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 / 고진하
폐허의 담벼락 아래, 성스런 신의 병사들이
지구의 왼쪽 관자놀이를 찢는 총성이 울리고
그 피와 살을 받아 핥는
시퍼런 잡초와 갈까마귀의 혀가 비릿하다.
골고다, (우주 배꼽?), 거기, 여전히 신생아들의 울음소리도
들린다지?
안 보았어도 좋을, 흥건히 피에 뜬 조간을 보며
질긴 탯줄을 씹듯 간신히 조반을 삼켰다.
장마가 쉬 그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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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 김근배
오듯 오지 않습니다
오지 않는 듯 옵니다
가는 듯 가지 않습니다
가지 않는 듯 갑니다
가는 날과 가지 않는 날,
시간의 그 새로
비가 가고 옵니다
비탈길 위태롭게 선
나무 발치, 넘어져
넘어져 부러지고 흔들리는 가지
휩쓸려 갑니다
시간의 그 새로
청개구리 어린 울음 매달고
오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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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 김사랑
어제 내린 비에
내 가슴이 홀딱 젖었습니다
오늘도 비 소식에
눈물로 홍수가 나겠지요
그리운 그댄 잘있단 소식이 없고
달맞이꽃 강둑에 앉아 마냥 기다려봅니다
능소화 꽃빛 노을 아릿 다운 그대도
인생은 저물어 가고
사랑에 노을이 지는지요
세월이란 흘러 가버린 강물이고
사랑이란 떠나버린 인연이라면
세월의 그림자 속에 추억이나 생각하며
강아지풀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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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 김인자
장마비속입니다 새삼스레 비엔 푸른곰팡이, 아니 슬픔의 냄새 같은 게
배어있다고 수선 떨고 싶지는 않습니다 비는 우울로 빚은 술, 마시면 취
하는 알코올이지만 때론 마시지 않고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취하는 도수
높은 술입니다 늦은 밤의 빗소리는 먼 길을 걸어와 종신서원을 마친 수도
자의 기도하는 뒷모습을 떠올리지만 폭풍 속의 비는 미친개의 번뜩이는
눈알입니다 칠흑의 들판을 내달려 무엇이든 물어뜯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근질거리는 이빨을 가진 미친개의 속성, 비는 우글거리는 생명 입니
다 두꺼운 옷을 벗겨 적나라하게 원시의 시간을 걷게 하는 길 안내자입
니다 마음이 가난한 이들에게 '당신'이라는 따뜻한 호칭을 허락한 이름도
'비'입니다 비는 세상의 모든 남자를 정부情夫가 되게 하고 세상의 모든
여자 또한 정부情婦로 만듭니다 고백할까요? 어느 날 그와 내가 눈맞은
후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마음은 콩밭에만 가있는 말하자면 그는 나의
기둥서방이고 나는 그 사내의 내연의 처인 셈이지요 그러나 싫지 않습
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복병 같은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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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 김참
하루종일 어둡고 먹구름이 지나가더니 비가 왔습니다
딸기밭 아래로 흘러가는 냇가엔 장독 파편이 늘려 있었고
무너진 돌담엔 달팽이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비가 오고 구름이 지나가고 하루 종일 어두웠습니다
빗방울들이 흐르는 냇물 위에 잘게 쪼개지는 파문을 그리는 동안
냇가에 서있는 미루나무 위 까마귀 새끼들이 비에 젖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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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 나동수
그거 아니?
네 웃음이
장마철에 잠시 비친
햇살 같다는 걸.
네가 우울하면
내 가슴에 장마 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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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 송재학
