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시 모음 5

+ 11월 / 김병훈

너에게
11월은 푸른 이별이다

나에게 11월은
조금 더 깊은
파란 이별이다

우리의 가슴은
야구공에 맞아서
시퍼렇게 피멍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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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 민경대

아무런 일이 없이
이달은
그네 타고
미끄럼 타고
두발로 두 손으로
언덕을 오르다가
다시 오르다가
눈보라 치는 겨울로 가는 다리
장안말 고개를 넘다가
12윌12일이 보이고
가려진 보자기에
최후기록은
내 인생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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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 박동수

집요하게 가슴을 찢어내던
가시 세운 사랑들이 평행으로 세운
11월 두 기둥 사이로 물러가고
잊지 못하여 피 눈물로 고백해야 하는
붉은 잎도 떨어져 간
잃을 것도 없는 홀가분한 나무들
맨몸으로 하늘을 나르며 죽어 널 버려진
갈잎의 슬픈 노래를 듣는 마지막 이별

왔다가 돌아 갈 수 없는
겨울도 아니고 여름도 아닌 날에 서서
쓰디쓴 약사발 같았던 사랑도
이젠 11월의 문밖으로 털어 내어버리고
엷어진 해를 따라 노을을 삼키는
먼 천국 길 떠나는 순례자
다 벗어 던진 앙상한 몸뚱이는
누더기 속에 구겨 넣고 그리움으로
퍼석한 살갗을 느낀다

걸쭉하게 지껄이던 입들이
11월의 쌍벽 사이에서 누구에게든
소용없는 냉담인 것을
흔들거리던 그 숱한 말들 말들을
싸늘해진 낙엽 속에 묻고
재촉하는 발길 위로
냉랭한 눈발이 떨어질 것 같아
등뒤에 붙은 해탈의 그림자에
다한 생의 마지막 발길을 내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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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 서민경

향기 없는 낙엽 꽃
청춘 잃은 시름에
한 잎 두 잎 지는 모습
참 애절하구나

​푸르던 숲
계곡에 울려 퍼지는 산새 소리
이별을 노래하듯
슬피 울고

​붉은 석양 가을을 담아
서서히 저물어간다

​해마다 다시 오실 그대 이름
가을이여
흰 양단 구름 님의 소식 싣고
사뿐사뿐 내게 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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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 송정숙

열 달발에 꽃을 준비 해야지
기억조차 없이 스쳐간 이들을 위하여
이룬 것 없어 쓰러지는 누군가를 위해
잠깐에 미소라도 줄 수 있다면 족하리
원하지 않던 원하던 나는
너를 거쳐 예까지 왔다
다가올 이 보다 보낸 이의 소중함을 알기에
열 다발에 꽃을 준비 하련다
투명한 아침 첫 햇살로 편지를 써야지
걸음 하나하나 되 집으며 보물 찾듯 찾아
마음 한 귀퉁이 비워둔 채 떠난 너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돌려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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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 심언주

단풍은
술 냄새만 맡아도 얼굴이 붉어진다.
술을 나누어 마셔도 혼자 취한다.

바람은 붉나무 손목을 부러뜨릴 듯이 분다.
삼치 꼬리지느러미가 더 바싹 구워지는 동안
남은 한 방울 피가 바스락 소릴 내며 떨어진다.

몸도 못 가누는 푸석푸석한 여자,
살았나 죽었나
길은 이따금씩 엎질러진 단풍을 뒤집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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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 안재동

11월은, 어쩐지
우거진 억새 숲 속에서 혹은
고즈넉한 시골길의 돌담 같은 곳에
기대어 서서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며
외롭고 쓸쓸히 서 있는 사람 같다.

들녘의 감나무엔 불그스레
감들이 탐스럽게 잘도 익어
마음은 넉넉한데
저들도 이내 어디론가 사라지고,
운 좋게 끝까지 남게 되는 몇몇은
까치의 부리에 사정없이
쪼임 당하거나
된서리에 살을 에는 고통을
맛볼 것이다.

이따금 매몰차게 부는 바람에
나무들은 신음조차 없이
제 피붙이들을 잃어가고
나뭇가지는 점점 성글어 가는데 
어느 곳에도 정착 못 하고
메마르고 찬 땅바닥에
이리저리 나뒹구는
잎새들의 붉은 주검은 또
어찌 저다지 얄밉도록 아름답고
자유스럽더란 말인가.

11월은
그 손길이 언제나 냉랭하지만
이젠 가고 없는, 그런
그리운 사람의 따뜻한 훈기와
짜아한 눈시울로
멋쩍게 터벅터벅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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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 이원문

떠나는 가을 어디쯤 갔나
들어선 겨울 문턱 아랫목 찾기에 아직 이르고
가을에게 빼앗긴 마음 나뭇가지에 걸친다
강 언덕의 억새꽃 산기슭에 예쁜 단풍들
그 들녘 하늘에 새털 구름까지
모두를 거두어 그렇게 떠나야 했는지

새벽녘 종이 얼음에 첫눈의 겨울 문턱
이제 비 바람이 아닌 눈보라의 추운 겨울인가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견뎌내나
옛날에 그렇듯 양지 찾는 겨울
시렵고 추운날 얼마나 추울지
떠나는 11월 앞에 고개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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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 이정화

회친 11월이
포를 뜬 11월이
뼈만 남은 11월이
뼈다귀 11월이
해 떨어진 11월이
밤도 아닌 11월이
6시와 7시 사이 11월이
산 것의 울음으로
죽은 것들 볼에 살 오르는 11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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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 임성용

