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 김혜선
입술이 갈라져 피가 난다.
공원묘지 가는 길 가로수가 붉어졌다.
죽은 후에도 값이 그대로인 그의 그림이 감기약 봉지처럼 쓸쓸했다.
피가 번지는 영화 장면을 떠올리다
접촉사고를 냈다.
내가 내리고 그가 나온다.
담배를 물고 사진을 찍고.
명함 밖 얼굴을 확인하고
검은 넥타이 검은 선그라스 남자는
화면 속으로 사라졌다.
G열 14번 좌석에서 화면까지
붉은 칸나가 일렁인다.
영화는 피로 얼룩진 남자를 화면 밖으로 던졌다.
꽃잎이 날린다
얼굴이 묻은 명함 한 장이 발밑에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죽음은 보험처리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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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 장석남
이제 모든 청춘은 지나갔습니다 덮고 비린 사랑놀이도
풀숲처럼 말라 주저앉았습니다 세상을 굽어보고자 한 꿈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안 것도 겨우 엊그제 저물녘, 엄지만한
새가 담장에 앉았다 몸을 피해 가시나무 사이 가지로 총총히
숨어들어가는 것을 보고 난 뒤였습니다
세상을 저승처럼 둘러보던 새 이마와 가슴을 꽃같이 환히
밝히고서 몇 줄의 시를 적고 외워보다가 부끄러워 다시
어둠속으로 숨는 어느 저녁이 올 것입니다
숲이 비었으니 이제 머지않아 빈 자리로 첫눈이 내릴 것입니다
눈이 대지를 다 덮은, 코끝이 시린 아침 나는 세상에
다시 나듯 문을 열고 나서고 싶습니다 가시넝쿨 위로 햇빛은
무덤처럼 내려쌓일 것입니다 신(神)은 그 맨몸을 흐르던
냇가의 살얼음으로도 보이시고 바위틈의 침침한 어둠으
로도 보이시며 첫눈의 해석을 독려할 것입니다
살던 집의 그림자도 점점점 길어집니다 첫딸을 낳은 아침처럼
잃었던 경탄을 되찾고 숲으로 이어진 길을 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득한 숲길이 되려 합니다 햇빛 아래의 가여운
첫눈이 되려고 합니다 누군가의 휘파람이 되려고 합니다
밥과 국을 뜨던 소리들도 식어서 함께 바람소리를 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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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 오애숙
갈바람에 등짝 밀려
서성이는 들녘에서 눈이 가는
한 송이 들국화 보노라니
날 보는 듯 외초롭구려
낙엽 쌓일 때가 되면
추억도 가슴에서 하나 둘 쌓여
아름다운 향그러움 휘날리어
곱게 피어나는 11월인데
그저 오도가도 못하고
화상으로만 눈 인사하고 있으니
늦 가을 외초롭게 피어 있는
한 송이 들국화 보는 듯해
11월이 더 쓸쓸하게
가슴에서 목까지 울컥 차오르다
삼켜지는 슬픔 누가 알리오만
살아있어 감사꽃 휘날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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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 정일근
혼자 內院에 들었다
정시에 도착한 열차처럼
나는 가장 좋은 시간에 도착했다
좋은 나무들도 함께 걸어서 도착한 11월
묵언하는 나무의 1과 1사이로 황금빛 지평선은 펼쳐지고
그 사이로 겨울 철새는 풍경이 되기 위해
먼, 아득히 먼 북쪽에서 날개 치며 돌아온다
물들기 위해 봄부터 함께 걷기 시작한 나뭇잎
한 장 한 장, 햇살 되받아내며 눈부시고
바람은 가장 맑은 몸으로 찾아와
마지막 꽃씨와 풀씨를 날린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 원융무애의 바다에 당도하듯이
內院의 나무가 걸어서 당도한 저 깊은 사유의 바다
돌아가기 위해 여기까지 걸어온 나뭇잎 한 장, 풍덩
그 바다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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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 황경숙
덧니를 뺐다
눈물 속에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빛났다
반갑지 않은 빗속에서도 시간은 제 몸을 키우고
비바람에 하늘이 흘러간다
열정 없는 카드놀이처럼 지루한 먹구름 속에서
어두운 계단을 밟고 내려간다
선잠이 발끝에 매달리고 불안한 계절의
계단 모서리마다 멈추지 않는 선혈처럼
붉은 곰팡이 옷을 입었다
내 몸에 박힌 뿌리가 끊어질 때
우지끈, 숲이 흔들렸던가
온전히 내 것일 수 없는 내 것도 있어
덧니의 빈자리가 크다
벌목을 마친 사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돌아서고
겹쳤던 자리 우묵하고
아직 피는 멈추지 않는다
그때, 네 별자리를 세상 밖으로 내놓으면
기나긴 우기가 시작될 거라는
그의 말이 생니를 뺄 때처럼 무덤덤하다
비는 그치지 않고
목덜미를 누르는 불편한 마음짐승
하늘이 파랗게 따뜻해지도록
과하시過夏柴 몇 장 지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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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에 / 김인숙
오늘 내리는 비에
젖은 11월이
한잎 두잎 떨어지네요
우수수 떨고 있는 나무를 보니
어서 따스한 옷을 입혀 주어야겠다
생각 들어 마음만 급해지고
더 추워질 텐데
자꾸만 걱정되네요
해는 지고 날이 저물었는데
저 나무는 잎을 다 떠나보내고
홀로 쓸쓸한 비 마시며
모든 시름 씻고 잠들려나 봐요
나도
이제 잠을 자려 해요
더 추위가 오기 전에
자꾸만 시려오는 가슴을
따스하게 덮고
나의 11월을 더욱
사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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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엔 / 정태중
11월엔
