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가을 / 김광섭
남쪽 하늘이
제빌 부르는 날
서쪽 葡萄園(포도원)이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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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 김용택
가을인갑다
외롭고, 그리고
마음이 산과 세상의 깊이에 가 닿길 바란다
바람이 지나는갑다
운동장가 포플러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어제와 다르다
우리들이 사는동안
세월이 흘렀던게지
삶이
초가을 풀잎처럼 투명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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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 김용택
산 아래
동네가 참 좋습니다
벼 익은 논에 해 지는 모습도 그렇고
강가에 풀색도 참 곱습니다
나는 지금 해가 지는 초가을
소슬바람 부는 산 아래 서 있답니다
산 아래에서 산 보며
두 손 편하게 내려놓으니
맘이 이리 소슬하네요
초가을에는 지는 햇살들이 발광하는 서쪽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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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 김종덕
님 실어 간 소슬바람은
빈손으로 돌아와
찬바람이 뚫은 휑한 마음에
못질을 하고 있다
갈대밭 왜가리 갈 길 잃어 허둥대고
멍한 짱뚱어 가을을 안고 앓고 있다.
지우다 만 낮달은 슬픔만 가득히 안은 채
눈물 나는 맑은 하늘 한스럽게 추스르고
짝도 없이 떨어진 낙엽은 버러진 갈바람에
외로움에 지친 육신을 맡겨두고야 만다
가을 사랑에 묻힌 님
쓰르라미 곡소리에 내 설움 알련마는
가을비에 씻어 버리고 새 님 찾아 나섰을까
잡초 덮인 호수엔
님 마음 안개 되어 피어오르고
목조차 쉬어버린 강아지풀 꽃
세월 가득한 이슬에 젖어
울고 있다
님의 마음에도
내 생각 가득한 가을이 꽉 차 있을 텐데
개망초 하늘거리는 벌판
덜 익은 가을
마음잡기 어려울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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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 가을 / 김정순
선선한 바람 가을 냄새
그대가 오고 있나 보다
한낮 뜨거운 햇살에
아직 풋풋한 열매들
노랑 빨강 주황 예쁜
나만의 색깔로
화려한 변신을 꿈꾸면
거리에는 갈색 꽃도 피겠지
소슬바람 불 때면 쓸쓸함에
당신이 또 그립겠지
산이 불타오르고
들판이 풍요롭게 물들면
나도 가을을 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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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 박인걸
가을이 왔다고 하나
여름이 아직 나뭇잎 위에 앉아있다.
쏟아지는 한 낮 햇살은
파란포도를 새까맣게 태우고
가로공원에 붉게 핀 배롱나무 꽃은
지난달처럼 아직은 웃고 있다.
바짓가랑이를 적시던 아침 이슬과
가련하게 피어나는 메꽃을
아스팔트 까맣게 깔린 도시에서는
오래전부터 잊고 살았지만
하늘높이 고추잠자리 맴돌 때
가을이 밀물처럼 밀려옴을 감지한다.
울타리 휘감은 능소화는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며 뚝뚝 떨어지고
이웃집 마당가의 다알리아도
분홍 코스모스 기세에 풀이 죽는다.
조석으로 찬 기운 옷깃을 여미게 하니
맑은 이슬 점점 무거워지면
머잖아 나뭇잎들 붉은 한숨을 토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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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 박해옥
논둑길을 걸으면
훠이훠이 출렁이는 짙푸른 들판
제 볼도 꼬집어보고
동무들 귀도 잡아당기며
나락 이삭이 쏙쏙 패 오릅니다
강둑을 걸으면
강물은 깊어져서 그 소리 고요롭고
바람은 위로 불어 하늘을 닦으니
싱겁떨던 해바라기 치맛자락 여미고
어린 여치 찌찌 소릴 내어봅니다
풋과실들 성장을 멈추고
무르익히는 연습에 숨이 가쁘고
너무나 순해서 뒤쳐졌던 갈꽃들
있는 듯 없는 듯 피어납니다
걸레조각 같던 바람 불었습니다
후려치는 비에 젖었을 테지만
사는 일이 다 그런 거라고
묵묵히 순리대로
지난여름을 알알이 증명하는 자연들
시방, 천지사방 가을이 번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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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 신동엽
그녀는 안다
이 서러운
가을
무엇하러
또 오는 것인가·······.
기다리고 있었나
네모진 궤상 앞
초가을 금풍이
살며시
선보일 때,
그녀의 등허리선
풀 멕인
광목 날
앉아 있었다.
아, 어느새
이 가을은
그녀의 마음 안
들여다보았는가.