감나무 가지에 감 하나 달려 있다
오래도록 묵은 세월이 잔가지에 쌓여가는 동안
나도 어느새 손 매듭이 굵어졌다
감나무가 저만큼 자라도록
봄이면 꽃을 낳아 가을이면 하늘 흥건하게 기르도록
나는 감나무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어깨가 빠지도록 망치질만 했다
짓무른 눈빛이 아주 어두워져
내가 헐벗은 나무의 그림자 아래 흔들릴 때
그제서야 나는 농익은 감을 바라보았다
그때는 항시 일몰의 황혼이거나
달빛 그윽한 밤이었다
딱딱한 밥을 우물거리던 목구멍에서 눈시울까지
한 방울씩 붉게 번지는 노을을 적셔두고
저 혼자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
부리 끝에 어둠을 물고 펄럭이는 잎사귀여
내 가뭇없는 기억 속으로 돌아오라
지금, 창밖에 찬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고
치부처럼 드러난 몸의 궁색함이
발등 끝에 마른 껍질로 굳어지는 11월
달이 월식을 하듯 그렇게
나도 내 얼굴을 지워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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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 제갈일현

불 타버린 절집
당간지주 처럼
우뚝 서서
계절의 흐름을
막아보려 했지만

가을은 이미
깔깔거리며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고

지는 놀
붙잡아 두려고
나무 막대기 같은
두 팔로
안아 보려 했지만

너는
싸늘한 밤하늘에
쪼그라든
그믐달만 남기고
벌써
저만치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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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일월 / 나태주

수사한 슬픔과 외로움의 가을아 가버려라
썩 꺼져 버려
나무 아래 낙엽 타는 냄새 역겹구나
낙엽 태우는 불길
나무둥치까지 태울까 두렵구나.

============3
+ 십일월 / 이시영

누가 마당을 쓸고 있다
낙엽 흩날리고 날은 벌써 저무는데
바람 속에서 누가 자꾸 마당을 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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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일월 / 이재무

십일월은 의붓자식 같은 달이다.
시월과 십이월 사이에 엉거주춤 껴서
심란하고 어수선한 달이다.
난방도 안 들어오고
선뜻 내복 입기도 애매해서
일 년 중 가장 추운 달이다.
더러 가다 행사가 있기는 하지만
메인은 시월이나 십이월에 다 빼앗기고
그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허드레 행사나 치르게 되는 달이다.
괄호 같은 부록 같은 본문의 각주 같은
산과 강에 깊게 쇄골이 드러나는 달이다.
저녁 땅거미 혹은 어스름과 잘 어울리는
십일월을 내 영혼의 별실로 삼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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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강변 / 고은영

바람이 핥고 지난 곳마다 
색바랜 잡초향 코끝에 사무치면
곡하던 혼이 문드러진다

어쩌다 신은 이렇듯
처절 한 가을을 만들어
헛물 키는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가

지치지 않는 시간의 발굽마다 가을이면
왜 이토록 고독의 깊이를 잴 수 없는
불구의 길이 생겨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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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에게 / 임영준

그대 아는구나
물같이 흘러가 버릴
고뇌의 날들을

그대 보이는구나
가쁜 숨에 매달려
처연히 흔들리고 있는
생령들이

겸허히 자리를 내어주고
웅크리다 떠나갈 그대
차마 놓을 수 없구나
품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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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에는 / 김덕성

깊어가는 가을 
촉촉하게 적신 미소로 
기다림으로 얻은 즐거운 시간들을 모아
화창하게 아침을 열자

고운 가을빛이
붉게 물들이며 떠나는 낙엽을
사랑으로 보내는 나무의 마음을 알고
고운 마음으로 그리 살자

풍요로운 가을
가슴에 품은 꿈을 이루며
넉넉한 마음가짐으로 코스모스처럼
즐겁게 춤추며 노래부르자

환희의 계절   
지금 이 시간이 내 것임을 명심하고 
11월에는 믿음으로 사랑을 품고
희망을 향해 달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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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에는 / 김해정

빛바랜 낙엽 바람에 뒹굴다
텅 빈 들녘 황혼에 잠자는
약해진 흙의 흔들림을 본다

​추억의 발자국
나열된 숫자 위로 하나 둘 올려놓은
담긴 따스한 숨결
노을빛 그늘에 잠시 걸어두다가

​가벼워진 마음만큼 두터워진 옷
나누었던 지난날의 정들을
싸매고 또 싸매 뒹구는 낙엽 위로
겹겹이 쌓아가는 허허로움

​나란히 손 내민 마음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하지 않기를
감사의 품도 넓혀 가며

​길 따라 풀들과 나무 밑 숨 쉬는
낙엽들 향기로 담아야지
쓸모없는 생각의 푸념과 공상
맑은 하늘 안에서 숨 쉬는 그날

​11월에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채우고 비웠던 마음
감추고 움츠렸던 언어의 시선 속에
빼꼼히 고개 들고 서로 마주 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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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연가 / 김덕성

거세던 사랑의 불길도
빨간 빛에 단풍이 곁을 떠나가니
그 사랑도 시들해지나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
고운 살결을 들어내 보이는 햇살
뜨겁게 불태우던 사랑
붉게 물들인 정열

가슴에 묻어 두었던
그리움이 바람에 실려 오고
꿈에서 타오르던 한 가닥 사랑
다가오는 늦가을

듀엣으로 사랑 노래 부르던
떠오르는 그녀
단풍과 마지막 듀엣으로 부르는
사랑을 담은 나의 마음의 노래를
전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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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빛 / 임영준