낙엽 쌓이는 길 따라
가을의 마지막 안부를 듣자
단풍들이 흘려 놓은
바람의 애무와
빗방울 흔적 같은 얼룩
계절의 틈에서 신음하는
가벼워진 햇살
그 끝으로 절여 오는 아쉬움
11월엔
걷다가 걷다가
마주한 잎새 있거든
아름다웠어라고 속삭여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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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은 / 김인숙
단풍과 눈꽃 사이에 머물며
함께 웃고 울던 11월을
나는 행복이라 말하렵니다
따스한 미소 고운 단풍
차가운 어둠 속 낙엽 되어
들썩이며 서러워 흐느낄 때
포근한 흰 눈꽃 살포시 날아와
고운 날개 활짝 펼쳐
야윈 어깨 따뜻이 감싸줍니다
12월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배가 불뚝 나오도록
끼니마다 든든한 꿈을 먹으며
가을빛 여운과
마주할 겨울을 설레는
아직은 끝이 아닌 못다 한 그리움
떠나가버린 허전한 뜨락에서
눈물 글썽이며 순순히 견디는
가슴 뜨거운 한 조각 꿈을 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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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은 / 도지헌
엉거주춤,
한 발을 뒤로 뺀 태양
오기도 그렇고, 가기도그런지
사념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꽃도, 잎도
목구멍에서 가르랑거리는 소리
마른 모래바람에 눈이 매워
눈을 감고 몸도 숨기는데
바람만 윙윙거리며
갈퀴 같은 손가락으로
모두를 쓸어 구석으로 퍼 날라
자기의 영역을 넓혀간다
갈 것은 가고
남을 것은 보금자리를 찾아들어
맺을 건 맺고 마무리하며
스스로 동안거에 들어가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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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일월 / 천숙녀
발자국 자국마다 버석 이는 가을 길
깊은 계곡 산모퉁이 모퉁이 길 돌아들면
스님의
목탁소리와
범종소리 들려오고
핏줄까지 짜릿한 청정법신淸淨法身 희열의 꿈
풀벌레 울음마저 알싸하게 익어가는
낙엽들
흩날리면서
늘여 앉힌 십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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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너는 / 김덕성
파랗게 물들여 놓은
황홀하고 아름다운 11월 하늘
이제 길을 떠나는구나
하 많은 이런저런
여러 가지 일들과 자연의 아름다움
사랑의 시어(詩語)로 읊은
계절의 고운 시를 지니고
높은 하늘의 푸른 사랑도
달콤하게 익은 짙은 가을 향내음도
그리움으로 품고 떠나는 마음
아쉬움을 더 하겠구나
그만 넌 떠나야지
사랑으로 함께 한 시간을 간직하고
기쁨을 만끽하면서
이 담에 그 언젠가 재회하는 날
성숙한 11월이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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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당신 / 윤영옥
화려하게 오시더니
초라하게 가시는 군요
잘 가세요
당신 떠나시고 문득 문득
복병처럼 그리워 지겠죠
많은 경이 로움으로
행복 주시던 당신
떨어지던 낙엽 대신
서걱대는 갈대
바람결에 묻어 구르고
겨울 새 숨어 숨박꼭질
고라니 뛰어 노니는 갈대밭
떠나기 싫은 당신의 마음인양
나뭇가지 그렁그렁 보여주지 않으려
참고 참았던 눈물 매 달아 놓고
무딘 걸음 걸이로 떠나시는
11월 당신
당신의 뒷 모습은
한없이 쓸쓸 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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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끝 / 목필균
너로 인해 따뜻했던 온기
마저 지울듯이
밤새 찬비가 내렸다
소리없이 비워지는 흔적들
거리에 내려앉아 있더라
비에 젖은 낙엽들의
선명한 목소리
은행잎이 단풍잎이
플라타나스 너른 잎이
느린 발걸음에 밟힌다
11월이 가려할 때
눈안에 가득했던 너의 입김
쿨룩거리며 튀어나가고
뿌옇게 흐려진 유리창 밖에
빈 나무가 되어 서성거린다
가을을 보내며
11월 끝자락에 귀울림이 열린다
뜬금없는 휘파람 소리
다 비워버린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휘파람 소리
여운이 길다
하늘이 낮게 엎드리고
찬바람 휘돌아가는 저녁
플라타나스 너른 잎새가
갈색으로 부서진다
바스락 바스락
건조한 얼굴과 가슴과
바람과 눈물이 부서진다
곁을 떠난 것들이
손짓해도 돌아올 리 없는데
휘익 휘익 휘익
낯선 휘파람이 감출 새 없이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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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시 / 황의성
너는
언제나
윤달 처럼 적여 하다
물안개 피는
찻잔 같은
너를 마주 하면
어느새 내 마음도
닦아 놓은 창 같이 맑아 지고
침묵 처럼 고요해 진다
알고는 있었지
인생은
너처럼
맑고 고요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마른 풀잎 사이로
세월은 잦아 들고
먼 산의 갈대꽃
눈발로 흩날리는데
아직도 미련이 필요 할까
못 다 이룬 꿈
못 다 흘린 눈물
바다로 가자 11월엔
빈 잔이 되게
가슴에 고인 눈물들
모두 쏟아 버리고
산으로 가자 11월엔
빈 들이 되게
가슴에 덮인 수북한 낙엽들
모두 태워 버리고
살고는 싶었지
11월
너처럼
고요하고 맑게
알고는 있었지
11월
너처럼
맑고 고요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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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그리움 / 고은영