덜 여문 사람은
익어가는 때,
익은 사람은
서러워하는 때.
그녀는 안다.
이 빛나는
가을 무엇하러
반도의 지붕밑, 또
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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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 은별
초가을 ...
가을이 건네는
특별한 선물
오곡백과
만발한 풍요로운 계절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 들녘
여름이 가는 길목에
가을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
결 고운 햇살에
바스락
물들어 가는 가을빛
높아만 가네
파란 하늘
두둥실 흰 구름 떠가고
깊어가는 감성 어린 마음
가을바람
향수에 젖어
그리움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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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 가을 / 엄옥란
내리쬐는 여름 땡볕은
가을 바람에 밀려 사라지고
연초록으로 물들었던 들녘은
어느새 황금 빛을 발하고
낱알을 쌓아놓은 곳간은
바라만 보아도 기쁨
어느새 초가을의 향기를 풍기어
내 가슴속에도
수확의 계절을 맞이 하고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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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 이성희
하늘 밭 목화 솜 깔고
힐끗힐끗 웃는 틈새로
높고 푸른 하늘이 배어난다.
벌판은 서걱거리는 바람에
잎새 피를 말리며
강은 낙엽 얹힌 유속으로
가을을 말한다.
밤새 울다 지쳐
누워버린 촛농처럼
기다림에 지친
긴 여름동안
푸석푸석한 갈대밭에서
비밀리에 벌어졌던
흉계의 흔적을
하늘로 날아간
개개비와 뜸부기에게 묻는다.
가을은 풍성한 용서의 계절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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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 이원문
우리 초가 둥근 박 달맞이 하고
아침 저녁 서늘하니 찬 바람 스쳐간다
얼마나 더웠나 거두어야 할 붉은 고추
낮에는 뜨거워 무렵 찾아야 하는 일
멍석 위 반쯤 될까 언제 마를 고추인가
따고나면 또 붉고 붉어 따면 앞이 붉고
마당 한곳 멍석 가득 몇 엉석 될까
뜨거운 들녘 벼 이삭 올라 오고
동부 팥 녹두 깨 아직 남은 여물 시간
해넘이 초저녁 귀뚜라미 울음소리
언제 그 무더운 여름이었나
아직 뜨거운 날 봉숭아꽃 못 지운다
===============
+ 초가을 / 임종호
보문산 꼭대기
저만큼에
하얀 구름 피어나네
하늘은 구름 사이로
치켜들고
여린빛이
들국화
어루만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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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 장광규
때를 알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얼굴들
높아진 파란 하늘
아침저녁으로 부는 건들바람
한낮엔 따가운 햇살
고추잠자리 창공을 날고
해바라기 큰 웃음 짓고
길가엔 춤추는 코스모스
눈으로
피부로
마주치며
느낌까지 주는
반가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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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 정병근
청량한 바람이 살랑살랑 뺨을 간지르며
시원함을 주고갑니다
무등산 자락을 휘감고 도는 바람은
동화사 터를 돌아돌아 초가을 을 알립니다
안양산 에서 불어오는 산들 바람은
삶의 고단함을 한꺼번에 싯어 내립니다
짊어진 멍애가 버거워 넓데데한 반석위에
살풀이로 한을풀어 중머리에 내려 놓고
장불재 에서 쳐다본 하늘은 天高馬肥, 라
요산요수樂山樂水
쏟아지는 물줄기 너덜겅 약수되어 흐른다
토끼 등을타고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려오고
나무들이 숨을쉬는 사랑 소리가 들려오니
여기서 마냥 소인묵객 으로 쉬어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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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 최범영
울배기 여름은 옛날로 가고
꽃분이 가을은 미래로 가다
둘이 만나 사귀는 코스모스길
그 벌판에 서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하늘 숨길 수 없는 묵은 정
넌더리 장마에 풀기 가신 가을네 집
한숨과 눈물만 차게 하고
언제 그랬느냐고 여름이 간다
그렇게 여름이 간다
==============
+ 초가을 / 최일화
친구들 여러 명 세상을 떴다
어릴 적 친구도 학창시절 친구도
사고로 죽고 병으로 죽었다
떠난 친구도 옛 친구 잊지 못하고
우리가 체육대회를 하거나
술잔을 기울이며 망년회를 할 때
저승의 창문을 열고 멀리 이쪽을 바라볼 것이다
이제 모두 퇴직할 나이
자녀들 혼인시켜 내 놓고 두 내외 살아야 할 나이
남은 생애 어떻게 끼니를 이을지
남은 재산 요리조리 계산하여 보는 나이
긴 하오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며 집을 나서는 나이
연륜에 단 맛이 들어
툭 던지는 말에도 무게가 느껴지는 나이
차오르던 신록이 엊그제 같은데
낙엽은 벌써 한 닢 두 잎 날리고 있다
----------------------
+ 초가을 / 최준자
저 가뿐한 구름은
흘러 흘러
어디로 가시나
저 푸른 하늘엔
어떤 향기 깃든
낙원이 펼쳐졌을까
이른 초가을
아리따운 하늘
신성한 풍경에
가슴 뭉클해지고
그대 향한 그리움 한줄기
허공으로 뻗쳐 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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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 황금찬
싸늘한 달빛이
석류나무 가지에
걸려 있다.