한 뼘이라도 남아
숨통이 트이는 거다
헤아릴 거리라도 있어
갈피를 잡는 것이다
가까운 듯 먼 별들은
달견으로 다가오고
내밀한 벌판도 가붓이
고립된 궤도를 연다
딱한 풀잎들조차
유한한 햇살을 잡고
서성거리는 변방에
오롯한 희망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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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시 / 남정임

너와 내가 11처럼 나란히
고운 단풍잎 콕콕 박힌
폭신한 가로수길을 끌어보자

​사그락거리는 낙엽 소리에서 
다시 피어날 몸의 속삭임까지
함께 다정하게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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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시 / 윤월심

찬 서리 하얗게 내리는
겨울로 접어드는 11월인가
찬 바람만 윙윙 불며
모든 걸 거두어 가네

​낙엽이 수북수북
쌓이는 거리마다
그리운 추억들이 물결치고
두고 갈 것도
가져갈 것도 없이
훌훌 떨어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가는 11월이여

​아름다운 가을도 가고
내 사랑도 떠나가고 없는
텅 빈 하늘 아래
빈 산에 억새만
하얀 손 흔들어 대며
눈물만 하염없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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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이면 / 임영준

이쯤 되면 누구나 조금은
신실해지고 싶겠지요
아마 경건한 속죄의 탑을
어딘가에 잔뜩
쌓아 놓았을 겁니다
시린 바람을 마시고
살얼음을 부비고
다시 악물고도 싶을 겁니다
혹시나 허물이 넘쳐
부끄럽기만 한 지난날들이
뜻밖에 지순한 불씨가 되어
외진 곳에 모닥불을
지피고 있을 수도 있으니
눈 크게 뜨고
잘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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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힘 / 임영준

영문도 모르고 매달린 것들
갈증마저 지워진

마른 들녘 울타리조차
주저앉아 허물어질

벌레들까지 아우성치는
세속의 공제선

경계를 넘나들어도
말미를 견뎌내고 솟아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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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추상(抽象) / 고은영

은행나무 가로수 길에 밤이 되면서
갑자기 싸늘해진 기온에 바람이 휭 불었다
은행잎들이 앞다투어 우수수 떨어졌다
어제보다 더 두꺼운 부피로 쌓이던 밤의 낙엽들
전조등에 비친 어떤 은행나무는 이제
자신의 부끄러움 앞에서 거의 전라가 다 됐다

새벽에 돌아온 베게 머리
배운 거라곤 노린재처럼
고약한 암 냄새나 풍기면서
불면으로 휘청거리는 일
그리곤 고립된 추상으로
신 새벽 비몽사몽 잠이 들었다

고양이처럼 긴 하품을 하면서
잠에서 깬 늦은 시각
잿빛 하늘엔 구름에 가린 햇살이 우울하다
그러나 오늘의 햇살은 천만년 전에 반사되어
오늘로 전송되어진 프리즘이다
그 얼마나 놀랍고 완벽한 사랑인가

쐐기처럼 타르 냄새가 코를 찌르던
저 깊은 기억의 수면으로 
반송돼 버린 무더웠던 여름도
모르스부호로 점을 찍어가며
영혼의 긴 시(詩)로 펄럭이던 그리움의 가을도
일탈의 체위로 일어서지 못하던
나에겐 슬프고도 허전한 꿈같은 방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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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11월 / 김동기

하늘 보니
눈이 커진다 빈 그릇처럼
홀쭉하던 속에 어떤 손님이 와서
뭔가를 채워주는 이 느낌
그리고 어디로 떠나려는 듯
준비가 한창이다

알록달록한 나뭇잎들이
아주 먼 곳을 향하여
야위어 가고
그래서 나무는 더 쓸쓸해지고
농익은 과일들이 배낭에 담겨져서
겨울공화국으로 가려나보다

갈 테면 가라지
갈 사람은 가야겠지
어차피 11월은
이별을 준비하는 계절이니까
떠날 바에는 쓸쓸함마저 가지고 가라지

계절은 왜 그리움을 남기는가
어쩌면 보푸라기 정에 울지도 몰라
돌아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면서
긴 밤을 뒤척일지도 몰라
내 사랑이여
good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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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일월 논 / 하병연

어미 소가 푸른 싹을 먹고 있다
그루터기에서 돋아난 벼의 새살
긴 혀로 날름날름 잘라먹고 있다
가을 뒤주에 쌓아놓은 나락처럼
누렁소의 배는 봉긋하게 부르고
먼 시루봉 산봉우리처럼 아득하다
철벅 어미소의 똥은 논의 따순 밥
아침에 눈 뜬 논이 큰 입 벌려
한 그릇 먹고 있는 중이다
소화가 다 될 때에는 자운영 꽃 필 즈음
다시 봄 꽃밥을 배부르게 먹게 될 논은
든든한 밥심으로 어린모를 키워낼 것이다
오늘, 내 밥상에도 논이 만들어낸 밥
따뜻하게 올라올 것이다
이렇게 하루 밥을 먹고, 또 한 해 밥을 먹고 먹어 
그러다가 내가 흙밥 되는 날
십일월 논처럼 푸른 싹 밀어 올릴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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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어느 날 / 김용화
   ㅡ루이를 보내며

낙엽이 내리는 가을 산에 올라
홀쭉한 배낭 풀어헤치고
한 줌 재가 된 널 꺼내 묻고
내려오는 길
바람이 자꾸 등덜미를 끌어당겨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가려고
진홍빛 노을 타는 산등성이
장님처럼 더듬거리며 다시 올라가 보니
예가 겐지 게가 옌지
게가 옌지 예가 겐지
온 산 낙엽이 회오리를 일으켜
정신 줄 놓고 그만
너랑 함께 나도 가을 산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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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기도 / 김주화