계절은 바람의 계곡을 호명하고
산등성이 온통 바람의 휘모리
비탈에 억새 군락은 거센 물결로 일렁인다
헐벗은 나무 사이 자작나무 잎 몇 개 외롭다
이상(理想)은 산의 능선을 타고 바람보다
더 빠른 날개로 두 팔을 벌리고
황혼조차 아름다운 서녘 창공을 선회하고 있다
계절의 을씨년스런 침묵과 침묵, 시리다
가을 그림자 멀어지는 저만치
조용한 음표 하나 눈뜨는 순간
떠나간 사랑은 이미 그리움으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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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고해 / 권경희
낮부터 내리는 찬비에
추억을 더듬는 마지막 잎새들
깊은 밤 악보를 조율하는 세찬 바람에
파르르 떨다 빗물을 엎질렀다
밤새 빼곡히 써 내려간
행간을 알 수 없는 검붉은 곡조들
뜨겁게 껴안았던 날들이 흩어져
스산한 거리에서 하얗게 엉켜버렸다
붉은 살점 하나로
싸늘히 식어가는 심장을 데워
마지막 빛을 짙게 우려내는 들녘은
된서리의 습격에 일제히 침묵하고
끝내는
곧은 숨결 하나 세우고
어둠보다 더 깊은 고해로
한 줄의 현을 새기며
남김없이 벗어야 할 시간
바람의 거침없는 변주곡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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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고해 / 최우서
알고 있었어요
가을이 앓는 거라는 거요
그런데
알지 못했어요
오묘한 영혼에 대해
모호한 관계에 대해
뇌 속으로 들어와
심장 깊숙이 박히는 결속에 대해
몸 구석구석 번져
요동치는 붉은 핵심에 대해
이미 이별을 알고 있었고
그것은 늘 그래왔던
공존의 표현이었다는 것을요
봄으로 피었다가
목마른 여름의 웅성거림으로
울창한 번뇌의 숲이다가
영혼 깊은 깨달음으로 저장되는 그는
끝이 아니라는 걸요
그래요
웃고 있었어요
만들고 있었어요
시작도 완성도 멈추지 않는 순환이라는 걸요
보이지 않은 것이 보이는 거군요
영혼까지 물든 그의 곁에 다가가요
벗은 발로 눈을 감고
겸손의 공존 안으로 몸을 실어요
해마다 여전히 관절을 꺾고
계절을 분리해 영혼의 깊이를 이어가고 있어요
그 곁에서
고독이 절실한 고백이 되는 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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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골목 / 김두례
붉은 벚나무 잎새 파닥거릴 때
하늘도 자리를 내준다
잎맥의 길은 핏줄처럼 드러나고
허공에 발자국을 찍는 몸짓
노을을 걸친 벚나무 골목이 아득하다
그물처럼 펼쳐진 붉은 빛
그림자는 바닥에서 흔들리고
사람들은 그 빛으로 발자국을 낸다
벚나무 끌고 가다 바닥으로 내려앉은 잎새
좁은 골목을 트며 다닌다
어깨를 걸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한 사내가 지나간다
허공을 날아오르던 직박구리가
상처 난 발톱을 감추고 있다
눈을 감고 바람을 감으면 날 수 있을까
벚나무 골목에서 당신은 저녁을 데우며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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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구름 / 이원문
떠나는 11월
가을이라는 이름이 또 지워지는가
들녘 벼 이삭의 꿈 구름 따라 산 넘고
못 주워놓은 쌀 한 됫박 논 바닥에 묻힌다
추운 억새꽃
밭둑의 억새꽃은 안 그렇겠나
찬 바람에 흩어져 이리 저리 엉키고
구름의 시려운 날 나뭇가지에 걸친다
놓아야 하는
짧은 날에 곱던 단풍들
11월은 그렇게 지우고 버린 다음
12월의 하얀 눈이 모두를 덮게 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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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근처 / 주명목
소리 끝마다 한기에
까닭 모를 미열에
들꽃 모가지 꺾여지고
무시로 비가오고
때때로 바람 불어
날마다 스치는
하루의 불을 끄고도
머리 위를 지나
빈 들 건너오는
갈대의 울음에
은빛 옷고름 열려 흔들리고
낡은 코트 자락
노을 빛에 묻혀져도
무엇인가 아직
피어나는 기다림은
밤새우고
밤새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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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기도 / 김병근
깊어가는 만추의 절정과 찬 바람
일어서는 겨울 문턱에 발돋움하는 11월에는
소탈하면서
화려하지 않은 일상(日常)이 되게 하시고
정겹고
따뜻한 말 한마디 전하는 날들이 되게 하소서
싸늘한 바람이 불어
옷깃 여미는 날에 정(情) 깊은 마음을 나누고
등을 토닥거려 주는 고운 이들과
음악이 흐르는 분위기 있는 찻집에서
사람의 향기를 느끼는 아름다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날들이 되게 하소서
가을의 풍성한 수확에
수고로 땀을 흘리신 이들을 위하여
감사할 줄 알고
아량을 베풀 수 있는 마음을 지니게 하소서
삭막한 가슴을 녹여
온화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찬바람이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쌀쌀한 날이면
가까운 가족이나 친지들과 지인들에게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그늘진 곳을 찾아 나눔과 베풂을
전하는 영걸은 마음을 가지게 하시고
고운 미소와 사랑을 나누고
늦가을 노을이 아름다운 만큼
계절의 서정을 가득히 채울 수 있는
포근하고 너그러운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
만추의 오색 단풍이 바람에 날리어 가슴에
안 기우는 낭만적인 설렘의 날들이 되게 하시고
