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마당/가을

늦가을에 관한 시 2

+ 늦가을 / 권철

단풍나무 울긋불긋
직박구리 천국을 오가네
창밖의 아이들 노는 소리
가을은 깊어가네

나뭇잎은 떨어져 고요히 쌓이고
가을 공기는 내 흩어진
심상의 잡된 생각이어라
수심인 양
까치는 독을 세워 울고
아이들 조롱하듯 주위는 어수선하네

-----------------------
늦가을 / 김영호

풍성했던 들녁에 신식기계들에 힘찬 소리에 .....
황금들판은 군데 군데 잘려 나가고...
돌맞은 머리에 상채기 난 머리통처럼...
들판은 수확으로 인하여 상채기 투성이로 변한다....

넉넉한 늦가을에 풍요로움은.....
상채기 투성이 같지만...
명년 봄 새로운 생명을 낳고 기르기 위해....
모진 겨울 삭풍을 견디며. 내일을 꿈꾸며 희망을 노래 한다.....

이맘때 쯤이면....
언제나 긴 겨울을 나기 위해 .....
배추밭에서 잘 결구된 배추를 수확하기 위해...
짚으로 배추의 허리를 묵어 주곤 하신던 어머니...

반백의 머리에 흰 수건 쓰고 콩알이 튀어 나오도록 ...
앞섶에 한아름 놓고 방망이 질 하던 늦가을......

------------------------
+ 늦가을 / 김행숙

넘실넘실 춤추며 허수아비가
풍경처럼 걸어온다
밭고랑을 넘어 둔덕을 넘어
거인처럼 걸어온다

장마도 이기고
태풍도 견디고
지금은 늦은 가을

어깨에 둘러맨
북치며 장구치며
어릿광대처럼 걸어온다
꽹과리 치며 날라리 불며
남사당패처럼 걸어온다

------------------------
늦가을 / 박경림

그 속은 이미 온전치 않다고 합니다
울긋불긋한 것이
천지에 깔렸다 합니다

더 속으로 들어가 보면
누렇게 변한 몰골이
오그라진 마디가
바스라진 조각이
뼈만 앙글한 줄기가 우왕좌왕인
그곳은
길이 엉켜 엉망이라고 합니다

엉망인체
서로의 사이를 유지한다고
더 이상 물들지 않는다고

천지를 집어 삼킬 것 같던
그들은 이제

=============
늦가을 / 박인걸

산비둘기 멀리 떠나니
앉아 울던 나무 가지가 쓸쓸하다.
토종 까치들만 종종걸음 칠 때
붉 나무가 그 앞에 열매를 던져준다.
늦가을 접어드는 길목에는
서글픈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지천으로 뒹구는 가랑잎을 밟을 때
삶의 허무가 뼛속까지 스민다.
구름에 달이 천천히 가던
아주 오래 전 서리 내리던 밤
옥수수 섶 베던 아버지 낫질 소리에
연민(憐憫)이 치밀어 울었었다.
허리 졸라맨 어머니가
등잔불 밑에 앉아 가난을 꿰맬 때
불빛에 반사된 눈에 맺힌 눈물이 슬펐다. 
늦가을 낙엽이 나부낄 때면
어머니 낡은 옷자락이 눈에 밟힌다.

-----------------------
+ 늦가을 / 박태강

낟알쪼는 멧 비둘기 
날아 오르면 
가을거지후 텅빈들은 더욱 넓어 
맷비둘기 따라 
푸른하늘 
더욱 높아지고 
높이 솟은 감나무 
붉은 감 
눈으로 찾아드는데 
내마음 
옛님 
생각에 
외로운 논두렁 길 
혼자 걸으며 
사그락 사그락 
텅빈 넓은들 
내 마음 
쓸쓸히 붙잡네 

-----------------------
늦가을 / 안국훈

가을이 노루 꼬리만큼 남았다
쾌락에 빠지지 말고
게으르지 않게
그저 남은 가을을 즐겨라

해마다 건강검진 하면
조금씩 달라지는 몸 상태 느껴지듯
나이 들수록 좋아지기보다
이쪽저쪽에서 하나둘 신음한다

은행나무는 바람 없어도
우수수 노오란 그리움 내려놓건만
그대 떠나간 후 죽어서도
허리 펴지 못하는 새우처럼 산다

타오르는 노을 속에서
늦가을의 뒤척거림을 보면
가슴 숭숭 뚫린 것 같이
쓸쓸함보다 무력함을 먼저 만난다

--------------------------
늦가을 3 / 윤순찬

긴긴 여름은 어디 있나.
작열하던 태양의 도가니
그 잿빛의 화장터에서
살아 남은 자와
눈을 뒤집고
광폭의 거품을 뿜으며
세상을 흔들던 광기와
머리를 풀어 헤치고
갈숲을 지나는 아낙이
득도할 시간
갇힘 없이 풀어 줄 시간
영원히 잠들어
다시는 잠들지 않을 시간