비의 눈썹 근처 내가 두고 온 어떤 눈썹은 가늘고 길면서 아름답게 휘었다 빗물이 뚝뚝 흐르는 손이 얼굴을 만지면서 눈썹을 심어주었다 비는 비 속에 숨는다지 비의 요기를 걱정하는 눈썹은 성글지만 불을 끄고 눈 감으면 비가 탄생시킨 짐승이 덮치는 행사가 차례로 왔다 눈을 뜨면 그냥 소쇄한 빗소리, 다시 눈을 감으면 눈썹이 굵어지는 짐승은 면면부절, 숫자가 불어난다 호랑이의 탈과 곰의 탈도 있을 터, 내가 나오길 기다리거나 저가 들어오길 원하거나 폭우는 안팎이 팽팽하다 차가운 빗물이 얼굴에 닿는다 불을 켜면 기척은 빗소리뿐이지만 의심은 암귀처럼 자란다 눈썹의 수많은 근심과 겹치는 짐승 중에 사람이 으뜸이라 귀는 탄식이 많고 눈썹은 정이 많으니 흰 머리칼을 서로 미룬다 젖은 눈썹 근처 엎드린 채 물어보니 오늘이 우중 며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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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 신현정
종일 비 내리고요
텔레비전도 몇 번을 켰다가 꺼고요
팔 쭉 올려 기지개도 켜고요
목도 돌려보고요
그때 옷장 속에서 무슨 소리가 났던 것이다
집 나간 아내가 넣어둔 하마였다
물을 먹고 있었다
난 그만 좀 먹으라고 작작 내리라고
장마야 뒤로 나자빠지라고
물 먹는 하마의 탱탱한 장딴지를 걸고서는
힘껏 밀어젖혔다
글쎄 그게 아니었다
종일 비 내리고요
비 내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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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 안영준
구름에 가려 희미해진 오작교
견우와 직녀가 만나
굵은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달도 떠내려가 캄캄한 밤
가로등은 외로이 서서
비 젖은 여인의 길을 밝힌다
무자비하게 퍼붓는 폭우에
뺨 맞은 해바라기 청치마는
갈기갈기 찢기고
슬피 울며 고개를 들지 못한다
담 넘은 능소화 여인
방울방울 눈물이 맺혀
낭군님 기다리며
흙담에 기대고 이제나저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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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 양재건
장마가 진 날 유리창 너머로
세월의 저편 하늘에 걸려 있는
어린 시절의 옷 한 조각 그림 같이 비에 젖는다
눈물처럼 내리는 빗줄기 속에
추억의 사람 하나 그림자 같이 찾아든다
땅을 적시는 빗줄기가 아니더라도
넉넉히 적셨을 그리움의 바다
그 그리움 하나가 바람 속을 휘젓고 다가온다
하늘을 뒤덮은 안개비
그 속에 애잔한 추억 속 여인의 눈망울도 어린다
세월은 빗줄기 속에서 한둘씩
장막에 가리어져 어제가 되고
아득히 멀어져 가 버리고
가슴에 박혀있는 세월의 못 하나
천둥소리에 놀라 시린 듯 뽑혀 사라져버린다
깃발처럼 나부끼며
예스러운 기억들이 빗줄기 속에서 뒹굴다
흙탕물 되어 거리를 내달린다
어제가 오늘에 묻히어
아파트 뒤편 정자 뒤로 숨어 버리고
내일이 진창 흙길에 뒤뚱거리며
소주 한 잔에 취해 비틀거린다
장마가 진 날 유리창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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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 윤봉석
외박한 남편 밤을 새워
기다린 얼굴로
세상 시름 다 안고 있다
마음이 내키면 연지곤지 찍고
색동옷으로 몸단장하다
가끔 오만상을 찡그리고
초상집 상주 되어
눈물을 쏟으며 통곡을 하다
때론 활짝 웃는 해바라기로
시시때때로 변덕쟁이
그 비위를 누가 맞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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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 원무현
참 별난 식성을 가졌군
장미원 나들이 가는 가족의 다리에선 어떤 맛이 나는지
뎅겅 뎅겅 잘도 잘라먹는군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는 이놈의 소나기 언제 그치나
먹구름이 번들거리는 칼날을 잠시 집어넣은 것은
너도나도 집으로 되돌아가려는 다리만 남겼을 때
습기 찬 집으로 가는 다리 맛이란!
오늘따라 바삭거리는 닭다리가 먹고 싶군
저마다 집으로 향하려는 다리를 잘라내는 동안
온몸에선 치킨가게로 가는 다리가 우후죽순
============
+ 장마 / 이둘임
어디를 다녀오느라
더디게 오는지
감감소식에
가마솥 더위는
춤을 추고 있다
불볕은
가리마 위로 드러누워
부비부비하는 꼴이
강아지 뒤집어
꼬리 치듯 하다
오고 싶을 때
가고 싶을 때
마음 내키는 데로
종종걸음으로 와
떠날 때는 달음질하려는지
비 소식 기다림에
넋 놓고 하늘만 쳐다보는데
구름이 가끔 몰려 왔다 갔다 하며
부채질하여
저만치 뒷걸음질 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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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 이윤학
장마비 몰아치다 만 저녁.
바람만 몰아치는 저녁.
냇물 가 미루나무가 끌려갈까
덩달아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
누가 끈덕지게
오래 우나 시합한다.
떠나갈 듯 떠나갈 듯
매미 울음과
먹장구름만 떠나가는
장맛비 몰아치다 만 저녁
냇물 가 미루나무야
엄청난 꼬뚜레를 만들려고
생으로 휘어지는가.
