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비 / 가영심
아름다워라.
젖기 위하여 옷을 벗는
옷벗은 산천 초목들 꿈꾸며
제 영혼 깨우는 모습은
아름다워라.
빗방울 실안개로 퍼지며
내 품안 가득 쏟아져 와
안기어 들고
아무리 가슴 가득 넘치어도
빛나는 아픔.
흘러와 닿는 아, 그리움이여.
따스한 피와
눈물의 황토언덕에
가서 눕는 봄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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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강연호
오늘은 종일 추억을 관람하였다 오래된 흑백 무성영화의 자막처럼 나른한 비가 내려 지난 겨울의 마른 버짐으로 남은 잔설을 녹이고 있었다 멀리 칡뿌리캐러 산을 오르는 아이들의 날궂이, 종이우산이 바람에 뒤집히면 거기 유년의 나도 섞여 있었다 미나리가 툭툭 살얼음 털고 일어서는 산비탈을 따라 높거나 낮은 봉분들의 생애가 미끄러지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게 역력했다 가는 비에 취한 아이들은 후미진 동굴도 그냥 지나쳐가고 가물가물 죽은 사람들이 한번더 죽는 봄비가 내려 오늘은 종일 추억을 관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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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경규민
밤새
갈증을 풀어 주는
봄비가 축축이 내렸다
너무도 기다렸다는 듯
클라이맥스 열정으로
쏟아낸 흔적들
여기 저기
파릇파릇
울긋불긋
봄비
봄비는
음양과 자연을 接木시키는 마중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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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고미경
간이역에 와 닿는 기차처럼
봄비가 오네
목을 빼고 기다렸던
야윈 나무
끝내는
눈시울 뜨거워져
몸마다 붉은 말들 웅얼웅얼 터지네
한나절이 지나도록
포옹을 풀지 못하고
적시고
스미고
천천히 깊어지네
간이역 하나
그대에게 와 닿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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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고재종
봄비 내리면
저 대그늘진 뒷마당의
층층 더께진 삼동얼음 녹으려나
봄비 내리면
저기 저 시퍼런 탱자울 너머
꿈결인 듯 유유히 앞강물도 푸릴려나
동네 한복판쯤에
두발 뻗고 퍼질러 앉아
딱 공딱! 되게 한번 먹이고
아이고 한울니 ㅡ임
목 넘기면
봄비 내리면
내 마음 속 자갈밭 귀영치에도
강파른 씨톨 하나 이윽고 눈을 떠서
이제는 하늘도 젖은 하늘 아래
저 둔덕 밑의 꽃다지며 황새냉이꽃
벌써 저렇게 차오르는 보리밭이랑
한번쯤 목메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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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고정국
하늘나라 고관대작의
밀실서랍에서 슬쩍해온
수입산 발모촉진제를
사람 몰래
뿌리는
봄
경칩 녘 대머리 오름
화색 벌써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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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고증식
텅 빈 들에
그대 조용한 발자국
숨죽인 뼈마디에 가락으로 솟는
저 잎새들의 어깨춤을 보아라
혹한의 세월 건너온
소박한 새날의 첫 입맞춤이여
잔잔한 눈길로
새싹 한 떨기 바라보게 하는
그대, 반짝이는 생명의 눈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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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김선우
봄비는 봄비처럼 내려요
한 사흘쯤 아픈
강아지 맥박 소리가
봄비 속에서 들려요
이제 그만 아프고
끼잉, 일어나려는
강아지 앞발 같아요
보슬보슬 꼬리 같아요
봄비는 봄비처럼 내려요
며칠 아프긴 했지만
이제 그만 건강해지려는
강아지 숨소리처럼 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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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1 / 김주완
봄비는 기척도 없이 혼자서 온다
속살 얇은 벚꽃잎 쓰다듬으려
쓰다듬다가 도르르 굴러 떨어지려고
산지사방 흩날리는 라일락 향기를
낮게 쓸어 모아 흘려보내려
흐르고 흘러 시궁창까지 스며들게 하려고
오다가 힘 빠지면 쉴
연보라 등꽃 주저리에 거처 정하려고
바람을 떼어놓고 소리도 벗어난 채
봄비는 숨었던 연인처럼 사르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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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김진경