=============
늦가을 / 이한명

마지막 잎새 뚝 떨구고도
한참을

빨간 눈물 하나 대롱 매달고 있는
홍시 나무

맑은 기억 속의 어머니는 아직도 들일에서
돌아오지 않으셨네

여전히 풍경은 맘속에 남아
골짜기를 이루고 먼 곳 산자락을 불러
세우지만

몽실한 젖무덤 내어 주던 아린
달빛 속

그리움만 등불 너머 깜빡이고 있네

----------------------
늦가을 / 정석봉

보이지 않는 이마에 저녁이 코앞이다
생각은, 배고픈 능선 끝에서 잠을 깬다
간이 배밖에 나온, 새벽 초생달 하나
저녁이 되어서야 서산에 감 씨 하나를 심었다!
굶어 죽을 지경이다
손발이 보이지 않으므로 별다르게 할 일 없다
간을 뱃속에 다시 집어넣은 후
눈물로 반성하며 뿌리내리고 싶었는데

홍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누워서 입을 쩌억 벌리고 자다가
얼굴이 퉁! 퉁! 부어올랐다!
별똥별은 덩달아 윗니에서 아랫니로 스치고 있었다
무척 애가 닳는다
어두워도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그저 먹으려는 심보에는
딱! 고만큼 누구에게 얻어터져 찌그러지고 싶은 날
낙엽이 자꾸만 짓밟힌다

-----------------------
늦가을 / 한상숙

여름내 숲속에서 속앓이하던 
머루는 까맣게 물든줄도 모르고, 
다람쥐만이 슬픈 사랑을 알고 위로하듯 
온몸으로 조심스레 덩굴을 쓰다듬는다. 
풀벌레 쉬어가던 들풀 잎사귀는 
추억을 안고 그 자리에서 빛바랜 사진처럼 
엷은 갈색으로 물들어있다. 
붉은 나뭇잎은 흙내음새 그리워 
앞다투어 떨어지고 
향긋한 모과향이 슬픈 가을을 지켜주는 가운데 
한 마리 까치는 감나무에 올라 
올 겨울 제밥 잊을새라, 
몇개 남은 감 제것 알리듯 부리로 쪼아본다. 
산수유는 잎이 물들기전보다 훨씬전에 
붉게 익었는데, 
주름 패인 할머니 한분이 
그 밑에서 세월을 막았던 손으로 
어린 아이 볼처럼 탱탱한 빨간 산수유를 줍고 있다 

------------------------
늦가을 / 허윤정

소실댁 살림처럼
아기자기 하더니

오늘은
본댁 마님
다녀 갔는지 

風飛雹散
이 늦가을 오후

=============
늦가을 / 홍경훈

보았습니다.
그제 밤에도 어제 밤에도
성난 바람이 순진한 나뭇가지를
마구 흔들어 대는 것을

나무는 말이 없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바람이 야속 하면서도 늘상 겪는 일이라
그러려니 하는 모양입니다.

언제부터 이 연약한 약자를 흔들며
평화를 깨뜨렸을까요?
더 이상 두고 볼 일만은 아닌 듯합니다.
맞불을 넣던가 따끔한 경고라도 주는 것이,

쉽게 쉽게 해결 될 일은 아니지만 좀더
두고 보면서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순서가 아닐는지요
함부로 접근 하다 역 효과라도 생긴다면
걷잡을 수 없는 광난을 일으킬지 모르니까요

그게 좋을듯 합니다.
때는 한참 화가 날 늦가을이라는데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독을 품은 바람이 또 어떤 횡포를 부릴지
아무도 예측 할 수 없으니까요.

----------------------------
 + 가을 여자 / 백덕순

마지막 단풍 태우는 가을아
제 몸만 태우는 노을아 
멀어져 가는 하늘아
나를 미치게 하는 가을 사랑아

늦가을 은밀한 오솔길에서
시린 목 데워줄 누가 있으며
황홀한 낙엽의 거리에서 
같이 걸어줄 누가 있을까

푸르른 날들이 가고나면
이별을 준비하는 가을 나무는
색동옷 한 벌 벗어놓고
빈가지에 아롱다롱 그리움만 쌓이는데

노을아 현기증이 나는 가을아
만남과 이별도 사랑이라고
마지막 단풍잎의 노래
연둣빛 꿈꾸고 있는지 몰라.

---------------------------
+ 가을 연가 / 김용호

잎이 유달리 큰 오동잎 사이로 북쪽에서
가을 바람이 불어오듯 쓸쓸한 내게
조금은 쓸쓸한 인연이 되어 준 그대

이 가을에 나뭇잎이 퇴색해 가려 합니다.
내가 행복 할 수 있다면 가을 바람처럼
쓸쓸하게 찾아가 그대의 푸른 꿈을
울긋불긋 퇴색시켜도 되겠습니까?

늦가을에 떨어진 낙엽들이 뒹구는
빈 공간에 아픈 추억을 묻어 두고 다시
환생 할 내 푸른 꿈을 그대 가슴에
얼어붙지 않도록 미리 심어 두어도 됩니까?

그대는 외로운 이 가을에 내 외로운
마음을 감싸 줄 수 있는 열매를

무룩 익게 하는 가을 햇살 일 수도 있고
내 고리타분한 사연을 함께 해줄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 내 별 일 수 있습니다.