당신의 손길이 바람이면
나는 홀로 서있는 나무 입니다

​소소리 바람 스치며 잠든 나를 깨울때
살아 있음에 감사했나이다

​명주바람 살랑일때 꽃을 피웠고
동풍의 손길에 싹을 띄웠습니다

​마파람의 선율에 축복의 길 여시고
풍요로운 한때를 춤추게 했습니다

​서산마루 하늬바람으로
하나 하나 옷을 벗기며 비워감을 배웠고
나부끼는 옷가지들을 보며
뼈늘 깎는 낮아짐도 알았습니다

​두손 모아 기도 합니다

​살을 애이는 북풍의 손길도
단단하고 견고하게 내면의 생을
채워주실 당신의 손길임을 알기에

​행여
뿌리체 흔들려 먼 유랑의길 떠난다 해도
당신께서 내어주신 손길에 감사하며
찬미의 노래를 부르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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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소묘 / 이정순

11월 늦은 가을은
해질녘도 아름답습니다
노을은 하얀 억새꽃을
석양에 물들이는군요

​노란 은행나무는
무엇이 그리 바쁜 지
자꾸 잎새를 떨어뜨립니다

​저도 바빠지는군요
아마 늘어나는
얼굴의 잔주름 때문이겠지요
특별히 그렇다고 얼굴에
공을 들이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산뒤로 숨어 버리는
하루해가 참 야속합니다
서두르는 내마음이 허망합니다

​한 눈 팔 동안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해 버린 도시
잎이 떨어져
듬성 듬성 밤 하늘 보이는 나무
이대로 받아 들여야 하는 시간

​그러나
아직 육십년도 채 못살았습니다
하지만
벌써 오십년 넘게 살았답니다

​나에게 조금 남은 시간 얼마일 지
어떤 초상화가 그려질 지
운명속 운명을 만들어 가며
늦은 밤 잠 못들어하는
그대의 창 밖 서성이다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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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신부 / 유미성

11월의 신부는
아름답습니다

11월의 신부는
가슴 가득 아름다운
부케를 안고

하얀 면사포에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11월의 신부는
사랑스럽습니다

11월의 신부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사랑의 맹세를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볼에
키스를 하고 있습니다

11월의 신부는
떠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11월의 신부는
오직 한사람의 사랑이 되어
떠나가려 하고

아쉬움에
그대의 부모님도 울고
그대의 동생도 울고
예식장 밖에 서서
나도... 울고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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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연가 / 문헌우

흐르는 잔영-당신의 象
낯익은 공간에 들어서면 
그리운 당신의 모습
언제나 내 마음을
보고픔에 매이게하는 그대이기에
난 어찌할 바를 몰랐다오

​멈추지않는 물살의 흐름처럼
거센 감정의 격류 속에서
아스라히 잉태된 형상
내게 있어 그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그대는 모르리라

​그윽한 목소리로
잠든 가시나무 깨우는
불길로 오는가,
떨어진 공간과 시간에서
그대를 부르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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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연서 / 오애숙

이가을 고운 향기
가슴에 담뿍 담아
내임께 향한 마음

단풍잎 하나 따다
하늘빛 향그럼속
내 그대 향한 사랑

잘 익은 홍씨처럼
사랑을 그대에게
맘 열어 보이고파

이 가을
다 가기 전에
그대에게 전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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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장미 / 윤병권

불같이 태운 너의 영혼
가시 많은 넝쿨마다
붉은 그리움으로 물들이더니

뜨거운 태양열에 눈물 흘리고
모진 비바람과 싸우면서
밤이슬과 함께 사라져간 너이기에

떠나버린 수많은 인연 속에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구름처럼 사라지고 앙상한 가지마다
바람소리만이 흐느끼며 슬피 우니

질긴 인연의 고리를 부여잡고
찬바람이 지나가는 가지 끝에 매달려
숨죽이며 피어있는 장미화야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핏빛으로 멍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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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표정 / 금별뫼

풋풋한 봄날과 성성한 여름이 
두 발로 서서 11월이 된다
구름 몇 점이 하늘에 숭숭한 허구를 낸다 
날개 없이 추락하는 일은 슬프다
우울증이 오는지 
차창 위로 낙엽이 뛰어든다 
자동차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의 자살을 방관한다 
하루의 기억을 저장한 흉곽엔 
쓸쓸함이 가득하다
11월의 한쪽 다리가 
점점 경련이 일기 시작하면서 
세상은 하얀 복면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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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향기 / 김학주

아직도 당신에게서만 향기가 납니까?

​사실 그동안은 짙어
다른 이의 향에는 무관심 했겠죠

​이제는 코를 기울여 보아요
은은한 향이 풍겨오지 않나요?

​가만히 맡아보면
당신의 향과도 비슷할 겁니다

​지금까지 내 것이라 느꼈던 향기들이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었던 향은 아닐는지

​향이 옅어지는 계절 11월,
이 퇴색의 계절도 향기로우려면
서로의 가슴에 국화꽃 한 송이씩 피워 봐요

​11월에 내딛는 발걸음마다 행복 묻어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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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의 11월 / 이원문

조금 남은 늦 가을 며칠이 될까
들어선 11월 나뭇잎 털어대고
한 차례 비 오면 더 떨어지겠지

​며칠 후 그 며칠 나뭇가지 드러나면
가지 놓친 그 낙엽들 얼마를 구를까     구르다 못 구르면 땅 바닥 긁어대고

바람이 알리는 아침 저녁의 서릿발
드러난 논바닥들 그 아이를 기억하는지 벼 이삭 줍던 아이의 그 슬픈 날들을

​바람 싸늘히 얼마나 추웠을까
주운 벼 이삭 얼만큼을 주웠고        
한 많은 벼 이삭 그 아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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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수채화 / 윤인환