잠 안 오는 밤 내리는 비. 우러르면 캄캄한 허공 가득히, 난장을 튼 듯, 수만의 사당패며 농악패 환하게 내려와 절하고 사라지고. 사라진 자리마다 빈 들판엔 패랭이꽃 지천으로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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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김진학
하늘이 울고 있다
제 설움에 겨운 눈물을 따라
도시를 걷다 보면
창가마다에서 들리는 소리 없는 연초록과
눈(目)도 없는 하늘이
우는 오월이다
어떤 눈(目)을 가졌을까
하늘을 본다
칙칙한 회색이다
문득
노란 우산을 쓰고 걷는
여인의 눈길과 마주 친다
하늘이 여인의 눈 속에
머물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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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나태주
사랑이 찾아올때는
엎드려 울고
사랑이 떠나갈 때는
선채로 울자
그리하여 너도 씨앗이되고
나도 씨앗이 되자
끝내는 우리가 울울창창
서로의 그늘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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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남진우
누가 구름 위에
물항아리 올려놓았나
조용한 봄날 오후 내 창가를 지나가는 구름
누가 구름 위의 물항아리를 기울여
내 머리맡에 물을 뿌리나
조용한 봄날 오후
내 몸을 덮고 지나가는 빗소리
졸음에 겨운 내 몸 여기저기서 싹트는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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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문계봉
꾸중 듣는 아이처럼
소리 없이 내렸다 봄비
갑자기 늙어 버린 아들과 아기 같은 엄마가
불도 안 켠 방 안에 정물처럼 앉아
흘러간 시간 어디쯤에선가 놓쳐 버린
기억되지 않을 기억들을 더듬고 있을 때
보이지 않는 빗물은 벽을 타고 흐르고
흐르다 창문을 타고 흐르고
흐르다 방바닥을 적시고 끝내는
모자(母子)의 가슴속을 흐르다
스미었다 보이지 않는 빗물이
보이는 모든 것들을 적시며 흐를 때
침묵처럼 무거워진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은
저 혼자 물에 잠겨 컥컥 자맥질했다
가량없는 아들의 마음 밖으로
하염없는 엄마의 마음속으로
내리고 흐르고 고집스레 스몄다.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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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문태준
봄비 온다
공손한 말씨의 봄비 온다
먼 산등성이에
상수리나무 잎새에
송홧가루 날려 내리듯 봄비 온다
네 마음에 맴도는 봄비 온다
머윗잎에
마늘밭에
일하고 오는 소의 곧은 등 위에
봄비 온다
어진 마음의 봄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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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박기섭
하늘 어느 한갓진 데 국수틀을 걸어 놓고 봄비는 가지런히 면발들을 뽑고 있다
산동네 늦잔칫집에 安南* 색시 오던 날
*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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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박라연
사는 일이 너무 깜깜해,
아ㅡ악 소리치고 싶을 때
꽃잎 발소리처럼 빗소리 들리면
쩍쩍 금이 간 마음 너무 가벼워,
차라리 불지르고 싶을 때
비, 내려 나 아닌 다른 것들이라도 적시면
벚꽃 떨어져 이리저리 헤맬 때
혼자서는 흘러갈 수 없는 가느다란 봄비
그녀의 가냘픈 다리로
꽃잎, 그 헤맴을 감아올리려고 애간장 태우는 걸 보면
나도 몰래 내 숨 속에 내 거친 마음 가두네
숨이, 막, 끊어지기, 직전까지,
비의 사랑 한 가지 닮아보고 싶었는데
봄비, 나를 춘몽 속으로 아득히 데려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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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배한봉
당신은 새 잎사귀의 걸음으로 내게 들어왔다
하늘에서 대지로 조용조용 속삭이며 노크하던
당신의 발자국 소리에 맞춰 심장이 뛰고
피가 돌아 세계의 상처에 살이 차올랐고
구름의 눈썹 아래로 휴가 떠난 태양의 안부가 궁금했지만
간절했던 것들은 간절하게 자라서
척박한 페이지에 초록빛 문장을 새겨 넣었다
알몸으로 거울 앞에 서면 그새 새로 출간된
날개가 내 겨드랑이에서 언뜻 보였다
투명한 잎사귀의 걸음으로 당신이 내게 들어올 때
나뭇가지 안에 갇혀 신음하던 그 춥고 아픈,
간절한 것들이 찍어놓은 푸른 바코드
젖은 말들이 도처에서 재잘대며 걸어 나오고 있다
당신의 아이들이 재잘대며 달려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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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백원기
동이 트기까지 아직 먼 하늘
