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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가을

늦가을에 관한 시 3

+ 만추(晩秋) / 이정웅

늦가을 산이 골짜기 속으로
느릿느릿
걸어 들어간다

빛 몇 자락 짊어진

마른 물길이
비척비척
따라 올라가는

헐렁한 짐 속엔

아직 내려놓지 못한
가랑잎 몇 점
삐죽이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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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 고증식

된서리 때려야
얼음골사과
제 맛이 돌 듯

폭풍우 건너야
마침내
단풍잎 불붙듯

울음 없이
타오르는 사랑은
진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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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 / 권경업

바작바작, 누군가가 그리운 날
나는 어깨 시려 스웨터를 걸치고

지난여름 더웠다고, 산은
그제야 옷을 벗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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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 김유미

산다는 거 그런 거지 뭐
정 주고 정 받고

조금씩 기대고 부벼대다가
때로는 남인가봐 착각도 하다가

찬바람 불어오면
돌려줄 거 서둘러 돌려주고

훠이훠이 홀가분히 떠나가는 것
산다는 거 그런 거지 뭐

근데 그게 왜 그리 힘든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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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 문효치

나는 지금
갈비뼈 하나를 앓고 있다.

억만의 저
자작나무잎사귀들
모두 흔들어 흙으로 보내고

이제 속 빈 수수깡이 되어
바람의 손톱으로 퉁기기만 해도
툭툭 부러지며
병 같은 사랑 하나 얻어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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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 / 배태성

서리가
내릴 때 쯤이면

가을은
이미 떠나고 없다.

배추밭
무 우 밭에

은빛
새벽을 열어 놓고

서릿김
피어오르는
아침을 맞는다.

모닥불이
따스한
햇살을 곁눈질하며

텅 빈
가을을
쏟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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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 복효근

술 덜 깬 아침 한나절
약속 어긴 것 화 안 내고
혼자서 지리산 둘레길 산행 나가는
낡은 아내 미웁지 않다

혼자 돌아가는 음악
무슨 뜻인지 몰라 소프라노
낯선 나라 말 그냥 악기 소리처럼 싫지 않다

너무 많은 나에게 내가 지쳐서
전화 한 통 없는 이 쓸쓸함이 좀 오래갔으면 좋겠다

마당귀엔 산에서 옮겨 심은 용담
꽃잎 벌리는 의뭉스런 햇살 손길
내 몸이 간지럽다

벌 한 마리 꽃우물에 빠져 맴돌고
가만가만 진저리 쳐대는 꽃
저들의 한바탕 음화 같은 풍경에
때 아닌 내 거시기가 선다

무리에서 처져서 산다는 부끄럼 말고도
처진 자만이 아는 권태로운 즐거움도 있어
아주 먼, 여자를 떠올리며 수음을 했다

이 좀스러운 외도가 그리 죄스럽지 않은
마흔아홉 늦은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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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 송수권

늦가을엔 떠도는 이 나라의
시인들 너무 많다.

천 이랑 만 이랑
술빛으로 익어가는 저녁 바다
누에머리 흔들흔들 이백(李白)과 함께
채석강에 내려와
참 가당찮은 세월
해인(海印)이란 말뜻을 아느냐고
머릿도장을 찍더니

오늘은 내소사(來蘇寺)에 들러
우두커니 혼자 저무는 돌장승이 민망했던지
죄 없는 머리통을 쥐어박으며
여기 손도장 하나 찍고 간다고
호들갑을 떤다.

오백 년 묵은 키 큰 미루나무 잎새들
`쟤가 왜 저러나'
덩달아 웃다가
와르르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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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 안도현

무서리 내린 새벽
까치 한 마리 공중에 뜨네
저도 늦가을 발이 시린가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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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 안정순

너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달려
찾아간 그곳

어느새 누런 갈 옷으로
단장을 한 신성리 갈대밭
우릴 반겨주기라도 하는 듯
살랑살랑 인사를 하네요

강을 거슬러 불어오는 갈바람
갈대숲 사이를 헤집는
바스락바스락 발자국 소리
늦은 가을을 몰고 간다

드문드문 남아 있는 누런 알곡들
바쁘게 돌아가는 탈곡기만
한 입 한 입 가을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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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 / 이시영