억새 서걱서걱 울어대며 몸부림칠 때면
눈물 한 방울 흘릴 수 있는 여린 마음을 주시고
고운 추억과 고운 그리움을 싹 키워 가슴 곳간에
가득 채울 수 있는 아름다운 날들이 되게 하소서
한 해를 뜻깊고 의미 있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준비할 기회의 날들이 되게
성찰(省察)할 수 있는 차분한 시간을 가지게 하소서
작은 소망일지라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11월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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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기도 / 오애숙
오 주여 11월창 여는 이아침
가을날 그 풍성함 사라지는 그리움
심연에 일렁이나 새봄부터 일궈냈던
땀방울 황량한 바람 일어나도 감사함
가슴에 피어나는 11월입니다
들판으로 엄습해 오는 삭막함
허공에 날려 보내고 10월의 풍성함
가슴에 슬은 향기로 이웃속 휘날리는
십일월 되어지길 내님께 손모아 간구함에
따뜻한 사랑의 불씨 창문마다 붙이소서
제 아무리 가속도 붙어 황사이나
들판 황폐함의 삭막함 사랑의 불씨로
들숨사이 몰아내어 *다솜 몽실 몽실 펴
삶속에 어두움 뚫고 향기가 휘날리어
11월이 훈훈하게 피어나게 하소서
황량함 속히오나 잔잔한 호숫가
백조들의 평화로움 우리속에 접붙이어
그 노래속에 창조주 사랑의 꽃 개개인
인생사 휘옹도리 잔잔하게 피어
아름다운 꽃 피어나게 하소서
마지막 한 달을 남겨 놓은 채
올 한해의 결실을 차근차근 결산해
육십일 남은 날을 잘 활용하여 끝까지
새봄의 농부의 초심 가슴에 새김질로
잘 마무리 열매 맛보게 하소서
인생의 황량함에 울지 않고
위대하신 창조주의 오케스트라에
기쁨의 화관 쓰고 그 하모니 맞춰
가슴으로 피어나 아름드리 향기
휘날릴 수 있게 하옵소서
*다솜: 사랑을 뜻하는 순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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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낙엽 / 최영미
가을비에 젖은 아스팔트.
돌아보면,
떨어질 잎이 하나 남아 있었나.
천둥에 떨고 번개에 갈라진 잎사귀.
심심한 아이들에게 장난감이 되어주고
종이보다 가벼운 몸으로
더러운 뒷골목을 지키던 너.
허술한 나뭇가지에 목숨을 부지하고
식물의 운명에 순종했던,
상처투성이의 몸에 햇살이 닿으면
촘촘한 세월의 무늬가 드러나지만,
이대로 흔들린다
누군가의 가슴바닥에
훅, 떨어졌으면……
첫눈이 내려 무거운 눈을 매달고
허공에서 부서지기 전에,
순한 흙에 덮여 잠들었으면……
낙엽의 비문(碑文)을 읽을
그대는 지금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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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다짐 / 유화
느지막이 그대의 이름
불러보고 싶은 건
네 사랑의 단단함을 시험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대 안녕한가' 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비록 시절은 다 가서
거리에 단풍잎 지고
나무는 바람에도 침묵하지만
오늘도 그 옛적에
당신의 우아한 발자취를 따라
걷고자 하였습니다.
이 길 전부 공허하지만
먼 사랑의 시절에도
아리운 슬픔의 눈물은 스미어
꽃잎은 피었나니
그 어떤 미련도 후회도 없이
겨울에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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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바램 / 김선옥
화가는
名 제하의 화폭에
마지막 햇살을 담는
단풍 한 잎
그려 넣어도 되련만
음악가는
헤이즐럿 마시며
국향에 취해
아직도 못 다한 이야기
살살이꽃에 그려낸 사랑을
덤으로 부르는 노래여도 좋으련만.
아무려면 어떠리
징검다리 건너고 설원雪園지나
산 하나 넘으면
거기 봄이 있는데
외로워 하지 않으리
찾아주는이 없어도
소망을 담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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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발길 / 마종기
여름의 신열을 내리려고
나무는 한 달째 잎을 털어내고
며칠째 계속 해열제까지 써도
큰 서리 내리기 전, 가지를
다 비우기는 힘들겠다.
그래도 잎이 대강 떠난 나무,
눈치껏 많은 빈자리에 아우성
감들이 찾아와 매달렸다.
늘 그랬다. 누군가 떠나야
남아 있는 발길이 쉽다.
공중에 떠다니는 미풍까지
감의 모든 틈새를 채우고 있다.
감꽃이 지고부터는 내내
그늘에 숨어서 가는 숨 쉬며
떫은 세상의 맛을
달래고 어루만져주던 손,
씻고 닦아주던 하늘의 손.
추워야 단맛이 들고
며칠은 하늘이 높아야
감색이 더 환해진다는데
단맛과 색이 살고 있다는 곳,
가을이 새끼를 친다는 나라로
서리 헤치며 길 떠나는
평생을 달고 고왔던 내 친구.
올해는 그 정든 발소리까지
흥이 나는 듯 장단이 맞네.
담담한 저녁녘의 11월이 떠나고
잘 자란 감이 나무와 이별하면
우리들 나이에는 단맛이 들겠지.
한 목숨의 순결처럼 말없이
먼저 떠난 하늘에서는 해가 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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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벼랑 / 황동규
어디에고 달라붙어보지 못한 도깨비바늘 몇
바싹 마른 꽃받침에 붙어 있다.
후 불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저모르게 주저앉을까 봐
서로 붙들고 선 줄기들,
새파랗다 못해 하늘이 쨍 소리를 낸다.
한 발짝 앞은 바로 벼랑,
방금 한 사내가 한참 동안
철 지난 유령처럼 서있다 간 곳,
옆을 스치는 그의 얼굴
절망의 얼굴로 보지 않기로 한다.
