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 정진규
풀벌레 울음소리들이 시간을 가을 쪽으로
애써 끌어당긴다
밤을 지새운다
더듬이가 가을에 바싹 닿아 있다
만져보면 탱탱하다 팽팽한 줄이다
이슬이 맺혀 있다
풀벌레들은 제가 가을을 이리로 데려오고
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라고 믿게 한다
풀벌레 울음소리들은 들숨과 날숨의 소리다
날숨은 소리를 만들고 들숨은 침묵을 만든다
맨 앞쪽의 분명함으로부터 맨 뒷쪽의 아득함까지
잦아드는 소리의 바다,
그 다음 침묵의 적요를 더 잘 견딘다
짧게 자주자주 소리 내는 귀뚜라미도
침묵이 더 길다
다른 귀뚜리마들이 서로 침묵을 채워주고 있다
열린 온모을 드나들되 제 몸에 저를 가득 가두어
소리를 만든다
나는 이 숨가쁜 들숨을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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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화 / 이찬용
꽃 내음 가득 안고서
파아란 가을을 빚어라
불볕 욕망들이 이제는
다소곳 머리를 숙이고
비를 몰던 거친 바람도
조용히 숨을 고르네
밤송이 여물고 터지는
재미 제법 쏠쏠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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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 / 문태준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
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
산 밑 뒤뜰에 가랑잎 지는 걸 보고 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
바람이 있고 나는 눈을 감는다
떨어지는 가랑잎이
아직 매달린 가랑잎에
그대가 나에게
몸이 몸을 만질 때
숨결이 숨결을 스칠 때
스쳐서 비로소 생겨나는 소리
그대가 나를 받아주었듯
누군가 받아주어서 생겨나는 소리
가랑잎이 지는데
땅바닥이 받아주는 굵은 빗소리 같다
후두둑 후두둑 듣는 빗소리가
공중에 무수히 생겨난다
저 소리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다 옛일이 되었다
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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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길 / 김종해
한로 지난 바람이 홀로 희다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지는 가을
서오릉 언덕 너머
희고 슬픈 것이 길 위에 가득하다
굴참나무에서 내려온 가을산도
모자를 털고 있다
안녕, 잘 있거라
길을 지우고 세상을 지우고 제 그림자를 지우며
혼자 가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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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달 / 장옥관
납작 마당에 엎디어 불볕을 견딘 채송화
꽃따지 키 낮은 꽃들
떠밀리고 떠밀려 어스름 속 수제비국을
받아들면 거기,
국물 속에 떠오르는 또 하나 감자알
감자는 자주 목이 메이지.
단칸 셋방 옹기종기 모여앉은 식구들
누군가의 발길질에 끓던 국솥이 뒤집어지고, 생각의 어둠이
대문 안으로 밀려들고, 아이들은 소리치며 골목으로 내달아친다
국은 기름때의 세월은 진 냄비처럼 마당에 굴러 떨어져 이윽고 여름이 지나는 것이다
늙은 어머니는 화단의 봉숭아를 뜯어 달아나려는 열 손가락을
칭칭 붙들어매고, 식은 국물 속 죽은 귀뚜라미를 남몰래 건져 내고,
마루까지 몰려온 어둠을 천천히 쓸어 내린다
아이들이 벗은 무르팍
딱딱한 피딱지를 떼어내면 묵은 상처 속
봉숭아 손톱같은 달은 다시 차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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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밤 / 유금
온갖 풀에 서리 내리고
나뭇잎 시들어 지려고 하네
기러기도 이미 다 떠났고
귀또리 소리도 성글어졌네
조금조금 뜨락을 비추며 지나네
집에서 우울함 풀 수가 없어
문을 나서 멀리 가고자 하나
멀리 어디를 간단 말인가
배회하다 도로 문을 닫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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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밤 / 이기철
