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마당/가을

9월 시 모음 1

+ 9월 / 고영민 

그리고 9월이 왔다

산구절초의 아홉 마디 위에 꽃이 사뿐히 얹혀 있었다

수로를 따라 물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부질없는 짓이겠지만
누군지 모를 당신들 생각으로
꼬박 하루를 다 보냈다

햇살 곳곳에 어제 없던 그늘이 박혀 있었다
이맘때부터 왜 물은 깊어질까
산은 멀어지고 생각은 더 골똘해지고
돌의 맥박은 빨라질까

나무에 등을 붙이고 서서
문득 모든 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왕버들 아래 무심히 앉아
더 어두워지길 기다렸다

이윽고 저녁이 와
내 손끝 검은 심지에 불을 붙이자
환하게 빛났다
자꾸만 입안에 침이 고였다

-------------------
9월 / 반기룡

오동나무  뻔질나게 
포옹하던 매미도 갔다 

윙윙거리던 모기도 
목청이 낮아졌고 
곰팡이 꽃도 흔적이 드물다 

어느새 반소매가 
긴 팔 셔츠로 둔갑했고 
샤워장에도 온수가 
그리워지는 때가 되었다 

푸른 풀잎이 
황톳빛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메뚜기도  한철이라 
뜨겁던 여름 구가하던 보신탕집 문지방도 
먼지가 조금씩 쌓인다 

플라타너스 그늘이 구멍 뚫린 채 
하늘이 푸르디푸르게 보인다 

짝짓기에 여념 없는 고추잠자리 
바지랑대가 마구 흔들린다 

-------------------
9월 / 문인수

무슨 일인가, 대낮 한 차례
폭염의 잔류부대가 마당에 집결하고 있다.
며칠째, 어디론가 계속 철수하고 있다.
그것이 차츰 소규모다.
버려진 군용 텐트나 여자들같이
호박넝쿨의 저 찢어져 망한 이파리들
먼지 뒤집어쓴 채 너풀거리다
밤에 떠나는 기러기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몇몇 집들이 더 돌아와서
또, 한 세상 창문이 여닫힌다.

-------------------
9월 / 안재동

징검다리는 
흐르는 물살에 잘 버텨야 한다. 
자칫 중심을 잃어 제자리를 이탈하거나 
급류를 이기지 못해 떠내려가기라도 하면 
사람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9월은 
최대한 편하고 좋은 징검다리가 되려 애쓴다. 
사람들은 심성 고운 그런 9월을 사랑한다. 

길목을 지키는 존재란 
으레 긴장되고 분주하게 마련이지만 
가을의 길목에 선 9월은 
언제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한다. 
풍성한 들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즐거운 마음을 
선선한 공기를 들이켜는 사람들의 싱그러운 호흡을 
푸르른 하늘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잘 알기 때문이다. 

9월의 들녘에선 
여름내 살쪄 올라 사람들을 뒤뚱거리게 했던 
무료와 권태의 비계덩이들이 
예리하게 날 다듬은 낫이며 호미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농부들의 힘찬 손길에 
뭉텅뭉텅 떨어져 나가고 있다. 

===========
+ 9월 / 오세영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나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 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
9월 / 이외수

가을이 오면
그대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간이역 투명한 햇살 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비차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 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구름 한 자락으로 걸어 두겠네

-------------------
9월 / 장건섭

9월은 
허무의 바다 

어머니의 
쪽빛 저고리 안에 
감춰진 한

그리움이고, 
황혼의 탄식 

9월은 
슬픈 이별의 
임시 정거장. 

--------------------
9월 / 정연복

여름 끝물의 더위와
가을의 신선함

미지근한 온기와  
서늘한 냉기가 함께 있어

산에 들에 오곡백과
무르익는 달.

어느새 종반으로 치닫는
올해의 지난날 뒤돌아보며

생활의 결의
새롭게 다지는 달.