얼큰한 해장국 소문처럼 눈앞에 아른거리는 11월의 아침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듯
추녀밑 시레기 온몸 움추린 성에낀 영하 5도인데
모기 한마리 화장실 냉벽을 붙잡고 막숨을 쉰다
언 가슴 뎁히려는 습기찬 날개짓 애처롭게 바쁘다
그러고 보니 너도 나도 얽혀진 허울의 옷을 벗지 못한채
칼바람 속 칼춤을 춘다해도 허허실실 마른 겨울 홀로 버터야하는 가여운 중생
풀풀 먼지나는 삶이어도 꼬깃꼬깃 구겨지는 삶이어도
구멍구멍 파고도는 삶이어도 썩어 문드러질 삶이어도
군고구마처럼 익어갈 이 계절도 주문처럼 꽃필 봄을 기다리겠지
시방 어찌어찌 우야당간 살아가는 삶은 아름다운 수채화
아장아장 우물가를 걷던 아기가 울 할배가 되고
개똥참외 어적어적 씹고 놀던 아기가 울 애비가 되고
어쩌면 나도 모기의 할배가 되고 그 할배가 되고
아주 가끔은 쓰레기통에 쳐 박고 싶은
못난 형제 못난 친구 못난 자식이 될지언정
먼훗날 침묵의 저편 그 자식의 또다른 애비가 될 수 있기에
그저 담배 한개피 죽였다

똥누던 엉덩이 내줄지언정 차마 죽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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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이야기 / 이은영

첫새벽
찬이슬 맞은 들꽃이
싸늘한 갈바람에
몸을 웅크리고 앉았다

​밤의 잔상이
채 가시지도 않은
산모롱이에
가을빛을 듬뿍 마신
단풍잎들이 각각의
사연들을 감추고
널부러져 촉촉히
젖었다

​작은 호수위에
가지런히 앉은
낙엽들의 시린
이야기가 새벽빛에
반영되어 곱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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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이 가는데 / 민경대

우리는 태어날 때 아주 특별한 세 가지 재능을 부여받았다.
생명, 사랑, 그리고 웃음이 그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재능들을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배운다면, 
세상의 다른 사람들 역시 기꺼이 
우리와 함께 즐걸운 시간을 보내줄 것이다.

가을 하늘 말고 푸르른데 11월은 가는데
떠오르는 풍선같은 생각은 벽에 똗아 나온 가세에 찔리어
떠치고 박살이 나면 고무풍선 터지고 잔해만이
추수가 끝난 논밭에 허수아비 목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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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짓달 그믐께 / 백원기

하늘 방앗간에서 곱게 빻아
이 땅에 내려보내는 쌀가루
이쪽으로 뿌리다 저쪽으로 뿌리고
바람길엔 슬그머니 돌아드는 눈
쏟아질 때 받아야지
한눈팔면 볼 수도 없으리

아침부터 햇무리 지고
날씨가 축 처지나 했더니
값없이 주는 하늘의 은혜
하얀 눈이 곱게 내리려 했구나
소리 없이 내리는 하얀 눈에서
천사의 합창 은은히 들린다

땅 윗사람에게 베푸는 선물
순백의 결정체는 순결의 표상
인적 드문 데까지 찾아들다 사라지는
평화의 사도 하얀 눈이
곱게 내리는 동짓달 그믐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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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일월 어느 날 / 정태중

처음부터 메뉴판은 뒷전이었다
이미 들어서는 순간부터
벽에 걸린 구수한 문구에
눈길이 머물렀다

우리 함께 한 술자리에서
난 오래된 묵은지 김치찌개가ᆢ
넌 구수한 된장찌개가ᆢ
소주에 어울리다며 종알이는 탁자 위,

딱히 명분은 없었다
단지 비가 와 십일월이 지나는 자리
눈물 나게 슬퍼질 것 같아
파전과 막걸리는 본체만체했고

어쩌면
우리 마음이
단풍 떨어진 가지처럼
추워서일지 모르지만

따끈한 국물에
식도를 넘기는 알싸함이
너와 내가 통~했던가?
그뿐이다

다시 올 십일월 어느 날
문득 열어 보는 갈 빛 추억 속에는

별것도 없이 그저 몇 마디 말과
따끈하게 끓고 있는 알싸함을
목구멍에 넣었던 밤 기억하고
메뉴판을 볼 때에는 오래된 묵은지에
살며시 웃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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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에 내리는 비 / 백원기

달력 한 장 남겨놓고
11월에 내리는 비
안녕이라는 이별의 눈물

뭇사람 갈채 속에
환희의 나날 보내다가
종언을 고하는 차디찬 눈물
발등 위에 떨어진다

무성했던 노란 은행잎
우수수 떨어지고
빗물에 젖어 추워 떨면

일 년 내 간직했던 추억도
이별의 빗줄기 사이로 떨어져
길 따라 바람에 휩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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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에 떠난 사랑 / 최수월

떠난 건 가을만이 아니었다.
폭풍의 흔들림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던
그런 사람이었건만

​찔러도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을 만큼
한순간에 독한 사람 되어
아픔만 남긴 채
그도 냉정히 떠난 고통의 11월이었다.

​누가 잔인한 4월이라 했던가.
뼈 마디마디에서 뼈를 깎는 눈물 흐르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11월보다 더 잔인하단 말인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건
결코 원치 않기에
멀리 있다는 이유 하나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아픔만 준 죄인으로서
아픔에 더는 버틸 수 없어
떠나겠다는 사람한테
무얼 더 집착하고 무얼 더 붙잡겠는가.

