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 권경업
물오른 보릿대궁
하늘대는 밭고랑 끝에
산자락은
버선발을 살며시 올려놓고
짙푸른 짧은 치마
수줍다고 얼굴 가리네
재넘어 영마루에
뭉게구름 피어오르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 속에
칡 캐는 아이들의 마음은
짓궂은 바람 따라
이리저리 물결치며
푸르른 오리나무 숲으로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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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 김상현
나와 봐
어서 나와 봐
찔레꽃에 볼 부벼대는 햇살 좀 봐
햇볕 속에는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려고
멧새들도 부리를 씻어
들어 봐
청보리밭에서 노는 어린 바람 소리
한번 들어 봐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애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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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 김태인
저, 귀여운 햇살 보세요
애교 떠는 강아지처럼
나뭇잎 핥고 있네요
저, 엉뚱한 햇살 보세요
신명 난 개구쟁이처럼
강물에서 미끄럼 타고 있네요
저, 능청스러운 햇살 보세요
토닥이며 잠재우는 엄마처럼
아이에게 자장가 불러주네요
저, 사랑스러운 햇살 보세요
속살거리는 내 친구처럼
내 가슴에 불지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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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 안재동
5월엔, 왠지 집 대문 열리듯
뭔가가 확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곳으로
희망이랄까 생명의 기운이랄까
아무튼 느낌 좋은 그 뭔가가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기분이 든다
5월엔, 하늘도 왕창 열려
겨울 함박눈처럼
만복이 쏟아져 내리는 느낌이 든다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5월엔, 아기 손처럼 귀엽고 보드라운,
막 자라나는 메타세쿼이아의 잎을
가만히 바라보거나 만져보노라면
오랫동안 마음속에 응결되어 있던
피멍 하나 터져
그곳에서 새순이라도 쑤욱 돋아나는
느낌이 든다
5월엔, 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여전히 그때의 그 싱그러운
당신의 얼굴 같은 그런 느낌이 있다
언제나
5월엔, 천지를 가득 채우는
따사로운 햇살에
오랫동안 잠겨있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집 먼지 진드기 같은 잡념을 태워보자
어디에선가 꼭꼭 숨어
유서라도 준비할 것만 같은
그런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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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 오세영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 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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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 용혜원
오월
초록이 좋아서
봄 여행을 떠난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
마음으로 느끼는 행복이
가슴에 가득하다
오월
하늘이 좋아서
발길을 따라 걷는다
초록 보리 자라는 모습이
희망으로 다가와
들길을 말없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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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 조병화
스물을 갓 넘은 여인의 냄새를
온몸에 풍기며
온갖 꽃송이들이 물 돋은 대지에
나뭇가지 가지에 피어난다.
흰 구름은 뭉게뭉게 라일락의
숫 푸른 향기를 타고
가도 가도 고개가 보이지 않는
푸른 먼 하늘을 길게 넘어간다.
아, 오월은 여권도 없이 그저
어머님의 어두운 바다를 건너
뭣도 모르고
내가 이 이승으로 상륙을 한 달
해마다 대지는 꽃들로 진창이지만
까닭 모르는 이 허전함
나는 그 나른한 그리움에 취한다.