===========
9월 / 홍수희

소국을 안고 집으로 오네
꽃잎마다 숨어 있는 가을,
샛노란 그 입술에 얼굴 묻으면
담쟁이덩굴 옆에 서 계시던 하느님
그분의 옷자락도 보일 듯하네

---------------------
구월 / 김옥남

거리가 온통 흔들리고 있습니다
구월에 부는 바람 때문입니다
올 단풍은 유난히
빠른 진행을 보여
설악의 허리께를 두르고 있다는군요

내 마음 온통 물들이고 있습니다
구월에 온 편지 때문입니다
반도의 서쪽
금강이 관류하는 강어귀에
짙은 안개가 뿜어내는 흐린 시야에도
마음은 벌써 가을에 물들고 말았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나누인 계절이 있어
이 가을에 더더욱
절실해진 만남의 과제를

바람이었다가 흩어지는 안개
혹은, 계절을 채색하는
물감쟁이 구월이
그라다만 그림을 팽개쳐 두고

아무런 부추김 없이 저물어 가는 
구월, 
구월의 마지막 저녁입니다

--------------------
구월 / 목필균 

태풍이 쓸고 간 산야에
무너지게 신열이 오른다

모래알로 씹히는 바람을 맞으려
쓴 알약 같은 햇살을 삼킨다

그래, 이래야 계절이 바뀌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한 계절이 가는데
온몸 열꽃 피는 몸살기가 없을까

날마다 
짧아지는 해 따라
바삭바삭 하루가 말라간다

--------------------
구월 / 박정순

댓바람에 실려온 목소리 있어
내 앞에서 아기작거리는 여름
떠밀고
싸리문 황망히 밀어젖혔지

무성한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만 귓가를 스칠 뿐
보이는 것은 
푸르른 녹음과
휘적휘적 사라지는 여름의 뒷모습

그 무슨 인연의 끈으로 만나
그리움 한 줌 남기고
아픔  한아름  허공에 흩날린
보이지 않는 너의 모습 
그리다
문득, 잠에서 깨어나
여름을 보내며 후회하네

여름도 가는 여름날
바람소리 
풀잎소리로
엷은 투명옷 입고 날 부른

너의 목소리
기억할 수 없는
네 모습 그리며
아릿한 슬픔 불러 모아
번지수 모르는 긴 편지를 띄운다

============
구월 / 임우성

그대 얼굴
한 번 보지도 못한 채
구월이다

​이 가을
제대로 약 찬 내 그리움
독하게 매웁겠다

---------------------
9월이 / 나태주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대추는 대추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너는
내 가슴속에 들어와 익는다.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서
서서히 물러가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를 떠나야 하고
너는 
내 가슴속을 떠나야 한다

--------------------------
9월과 뜰 / 오규원

8월이 담장 너머로 다 둘러메고
가지 못한 늦여름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뜰 한켠
까자귀나무 검은 그림자가
퍽 엎질러져 있다
그곳에 
지나가던 새 한 마리
자기 그림자를 묻어버리고
쉬고 있다

--------------------------
9월 마중 / 윤보영

오늘은
일찌감치
9월 마중을 나섰습니다.

함께 해온 8월을 데리고
9월이 오고 있는
행복의 언덕으로 가고 있습니다.

새로 맞을 9월!
넉넉한 10월만은 못할 수 있고
정열적인 8월에 뒤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9월은 중요한 달입니다.

9월을 마중 가는 오늘처럼
10월을 마중 가는 그날도
9월과 웃으며 갈 수 있게
행복한 마음으로 보내겠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듯
9월에도 모두를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
9월에는 / 김홍성

9월은 화가처럼 예쁜 그림을
가슴으로 그리고 고운 색깔로
하나하나 채워 가는 마음속에
화가 하나 두고 있습니다

쓸쓸히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사랑파란 하늘에 맑은
눈물 하나 담고 싶은 가을 향기
가득하고 풍성한 9월입니다.

9월엔 사랑을 하세요
쏟아질 듯 그렁그렁한 별빛과
한 여름에 사랑을 속삭이던
풀벌레들의 아름다운 언어들이
9월의 아름다운 시가 될 것입니다.

풍성한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가고
부족했던 마음은 넉넉한 보름달이
그늘진 곳까지 밝혀주며
강강술래 가락에 밝고 동그란
보름달이 자꾸만 차 오릅니다.