​죽도록 사랑해서 영원히 보내고 싶지 않은
11월에 떠난 사랑아
나를 떠나 사는 날까지 행복하게 살다
아프게 아프게
그렇게 살다 두 눈 영원히 감는
세상과 하직하는 그날이 내게 오면
평생 잊지 못할 그 얼굴 단 한 번만 보여 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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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은 시작되고 / 민경대

알수 없는 11월은
열여진 문사이로
두팔을 벌린 상태로
거대한 절대 상수가
아무런 기척 없이 수평선을 달린다
절대로 손잡지 못하고
평행선 그으며
11월은 이제 달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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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을 맞이하여 / 안숙자

조금은 차분해진 마음으로
조금은 겸손해진 마음으로
조금은 따스해진 마음으로
두 발로 우뚝 선 건강한 너를 맞는다

​두 사람이 마주 선 듯
다정한 11월 서로에게 기대며
서로 감싸주며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길을 걸어가는
다정한 연인을 닮은
너를 배우고 싶다

​험한 눈보라가 몰아쳐도
세찬 비바람이 불어와도
두 발로 힘차게 버티며
미동도 하지 않을 너이기에
너를 닮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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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마지막 밤 / 민경대

혹시 기억 할 수 있을까
2011년이나 2010년의 11월의 마지막 밤을
올해는 기억할 수 있다
마음의 빛갈이 깔고 잇는 무늬
세월의 잔등에 색물감을 칠하며
12월이 바로 목전에 와 있는
마지막 달을 올해는 올해는 참으로 귀한 시간을
보낸다
이 지상에서 축배의 잔을 든다
이제는 기억하리 11월의 마지막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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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11월이 좋다 / 오정방

나는 11월이 좋다
11월은
한 해 마지막 달이 아니어서 좋다
제13월이 없는 12월보다
11월이 더 좋은 까닭은
아직도 해를 넘기기엔
한 달이 더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가 11월을 좋아하는 다른 이유는
감사의 달이기 때문이다
만입이 있다해도
그 감사를 죄다 못할만큼
감사할 것이 내게는
너무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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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일월의 나목(裸木)들 / 박인걸

동장군(冬將軍)이 온다는 정보에
숨고, 떠나고, 도망치고
온기 잃은 햇살마저
바위틈에서 서성거린다.

누덕누덕 입었던 겉옷을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알몸을 드러낸 나무들만
불굴의 의지를 불태운다.

샅바를 움켜잡은 씨름선수처럼
온 몸을 조여드는 혹한이라도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듯
하늘 향해 고함을 지른다.

비겁한 것들은 떠나고
연약한 자들은 포기해도
십이월로 힘차게 걸어 들어가는
나목들의 의지가 용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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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그는 갔습니다 / 하영순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길
2019년 11월 30일
그는 떠났습니다.
지구상에서 영영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때라
모처럼 팔공산 드라이브를 했다
11월 마지막 날
나목이 줄선 가로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생각이 만감 하다
한 해는 이렇게 가는 구나
쌩쌩 달리는 그 많은 자동차
뭘 찾아 저토록 바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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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마지막 일요일 / 민경대

너무 자주는 말고, 아주 가끔식은 평소에 먹어선 안된다고 생각하던 음식을 스스로에게 한 턱 내듯
사먹어 보자. 건강에 좋은 샐러드 대신, 케첩을 듬뿍 뿌린 파삭파삭한 포테이토 칩을 한 봉지 먹는 것이다.

그것은 그 동안 그 모든 건강 삭품들을 규칙적으로 먹고 그토록 근면하게 일해온 우리 자신에 대한 보상이다.
하나의 산들이 옮겨지고
다시 바위를 흔들고
움직이는 산속에는
소나무도 물도 우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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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어느 날의 이별 / 김수잔

온 여름 더위 먹고 취한 녹색들
나날이 색색 옷 차림에 분주 할 때
우리의 만남은 연둣빛 같았어라.

스산한 바람에 떨어져 나가는
낙엽들의 흐느낌 속에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이별 앞에 섰다.

함께한 시간 너무 짧아서
다시 만난다, 어떤 위로의 말도
시린 가슴에 그리움만 남기는 작별

쓸쓸히 떠나가는 낙엽들
봄이면 모체에 새 생명이 되듯
우리 만남도 다시 오리라.

우리의 이별, 슬픔만이 아니다
설렘과 희망의 기다림이 되려니
그리움에 사랑하는 마음
차곡차곡 쌓아갈
11월 어느 날의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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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개쑥부쟁이 / 김승기

나를 보고 웃음 짓는 그대여
철모른다 말하지 말라

떠날 때를 알고 가는 것이
아름다운 일
무슨 미련으로 오래 남아있느냐고
수없이 손가락질 받아도
그대만은 핀잔주지 말라

뒷모습 바라보는 서글픔 아느냐
무얼 지키려고 오래도록 남은 것 아니다
불러주지 않아
갈 때가 아니란 것만 알 뿐,
모두 떠난 자리
출렁이는 외로움
어찌 시리지 않겠느냐

그래도 누군가는 어디서 나를 보며
여민 옷깃 사이로 따뜻하게 마음 다독이는
살풋한 미소를 아는데
혼자 외롭다고 할 수 있겠느냐

힘껏 붙들고 있는 진청보라
우중충한 들판
눈 덮일 때까지 환하게 밝힐 수 있다면
무겁게 내려앉는
이슬 서리
무엇이 두렵겠느냐

부서진 낙엽 밟으며
쏟아지는 비 맞아 본 적 있느냐

비 그치면
바람으로 오돌오돌 온몸 후려치는
얼음장 같은 하늘
눈물 쏟게 하지만
밤이면 찬연한 별빛 황홀할 것인데
서둘러 겨울잠에 들 수는 없잖느냐