---------------------------
가을 연가 / 조세용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은
황갈색 마지막 낙엽이
흐느끼며 떨어지는
늦가을 해거름 무렵이었지

서산 마루에 걸려 있던 태양
검은 피 토하며
어둠 속으로 막 사라졌고

호숫가 한가운데
살랑거리며 춤추던
검붉은 노을도
어느새 잠들어버린
너와지붕 카페에서

시곗바늘 잡아 놓고
마냥 얼굴 붉히며
시와 인생을 이야기했었지

좋은 시 쓰기 위해선
아름답고 올곧은 삶을
인생해야 한다고

그렇게 해야만
월척은 아니어도
준척이나마 건질 수 있다고
굳게 다짐했었지

그러나
지금
호숫가 그 카페는
사연도 남기지 않고
가뭇없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싸늘한 색바람에
오갈든 낙엽만이
가년스레 흐느끼고 있었다.

===============
가을 풍경 / 허윤정

비 맞은 거미줄에
가을은 문양을 수 놓고
시간은 아득히 먼 탈출을 시도 한다
다시 올 수 없는 이 늦가을 오후
비비새
비 비 비, 비비비
넋의 흐느낌   
물든 잎새들은
지금 하강을 서두르고 있다

----------------------------
낙엽 한 장 / 오광수

나릿물 떠내려온 잎 하나 눈에 띄어 
살가운 마음으로 살며시 건졌더니 
멀리 본 늦가을 산이 손안에서 고와라. 

---------------------------
늦가을 밤 / 용혜원

가로등도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왈칵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
늦가을 밤

까맣게 칠해진 하늘에
어설프게 떠오른
별들의 눈빛이 작다

​어둠은 자꾸만
더 짙게 파고드는데
마음은 텅 빈 터널이 된다

​견디다 못해
아직 떠나지 못한
낙엽들이 쌓인 길을
서성거리며 걸어가지만

​홀로 된 가을
나도 왈칵 눈물을 쏟을 것 같아
진한 커피라도 뜨겁게 마셔야겠다

--------------------------
늦가을 비 / 박인걸

늦가을 찬비가 내리면
가슴 지층에 가득 고인다.
그렇게 고인 빗물은
오래전에 고인 빗물과 곶자왈이 되어
이따금 밖으로 솟구친다.

깊이 고인 빗물에는
고운 추억이 分子로 떠돌고
혹은 슬픈 粒子로 방황하다

오늘 같은 날에는 같은 類와 만나
가슴을 뒤흔들며 치솟아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빗물에 젖은 나뭇잎에 동정을 느끼며
지층은 서서히 허물어지고
바람이 없어도 한쪽으로 쏠리며
그리움의 출처로 달려가고프다.

비가 세차게 내릴 때면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가을비는 그리움 병을 도지게 한다.

================
늦가을 비 / 박인걸

스러진 마른 잎 위로 비가 뿌리면
숨이 붙어있는 낙엽들이 흐느낍니다.
서리 맞아 헐떡대던 용담초 꽃이
창백한 얼굴로 스러집니다.
붉게 타오르던 단풍은 자취를 감추고
쏟아내던 산열매들도 사라졌습니다.
외로운 기러기도 울며 떠났고
가을비에 남은 잎들 서럽습니다.
노목(老木)이 쏟아내는 낙엽을 보며
어떤 허무가 가랑잎처럼 뒹굴고
마지막 잎사귀 곤두박질 칠 때
이별 아픔이 내 영혼을 울립니다.
빗물은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헤어지는 아쉬움에 서성입니다.
몇 번을 뒤돌아 봐도 떠나야 하는
가련한 발걸음 되돌릴 길 없습니다.
매정하게 흘러가는 세월 앞에는
순수도 순진함도 빛이 바래고
점점 차가워지는 늦가을 비처럼
뜨겁던 가슴도 싸늘하게 식어갑니다.
하지만 아직도 접지 못한 작은 미련이
내 명치끝에 대롱대롱 매달립니다.
늦가을 밤비가 천둥 번개를 몰고 와
침실 창문을 두드립니다.

---------------------------
늦가을 산 / 박인걸

산은 조용히 일어서 있고
옷 벗은 나무들 홀가분하다.
어저께까지 황홀하게 빛났으니
이별 앞에 슬퍼할 수는 없다.
바람마저 멀리 도망친 숲에는
너부러진 낙엽들이 눈부셔서
나는 네가 내 곁에 있지 않아도
하나도 쓸쓸하지 않다.
어차피 그 날이 오면
나는 혼자 걷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때에 꽃은 처연(悽然)한 그림자만 남기고
붉은 단풍은 종소리처럼 흩어지며
나는 외로운 눈물을 흘릴 걸 짐작했다.
가을 산이 공림(空林)으로 변할 때면
나는 아랫배에 살며시 힘을 주고
두 주먹 사이에 몽사(蒙死)를 각오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날이 왔다.
새파랗던 시절의 달아오르던 사랑도
녹슨 나뭇잎처럼 사라지고
둘둘 말려 떠나가는 저녁노을에
그리움마저 휩쓸려 높은 산등성을 넘는다.
어둠이 구릉지로 걸어올 때
처음 느끼는 쓸쓸함이 출렁거린다.
올 해 늦가을 산은 더 높아 보인다.

