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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시 모음 5 + 오월 / 공석진 만끽하여라 눈부신 오월이여 미욱한 여인네 울빛 젖가슴에 초췌한 옷 거두어라 너로 하여 세상은 황홀하다 ​가거라 닥칠 태양쯤 단단히 해우하라 쪼그려 피는 꽃으로 들마다 가난하여 서러웠던 늦은 봄 한 서린 길 내어주었다 --------------------+ 오월 / 권도중 꽃 핀 사연마다 꿈속 같은 길을 갔다 바람 따라갔고 싫다고 밑에 내려앉고 봄비에 지난밤이 젖어 꽃비, 꽃비, 다, 졌다 ​새순 파랗게 경쟁하는 가지마다에 꽃 진 자리에 일상으로 빠르게 와서 아픔도 더 이상 없다고 결심 속이 푸르다 ----------------------+ 오월 / 권복례 창을 열면 흔들리는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보인다 ​등 굽은 겨울바람은 어디로인가 떠나가고 순결한 오월 바람 따라 산등성 야트막한 보..
5월시 모음 4 + 5월 1 / 구재기 산빛은 저물녘에 이우르고 산기슭 외딴 초가 연기는 줄줄이 피어오르는데 노승(老僧) 한 분 산사(山寺)를 뒤로하여 바람 끝에 하롱하롱 오동꽃 송이송이 ---------------------+ 5월 2 / 구재기 빗방울에 씻기고 씻기어 마침내 튕겨져 나온 햇살 무리들아 허리를 구부리고 무슨 금맥(金脈)이라도 찾으려는가 하늘 끝 어디쯤서 뺨 부비고 눈부시게 살이 올라 저기, 저, 젖가슴 철철 넘치는 청보리 빛 눈물 찬 꽃봉오리야 -------------------+ 5월 / 서윤덕 꽃보다 더 아름다운 초록 잎새 사방에 초록이 춤춘다 우리들의 삶도 초록이다 --------------------+ 5월 / 이외수 아이야 오늘처럼 온통 세상이 짙푸른 날에는 지나 간 날들을 떠올리지 말자 바람..
5월 시 모음 3 + 5월 / 곽상희 꽃 내만 맡고 엎드려 더듬더듬 꽃밭을 헤매다가, 눈먼 사람 그만 지팡이 하나 품에 안고 멀리 치달리고만 싶었으리라 그렇게 혼쭐 다해 믿었던 것들이 그토록 익숙하던 소금끼 저린 소리들이 그리운 눈동자에 사무쳐서 밤 깊은 여정으로 떠날 때 너를 따라가면 심장이 꿈꾸는 눈먼 우는 개비의 향기를 만날까 너여, 우리는 언제 주어진 운명으로 자유로우랴 오래 견뎌온 이름이 되어서야 그 이름 살아온 내력의 속뜻 알 수 있듯 어제 심은 풀 씨앗 텃밭에서는 장애의 세상을 돌보는 고와서 낮은 꿈의 산들이 조심조심 웅성거리고 시인의 상상 안에서 해풍으로 단련된 파도가 비단 실로 찢어지며 꿈꾸는데 5월이여, 5월이여! ---------------------+ 5월 / 박..
5월 시 모음 2 + 5월 / 나태주 아름다운 너 네가 살고 있어 그곳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너 네가 웃고 있어 그곳이 웃고 있다 아름다운 너 네가 지구에 살아 지구가 푸르다 -------------------+ 5월 / 남정림 5월이 찬란한 것은 봄의 문턱을 넘어서는 옹알이 때문이지 햇살을 유혹한 대지 위에는 옹골찬 풀꽃의 잔망스러운 옹알이가 수런거리고 각진 시간을 견딘 은사시나무 위에는 솜털 열매 익어가는 싱그러운 옹알이가 살랑거리고 아기 구름 서성거리는 하늘 위에는 땅의 봄이 궁금해진 종알대는 옹알이가 술렁거리지 5월이 찬란한 것은 살아서 꿈틀대는 살아보려 옹알거리는 두툼한 생명의 향기가 넘실거리기 때문이지 --------------------+ 5월 / 문추자 오월은 붓털이 그리는 액자 속..
