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마당/시인 사 ~ (5) 썸네일형 리스트형 송수권 시 4 ㅡ초록의 감옥 ㅡ남도의 밤 식탁 ㅡ사구시의 노래 + 대구大口올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가덕포항 어디쯤 대구가 돌아왔다고 한다 눈이 무릎까지 쌓인 장날은 아버지 하얀 두루마기 걸치고 장 가음으로 그 입이 큰 대구를 사오시곤 했다 오랜만에 온 가족들 모여 두레상 받고 안팍으로 불을 밝히면 삼동三冬이 환했다 '눈 온 대구 비 온청어'라는 경상도 식담처럼 대구 심리라 했다. ----------+ 떡살뉘네 집 잔치떡이냐 근친떡이냐 송기 절편에 은은히 뜬 격자格子 무늬 아가 아가 체하련 숭늉부터 마셔라 동티 나련, 꺼몋게 배꼽만 남은 오백 년 한숨이 물 넘듯..... , 물 넘들.... , 힘센 잉어 한 마리 휩떠 꼬리치며 승천하는 이 율동감 뉘네 집 잔치떡이냐 근친떡이냐 빈 절구에 물 넘듯 달빛 속에서도 아른아.. 송수권 시 3 ㅡ 초록의 감옥 + 강 이 겨울에는 저무는 들녘에 혼자 서서 단호한 믿음 하나로 이마를 번뜩이며 숫돌에다 칼을 가는 놈이 있다 제 섰던 자리 벌판을 두동강 내어 어슬어슬 황혼 속으로 걸어가는 놈이 있다 보아라 저 방랑의 검객 한 굽이 감돌면서 모래밭을 만들고 또 한 굽이 감돌면서 모래밭을 만드는 건 힘이다 누가 저 유연한 힘의 가락 다시 꺾을 수 있느냐 누가 저 유연한 힘의 노래 다시 부를 수 있느냐 우리는 어느 산굽이 또 한 바다에 시퍼런 금이 설 때까지 흐득흐득 지는 잎새로나 숨어 유유히 황혼 속으로 사라지는 저 검객의 뒷모습이나 지켜볼 일이다. -------+ 달 아침에 나가 보면 호젖한 산길을 혼자서 가고 있었다 오빠수 떼들의 진한 울음처럼 발아래 꽃잎들이 짓밟혀 있고 한밤 내 저민 향내 오.. 송수권 시 2 ㅡ 사구시의 노래 + 봄 ㅡ그 붉은 황톳길 2 언제나 내 꿈꾸는 봄은 서문리 네거리 그 비각러리 한 귀퉁이에서 철판을 두들기는 대장간의 즐거운 망치소리 속에 숨어 있다 무싯날에도 마부들이 줄을 이었다 말은 길마 벗고 마부는 굽을 쳐들고 대장간 영감은 말발굽에 편자를 붙여가며 못을 쳐댔다 말은 네 굽 땅에 박고 하늘높이 갈기를 흔들며 울었다 그 화덕에서 어두운 하늘에 퍼붓던 불꽃 그 시절 빛났던 우리들의 연애와 추수와 노동 지금도 그 골짜기의 깊은 솦 캄캄한 못물 속을 들여다보면 처릉처릉 울릴 듯한 겨울산 뻐꾸기 소리... 집집마다 고드름 발은 풀어지고 새로 짓는 낙숫물 소리 산들은 느리게 트림을 하며 깨어나서 봉황산 기슭에 먼저 봄이 왔다 ----------+ 빈집 오래도록 잠긴 저 문에 누군가 빗.. 송수권 시 1 ㅡ 남도의 밤 식탁 + 퉁* 벌교 참꼬막 집에 갔어요. 꼬막 정식을 시켰지요. 꼬막회, 꼬막탕, 꼬막구이, 꼬막전 그리고 삶은 꼬막 한 접시가 올라왔어요. 남도 시인, 손톱으로 잘도 까먹는데 저는 젓가락으로 공깃돌 놀이하듯 굴리고만 있었지요. 제삿날 밤 괴** 꼬막 보듯 하는군! 퉁을 맞았지요. 손톱이 없으면 밥 퍼먹는 숟가락 몽댕이를 참꼬막 똥구멍으로 밀어 넣어 확 비틀래요. 그래서 저도- 확, 비틀었지요. 온 얼굴에 뻘물이 튀더라고요. 그쪽 말로 그 맛 한번 숭악***하더라고요. 비열한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런데도 남도 시인- 이 맛을 두고 그늘이 있다나 어쩐다나. 그래서 그늘 있는 맛, 그늘 있는 소리, 그늘 있는 삶, 그늘 있는 사람. 그게 진짜 곰삭은 삶이래요. 현대시란 책상물림으로 퍼즐게임.. 신경림 # 신경림 시 + 길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 물에 우정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든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 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