---------------------------
늦가을 숲 / 김정원

이고 지고 쥔 것들을 내려놓으니
여태 보이지 않던 높은 하늘이 보인다

우리 함께 사는 눅눅한 세상 발부리까지
고실고실한 햇볕이 어루만지고
끊어졌던 소식이 새 소리처럼 들려오며
그 사람이 그리워진다

지난 무성한 계절에

왜 더 다정히 얘기하지 못했을까
왜 더 넉넉히 품어주지 못했을까
왜 더 뜨겁게 사랑하지 못했을까

몸부림쳐도 돌아갈 수 없고
참회해도 얻을 수 없는 날들

그 날들이 오히려 찬바람 부는 날들을
거뜬히 살아갈 힘이 되고 슬기가 되길
나무마다 빈손으로 팔을 벌려 기도한다

------------------------------
가을 그림책 / 김덕성

지금 낙엽이 떠나는
늦가을
가을이 가기 전에 어서
내 그림책에
가득히 가을을
담아 두겠습니다

시리도록 빛나는
높고 푸른 하늘도
점박이처럼 떠있는 태양도
슬쩍 지나가는 바람도
빨간 단풍도 모두 담으며
가을에 심취되어
사색에 잠기겠습니다

그러다가
겨울이 오고
심령이 메말라지면
담아 두었던 그림책을 펼쳐
당신이 정열로
만드신 그 가을을
시를 지어서
당신을 노래하겠습니다.

================
가을의 잔성 / 최원

시든 잎들을 강물 위에 누인 
삭정이 같은 여느 풀 대궁들이
폐선의 사선으로 꺾인 돛대처럼 
석양을 등진 채 저문 강에 침몰해가는 
스산한 늦가을
그 애잔함 

------------------------------
늦가을 단상 / 전길자

새들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까치밥을 쪼고
나는 옷깃을 여미며 새들을 바라보네
새들의 부리에 묻은 단물처럼
내 생애 남은 시간도
누구에겐가 단물로 남았으면
숨어 열린 주목나무의 빨간 열매가
계란에 독성을 내주고
환부를 치유하는 것처럼
내 생애 한 부분이
누군가의 상처를 달래주었으면
세상 한 귀퉁이에 남겨진 까치밥처럼
계절 한 귀퉁이에 매달린 주목나무 빨간 열매처럼
내 詩도
오늘 누군가의 상처를 달래줄 수 있다면.

------------------------------
늦가을 배웅 / 정찬열

늦가을
낙엽 따라 배달된
가을 초대장, 애마를 타고
숨 고르며 달려가니 나를 반기는 도솔산

빼 곡이 들어찬
선운사 거대한 주차장에는
배낭 멘 포위 대가 밀려 내린다.
모두가! 달아나는 계절을 잡으려고

꽃무릇 풀잎 피운
초록 잎 융단에는
제 몸 붉게 불태우며
곱도록 단장한 단풍은 애교를 떤다.

단풍든 옷차림
연신 사진기에 가을 담는다.
쫓기는 단풍을 감싸 안으며
융단까지 주러 밟고, 셀카도 모아 담고

이 가을 보내는 아쉬움
산 그림자, 길어진 시간
서쪽 하늘로 붉은 단풍 내몰리며
하나둘씩. 주차장을 떠난다.

이 가을.
잡아 둘 수 없기에
사진으로 담아두는 늦가을
아쉬움과 미련 담아 배웅을 한다.

-----------------------------
늦가을 사랑 / 김덕성

불태우던 단 하나
지글지글 빨갛게 달아 끓이던 사랑
빨간 비 되어 내리고

먹음직스럽게 익은 감처럼
사랑의 그리움으로 슬며시 품어주며
정열로 이어지던 사랑의 불길
이제 꿈으로 피우고

따뜻이 품으며 보듬으며
보석보다 더 애기중지 사랑했는데
붙잡으려 손을 내밀어 보지만...
갈림길에선 나무와 잎새

낙엽비로 쌓인 빨간 사랑
그리움 위에 촉촉이 적시는 눈물
가슴 찢어지는 듯 쓰린 아픔
너를 그리 사랑하였는데
나는 어찌하라고

=================
늦가을 상념 / 박인걸

찬 서리 내리는 들녘에
풀들이 스러지고
을씨년스런 바람이
그 위를 짓밟는다.

보랏빛 들국화가
목이 꺾인 채 주저앉고
죽은 프라다나스 잎이
가엽게 나뒹군다.

우거진 강기슭의
갈대 몸짓은 외롭고
얼어버린 먼 하늘의
회색 구름이 차갑다.

처마 밑으로 파고드는
발이 시린 참새 떼의
잔뜩 움츠린 걸음과
가녀린 신음도 애달프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타임아웃 된 경기장처럼
파도처럼 밀려오는 공허가
외로운 가슴을 두렵게 한다.

