 행간 속의 낱말들을 검붉은 가래로 내뱉고 있다. 그 밑에 기침하는 코스모스 손마다 한 웅큼의 상한 뉴스들이 쥐어 있다. 낮달의 마른 눈이 빈틈없는 사람들 눈에 강물을 찾고 몸 안의 것 다 빠져나간 갈대 마음만 찬바람을 막고 있다. 여름이 철새 깃에 업혀 가고 나무가 늙어간다. 일요일 저녁 언덕의 십자목 목젖이 꽉 메어 있다. ---------------------+ 11월 / 반기륭 일이 두 개 모이면 2가 되는 줄 았았더니 일이 두 개 모이니 11이 되네 산에 가보니 11자로 뻗어있는 나무들이 서로 키재기하며 직립을 하고 있네 평행을 이루며 마주보는 다정함 비바람 몰아쳐도 활처럼 휘어졌다 복원하는 균형감각 일 두개가 합쳐지면 2가 되기도 하고.. 11월 시 모음 2 + 11월 / 강은교 수많은 눈썹들이 도시의 하늘에 떠다니네 그 사내 오늘도 허리 굽혀 신발들을 깁고 있네 이 세상 눈썹들을 다 셀 수 없듯이 이 세상 눈들의 깊이 다 잴 수 없듯이 그 계집 오늘도 진흙 흐린 천막 밑에 서서 시드는 배추들을 들여다보고 있네 11월. -------------------+ 11월 / 고재종 갱변의 늙은 황소가 서산 봉우리 쪽으로 주둥이를 쳐들며 굵은 바리톤으로 운다 밀감 빛 깔린 그 서쪽으로 한 무리의 고니가 날아 봉우리를 느린 사박자로 넘는다 그리고는 문득 텅 비어 버리는 적막 속에 나 한동안 서 있곤 하던 늦가을 저녁이 있다 소소 소 이는 소슬바람에 갈대숲에서 기어 나와 마음의 등불 하나하나를 닦아내는 것도 그때다 --------------------+ 11월 /.. 11월 시 모음 1 + 11월 / 고은 낙엽을 연민하지 말아라 한자락 바람에 훨훨 날아가지 않느냐 그걸로 모자라거든 저쪽에서 새들도 날아가지 않느냐 보아라 그대 마음 저토록 눈부신 것을 ---------------- + 11월 / 노연화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 얼음이 가득하다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 움츠린 어깨마다 수북한 근심 어둠은 더 빨리 얼굴을 들이민다 종종걸음으로 시간을 뒤쫓아도 늘 손은 비어있다 비어 있어도 아름다운 나무들 제자리 묵묵하게 삶을 다진다 비늘 떨군 담담함으로 12월을 기다린다 마지막이란 이름 붙은 것의 앞은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거름이라서 마음이 조금 흔들리는 것 낙엽을 떨구는 몸짓을 사람들도 한다 잠시 어깨 움츠렸다가 눈이 오면 곧 환하게 웃는다 ----------------- + 11월 / 박용화 한..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