며칠 전부터
숲 속에선
째 …째 … 풀벌레가 울고
벽에 걸닌
녹슨 시계가
새벽 두시를 치고
달이 걸렷던 자리를
옮기며
지금이 몇시냐고
내게 묻고 있다
---------------------
+ 초가을 / 허기숙
해바리기
코스모스
억새 풀이
높게 하늘거린다
얼굴에 스치는 바람
그리움이 가득 안겨
가던 길 멈추고
높은 하늘을 바라 보네
그 뜨거워던 열기
자연스러운 바람에
싱그럽게 날려 보내고
풍성한 가을을 안는다
초가을
서걱거리는 계절에
가슴시린 시간이 두려워
두 눈을 살며시 감는다
누구에게도 뒷 모습
쓸쓸한 외로움이
없기를 바라면서
진한 커피 한잔 마신다
=================
+ 가을마중 / 유안진
코스모스 사잇길로
가을이 오고 있다
갓마흔 누님 같은
초가을이 오고 있다
마중을 가야하리
코스모스 사잇길로
풀벌레 울음이
풀씨처럼 영그는 오후
하아얀 사랑의
빠알간 그 아픔
여윈 대 목이 가는
작고 작은 홀꽃 피어
내 감히 사랑한다는
주체못할 한마디 짐을
먼저 부려놓아
나이를 먹자
나이 먹어 철이 들어
누님을 마중가듯
가을마중 가야하리.
-------------------------
+ 가을 몸살 / 인이숙
초가을이 되면
감각을 잃은 빈 껍데기인 몸도 아파온다.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이
올 해도 어김없는 칼부림에
계절은 나를 또 난도질 한다.
그냥 지나갔으면 했는데
갱년기를 치르는 여인처럼
두근 거리는 가슴에 오늘
주사 한 대 가을 바람으로 맞는다.
엉덩이 빨갛게 부어 오르고
심장은 정신없이 뛰고
금방이라도 찔러 댈 듯한 송곳이
머리 끝에서 치솟는다.
가을이라는 약 한 봉지
입에 탁 털어 넣는다.
다시는 몸살나지 못하도록.......
------------------------
+ 가을연인 / 장수남
초가을 하늘
풀빛 강물 넘쳐흐르면
뒤뜰에 애기바람
작은 가지 잡고 아장아장 빗질한다.
하얀 낯 달 수줍어
아주 서툴고 어색하게 넘어질듯
감나무 아래
이리저리 헤집고
걸음마 애기바람 숨바꼭질 한다.
야윈 잎 떨어지면 다칠까봐 호호 불어
담벼락에 눕혀 놓고.
설익은 단감 떨어진 뒤뜰 골짝에
한 잎 한 잎 옮겨놓을 때
내 영혼 불태울까.
초승달 손짓하면 은빛 강물 흘러 낙엽
가을밤 타고 흐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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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밤 / 강인호
풀벌레는 풀벌레소리로 노래하고
개울물 개울물소리로 노래하지만
서로의 노래를 방해하진 않는다
악보도 없고 지휘자도 없겠지만
초가을 밤 아름다운 교향악이다
================
+ 초가을 밤 / 최홍윤
대낮 초록에
지친 풀벌레가
가는 세월이 그만 서러웠는지
소슬바람 이는
달 밝은 밤에는
산천초목(山川草木)을 울리네!
풀벌레 소리
자장가 삼이
홑이블 하나로
폭염을 추억하다
스르르 잠이 들면
금방 새벽이네!