엷게 핀 잿빛 구름은
꽃샘바람과 하얀 눈발
서둘러 뿌리지 않고
잠든 모든 것 깨워 주는
따뜻한 봄비 쥐고 있다가
한꺼번에 부려주리라
얼었던 강물이 풀리고
겨우내 얼었던 인정도 녹아
살만한 봄날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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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복효근
꽃씨 뿌려놓으니 봄비 내린다
저 빗소리 얇게 떠서 한 자락 이불로 덮고
꽃꿈 꾸며 자는 잠
이 잠 끝이 이승이 아니어도
내 한 알 씨앗으로 봄비 또 만나면
한 줄기 풀잎으로 솟아
꽃은 필까
꽃으로나 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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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안현심
그대 떠난 어둑새벽 베갯머리 건반을 두드립니다
산 모롱이 도는 발자국마다 자작자작 고이는 눈물
봄비 내리는 아침, 꽃잎만 우수수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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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오애숙
봄비 속에 활짝 봄 열릴 때
봄비 타고 사랑도 내리는지
새 순에 초록 물감 흩뿌려
대지 촉촉이 적셔주는 비
맘속 스미어 삭막한 심연에
첫사랑의 향그럼 피어나고
들판에 싱그러움 휘날리듯
사랑의 씨앗 심연에 싹 터
그대 그리움 일렁이는 물결
첫사랑의 입맞춤 살랑이며
밤암새 꽃잎 속삭이는 소리
맘속에 물결쳐 부메랑 되어
엄동설의 긴 겨울잠 깨우는
아침창 여는 싱그러운 미소
옛사랑 가슴 열어 봄비 속에
입 맞춰 그리움을 노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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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유종순
비가 내린다 속삭이며 혹 수작하며
봄이 와요 봄이 와요
상심한 가슴 속 진물투성이의 상처 속 절망뿐인 0.6평의 일상 속으로
따사롭게 떨어져 내린다
그러나 나는 믿을 수 없어
비가 내린다 속삭이며
기억 저편 아득한 여인이 살내음을 흘리며
울며불며 믿어달라고 애걸하며
독버섯처럼 자라난 허약한 감상의 귀뿌리를 핥으며
따사롭게 따사롭게만 떨어져 내린다
그러나 정말 나는 믿을 수 없어
우리의 봄은
결코 한 방울 따사로운 봄비에 오지 않아
결코 한 점 흐드러진 춘삼월의 봄바람에 오지 않아
봄은, 우리의 봄은 말이야 정말 비정하게도
저 차갑고 높은 담벼락 속으로부터 오지
저 담벼락 속 기다림만 남은 거친 신음소리로부터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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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이문희
상서(祥瑞)로운 손님
깡마른 피부를 일깨우고
말라 붙은 혈관을 데우는
새 생명의 배냇물이 흐른다
움츠린 꽃몽오리 터지는 소리
얼어 붙은 무거운 지구를 이고
고사리 귀연 손길. 예쁜 미소가
깊은 계곡 산 울림되는
눈 쌓인 개울 속. 새 생명의
아우성 소리 듣는다
예쁘고 고운 아씨
산고(産苦)의 거룩한 고통
희열의 몸부림이 혈관 속으로
전류되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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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이정록
오늘 내리는 봄비는
안개비라서 보슬비라서
도랑까지 흘러가지 못합니다.
병아리 눈꼽만큼 내려서
쥐구멍에 스며들지 못합니다.
그런데 겨우
땅만 굽어보던 봄비라서
씨앗의 머리는 톡톡 정확히 맞춥니다.
늦잠 자는 개구리 이마는
간질간질 잘도 맞춥니다.
보이지도 않는데
땅속 씨앗과 개구리에겐
오늘 내리는 빗소리가 가장 크게 들립니다.
개구리가 슬금슬금 기어 나옵니다.
씨앗의 귀청이 새파랗게 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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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이향숙
봄비속에 난 서서히 젖어들고
내 숨결마저 젖어든다.
매달려 있는 빗방울에 얼굴을 들이대니
맑은 빗방울 속에
헝클어진 내 머리칼에서
찌든 삶의 냄새가 묻어난다.
서서히 젖어든 옷의 무게가
내 어깨위로 전해져 오고
힘겹게 걷고 있는 내 하얀 운동화가
흙탕물에 물들어가고,
손을 내민 처마안으로 들어가 보지만
한쪽 어깨가 여전히 비에 내맡겨진다.
뿌연 하늘에는 반갑지 않은 구름들이
널려져 있고 솔가지 사이사이에서 묻어나는
솔향기가 비속에 파묻히고
꽃잎을 다떨군 개나리도 새파랗게 질려있다.
촉촉히 젖은 숨결로
그대 안의 건조한 갈증을 녹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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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임재화
조용히 봄비 내리는 오후
은구슬처럼 영롱한 물방울이
가녀린 나뭇가지 끝에서
노란 꽃송이와 함께 매달려있다.
이제, 꽃샘추위도 물러나고
온종일 봄비가 내리고 있는데
노란 산수유 꽃송이 곱게 피어나
맑고 고운 향기를 풍기고 있다.