냇물 가 미루나무야
수천의 손을 내밀어
무엇을 까부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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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 장종섭
하늘이 열려 쏟아진다
쌓였던 그리움 퍼냈다고
강물이 넘친다
밖에서 젖고 있는
저것들처럼
날 적셔줄 한 사람
이 장마가 끝나면
온몸이 젖었다고
버리기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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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 전영관
비 오는데 물 구경 가요
창밖은 폭우와 우산들로 소란스러운데
뒷자리 사내의 통화가 들린다
당신과 장화 신고 웅덩이마다 잘박거리며
물 구경 가던 때 있었다
왜 상류를 보게 되느냐고 내게 물었지
다리 위에서 상류를 보면 꿈이 많은 사람
멀어져 가는 하류를 보면 잃어버린 것들이 많은 사람
쿵쾅거리는 물발에 열중하면 얼핏, 현기증이 난다고
당신은 나란히 잡은 손에 힘을 주었지
물보다 빠르게 걸으면 넘어진다고
상류를 아는 어른 말투로
당신 젖은 어깨를 토닥거렸지
등뒤로 넘어온 생면부지 여자 음성이
부추전 지지는 기름내만큼 고소해
내 사람이라면, 하려다 웃는다
커피 식는 줄도 모르고 우산을 들며
신인 배우마냥 대사를 중얼거렸다
비 그쳤는데 물 구경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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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장마 / 김영제
창밖으로 원치않는
신기록을 하나 세우며
지긋지긋했던
올해의 장마가 끝났다
농촌은 비상이다
안 오면 안 와서 고민
오면 너무 와
사고 쳐 후수습 불안
높낮이의 차이에
산 등진 우리 아파트
산 깎여내려
흙탕물 길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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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장마 / 박숙경
아직 새벽이 도착하지 않았으므로
문을 열기까진 잠시 기다려야 한다는 걸 둥근 잎나팔꽃은 안다
배경이 되어주기로 한 하늘이 자주 울기 때문이다
쥐똥나무는 무시로 가지를 꺼내 직박구리의 배를 채운다
속눈썹이 짧아 겁이 많던 시절
낙타의 긴 눈썹에 묻은 슬픔을 부러워한 적 있다
눈물의 크기는 눈이 큰 만큼 아니 슬픔의 무게만큼 일 것이다
지금은 밤새 어둠의 궤도를 서성이던 눈물을 말리는 시간
내가 울면 우주가 흔들린다는 말을 꺼내면
정말 우주가 흔들릴 것인가
비에 젖고 눈물에 젖는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여름이 다 지나갔는데도 장마는 돌고 돌아 다시 장마 시절
지구의 한 모퉁이를 허물어가며 사람의 마음에 얼룩을 새긴다
노랗게 부푼 돼지감자가 겨드랑이에 숨겨둔 나비를 꺼내면
몇 절기(節氣)를 걸어온 바람은 흐린 하늘에 나비를 올려놓는다
오늘부터 부피가 늘어난 슬픔은 사용하지 않고 모아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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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장마 / 오보영
결국은 오는 구나
어쩐 일로 조용하다 했더니
온 듯 만 듯 스쳐 가길래
그렇게 올 여름은 지나가는가 보다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거의 잊혀질 시간에
이젠
열매 맺을 때가 되어서
따사한 햇살이 더 필요할 즈음인데..
뒤늦게 찾아와
더 큰 불편함을 안겨주는 걸 보니
타고난 못된 성정은
버릴 수가 없나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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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뒤 / 정진규
지난 여름 긴 장마에 제가 자란 키만큼 납죽 땅에 배를 깔았던 풀들이, 뿌리를 다치지 않으려고 흐르는 물들에게 제 몸 모두 내주었던 풀들이, 보이는 건 모두 다 내주었던 푸른 몸들이 일어설까 말까 아직껏 눈치를 보고 있다 겁이 없는 쇠비름은 벌써 햇빛 잡고 일어서 산지사방 휘둘러보고 있고 다 녹아버린 수박밭 넝쿨들은 물러터진 수박덩이들만 예저기 던져두고 있다 낭패다 햇빛들은 그래도 수박 맛이 남았을까 싶어 잠시 혀를 대 보지만 이미 늦었다 구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손끝도 상해버려 햇빛들의 손목을 잡을 기력조차 잃었다 산사태로 뿌리를 통째 내보인 가문비나무의 발톱들이 까맣게 상했다 일어서야지 허리를 한 번 펴고 난 만큼 더 굽어지는 아버지에게 다가가 잡은 삽자루를 뺏어 들고 속살 들어낸 흙들을 다독거린다 속살 들어낸 내 몸을 다독거린다 잘 달래어서 어떻게 몸을 다스리는 길밖에 추스르는 길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한번 더 내가 자란 키만큼 납죽 배를 까는 법도 이번에 터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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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 김형태
얘야, 울지마라
사람은 누구나 슬픈 거란다
산다는 것은
장맛비를 견디며 무지개를 기다리는 것이지
비가 오면 젖어서 슬프고
뙤약볕이 들면
지렁이가 또 마른 땅에서 서럽다
송아지가 우는 이유는
어미에게서 이어받아야 할 멍에 때문이지
하지만 얘야,
지나간 것은 늘 그리움이고
찬란한 진주에는
아픈 상처와 슬픈 기억이 담겨 있단다
장맛비 그리고 뙤약볕,
거친 우박이 정수리를 때려도
모진 바람에 허리가 꺾여도
있잖아 얘야, 잊지 마
그 끝에는
달콤한 과실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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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맛비 / 허정인
며칠
무겁던 온몸
분명 비가 올 줄 알았다
밤새
내리는 걸 보니
장마인게 틀림없구나
주룩
주룩
쏴, 쏴,
소리만
들어도
많은 양 짐작이 간다
그래
그래
시원하고 통쾌하다
이 장맛비로
