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가을 (25) 썸네일형 리스트형 10월 시 모음 5 + 10월 / 김현주 하늘은 더없이 맑고 떠도는 구름은 제일 인양 멋을 내고 들판에는 황금빛 노랫소리가 흐르고 바람은 잠자는 그리움 한 움큼 품고 지난 추억 만지작거리면서 홍엽(紅葉)으로 물든 오솔길을 즐긴다 활짝 웃고 있는길가에 코스모스 살빛에 하얀 미소 짓고 있는 구절초 온몸 흔들어 그윽한 향기를 토해내는 국화 짙어가는 가을빛은 우리들의 꽃과 사랑이 되고 하늘을 따서 색칠하는10월이 좋다. --------------------+ 10월 / 문계봉 10월의 속살을 본 적도 없는데 떠나는 10월의 등 뒤에서 만나는 이 아쉬운 표정과 애틋한 마음은 도대체 뭐지 기억하지 못하는 10월 어느 밤바람 속에서 책임지지 못할 마음 한 자락 취중(醉中)에 살짝 건넸던 건 아닌지 가장 빛나고 아름다웠던 순간에 등을 보.. 10월 시 모음 4 + 10월 / 박상희 별똥별 떨어지는 곳으로 슬픔하나 따라 간다 달이 웃고 네가 웃고 생각하면 삶은 보배로운 일 감사하며 살아야 할 일이지 별이 지고 거울 속 지친 삶 하나 고요히 웃지만 풀잎 이슬 내린 아침이면 가을꽃 향기 날리는 들길 진주처럼 빛나는 꿈 하나 살포시 품에 안으리라 --------------------+ 10월 / 박얼서 구절초가 만발한 고향 하늘은 참 건강도 하지 얘야! 그래서 개천절도 여기 시월에 자리했단다 살사리꽃, 해바라기꽃... 만국기로 내걸리고. ---------------------+ 10월 / 박인걸 그해 불던 바람이 가끔 찾아온다. 마른 강 언덕에 섰을 때 사정없이 내 뿌리를 흔들던 젊은 날의 잔혹한 바람을 잊을 수 없다. 이 세상 그림자들을 몽땅 몰고 와 걸어.. 10월 시 모음 3 + 10월 / 김사랑 나뭇잎은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가려 합니다 그동안 햇살과 바람 그리고 한방울 빗방울에도 감사드려요 저는 당신으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그 받은 사랑을 공기로 되돌려 드리려 했었죠 많이 부족함에 반성합니다 10월은 그늘을 찾아드는 햇살과 같이 살게 해주시고 너그러이 세상을 품을 수 있는 가슴과 따뜻하게 삶을 볼 수 있는 눈을 주십시오 시간이 많이 남지않았습니다 더 외로움에 지쳐 방황하기전 저 보다도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주십시오 ----------------------+ 10월 / 김영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집을 나서서 길모퉁이를 돌아서는데 바람이 툭 어깨를 친다 무심코 돌아보는 내 눈에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길을 혼자 조.. 추석 시 모음 3 + 성묘 / 정영숙성묘를 하러 갔습니다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런데 우리 할아버지는 삼십년을 주무십니다 나는 할아버지 얼굴을 모릅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나를 잘 아신다고 아빠가 말 했어요 내가 할아버지 할아버지 부르면 할아버지는 잠에서 깨어나 반갑다고 하십니다 추석은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 +송편 / 채린(綵璘) 하얀꽃, 꼬투리에 콩이 숨는다 쑥 더미에 참깨가 숨는다 백년초에 밤이 떼구르르 엉덩방아 찧는다 둥근 달 반달 진주 품은 조개 꿈을 먹은 우리가 솔잎 위에 앉는 추석 전야 오색구름 따라 달타령이 울려 퍼진다 --------------------+ 추석 / 강순옥딩동! 오가는 정이 초인종 울릴 때마다 송편 한 접시 들어온다 스마트폰.. 가을 시 모음 5 + 가을 /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도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넉이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 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을 묻고 싶을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 ----------------------+ 가을날 / 김용호우리가 지난 봄과 여름에 땀과 노력을 버무려 놓은 결과는 만족만이 있기를 이 가을 쓸쓸한 바람은 언제나 우리의 등뒤에서 불고 우리의 얼굴에는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따듯한 가을 햇살만이 비치기를 가을날 노모의 주름살같이 쪼글쪼글했던 우리의 마음은 기쁨으로 활짝 펴지고 안온만 있기를 …… 그리고 우리가 우리.. 가을 시 모음 4 + 晩秋 / 이용악 노오란 은행잎 하나 호리호리 돌아 호수에 떨어져 소리 없이 湖面을 미끄러진다 또 하나 ㅡ 조이삭을 줍던 시름은 요즈음 낙엽 모으기에 더욱더 해마알개졌고 하늘 하늘을 쳐다보는 늙은이 뇌리에는 얼어죽은 친지 그 그리운 모습이 또렷하게 피어오른다고 길다란 담뱃대의 뽕잎 연기를 하소에 돌린다 돌개바람이 멀지 않아 어린 것들이 털 고운 토끼 껍질을 벗겨 귀걸개를 준비할 때 기름진 밭고랑을 가져 못 본 부락민 사이엔 지난해처럼 또 또 그 전해처럼 소름 끼친 대화가 오도도오 떤다 ---------------------- + 가을 맛 / 송정숙바람에 낙엽 떨어지니 쓸쓸하더니 연시감 하나에 가을 맛이 달달하니 좋다 내 이름 영롱한 이슬 내리고 찬서리 맞는 나를 국화라고하지 나는 그들에게 마지막 길, .. 가을 시 모음 3 + 감 / 허영자 이 맑은 가을날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 ------------------ + 가을 / 김경동 불타는 노을 한아름 언덕길 숨찬 걸음 오르다 돌이키면 잡히는 허설(虛設) 분노일까 회한(悔恨)이까 발길 돌려 내려오는 가을 마음 --------------------+ 가을 / 마종기가벼워진다 바람이 가벼워진다 몸이 가벼워진다 이곳에 열매들이 무겁게 무겁게 제 무게대로 엉겨서 땅에 떨어진다 오, 이와도 같이 사랑도, 미움도, 인생도, 제 나름대로 익어서 어디로 인지 사라져 간다. ------------------- + 가을 / 이문길지나가는 햇빛을 보려고 나 낙엽 하나를 들치고.. 가을 시 모음 2 + 가을 / 정진규 풀벌레 울음소리들이 시간을 가을 쪽으로 애써 끌어당긴다 밤을 지새운다 더듬이가 가을에 바싹 닿아 있다 만져보면 탱탱하다 팽팽한 줄이다 이슬이 맺혀 있다 풀벌레들은 제가 가을을 이리로 데려오고 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라고 믿게 한다 풀벌레 울음소리들은 들숨과 날숨의 소리다 날숨은 소리를 만들고 들숨은 침묵을 만든다 맨 앞쪽의 분명함으로부터 맨 뒷쪽의 아득함까지 잦아드는 소리의 바다, 그 다음 침묵의 적요를 더 잘 견딘다 짧게 자주자주 소리 내는 귀뚜라미도 침묵이 더 길다 다른 귀뚜리마들이 서로 침묵을 채워주고 있다 열린 온모을 드나들되 제 몸에 저를 가득 가두어 소리를 만든다 나는 이 숨가쁜 들숨을 사랑하게 되었다. ------------------..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