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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외국시

푸시킨

# 알렉산드르 푸시킨 (러)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을 견디면
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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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당신

그녀가 무심코 당신이라는 공허한 호칭을
여보라는 친근함으로 불렀을 때
어리둥절해진 내 마음은
온갖 행복한 꿈들을 유발시켰다.
나는 그녀 앞에 서서 시선을 못 박고
깊은 상념에 잠겨
당신은 참 사랑스러워하고 말한다
또한 진실로 그녀을 사랑한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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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새

머나먼 마을에 이르러
고향의 풍습을 따라서

매 맑은 봄철 축제일에
작은 새 놓아주노라.

비록 한 마리 새이지만
산 것에 자유를 주고

아쉬운 생각은 없으니
나의 마음은 평화로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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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워진 편지

안녕, 사랑의 편지여 안녕.
그 사람이 이렇게 시킨 것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
나는 주저하고 있었던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나의 손은
모든 기쁨을 불에 맡기려고 맹세하였던가...

하지만 이제 지긋지긋하다.

시간이 찾아 왔다.
불타라, 사랑의 편지여!

나는 각오하고 있지,
마음은 무엇에도 현혹되지 않지.

탐욕스러운 불꽃은 벌써 너의 편지를 핥으려 한다...

이제 돋
활활 타올라 타올라 엷은 연기가 얽히면서
나의 기도와 더불어 사라져 간다.

이미 변치않을 마음을 맹세한
반지로 찍은 자국도 사라지고
녹기 시작한 볼탑이 끓는다...


오오, 신이여 일은 끝났다.
검어진 종이는 휘말리고 말았다.

지금은 가쁜한 재 위에
그 숨겨진 자국들이 새 하얗게 남고...

내 가슴은 조여진다.
그리운 재여.

나의 애처로운 운명 위에
그나마 가련한 기쁨이여,

내  한탄의 가슴에 영원히 머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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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처음 피는 화려한 꽃보다


들판에 처음 피는 화려한 꽃보다
마지막 꽃은 더욱 사랑스러워

우리 가슴에 우울한 상념
더욱 오롯이 불어 일으키듯

때로는 이별의 시간이
달콤한 만남보다 더욱 살가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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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다 남은 꽃

지다 남은 꽃은
요염한 들판에 피어난 첫 꽃보다도
더욱 사랑스러운 것
그것은 적적한 마음의 그리움을
우리들 가슴 가슴에 깨우쳐 주는 것

아, 그와도 같이 헤어질 땐
만날 때보다 더욱더
몸에 스며드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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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이 너에게 무슨 소용인가

너의 이름이 너에게 무슨 소용인가
머나먼 해안에 부딪힌 파도의 슬픈 울음처럼
어두운 밤 조용히 숲 속에서 들리는 음향처럼
내 이름은 죽어 갈 텐데.

알 수 없는 언어로 새겨진
묘비명의 문양처럼
내 이름은 기억의 장에
죽은 흔적만을 남길 텐테.

나의 이름이 무슨 소용인가?
새로운 번뇌와 격정 속에서
오래전에 잊혀진 나의 이름
네 영혼에 순결하고 다정한 추억 주지 못하리.

그러나 슬픔의 날, 정적 속에서
애수에 잠겨 내 이름을 부르며 말해 다오
나의 기억 아직도 있다고
이 세상엔 내가 살아 있는 가슴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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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몽매한 예술가가 몽롱한 붓으로
천재의 그림을 검정 칠로 지우고
엉터리 그림을 그 위에
함부로 어리석게 그린다

허나 시간이 흐르면 덧칠한 물감들은
힘없는 허물처럼 떨어져 버리고
천재의 작품은 다시 우리 앞에
예전의 아름다움으로 살아나는 법

그렇게 내 눈먼 헤매임도
고통하는 영혼으로부터 사라지고
그 속에 본래으 순수한 날의
모습들이 다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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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 하나

작은 꽃 하나 바싹 말라 향기를 잃고
책갈피 속에 잊혀져 있네
그것을 보니 갖가지 상상들로
어느새 내 마음 그득해지네

어디에서 피었을까? 언제? 어느 봄날에?
오랫동안 피었을까? 누구 손에 꺾였을까?
아는 사람 손일까? 모르는 사람 손일까?
무엇 때문에 여기 끼워져 있나?

무엇을 기념하려 했을까?
사랑의 밀회일까? 숙명의 이별일까?
호적하게 산책하던 그 어느 순간일까?

그 남자 혹은 그 여자는 아직 살아 있을까?
이미 그들도 시들어 버렸을까?
이 이름 모를 작은 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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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여, 저를 미치지 않게 하소서

신이여, 저를 미치지 않게 하소서.
아니, 그보다는 차라리 보따리와 지팡이가 나아요
아니, 고생스럽고 배고픈 게 차라리 더 나아요.

그것은 내가 나의 이성을
존중해서도 아니고
이성과 헤어지는 것이 기쁘지 않아서가 아니요.

나 자유로이 둔다면
그 얼마나 활개치며
어두운 숲으로 달려가리!

열병에 걸린 것처럼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고
그 얼마나 자유로이 멋진 꿈에 도취되어
나를 잊으리.

그리고 나으 파도소리에 귀 기울이고
행복에 가득차서
빈 하늘을 바라보리니

나 그 얼마나 힘차고 자유로우리
들판을 파헤치고
숲을 휘어뜨리는 회오리처럼.