오, 오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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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 최금녀
여기저기
언덕 기슭
흰 찔레꽃
거울 같은 무논에
드리운
산 그림자
산빛
들 빛 속에
가라앉고 싶은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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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 홍수희
시들 때를 미리 슬퍼한다면
장미는 피지 않았을 거예요
질 때를 미리 슬퍼한다면
나무는 초록을 달지 않았을 거구요
이별을 미리 슬퍼했다면
나는 당신을 만나지 않았겠지요
사랑이란 이렇게,
때로는 멀리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
5월의 장미처럼 나는 그리운 이여
5월의 신록처럼 나는 그리운 이여
당신을 향해 다시 피어나겠어요
당신을 향해 다시 시작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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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五月 / 김동리
5월의 나무들 날 보고
멀리서부터 우쭐대며 다가온다
언덕 위 키 큰 소나무 몇 그루
흰 구름 한두 오락씩 목에 걸은 채
신나게 신나게 달려온다
학들은 하늘 높이 구름 위를 날고
햇살은 강물 위에 금가루를 뿌리고
땅 위에 가득 찬 5월은 내 것
부귀도 선향(仙鄕)도 부럽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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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 /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진다
바람은 넘실 천(千)이랑 만(萬)이랑
이랑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여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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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 / 임보
모란이 지자
장미가 피어난다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꿀벌들은 종일 윙윙대고
알을 낳으려나, 종달새는
보리밭 위에서 애가 탄다
찔레꽃이 광목 홑청처럼
볕 바리기를 하는 들녘
산마루엔 초록 구름
하늘엔 뭉게구름
빨간 자전거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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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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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 / 하청호
장미꽃 봉오리
그 봉오리에
해님은 쉼 없이
햇살을 부어 넣고 있다
하루
이틀
햇살의 무게에 못 이겨
장미꽃 활짝 벌어졌다
장미 꽃 속에서
차르르
차르르
쏟아져 내리는
빛 구슬, 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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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에 / 박두진
푸른 한 점 구름도 없이 개인 하늘이 호수에 잠겼습니다.
호수는, 푸른 하늘을 잠근 호수는, 푸른 머언 당신의 마음
볕 포근히 쏘이고, 푸른 나뭇잎 하늘대고,
하나 대는 잎 사이, 여기저기 붉게 피는 꽃 무더기.
오월은, 재재대는, 적은 새의 떼와 더불어,
푸른 호수 가로, 호수 가로, 어울리는데,
당신은, 오월, 이, 부드러운 바람에도 안 설렙니까.
소란한 저자에서 나무와 꽃 잎 사이,
비록 아기자기 대수롭지도 않은 풍경이긴 하나,
내 조용히 묻고, 조용히 또 대답할 말 있어,
기인 한나절을, 나 어린 소년처럼 혼자 와 거닐어도,
당신은, 하늘처럼, 마음 푸른 당신은 안 오십니다.
이제는, 머언 언제 새로운 날 다시 있어,
내, 어느, 바다가 바라뵈는 언덕에 와 앉아,
오오래, 당신을 기다리기, 하늘로 맺혀 오른 고운 피의 얼이,
다시, 저, 푸른 하늘에서, 이슬처럼 내려 맺어
나의 앞에, 붉은 한 떨기 장미꽃이 피기까지,
나는, 또, 혼자, 오오래 소년처럼 기다릴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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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은 / 윤보영
5월은
그대를 닮았습니다.
산과 들, 온 세상에
그대 닮은 꽃이 활짝 피어있고
가지마다 그대 생각처럼
새싹이 가득합니다.
이 좋은 5월
나는 오늘
뭉게구름을 타고
그대 가슴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대 손을 잡고
뛰고 달리며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5월은 그대!
그대가 내게 왔고
그 속에 내가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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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소식 / 정지용
오동나무 꽃으로 불 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 소곤거리는구나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오월 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어
하늘과 딱닿은 푸른 물 결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만틱만을 찾어 갈 가나
일본 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가르치러 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이야,
날마다 밤마다 섬 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오는 듯 머얼리 우는 오르간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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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에는 / 반기룡
5월에는
우리 저 창공을 힘차게 날아보자
비상하는 새처럼 하늘을 쭉쭉 미끄러지며
희망의 나래 활짝 펴고 맘껏 날아보자
가슴에 웅크리고 있던
고달픈 찌꺼기 휘익 휘익 던져버리고
삐리리 삐리리 노래 불러보자
사노라면 먹장구름 뭉게구름
떴다 사라지고 흩어졌다 모이는
변화의 연속이지만
버들피리 은은하게 허공에 날리고
찌든 생각 애드벌룬처럼 마구 띄우며
담뱃재처럼 툭툭 털어내며 소리쳐보자
5월에는
우리 저 창공을 기쁘게 날아보자
나뭇잎 우거져 푸르게 푸르게 다가오고
맑은 햇살 스리슬쩍 끌어당겨
시린 가슴과 마음을 살짝 뎁혀보자
강심에 홀로 서 있는
마른 나무 가지 끝에서 우짖는 새소리 들으며
조용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가슴에 포개며
명상과 반성의 옹골찬 시간을 가져보자
우리의 미래가 동백처럼 푸르고
우리의 내일이 햇살처럼 반짝이며
5월은 신록의 생살을 푸르게 푸르게 토악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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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시 / 이문희
토끼풀 꽃 하얗게 핀
저수지 둑에 앉아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는 한 덩이 하얀 구름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속에 들어가
빛바랜 유년의 기억을 닦고 싶다.