-------------------------
9월에는 / 반기룡
    
9월에는
풀잎처럼 누워
얼마나 맨땅이 푹신푹신한지
온몸으로 느껴보다가
풀잎 내음 칭칭 감고
그대의 품안에 살며시 안기고 싶어요

9월에는
자질구레한 상념 떨치고
여름 내내 찌근 소금기를
모두 저 멀리 던져버리고
고추잠자리 선회하는 하늘 보며
무장무장 희망의 나래를 펼쳐
피아노처럼 조율하고 싶어요

9월에는
풍성한 들녘을 바라보며
참새들 훠이휘이 쫓아보고
들국화 향기 말아보며
가녀린 허리로 유혹하는
코스모스 한아름 껴안고
살랑살랑 춤을 추고 싶어요

--------------------------
+  9월에는 / 이명희

바람의 영혼을 닮은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악처럼 감겨오는 감미로움에 
혼을 적시고 싶습니다

​속절없이 마냥 부풀어 갔던 
지난날의 깊은 번뇌도 바람 위에 얹어 놓고 
코스모스 길을 따라 마냥 걷고 싶습니다 

​능금이 익어가고 풋감의 살이 차오르듯
마음속에서 커가는 생각의 열매
평화롭고 겸손하게 익히고 싶습니다

​못다 부른 노래 한 소절 콧노래로 부르며
목화솜 같은 구름을 따라 
그리움이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습니다 

--------------------------
9월 여정 / 임영준

비울 만큼 비웠으니
욕심 좀 내어도 좋으리

​별도 밤도 가까우니
담담히 조우할 수도 있겠지

​아무리 매정한 날들도
잠시 묵상에 들지 않을까

​향기 고픈 나그네는
그리움을 따라 흐른다

===============
9월의  시 / 문병란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도
제자리에 돌아와
홀로 선다

누군가 먼 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 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
9월의 시 / 최홍윤

9월은 
모두가 제자리를 찾는 달이다

​철 지난 바닷가 
이별을 노래하는 파도의 음률 쓸쓸하고
물 비늘 반짝이는 황혼 녘의 호수 
호수에 잠수하고 마는 
물고기의 행적도 고즈넉하다

​단지, 
빈틈없던 나무들 숲에 
따가운 볕 느슨하게 들이고 
파닥이는 작은 새들의 노래 한결 맑다

​교정에 돌아온 
그을린 얼굴들도 해맑게
시루 속에 콩나물처럼 성큼 컸다. 

​돌아 오는 길에 
고향 언덕에 잠든 핏줄의 영혼이 깨어나면 
산자락에는 시퍼런 밤송이 붉게 웃을 데고 
마당가 대추 알도 토실하게 수줍어할 거다 

​흐르는 살가운 물소리에 
가물거리는 내 기억을 더듬고
사랑방 주인들 곤히 잠든 산맥 자락에 가서 
공손히 절을 올리고, 


그제야,
떠나려는 기러기 떼처럼 
안부를 내려놓고 
사람 떠나 외로운 파도의 운율 벗을 삼아 

​어느 한 사람이라도 가슴이 
따끈해지는 시를 써야겠다.

---------------------------
 9월의 시 / 함형수

하늘 끝없이 멀어지고 
물 한없이 차지고 
그 여인 고개 숙이고 수 심지는 9월. 
기러기떼 하늘가에 사라지고 
가을 잎 빛 없고 
그 여인의 새하얀 얼굴 더욱 창백하다. 
눈물 어리는 9월. 
9월의 풍경은 애처로운 한 편의 시. 
그 여인은 나의 가슴에 파묻혀 우다

------------------------------
가을 편지 1 / 이해인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랑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순하고도 단호한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

툭, 하고 떨어지는
조그만 도토리 하나

내 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를 닮았네

================
구월의 시 / 조병화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움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으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것
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
다시 9월 / 나태주

기다리라 오래 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가을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아올랐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오래 그리고 많이.

-----------------------------
9월의 노래 / 강순구

구월의 
아침에는 
노래를 부르련다

가을의 고운 사랑
한곡의 가사되고

단풍들 재잘거림은
멋진 가락 추임새

구름은
연필되어
그대의 얼굴음표

빼곡히 왕지봉 북
도토리 장단치고

휘파람 구슬픈 피리
가을노래 부른다

-----------------------------
9월의 기도 / 문혜숙

나의 기도가
가을의 향기를 담아내는
국화이게 하소서

살아있는 날들을 위하여
날마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한쪽 날개를 베고 자는
고독한 영혼을 감싸도록
따스한 향기가 되게 하옵소서