그런데 불행히도 미친다는 것은
페스트보다 더 두려운 일,

곧 갇히고
사슬에 묶이리니,

사람들은 창살 사이로 짐승을 찌르듯
찌르러 올 것이고,

그리고 밤에는 들을 것이다.
꾀꼬리의 울리는 낭랑한 목소리도 아니고

뻑뻑한 참나무숲의 웅성거림도 아니고
울리는 것은

친구들의 외침소리, 밤의 파수꾼의 욕설,
사슬이 쩔렁이고 삐걱이는 소리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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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 사랑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불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랑으로 인해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히지는 않겠습니다.

슬퍼하는 당신의 모습을 
절대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말없이, 그리고 희망도 없이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때론 두려워서, 때론 질투심에 괴로워하며
오로지 당신을 깊이 사랑했습니다.

부디 다른 사람도 나처럼
당신을 사랑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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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깊은 광맥 속에

 


제까브리스 12월 혁명 이후 사람들에게 보내는 시.


시베리아 깊은 광맥 속에
그대들의 드높은 자존심의 인내를 보존하소서

그대들의 비통한 노력과 높은 정신의 지향은
사라지지 않으리니.

불행의 신설한 누이,
희망은 암흑의 지하 속에서

용기와 기쁨을 일깨우리니
그날은 오리니,

사랑과 우정이 그대들에게 닿으리니
깜깜하게 닫힌 곳 빚장을 열고

지금 그대들의 감방 그 굴 속으로
나의 자유의 소리가 다다르듯이.

무거운 사슬이 풀어지고
암흑의 방은 허물어지고 - 자유는

기쁨으로 그대들을 마중 나오리니
그리고 형제들은 그대들에게 검을 건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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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베리아로 보낸다

시베리아의 광산 저 깊숙한 곳에서
의연히 견디어주게
참혹한 그대들의 노동도
드높은 사색의 노력도 헛되지 않을 것이네
불우하지만 지조 높은 애인도
어두운 지하에 숨어 있는 희망도
용기와 기쁨을 일깨우나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은 오게 될 것이네
사랑과 우정은 그대들이 있는 곳까지
암울한 철문을 넘어 다다를 것이네
그대들 고역의 동굴에
내 자유의 목소리가 다다르듯이
무거운 쇠사슬에 떨어지고
감옥은 무너질 것이네 그리고 자유가
기꺼이 그대들을 입구에서 맞이하고
동지들도 그대들에게 검을 돌려줄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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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황제다. 고독하게 살아라

너의 자유로운 혼이 가고 싶은 대로
너의 자유로운 길을 가라.
너의 소중한 생각의 열매들을 실현하라.
그리고 너의 고귀한 행동에 대한 아무런
보상도 요구하지 말아라.
보상은 바로 제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네 자신이 너의 최고재판관이다.
다른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너는 제 자신의 
작품을 심판할 수 있다.
너는 네 작품에 만족하는가?
의욕 많은 예술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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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책갈피에 끼여 잊혀진 지 오래된
말라서 향기 잃은 꽃잎을 나는 보고 있다

불현듯 영혼은 묘한 생각에 빨려들ㅇ가 버린다

어느 곳에 피었던 꽃인가
어느 때 어느 봄날에 얼마 동안이나
피어 있었고 또 누가 꺾었는지

낯선 손이 아니면 낯익은 손이
또 어인 일로 여기에 간직해 두었는지

정답고 은밀한 만남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작별을 위해

아니면 조용한 들판의 숲길을 건너
외로운 산책을 추억하고자 함인지

어느 곳엔가 그 사람과
그 여인은 살고 있겠지

그들의 보금자리는 어디일까
그들은 이미 사라져 버렸을까

마치 사연 모를 
이 꽃잎인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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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작별이 잦은 시대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잦은 시대
작별을 해놓고 살아가세

작별이 올 때 아쉬움이 없도록
작별을 해놓고 살아가세

우리들끼리만 서로 사랑하지 마오
우리만 너무 사랑하지 마세
하나님이 지푸 하시니까

영원한 작별이 올 때
아쉬움이 없이 작별할 수 있도록
작별을 해놓고 살아가세

하늘로 향한 작별이 올 때
미련 없이 갈 수 있도록
작별을 해놓고 살아가세

작별이 없으면 만남의 기쁨이 없고
작별이 없으면 영원한 삶이 없소

세상도 작별하고
사랑도 작별하고
나와도 작별을 하고 사세

작별이 올 때
웃으며 가도록
작별을 준비해 놓고 살아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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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


꿈이여, 꿈이여,
너의 달콤함은 어디로 갔느냐?

밤의 기쁨이여,
너는 어디로, 어디로 갔느냐,

즐거운 꿈은 사라지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잠이 깬다.


주위는 
말없이 밤에 싸여 있다.

사랑의 꿈은 
싸늘하게 식어
한순간에 멀리 날아갔구나.

아직도 영혼은
욕망으로 가득 차
추억의 꿈을 낚는데.

사랑이여, 사랑이여,
너의 환영을 내게
다시 한번 보내주렴.

다시 한번 환희에 젖어
아침이 되어도 깨어나지 않은 채
죽을 수 있게 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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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
너와 당신
작은 새
태워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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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처음 피는 화려한 꽃보다
지다 남은 꽃
너의 이름이 너에게 무슨 소용인가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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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 하나
신이여, 저를 미치지 않게 하소서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시베리아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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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황제다. 고독하게 살아라
꽃잎
작별
잠에서 깨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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