그리고 가끔
나는 바람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 위에 드리워진
아카시아꽃향기를 가져다가
닦아낸 유년의 기억에다
향기를 골고루 묻혀
손수건을 접듯 다시 내 품 안에 넣어두고 싶다.
5월의 나무들과
풀잎들과 물새들이 저수지 물 위로
깝족깝족 제 모습을 자랑할 때
나는 두 눈을 감고
유년의 기억을 한 면씩 펴면서
구름처럼 바람처럼 거닐고 싶다.
하루 종일 저수지 둑길을 맴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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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시 /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색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 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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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편지 / 도종환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며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멥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
소리 없이 흔들리는 붓꽃 잎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
오는 이 가는 이 눈치에 채이지 않게 또 하루를 보내고
돌아서는 저녁이면 저미는 가슴 빈자리로 바람이 가득가득 몰려옵니다
뜨거우면서도 그렇게 여린 데가 많던 당신의 마음도
이런 저녁이면 바람을 몰고 가끔씩이 땅을 다녀갑니까
저무는 하늘 낮달처럼 내게 와 머물다 소리 없이 돌아가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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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의 시 / 김영랑
나는 풀로, 너는 꽃으로
사랑의 마음으로 피어나는 오월
당신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
하늘이 언어를 쓰게 하십시오
나무처럼 우리 가슴도
초록의 싱싱한 순수 담게 하십시오
탐스런 목련이 되게 하십시오
꽃씨로 심어진 씨알들의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는 오월
소리 없이 떠다니는 구름의 모습으로
당신과의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삶의 숨결로 생명에 용기 더하는 오월
이기와 욕심으로 감겨진 눈을 뜨게 하십시오
눈떠서 햇살 보게 하십시오
구석구석 어둠을 털어 내는
빛의 자녀답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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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 찬가 / 오순화
연둣빛 물감을 타서 찍었더니
한들한들 숲이 춤춘다.
아침 안개 햇살 동무하고
산허리에 내려앉으며 하는 말
오월처럼만 싱그러워라
오월처럼만 사랑스러워라
오월처럼만 숭고해져라
오월 숲은 푸르른 벨벳 치맛자락
엄마 얼굴 인양 마구마구 부비고 싶다.
오월 숲은 움찬 몸짓으로 부르는 사랑의 찬가
너 없으면 안 된다고
너 아니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네가 있어 내가 산다.
오월 숲에 물빛 미소가 내린다.
소곤소곤 속삭이듯
날마다 태어나는 신록의 다정한 몸짓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
오월처럼만
풋풋한 사랑으로 마주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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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 하늘 / 이원문
파란 하늘의
보릿고개 언덕
그 긴 언덕 바라보며
하늘을 원망했고
입 하나에 매달려
지는 해를 원망했다
인생을 배우던 날
뒷산 마루의 먼 하늘
그 하늘이 왜 그리 멀기만 했는지
누런 송홧가루는 앞 산을 가렸고
서산의 긴 그림자 보리밭 가릴 무렵
소쩍새의 서러움이
저 보리밭 찾았나
뒷산 마루의 그 멀던 하늘
그마저 안 보이고
해 떨어져 바람 부니
노을의 보리밭 어둠이 가렸다
===============
+ 푸른 5월 / 노천명
청잣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앞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5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컹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친다.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에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남 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림자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5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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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그늘 / 김현승
그늘,
밝음을 너는 이렇게도 말하는구나
나도 기쁠 때는 눈물에 젖는다.