--------------------------
+ 초가을 빛 / 이영균
아침저녁으로 선득함이
갓 스무 살 때 나 같다
몸매가 변하고 느낌이 어색한
푸른 잎 끝이 알 수 없는 빛깔로 변하는
잠에서 갓 깨어난
게슴츠레 눈곱 낀 나이같이
열매 끝에 매달린
말라 베틀어진 슬픈 꽃잎
바람만 스쳐도 괜스레 눈물이 나던
홑이불 속으로 새벽이 파고들고
이웃집 그 애 목소리만 들려와도
온 몸으로 전율이 흐르고
빨간 가슴 야릇해지던
갓 스무 살 때 내 나이 같이
아직은 어정정한 풋풋한 초가을 빛
---------------------------
+ 초가을 산 / 한인석
밤마다
하얀 달빛 끌어안고
한바탕 놀아났다
칡넝쿨처럼 얽히고 설켜
싱싱한 살 냄새에 젖었다
안개바다를 품에 안고 맞는
이 아침
성숙할 대로 성숙한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풍만한 가슴
튕겨져 나오는 햇살
다독다독 다독이며
풀어지려는 단추 여미고
기다린다.
곧 이어 터질 초경初經,
그리고 다가올 절정을
--------------------------
+ 초가을에 / 한인수
가을이 닥아 오니
시원한 바람 잃고
코스모스의 풍기는 향기는
싱그러운 날씨에 무치고 만다.
흰 구름은 두둥실 날이고
기러기 한 쌍 나래 짓은
시원한 공기에 매료 되어
북쪽으로 고향 찾듯이 가는구나
무성 했던 대지위에 초록들은
맥이 풀려 붉은 잎으로 변하고
눈 안에서 맴 도은 싸늘한 바람
높은 하늘이 드높이 보인다
조석으로 꿈틀대던
찬이슬의 날씨는
초가을 잠에서 깨여 나고
시원스러운 가슴을 풀어 헤친다.
=================
+ 초가을 냄새 / 박종영
어느 하루 비어 있는 시간을 채우려
파란빛을 찾아 나서던 날,
길모퉁이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넝쿨이 서로 부둥켜안고
질긴 손 비비며 감싸고 있다
척박한 담벼락에서도 푸른 날의 그리움을
손잡아주는 동행의 길인 듯,
그 열기 데워지는 풋풋함으로 사방이 달콤하다
마치 그리운 날 뜨거운 가슴인 양
장작불처럼 활활 타오름은 어떤 연유일까?
가던 길 멈추고 다디단 냄새 흠흠 거리니
뿌듯이 차오르는 이별이 눈가에서 시리다
그대는 아시는가?
바람의 휘하(麾下)에서
풀꽃 향 도도하게 풍기는,
이토록 배부른 초가을의 냄새를.
---------------------------
+ 초가을 단상 / 김수용
떠나야 할 시간도 망각하고
힘겨운 비바람 빌어오니
슬그머니 뒷걸음치는
안쓰러운 여름
그렇게 비바람이 스쳐
지나간 뒤
사랑하는 여인네의 은은한
분향기처럼
가을은 소리 없이 다가왔다
노랗게 익어가는 이삭 속에
움츠렸던 메뚜기는
목청 터질 듯이 가을을
노래하는데
때늦은 매미의 울음소리는
타들어간 실고추처럼
메마른 가지 위에 누워있다
지난 여름날의 남겨진 상처는
가슴에 묻어버리고
잔가지에 걸쳐있는 미련은
가을바람에 실려 보내리
시련을 견디고
고독 속에 찾아온 가을,
아쉬운 마음 한가득
초가지붕 위 둥근달 옆에
얹어 놓으니
넝쿨 속에 잠자던 호박은
새벽이슬 내리도록
서러운 눈물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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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달빛 / 정지원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고 지나가듯
어깨 위에
내려앉는 무심한 달빛
늘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와서
홀로 있는 사람을
더욱
홀로 있게 하는
내 사랑을 닮은
초가을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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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서정 / 임재화
차츰 하늘이 높아만 가고
뭉게구름 풍성하게 일어날 때면
한 줄기 맑은 바람 가슴을 헤집고
깊은 밤 창가에서
찌르르 풀벌레 소리 들리고
어느덧 가을이 왔음을 노래합니다.
감나무 나뭇가지마다
작은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초가을 햇볕에 익어가는데
늘 푸른 대숲 사이로
불어오는 한 줄기 서늘한 바람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유유히 허공을 비행합니다.
=================
+ 초가을 아침 / 박인걸
비갠 후 맑은 이른 아침
붉은 빛 동쪽 노을에
雜木 빼곡한 짙푸른 숲이
환상의 세계로 다가온다.
바람은 나뭇잎에 숨어 잠들고
풀벌레 불협화음도 사라진
고요로 충만한 숲길에서
영혼을 純粹로 가득 채운다.
미세먼지로 콜록거리며
도시 먼지에 뒤범벅이 된
허파와 모세혈관 끝자락까지
금빛 공기로 세척을 한다.