나는 나뭇잎 지는 가을밤을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에는 때로 슬픔이 묻어 있지만
슬픔은 나를 추억의 정거장으로 데리고 가는 힘이 있다
나는 가을밤 으스름의 목화밭을 사랑한다
목화밭에 가서, 참다참다 끝내 참을 수 없어 터뜨린
울음 같은 목화송이를 바라보며
저것이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것임을 생각하고, 저것이
세상에서 제일 보드랍고 이쁜 것임을 생각하고
토끼보다 더 사랑스러운 그 야들야들한 목화송이를 만지며
만지며
내가 까아만 어둠 속으로 잠기어 가던 가을 저녁을 사랑한다
그 땐 머리 위에 일찍 뜬 별이 돋고 먼 산 오리나무 숲 속에선
비둘기가 구구구 울었다
이미 마굿간에 든 소와 마당귀에 서 있는 염소를 또 나는 사랑한다
나락을 실어 나르느라 발톱이 찢겨진 소, 거친 풀, 센 여물에도
좋아라 다가서던
어둠 속에서 툭툭 땅을 차고 일어서서 센 혓바닥으로
송아지를 핥을 때마다 혀의 힘에 못 이겨 비틀거리던
송아지를 나는 사랑한다
나는 일하는 소를, 일하다가 발톱이 찢겨진 소를 사랑한다
이미 단풍나무 끝에 가볍고 파아란 집을 매달고 겨울잠에 들어간
가을 벌레를 나는 사랑한다
그 집은 생각만 해도 얼마나 따뜻한가
수염을 곧추세우고 햇빛을 즐기며 풀숲을 누비던
여치와 버마제비들
섬돌의 이른 잠을 깨우며 서릿밤을 울던
귀뚜라미를 나는 사랑한다
생각하면 나는 화려한 것의 반대켠에서 고요하고 적막한 것에 길들여져 왔다
쑥갓꽃 패랭이꽃 손톱꽃 앉은뱅이꽃, 작아서 아름다운 것들
그래서 잊혀지지 않는 것들을 나는 사랑한다
점점 깊어가는 가을밤의 나뭇잎 지는 소리
밤나무 뿌리를 적시며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나는 사랑한다
세상이 가장 조그마해지고 따뜻해지는 가을밤을
불켜지 않아도 마음이 화안한 가을밤을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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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밤 / 장약용
마음은 산수를 사랑하건만
내 집은 거마車馬다니는 도회에 있어라
대 난간을 부지런히 엮어 주어도
꽃나무는 자꾸 시들기만 해
찬 이슬은 가지마다 영롱하고
가을벌레는 제각기 울고 있네
혼자 걷다 돌아와 혼자 앉으니
달빛이 그윽한 마음을 비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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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밤 / 조용미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연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들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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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밤 / 정호승
휘파람을 불며 불며 기러기들이
보름달을 향해 날아가더니
보름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때부터
보름달이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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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가을 / 황동규
예고 없이 터진 왼 눈 실핏줄 달래려
안약을 찾다 말고
풀다 만 엉킨 시간과 모자를 두고 나왔다
눈앞에서 소리 없이 터지는 산책길, 소리 없이 터지는 하늘
어차피 이 삶이라면 맨 머리 맨 시간이면 된다
아, 이 맨 가을!
공중에 걸쳐진 설치미술 철사에 달린 껍질 속에
숨죽이고 살다가
순간 터져 나와 흩어지는 자귀나무 씨들
터지고 나면 이미 어디에고 눈에 ㅉ띄지 않는
살고 떠난 껍질만 가볍게 공중에 떠 있는
처럼 살든다
길가 덩굴 위에 옹기종기
노란 껍질 접시에 빨간 루비들처럼 앉혀져
생각에 잠겨 있는 노박덩굴 씨들
이미 바싹 마른 몸 한 겹 더 마르게 하는
그 뜻 모를 양광을 참고 배기는
처럼 살든가
한 번 걷어찬다 빗맞아 다시 찬다
한 번 더 차줘도 루비 하나가 완강히 버틴다
허리 굽혀 손끝으로 마저 털어내려다
동작 멈추고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몸에 남은 무언가 말없는 하나마저
앗을 준비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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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등차 / 김현승
가을은
술보다
차 끓이기 좋은 시절 ...