-------------------------------
늦가을 서정 / 김덕성

흘러가는 계절
순응하며 따를 수밖에 없는 변화
사라진 텅 비인 들녘

깊어가는 가을
불어오는 갈바람에 진하게 물들인
오색찬란한 빛도 잃어가는
아쉬움을 주는 늦가을 풍경

세월이 스쳐간 내 가슴
벌서 세월이 물들여 아쉬움을 남기며
점점 굵어지는 나이테처럼
마음마저 깊어간다

12월로 가는 길목에 서서
그리움만 드리우기 시작하는데
외로움만 더해가는 늦가을
훨훨 사랑 찾아 날아가고 싶어진다
그게 늦가을 사랑이 아닐까

------------------------------
늦가을 서정 / 최영복

안개 자욱한 새벽길을
아무련 준비도 없이 걷다가
짓궂은 가을비를 만났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발걸음을 재촉하며 걷는 길섶마다
비에 젖은 나뭇잎이 진다

​가을에는
바람소리도 의미가 깊어진다
그동안 닫아 놓았던 마음도
하늘을 향해 조금씩 열어 주니

​꽃바람도 지나가고
하얀 솜털 같은 구름이 쉬엄쉬엄 건너간다
강 언저리마다 구절초 향기 손짓도
덥석 받아 들리고

​아른아른 다가오는 추억도
와락 품에 끌어안고 지난 이야기
밤새 듣고 싶다


------------------------------
늦가을 소묘 / 박동진

약천사 돌확 속
산란 끝낸 잠자리 한 마리

동안거 준비하는 수련 곁에서
양 날개 쭈욱 펴고 입적하셨다

​죽었나 살았나,
벚나무 가지에 걸린 조각구름이

살살 건드려보는데
점정(點睛) 앞둔 약사여래의 약탕기에

무슨 특효약이 들어있는지
대광보전 불상 앞에 엎드린 중생들 엉덩이

천근만근이다
혹여 그대도

물 바튼 작은 웅덩이 안에서 심란할까
염려스럽네

=================
늦가을 애상 / 김덕성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그렇게 곱던 가을빛이 부서지며 
그 빛을 잃은 거리

곱던 단풍도 
흐르는 시간 따라 감성을 잃고 
초라해 가는 모습이 
가슴 아프다

계절에 쫓아오는 그리움도 
짙은 색으로 누런색으로 변해가고
살며시 찾아오는 불안감이
마음 비에 젖는다

깊어 가는 늦가을
찬비에 축축히 젖어 그만
먼 길 여행을 포기하고 불시착 
가을비에 애원하는 낙엽 
거친 숨결을 듣는다

------------------------------
늦가을 풍경 / 김상현

슬픔이 옷을 벗어 슬픔에게 준다.

------------------------------
늦가을 풍경 / 김순진

비포장 도로가에 줄지어 피었다 진 코스모스 빈 대공들이 
볏짚 지고 가는 주름 패인 농부를 향해 
스산히 손을 흔들며 남은 아양을 떨려 하고 

누덕누덕 낙엽을 기워 입은 소년은 
쓸쓸함을 주머니 속 불알 두 쪽같은 
호두 두 알로 빠드득 빠드득 늦가을을 이기고 

새 쫒던 뚫어진 밀짚모자의 외로운 허수아비는 
유행 지난 큰 카라의 찢어진 와이셔츠 차림으로 
벌판의 승냥이같은 바람에 항전하며 외다리로 서 있고 

여름내 참 먹던 콩밭둑 북나무 정자의 
하나 밖에 남지 않은 유선형 붉은 잎새는 
최후의 가을인 양 울먹이다 목매어 매달리고 

쥔 게으른 콩밭의 장렬하게 목 바친 수숫대는 
누군가 콩서리라도 해먹었는지 분노하여 
목 잘린 수탉처럼 피흘리며 떨고 있다. 

------------------------------
떠나는 가을 / 김인숙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늦가을의 바람은
답답한 세상의 창문을 열어
오염된 분위기를 환기한다

뚜벅뚜벅 겨울이 다가올수록
자리 내어줄 준비
하늘에서 내려주는 빗물로
구석구석 물청소를 한다

길거리엔 은행잎 빗자루가
잡다한 쓰레기와 나뒹구는
슬픈 흔적들을 조용히 쓸고 있다

머물던 자리에서
작별의 인사
쓸쓸한 낙엽으로 대신하고
뒷모습도 당당히
한 계절이 떠나고 있다.

===================
늦가을의 굴뚝 / 이원문

바람 쓸쓸히
첫서리에 시렵더니
곱던 단풍 한 두잎
산 꼭데기부터 벗겨진다

아직은 낮은 단풍
드러난 논 바닥
이맘때쯤 벼 이삭 줍던 아이
그 아이 홋껍떼기에 얼마나 추웠을까

시려운 들녘 바람 그 아이 옷 속 파고 들고
고무신에 붙은 흙 물에 빠진 발
오늘도 그 아이 벼 이삭 줍고 있나
아련히 시린 고향 저녁연기 끊어진다

---------------------------------
늦가을의 마음 / 이원문

겨울 문턱의 늦가을
비 오고 바람 부니
이리 쓸쓸 할 수가
몸 보다 더 쓸쓸한 마음
요 얼마전만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걷는 길 위 젖은 낙엽
저 낙엽은 안 그럴까
바람이 불어도 구르지 못하고
내리는 비 그대로
온종일 맞고 있다