나의 시작이
당신이 계시는 사랑의 나라로
가는 길목이게 하소서

세상에 머문 인생을 묶어
당신의 말씀 위에 띄우고
넘치는 기쁨으로 비상하는 새
천상을 나는 날개이게 하소서

나의 믿음이
가슴에 어리는 강물이 되어
수줍게 흐르는 생명이게 하소서

가슴속에 흐르는 물
영원히 목마르지 않은 생수로
마른 뿌리를 적시게 하시고
당신의 그늘 아래 숨 쉬게 하옵소서

나의 일생이
당신의 손끝으로 잡으시는
맥박으로 뛰게 하소서

나는 당신이 택한 그릇
복음의 사슬로 묶어
엘리야의 산 위에
겸손으로 오르게 하옵소서

=================
9월의 기도 / 박화목

가을 하늘은 크낙 한 수정 함지박
가을 파란 햇살이 은혜처럼 쏟아지네
저 맑은 빗줄기 속에 하마 그리운
님의 형상을 찾을 때, 그러할 때
너도밤나무 숲 스쳐오는 바람소린 양
문득 들려오는 그윽한 음성
너는 나를 찾으라!
우연한 들판은 정녕 황금물결
훠어이 훠어이 새떼를 쫓는
초동의 목소리 차라리 한가로워
감사하는 마음 저마다 뿌듯하여
저녁놀 바라보면 어느 교회당의 저녁종소리
네 이웃을 사랑했느냐?
이제 소슬한 가을밤은 깊어
섬돌 아래 귀뚜라미도 한밤 내 울어 예리
내일 새벽에는 찬서리 내리려는 듯
내 마음 터전에도 소리 없이 낙엽 질 텐데
이 가을에는 이 가을에는
진실로 기도하게 하소서
가까이 있듯 멀리
멀리 있듯 가까이 있는
아픔의 형제를 위해 또 나를 위해

-----------------------------
9월의 기도 / 이해인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 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

---------------------------
9월의 노래 / 이채

나도 한때 꽃으로 피어 
예쁜 잎 자랑하며 
그대 앞에 폼잡고 서 있었지 

꽃이 졌다고 울지 않는다 
햇살은 여전히 곱고 
초가을 여린 꽃씨는 아직이지만 

꽃은 봄에게 주고 
잎은 여름에게 주고 
낙엽은 외로움에게 주겠네 

그대여! 
빨간 열매는 그대에게 주리니 
내 빈 가지는 말라도 좋겠네 

-----------------------------
9월의 느낌 / 최홍윤

​철 지난 바닷가 
파도의 음률 차갑고,
이별을 준비하던 마음도 쓸쓸하다.
고요한 호수에
반짝이는 물 비늘 물 비늘에 잠수하고 마는
황혼 녘에 물고기들,
단지 빈틈없는 나무 숲이
느슨하게 볕을 들이고, 파닥이는 작은 새들에게 
따가운 가을을 내준다.

​고향 언덕에
핏줄의 영혼이 깨어나면 
5월에 흐드러지던 밤꽃이 붉은 알밤이 되고
토실한 대추 알 수줍게 익을 거다.
9월은 모두가 제자리를 찾는다
살가운 물소리로 기억을 더듬고
사랑방 옛 주인 곤히 주무시는 산자락에는
천지사방에 흩어진 손들 이 모여들고
길 떠나간 외기러기의 안부도 전해 오리라!

​그러고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파도의 운율로 가슴이 따끈,
따끈한 詩를 써봐야겠다. 

=================
9월의 약속 / 오광수

산이 그냥 산이지 않고
바람이 그냥 바람이 아니라
너의 가슴에서, 나의 가슴에서,
약속이 되고 소망이 되면
떡갈나무잎으로 커다란 얼굴을 만들어
우리는 서로서로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보자

손내밀면 잡을만한 거리까지도 좋고
팔을 쭉 내밀어 서로 어깨에 손을 얹어도 좋을 거야
가슴을 환히 드러내면 알지 못했던 진실 힘들어
너의 가슴에서, 나의 가슴에서
산울림이 되고 아름다운 정열이 되고
우리는 곱고 아름다운 사랑들을 맘껏 눈에 담겠지

우리 손잡자
아름다운 사랑을 원하는 우리는
9월이 만들어놓은 시리도록 파란 하늘 아래에서
약속이 소망으로 열매가 되고
산울림이 가슴에서 잔잔한 울림이 되어
하늘 가득히 피어오를 변치 않는 하나를 위해!