계룡산
은선 폭포는 장관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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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장마 / 허정인
초록색 하나라도
풍성하고
겹겹 힘차던 유월이
꽃들 보내고
빗물로 밤세워 운다
네 울음은
열매를 위한 기도
초록잎 사이 사이
동그란 열매 가득 놓고
유월이 간다 울며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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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장마 / 고은영
계절 앓이에 묻어 놓은 아픔들이
호우 속에 통곡처럼 요란하다
얼마나 세찬 몸부림이냐
흙과 하나가 되어 흘러가는
사소한 물방울들이 제 형상을 허무는 일은
만남과 이별의 책장을 넘기며
정지된 추억의 앨범에 번개 같은
날렵한 청춘의 미소나 행위를 그려 넣은 일은
무심한 세월이 저 빗줄기에 지난 기억을 싣고
저물어가는 세상에 아쉬운 여름과 벗하여
강물로 강물로 흘러가는 물줄기마다
그리움을 그려넣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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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장마 / 서형국
죽을 사람이 죽여줄 사람을 간절히 기다리는 시간
당신은 절대 죽일 수 없었던 사람만 귀신으로 모셔다 드립니다
비에 맞아 죽은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정확하게는 찔려 죽은 사람들이죠
비를 맞고 살아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정확하게는 찔려서 깬 사람들이죠
비는 비 인척 찌릅니다
뼈가 단단하면 깊숙이 들어갈까요
비 내리꽂는 날 밥 한 번 먹어본 사이라면
포크가 포크일 때를 조심하세요
가장 정확한 곳을 찔리면
찌른 사람이 죽기 전엔 죽을 수 없습니다
기도 할까요
언젠가는 죽게
어떤가요
죽을 만큼에 대하여
죽이고 싶을 만큼에 대하여
이것도 괜찮겠다 싶으시면
오늘 당신을 잠시만 죽여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살려드리겠습니다
사냥 시즌이니까
이제 막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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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장마 / 오보영
나무야 젖든 말든
땅이야 굳든 말든
그저 저만 좋다고
막무가내 줄줄 쏟아져 내리는
네 기개가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단다
때론 나도
마냥 해보고 싶은 걸
마치 네가 대신
다해주는 것 같아
바라보는 내 가슴이
후련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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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장마 / 이도연
부초 같은 뭉게구름 바람에 흐르다
비구름을 타고 노는 천둥벌거숭이
온종일 가을장마 심술이 한창이구나
입추의 절기를 밟고
저물어 가는 계절의 바람은
휘몰아치는 태풍 앞에
제 갈 길 몰라 주룩주룩 눈물 흘린다
비구름은 나뭇가지 사이를 파고드는
시원한 바람 곁에 눕더니
가을의 냄새 짊어진 공기를 타고
또 한 계절의 고비를 넘어
나그네 발길을 재촉하는구나
계절은 또 그렇게
속절없이 흐르는 운명 같은 것
한잔 술에 젖어 흐르는 이 밤에
구름은 어디로 가고 비는 어디에 뿌릴지,
내 발길 머무는 곳에
세월의 비바람은 무정하게 고개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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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들장마 / 김지희
장대비가 쏟아진다
한낮 햇살 한 줌에도
웃음 가득 머금던 골목도
발목까지 흠뻑 젖었다
입술은 온종일 비 오고
캄캄한 입속은 말라 간다
슬픈 애인 같은 비바람
시퍼런 칼날을 세워 젖은 길들을 오려낸다
하, 춥고 축축해 버리고 싶은 세상
캄캄하게 흐르는 계단을 이고
낯선 언어는
이 젖은 창가에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삶에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벼랑이 있는 법
세상이 장미 송이 다발처럼 환한 불빛 가득해도
발목을 젖지 않고는 건널 수 없는 것들이 있지
기댈 기둥 하나 없는
그 길 위에서 적막함을 쓰고
안개 신발을 신고 가뭇없는 길을 나선다
수은등 불빛마저 젖어있는
몽당연필처럼 추운 거리를
떨리며 진저리치며 지나 온 생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밤은 벌써 강으로 내려가 홀로 깊어지는데
하, 아직 얕은 길을 가고 있는 신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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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장마 / 김미선
누가 여자를 분열된 풍경 속에 걸어 두었을까
물구나무선 여자의 맨발은
버스 바퀴를 굴리고 있다
당돌한 무임승차에
승객들이 히죽이 웃고 있다
풀어헤친 머리카락 창밖으로 내밀어
어느 별에서의 암호를 수신 중이다
단절이 지어내는 빌딩의 시곗바늘
고장 난 위성 안테나에서
수신받지 못하는 별똥별이
아득한 기억 속에서 혼자 흔들린다
지구촌에 기거하고 싶었던 눈빛
처절히 태양에 매달려
억겁의 시공을 넘나 든다
생의 궤도 이탈
낯선 우주에 걸터앉은 여자
또 다른 행성을 굴리고 있다
활화산 같은 눈망울이 부질없이
온전한 지상을 불평으로 휘젓는다
불안한 유리창에 흰 거품이 흘러내리고
오후를 실은 도시버스가 황급히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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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장마 / 강중훈
마른장마가 비옷 같은 미끄러움으로
내 이마를 타고 내릴 때,
4차선 도로 가장 끝자리에서
나는 또 다른 추억의 사랑을 낚시질한다.