5월 시 모음 1 + 5월 / 권경업 물오른 보릿대궁 하늘대는 밭고랑 끝에 산자락은 버선발을 살며시 올려놓고 짙푸른 짧은 치마 수줍다고 얼굴 가리네 재넘어 영마루에 뭉게구름 피어오르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 속에 칡 캐는 아이들의 마음은 짓궂은 바람 따라 이리저리 물결치며 푸르른 오리나무 숲으로 가네. -------------------- + 5월 / 김상현 나와 봐 어서 나와 봐 찔레꽃에 볼 부벼대는 햇살 좀 봐 햇볕 속에는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려고 멧새들도 부리를 씻어 들어 봐 청보리밭에서 노는 어린 바람 소리 한번 들어 봐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애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애 -------------------- + 5월 / 김태인 저, 귀여운 햇살 보세요 애교 떠는 강아지처럼 나뭇잎 핥고 있네요 ​저, 엉뚱한 ..
봄비에 관한 시 5 + 봄날 / 차성우 봄비 그치니 꽃잎이 다 젖었네. 두견이 밤새 울어 꽃잎 다 물들었네. --------------------+ 봄비 / 가혜자 잠들었던 대지에 꽃을 피우고픈 당신의 눈물입니까 ---------------------+ 봄비 / 고석규 생명을 밟아오는 가느다란 빗소리. ​모자 벗은 이마나 풀잎 안에 내리는 아쉬운 사념이사 ​말없이 뿌려오는 봄비를 맞노라니 ​홀로라도 풀어헤친 계절이 고달파서 ​돌아선 날에 나는 어디로 가는 길을 향하고 소녀처럼 조심 있는 먼 하직을 따르려니 ​가득히 산산이 뿌려오는 막 내린 밤에는 등불마저 가리어 어둠 안에는 가느다란 빗소리 ​또 빗소리 생명을 옮겨서는 고요한 발자국 소리 엿들으리. --------------------+ 봄비 /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러보..
봄비에 관한 시 4 + 봄비 / 가영심 아름다워라. ​젖기 위하여 옷을 벗는 옷벗은 산천 초목들 꿈꾸며 제 영혼 깨우는 모습은 아름다워라. ​빗방울 실안개로 퍼지며 내 품안 가득 쏟아져 와 안기어 들고 ​아무리 가슴 가득 넘치어도 빛나는 아픔. 흘러와 닿는 아, 그리움이여. ​따스한 피와 눈물의 황토언덕에 가서 눕는 봄비도​​ --------------------+ 봄비 / 강연호 오늘은 종일 추억을 관람하였다 오래된 흑백 무성영화의 자막처럼 나른한 비가 내려 지난 겨울의 마른 버짐으로 남은 잔설을 녹이고 있었다 멀리 칡뿌리캐러 산을 오르는 아이들의 날궂이, 종이우산이 바람에 뒤집히면 거기 유년의 나도 섞여 있었다 미나리가 툭툭 살얼음 털고 일어서는 산비탈을 따라 높거나 낮은 봉분들의 생애가 미끄러지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
봄비에 관한 시 3 + 봄비 / 고은 물결이여 네가 잠든 물 우의 고요에 봄비는 내려와 죽는다. 물 우에 물속의 어둠이 솟아올라도 물결이여 네가 담든 물 우에 받는 봄비로 먼데까지도 봄비로 먼데 바위까지도 봄이게 한다. 아 너와 내가 잠든 물 우에 여기에서 한 덩어리가 바위가 침묵으로 떠오른다. --------------------+ 봄비 / 김영준 투신하여 내 몸을 꽂고 나면 어느 만큼 지나 그 자리, 구멍마다 제 이름 달고 투항하는 풀잎 그렇게 온갖 것들이 일어서고 난 후 드디어 그 눈짓 속에 파묻히는 나무 3월 지나며 어디선가 잦은 꿈들이 뒤척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 꿈속에서 많은 이름들이 가방을 열고 나온다 --------------------+ 봄비 / 김용택 어제는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