-----------------------------
+ 9월이 오면 / 김향기

웃자라던 기세를 접는 
나무며 곡식들, 
잎마다 두텁게 살이 찌기 시작하고 
맑아진 강물에 비친 그림자도 묵직하다. 

풀벌레 노래 소리 
낮고 낮게 신호 보내면 
목청 높던 매미들도 서둘러 떠나고 
들판의 열매들마다 속살 채우기 바쁘다. 

하늘이 높아질수록 
사람도 생각 깊어져 
한줄기 바람결에서 깨달음을 얻을 줄 알고, 
스스로 철들어가며 여물어 가는 9월. 

-----------------------------
9월이 오면 /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이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미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
9월이 오면 / 이향아

옛날에 본 서양 영화 '9월이 오면'이 생각난다.
9월이 오면
등불을 높이 켜단 낯익은 문간
옥빛으로 가라앉은 거울 앞으로
고개 숙여 가만히 돌아오겠노라는
9월이 오면
지난 여름 흐느낌은 묻어버리고
소식처럼 불어오는  소슬한 바람
내 속에서 천천히 일어서겠노라는
그런 내용이었을 거다, 아마.

​그 시절 나는 어리고 꿈은 어여뻤었다.
풋나물 분내 번지는 땅끝 어딘가
금단추 별을 따듯 서성이곤 했었다.
9월이 오면,
9월이 오면,
그 후로도 9월은 해마다 와서
아직도 못 사 이룬 꿈의 밝히고
분별없이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
9월이 오면 / 이혜우

깊은 밤 하얀 이슬 내려
가을꽃 목축여주고
해가 추분점에 올라
하지처럼 밤낮이 키를 잰다

산그늘 서둘러 내리는
짧은 햇살에 노처녀 고개 숙이고
둥근 가을 달밤에 보람 찾는
인정 깊은 사랑을 꿈꾸게 한다

속 깊은 결실 이루어
풍요는 허리띠 풀어주고
하늘에 흰 구름 높이 떠돌며
산자락에 알록달록 신방 꾸미니

어디선가 불거주는 9월의 노래에
강아지 살찌는 소리 들린다

-----------------------------
9월이 오면 / 정용철

9월이 오면 잊고 지낸 당신을 찾아
집을 떠날 것입니다

​그동안 내가 당신을 잊은 것은
당신을 떠나기 위함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줄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9월이 오면 당신에게 편지를 쓰겠습니다
편지를 보내고 우체국 계단을 
내려올 때 햇살 한 줌이
내 어깨에 내려와 말할 것입니다
"나는 알고 있어, 너의 사랑을"

​9월에는 고통도 사랑인 줄 압니다
9월에는 이별도 사랑인 줄 압니다
9월에는 익어가는 모든 것이
사랑인 줄 압니다

​9월이 오면 당신은 그곳에
가만히 계십시오.
내가 들판의 바람처럼 달려가
당신이 흘린 그리움의 눈물을
닦아주겠습니다

-----------------------------
+ 9월이 온다 / 정일남

여름의 효능은 어언 감소되었다
바람의 손길이 부드러워 토양을 만지고
갈대가 줄지어 서서 구름을 쓸어 보낸다
기약 없이 물총새는 남천으로 날아갔지만
이제 따스한 귀인이 온다
가고 없는 빈자리에
허약한 구절초는 누구를 만나자는 것이냐
쓰러지기엔 기다림이 남은
가냘픈 몸매가 돌아올 인기척에 귀 기울인다

가을엔 이름을 호명해서는 안 된다
이름을 호명하면 모든 물상이 울어버린다

인생의 구조가 삶의 소득과 부딪히는 시간
귀인이 손에 선물을 안고 온다
저걸 그냥 받아먹을 수만 있겠는가
나는 보태 줄 것이 없다
물소리는 자신을 태초의 소리로 읊조리니
낮은 자리의 음표로 나를 살아있게 만든다
오랜 과거사가 다 몰려와 지금 흐느끼는 야성
피곤한 방랑자가 떠나면
나는 방랑자의 뒷모습을 투명하게 보리라