11월의 뒷켠 어디선가 만나는 인간의 표정,
얼굴에 그냥 붙어 있는 표정,
절망조차 허영으로 보일 때가 있다.
몸과 마음 어디엔가 제대로 한번 붙여보기도 전에
눈앞에서 땅이 바로 수직으로 꺼지기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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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여울 / 임영준
절로
익는 게 아니다
절로 깨치는 게 아니다
서리를 담보한 바람에
선선히 숙어 드는 것이다
여태껏 해갈하지 못한
청춘의 하소연을 헤아리며
변방의 자투리에 박혀
시나브로 요원해지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또 한 번의 편도
이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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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아침 / 김이진
참으로
먼 길 달려왔습니다
터벅터벅 걷다가 삶에 지쳐
그 끈을 놓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삶의 끈 놓지 않고
11월의 아침 앞에 서 있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너무나 기쁘고 감사해서
뜨거운 눈물이 가슴으로 흐릅니다
오늘도
살아 숨 쉴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박동이 멈추었던 심장에서
깃발하나 펄럭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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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약속 / 김문
겨울의 문턱인 11월에는
금쪽같은 당신의 마음에
따뜻하고 향긋한
커피 한잔이 되겠습니다 , 하여
시리도록 괴로운
당신의 쓰디쓴 아픔을
온기 좋은 커피로
따스하게 보듬고 덥혀 주겠습니다
얼어 버린 당신의 그 이쁜 얼굴에
늘 짙은 커피 향이 어린
웃음이 가득 넘치고
말라 터진 당신의 그 고운 입술에
언제나 커피 단맛이 발린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리게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에게
추위가 시작되는 11월에는
눈속의 매화꽃 처럼
설중 홍일점의 어여쁜 꽃으로
멋지게 가꾸어 줄것을 약속합니다
바로 당신입니다
글을 읽는 당신한테 하는 약속입니다
------------------------------
+ 11월의 연가 / 허순성
눈물이 와락 나올 것 같은
메마른 시간들이 가을비로 내린다
늘
가슴속에 비로 내리는 당신은
바람 불어오는 곳에 살지
다시 안 보려 도리질했던 세월
안다
꽃 없이, 눈물처럼 살아가기
더욱 안다
한때
내 삶의 이유가 되리라 한, 당신은
바람 불어오는 곳에 살지
내 몸 식어지고
세상 꽃 다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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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일몰 / 곽철재
마른 이끼가 검버섯처럼 핀
아득한 절벽 위에
어떤 연유로 뿌리를 내렸는지
또 어떻게 살아왔는지
오직 저 혼자만 알고 있는
키 작은 노송 하나
단단하게 굳은 그 어깨 위를
검붉은 불덩이가
소리 없이 넘어가고 있다
그의 삶이 그랬던 것처럼
끊임없이 일렁이는 저물녘 바다 위를
조금은 비틀대며 휘적거리는
11월의 일몰은
정녕 일출보다 곱다
==================
+ 11월의 정원 / 이경애
11월의 정원은
한바탕 시끌벅적한 축제가 끝난
텅 빈 운동장에
코끝을 스치는 애벌 바람이
모레를 쓸고 지나가는
그림자 물든 엷은 잿빛이라
그렇게 도도함을 자랑했던
장미의 순정도
대궐 마님의 우아한 자태의 수국도
옛동무 닮은 듯한 향수의 과꽃도
어미의 탱탱한 젖꼭지 닮은 대추 알도
더는 볼 수 없음에
나비들도
벌들도
고추잠자리 떼들도
어디로 가셨는지
짓궂은 사내 손길처럼
옷깃 속으로 파고들어 오는 바람만 서성인다
11월의 정원은
쓸쓸한 꽃들만 피어
낯선 외로움들만 찾아와
내리쬐는 햇살마저도
낭비처럼 느껴질 만큼
허 하며 가난하다
----------------------------
+ 11월 이야기 / 김영수
뚜벅뚜벅
두 발로 걸어
나 여기 와있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늦은 걸음으로 왔건만
모두 말을 하네
벌써, 11월이라고
그러나
나는 알 수 없는
그 언어들이 낯설다
뜬 눈으로 지새운 불면의 밤과
새벽부터 늦은 시간까지 뚜벅뚜벅
다다른 하루는 길기만 한데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하루는
모두 과거요, 찰나였구나
--------------------------------
+ 십일월의 편지 / 조규옥
가을이 깊으니
이 해도 얼마 남지 않은거겠지요
낙엽은 지고
십일월의 차거운 바람은
마음까지 뒤흔들어대니
산그림자 내려 온 들길을 따라
당신에게 갑니다
외로이 피어있는
들국화 곁을 지나고
아직도 떠나지 못한
코스모스 흔들리는 강둑에 앉아
당신이 그리워 눈물 짓습니다.