갈가마귀 울음에
산들 여위어 가고
씀바귀 마른 잎에
바람이 지나는
남쪽 11월의 긴긴 밤을
차 끓이며
끓이며
외로움도 향기인양 마음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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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걷이 / 문인수
달구지
타고 갈 때
나락단 거두러 갈 때
막바리 그득 싣고 돌아올 때
첨벙첨벙 물로 건너는
건너다가 슬며시
물 마시는
소
기다렸다가 또
칸 한 칸
징검다리 건너는
물잠자리
뒤에 뒤에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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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노트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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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단상 / 이제민
고추 말리는 아낙네의 손
가을걷이하는 농부의 얼굴
가을 햇살은 따사롭기만 하다
긴긴 기다림으로
간절함으로
한 해의 풍요를 기도하던 일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가을은 무르익어 가고
이른 새벽부터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가을은 깊어만 가고
하늘 높이 나는 고추잠자리
가을은 높아만 가네
가을 그림자
길게 늘어지면
한 해의 내 그림자도
편히 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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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무덤 (祭亡妹歌) / 기형도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철철 술을 부어주랴
시리도록 허연 이 영하의 가을에
망초꽃 이불 곱게 덮고 웬 잠이 그리도 길더냐
풀씨마저 피해 날으는 푸석이는 이 자리에
빛 바랜 단발머리로 누워 있느냐
헝클어진 가슴 몇 조각을 꺼내어
껄끄러운 네 뼈다귀와 악수를 하면
딱딱 부딪는 이빨 새로
어머님이 물려주신
푸른 피가 배어나온다
물구덩이 요란한 빗줄기 속
구정물 개울을 뛰어 건널 때
왜라서 그리도 숟가락 움켜쥐고
눈물보다 찝찔한 설움을 빨았더냐
침은 항상 우리 뒷켠에서 솟아났고
맨발로도 아프지 않던 산길에는
버려진 개암, 도토리, 반쯤 씹힌 칡.
질척이는 뜨물 속의 밥덩이처럼
부딪히며 하구로 떠내려갔음에랴
우리는 신경을 앓는
중풍병자로 태어나
전신에 땀방울을 비늘로 달고
쉰 목소리로 어둠과 싸웠음에랴
편안히 누운 내 누이야
네 파리한 얼굴에 술을 부으면
눈물처럼 튀어오르는 술방울이
이 못난 영혼을 휘감고
온몸을 뒤흔드는 것이 어인 까닭이냐
===============
+ 가을 바다 / 김달수
병풍처럼 둘러 쳐진
하늘 향해 솟은 바위섬들
밀려 드는 파도에 몸을 빼앗겨
물안개로 답한다
이상 짙은 향기 핥으며
꿈을 꾸는 갈매기
하늘에 날개 붙잡혀 쉴 곳조차 잃어도
불어오는 바람 벗 삼아
살결 고운 구름 향해 노를 젖는다
여름을 태운 넋을 받아
하늘의 거울이 된 바다
저녁 노을에
지나는 나그네들 눈빛에 스며들어
입술을 촉촉하게 적셔주며 녹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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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바람 / 김덕성
그래
네가 아니면
저 뙤역볕을
누가 잠재울 수가 있었겠니
그래도
네가 무더위를 쫓아내니
너무 고맙구나
성큼 다가온 가을
신선한 가을바람 불어오고
햇살로 탄 고운 살결
어루만져 주니
그 감촉
한 결 기분이 상쾌하구나
이에 더
큰 행복이
또 어디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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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부근 / 정일근
여름내 열어놓은 뒤란 창문을 닫으려니
열린 창틀에 거미 한 마리 집을 지어 살고 있었습니다
거미에게는 옥수수가 익어가고 호박잎이 무성한
뒤뜰 곁이 명당이었나 봅니다
아직 한낮의 햇살에 더위가 묻어나는 요즘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일이나, 새 집을 마련하는 일도
사람이나 거미나 힘든 때라는 생각이 들어
거미를 쫒아내고 창문을 닫으려다 그냥 돌아서고 맙니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여름을 보낸 사람의 마음이 깊어지듯
미물에게도 가을은 예감으로 찾아와
저도 맞는 거처를 찾아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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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서정 / 오수인
바람이 분다
아마도 동남풍인가 보다
무슨 적벽대전도 아닌데
수십억 개의 화살이 날아드네
우수수 장관이다
황홀한 풍경
가을의 심장에다 화살을 꽂는
결전인가 보다
이 계절이 떠나면
내 마음 어디로 가야 하나
티 없이 파란 하늘을 본다
바람이 분다
사랑도 친구도
내 곁에서 떠나버린 텅 빈 가슴
낙엽의 언어
낙엽은 흩날리며 내게로 와 속삭이네
진정 이 가을에는
가만히 눈을 감아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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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새벽 / 권태응
고요한 새벽 하늘
울리는 소리 ...