헛간에 좀 늦게 들어온 호박이 쭈뻣거리다가 얼굴에
곧 환한 미소를 띄며 서로에게 등을 기대고 앉아 긴 얘기를 시작합니다
싹이 트던 봄날부터 무서리 내린 지난가을까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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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 장광규

깊어가는 가을 오후
따사로운 햇빛 한 줌
서늘한 바람 한 점
아름다운 단풍 한 잎
한데 어울려 대화한다

햇빛이 있어 과일이 익는 줄 안다면
피부가 햇빛에 그을린다고 말하지는 못할 거야
햇빛이 구름 뒤에 숨는다고
햇빛이 이젠 시들하다고 말하진 못할 거야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가을의 상쾌함을 느낀다면
바람이 싸늘하다고
바람이 차갑다고 안 할 거야
차마
바람이 쌀쌀하다고
바람이 싫다고 못할 거야

단풍을 아름답게 생각한다면
낙엽을 귀찮아하지 않을 거야
땅 위에 있게 가만히 둘 거야
서로 보듬고 그곳에 머물게
못 본 척 지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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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 정대구

풀들이 쓰러지고
그 위를 바람이 쳐부순다.
차고 짧은 쇳소리
피투성이가 된 손을 씻고
계집의 목이 떨어진다.
이제 잃어버린 물건은
다시 찾지 못한다.
귀가 질긴 마지막 한 잎이
떨고 있다 떨고 있다.
하느님, 마지막 이 울음을
끊어 주소
빨리 끊어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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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 정병옥

휘영청 만월 하늘에 매달았더니
세월의 무게인 양 홀쭉해진 몸이
가을 눈물만 그렁 그렁 맺혀있네.

찬 바람에 수그러진 달무리 꽃은
철 지난 옷처럼 가냘프기만 한데
달안개는 그저 매정하게 웃기만 하네.

어뚝 새벽 하늘 잔별 무리들도
싱그런 해뜰참에 몸을 숨기고
초롱초롱한 찬 이슬만 신이 났네.

호젓한 강가에 핀 갈대 숲들은
연인들의 속삭이는 밀어가 되고
막새 바람은 마냥 헤살 부리고 있네.

붉은 열정으로 거만스럽던 자태도
하얗게 내린 찬 서리에
움츠려 몸을 꼬아 하나 둘 씩 떨어지네.

탈색되어 늦어 버린 가을들이
바삭 거리며 숨을곳만 찾고
갈 채비에 부지런히 신들메를 메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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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 정연복

그 무성하던 잎새들
듬성듬성 남은

쓸쓸한 나무에
작은 새 한 마리 찾아와

이 가지 저 가지 옮겨다니며
따스한 위로를 전하네.

정든 피붙이들 떠나보내고
가슴 많이 아프겠지만

울지 말아요
울지 말아요

새 봄이 오면
푸른 잎 다시 돋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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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2 / 홍경훈

그대 머무는 곳에 햇살도 고와라
바람도 향기로워라

멀리 아주 멀리서 실바람 타고 떠나 온
가을이여

그대 머무르는 동안 세상은 풍요로워
애뜻한 그대 생각
또 저만치 멀어져 갈 때면
내 마음도 흘러 어디론지 떠나가고파
오늘도 그대 곁에 서 있네

그댈 보내고 말 빈자리
행여 허전함으로 채워질까
아픔이 될까
가는 발걸음도 천천히 아주 더디 더디게 가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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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 이해인

늦가을, 산 위에 올라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바라봅니다.
깊이 사랑할수록
죽음 또한 아름다운 것이라고
노래하며 사라지는 나뭇잎들
춤추며 사라지는 무희들의
마지막 공연을 보듯이
조금은 서운한 마음으로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바라봅니다.
매일 조금씩 떨어져나가는
나의 시간들을 지켜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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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 / 김시종

잎새가 푸를 때는 잎이 많은 줄도 몰랐더니,
잎이 떨어지매, 낙엽이 지천으로 많아라.
곁에 있을 때는 있는 둥 만 둥한 사람도,
떠나면 빈자리는 메울 수 없이 크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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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은 / 박신지

돌아서 가는 뒷모습
눈물 지워진 가랑잎 자욱이다

온갖 빛깔의 겉치장으로도
텅 빈 속

서리 내린 샘터에서
세수한 맨 얼굴에
드러나는 잔주름

이제 막 눈썹에 매달린
빨강 자동차 후미등
닳아진 아스팔트 위로
떠다니는 피묻은 낙엽이다

불어라 바람아
넌 나의 마지막 비밀

깊숙이 묻어둔 설움 하나
順命하는 술 한 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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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가을 / 정주연