가슴속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내리지 않는 비와 비 사이로
속 빈 버스 한 대,
내 앞을 막아선 바람을 가르며 지나가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신호등을 꿈꾸는 나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데,
질퍽한 그리움이 녹아 흐르는
인도와 차도의 중간 쯤,
오로지 장맛비처럼 비틀거리는 그림자 몇 조각,
오늘도 나를 부정하며
4차선 도로 가장자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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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장마 2 / 이상호
서양 말로 사랑이란
죽음에 강렬하게 저항하는 것이라니
뜨거운 사랑에 목마른 사람일수록
차가운 죽음에 깊이 빠져든다는 것
죽음을 죽이려는 애태움이 사랑이라는 것이라면
우리 노래가 사랑타령 일색인 것을 알 듯도 한데
세상에 태어난 사람으로 죽지 않은 사람 없고
세상에 태어날 사람으로 죽지 않을 사람 없으니
사랑은 흔해도 진짜
사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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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장마 / 장광규
장마가 시작된다고 했다
한 달 남짓 이어질 거라는
장마는 며칠 계속되더니
그 후론 비는 오지 않고
더위가 제 세상인양 기승을 부린다
장마철인데 비가 내리지 않으니
마른장마라 부르며 함께 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약속을 했다 안 지키기도 하는데
하늘이 변할 수도
날씨가 변덕을 부릴 수도 있어
비가 안 내리는 것을 어쩌랴
따지고 보면 이런 기후변화는
인간에게 칠 할의 책임이 있는 것을
누가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비는 내리지 않고
온도는 오르고 습도는 높으니
신경이 예민해진다
비가 안 내리니
대신 땀이 흐른다
화내지 마라
이 더위에 짜증내면
더위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찜통더위에 열대야에
인심까지 말라버려서야 되겠는가
기다려 보자
기다리면 언젠가는
시원하게 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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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장마 / 채선
기침을 흉내 내며 장난치던 어린애가 앞서 불려 가고
쿨럭쿨럭, 때 아닌 감기를 쏟아내고 있던 나는
까까머리 어린애의 병상을 짐작해 본다.
타인의 고통을 더듬는 행위는 나의 통증을 깔고 있는 것이어서
철없이 찾아든 병을 철없이 앓는 어린애의
까르르까르르, 민머리 같은 웃음소리를
깨진 유리알을 밟고 내지르는 외마디로 듣는다.
검푸른 손목을 뚫고 아이의 몸속을 흘러 다니는 바늘은
어떤 내성(耐性)일까.
죽은 척 멎어 있던 어항 속 금붕어들이
바늘 모양을 한 내 기침을 물고 움찔거린다.
청태 낀 어항 같은 내 몸 속에서
붉고 노란 아이의 심장이 팔딱거린다.
마른날에도 젖는 것들이 있다.
까르르르 번져오는 울음, 그 소리를 멈추려고
가느다란 목구멍에 털어 넣는 흰 가루약
포르말린 냄새나는 한여름의 희망이란
아이의 병상기록 같은 것
쿨럭쿨럭
어지럽게 바라본 빈 대기실 유리창으로
오래된 안부 같은
마른장마철 낮달이 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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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예보 / 이효녕
흐린 날 나무와 나무 사이 검은 구름이
잎사귀에 앉아 울면서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내게서 부대끼는 바람들은
목이 긴 그림자로 남았으니
끝없는 내 마음 어디쯤에서
누가 나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는가
누가 나를 어두운 골목에서
스쳐 갈림길을 걸어오며 울고 있는가
실향민 마음처럼 오는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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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전선 / 김사랑
개망초꽃이 비바람에 흔들립니다
달맞이꽃 같은 그대가 그립습니다
불어난 물은 돌덩어리를
굴리고 갑니다
강가에 물풀은 쓰러졌다
일어서고 일어섰다 쓰러지는
누런 황톳물 먹구름은
몰려왔다 몰려 갑니다
반도의 땅 빨간과 파랑이
한 줄에 묶여 북상 중이면
그대 눈썹달아래
장독대 봉숭화 눈물집니다
장대비 하얀 빗줄기 세워가는
그리운 고향 하늘가
뜨거운 맴미 울음도 멈추고
잠자리도 왔다가 떠난 자리
그대 닮은 능소화만 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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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전선 / 김사랑
굽이굽이 흘러가는 황톳물길
넘실넘실 출렁대는 금강아
너는 흘러 어디로 가느냐
서해바다에 넌 가겠지만
강둑에 외로운
하얀 개망초꽃아
누구 하나 보는 이도 없는데
왜 피었다가 지느냐
시간도 멈춰버린
옛 경부선 고속도로
옥천 동이면
강물 다리 위
쓸쓸히 비만 내리면
지나 간 옛 추억만 아련하네
무정한 장마전선은
반도의 땅
오락가락 강물도
바다에 다와 가는데
온종일 비만 내리면
눈물에 홍수만 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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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전선 / 김사랑
지리한 장맛비에
비 피해는 없으신지요
지금은 우기의 계절
혹여 우울해있진 않겠죠
꿈은 침수되고
슬픔이 홍수처럼 불어나
삶의 강가를 범람해도
우리는 잘 견뎌야 해요
힘내세요
우리 꿈은 살아있는걸요
행복도 가슴에 남아 있죠
잠시 느끼지 못 할 뿐이어요
수많은 인생의 계절중
시련의 골짜기에서
인내로 이겨내는 중이죠
참고 살다보면 좋은 날 있겠죠
먹구름은 몰려가도