등보이며 떠나는 그대여
철없다 눈 흘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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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은 돌아오는 달 / 정용진

창가에 서서
가을 들길을 바라보면
낙엽을 밟고 돌아오는
그대의 발소리가 들립니다．
간 밤
찬비로 씻기운
나뭇잎들도
사랑으로 출렁이는
그대의 가슴처럼
뜨겁게 달아 오르고
속살이 들어나도록
푸르게 깊어가는
가을 강
그 물결 속에　
당신의 티 없는 마음이
비쳐옵니다.
소슬한 바람이
창에 와 닿으면
풍요를 찾아서 방황하다
텅 비인 모습으로 들어서는
무수한 그림자들이 보입니다．
산은 고요히 서있고
시내는 맑게 흐르고
늦가을　
바람을 타고와
담 모퉁이에서 졸고 있는
가을 햇살.
가을은
돌아오는 계절입니다.
봄의 꽃들이
성숙의 열매로 자라 돌아오고
여름의 땀이
풍성한 결실로 익어 돌아오고
거리를 방황하던
실속 없는 영혼들도
비인 마음으로 되돌아와
추수 감사절
기쁨의 식탁에 둘러앉는
만남의 계절
회귀의 달입니다.　
자신들의 때가
지났음도 모르고
빈 들을
내 영토처럼 지키다가
허기진 저들도
돌아와야 합니다.
가짜가 진짜처럼
허영의 자락을 걸치고
거리를 기웃대다
자존심이 구겨진
그대들도 어서 돌아와
땀 배인 나무지개에
산과를 가득히 얹고
마을로 들어서는
저들에게
환호를 보내야 합니다.
11월은 모두가
감사해야 하는 달
하나같이 돌아와
만나야하는
축제의 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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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에 그대 오신다면 / 오애숙

내 그대 오시련가
들녁의 황사 이는 길섶
흙먼지 모래바람 머리에
뒤집어 쓰게 될 늦가을

내 그대 오시련가
그대를 노심초사 기다린
이내 맘 그대가 아신다면
지체 말고 오소서

내 그대 오신다면
앞마당 감나무에 잎사귀
하나 없어 홍씨 마파람에
흐느껴 운다해도

11월에 그대가
정령 내게 오신다면
나목에 꽃 피어나리
화사하게 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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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가을 낙엽처럼 / 이준희

이 깊은 가을날
가을이 가기도 전에
온몸을 흔들며 들어서는 겨울아

​잎사귀와 이별에 나뭇잎들이 저마다
하얀 서릿발 되어 밤이 새도록 지켜보다
아침 햇살에 잠이 든다

​가을의 시작부터 서로에게
물든 낙엽은 뒤돌아보는 바람에게
어서 가라고 손짓을 한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푸르던 잎 다 버려 가진 것 하나 없는 낙엽은
조용히 흔들리는 바람 따라 어디론가
가야만 한다며 낙엽은 바람 따라가고 있다

​임을 향한 그리움인 것을
이 가을을 보내며 비로소 알까
곁에 없어도 늘 함께 있는 임에게
이 가을 내내 단풍 위에 썼던
임에 향한 고운 편지들이 한 잎 한 잎
나뭇잎처럼 떨어지고 있구나

​서로를 사랑하는 동안
나뭇잎들은 붉게 물들었던 어디론가 가고 있다

​허공은 말없이 메아리를 전해주지만
듣는 이도 내는 이도 모두 가을 속의 사람
가을은 가는 계절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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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어느 날이 간다 / 송정숙

뻐꾹이 울고가니
산 그림자 짙어지고
보내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익숙하지 않아
갈잎 향기 온 산을 감싸안으며
11월의 어느날이 간다.

국화 앞세워 오는가 하였더니
떠나는 모습의
쓸쓸함도 가져간다며
들녘, 찬서리 꽃처럼 앉아
나비의 날개짓도 사라진
11월의 어느 날이 간다.

설레이는 시처럼 왔다가
한편의 시를 춤사위로 보이고
사라지는 것들은
마음에 남겨진다며
11월의 어느 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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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적멸하는 가을 애(愛) / 고은영

가뭄에 목말랐던 계절은
하루치 단비에 해갈됐는지 말갛다
가을로 떠났던 이름없는 방황이 다시 돌아와
절정의 포지션으로 물들인 노란 은행나무 길에서
아직은 가을이라 우기는 11월을 다시 만나고
구름들은 떼를 지어 느리게 느리게 흘러간다
오점만 가득했던 인생의 날개가 부끄럽던 날
허접한 시간이 옭아매던 비구상의 도로에서 
무지몽매하게 세뇌되던 가을은
오로지 빈곤했던 삶의 단편들을 후비고
사색은 참 가치로 이어지는 지금이야말로
가을은 절정이라 말하고 있다
"낙엽을 태우며"라는 고등학교 시절 국어 책에
이효석님의 쓴 수필 하나로도 가을은
충분히 방황에 어울리는 그리움이며
또 그리움의 종점인 것이다
하나 둘 중구난방으로 피었던
헛된 꿈의 벽보를 나는 지금 갈가리 찢고 있다
눌어붙은 잔재는 언제 보아도 더럽고
이상 (理想 )은 머쓱하게 아픈 일이다
그것들은 이미 시들하고 더러는 부식한 채 쓰러져 간다
나는 그것들을 낙엽과 더불어 태울 것이다
마지막 가을을 장식하듯
그것들은 낙엽과 더불어 활활 타오를 것이다
그것들의 타는 냄새가 황홀한 커피 향으로
나의 콧등에 흩어지면 저무는 가을에
나는 아쉬운 아듀를 외칠 것이다
잘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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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아무 것도 없는 11월 / 문태준