햇빛 무수히 피워올렸던 이파리들
약속이나 한 듯 가지를 서둘러 비우기 시작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몸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하늘
속살 드문드문한 갈색 가지 사이로
죽음이 새파랗게 쑤욱쑤욱 들어옵니다
사실 이파리 무성할 때에는
따뜻한 낱말 물어 제 집 채우는 어린 새의 맑은 눈
깊은 그늘의 서늘함
무엇이든 다 가리고 서 있었드랬지요
심지도 않은 여러 생각들이 꽉꽉 들어차며 자라는 마음밭에는
꼭 잡고 있던 많은 말들이
스산한 바람에 하나 둘 어느덧 제 몸을 말리고
솔깃 들여다보고 있는 하늘
한번 해 보시지요
들어와 자리잡는 얼굴이 한결 파랗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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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계곡 / 임재화

먼 산 저만치서 찬 바람 불어오는데
계곡물 따라서 낙엽도 함께 흘러가고
울긋불긋 단풍 숲이 너무나 곱다.

고즈넉한 늦가을 깊은 계곡 길옆에
외딴집 처마 끝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
새벽녘 찬 서리 내려앉아 더욱더 서럽다.

숲 그늘서 외로운 정자 하나가
이따금 불어오는 소슬바람에 눈 흘길 때
구비 도는 계곡 따라서 가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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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나무 / 이제민

가지 끝에 매달린 열매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후드득 떨어지고

곱던 단풍잎도
스산한 바람에
낙엽 되어 나뒹구네

정성껏 키운 열매
배고픈 이들 나눠주고
떨어진 나뭇잎 거름이 되어
어린 생명을 도와주네

자식들 다 떠나보내고
빈 몸뚱아리만 남아
홀로서기를 준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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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비행 / 임재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
따사로운 햇살을 그리워하며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늦가을 비행이 마냥 힘겹습니다.

쏴~
찬바람이 불어오면
저 가냘픈 날개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나 봅니다.

정신없이 날갯짓하며 나르려 하여도
사정없이 부는 바람에 떠밀리어
허공을 한 바퀴 도는 것, 그저 버겁기만 합니다.

둥그런 주둥이가
깊은 함정처럼만 느끼어지는
낡은 냉각탑 모서리 위에

늦가을의 비행을 나온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겨우 나약해진 몸을 기대고 있습니다.

이제 이승을 하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도
스스로 힘차게 용기를 내어

늦가을 비행의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는 잠자리의 용기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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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서정 / 주응규

처절한 혈투로 기력 쇠잔해진
볕뉘가 산그늘에 먹히면
초록 잎잎이 핏빛 낭자하다

붉은 입술빛 난사하는
을씨년스런 갈바람에
피골이 상접한 들국화는
가녀린 신음을 토한다

억새와 수숫대의 서글픈 곡조 따라
나뒹굴며 우니는
메마른 가랑잎 도드리장단에
가슴이 아르르 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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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서정 / 최영복

바람 따라 거리에 흩어지는 
낙엽을 따라가다 문득 내 마음에서는 
함께 정을 나누던 사람들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살기 빠듯하여 시간이 모자란다며
점점 멀어져 가는 이성도 감성도 가을이니까 
동요를 느끼며 자칫 외로움에 빠져 들기 쉬울 것을

이 또한 너그러이 포옹해주는 계절이라 
혼자 길을 걸어도 발밑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이리도 정겨울 수 있을까요 

이런 길 위를 
함께 가는 두 사람의 정은 얼마나 두텁고 깊을까요 
비록 앞서가는 가을에게 흠뻑 젖지 못하였어도

만나야지 만나서 소주 한잔 하자던 
그 마음만은 항상 언제라도
함께 할 준비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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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늦가을 소고 / 조한직