개망초꽃은 피고
비는 또다시 내려도
햇살은 다시 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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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그친 뒤 / 이성부
흰 구름 한 자락이
산의 목덜미를 어루만진다
사뿐히 땅에 내려앉지도 못하고
하늘로 드높이 올라가지도 못하는
흰 구름 한 자락이
산비탈을 이리저리 핥으며
머뭇거린다
산은 골짜기에 깊게 성감대가 숨어 있어
꿈적도 하지 않고
꼿꼿이 고개를 세워 먼 곳만 바라본다
크고 작은 일에 부대끼다 상처받는 마음들도
한동안은 저렇게 맑은 산봉우리로
고개 쳐들 날 있느니
비로소 먼 데 빛나는 강줄기를 보고
희망의 굽이굽이에 서리를 입김도 피어올라
함박꽃 웃음 온 산에 가득하다
흰 구름 한 자락이
별 볼 일 없다 고개를 넘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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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끝나고 / 유안나
매미가 울어 댄다
그 소리 점점 커진다
짝 찾는 매미 소리
황소울음 같다고 생각하다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어느 날 매미가
황소만 한 매미가
고구려 장수처럼 갑옷 입고 내 방문을 두드리면
창문 열고 들어와
침대에 엎드려서
나팔처럼 울어대면
나를 업고 자기네 나라로 가자 하면
폐광처럼 쓸쓸한 내 심장에
불을 지르면
별일이야 이런 망상을 하다니
그래도 어느 날
우체국 집배원처럼
초인종을 누르고 서서
기어이 함께 가자 조르면
그러면 못 이기는 척 따라가 볼까
머리에 분홍 꽃 꽂고
내가 아닌 나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노래 흥얼거리다
근사한 갑옷 입은 매미에 업혀
허우적허우적 날아가면 가고 다시 못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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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의 나날 / 허연
강물은 무심하게 이 지지부진한 보호구역을
지나쳐 갑니다. 강물에게 묻습니다.
"사랑했던 거 맞죠?"
"네"
"그런데 사랑이 식었죠?"
"네"
상소 한 통 써놓고 목을 내민 유생들이나, 신념 때문에 기꺼이 화형을 당한
사람들에게는 장마의 미덕이 있습니다. 사연은 경전만큼이나 많지만
구구하게 말하지 않는 미덕,
지나간 일을 품평하지 않는 미덕,
흘러간 일을 그리워하지도
저주하지도 않는 미덕,
흘러간 일을 그리워하지도 저주하지도 않는 미덕.
핑계 대지 않는 미덕.
오늘 이 강물은 많은 것을 섞고,
많은 것을 안고 가지만,
아무것도 토해내지 않았습니다.
쓸어안고 그저 평소보다 황급히,
쇠락한 영역 한가운데를
모르핀처럼 지나왔을 뿐입니다.
뭔가 쓸려가서 더는 볼 일이 없다는 건, 결과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치료 같은 거죠.
강물에게 기록 같은 건 없습니다
사랑은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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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의 나날 5 / 허연
바다에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너에게 섬 이름을 적어준 걸 후회했다
이 계절 목숨을 건 순례는
늘 범람으로 끝이 난다
범람의 여운은 짧고
쓸려가선 다시 오지 않는다
수천 년 전 섬의 첫 입주자였던
영양실조에 걸린 짐승들이
총을 맞고 죽어가는 동안
빗물은 그들의 유복한 내세를 위해 바닥을 기었다
사냥하는 놈들을 사냥하고 싶다
섬 전체를 산 놈도 언젠가는 죽었다
섬으로 시집 온
촛농처럼 얼굴이 긴 여자들이
자맥질을 하면서 바닷속에서 운다
유서 같은 엽서가 도착한 날
축대 한 쪽이 무너져 내렸다
당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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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의 사랑 / 오보영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니
그 새를 못참고
너무 축축하다고
너무 오래 있다고
하도 아우성을 치길래
어쩌나 보려고 잠시 자리를 피했더니
내리쬐는 태양볕에 금방 갈증이 나서
몸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축 늘어져만 있으니
변덕스러운 네 맘을 나무라야 하는 건지
약해빠진 네 몸을 탓해야만 하는 건지
이제는 네가
딱하기까지 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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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의 추억 / 김금자
반기지 않아도 여름 문지방을 넘어와
밤 같은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면
굵은 빗줄기는 메마른 가슴을 적시고
대지의 품에 안겨 둘만의 밀애를 나눈다
고인 빗물처럼 가슴이 흥건히 젖으면
소용돌이치는 태풍의 눈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천둥, 번개의 불꽃처럼 뜨거운 밤을 살랐지
잉태된 소중한 것을 지키려
삶과 죽음의 깊은 물살을 거슬러
내려놓고 퍼내 버린 시기와 질투
긴 장마로 그립고 보고픈 날에 이끼가 끼고
여우비에 거미줄 같은 이야기가 무성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 속에서 얼굴을 내미는 허무
휘몰아치는 태풍에
심연의 바다를 뒤엎는 애별의 눈물
무지갯빛 행복은 어느 구름 속으로 숨어든 걸까
인생이 비바람에 떨어진 과일 같고
고무신처럼 떠내려간 여름 추억이
장마에 휩쓸린 풀뿌리 같아도 끝은 미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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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냇물의 장마 / 오보영
누가 뭐라든
넌 내게
큰 은인 이란다
사지에서 날 구해준..