어서 밤이 새라고, 닭들 꼬기오
고요한 새벽 하늘
울리는 소리 ...
먼 길 손님 타라고, 기차 삐익삑
고요한 새벽 하늘
울리는 소리 ...
부지런한 타작꾼 기계 타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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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바람 / 강소천
아람도 안 벌은 밤을 따려고
밤나무 가지를 흔들다 못해,
바람은 마을로 내려왔지요.
싸릿가지 끝에 앉은 아기잠자릴
못 견디게 놀려주다 그도 싫어서,
가을바람은 앞벌로 내달렸지요.
고개 숙인 벼이삭을 마구 디디고
언덕빼기 조밭으로 올라가다가,
낮잠 자는 허수아빌 만났습니다.
새 모는 아이 눈을 피해가면서
조이삭 막 까먹는 참새떼 보고,
바람은 그만그만 성이 났지요.
저놈의 허수아비, 새는 안 쫓고
어째서 낮잠만 자고 있느냐?
후여후여 팔 벌리고 새를 쫓아라.
가을바람에 허수아비는 정신차렸다.
두 팔을 내저으며 새를 쫓는다.
새들이 무서워서 막 달아난다.
가을바람 오늘은 좋은 일 하고
마음이 기뻐서 막 돌아갑니다.
머리를 내두르며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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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아침 / 황동규
오래 살던 곳에서 떨어져내려
낮은 곳에 모여 추억 속에 머리 박고 살던 이파리들이
오늘 아침 銀옷들을 입고
저처럼 정신없이 빛나는구나
말라가는 신경의 참을 수 없는 바스락거림 잠재우고
시간이 증발한 눈으로 시간석을 내다보자
방금 黃菊의 聲帶에서 굴러 나오는 목소리
저 황금 고리들, 태어나며 곧 사라지는
저 삶의 입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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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는 / 최영미
내가 그를 사랑한 것도 아닌데
미칠 듯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바람의 손으로 가지런히 풀어놓은
뭉게구름도 아니다
양떼구름도 새털구름도 아니다
아무 모양도 만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찢어지는 구름을 보노라면
내가 그를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그가 내 속에 들어온다
뭉게뭉게 피어나 양떼처럼 모여
새털처럼 가지런히 접히진 않더라도
한 남자의 전부가 가슴에 뭉클 박힐 때가 있다
무작정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가을에는, 오늘처럼 곱고 투명한 가을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픔 표정으로 문턱을 넘어와
엉금엉금, 그가 내 곁에 앉는다
그럴 때면 그만 허락하고 싶다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 곁에 키를 낮춰 눕고 싶다
================
+ 가을 하늘 / 구재기
울타리 밑에서 호박은 핑크빛으로 늙어갔다
마른 넝쿨손이 울타리목을 잡은 게 필사적이었다
은행잎이 노라니 익어가는 언덕길 끝은
푸르디 높은 하늘
어디서, 쩡쩌엉쩡, 대낮의 장끼가 울어댔다
하루가 소리 없이 빨리도 지나가지만
다가오는 먼 그림 속 빛깔들이
바람 속에서 다투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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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하늘 / 김영준
나도 모르는 사이 탱자 한 알이 주머니로 들어왔다
며칠간이나 꿈자리에서 뒤척였을까
내 몸 어딘가에도 자궁이 있는지 꿈틀꿈틀 하늘이 부화하고 있다
하늘의 눈은 막막한 울음인 듯 멀고도 깊다
그만, 자진自盡하고 싶다
오,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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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하늘 / 목필균