구름이 하얀 눈을 품었을까.
바람 스산하고 하늘 검어서
첫눈을 품고 산통 중인 만삭의 하늘같이
무겁게 머리 위로 내려앉는다

엊그제가 봄이라 했는데
꽃은 피어서 다 지고
갈색으로 시들어버린 잎
떨어지며 땅 위에 눕는다

하얀 눈이 덮이고
허무 위에 시린 고통이 도사린다 해도
그 고통마저 사랑해야 하는 것이 삶이리니
고통 속에는 필경 다시 푸른 꿈을 품으리라

윤회하는 자연은
언제나 희망으로 돌아오지만
직진으로 이어가야 하는 인간의 삶은
피어서 지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눈 속으로 스러지는 것이
모두 사랑이며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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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 손님 / 경규민

창 틈새로 스며드는 달빛 소리에
슬그머니 일어나 커튼을 젖혔다
둥그스름한 달이 빙그레 웃으며
아기 구름 불러 안고는 어디론가 정답게 흘러간다

달님아
그렇게 쉽게 갈 거라면
왜 내게 곁을 주었니
아무 대꾸도 없이 저만치 가고 있었다

창가에 기대선
낡은 감 나뭇잎 몇 장이
바람과 실랑이 벌이고
가을 끝자락을 붙잡고 울어대는 귀뚜라미
허한 가슴 만들어 놓았는데
옷깃을 헤집고 파고드는 싸늘한 바람이
겨울을 재촉하며 못질해댄다

오늘도 이렇게
적막 속에 꽁꽁 묶여
부질없이
하얗게 밤을 지새우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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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안개 / 임재화

가로수 은행나무잎도 모두 떨어진
늦가을 주말의 오후
내리는 빗방울이 차창을 두드린다.

중부 고속도로 진입하려고
부지런히 내달리는 도로 옆으로
가을걷이 모두 끝난 텅 빈 들판에

스산한 바람과 빗줄기가 뒤섞여
마냥~ 가슴이 허전해진다.

희뿌연 늦가을 안개가
점점 짙어가는 차창밖에 온통 드리우고

부지런히 집을 향해 달리는 도로 위로
쓸쓸히 나뒹구는 낙엽의 주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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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 여운 / 정찬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면
솜털같이 풀어놓은 흰 구름 속으로
쓸쓸한 외로움의 방황은
하얀 그리움은 퇴색되어 흐른다.

허무와 공허가
마주할 때는
만추의 여운은 서성거리고
한 조각 그리움만 숨겨 둔 체
파란 창공(蒼空)에 원을 그린다.

앙상한 가지에
한 잎 남은 낙엽
모질게도 매달려 애원할 때
해 질 녘 한 폭 노을 머리에 이고
살포시 처량함만 젖어 여민다.

계절은
강물처럼 흐르고
소용돌이치는 허무는
숱한 아쉬움만 남겨 둔 채
쓸쓸함이 파고드는 이 가을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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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오후 / 이상훈

굴참나무 숲 외곽 철조망에는
빈손으로 돌아오는
어미 새의 한숨이 걸려 있다

아가들아
어미가 부리로 물어온 마지막 먹잇감이다

지천으로 널린 게 알곡과 애벌레란다
이제부터는 알아서 각자 도생한다

개똥지빠귀 둥지를 내리쬐는
햇살도 애만 태우다가
애간장만 푹푹 태우다가
속이 새까맣게 타버린 흰 구름도
굴참나무 숲 외곽을
몇 바퀴째 빙빙 돌고 있는

곤궁한
늦가을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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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 여행 / 강인호

철원행 세 칸 짜리 기차를 타고
들녘의 가을이 떠나고 있었어요
나도 누군가의 가슴속으로
늦가을 여행 다녀오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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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장미 / 임재화

누가 장미꽃을 여름에만 핀다 하였나요?
요즈음은 늦은 가을에도
저토록 아름답게 피어있는 것을

벌써 벚나무에 무성하던 잎사귀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다 떨어져서
앙상한 가지만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양 짓 녘의 늙은 장미 나무 꼭대기에
늦깎이 장미꽃이 활짝 피어나서
화창한 가을 햇볕에 행복한 웃음 짓습니다.

누가 장미꽃을 여름에만 핀다 하였는가요?
외로운 늦깎이 장미꽃 한 송이가
이따금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앞에서도
얼굴을 붉히며 서럽게 피어있습니다.

멀리서 한 줄기 찬바람이 불어옵니다.
쇠약해진 몸, 이제 더는 버틸 수 없기에
한없이 나약한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장미 나뭇가지꼭대기에 간신히 매달려 있습니다.