웅덩이에 갇혀 숨 막혀하던 날
이렇게
내가 나 됨으로 맘껏 흘러갈 수 있도록 해준
네게 많이 고맙단다.
너무 좋아 들뜬 나머지
미쳐 네게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훌쩍 떠나가지만
난 네 은혜를 결코
잊지 않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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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에 갇히다 / 이동호
창가에 서서 비의 창살을 두 손으로 잡고 흔든다
방은 감방이었고 나는 수감 중이다
언제부터 빗소리에 취조당하고 있었던가
나도 모르게 기밀들을 발설하지는 않았는지
비는 더 알아야할 것이 있다는 듯 그치지 않고
더 젖을 것도 없는 나는 창가에 서서 불안하다
빗소리에 젖지 않는 것이 이 세상에는 있는가
호출신호처럼 천둥이 울리면 각오할 수밖에 없다
남은 것은 전기 의자뿐이라는 듯
하늘은 연신 전원을 올리고 있다
탈출을 감행했던 사람들은 모두 독방수감 중이다
우산 속에 갇힌 사람의 뒷모습과
이역의 대문 앞에서나 처마 밑에서
홀로 발 동동 구르는 사람들은, 그래서 쓸쓸하다
비의 제국주의도 이쯤 되면 폭동이 있을 법한데
잠잠하다 비의 강점기, 비의 탄압은 완벽하기에
언제부터인가 세상의 창가에 불빛이 아른거린다
불빛은 사람들의 염원을 담고 몰래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나도 기도하는 모습이 되어
창가에서 타올랐지만
여전히 메시아는 오지 않았다
비는 한층 더 큰 소리로 어디론가
모르스 신호를 타전하고 있었다
창밖에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고 나는
비의 창살이라도 끊을 것처럼
날카롭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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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지나간 옥상 / 박영희
된장에 찍어먹으면 딱 좋을
풋고추 대롱대롱 달려있고
긴 싸움 이겨낸 늠름한 얼굴로
석편아짐 좋아하는 가지 몇 실하게 매달려있고
찬바람 불면 할마씨들 입맛 돋울
대추알들 따글따글 열려있고
막걸리 둬 사발에 헤헤 두 다리 풀렸으나
철봉대 꼭 움켜쥔 빨래들 보고 있자니 불알 두 쪽이
포도송이마냥 탱글탱글해집니다
열받으면 가지만 해지는 고놈도
덩달아 뜨뜻해집니다
열 받아야 크는
풋고추 가지마냥 칠월 옥상은
자고 나면 커지고
자고 나면 굵어지는 것들뿐입니다
참 살맛나는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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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철을 처마 밑 / 나태주
장마철을 처마밑 제비와 함께
오순도순 새끼 친 제비 내외 옥조록 박조록
흥부네 집 밖시 얘기 놀부네 집 박 씨 얘기
연한 호박잎새 뜯어넣은 손수제비로 끼니를 때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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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후, 퇴근길에 / 김영자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고 있었다
여우비가 내린 북녘에서의 하늘
햇살 비추이고 푸른 등줄기 들녘너머
지난 추억으로만 기억했던 일곱 빛깔
이 성채를 이루어 그녀를 매혹했다
찬란한 성문에 이르러 산이 있었네
깊은 골짜기 품어 푸르름과 무수한
꽃을 피워내고 있는 숲에서
순리의 길을 걷는 한 사람이 꽃을 가꾸고 있었다
그녀는 어느 새 여름 오후의 산에
보라
남색
파랑
초록
노랑
주황
빨강 꽃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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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가 지나간 자리 / 신운규
포크레인 한 대로 닦아 올라가는 신작로
하늘의 물폭탄이 심술을 부리구나
한 대 얻어맞고 부랴부랴 비상회의
레미콘이 들어오고 철근이 배달되었다
비를 맞아가며 강행군의 공사가 시작된다
옹벽이 쌓이고 구거가 단장될 즈음 그곳엔 아무도 없다
구순 노인은 이불보 하나로
산사태를 막아내었다
군데군데 패인 도로는 시작부터 다시
그뿐이랴 곳곳의 작물은 벌레투성이
올해는 왜 그리 모기가 많은지
우거진 풀속을 독차지하고선
들어서는 농부 어느 한 곳 하나 남기지 않고
온몸을 초토화시켜 버린다
야채는 그 자리에서 다 녹아버리고
과일은 병들어 쓸모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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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뭄 끝 6월 억수 장맛비 / 임영석
몇 날 며칠 먹구름
비를 품은 하늘 가득히
비는 안이 오고 돌풍이 분다
강한 바람이 분다
6월 장마 억수 소낙비
세찬 비바람이 불어오나요
초록 잎새 빗방울
대지에 불어닥친 폭우
앞을 가리는 게릴라성 호우
가뭄 끝 6월 장마
서울 우리 동네 아직은
바람만 요란히 불고 있어요
대비 조심하세요
걱정부터 앞서는 장마
오늘은 얼마나 쏟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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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에 그대 맘 씻기 운다면 / 윤영초
오늘도
내일도
구름과 바람으로
하늘이 어둡고
안개는 푸른 산을 감싸듯
휘감고 놓지 않습니다
하염없이 눈물을 뿌려
옷자락 젖게 하심이
해마다 이맘때면
하늘은 어김없이
슬퍼지나 봅니다
내리는 빗물에 시원스레
당신 맘이 씻기 운다면
종일 내린다 해도
맘 상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다 지울 수 있다면
온밤을 내려