가을은 자꾸 가는데
마음은 자꾸 바빠지는데
당신에게 가겠다면서
왜 빈산에 올라
괜한 억새꽃만 흔들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
+ 11월 길섶에서 / 오애숙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감사의 달 11월입니다
누군가에게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내게 있다는 것에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말 한 마디로 사람 살려
이웃에게 큰 기쁨 준다면
좋은 글 한 줄만 가지고서
힐링시킬 수 있다고 하면
얼마나 귀한 일인가요
석양 노을빛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에
감정 추수려 홍빛으로
수놓아 나래 필 때 있어
아름다운 삶이었다
먼 훗날 그리 회상하며
죽는 순간까지 정신 곧 춰
두드리길 기원하는 마음에
쓸쓸한 외로운 심연 날리고
감사의 삶이길 원하네
=================
+ 11월 어느 날에 / 백승운
11월
가을을 붙잡고 이야기 하기에도
구멍 난 자리 곧 사라져 갈
무너지는 여심의 안타까움이고
안개 피어나고 무서리 쌓여있는
그리움 위로 사부작이며 내려
얼음같이 차가움 무겁게 밝고
숨죽이게 하지만
겹겹이 쌓여있는 붉고 노오란 아쉬움
숨 한번 크게 쉬면
찬란히 일어나 영롱한 아름다운
무지개 피워내니
아직은 꺼져버린 연탄
아궁이 속 타는 온기로
여름의 등줄기 땀방울 흐르는
더위를 느끼는데
싸늘한 엉덩이 파고드는 칼바람
감기 걸린 몸에 에어컨 바람
속속들이 파고드는 아픔
군불 피워 등지지는 어머님
이 모호한 계절에
언 땅 갈라내 누워 잠든 봄
손잡고 일으켜 동무하고
신록으로 풍성하니 피워내
목마름의 타는 여름
융단 같은 가을을 준비하여
그렇게 가슴 떠져나갈 것 같은 아름다움으로
한 시절 영혼까지 잡아두고
겨울을 시작한다는 통첩의 11월
11월은
엉거주춤한 영혼을 안고
무릎꿇고 기도를 드리나보다
오고가는 앞길 행복하라고
----------------------------
+ 11월의 끝자락 / 최병도
가을이 저무는
이맘때면
자꾸 뒤돌아본다
아등바등 열심히 살았지만
수확할 것이라고는
빈껍데기뿐인 나잇살만 늘고
애처롭게 매달려 있던
마지막 잎새마저
뚝 떨어져 가버린다
---------------------------
+ 11월의 뒷 모습 / 이민숙
돋아 오른 생기로 봄을 피워
푸풋한 교태로 벌 나비 마다않고
긴 꼬리로 줄줄이 엮어 치맛자락에 감추었더냐
잎잎이 무성한 사연은
들끓던 한여름 붉은 정염이
발자국마다 기다림으로 줄 세워 목 빼게 하였더냐
앙상한 나목마다
까맣게 타버린 해묶은 잔가지가 애잔하고
검불위에 툭툭 떨어지는 삭정이 마음도 고독하다
빈틈에 뿌린 씨앗 감추려 해도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흙 묻은 오점은
잎잎이 고개 숙여 한겹 한겹 벗어야 될 테지
헐거워진 기운으로 때 묻은 옷을 벗어
나목이 되려하니 오만한 뒷모습에
끝끝내 고열이 오르내릴 테지
돌아오는 봄에 다시 피려거든
발밑에 땅을 보고 주인이 있는 땅이라면
씨앗이 심기지 않게 땅을 단단히 굳혀야 될 테지
--------------------------------
+ 11월의 밤하늘 / 이은석
노오랑 은행잎이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고
별과 달이
까만 밤하늘을 수놓았네요.
손끝 시린 차가움이
몸을 어눌케 하지만
가쁜 내 마음은
작은 은행잎과 함께
저 넓은 하늘 속으로
긴 여행을 하자 하네요.
=================10
+ 어느새 십일월 / 김경철=6
일 년 열두 달 중
어느새 십일 월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정신없이 지나가는데
생을 다한 낙엽은
힘없이 떨어지고
불어오는 찬 바람에
옷깃은
자꾸만 올라간다
계절을 잊은걸까
봄에 피어야 할
장미가 피었으니
이를 어쩐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만히 있으면
머지않아
찾아올 추위에
덜덜 떨다가
그대로 얼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장미야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강남으로 떠났다가
봄 햇살이 뜨거운 날
우리 다시 만나자
--------------------------------
+ 11월 네모의 바깥 / 강사랑
첫눈이 내릴듯 한
비 바람 메몰차게 냉정히도
낙엽 사정없이 후리친다
눈꼽 만큼의 인정도 없이
그래도 햇볕 따신날
사랑도 하고 행복하다며 정 쌓아 놓구선
뒤돌아봄도 없이 냉정할까
11월 억센 바람은 품속 구석구석 후비고
뼈속까지 아주 아리도로 저려온다
늦은바람이 철 몰랐을때 느낀 사랑 그리워
그리도 애절하다
허나 그 어느 누구도 안아주지 않은 11월바람
있을때 잘 하지....
하늘이 콧대를 높인다
유난히 파란하늘 초롱한 별 눈동자
도도함이 한 번 더 바라보고 그립게 한다
지금 그리운건
가난한 화가의 활활 다오르는 벽난로
성냥팔이 소녀의 간절함
성냥불 하나
"할머니, 할머니도 이 불이 커지면 떠날거죠?
저도 데려 주세요.. 흑흑"
---------------------------------
+ 11월 마지막 날에 / 김옥자
달력을 멀치 감치 두고 지냈더니
어느새
11월의 내음이 지는 날이라니
무엇을 했던가
한 달이라는 시간 속에서
그리움 하나만 붙잡고
사랑 하나만 부여잡고
아픈것만 나으라고
주사 바늘에 꽂히고
약으로 회복 하자고
가을 길을 걸으며
어깨 가득 가을 햇살 드리우며
이 아픔 날리고자
산책길에 흘린 나의 11월은 그렇게
나,와 있었네
이제 간다고 길을 나서서 무얼 줘야하나
내 손에
내 마음에 정 밖에 없는데
가을이 다 비워내도
난, 정이라도 가지고
이별손에 살짝 안기고 싶은데
돌아 오려는가
이 다음에 날 만나러 말일세 !
이쯤에서 포옹을 해야
원이 없겠다 그치 !
안녕이란 말은 헤어짐 같아서
다녀오라는 말로 내 속을 전하고 싶어
잘 다녀오시게 !