겨우겨우 허약해진 몸을 가누며
지난 여름날 행복했던 기억을 되새기면서
마지막 용기를 내어 투혼을 불사르며
늦가을 붉은 장미꽃 향기에 취해있습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늦가을에 활짝 피워낸 붉은 장미꽃이
마냥 예뻐 보이지 않고 오히려
서글퍼 보이는 것은 왜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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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편지 / 김덕성

내 사랑 그대여
오늘 들에 나갔더니
헐벗은 겨울나무를 보니
왈칵 외로움이 밀려와
울적한 마음에 한참 방황하였지
그렇게 좋았던 가을이 지나고
언 듯 찬바람이 불어오고 있어
갑자기 그대가 떠오르네
무심했던 생각도 나고
미안해 용서해 주겠지
정답고 살가운 가을사랑에 심취되어
잠시 그대를 잊었었나봐
잎이 떠나간 자리는 너무 허전해
곧 겨울이 오겠지
꼭 만나기로하자
오는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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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풍경 / 송향수

바람이 불지 않아도
향기가 풍겨오고
들꽃의 깊은 사랑 이야기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햇살이 비치지 않아도
미소를 활짝 머금은
단풍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대 안에 머물면
신비감으로 가득하고
맑고 청초한 파란 눈동자 속으로
빠져든다

생각은 손바닥에 놓여
손금처럼 여러 갈래 길 위에서
지문처럼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남긴다

떨어져 있는 만큼 그리움도
깊어지는 계절은
언제나 같이 있고 싶은
나만의 착각은
낙엽 지고 있다

멀어지는 그대를
손짓하며 부르지만
못 듣고 멀어지는
그대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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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호수 / 임재화

가을의 끝자락 어느 날
천 년 고찰 앞 너른 호수가
떨어진 낙엽으로 덮여 있네요.

가랑비 촉촉이 내릴 때
호수를 가득 덮은 노란 낙엽은
불어오는 바람에 말없이 일렁입니다.

이따금 물고기 숨 방울이 솟아오르고
청둥오리 유유히 날갯짓할 때
어느새 가을은 저물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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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호수 2 / 임재화

가을이 저무는
호숫가에서
이따금 찬 바람이 불어온다.

붉은 단풍잎
하나둘씩 호수 위에
떨어질 때

멀리 산자락을 둘럿던
하얀 안개가
호수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가끔 내리는 빗방울이
호수에 동그라미 그리면서
작은 파문을 그려낸다.

===================
늦가을 빗소리 / 황동규

물방울 하나하나가 꽃에 잎에 인간의 몸에
그리고 저희끼리 몸 부딪쳐 만드는 소리 아닌,
땅 위에 뒹굴며 내는 소리 아닌,
서로 간격 두고 말없이 내려와
그냥 땅 위에 떨어져 잦아드는 저 빗소리.
그 소리 마냥 어두워 동공(瞳孔)이 저절로 넓어진다.
나무들의 뿌리들이 보인다,
서로 얽히지 못하고
외로이 박혀 있는 뿌리의 떨림도.
내 잘못한 일, 약게 산 일의
밋밋한 뿌리들도 보인다.
멧비둘기 한 마리가 푸덕이고 날아간다.
마음 바닥에 잦아드는 저 빗소리.
시간이 졸아드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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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기억 / 이원문

아련히 떠오르는
그 시간의 먼 들녘
기억의 그 들녘으로
지나온 이 세월인가               

봄 안개에 묻힌 날
보리밭도 있었고
그 밭둑 위 찔레꽃
아카시아꽃도 있었다

여름이면 뜸북새
뽕밭 자락 뻐꾹새
유화등 가물가물
반딧불도 있었다

수수밭 지나는 길
누런 들녘의 주인들
참새 떼 메뚜기 떼
허수아비도 있었다

거둬들인 쓸쓸한 들
벼 이삭의 그 들녘
누가 모두 거둬 갔나
늦가을 돌아보며 첫눈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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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산사 / 정찬열

떨구다 만
낙엽 떨군 도솔산사에
군무이룬 청송이 화폭을 채운다.

무리지어
오가는 등산객 옷 색깔이
단풍보다 찬란한 계절 인파가
바윗돌 사이 따라 열 지어 간다.

남은 단풍이 한층 돋보이며
사진 찍는 카메라를 유혹한다.
마지막 남은 가을을 담으려니
가는 길손 넋마저 저당 잡혔다.