장마로 오신다 해도
내가 품은 그대는
시(詩)가 되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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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끝자락 장맛비 주룩주룩 / 임영석
아주 긴 가뭄 속에 기다린
대지에 생명수 장맛비
6월 여름 장마
드디어 주룩주룩 내리나요
축 늘어진 잎 밭 장물
죽어가는 나목
그래도 야생의 산과 들녘은
멀쩡한데 논 밭 가뭄
타들어 가는데
시원한 빗줄기 장맛비 시작
충분 충족이면 됩니다
피해는 안 돼요
한낮인데 밤처럼 어두컴컴
시원이 쏟아지는 낙수
장마 왔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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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장마 소식이 들려오네요! / 임영석
뉴스에 6월 장마가
온다는 소식이 솔솔 들려
여름 장마가 온다는 기상대 예보
소식이 들려오네요
가뭄으로 바짝 마른 대지
유월 장마로 큰 피해 걱정입니다
여름 장마 있으면
가을장마 꼭 찾아온다니
풍년의 기대했던 알곡에 큰 피해
아름다운 갈 결실
갈증 필요한 충분 충족
장마로 얼마나 커질까 불안하고
적당히 내려준다면
희망의 감사할 장맛비여
시원한 빗줄기 차분히 내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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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전선에서-6월의 한반도 / 현상길
장마 전선은
한반도의 명치를 누른다.
물줄기를 돌리려는 바람과
진부한 시절의 골짜기마다
서로 기대는 돌들을
바위라 부르지 않는
이끼들의 고집스런 묵수를 향한
하늘의 반복되는 경고에 눈감고
강 언덕을 탐욕스레 먹어 치우던
황토는 새 세기의 여름에도
기어이 천심을 삼키고 말았다.
낮은 곳에서
눈물이 역류하고 있다
눈물이 마르면 피가 흐른다
예보를 알리는 전선의 끝머리에
바람을 붙든 이끼들이 서서히
허공으로 흩어지고 있다
______ * 54
장마 / 고진하
장마 / 김근배
장마 / 김사랑
장마 / 김인자
-----------------
장마 / 김참
장마 / 나동수
장마 / 송재학
장마 /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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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 안영준
장마 / 양재건
장마 / 윤봉석
장마 / 원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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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 이둘임
장마 / 이윤학
장마 / 장종섭
장마 / 전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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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장마 / 김영제
늦장마 / 박숙경
늦장마 / 오보영
장마 뒤 / 정진규
---------------------
장맛비 / 김형태
장맛비 / 허정인
6월 장마 / 허정인
가을장마 / 고은영
-----------------------
가을장마 / 서형국
가을장마 / 오보영
가을장마 / 이도연
건들장마 / 김지희
------------------------
겨울 장마 / 김미선
마른장마 / 강중훈
마른장마 2 / 이상호
마른장마 / 장광규
------------------------
마른장마 / 채선
장마 예보 / 이효녕
장마전선 / 김사랑
장마전선 / 김사랑
-----------------------
장마전선 / 김사랑
장마 그친 뒤 / 이성부
장마 끝나고 / 유안나
장마의 나날 / 허연
-------------------------
장마의 나날 5 / 허연
장마의 시랑 / 오보영
장마의 추억 / 김금자
시냇물의 장마 / 오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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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에 갇히다 / 이동호
장마 지나간 옥상 / 박영희
장마철을 처마 밑 / 나태주
장마 후, 퇴근길에 / 김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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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지나간 자리 / 신운규
가뭄 끝 6월 억수 장맛비 / 임영석
장마에 그대 맘 씻기 운다면 / 윤영초
6월 끝자락 장맛비 주룩주룩 / 임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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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마 소식이 들려오네요! / 임영석
장마전선에서-6월의 한반도 / 현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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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에 관한 시 5
+ 장마 / 고운기 개구리가 운다 검은 구름 떼에 밀려 여름 해도 일찍 졌다 나는 어느 산골에 묻혀 담배에 불도 붙여 보고 해 지면 다니기 힘들어 발길을 빨리 거두던 어머니 패랭산 넘어 어두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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