그늘,
밝음에 너는 옷을 입혔구나
우리도 일일이 형상을 들어
때로는 진리를 이야기한다.
이 밝음, 이 빛은
채울 대로 가득히 채우고도 오히려
남음이 있구나
그늘―너에게서……
내 아버지의 집
풍성한 대지의 원탁마다
그늘,
오월의 새 술들 가득 부어라!
이팝나무―네 이름 아래
나의 고단한 꿈을 한때나마 쉬어 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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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노래 / 황금찬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려져 있던 난초가
꽃 피는 달
미루 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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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다짐 / 정연복
초록 이파리들의
저 싱그러운 빛
이 맘속
가득 채워
회색빛 우울(憂鬱)
말끔히 지우리.
살아 있음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살아 있음은
생명을 꽃피우기 위함이라는 것
살아 있는 날 동안에는
삶의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것.
초록 이파리들이 전하는
이 희망의 메시지
귀담아듣고
가슴 깊이 새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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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사랑 / 송수권
누이야 너는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는가
오월의 저 밝은 산색이 청자를 만들고 백자를 만들고
저 나직한 능선들이 그 항아리의 부드러운 선들을 만들
였다고는 생각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누이야 너 또한 사랑하지 않을 것인가
네 사는 마을 저 떠도는 흰 구름들과 앞산을 깨우는
산록들의 연한 빛과 밝은 빛 하나로 넘쳐흐르는 강물을
너 또한 사랑하지 않을 것인가
푸른 새매 한 마리가 하늘 속을 곤두박질하며 지우는
이 소리 없는 선들을, 환한 대낮의 정적 속에
물밀듯 터져오는 이 화녕끼 같은 사랑을
그러한 날 누이야, 수틀 속에 헛발을 디뎌
치맛말을 풀어 흘린 춘향이의 열두 시름 간장이
우리네 산에 들에 언덕에 있음 직한 그 풀꽃 같은 사랑
이야기가 절로는 신들린 가락으로 넘쳐흐르지 않겠는가
저 월매의 기와집 네 추녀 끝이 허공에나 뜨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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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아침 / 나태주
가지마다 돋아난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으려면
눈썹이 파랗게 물들 것만 같네요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려면
금세 나의 가슴도
바다같이 호수같이
열릴 것만 같네요
돌덤불 사이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듣고 있으려면
내 마음도 병아리 떼같이
종알종알 노래할 것 같네요
봄비 맞고 새로 나온 나뭇잎을 만져보면
손끝에라도 금시
예쁜 나뭇잎이 하나
새파랗게 돋아날 것만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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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아침 / 윤준경
모두들 가고 있구나
5월 나뭇잎의 오케스트라를 들으며
초록의 터널을 지나
저마다 한 뭉치의 희망
넘치는 꾸러미 한 아름 안고
사과씨 뿌려진 아스팔트 위를
나도 가고 있구나
삶은 이런 것이려니
늘 스치고 지나는 일도
문득 뜨겁게 다가서는 것
어둠의 황량한 거리 초록불 켜지면
저 당당한 어깨 한 치의 오차 없는
발맞춤을 보라
사과씨는 움이 트고 다시 태양은 뜨리니
저려오는 다리 아린 팔뚝도 잊고
5월의 새 아침, 가로수 아래
빛나는 이마
참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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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이 오면 / 김용호
무언가 속을 흐르는 게 있다
가느다란 여울이 되어
흐르는 것
이윽고 그것은 흐름을 멈추고 모인다
이내 호수가 된다
아담하고 정답고 부드러운 호수가 된다
푸르름의 그늘이 진다
잔 무늬가 물살에 아롱거린다
드디어 너, 아리따운
모습이 그 속에 비친다
오월이 오면
호수가 되는 가슴
그 속에 언제나 너는
한 송이 꽃이 되어 방긋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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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이 오면 / 황금찬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려져 있던 난초가
꽃 피는 달
미루 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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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초대 / 임영준
입석밖에 없지만
자리를 드릴게요
지나가던 분홍 바람에
치마가 벌어지고
방싯거리는 햇살에
볼 붉힌답니다
성찬까지 차려졌으니
사양 말고 오셔서
실컷 즐기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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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향기 / 남성대
5월의 창문 너머 변주곡이 들리고
변이 된 바이러스처럼 날씨마저 스산한데......,
먹구름으로 뒤덮인 서쪽 하늘엔 포성이 멈추지 않고
궂은비만 하염없이 내리는구려
계절의 여왕 5월이 왔다지만,
미얀마의 봄은 얼어붙은 듯
시련은 그칠 줄 모르고
탄식 소리 안개처럼 자욱하구나
한겨울 추위가 꽃잎을 더욱 곱게 채색하듯
때가 되면 5월의 향기로 짙게 피어나리
유유상종(類類相從)이 어찌 인생뿐이랴만
벌 나비 모두 자연의 섭리에 따른
결실을 위한 매개체인데......