누구의 시린 눈물이 넘쳐
저리도 시퍼렇게 물들였을까
끝없이 펼쳐진 바다엔
작은 섬 하나 떠 있지 않고
제 몸 부서뜨리며 울어대는 파도도 없다
바람도 잔물결 하나 만들어 내지 못하고
플라타너스 나무 가지 끝에 머물며
제 몸만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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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하늘 / 오정방
높기도 하려니와
푸름은 쪽빛 같고
넓기도 하거니와
맑기는 명경明鏡일세
가을 하늘
우러러보며
지순至純함을 배우네
* 명경: 맑은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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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하늘 / 윤이현
토옥
튀겨 보고 싶은,
주욱
그어 보고 싶은,
와아
외쳐 보고 싶은,
푸웅덩
뛰어들고 싶은,
그러나
머언, 먼 가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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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하늘 / 최만조
연못에 가을 하늘이
파랗게 빠져 있다.
두 손으로 건져내려고
살며시 떠올리면
미꾸라지 빠지듯
조르르 손가락 새로
쏟아지는 가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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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적 계절 / 이상화
기러기 제비가 서로 엇갈림이 보기에 이리도 설운가,
귀뚜리 떨어진 나무옆을 부여잡고 긴 밤을 새네
가을은 애달픈 목숨이 나누여질까 울 시절인가 보다
가없는 생각 짬 모를 꿈이 그만 하나 둘 잦아지려는
홀아비같이 헤매는 바람떼가 한 배 가득 굽이치네
가을은 구슬픈 마음이 앓다 못해 날뛸 시절인가 보다
하늘을 보아라 야윈 구름이 떠돌아다니네
땅 위를 보아라 젊은 조선이 떠돌아다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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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그림자 / 권갑하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꿈치 문 숨바꼭질
울음마저 가슴에 묻은 꿈속까지 따라와
안과 밖 드리운 허물 한 빛깔로 지운다
바람 불지 않아도 흔들리는 날이 잦은
독백처럼 우두커니 석양 비껴 홀로 서면
아득히 열린 에움길 몸을 뉘여 일러주네
상처도 매만지면 단풍보다 고운 모양
한날 얼룩이라도 상감되는 눈물인 것을
키질한 하늘 한 장이 그림자를 끌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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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날에는 / 최하림
물 흐르는 소리를 따라 넓은 들을 돌아다니는
가을날에는 요란하게 반응하며 소리하지 않는 것이 없다
예컨대 조심스럽게 옮기는 걸음걸이에도
메뚜기들은 떼지어 날아오르고 벌레들이 울고
마른 풀들이 놀래어 소리한다 소리물은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시간 속으로 흘러간다 저만큼 나는
걸음을 맘추고 오던 길을 돌아본다 멀리
사과밭에서는 사과 떨어지는 소리 후두둑 후두둑 하고
붉은 황혼이 성큼성큼 내려오는 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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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넥타이 / 김현승
볕은
耳順하고
이삭들
바람이 익는다
아침 저녁
살갗에 묻는
요즈막의 향깃한 차거움 ...