-------------------------------
+ 11월이 12월에게 / 백설부
영원히 함께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단 한 번도 당신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떠나가고
둘만 남고 보니
당신의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30일뿐이고
매일매일 누군가와는
작별을 해야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후회 없이 사랑하겠습니다
===================
+ 십일월의 끝자락 / 임재화
벌거벗어 메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초겨울의 매서운 찬바람이 지나가면
이제 더는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어느새 계절은 십일월의 끝자락인데
조용히 흐르는 세월, 몸도 따라 흐르고
자꾸만 활력이 사라지는 요즈음
그래도 십일월의 마지막 날
무거운 마음을 또다시 내려놓고서
십이월을 맞는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
+ 11월 들녘에 앉아서 / 오애숙
제 몫을 다하는
삶을 살아 간다면
얼마나 멋진 사람일까
낮의 해처럼
밤의 밝은 달빛처럼
늘 세상에 밝은 빛으로
살아간다면 멋진 일일터
늦 가을 들녘과
제 몫을 다 했다고
툭툭 터는 나목 보며
거울로 날 비춰봅니다
11월이 주는 교훈
가슴에 새겨보는 맘
결코 나를 잃지 않으리
--------------------------------
+ 11월 어느 날의 단상 / 도지현
갈색 바람 사이로
쏘아대는 태양의 빛이
이젠 그 위세를 잃어
갈바람 속에 휩쓸려 간다
늦가을만큼이나
세월을 갉아먹은 나와
그 위력을 잃어가는
태양과의 동질감으로 서러운데
한 잎씩 날려 보내고
앙상하게 변해가는 나무는
내어줄 것 다 내어주어
빈 몸으로 남아 을씨년스러워
이울어 가는 계절의 끝자락
그와 함께 사위어가며 쪼그라드는
나를 보는 것 같아 마음 짠하고
지금도 한 잎의 단풍이 떨어지는데
--------------------------------
+ 11월에 비가 내리면 / 양광모
11월의 어느 날 비가 내리면
너는 이 시를 읽게 되리
이별이다, 일제히 낙엽 떨어져 내리는 길 위로
투명한 우산을 쓴 채 너는 끝없이 걷고 싶어지리
우산 위 젖은 낙엽은 새로운 영토를 넓혀가고
빗방울만 어린 눈물처럼 조르륵 흘러내릴 때
사랑이다, 너는 굵은 빗줄기 같은 목소리로 외치고 싶어지리
그 때가 되면 이런 시는 사정도 없이 잊혀질 테지만
너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이렇게 말해야 하리
사랑은 떠나갔는데 이별은 왜 찾아오지를 않는가
11월의 어느 늦은 가을날 비가 내리면
사랑이다, 너는 어린 빗방울처럼 조르륵 조르륵
어느 우산 위를 끝없이 떨어져 내리고 싶어지리
====================
+ 11월의 정점에 서서 / 여관구
단풍잎이 끌어안고 가는 세월
고향은 저 멀리 있고
내 모습은 더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청춘의 계절을 보내고 돌아보며
묵도하는 나목이여
영혼의 책갈피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끼워놓은 잎새
추억의 페이지를 넘기며
행복 속으로 발자국을 남기는 오후
따스한 햇살에 실려 오는
추억의 향기방울을 튕기며
저 멀리 고향의 품속으로 달려가고 싶다.
겨울을 기웃되는 11월의 나목들을 보면서
-----------------------------------
+ 11월이 아름다운 건 / 오애숙
내 그대여
아직 남은 두 달 있기에
소망이 버무려진 11월이
진정 아름답습니다
새해 정초가 되면
야심찬 계획으로 들떳는데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계획들이 엉망입니다
갈 들녘에 영글어간
오곡백과에 넋 놓게 되었던
현실의 쭉정이로 전락되어
쥐구멍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 두어달
희망의 날개가 내 눈 앞에서
펄럭이며 고개 들라 말 하기에
소망을 맘속에 품습니다
인내로 발효 시켜서
신탁의 미래 향해 끝까지 달려
11월 만의 새론 예쁜 계획의
야심참 피워 봅니다
희망을 품은 심연
언제나 열망이 망울망울 피어
탐스러운 꽃 피어나게 되기에
열매 맛 볼 수 있겠기에
한 해의 산 정상 위를
올라가는 길목이 중요하기에
인생사 11월이 진정 아름다운 건
딴 눈 팔새 없기 때문이죠
------------------------------
+ 그렇게 11월이 왔다 / 최옥
별빛을 거두며
비를 뿌리며...
그렇게 11월이 왔다
나도 조금은 차가운 눈빛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며
우리가 밤하늘에서
찾을 것이 별빛뿐이 아님을 깨닫는다
비에 젖다가... 젖다가...
빗물에 쓸려 가는 잎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선 나무의
눈빛... 우리도 조금은 닮아야
하지 않을까, 라는 물음속에
그렇게 11월이 왔다
우리가 나무에서
얻을 것이 열매만이 아님을
문득 깨닫는다
예전에 나는
뒹구는 잎사귀들이
사랑을 잃어버린
나무의 흔적이라 여겼지
잎이 몸을 떠나는 순간부터
뿌리깊이 만남을 준비하는
나무의 깊은 마음을 모른 채
------------------------------------
+ 11월 그 거리에서 서서 / 주선옥
저 초목을 보면
삼척동자도
투명한 유리알같은
진실을 알 수 있다.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어 버린다고
거짓이 참되고
참이 거짓되지 않는다.
모든것은
인과응보
사필귀정 이라는
참다운 진리에 도달 할 것이다.