오랜만에 가슴을 펴고
힘껏 들이켜도 두렵지 않은
신선한 초가을 공기가
보약 보다 더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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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아침 / 백덕임
여름과 가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초가을
나는 지금 해가 뜨는 초가을
산들바람이 부는 작은 언덕에
서 있습니다
눈 앞에선 나팔꽃이 노래를 부르고
가려린 코스모스는 산들바람
리듬을 타며 한들한들 춤을 추고
풀숲에선 귀뚜라미가
가을 서정의 노래를 부르고
한쌍의 이름모를 새도 창공을 날며
노래를 부르니
말 못하는 피조물들은
아침이 왔음을 알고 기지개를 켜며
하나둘씩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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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연가 / 김덕성
우와- 가을이 내린다
막혔던 담이 시원하게 문어지면서
순결한 들꽃의 짙은 웃음
정열의 맨드라미
코스모스 꽃잎 춤추며 환영하는
환희의 가을이
너무 좋아
아이들처럼 어쩔 줄을 모르고
가슴을 펴고
사랑의 문을 활짝 열고
풍요한 세상
젊은이 못지않게
마음껏 사랑하며 멋지게 노래하리
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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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연가 / 홍대복
학미산 자락
가만히 어둠 내리고
창문 틈 사이로
애처롭게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아!
가을 한 모금
너는 푸른 하늘보다
더 가까이 다가왔구나
어둠 내린가을 하늘
휘영청 밝은 달 영창에 걸리니
그대 향한 그리움이
어둠 뚫고 살며시 내 가슴 파고든다
==================
+ 초가을 연정 / 윤득모
아침 저녁 초가을바람 사이로
아른거리는 여인
그해에도 사랑은
코스모스 바다 물결에 넘실거렸지
해남 들녘 익어가는 벼이삭 사이로
저녁노을에 실려
내 사랑은 서산 너머로 떠나버렸어
가을은 가을은 올해도 찾아오는데
가버린 연정 가슴에 품고
한낮 높푸른 하늘 도화지에
그대 얼굴 커다랗게 그려보려도
뚝뚝 떨어지는 그림물감만 아스팔트 적시네
-----------------------------
+ 초가을 음미 / 주응규
기온이 널뛰기하는 구월
한낮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햇살은 까닭 모를 입김을
괜스레 이내 저네 가슴에
연신 불어넣는다
새파랗게 깊어지는 하늘에
어렴풋이 어려오는 얼굴이
하얀 미소를 띄워 보내오면
강물처럼 찰랑대는 마음은
정처 없이 표류하고 있다
현란한 색채 감도는 들꽃 향기에
얼근히 취해 드는 날
산비탈 으악새는 날이 저물도록
오래오래 슬피 울며
가을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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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의 뜻 / 김일선
가느다란 여윈 가지에
노랗게 퇴색한 이파리를 하나 둘 떨구며
장애를 안고 태어난 넝쿨장미 몇 송이
하늘을 앙모하며 울고 있다
다가오는 가을을 시샘하는
마지막 여름의 폭염이
인정사정 두지 않고 내려쬐면
시들어가는 초목사이로
여름은 멋쩍게 창백한 미소를 띄운다
느닷없이 굵은 빗방울의 소나기가
뜨겁게 달궈진 뜰의 돌들을 적시면
여름은 이제 얌전히 안식을 그리리라
또 가면을 쓰고
한동안 새 계절의 유순한 속삭임을
들으며 조용히 꼬리를 감추리라
-----------------------------
+ 초가을인데 / 임영준
서늘바람이
제 몫을 한다
넋 빠진 필부匹夫를
어루만진다
얼룩진 뒷산은
두터워지는데
그저 굴러가는
고엽枯葉이려나
심로心勞가 깊어
고독마저 기껍구나
어느덧
=================
+ 초가을 추억 / 박인걸
죽데기 옹이구멍으로
뒷간 볼기가 훤히 보이는
엉성한 이엉지붕에
박 꽃이 곱게 피던
아버지 베어 온
꼴로 배를 채운
덩치 큰 암소도
저녁잠을 청할 때면
멍석에 드러누운
산골 소년은
구운 강냉이를 씹으며
초저녁별을 센다.
막연한 그리움은
은하수를 타고
별 똥 별과 함께
서산 봉우리를 넘었다.