촉촉하게 젖어 든 뜨락에서
내 귓가에 다가와 속삭이듯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 소리가
메마른 내 가슴을 흠뻑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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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전윤호
당신 떠난 상처 위로
소금 같은 비 뿌리네
미처 우산을 펴지 못해
맨땅에 부딪쳐 깨지는 꽃잎들
곡기 끊어도 주리지 않고
잠 못 자도 졸리지 않은
비 내리네 벌겋게 부푸는 생채기
어제는 침몰했지 내 안 밑바닥
와불처럼 비스듬히 누워 비를 맞네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참이네
============
+ 봄비 / 정기현
토닥토닥
창문 두들기는 소리에
누군가 싶었더니
그리운 봄비가 왔어요
상큼한 손길에
연둣빛 어린 새싹
초록 꿈으로 조잘대며
부풀고
촉촉한 가지마다
사랑에 겨운
봉긋봉긋한 꽃망울
연분홍 신음으로 수줍다
사방팔방 피어나는
숨 가쁜 봄의 향연에
목마른 내 사랑을 달랠 듯이
그대 닮은 봄비가 찾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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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정호승
어느날
썩은 내 가슴을
조금 파보았다
흙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 흙에
꽃씨를 심었다
어느날
꽃씨를 심은 내 가슴이
너무 궁금해서
조금 파보려고 하다가
봄비가 와서
그만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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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조동운
봄비야 엄덩설한 다지나 이제야
내리는 기다리던 봄비야 봄이 와야
자연의 삼라만상은 차가운 기운 벗고
봄비에 초록들이 가지 끝 움이 돋고
봄바람 마셔가며 햇빛에 생기 얻어
자라는 만생만물이 얼마나 신기한지
사람도 마찬가지 차가운 인생사에
봄비가 바람타고 살며시 적셔주면
어려운 냉전시절의 인생사 밝혀주랴
양지에 자리 잡은 부초는 생기 돋고
자색 빛 토해내며 빗줄기 반기듯이
인생도 자연처럼 그렇게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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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한상남
소리 없이
겨울의 휘장을 그어 내리는
무수한 면도날
허공에서 올올이 풀리는 비단실은
누구의 맑은 핏줄로 스며드는 것일까?
나도
오늘은 조용히 흘러
순결한 이의 뜨락에
온전히 수혈되고 싶다
============
+ 봄비 / 황규관
봄비라면, 이렇게
이렇게 내려야지
살금살금 보슬보슬 돌멩이도 그 안이
추적추적 젖도록 내려야지
엄마 뱃속에서 눈감고 있는
핏덩이의 맥박처럼, 그렇게
내려야지 기다려도 기다려도
가진 건 울음뿐인 사람들
잠시 처마 밑에 웅크려앉아
메마른 영혼에 뚝뚝 듣도록 내려야지
흙더미를 밀고나오는 새싹처럼
고물고물 방긋방긋
그렇게 그렇게 힘차게
오는 듯 안 오는 듯 티도 안 내고
가득가득 내려야지 봄비라면 꼭,
설레는 내일의 리듬으러
그러나 오늘의 목소리로 꿈틀꿈틀
아무런 제한 없이 규정 없이
까마득히 내려야지
두근두근 왔다갔다 구름을 가르듯이
구름을 가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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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어 / 이공
삭힌 홍어에서 애인의 냄새가 난다
낡은 신발 때문에 까진 뒤꿈치
퇴근길 텅 빈 지하철에서 남몰래 주무르던
붉은 살 냄새 물씬 풍긴다
초경의 바다에서 바라보던 노을은
항상 사치였다고 틀어막은 울먹거림이
목젖을 치받으며 올라온다
이른 새벽 실려 온 궤짝 같았던
서울에서의 첫날밤
물 좋은 것만 골라 찝쩍대는
낯선 사람들의 손길 피할 재간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북적한 시장판 구석진 곳에
눈요깃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봄비 추적거리다 지친 파장 무렵
처음 그녀와 소주를 마시던 날
굳은 살 같은 홍어를 씹으면서
그 냄새로 인해 한 사람을
항아리처럼 껴안는 법을 알았다
환하게 웃으며 방문을 여는
그녀의 브래지어를 풀듯
홍어의 껍질 벗길 때마다
누릿한 바닷물 건너 온 냄새가 난다
붉어진 뒤꿈치로 내 마음에다
더 붉은 발자국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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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 봄 / 도종환
그해 봄은 더디게 왔다
나는 지쳐 쓰러져 있었고
병든 몸을 끌고 내다보는 창밖으로
개나리꽃이 느릿느릿 피었다. 생각해보면
꽃 피는 걸 바라보며 십 년 이십 년
그렇게 흐른 세월만 같다
봄비가 내리다 그치고 춘분이 지나고
들불에 그을린 논둑 위로
건조한 바람이 며칠씩 머물다 가고
삼월이 가고 사월이 와도
봄은 쉬이 오지 않았다
돌아갈 길은 점점 아득하고
꽃 피는 걸 기다리며 나는 지쳐 있었다.