유달리 별난 인생들이여!
진정코 우리는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아
5월의 향기처럼 피어나야만 하리
흩어져 숨기운 보물지도 같은 형제자매여!
우리 모두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서로 협력한다면
정녕 평화로운 세상에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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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 오월은 / 김정호
하얀 꽃 한 송이
시들어간 오월
질긴 목숨 하나
불꽃이 되어 타오른다
세월은 흘렀어도
수천의 한 맺힌 통곡 소리
아직 귓가에 맴돌고 있다
초록 향기마저 잊어진 그 해 오월
꽃보다 고운 소녀의 싸늘한 주검도
태양을 뱃속에 넣고 두 눈을 감지 못한
임산부의 한 많은 얼굴도
날카로운 단검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지만
그날 그 함성은
지금도 원혼으로 물결쳐와
시들어간 무덤 위에 무너져
우리들 가슴속에
오월의 장미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다
==================
+ 오월의 그늘 / 김현승
그늘,
밝음을 너는 이렇게도 말하는구나
나도 기쁠 때는 눈물에 젖는다.
그늘,
밝음에 너는 옷을 입혔구나
우리도 일일이 형상을 들어
때로는 진리를 이야기한다.
이 밝음, 이 빛은
채울 대로 가득히 채우고도 오히려
남음이 있구나
그늘 너에게서.....
내 아버지의 집
풍성한 대지의 원탁마다
그늘,
오월의 새 술들 가득 부어라!
이팝나무ㅡ네 이름 아래
나의 고단한 꿈을 한때나마 쉬어 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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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의 노래 / 신진호
창을 타고 흐르는
오월에 내리는 비는
슬픈 가슴 물들이는
선연한 철쭉 빛 비
속눈썹에 재잘대는
오월의 햇살은
슬픈 가슴 두드리는
환한
보랏빛 햇살
-----------------------------
+ 오월의 신록 / 천상병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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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이 오면 / 장인성
오월이 오면
손톱 밑에 가시처럼
건드리면 더 아파질 것 같은
불러 보고 싶은 그리운 이름
생각나는 얼굴이 있습니다.
오월이면 영락없는 보릿고개
비탈진 언덕배기 밭둑에서
밀 청태 구워 주시던
나의 어머니는 보릿고개의 전설
내 삶의 뿌리-
그때 보리밭 절단 낸다고
호랑이 아우성치듯 야단치시던
아버지의 목소리는
지금도 내 귓전에 환청이 되어
늘상 잊지 못할 오월이었습니다.
==================
+ 5월이 오거든 / 홍해리
날 선 비수 한 자루 가슴에 품어라
미처 날숨 못 토하는 산 것 있거든
명줄 틔워 일어나 하늘 밝히게
무딘 칼이라도 하나 가슴에 품어라.