------------------------------
파란 가을의 시 / 곽재구

가을에는
먼 길을 걷습니다
파란 하늘을 보며 걷고
파란 강물을 따라 걷고
언덕 위의 파란 바람을 따라 걷습니다

가을에는
마주치는 이의 얼굴도 파랗습니다
염소를 몰고 가는 할머니의 주름살도 파랗고
계란이 왔어요 번개탄이 왔어요
장돌림 봉고차의 스피커 목소리도 파랗습니다
바닷가 마을에서 잠시 눈인사를 나눈 우편 배달부의 가방 안엔
파란 편지와 파란 파도소리가 가득 담겨있지요

가을에는
먼 길을 천천히 걷습니다
걷다가 파란 하늘을 만나면

파란 나무를 사랑하고
파란 뭉게 구름을 만나면
파란 뭉게구름을 사랑하고
파란 거미줄과 파란 달빛을 만나도
금새 사랑에 빠지지요

아, 저기
파란 징검다리 위로
파란 얼굴의 가을의 신이 건너오고 있습니다
그에게 파란 가을의 시를 들려주기 위해
나 또한 징검다리 위로
파란 바람처럼 건너갑니다

-------------------------------
가을과 겨울사이 / 오애숙

생명의 근원으로 활력을 주던 봄도
갈바람에 숨결을 잃어 가는 늦가을
가슴에 밀려오는 찬서리에 주춤한다

새봄의 향그럼이 신탁의 미래 주던
속삭이던 푸름도 때 되니 아득함에
봄의 언어는 생동감을 노래했던 기억

이 가을 내 눈동자에서 풍성함의 노래
영원하련만 쓸쓸함 노래하고 있는 건
내 곁에 따사한 네가 없는 까닭이련가

너의 가을이 풍성함 노래한다고 해도
네 안에 내가 없고 내 안에 너 없으면
무슨 소용이겠나 반문해 보고 싶구려

소슬바람 불어오고 설한풍 몰아쳐서
그대 가슴에 몽이 하나가 박히고 나면
그때 후회의 깃발 올리겠지 생각하네

가을과 겨울 사이 천만 다행으로 그대
내곁에 있고 내가 그대 곁에 희망의 꽃
피우니 서로에게 우듬지가 되고 있구려

=====================
늦가을 석양빛에 / 오애숙

해거름의 들녘에서 하늘 시리게
가을이 그리워 요동치는 심연에
풍성한 날갯짓으로 가슴 벅차게
외기러기로 남겨진 까닭이런가

그 옛날 그대와 갈대밭 사이로
석양빛에 첫사랑의 고백 피어
오늘따라 오롯이 그리움 속에
석양 낙조 물결로 일렁인 마음

빛바랜 커튼 사이 세월 지나도
고여든 잔잔한 호숫물 모양새로
연한 파문 만들어 깊어가는 이밤
그대 얼굴 가을 되어 아른거린다

가을 길섶에 피는 들국화 향그럼
어느 사이 내 가슴에 그대의 향기
한 송이 시어가 심연에서 날개 쳐
갈 하늘의 시린 가슴에 피어나요

---------------------------------
늦가을의 저녁때 2 / 나태주

마지막 저녁 햇빛 비쳐 빠안히 건너다 보이는 
저 건너 황토 언덕길로 
생선장사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신가, 
늙수그레 시골 아낙네 한 사람 
함지 이고 가는 게 보인다. 
예닐곱 살쯤 되었음직한 계집애 하나 
그 아낙네 치마꼬리 잡고 따라가는 것도 보인다. 
강아지 한 마리 쫄래쫄래 뒤 따라 가는 것도 보인다. 

아무렴 그렇지 그렇구 말구 
사람 사는 재미가 뭐 별건가, 
생선장사 갔다간 저물어 돌아오기도 하고 
막내딸년 마중 나오기도 하고 
우리네 살림살이 가난해서 빡빡하고 옹색하긴 해도 
마음만은 아기자기 색동옷 입고 사는 사람들. 
늙수그레 내 어머니와 
안 낳을 걸 늦게 하나 낳아 좀 창피하구나, 
어머니 늘 그러시던 내 막내누이 같은 사람들 세상.

--------------------------------
늦은 가을에 단상 / 김대식

늦은 가을 하루해는 너무도 짧다
해 저무는 들녘이 어두워지듯
저물어가는 가을처럼
한해도 급속히 저물어간다.

더운 여름 무성하던 나무들은
이제 낙엽들을 급하게 떨구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잎들도
달린 채로 그대로 말라버린다.