나이 사십의 그해 봄
---------------------------
+ 고운 봄비 / 김병훈
아침부터 봄비가
참 곱게도 내린다
지금 내리는 봄비는
누구의 눈물이기에
이렇게도 아름다울까
빗방울이 내 온몸을
아주 천천히 적시고
마른 풀잎처럼 보이는
나의 창백한 얼굴을
깨끗하게 닦아준다
수줍은 웃음만 짓는
뺨을 타고 바닥으로
쉼 없이 떨어지는
작고 고운 빗방울은
혹 그대의 눈물인가
=================
+ 비 오는 날 / 천상병
아침 깨니
부실부실 가랑비 내린다.
자는 마누라 지갑을 뒤져
백오십 원을 훔쳐
아침 해장으로 나간다.
막걸리 한 잔 내 속을 지지면
어찌 이리도 기분이 좋으냐?
가방 들고 지나는 학생들이
그렇게도 싱싱하게 보이고
나의 늙음은 그저 노인 같다
비오는 아침의 이 신선감을
나는 어이 표현하리오?
그저 사는 대로 살다가
깨끗이 눈감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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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봄비 / 김궁원
봄비가 나의 창을 두드립니다.
차 한 잔에 빗소리는 선율이 되고
빗길 속에 사랑이 저기 오네요.
아직은
나의 사랑 모자라는데
어떡해
오는 사랑
만나야 하나!
이제
빗물처럼 흐르는 사랑은 하기 싫은데
빗물 같은 그리움은 못 견디는데
봄비가 내립니다.
우산 속에 그리움을 뒤로 감추고
빗소리에 그리움이 흠뻑 젖은 채
저만치서 걸어오는
그대는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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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도 봄비 / 정홍순
비 맞은 꽃이 더 예쁘다면서
음악을 얹어 사진을 띄웠다
꽃이 걸고 있는 저 빗방울은
물 좋은 새벽 비란 것을 알겠다
광어랑 농어 수족관에 넣고
칼을 문지르는
나로도 일육수산 여자가
흔들어대는 진주귀고리 닮았다
사양도 동백꽃 꺾어 물고
갈매기 날아와
쑥섬에 같이 젖어 흐르는
자르르 물 구르는 소리에
바다가
비에 젖어 핀다는 것을 알겠다
*전라남도 고흥군 동일면과
봉래면을 이루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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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의 사람들 6 / 고정희
ㅡ봄비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
+ 봄비 내리면 / 심의표
계곡에 쌓인 잔설
아직은 떠나지 않았는데
개울물 도란도란
고개 내민 버들강아지
성급함을 깨워주고
북악산 기슭 아지랑이
봄을 재촉하지 않았어도
남녘의 봄바람
구름 몰고 와 단비내리면
평화의 푸른 함성처럼
즐겁게 노래 부르며
온대지 푸나무들 한결같이
사랑의 눈빛 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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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사월에 / 이재무
봄비는 말한다
열심히 공부하세요 여차장에게
대학에 가세요
이제 졸음 좇는 어둠은 버려야지요
봄비는 말한다
옷을 입으세요 창녀에게
아기를 가져보세요 가정을 이뤄보세요
단골 홀아비의 바지를 훔쳐보시지요
봄비는 말한다
근육에 잎을 틔우세요 노동자에게
이제 단칸방은 버려야지요
봄비는 말한다
더욱 튼튼한 다리를 가지세요 병약자에게
거리를 활보하세요
오백 년만 더 사시지요
봄비는 말한다
넘어지세요 진흙살에
더욱 납작 엎드리어 아랫배에 힘을 주세요
싱싱한 씨앗을 뿌리시지요
풀잎에 구르는 싱싱한 눈물
아직, 팔팔한 종아리에 꽃을 피우며
넘어지고 일어서는 흙탕길 가요
가슴 파는 그리움
이 땅 위 솟아오르는 샘물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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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소리에 / 최병창
보이지 않는 진동이
마법의 순간처럼 흐르고 있었네
겨울이 풀려날 즈음, 신기하게도
온몸의 세포가 느린 행진을 시작하고
겨우내 묵혀 두었던 살갗 위 비늘들이
서서히 떨어져나가는 시점에
스멀스멀 온기가 온몸으로 살아나듯
채 마르지 않은
낱말들이 미동하듯 흘러내리고 있네
목마름에 눈뜨려는 빗소리를
기다리지 않은 생명 어디 있겠는가
소리마저 미끄러지듯 봄비가 흘러내리네