-------------------------
+ 오월, 비 내리다 / 박주현
오월을 흔드는 느닷없는 뇌성
바람 한 점 허공에 안겨
숨 크게 내려놓으며
메마른 손으로
기어이 비를 불러낸다
콰르릉거리는 허공의 분노
번쩍이는 성난 눈빛
쏟아지는 빗줄기는
아직 잠들지 못하는
오월의 아픔이다
오월 광주의 아카시아꽃은
빗줄기에 휘청이며
코끝 찌르는 알싸함으로
아직도 악몽을 꾼다
초록이 빗물 속으로 스며든다
------------------------------------
+ 5월에는 사랑을 / 윤보영
5월, 너를 나는
사랑이라 말해야겠다
내가 사랑에 미소 지을
그 미소와 함께
옷을 주인이 되게
5월을
사랑하며 보내야겠다
막 돋아난 떡잎이
팔부터 벌리듯
멋진 우리 5월을 위해
힘차게 사랑을 펄 치련다
내 사랑이 나에게 돌아와
행복이 되도록
깊은 감동이 되도록..
5월에는
내가 생각해도 가슴 찡한
아름다운 사랑을 해보련다.
-----------------------------------
+ 5월을 드립니다 /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
+ 5월의 희망 날개 / 오애숙
초록별이 품어 낸
사랑의 함성이런가
들판이 온통 싱그런
푸른 물결의 설레임
5월의 향그럼 속에
희망찬 젊음의 정기
휘옹돌이 휘모라친들
차오르는 파란 꿈 있어
들숨과 날숨 사이사이
품고서 달려가 보리
초록별이 품어 낸
사랑의 함성 가지고
------------------------------------
+ 논물 드는 5월에 / 안도현
그 어디서 얼마만큼 참았다가 이제서야 저리 콸콸 오는가
마른 목에 칠성사이다 붓듯 오는가
저기 물길 좀 봐라
논으로 물이 들어가네
물의 새끼, 물의 손자들을 올망졸망 거느리고
해방군같이 거침없이
총칼도 깃발도 없이 저 논을 다 점령하네
논은 엎드려 물을 받네
물을 받는, 저 논의 기쁨은 애써 영광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
출렁이며 까불지 않는 것
태연히 엎드려 제 등허리를 쓰다듬어주는 물의 손길을 서늘히 느끼는 것
부안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나도 좋아라
金萬傾 너른 들에 물이 든다고
누구한테 말해주어야 하나, 논이 물을 먹었다고
논물은 하늘한테도 구름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논둑한테도 경운기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방금 경운기 시동을 끄고 내린 그림자한테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한테 연락을 해야 하나
저것 좀 보라고, 나는 몰라라
논물 드는 5월에
내 몸이 저 물 위에 뜨니, 나 또한 물방개 아닌가
소금쟁이 아닌가
-----------------------------------
+ 오월의 숲에 들면 / 김금용
어지러워라
자유로워라
신기가 넘쳐 눈과 귀가 시끄러운
오월의 숲에 들어서면
까치발로 뛰어다니는 딱따구리 아기 새들
까르르 뒤로 넘어지는 여린 버드나무 잎새들
얕은 바람결에도 어지러운 듯
어깨로 목덜미로 쓰러지는 산딸나무 꽃잎들
수다스러워라
짓궂어라
한데 어울려 사는 법을
막 터득한 오월의 숲에 들어서면
물기 떨어지는 햇살의 발장단에 맞춰
막 씻은 하얀 발뒤꿈치로 자박자박 내려가는 냇물
산사람들이 알아챌까 봐
시침 떼고 도넛처럼 꽈리를 튼 도롱뇽 알더미들
도롱뇽 알더미를 덮어주려 합세하여 누운
하얀 아카시 찔레 조팝과 이팝꽃 무더기들
홀로 무너져 내리는 무덤들조차
오랑캐꽃과 아기똥풀 꽃더미에 쌓여
푸르게 제 그림자 키워가는 오월의 숲
몽롱하여라
여울져라
구름밭을 뒹굴다
둥근 얼굴이 되는
오월의 숲에 들어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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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꽃 피는 5월에 / 이풍호
나무들이 새벽 공기를 마시며
밤잠에서 깨어나고
터헝가(Tujunga) 동산 너머로
먼동이 트는 오월의 아침.
이 화사한 5월에
새 인생의 첫걸음을 내딛는 각오로
어제 당신을 집으로 보낸 후
나는 다시 청년이 되어
밤새워 오늘을 기다렸네.