세상은 크게 보면 모두가 냉정한 법
생의 이치란 모두가 겨울로 가는 것
잠시의 아름다움은 사라짐의 과정일 뿐
언젠가는 모두 낙엽처럼 잊혀가는 것

-----------------------------
오리의 저녁 흥치 / 유금

늦가을은 큰 들에 다하고

저녁 해는 뉘엿뉘엿 밭에 지누나

나그네라 추운 밤을 걱정하게 되고

집 생각에 먼 하늘을 근심스레 보네

깊은 골목은 나무 성글고

마을에선 흰 연기 하늘하늘 오르네

들집에는 국화 아직 있으나

타향의 연꽃 이미 시들었고나

한 마리 소는 외양간을 찾고

기러기는 떼지어 찬물에 있네

쓸쓸한 누군가의 무덤을

시냇물이 빙 둘러 북으로 흐르네

귀향이 늦어짐을 슬피 여기나

주인 어질어 그나마 다행이고녀

쉬면서 몸을 보양해야지

밥 잘 먹고 잠도 푹 자면서

<오리(梧里)는 지금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오리라는 지명이 있지만 그 곳인지는 미상이다>

==================
호수의 그림하나 / 이광석

늦가을 호수에 그림 하나 걸려있다
새들의 수화같은 물안개가 수초 위에 등지느러미를 파닥인다
주남저수지가 만든 또 하나의 낯선 섬
그림 속에 갇힌 호수가 그림 밖으로 얼굴을 돌린다
가을이 키운 사유만큼 세월의 무게로 흔들리는 갈대밭 머리에
들국화 몇송이 물수제비를 뜨고 있다
차마 그냥 발길 돌릴 수 없는 내 젖은 화선지에 낮달이 내려와 물감을 푼다
노을빛 물든 향긋한 커피 한 잔 청해 마시는 여인의 눈빛엔 어느새 가을이 만삭이다
'호수에 그림 하나' 주남 저수지 한켠에 이런 낯선 시 한 편 숨어 있다

---------------------------------
늦가을 바다에 갔다가 / 전희종

11월 어느 날
홍원항 바다에 갔었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앙칼진 비바람이 머리털을 헝클고
만추의 바다를 붙잡고
신경질을 부리고 있었네

만추의 날씨와 노인의 건강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던가

어젠 그렇게 조신하던 가을이
갯바위에서
하얀 포말로 산산이 부서지고
등대조차 흔들리고
꺼억꺼억 비명을 질러대는 갈매기들

가을 바다에 대한 기대는
무참히 깨졌지만
아직은 가을인 걸

늦은 단풍이 손짓하고
낙엽이 휘날리는 뒷동산 오솔길을 찾아
다시 돌아와야 했네

​----------------------------------
늦가을의 책갈피에서 / 신형건

무심코 펼쳐본 책갈피에서 팔랑
노랑나비처럼 은행잎 하나가 날아왔습니다

​그대였지요, 언젠가 그 날
곱게 물든 이 은행잎을 건네준 이는
그대 눈에 비쳤던 그 빛깔 그대로
고이 간직하려고
내 마음의 갈피에 살며시 끼워두었는데
그 순간뿐, 금새 까맣게 잊고 말았지요

​이처럼, 아름다운 것들은
처음 본 순간 쉽게 토해냈던 감탄사만큼이나
또 그렇게 너무도 쉬이 잊혀지나 봅니다

​은행잎은 고치 속의 누에보다
더 깊은 어둠 속에서
참 오래오래 기다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다시 보는 밝은 빛이 너무 눈부셔
숨을 죽인채 내 손바닥에 가만히 누워 있습니다
아, 어느새 한 마리의 노랑나비로 살아나
내 마음 속으로 날아듭니다

​그 빛깔 그대로
이제 다시 내 마음의 갈피에 소중히 간직하렵니다
그러나 맨 처음의 그 약속처럼
영영 잊지 않으리라는 다짐은
섣불리 하지 않으렵니다

-----------------------------------
어느 늦가을 날의 단상 / 오애숙


떠나가는 널 바라보는 내내
심연에 일렁이는 서운함에
고옵게 물들이었던 나뭇잎
한 장을 주워보니 나이테가
하나 늘어나 고목 되었구려

철모르던 시절에는 내 그저
나이 한 살 먹어가는 그 기분
누군가에게 대접 받고 팠고
빨리 하늘 나르는 새가 되어
자유론 자이고 싶었던 기억

나이테 하나가 싱그럼의 상징
허나 갈변한 낙엽 하나 보면서
세월 가고 있어 연한 파문돌이
심연에 일렁여 단풍잎 너처럼
곱게 늙고 싶은 맘 간절 하구려

돌이켜 보면 아쉬운 인생살이
나뭇잎은 자기 위치 알고있어
아래쪽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어이해 흙에서 온 인간의 교만
하늘 끝 향하여 치닫고 있는지

그 옛날 솔로몬의 영화를 보며
느브갓네살 왕을 비교해 보며
절대자의 섭리속에  삶의 위치
방향을 늘 점검하는 맘속 향기
하늘빛 향기에 취해 살고파라

====================
늦가을 바랭이 풀밭에서 / 한도훈

늦가을 바랭이 풀밭에 앉아 
치마끈 입에 물고 
하늘을 향해 
헤벌쭉 웃어 보이는 여인 
바로 도솔천이다. 

