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채봉 시 모음
이해의 손길 ㅣ 오늘 ㅣ 사랑을 위하여
내 마음의 고삐 ㅣ 그땐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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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ㅣ 바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하여 ㅣ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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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의 손길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쉬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랑하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사랑을 위하여서는
보이지 않는 그의 마음을 읽어 주셔요.
그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당신의 따뜻하고 참된
'이해의 손길'이
어둡고 가팔진 산길에서도
사랑을 안전하게 인도하는
'길눈'이 되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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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않았네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오늘도 내가나를 슬프게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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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위하여
사랑에도
암 균이 있다
그것은
의심이다
사랑에도
항암제가 있다
그것은 오직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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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의 고삐
내 마음은
나한테 없을 때가 많다.
거기 가면 안 된다고
타이르는데도 어느새
거기 가 있곤 한다.
거기는 때로
고향이기도 하고,
쇼 무대이기도 하고
열차 속이기도 하고,
침대 위이기도 하다.
한때는
눈이 큰 가수한테로
달아나는 내 마음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아침이슬에 반해서
챙겨오기가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저녁노을,
겨울바다로 도망간 마음을
수습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
이제
내 마음은
완전히 너한테 가 있다.
네 눈이 머무는 곳마다에
내 마음 또한 뒤지지 않는다.
너는 내 마음의 고삐인 것이다.
네가 자갈길을 걸으면
내 마음도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질 때가 많을 것이다.
네가 가시밭에 머물면
내 마음도 가시밭에서
방황할 것이다.
너는
나를 위해서도
푸른 초원 사이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거기에 있어야 한다.
너는
내 마음의 고삐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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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땐 왜 몰랐을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내 세상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절대 보낼 수 없다고
붙들었어야 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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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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