-----------------------------
+ 초가을 풍경 / 안정순
짙은 입술에 한들거리는 몸짓
해 저문 길 가 코스모스
짧은 해가 아쉬워
지나는 발길 사로잡는다
농익은 햇살 아래
멋들어진 버들가지
갈 바람 따라 길을 나서고
누렁방울 부풀리는 나락
무거운 몸을 뒤뚱이며
참새와 숨바꼭질 해가 기운다
금쪽같은 하루 쪽 빛에
재 넘어오던 뽀얀 구름
오던 길 밤송이 피해
샛길로 비켜 가는구나
모두가 풍요로운 가을 들녘
풀숲 사이 짙게 베인 햇살처럼
허수아비 숭숭한 겨드랑이 사이로
설은 가을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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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햇볕 / 곽종철
따뜻한 햇볕이
뾰족뾰족한 밤송이에 안기면
밤송이가 활짝 웃더라고,
따뜻한 햇볕이
살랑거리는 코스모스에 안기면
꽃망울이 활짝 피더라고,
그 햇볕,
외로운 가슴에 스며들 때면
풋사랑도 영글겠지.
그 햇볕,
사람들의 가슴마다 찾아들면
사랑이 가득한 세상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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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진 초가을 날 / 김덕성
가을 산야
시원하게 하늘빛으로 감싸여 있는
싱그러운 초가을
사랑을 입고
기쁨이 내려는 하늘빛
그녀의 숭고한 사랑의 품안
감도는 포근함
웃음 담긴 그녀의 얼굴
플래시에 반짝이듯
희망의 눈망울
온유하고 평화스러운 꽃송이 그녀
햇살이 내리고
찬란하게 빛나는 하늘빛으로
그녀의 사랑이 익어가는
초가을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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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초가을 날 / 김덕성
생글생글 웃음 짓는 햇살
파란 빛으로 유난히 빛나는 하늘빛
가을에 부는 소슬바람에서
초가을이 유혹한다
파란 하늘에 그림처럼
뭉게뭉게 떠오르는 하얀 뭉게구름
고운 날갯짓하는 빨간 고추잠자리
요염하게 유혹한다
갈바람에 한껏 춤을 추며
제 세상 만난 듯 살랑대는 코스모스
들에서 보니 모두 멋진
한 폭의 가을 그림을 그린다
풍작을 예고하는
풍요로운 가을 들판에서
그리운 고운사랑
그녀의 숨결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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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초가을 날 / 황동규
오랜만에 죽은 친구 고향 진도 찾아가는 길
해와 하늘이 너무 쨍쨍해
집과 길만 남고 모두 진한 하늘로 오른 날
김유신을 태운 말처럼
나 몰래 차가 슬쩍 들린 밥집
(그와 함께 온 적 있었지,
그때도 참 되게 환했던 가을 날)
마당 한가운데 핀 과꽃들 향해
오른손 엄지와 검지가 동그라미 그리며
공중에 멎어 있다.
무리 지어 핀 환한 꽃들 위로
고추잠자리 한 쌍 붙어 한참 돌고 있을 때
두 몸 떨어지기 전
한 바퀴만 더 돌라 한 바퀴만 더, 입술 새로 적시며
술잔을 높이 들 때,
세상 일 다 이렇다, 그들은 깜빡 떨어져 제 갈 데로 가고,
쟁그랑!
잠시 숨 멈추고
가만 배꼽 밑에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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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내변산 / 김준기
나무는 소리없이
정수리 끝에서부터 열풍처럼 밀려오는
절정의 문턱에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나무들은 숨죽여
분수로 솟아오를 절정을 위해
보일듯 보일듯 이파리들을 치장하며
팽팽하게 부푼 가슴으로
꾹꾹 꾸우욱 숨을 누르고 있다
그래,
이제 터질거야 터질거야
터뜨려버릴거야
네 눈이 멀도록 터져버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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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늦더위 / 김영제
냉장고 안
가뜩 쌓였던
얼음탑은
오후 반짝 더위에
한 순간에
사라지고
혀 내밀며
숨이 찬 사람
양이 안 차
벌써 몇 잔째인가
얼음물 계속
들이키네
휴가는
이런 날씨에
가야는데
칠월부터 가는 건
더위 안 타는
내겐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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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의 기도 / 민경대
절제하라
모든 것을 기다리라
과도하고 지나친 욕심를 버리라
이제 두배만이 너가 할 일 이다
더 이상 바라지 말라
다시 시도해라
한 번 실패는 다음 성공을 위해
바치는 희생양이다
첫열매는 쓰나 그 다음 노력의 결산은 달콤하다
풍성하고 아름 다운 멜로디를 가지고 나에게 싸푼이 다가온
하느님의 음성과 발자욱이다