골 깊은 산사를
헤매 도는 한때의 바람에
사르르 떨어지는 남은 낙엽들
계절의 심사를 염탐 했는지
개울물에 살포시 유람을 간다.

정처 없는 너마저
계절의 외로움을 더 하는구나!
조금 남은 잎 새마져 다지고 나면
저무는 비탈길에 쌓이는 낙엽들
배반(背叛) 속에 괴리(乖離)의 가을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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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의 산사 / 정찬열

채색된 낙엽
떨구는 선운사 산사에는
화폭을 채운 등산객 군무
단풍보다 찬란한 계절 인파가
바윗돌 굽은 길을 열 지어 간다.

남은 낙엽
단풍잎은 한층 돋보이고
찍는 사진 카메라 유혹을 한다.
마지막 남은 가을을 가져가려고

산사를
헤매 도는 한때의 바람에
스르르 떨어지는 남은 낙엽들
개울물에 살포시 떨어진 잎 새
계절의 심사를 눈치를 채고 가는 것을

너마저
외로움을 더해 오누나.
조금 남은 잎 새마저 다 지고 나면
저무는 산비탈에 쌓이는 낙엽들
다음 해를 기약하는 늦가을의 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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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슬픔 / 이원문

찬바람 쓸쓸히 마음 빼앗더니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그날을 찾는다
길거리에 이리저리 나뒹구는 낙엽들
그 찬바람은 오늘도 저리 굴려야 했나

비 뿌려 털어대고 떨어지니 굴리고
으시시 추운 몸 저 낙엽과 무엇이 다른가
느낌 보다 더 추운 바라보는 낙엽들
보릿고개의 쓸쓸함 운명의 길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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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정취 / 주응규

스치는 스산한 바람이
무슨 기별을 넣었길래
지독한 가슴앓이로 몸져눕는다

몇 날 며칠을
벙어리 냉가슴 앓듯
엎치락뒤치락 이더니
순홍빛으로 물든 그리움을
뚝뚝 떨구며 통곡한다

달랠 길 없는 측은해진 마음에
그대 마음 빛살이
가슴을 뚫고 들어와
나를 울려놓는다

야속하게 마음을 울려 놓고서
나 몰라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줄행랑치듯
하나둘씩 떠나는
늦가을 정취가 너무나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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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질문 / 정연복


한줄기 바람에

분분히 날리는
낙엽들

어느새
가을이 성큼 깊다.

내 가슴
얼마나 깊은가

내 사랑
얼마나 깊은가

나의 생
얼마나 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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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추억표 / 윤갑수

갈대 무성한 강가에 갈잎의 속삭임
사각사각 밀어를 즐기지만 뽀송뽀송
부푼 갈꽃들이 한쪽으로만 고개를
돌리고 되돌아볼 줄 모른다.

바람에 치였나 강물에 치였나
한번 꺾인 몸은 다시 세울 길 없어
널브러진 뭉게구름처럼 흔들린다.

강 언덕에 자리 잡은 물새들은
햇살바라기에 여념 없지만 들 고양이는
서설 푸른 눈빛으로 군침을 다시며
노려보고 있지만 허탕만 친다.

늦가을 저물녘 물결위에 황혼 빚
노을 진 갈잎은 붉은 빛에 그을려
불타듯 내 가슴에 불을 질러
그리운 추억을 깨우니 강물 위를
저벅저벅 거닐고픈 발길을 잠재운다.

===================
슬픈 늦가을 녘 / 윤갑수

가을 끝자락 코스모스 한 송이
잔즐거리며 지그시 눈을 감는다

해는 서녘에 기울고 바람은
가을 잎 흩날리게 하는데 님은
아니 오네

붉은빛 단풍잎들이 하소연하듯
하늘 끝에 매달린 낮달이 허연
거품 물 듯 추억을 새김질하며
사라져가고

길라잡이 따라 어디로 가는가
저 기러기 떼 찬바람 가르며
어디로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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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강둑에서 / 최옥희

헐벗은 가지로 강둑을 서성이는 가시나무 한그루
가을기침 한번에 남은 잎새 눈물흘리듯 떠나보내고
시린 물 속 보듬어 떼지어 날아든 청둥오리
물결치는 강물 거슬러 그림자하나 드리운 체 춤을 춘다.