四十은 아직도 溫血動物인데
오늘은
먼 하늘빛
넥타이 매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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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아득한 / 마종기
야 정말, 잎 다 날린 연한 가지들
주인없는 감나무에 등불 만 개 밝히고
대낮부터 취해서 빈 하늘로 피어 오르는
화가 마띠스의 감빛 누드, 선정의 살결이
그 옆에서 얼뜬 미소로 진언을 외우는
관촉사 은진미륵 , 많이 늙으신 형님
야 정말 잠시 은근히 만져보기도 전에
다리 힘 다 빠져 곱게 눕는 작은 꽃
꽃잎과 씨도 못 가린 채 날아가 버리지만
죽은 풀 시든 꽁가지 잡초 씨까지 모두 모아
뜨거운 다비에 부쳐 사리나 찾아보고
연기냄새 가볍게 껴안고 꽃을 떠날밖에
저 산에 흥청이는 짙은 단풍에 비하면
옳다 우리들의 일상은 너무 흐리다
산 너머 저쪽빛 바다에 비하면 옳다
우리들의 쪽배는 너무나 작다
그러니 살아온 평생은 운명일밖에
눈을 뜬 육신의 마주침도 팔자일밖에
멀고 가까움, 높고 낮음이 가늠되지 않는
야 정말 아득한 것만 살아남는 이 가을
어렵게 살아온 천지간의 이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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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어라 / 이진기
너는
가을,
가을이어라
나뭇잎 시들어
한 잎 지고
두 잎 지고
소슬바람 불어와
이리저리 흩어져 날리네
해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산허리 휘돌아 짙은 안개 내려오면
빠르게 지는 해가
야속하고 야속하여라
열정으로 시붉은 단풍잎은
쌓여만 가는데
사랑으로 샛노란 은행잎은
쌓여만 가는데
앙상한 나목은
상념의 노를 저어
추억으로 흐르누나
화려함으로 성급히 다가와
쓸쓸한 여운을 남기고 가는,
너는
가을,
가을이어라
=================
+ 가을이 왔다 / 오규원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어
현관 앞까지 가을이 왔다.
비비추를 지나 돌단풍을 지나
거실 앞 타일 바닥 위까지 가을이 왔다.
우리 집 강아지의 오른쪽 귀와
왼쪽 귀 사이로 왔다.
창 앞까지 왔다.
매미 소리와 매미 소리 사이로
돌과 돌 사이로 왔다.
우편함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왔다.
친구의 엽서 속에 들어 있다가
내 손바닥 위에까지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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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연가 / 김덕성
우와- 가을이 내린다
막혔던 담이 시원하게 문어지면서
순결한 들꽃의 짙은 웃음
정열의 맨드라미
코스모스 꽃잎 춤추며 환영하는
환희의 가을이
너무 좋아
아이들처럼 어쩔 줄을 모르고
가슴을 펴고
사랑의 문을 활짝 열고
풍요한 세상
젊은이 못지않게
마음껏 사랑하며 멋지게 노래하리
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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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과원에서 / 김행숙
언제쯤 단맛이 들까
나도 모르게 말하고 생각하는
세상읽기
한 알의 설익은 과일로 떨어져
풋내나는 신맛만 잔뜩 들었네
모양새만 번듯하면
그게 바로 속임수 아닐까
찬 서리 내린 새벽 풀섶
구절초 작은 꽃잎에 매달린
가난한 꿈에 마음 줄 수 있다면
어둠 저쪽 투시하는 깊은 눈 트여
내 안에 불그레한 햇살 한 줌 고인다면
나 기꺼이 두 팔 벌려
싸늘한 햇살 아래 서 있겠네
여기 무작정 서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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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벌레소리 / 신언련
저리 드맑은 하늘로도
저리 투명한 바람으로도
다 헹구지 못하고
질펀하게
풀벌레 울음을 깔아
헹군 햇살
유리창에 부딪는
새벽 별빛처럼
가을의 고막에 켜는
짜릿짜릿
하모니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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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아침에 / 김소월
어둑한 퍼스렷한 하늘 아래서
회색의 지붕들은 번쩍거리며
성깃한 섭나무의 드문 수풀을
바람은 오다가다 울며 만날 때
보일락말락한 멧골에서는
안개가 어스러히 흘러 쌓여라
아아 이는 찬비 온 새벽이러라
냇물도 잎새 아래 얼어붙누나
눈물에 쌓여 오는 모든 기억은
피흘린 상처 조차 아직 새로운
가주난 아기같이 울며 서두는
내 영을 에워싸고 속살거려라
그대의 가슴속이 가볍던 날
그리운 그 한때는 언제였었노!