오늘의 이 순간을 위하여
당신의 한 점 티 없이 맑은
백옥 같이 빛나는 웨딩드레스
그 순수한 정열을 불태우며
오래오래 함께
좋은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나는 키잡이
당신은 나침반이 되어
한 몸으로 맺어지는
이 장미꽃 피는 5월에
아쉽게 살아온 나의 半生과
당신의 알뜰한 삶을 위하여
가슴속에 아픈 흔적들을 지우면서
인생을 白瓷처럼 순결케 하리라.
웃고 있는 신부로다
꽃 저고리, 초록 치마에 꽃 너울 쓰고
꽃 등불을 들고 앉아 신랑을 기다리는
계절의 신부로다.
나 그대의 어여쁜 자태와 미소에 마음이 끌리고 흔들려
이산 저산 넘어가며 그대 이름에 입 맞추네.
구름도 그대의 아리따운 자태를 날개에 태워
들을 건너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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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 오월의 짧은 그림자 / 진수미
사랑을 했던가 마음의 때,
그 자국 지우기 못해 거리를 헤맸던가
구두 뒤축이 헐거워질 때까지
낡은 바람을 쏘다녔던가
그래 하기는 했던가
온 내장을 다해 엎어졌던가
날 선 계단 발 헛디뎠던가
하이힐 뒷굽이 비끗했던가
국화분 위 와르르 무너졌던가
그래, 국화 닢 닢은 망그러지든가
짓이겨져 착착 무르팍에 엉겨 붙던가
물씬 흙냄새 당기든가
혹 조화는 아니었는가
비칠 몸 일으킬 만한던가
누군가 겨우 고개 돌려주던가
달려오던가
아야야, 손 내밀던가
그래, 그 계간 밑,
아픈 복사뼈, 퉁퉁 붓고, 화끈화끈 그게
사랑이라며
탈골하며 환하게 바람 스미던가 그래
사랑이던가 그 누군가는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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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당신의 오월이 오면 / 이해인
어머니 당신의 5월이 오면
먼 데까지 날아가는 라일락 향기처럼
신령한 기쁨을 가슴에 꽃피우며
나자렛 성가정을 찾아가겠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놀라운 섭리와
성령의 놀라운 이끄심 안에
구세주 예수를 낳아 주신 우리의 어머니
가나의 혼인잔치에서처럼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오늘도 조용히 말씀하시는 어머니
예수가 가르치신 "사랑의 길"에서
믿음과 순종이 부족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용서하소서
당신이 잃은 아들을 찾아 헤매셨듯이
우리 탓으로 잃어버린 예수의 모습을
우리도 애타게 찾아 얻게 하소서
성체 성사의 신비 안에서 그와 다시
결합하는 생명의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시간은
언제나 거룩한 시간
성체 안의 예수와 하나 되는
시간임을 기억하게 하소서
어머니 당신의 5월이 오면
당신을 향한 찬미와 감사의 인사를
챙기기 전에 많은 부탁부터 드리게 되는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몹시 슬프고 답답할 때면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은혜로운 기도입니다.
우리를 돌보시는 어머니가 계시기에
근심 중에도 세상은 아름답지만
사랑의 결핍으로 집을 잃어버린 이들이
너무도 많은 이 시대에
우리 모두 뜨거운 신뢰의 벽돌로
사랑과 평화의 집을 짓게 하소서.
그 튼튼한 울타리 안에
모든 이를 형제로 불러 모으게 하소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공간은
언제나 거룩한 공간
그것이 곧 교회이며 가정을 이루는
시작임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고 어머니
남북으로 갈라져서
아직도 한 가족이 되지 못한
상처투성이의 우리나라도
하루속히 평화 안에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전구하여 주소서
살육과 폭력과 전쟁이
다시는 이 땅을 할퀴고 지나가는 일이
없게 하여 주소서
어머니 당신의 5월이 오면
먼 데까지 날아가는 아카시아 향기처럼
정결한 기쁨을 가슴에 꽃피우며
우리의 이웃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친척 언니 엘리사벳에게 봉사하러
바쁜 걸음 모으시던 당신을 기억하며
봉사와 겸손의 아름다운 집을 짓겠습니다.