끌어 안듯 속내까지 흠뻑 적시며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장맛비보다
겨우내 묵혀둔 머릿결 잔잔히 빗어 내리듯
소리마저 외롭다고 서툴게 뒤척이는
그래서 흠모하며 집중하는 봄비인가보네
기억해야할 이유가 있어
꽤 오랜 시간을 다듬은 순간,
누구라도 기다림을 살필 자유는 있는 것
봄비가 소리처럼 내리고 있네
소리가 봄비처럼 내리고 있네,
이 비 그치면 눈을 뜬 새싹들은
펴지 못한 날개를 다독일 테고
먼데 소리로 닫혀있던 눈과 귀도
불러들일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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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날에 / 나희덕
내 우산살이 너를 찌른다면, 미안하다
비닐 우산이여
나의 우산은 팽팽하고
단단한 강철의 부리를 지니고 있어
비 오는 날에도 걱정이 없었거니
이제는 걱정이 된다
빗속을 함께 걸어가면서 행여
댓살 몇 개가 엉성하게 받치고 선
네 약한 푸른 살을 찢게 될까 두렵구나
나의 단단함이 가시가 되고
나의 팽팽함이 너를 주눅들게 한다면
차라리 이 우산을 접어 두겠다
몸이 젖으면 어떠랴
만물이 눅눅한 슬픔에 녹고 있는데
빗발이 드세기로
우리의 살끼리 부대낌만 하랴
비를 나누어 맞는 기쁨,
젖은 어깨에 손을 얹어
따뜻한 체온이 되어줄 수도 있는
이 비 오는 날에
내 손에 들린 우산이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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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봄비 / 이민숙
촉촉하게 내린 봄비 달게 마신
만삭의 버들강아지도
지천으로 움 틔우는 야생화도
앞다투어 피어오르기에 분주하다
양수 같은 단비 받아 흙을 쪼아대며
실핏줄과 혈관을 열어 놓고
용솟음치며 봄을 밀어 올린다
초록의 혁명은
연두빛 채색으로
계절의 깃발을 쫓아 돋아 오르고
외진 그늘에 핀 은방울꽃도
민들레 홀씨도
돌 틈 한 줌 흙에서 기어이 돋아나고
사방에 가시로 둘러싸인
덤불 속 탱자꽃도 눈을 뜨고
언덕배기 찔레꽃도 주저 없이
햇살을 덥석덥석 베어 물었다
고군분투하는 야생화를 보라
폴짝폴짝 노처녀가 될까
토지의 시간을 부여잡고
뽀드득 뽀드득 생명을 씨방을 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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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와의 추억 / 도지현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엔
어디선가 나를 보아줄 그이가 생각난다
우산도 없이 하교할 때엔
살며시 우산을 받쳐주던 그 사람
누구나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가슴 한편에 비단보에 싸서 간직한다
좋은 추억은 오래 간직하고 싶고
나쁜 추억은 빨리 지워버리고 싶어지지
그런데 추억은 뇌리에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는 화인이 되어 있다.
오늘처럼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이면
그때, 그 순간의 기억이 생생한 것이
지금도 그 둑길엔 그때처럼 봄비가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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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가 준 선물 싹 / 민만규
봄비 한줄기
시원하게 내리고 나니
그 자리엔
가녀린 회갈색 개나리 줄기
잔가지가 녹색 싹 틔우며
두 팔을 치켜세웁니다
아
봄비에 고마워라
수많은 싹이
두 팔 벌려
가녀린 외나무다리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봄비 한 번 더 내리면
노란 옷 걸치고
희망이란 꽃말로
흐드러지게 울타리를 수 놓으며
봄을 유혹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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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내리는 날에 / 박장락
봄비 내리는 날에
우산도 없이
지난날들의 사연이 흐르는
강가를 서성입니다
빈 가슴에 스며드는 그리움
무언의 몸짓으로
비를 맞아 싱싱해진 풀잎 사이로
소리없이 내리고
젖은 어깨를 타고 내리는
떨치지 못한 그리움은
끝내 온몸을 적시우고..