아아 어루만지는 고운 그 소리
쓰라린 가슴에서 속살거리는
미움도 부끄럼도 잊은 소리에
끝없이 하염없이 나는 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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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누가 죽어가나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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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은 눈의 계절 / 김현승
이맘때가 되면
당신의 눈은 나의 마음.
아니, 생각하는 나의 마음보다
더 깊은 당신의 눈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낙엽들은 떨어져 뿌리에 돌아가고,
당신의 눈은 세상에도 순수한 언어로 변합니다.
이맘때가 되면
내가 당신에게 드리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가을 하늘만큼이나 멀리멀리 당신을 떠나는 것입니다.
떠나서 생각하고,
그 눈을 나의 영혼 안에 간직하여 두는 것입니다.
낙엽들이 자는 날 가장 슬픈 것은
우리들 심령에는 가장 아름다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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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들녘에 서서 / 홍혜리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
스스로 빛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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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라는 물질 / 이기철
가을은 서늘한 물질이라는 생각이
나를 끌고 나무나라로 들어간다
잎들에는 광물 냄새가 난다
나뭇잎은 나무의 영혼이 담긴 접시다
접시들이 깨지지 않고 반짝이는 것은
나무의 영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햇빛이 금속처럼 내 몸을 만질 때 가을은 물지 된다
나는 이 물질을 찍어 편지 쓴다
촉촉이 편지 쓰는 물질의 송화는 손의 계보에 편입된다
내 기다림은 붉거나 푸르다
내 발등 위에 광물질의 나뭇잎이 내려왔다는 기억만으로도
나는 한 해를 견딜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오만한 기억은 내 발자국을 어지럽힌다
나무의 유서다
나는 내 가을 시 한 편을 낙엽의 무덤 위에 놓아두고
훍 종이에 발자국을 찍으며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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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하늘 아래 서면 / 강진규
가을 하늘 아래 서면
화살처럼 꽂히는 햇살에 맞아
늘
아프고 부끄럽더라
얼마쯤 잊어버린 죄책감을 꺼내어
맑은 물에 새로이 헹궈
깃대 끝 제일 높이 매달고 싶더라
크신 분의 목소리가 내 귀에 대고
괜찮다
괜찮다고 속삭일 때까지
밤새워 참회록을 쓰고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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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그리고 은빛의 잎 / 김지향
공터 옆구리 어린이 놀이터 옆구리
익은 땡감들이 호롱불처럼 켜져 있다
가을 내 초록 잎 지는 소리 아래로
고개 내민 말라깽이 단풍나무 몇 그루
그림엽서를 만들고 있다
두 떠난 언덕 밑 경사로에는 줄지어 미끄러지던
승용차 브레이크 소리 멈춘 커브길이
까뭇까뭇 딱지를 덮고 누워있다
추적추적 신발소리 끌며 따라오던
가을비도 멈추어 섰다
물젖은 바람이 불가 낸 언덕 너머 서쪽 하늘이
무거운 낮잠을 벗는다
길게 째진 발코니 창가에서 나는 서쪽 하늘에
펼쳐지는 우주의 단막극을 구경한다
우주에서 풀잎이한켤레씩 톡, 톡, 떨어질 때마다
내 머리엔 한 땀씩 은빛 잎이 심어진다
은빛 잎은 머리에서 초롱꽃이 되어 앉았다 누웠다
깊은 머리 속 호수로 내려간다
내가 타고 갈 은빛의 우주선 한 채
아직 마감공사 덜된 채
깊은 호수 속 블라인드를 열고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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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벌레 소리 들으며 / 이준관
벌레들이 자신의 사랑의 반쪽을 찾아
저렇게 말갛게 우는 소리를 듣노라면
나는 잠이 안 온다
대추나무 그림자 흔들리며
문득 대추는 붉어지고
골목 안 옷 수선소의 재봉틀 소리
밤늦게 끊어지 않는다
벌레 소리 들으며
포도는 푸른 달빛이 배이고
떫은 감엔 단맛이 고인다
달빛 아래서
벌레들이 날개를 비비듯
내 손을 비벼본다
그러나 내 손은
저 벌레처럼 맑고 푸른 소리가 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가장 작은 손가락뼈도 되어주지 못한
내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이손으로 무엇을 했으며
누구를 사랑했던가
우물물 도른도른 고이듯
맑은 벌레 소리 앞에서
나는 내 빈손이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잠투정을 하며 이불을 걷어차는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나는 이 가을
벌레 소리처럼 맑은 사랑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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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아름다운 사람 / 나희덕
문득 누군가 그리울 때
아니면
혼자서 하염없이 길 위를 걸을 때
아무것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단풍잎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어질 때
가을에는 정말
스쳐가는 사람도 기다리고 싶어라
가까이 있어도 아득하기만 한
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미워하던 것들도 그리워지는
가을엔 모든 것이 다 사랑하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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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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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처럼 우리 사랑하자 / 박고은