이것을 느낀다
대지는 이제 신의 웅장함과 축복으로
움직이며 재생의 꿈속에서 결실의 거룩한 신성한 성과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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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의 단상 / 오애숙
쪽빛 하늘가 타오르는 고추잠자리의 구애
해맑은 미소속에 웃음 짓는 코스모스의 손짓
초가을날 언저리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꿈 있어 부픈 가슴 청초한 쪽빛 하늘 속에
날갯짓하며 몽실몽실 피어나는 뭉게구름 사이
가을이 해맑게 빛나 정겹고 사랑스럽습니다
하늬바람 결 빨갛게 피어나는 빛고운 단풍
이 아침에 사랑의 메아리로 그대에게 잔잔히
애틋한 한 편의 서정시로 당신께 띄웁니다
집착도 애착도 아닌 그저 가을 향그러움에
그저 취하고픈 고운 단풍잎 마음속 떨림으로
홍 빛 붓들어 수채화로 가을 담고 싶습니다
삶이 빚어낸 질곡의 고난 속 그 향그러움
이 가을 발효되어 휘날리는 진솔함의 향기롬
축복 된 기쁨 속에 샛별처럼 반짝이렵니다
가을 열매 알알이 익어가는 가을의 풍요함
깊어가는 가을 속의 고독 더 이상 고독 아니고
소슬바람에 당참 다짐하는 상록수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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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의 단상 2 / 오애숙
조석으로 가을이 익어간다
언제 작열한 태양광 있었냐
우리에게 반문이라도 하듯
상큼하게 휘파람 불고 있다
사각사각 밟히는 소리 속에
하늬바람에 나뒹구는 낙엽은
한해 결실 뒤 돌아보게 하며
재점검 기회 주는 매개체다
주어진 일 년 삼백육십오일
아직 백이십여 일 남아 있어
긍정 미소지으나 갈 길 멀어
그 아직 초점 속에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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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의 소묘 / 오애숙
8월의
작열함이
기氣 꺽여 떨군 고개
갈바람
길 내주다
멈추어 맞장 뜨나
보란 듯
발악하고자
행세하는 객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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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의 연정 / 김명수
여름날
멀기만 하던 가을이
어느새 파란 하늘로 다가와
연분홍 코스모스 떨기들
그리움으로 하늘하늘 피어나서
오매불망
내 님의 고운 미소로
하늘을 향해 손짓하면
나는 한 마리
님 그리운 고추잠자리 되어
투명 날개 펼쳐 훨훨 날아
하늘 아래 피어난 예쁜 꽃잎에
사뿐히 내려 앉고파도
반가움도 병인 양,
쉬이 다가서지 못하고
주변만 빙빙 맴돌 뿐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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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의 사과 밭 / 이문조
초가을
나뭇가지 흔드는
부드러운 바람에도
단 내음이 가득합니다
벌
나비도
찾아와
축하를 하네요
하느님
탐스런 과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을 햇살
가득한 사과 밭
푸른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빠알간 사과
한여름 내내
베적삼 적셨던
방울 방울이
황홀한 보석이 되었습니다
검게 탄
주름진 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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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촌의 초가을 소묘 / 진징춘
Ⅰ
산 위에 떠오르는 해는
마을과 숲에 생명의 빛을 뿌린다.
깨어난 숲은 기지개를 커고
새는 일어나 지저귄다.
큰 날숨으로 마음을 비우고
긴 들숨으로 평화를 마신다.
텅 빈 충만
고요에 평화가 내린다.
해맑은 공기를 마시며
새벽 들길을 나선다.
다랑논엔 벼가 고개를 숙이고
산엔 밤송이가 익어간다.
마타리, 개구리자리, 달맞이꽃
벌거미취, 쑥부쟁이, 며느리밑씻개
들꽃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서쪽 파란 하늘엔
우현이 이지러진 낮달이 보이고
서풍이 구름을 벗긴다.
Ⅱ
참취 꽃 위에 나비의 나래짓이
마음속까지 밀려들어오는 한 낮
고요 속에 바람이 돌리는
세월의 초침소리가 들린다.
유연한 능선
흐르는 구름
조용히 숨 쉬는 숲
자연이 그린 입체 정밀화다.
Ⅲ
황혼이 스러져 어둠이 내리고
새들은 깃으로 돌아가고
별빛이 조용히 내리면
풀벌레와 시냇물의 하모니
가을 음악회가 열린다.
뜰뜰뜰, 쓸쓸쓸, 설설설 움움움
카시오페이아, 북두칠성, 북극성
견우, 직녀, 안드로메다
어린 시절 밤에 부르던 별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동산에 달이 뜬다.