바스락거리며 속삭이는 낙엽들의 마른 소리에
먹구름 시샘하여 여우비 한줄기 내려 보내면
머리위로 떨어진 빗방울에 휘둥그레 눈뜬 산새
채 젖지않은 낙엽속으로 포근한 가슴인양 안겨든다.

마저다 가시지않은 산자락 희뿌연 안개속에서
늦가을 쓸쓸한 기운은 마지막 물감을 거둬들이고
준비되지 않은 밑그림처럼 퇴색되가는 가을 정취는
하얀 겨울을 맞을 준비로 마지막 부산스러움을 노래한다.

갈빛의 산과 빗살친 강물과
흘려보낼 낙엽들에게 작별을 고하며...

--------------------------------
늦가을 사유의 밤 / 권경희

풀 먹인 모시 적삼처럼
까슬한 들녘에서
쉼 없이 키질하는 바람은
한 조각 그리움도
남기지 않으려는 듯 시리다

낙엽이 뒹구는 비탈길에
굴참나무 숨결이 거칠어지고
윤회의 길로 돌아갈 채비를 하니
해거름 노을도 산자락에 주저앉았다

갈비가 사정없이 휘몰아치는 밤
마지막 잎새의 단풍들은
가지끝에 매달려 잔인한 밤을 지새우고
높다랗게 둥지를 튼 까마귀들도
하얗게 질려 동트기만을 기다렸다

살다 보면 더러는 아픈 날
사유의 심해를 건너 한없이 추락하며
온 밤을 하얗게 지새도
동녘의 햇살은 찬란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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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아침 풍경 / 임재화

간밤에 무서리가 꽃잎에 내려앉고
새벽에 오들오들 연약한 장미꽃이
아침의 햇볕을 받고 조심스레 웃는다.

추수가 모두 끝난 늦가을 농촌 풍경
아침에 모이 먹는 닭무리 활기차고
한적한 농촌 들녘에 여유로운 늦가을

구름을 헤치고서 아침 해 떠오르면
들길을 따라 걷는 산책은 여유롭고
날마다 건강을 위해 아침부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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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아름다운 것은 / 김덕성

늦가을비로
좋은 계절은 꿈으로 가버리고

계절의 끝자락
그리움이 되 살아나서 그런가
온 몸이 물들여 놓은 듯이
붉게 타는구나

인내로 견디어 낸
쓰리고 아픈 여러 사연들
붉게 물들여진 심장의 고동을 안고
사랑으로 떠나는 단풍아

모두 너를 좋아하게 된 것은
네가 고운 마음으로 빨갛게 단장
네 몫을 다하고
사랑으로 멋지게 떠나기 떼문이야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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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들판에서 / 윤수천

다들 돌아가는구나
풀도 벌레도 다들 돌아가는 구나

풀들의 집은 어디일까
벌레들의 고향은 어디일까

우리도 돌아가고 싶구나
따뜻한 등불 하나 켜놓은 집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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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 오는 손님 / 배혜경

늦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찿아오는
손님이 있어요
입술 위에
살포시 앉아
간질이며
애교 떨고 있는 너를
달래 주기도 하고
어루만져 주기도 하면서
곱게 떠나기를
기원하건만
터주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오고 가는 사람들의
눈에 띄게
꽃을 피우며
웃고 있는데
네가
보고 싶은
그대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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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추억 속으로 / 이응윤

늦가을 속으로
가을보다 아름다웠던
우리 사랑의 숲속을
추억 속 당신과 걷는 상념
그때가 참 좋았다
아름다웠다
희열이었다
즐거웠다
행복했다

가을빛살이
하늘 덮은 단풍사이로 쏘아대며
아로 새기는 우리 사랑 이야기
네온사인 야광들보다
더 황홀한 추억 속에 젖어 든다

우리 사랑을 노래하던
꽃보다 아름다운 언어들이
이 가을 너울춤 치듯
하늘을 승천하고
눈앞을 아른거리는
당신의 예쁜 꽃 미소 바라보며
행복한 눈물을 지어본다  

언제나 시들지 않는
당신과 나의 추억이고 싶다

====================
서리 내리는 늦가을 / 석옥자

나뭇잎이 물들어가는 가을이 오면
나도 붉어지는 잎처럼 변색 될까 봐
걱정이 반입니다

서리 맞으면 시리고 아린 늦가을
풀벌레도 어디로 몸을 피했을까
제 갈 길 갔는지 나도 모진 추위 어이
이길까 걱정이 반입니다.