어디서 왔는지 검은 개 한 마리 
여인 곁에 다가와  
큰 귀 세우며 웃어대고 
곰비임비 구경꾼으로 모여드는 햇살 
검은 개꼬리에서 빛난다   

쌈지공원을 만들다 만 터에 
한삼덩굴은 소나무 가지를 덮고 
무작정 꼭대기로 오르는데 
무슨 속 깊은 꿍꿍이라도 있는지 
쇠무릎은 무릎을 발발 떤다 

자주 달개비 머리에 꽂고 
아주 작은 물웅덩이에 얼굴을 비쳐보는 
여인의 눈에서 
자꾸만 헝클어지는 바랭이풀 
어디로 가버렸는지 
검은 개 대신 
늦가을 바람이 머리카락을 날린다 

-----------------------------------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 문태준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몰랐지
늦가을을 제일로
숨겨놓은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살아도 살아갈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과일을 다 가져가고
비로소 그다음
잎사귀 지는 것의 끝을
혼자서
다 바라보는
저곳이
영리가 사는 곳
살아도 못 살아본 곳은
늦가을 빈 원두막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못 살았지

------------------------------------
가을을 정리하는세찬 비바람 / 임영석

늦가을 억수 소낙비
가을 정리 세찬 비바람
마지막 갈색 이파리 떨구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흔들어 헐벗는 나무들
낙엽 휘날리는 쓸쓸한 거리

​아름다웠던 가을빛
툴툴 털고 떠나는 가을
그대 뒷모습 쓸쓸한 초겨울

​사계 지나간 삼계
화려했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향하는 11월 후반전

초겨울 강 소낙비
세찬 비바람에 낙엽비
가을빛 청소부 자연의 순리 

----------------------------------
그리움으로 부치는 가을 편지 / 박현희

아마 내가 당신을 만난 건
단풍잎이 빨갛게 물들던
늦가을 어느 날이었던가요

지난밤 내린 소슬한 가을비에 촉촉이 젖은 채
길바닥에 떨어져 나뒹구는
겹겹이 쌓인 단풍잎이 하도 고와
빨간 단풍잎 한 장을 주워
책갈피에 끼워 고이 접어 두었지요

곱디고운 단풍잎에 그리움 싣고
당신이 내게 오시려고
그날따라 붉게 물든 단풍잎이
그리도 고왔나 봅니다

내 안에 당신을 담은 가을은
해가 바뀌고 철이 바뀌어
또 이렇게 같은 계절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 맞이하는군요

숱한 세월 뒤로 한 지금에도
여전히 하얀 그리움으로 자리한 당신에게
이 가을 어느 하늘 아래에서
나처럼 살아갈 당신의 행복을 빌며
내게 남은 마지막 사랑을 실어
그리움으로 부치는 가을 편지를 띄워 보냅니다

_______ * 52


늦가을 / 권철
늦가을 / 김영호
늦가을 / 김행숙
늦가을 / 박경림
---------------------
늦가을 / 박인걸
늦가을 / 박태강
늦가을 / 안국훈
늦가을 3 / 윤순찬
----------------------
늦가을 / 이한명
늦가을 /정석봉
늦가을 / 허윤정
늦가을 / 한상숙
---------------------
늦가을 / 홍경훈
가을 여자 / 백덕순
가을 연가 / 김용호
가을 연가 / 조세용
-----------------------
가을 풍경 / 허윤정
낙엽 한 장 / 오광수
늦가을 밤 / 용혜원
늦가을 비 / 박인걸
------------------------
늦가을 비 / 박인걸
늦가을 산 / 박인걸
늦가을 숲 / 김정원
가을 그림책 / 김덕성
----------------------------
가을의 잔성 / 최원
늦가을 단상 / 전길자
늦가을 배웅 / 정찬열
늦가을 사랑 / 김덕성
----------------------------
늦가을 상념 / 박인걸
늦가을 서정 / 김덕성
늦가을 서정 / 최영복
늦가을 소묘 / 박동진
----------------------------
늦가을 애상 / 김덕성
늦가을 풍경 / 김상현
늦가을 풍경 / 김순진
떠나는 가을 / 김인숙
------------------------------
늦가을의 굴뚝 / 이원문
늦가을의 마음 / 이원문
파란 가을의 시 / 곽재구
가을과 겨울사이 / 오애숙
---------------------------------
늦가을 석양빛에 / 오애숙
늦가을의 저녁때 2 / 나태주
늦은 가을에 단상 / 김대식
오리의 저녁 흥치 / 유금
---------------------------------
호수의 그림하나 / 이광석
늦가을 바다에 갔다가 / 전희종
늦가을의 책갈피에서 / 신형건
어느 늦가을 날의 단상 / 오애숙
--------------------------------------
늦가을 바랭이 풀밭에서 / 한도훈
늦가을을 살아도 늦가을을 / 문태준
가을을 정리하는세찬 비바림 / 임영석
그리움으로 부치는 가을 편지 / 박현희

_______________
늦가을에 관한 시 3

'시마당 > 가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가을에 관한 시 3  (1) 2024.11.03
늦가을에 관한 시 1  (1) 2024.11.03
11월 시 모음 5  (2) 2024.10.28
11월 시 모음 4  (2) 2024.10.28
11월 시 모음 3  (6) 2024.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