그대 그리워 쓸어 담은 시간은
기다림의 눈물이 되어
강물처럼 허무하게 흘러 만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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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봄비가 된다 / 신형석
순대국밥을 먹는 아침
이맘때 즈음이라 장담하고 있는 너는
소주맛을 모르는 것이다
그대가 미소 또는 웃음지을 때
그때를 위하여
나는 참회의 한방울을 내려놓고
결코 포기하지 않고
꾸불꾸불 맥을 유지해 온
라면 끓는 소리 같았던
시간들을 추억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짜릿한 봄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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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출판업자의 봄 / 박유라
1
up, up, up, 업이 쌓인다. 무수히 돋아나는 봄호,
차르륵차르륵 출력기를 빠져나온 봄나물들이 저 까마득한 계곡에서 책상 위로 가뿐히 옮겨 쌓인다. 백지 위에 싹 트는 수 천의 활자들, 다시 어디론가 업이 닿을 그날까지 한 권씩 어둠마다 하얀 마스크로 꼭꼭 봉해지는 저녁
상 위에 책 쌓이고, 폭설 쌓이고, 고요 두텁게 두텁게 먼 산 무덤들 쌓이고,
2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는다 향나무 연필 그림자 길게
누가 내 밑줄 밑에서 휘적휘적 가고 있다
숨통을 부풀렸다 조였다 하면서
저녁을 먹고 노을 읽으러 서안복음병원으로 가고 있다
싸이렌이 긋고 가는 붉은 색 밑줄 저 앞 어둠 속으로
니체가 먼저 구멍난 신을 신고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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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속으로 사라지다 / 이원규
봄비를 맞으며
몽유병 환자처럼 걷고 싶다
잘 모르는 여인과
팔짱을 끼고
무작정 빗속을 걷고 싶다
아카시아 이파리들이
저문 강의 은어 떼처럼 반짝이면
머리카락이 젖고 얼굴이 젖고
속살이 다 젖을 때까지
잘 모르는 여인의 체온을 느끼며
아무 말 없이 걷고 싶다
전라선 밤 열차를 타고 가다
구례구역이나 어느 간이역에 내려
비 내리는 섬진강변을 걷다가
마침내 아랫도리까지 젖으면
강물도 저의 친구로 받아주리니
산성비면 어떻고 감기면 어떤가
뼛속 깊이
묵언의 강이 흐르고
소쩍새 울음이 귓불을 스치면
이따금 아카시아 꽃잎들이
눈썹에 콧잔등에 달라붙겠지만
개의치 않고 걸어가고 싶다
가다 지치면
십오 촉 외등 하나 안쓰러운
소읍의 어느 허름한 여인숙에 들어가
마침내 나란히 눕고 싶다
젖은 구두가 마르고
속옷이 마를 때까지
알몸의 팔베개를 해주고
그녀의 머릿결을 어루만지며
비릿한 봄비향 속으로 멸입되고 싶다
무덤 속 합장된 부부처럼
수백 년간
백골의 마디마디를 걸고
비로소 깊은 잠을 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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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그리고 아이와 새총 / 김지향
전깃줄에 미끄럼 타는 물방울을
발가락으로 구슬치기하는 제비 두세 마리
발코니 창문에서 한쪽 눈에 눈씨를 모은
아이는 새총 개머리판 고무줄을 힘껏 당겼다
땅! 전깃줄이 한번 휘청거리고 구멍 뚫린 제비의
발가락 너머 은반지처럼 뽀얀 하늘이
똥그랗게 앉아있다
(어제는 제비가 전깃줄을 떠나 공간 밖
공간으로 절뚝이며 넘어가고
오늘은 바람도 몸을 숨긴 명주 커튼 친 하늘에
없는 제비의 피 묻은 발자국만 꾹 꾹,
찍혀있다 ~너는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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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는 추억을 데려오고 / 나영애
등을 보이고 서 있었다
산만한 덩치
듬직해 보이던 모습은
무거워 보였다
나를 후끈하게 했고
술렁이게 하고
손 끝 스침에
내 몸은 스프링이 되었지
우리 사이
건널 수 없는 강이 놓였지만
탱탱하던 오감
보이지 않던 그것이 내게 와
감정을 쥐락펴락 하더니
손가락 사이
시간 빠져나가 듯 사라졌다
뜨거움도 울렁거림도
질투도 죽고
팔짝 뛰어오르던 자리에
꼼발로 내리는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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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채취하려 길을 나서다 / 신형식
가지산 감아돌아 청도 가는 길 비탈,
밤새 뒤척이던 어둠의 음모는
한줄기 햇살같은 염화미소를 입가에 흘리고
동안거 해제일에 맞추어
도열된 펫트병 옆에 나도 선다.
하늘 향해 뚜껑 열고
눈이란 눈은 모두 다 지그시 감으면
천국으로 향하는 고무 대롱,
그 끝을 타고 봄이 내린다.
굳이 계절의 허벅지 쯤에
구멍을 내지 않아도
비는 오는 거다. 봄비는 내리는 거다.
개구리 깨어날 경칩까지라 제한하지 않아도
노란 쪼끼에 채취면허 적지 않아도
속 보이는 병 옆에 나란히 서기만하면
봄비는 오는거다.
배꼽을 지나 명치를 타고
가슴 속 깊이까지 배달되어 오는 거다.
펫트병 하나에 만원이라
굳이 써붙이지 않아도
고로쇠 액 흐를 쯤이면
비는 오는 거다.