소나무 가지에 떠오르는 달이 저렇게 밝고 예쁠까
까닭모를 설움이 밤이슬처럼 내린다.
별빛이 저리도 슬픈 줄을 예전엔 조금도 몰랐다.
왜 풀벌레는 밤을 새워 울어 대는가
가을밤은 한 폭의 수묵화
서러운 음악
자연이 쓴 무언의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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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초가을 날의 戀歌(연가) / 경규민
책보 끈 어깨에 질끈 동여매고
축동 밖 길 날갯짓으로 달려오면
어느새 하던 일 내려놓고
내 팔 끌어 볼 비비며 감춰 둔 날고구마 한 개를
풀밭에 쓱쓱 문질러 내게 주는 당신 앞에서
낱장으로 꿰매 만든 공책 들추며
빨간 색연필로 친 동그라미 하나, 둘, 셋…….
당신은
내가 먹는 고구마보다 더 맛있어하는 표정이셨습니다
낮잠 자던 그림자가 길게 기지개 켜면
하던 일을 주섬주섬 챙겨 광주리에 담아서이고
비탈길을 미끄러지듯 내려왔지요.
고추 감자가 마구 섞인 구수한 된장찌개에
쓱 쓱 비벼주시던 그 보리밥 맛은 지금도 군침이 돕니다
툇마루에 하얀 모기장 쳐지고
풀벌레들의 향연이 시작될 즈음
당신은 갓 삶은 감자 소쿠리를 모기장 안으로 밀어놓고는
바쁘지도 않으면서 바쁘다며
뒤꼍 우물가를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모기와 힘겨루기 하던 모깃불 쑥 냄새가 허공을 맴돌 때
빈 입맛을 다시면서 앞치마를 벗어들고 다가와
스르르 잠드는 남매에게 낡은 부채로 정을 나눠 주셨죠
그렇게
초가을 밤은 깊어 갔습니다
어머니!
그때 기르던 누렁이가 빈 밥그릇을 핥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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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가을 밤이 받아든 악보 / 김주화
뜨거운 태양이
우듬지 정수리를 태울 때
지저귀는 새소리에
풀 숲에 숨어든 작은 생명들
소리내어 울고 싶고
하소연도 하고 싶다
때를 기다리는 힘없는 나약함에
입을 꾹 틀어막고
속으로 부르는 노래가
애간장을 태우는
슬픈 비명이다
해님이 자리내준 밤
달빛을 등불삼아 펴든 악보
가슴에 묻어둔 고운 사랑가를
한 없이 불러본다
촉촉이 내린 이슬이
마음을 적시는 줄도 모르고
숨어 울어야하는 서글픔에
초가을 악보가
하늬바람에 흔들리니
불러야하는 남은 노래
멀지 않음에
노랫소리는 더 구성지고
실바람을 타고오는
듣는이의 마음은
어둠을 가른다.
___________ * 57
초가을 / 김광섭
초가을 / 김용택
초가을 / 김용택
초가을 / 김종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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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 김정순
초가을 / 박인걸
초가을 / 박해옥
초가을 / 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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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 은별
초가을 / 엄옥란
초가을 / 이성희
초가을 / 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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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 임종호
초가을 / 장광규
초가을 / 정병근
초가을 / 최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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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 최일화
초가을 / 최준자
초가을 / 황금찬
초가을 / 허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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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마중 / 유안진
가을 몸살 / 인이숙
가을연인 / 장수남
초가을 밤 / 강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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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밤 / 최홍윤
초가을 빛 / 이영균
초가을 산 / 한인석
초가을에 / 한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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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냄새 / 박종영
초가을 단상 / 김수용
초가을 달빛 / 정지원
초가을 서정 / 임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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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아침 / 박인걸
초가을 아침 / 백덕임
초가을 연가 / 김덕성
초가을 연가 / 홍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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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연정 / 윤득모
초가을 음미 / 주응규
초가을의 뜻 / 김일선
초가을인데 / 임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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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추억 / 박인걸
초가을 풍경 / 안정순
초가을 햇볕 / 곽종철
멋진 초가을 날 / 김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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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초가을 날 / 김덕성
어느 초가을 날 / 황동규
초가을 내변산 / 김준기
초가을 늦더위 / 김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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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의 기도 / 민경대
초가을의 단상 / 오애숙
초가을의 단상 2 / 오애숙
초가을의 소묘 / 오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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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의 연정 / 김명수
초가을의 사과 밭 / 이문조
산촌의 초가을 소묘 / 진징춘
어느 초가을 날의 戀歌(연가) / 경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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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밤이 받아든 악보 / 김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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