지줄 되던 새들도 제 둥지 찾았는지
갈바람에 낙엽 지는 소리 들리면
내 검정 머리 파 뿌리 될까 두려워
또한 걱정이 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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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사진 속의 가을 / 이인성

늦가을 햇살이 아스팔트 찻길을 쓸고 지나갈 때 
플라타너스 나무가 어루만지는 골목 어귀는
행인들의 서성이는 소리에 깨어난다
그 아래 익숙한 빨간 우체통도 기지개를 켠다

나도 모르게 스쳐지나 간 바람처럼 수신되지 못한 엽서
가을바람이 읽고 내가 읽는 동안
의미 없는 수다
낙엽, 저만치 가버린 계절의 뒷자락을 지우고 있다

잎사귀를 다 떨구어낸 나무들의 생채기에 바람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둔한 청각을 자극하며 떠오르면
잊었던 가슴앓이를 느끼는 나, 아직 살아있는 게 분명하다

까마득한 기억 너머 보낸 편지, 회신 되지 않는 걸 보면
너 또한 살아있음일 테고
흑백사진 속 단발머리의 너
어느 망각된 시간 속에 꼭꼭 숨은 것이다

햇살 몇 겹 내려앉는 오후, 어느 시간 속에 숨어 있을 너를 찾다가
플라타너스 잎 수북수북 쌓인 골목길을 밟으며 표정 없는 나는
편지에 미처 쓰지 못 한 낱말들을 이리저리 쓰다듬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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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의 산책길에서 / 안국훈

마음 허전해지면
바깥은 겨울
쓰지 않으면 좋은 줄 모르고
말하지 않으면 전혀 알지 못한다

그리움은
천천히 눈부신 보름달 같아
호수에 잠기어도
깃털 하나 젖지 않는다

말없이 소리의 울림 느껴지고
충만한 축복 영광스러운데
결연한 깨달음의 추락
낙엽처럼 쓸쓸히 바닥에 나뒹군다

알고 보니
너는 새처럼 가볍고
자세히 바라보니
넌 국화꽃처럼 참 그윽하구나


______ * 55


만추 / 이정웅
늦가을 / 고증식
늦가을 / 권경업
늦가을 / 김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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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 문효치
늦가을 / 배태성
늦가을 / 복효근
늦가을 / 송수권
---------------------
늦가을 / 안도현
늦가을 / 안정순
늦가을 / 이시영
늦가을 / 장광규
--------------------
늦가을 / 정대구
늦가을 / 정병옥
늦가을 / 정연복
늦가을 2 / 홍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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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 이해인
늦가을에 / 김시종
늦가을은 / 박신지
늦은 가을 / 정주연
-------------------------
늦가을 계곡 / 임재화
늦가을 나무 / 이제민
늦가을 비행 / 임재화
늦가을 서정 / 주응규
---------------------------
늦가을 서정 / 최영복
늦가을 소고 / 조한직
늦가을 손님 / 경규민
늦가을 안개 / 임재화
---------------------------
늦가을 여운 / 정찬열
늦가을 여행 / 강인호
늦가을 오후 / 이상훈
늦가을 장미 / 임재화
---------------------------
늦가을 편지 / 김덕성
늦가을 풍경 / 송향수
늦가을 호수 / 임재화
늦가을 호수 2 / 임재화
------------------------------
늦가을 빗소리 / 황동규
늦가을의 기억 / 이원문
늦가을의 산사 / 정찬열
늦가을의 산사 / 정찬열
------------------------------
늦가을의 슬픔 / 이원문
늦가을의 정취 / 주응규
늦가을의 질문 / 정연복
늦가을 추억표 / 윤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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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늦가을 녘 / 윤갑수
늦가을 강둑에서 / 최옥희
늦가을 사유의 밤 / 권경희
늦가을 아침 풍경 / 임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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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아름다운 것은 / 김덕성
늦가을 들판에서 / 윤수천
늦가을에 오는 손님 / 배혜경
늦가을 추억 속으로 / 이응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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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내리는 늦가을 / 석옥자
흑백사진 속의 가을 / 이인성
늦가을의 산책길에서 / 안국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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