눕고 선 잎잎이 차가운 기운뿐
저녁 지나 나는 밤의 잎에 앉아 있었고
나의 11월은 그 아무것도 없는 초라한 무덤에 불과하고

​오로지 풀벌레 소리여
여러 번 말해다오
실 잣는 이의 마음을

​지금은 이슬의 시간이 서리의 시간으로 옮아가는 때
지금은 아직 이 세계가 큰 풀잎 한 장의 탄력에 앉아 있은 때

​내 낱 잎의 몸에서 붉은 실을 뽑아
풀벌레여, 나를 다시 싸다오
너에게는 단 한 타래의 실을 옮겨 감을 시간만 남아 있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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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길섶에 올리는 기도 / 오애숙

주여, 깊어가는 가을입니다

산야 오곡 백화 풍성함 속에
붉게 타오르는 만추의 풍광
내 안 가득 피어나게 하소서

내 안 가득 넘치는 풍요에
머지않아 닥쳐올 겨울 대비
눈 뜨게 하사 점검케 하시고

주변, 눈여겨 돌아다녀 보며
하늘빛 향그럼 살며시 내밀어
있는 듯 없는듯한 자 되어서

이가을, 창조주의 풍요 속에
새 노래로 기쁨의 잔 나누며
11월 단추 잘 끼우기 원합니다

오 주여, 빛나는 11월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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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바람과 마지막 잎새 / 고은영


몽환의 애액을 발산하는
저 찬란한 잎새들의 색기를 보아
몽유도원, 황홀하구나
마지막 불꽃에 화르르 타오르는
아름다운 이별 애(愛)
영혼이 헤지고 산화돼 가는 비바체
그 끈질긴 잎새의 고해
11월은 바람도 고독이다
아무리 뛰어도 쓸쓸한 미망(迷妄)
창백한 가슴과 차가운 손길로
현 화 (現化)해 가는 바람은
마지막 잎새의 수의를 벗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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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1일은 젓가락데이 / 이제민


11월 11일은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라고 하지만
젓가락데이라고도 하면 좋겠다.

어렸을 때부터
젓가락을 사용해
손재주가 남다른 우리 민족

빼빼로와 가래떡같이
선물로 나눠주듯
가정에 화목하라는 뜻으로
나무젓가락 한 묶음 나눠주자.

젓가락데이 날
막걸리, 김치와 함께
우리 고유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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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이 그리는 뒤란 수채화 / 권오범

파장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아름답게 마감하려고
조랑조랑 불 밝혔던 감나무가
주홍빛 전구 이파리 모두 잃어
앞산마루 파란 하늘 배경이 투시되는 한낮
그러잖아도 에부수수한 풍경인 것을
대추나무는
장대 폭행에 분신들 다 빼앗겨 속상한지
남보다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방범등 휘감고 올라
오렌지 빛 만월과 여름내 만리장성 쌓다 빛바랜
메꽃덩굴 추억 때문에
온통 부스럭거리는 화판
하늘 떠받들고 곤댓짓 하던 코스모스 객기도
쑥대머리로 갈무리해 에부수수하고
맥문동 모가지마다
겹겹이 걸었던 흑진주목걸이마저
시나브로 흘러내려
꼬치꼬치 터치해 마무리하고 있는 측백나무 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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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 김병훈
11월 / 민경대
11월 / 박동수
11월 / 서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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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 송정숙
11월 / 심언주
11월 / 안재동
11월 / 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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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 이정화
11월 / 임성용
11월 / 제갈일현
십일월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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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 / 이시영
십일월 / 이재무
11월 강변 /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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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게 / 임영준
11월에는 / 김덕성
11월에는 / 김해정
11월 연가 / 김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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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빛 / 임영준
11월의 시 / 남정임
11월의 시 / 윤월심

11월의 힘 / 임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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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추상 / 고은영
가는 11월 / 김동기
십일월 논 / 하병연
11월, 어느 날 / 김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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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기도 / 김주화
11월의 소묘 / 이정순
11월의 신부 / 유미성
11월의 연가 / 문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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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연서 / 오애숙
11월의 장미 / 윤병권
11월의 표정 / 금별뫼
11월의 향기 / 김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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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11월 / 이원문
11월의 수채화 / 윤인환
11월의 이야기 / 이은영
11월이 가는데 / 민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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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달 그믐께 / 백원기
십일월 어느 날 / 정태중
11월에 내리는 비 / 백원기
11월에 떠난 사랑 / 최수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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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시작되고 / 민경대
11월을 맞이하여 / 안숙자
11월의 마지막 밤 / 민경대
나는 11월이 좋다 / 오정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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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월의 나목(裸木)들 / 박인걸
11월 그는 갔습니다 / 하영순
11월 마지막 일요일 / 민경대
11월 어느 날의 이별 / 김수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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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개쑥부쟁이 / 김승기
11월은 돌아오는 달 / 정용진
11월에 그대 오신다면 / 오애숙
11월의 가을 낙엽처럼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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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어느 날이 간다 / 송정숙
11월, 적멸하는 가을 애 / 고은영
그 아무 것도 없는 11월 / 문태준
11월 길섶에 올리는 기도 / 오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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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바람과 마지막 잎새 / 고은영
11월 11일은 젓가락데이 / 이제민
11월이 그리는 뒤란 수채화 / 권오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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