-----------------------------------
+ 중년의 가슴에 5월이 오면 / 이채
나이가 들수록
홀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가슴을 지닌 사람이 그리워지네
사람은 많아도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내가 알던 사람들은
지천에 꽃잎으로 흩날리는데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쉬이 작별을 하며 살아가는가
너와 내가
어느 날에 비에 젖어
채 마르지도 않은 몸이라 할지라도
다시 피는 꽃이 되어
향기를 나누고 싶은 간절함이여!
다시 서는 나무가 되어
지나는 바람 편에 안부라도 전해볼까
피고 지는 일만이 인생은 아니거늘
내가 알지 못하는 동안
꽃들은 서글픈 이야기를 하는가
꽃만 두고 가는 세월이여
중년의 가슴에 5월이 오면
인생의 오솔길에 꽃잎만 쌓여가네
----------------------------------------
+ 당신의 5월의 마음은 어디쯤 걸어오고 있나요 / 정세일
사랑하는 나의 당신이여
당신의 5월의 마음은 어디쯤 걸어오고 있나요
아직도 봄 사이에
마음을 다 털어놓지 못해
혼자서 터벅거리며
장난감 병정처럼
당당하게 걸어오는 길
그리움의 그 꽃 한 송이의
마당에서는
마음이 외로움이라도
별들의 딱지치기를
당신은 보고 있나요
어린 마음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는 마음
그런 날이면 미리 5월을 마음에 넣어
향기로움만을
네모로 접어
5월의 수필에게도 보내주고
그리운 꽃 한 송이
바칠 수 있는
교탁 위에 꽃병 하나에게도 보내주고
내 어린 마음에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순결함 하나
다시 그리움 하나를 선물해 봅니다.
당신의 아름다운 날에 말에요
봄은 5월의 나의 마음을 얼마나
어루만지고 있을까요
아직도 봄 사이에서 말에요
__________ * 52
5월 / 권경업
5월 / 김상현
5월 / 김태인
5월 / 안재동
----------------
5월 / 오세영
5월 / 용혜원
5월 / 조병화
5월 / 최금녀
----------------
5월 / 홍수희
五月 / 김동리
오월 / 김영랑
오월 / 임보
-----------------
오월 / 피천득
오월 / 하청호
5월에 / 박두진
5월은 / 윤보영
------------------
5월 소식 / 정지용
5월에는 / 반기룡
5월의 시 / 이문희
5월의 시 / 이해인
----------------------
5월 편지 / 도종환
오월의 시 / 김영랑
오월 찬가 / 오순화
오월 하늘 / 이원문
------------------------
푸른 5월 / 노천명
5월의 그늘 / 김현승
5월의 노래 / 황금찬
5월의 다짐 / 정연복
-------------------------
5월의 사랑 / 송수권
5월의 아침 / 나태주
5월의 아침 / 윤준경
5월이 오면 / 김용호
-------------------------
5월이 오면 / 황금찬
5월의 초대 / 임영준
5월의 향기 / 남성대
그해 오월은 / 김정호
--------------------------
오월의 그늘 / 김현승
오월의 노래 / 신진호
오월의 신록 / 천상병
오월이 오면 / 장인성
---------------------------
5월이 오거든 / 홍해리
오월, 비 내리다 / 박주현
5월에는 사랑을 / 윤보영
5월을 드립니다 / 오광수
-------------------------------
5월의 희망 날개 / 오애숙
논물 드는 5월에 / 안도현
오월의 숲에 들면 / 김금용
장미꽃 피는 5월에 / 이풍호
---------------------------------
그해 오월의 짧은 그림자 / 진수미
어머니, 당신의 오월이 오면 / 이해인
중년의 가슴에 5월이 오면 / 이채
당신의 5월의 마음은 어디쯤 걸어오고 있나요 / 정세일
___________
5월 시 모음 2
+ 5월 / 나태주 아름다운 너 네가 살고 있어 그곳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너 네가 웃고 있어 그곳이 웃고 있다 아름다운 너 네가 지구에 살아 지구가 푸르다 -------------------+ 5월 / 남정림 5월이 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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