가을은 천 길 이랑마다
울긋불긋 물감 적시어
마음 화폭에 범람하는 빛,
은은히 차오르는 달빛같이
아름다움은 그냥 스미는 것!
시드는 것이 싫어
세월을 내쳐봐도
절로 입혀지는 연륜,
닳고 묵은 느낌
비워야만, 벗어야만이
곱게 물이 드는 추색 풍요
심혼에 뜬 홍엽 한 잎 품고
물 묻은 감탄사 하나
심쿵한 가슴에 찍고,
가을빛처럼 깊은 동공 맞추며
가을처럼 멋있게 우리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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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 이준관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시골 버스를 탄다
시골 버스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황토흙 얼굴의 농부들이
아픈 소는 다 나았느냐고
소의 안부를 묻기고 하고,
낮모르는 내 손에
고향 불비 같은 감을
쥐어주기도 한다.
콩과 팥과 고구마를 담은 보따리를
제 자식처럼 품에 꼭 껴안고 가는
아주머니의 사투리가 귀에 정겹다.
창문 밖에는
꿈 많은 소년처럼 물구나무선
은행나무가 보이고,
지붕 위 호박덩이 같은 가을 해 가 보인다.
어머니가 싸주는
따스한 도시락 같은 시골버스
사람이 못내 그리울 때면
문득 낯선 길가에 서서
버스를 탄다.
하늘과 바람과 낮달을 머리에 이고.
___________* 52
가을 / 정진규
국화 / 이찬용
바닥 / 문태준
가을길 / 김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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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달 / 장옥관
가을밤 / 유금
가을밤 / 이기철
가을밤 / 장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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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 조용미
가을밤 / 정호승
맨가을 / 황동규
무등차 / 김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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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 / 문인수
가을 노트 / 문정희
가을 단상 / 이제민
가을 무덤 /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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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다 / 김달수
가을바람 / 김덕성
가을 부근 / 정일근
가을 서정 / 오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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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새벽 / 권태응
가을바람 / 강소천
가을아침 / 황동규
가을에는 /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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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 구재기
가을 하늘 / 김영준
가을 하늘 / 목필균
가을 하늘 / 오정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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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 윤이현
가을 하늘 / 최만조
병적 계절 / 이상화
가을 그림자 / 권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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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날에는 / 최하림
가을넥타이 / 김현승
가을, 아득한 / 마종기
가을이어라 / 이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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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 / 오규원
초가을 연가 / 김덕성
가을 과원에서 / 김행숙
가을 벌레소리 / 신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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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에 / 김소월
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가을은 눈의 계절 / 김현승
가을 들녘에 서서 / 홍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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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는 물질 / 이기철
가을 하늘 아래 서면 / 강진규
가을 그리고 은빛의 잎 / 김지향
가을 벌레 소리 들으며 / 이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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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아름다운 사람 / 나희덕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가을처럼 우리 사랑하자 / 박고은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 이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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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시 모음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