우리네 한걸음씩 살아가는 일도
그러함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태어나서
어떻게 살아가든
누구나 도달하는
그 문 앞에서면
뼈저리게 깨닫게 되리라
=====================
+ 십일 월 우리 모두에게 / 오애숙
늘 행복의 물결로 삶의 향기
휘날릴수만 있다면 이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일들 일까만
늘상 찾아오는 건 불만족일세
기대치 조금씩 낮춰 간다면야
우리네 일상 유쾌하고 통쾌한
일들로 가아득 차고 넘쳐나리
행복은 아름다운 향복바이러스
내게 피어나면 내옆 사람에게
선물이 되고 기쁨 안겨 주리니
행복한 사람 곁에 있으면 절로
즐거워 지고 기쁨 넘쳐 나기에
십일월
행복의 물결
모두에게 넘치길
-------------------------------------
+ 11월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이인자
우수수 떨어진 낙엽
메말라 볼 품없이 길가에 딩굴더니
차창에 한잎 오들 오들 떨며 내려 앉는다
며칠 전 만해도 노랗고 빨간 단풍잎이
만추의 계절을 찬미케 하며 행복으로 채웠었는데
물기 다 빠진 나무 잎은 가랑잎으로 변하여
사각사각 소리 내며
찬바람에 떨어질라 안간 힘 쓴다
달랑남은 한장의 달력 보니
또 한해가 다 갔다는 생각과
메말라 부서지는 가랑잎 애처러워
11월은 더없이 쓸쓸하고 서글프다
오헨리의 마지막 입새 생각나고
가을엔 떠나지 말라는
대중가요 가사도 입속에 맴도니
아마도 내 삶의 계절이 11월이 련가
------------------------------------
+ 11월에 만나고 싶은 사람 / 천준집
가슴속에 숨겨둔
11월에 만나고픈 한 사람이
있습니다
가을이 떠나가듯 마음 한쪽에
휑하게 비워진 곳에
따뜻한 마음으로 채우고 싶은
한 사람이 있습니다
마지막 잎새 떨어지면
단풍나무 아래서 꼭 만나고픈
한 사람이 있습니다
겨울이 오고 찬바람이 불기 전에
만나고픈 한 사람이 있습니다
소나무 철갑 옷 속에 찬 바람이
스밉니다
몸으로 느끼는 찬 바람은 옷 하나
더 걸치면 되지만 마음에 스치는
그 찬 바람을 막아줄 따스한 사람
만나고 싶습니다
-----------------------------------
+ 11월,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 이한명
이 계절은 삶과 죽음의 혼돈이다
큰 이파리 사이 행간의 슬픔을 읽지 못하고 세상 건너 간 이별의 빨간 단풍
어김없이 계절은 서쪽으로 몰려가고 노랗게 물든 마음들이 길을 나서기 바쁘게 가을 잎 먼저 툭 떨어진다
널찍한 강보에 쌓여 허공에 툭 떨어진 노란 열매는 자주 운동장에서 홀로 딩굴었다
오래된 서랍을 열고 잠자던 일기장을 꺼내 그날의 곱던 햇빛과 바람과 머리칼 날리던 옆자리의 그녀를 만난다
남자에게도 상실의 계절이 있다면 간이역의 그 삐걱대던 판자 집 같은것 아닐까
살면서 살펴야 할 것들이 많다 파란색 노즐을 들것인지 빨간색 노즐을 들것인지
새들도 자기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나뭇가지를 골라 앉는다
가을이 부서진다 노랗게 노랗게 샛노랑 그리움만 남겨두고 바람 속에 운다
다섯시 방향 출구를 알리는 하루의 마감 소리들
그 품에 보듬어 주지도 못할 노년의 세월이 모여드는 곳
____ * 56
11월 / 김혜선
11월 / 장석남
11월 / 오애숙
11월 / 정일근
------------------
11월 / 황경숙
11월에 / 김인숙
11월엔 / 정태중
11월은 / 김인숙
--------------------
11월은 / 도지헌
십일월 / 천숙녀
11월 너는 / 김덕성
11월 당신 / 윤영옥
------------------------
11월의 끝 / 목필균
11월의 시 / 황의성
11월 그리움 / 고은영
11월의 고해 / 권경희
---------------------------
11월의 고해 / 최우서
11월의 골목 / 김두례
11월의 구름 / 이원문
11월의 근처 / 주명목
----------------------------
11월의 기도 / 김병근
11월의 기도 / 오애숙
11월의 낙엽 / 최영미
11월의 다짐 / 유화
---------------------------
11월의 바램 / 김선옥
11월의 발길 / 마종기
11월의 벼랑 / 황동규
11월의 아침 / 김이진
---------------------------
11월의 약속 / 김문
11월의 여울 / 임영준
11월의 연가 / 허순성
11월의 일몰 / 곽철재
----------------------------
11월의 정원 / 이경애
11월 이야기 / 김영수
십일월의 편지 / 조규옥
11월 길섶에서 / 오애숙
------------------------------
11월 어느 날에 / 백승운
11월의 끝자락 / 최병도
11월의 뒷 모습 / 이민숙
11월의 밤하늘 / 이은석
-------------------------------
어느새 십일월 / 김경철
11월 네모의 바깥 / 강사랑
11월 마지막 날에 / 김옥자
11월이 12월에게 / 백설부
--------------------------------
십일월의 끝자락 / 임재화
11월 들녘에 앉아서 / 오애숙
11월 어느 날의 단상 / 도지현
11월에 비가 내리면 / 양광모
------------------------------------
11월의 정점에 서서 / 여관구
11월이 아름다운 건 / 오애숙
그렇게 11월이 왔다 / 최옥
11월 그 거리에서 서서 / 주선옥
---------------------------------------
십일 월 우리 모두에게 / 오애숙
11월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이인자
11월에 만나고 싶은 사람 / 천준집
11월,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 이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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