눈 지그시 감고 입 벌리고 서면
쪼르륵, 그순간
봄은 채취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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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젖은 꽃잎 편지를 띄우고 / 이채
봄비처럼 촉촉한 사람들과
꽃잎처럼 고운 삶을 살고 싶어
잔잔한 꽃물결에 일렁이는 백조처럼
나 그렇게 아름답고 싶어
고운 목청으로 새들의 노래를 부르며
모든 이들을 아끼며 사랑하고 싶어
마음의 먼지가 일고
집착의 바람이 불고
생각의 잡초가 자랄 때
봄비처럼 고요한 미학으로
다시 피고 싶은 꽃 한 송이의 지혜
사람이 눈물 없이 살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을 떠나서 살 수 있을까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며
꽃망울 틔우는 소망의 초록비처럼
나도 누구에게 기쁨의 샘터가 되고 싶어
봄비 젖은 꽃잎 편지를 띄우고
고요히 명상에 잠기노라면
가슴을 적시는 잔잔한 빗소리는
나를 가다듬는 맑은 기도가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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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 함민복
우산은 말라가는 가슴 접고
얼마나 비를 기다렸을까
비는 또 오는 게 아니라
비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내린다는 생각을 위하여
혼자 마신 술에 넘쳐 거리로 토해지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정작 술 취하고 싶은 건
내가 아닌 나의 나날인데
비가와 선명해진 원고지칸 같은
보도블록을 위를
타인에 떠밀린 탓보단
스스로의 잘못된 보행으로
비틀비틀 내 잘못 써온 날들이
우산처럼 비가 오면
가슴 확 펼쳐 사랑한번 못해본
쓴 기억을 끌며
나는 얼마나 더 가슴을 말려야
우산이 될 수 있나
어쩌면 틀렸을지도 모르는 질문에
소낙비에 가슴을 적신다
우산처럼 가슴한번
확 펼쳐보지 못한 날들이
우산처럼 가슴을 확 펼쳐보는
사랑을 꿈꾸며
비 내리는 날 낮술에 취해
젖어오는 생각의 발목으로
비가 싫어 우산을 쓴 것이 아닌
사람들의 사이를 걷고 또 걸으면
우산 속으로도 빗소리는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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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봄비를 따라가서 빈 배를 흔든다 / 박남준
정처 없는 것들이 밤새 숲을 흔들며 거센 강물 소리를 부려놓는다 잠자리를 뒤척이며 듣는 바람머리 길목 처마 끝에 목을 맨 풍경소리가 현기증처럼 어지럽다 이윽고 내리는 해묵은 것들 씻어내는 봄비구나 세상의 무엇이 힘겹지 않겠는가
빗발이 일고 이제 낙숫물 소리 불을 켜놓고 잠이 들었군 아침 봄비 속에 물안개가 자욱하다
나무들이 안개의 숲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구나
아무것도 없는데 내 입을 통해 나온 말이 내 귀에 닿는다 흠칫 놀란다 또 혼잣말을 하다니 그 말이 또 귀에…… 씁쓸한 웃음이 빗소리에 젖는다 젖은 마음이 비를 따라간다 깃을 적신 채 나뭇가지에 움츠린 저 작은 멧새, 벌레를 잡는지
깃을 적시는 봄비가 허기를 채우지는 않겠지
가만 배가 고픈 것인가 아니면 습관, 된장국을 끓일까 밥이 좀 남아 있던가
__________*57
봄비 / 가영심
봄비 / 강연호
봄비 / 경규민
봄비 / 고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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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고재종
봄비 / 고정국
봄비 / 고증식
봄비 /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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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1 / 김주완
봄비 / 김진경
봄비 / 김진학
봄비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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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남진우
봄비 / 문계봉
봄비 / 문태준
봄비 / 박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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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박라연
봄비 / 배한봉
봄비 / 백원기
봄비 / 복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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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안현심
봄비 / 오애숙
봄비 / 유종순
봄비 / 이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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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이정록
봄비 / 이향숙
봄비 / 임재화
봄비 / 전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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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정기현
봄비 / 정호승
봄비 / 조동운
봄비 / 한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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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황규관
홍어 / 이공
그해 봄 / 도종환
고운 봄비 / 김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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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 천상병
그대는 봄비 / 김궁원
나라도 봄비 / 정홍순
땅의 사람들 6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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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면 / 심의표
봄비, 사월에 / 이재무
봄비 소리에 / 최병창
비 오는 날에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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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봄비 / 이민숙
봄비와의 추억 / 도지현
봄비가 준 선물 싹 / 민만규
봄비 내리는 날에 / 박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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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봄비가 된다 / 신형석
어느 출판업자의 봄 / 박유라
봄비 속으로 사라지다 / 이원규
봄비, 그리고 아이와 새총 / 김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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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는 추억을 데려오고 / 나영애
봄비 채취하려 길을 나서다 / 신형식
봄비 젖은 꽃잎 편지를 띄우고 / 이채
우산 속으로도 비 소리는 내린다 /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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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봄비를 따라가서 빈 배를 흔든다 / 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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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에 관한 시 5
+ 봄날 / 차성우 봄비 그치니 꽃잎이 다 젖었네. 두견이 밤새 울어 꽃잎 다 물들었네. --------------------+ 봄비 / 가혜자 잠들었던 대지에 꽃을 피우고픈 당신의 눈물입니까 ---------------------+ 봄비 /
dowon32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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