미목이 수려한 여인이 내 앞을 지나간다
저 청보리 같은 하늘을 그대가 다 가져도 좋다
내가 그대에게 무료로 주겠으니 

------------------------------
구월의 이틀 / 류시화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 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나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 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까지 손을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 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를 흔들어
비를 내리고 높은 탑 위로 올라가 나는 멀리
돌들을 나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너머 먼 곳에도
강이 있어 더욱 많은 돌들을 나르고 그 돌들이
밀려가 내 눈이 가닿지 않는 그 어디에서
한 도시를 이루고 한 나라를 이룬다 해도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나의 구월이 있다
구월의 그 이틀이 지난 다음
그 나라에서 날아온 이상한 새들이 내
가슴에 둥지를 튼다고 해도 그 구월의 이틀 다음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빙하시대와
짐승들이 춤추며 밀려온다 해도 나는
소나무 숲이 감춘 그 오솔길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을 본다

====================
9월도 저녁이면 / 강연호

9월도 저녁이면 바람은 이분쉼표로 분다 
괄호 속의 숫자놀이처럼 
노을도 생각이 많아 오래 머물고 
하릴없이 도랑 막고 물장구치던 아이들 
집 찾아 돌아가길 기다려 등불은 켜진다 
9월도 저녁이면 습자지에 물감 번지듯 
푸른 산그늘 골똘히 머금는 마을 
빈집의 돌담은 제풀에 귀가 빠지고 
지난여름은 어떠했나 살갗의 얼룩 지우며 
저무는 일 하나로 남은 사람들은 
묵묵히 밥상 물리고 이부자리를 편다 
9월도 저녁이면 삶이란 죽음이란 
애매한 그리움이란 
손바닥에 하나 더 새겨지는 손금 같은 것 
지난여름은 어떠했나 
9월도 저녁이면 죄다 글썽해진다 

-----------------------------------
9월에는 사랑을 / 윤보영

차 한 잔을 들고
아쉽다며 따라나선 8월을
달래는 9월입니다.

더러는 아픈 기억도 있었고
또 더러는 힘든 여운도 담겼지만
좋아, 좋아하는 기분에 묻힌 8월,
마무리하고 보니
모두가
내 넉넉한 9월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이제 9월은
열매 맺을 생각에 미소 짓는
들꽃처럼
숱한 8월을 사랑으로 보냈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보내렵니다.

 바람부는 10월에도
넉넉함이 어어지게
내 안에도 내 밖에도
사랑으로 가득 채우겠습니다.

남은 열정으로 자기 역할을 다하고
웃으면서 10월에게 자리를 내어 줄 수 있게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우겠습니다.

-----------------------------------
+ 9월의 코스모스 / 이세종

가는 바람에도
꽃잎 입술에 꼭 물고 서서
분홍빛 하얀빛 곱게 물들이고
긴 대에 매달려 9월을 
기다리는 코스모스

은은하게 잊는 듯 없는 듯
향기 바람에 전하며
고운 미소 가득 담은 
키다리 코스모스

벌써 물 가득한 몽우리 열고
9월을 맞이하려 곱게 
단장하였구나

하늘 가득한 고추잠자리
너를 반기며 바람 노래 부르고
고운 모습 시샘하듯

성급한 나뭇잎 조금씩 
단풍 물들이며

9월을 노래하며
한 것 목청 다듬는 소리

붉게 물들인 체 9월을 
준비하는 하늘은

알알이 영글어 가는 들녘에
스러진 8월에 
긴 그림자 드리우며

하늘 깊숙이 열매 달고 
보듬어줄 9월의 코스모스 
너에 고운 손길 기다린다

------------------------------------
구월을 드립니다 / 김민소

장미와 싸우다가
살갗이 떨어져 나가고
뼈마다 숭숭 뚫렸다 해도

다시 누군가의
단풍 되고 싶은 그대에게
구월을 드립니다.

잔혹한 현실 때문에
후미진 뒷골목 벤치에 앉아
꺼억 꺼억 울다가도

다시 누군가의
열매가 되고 싶은 그대에게
구월을 드립니다

====================
9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날개는 지쳐도
하늘을 보면 다시 날고 싶습니다
생각을 품으면 깨달음을  얻고
마음을 다지면 용기가 생기겠지요

단 한 번 주어지는 인생이라는 길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끝까지 걷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세상에 심어놓은 한 송이, 한 송이의 꿈
어느 들녘에서, 지금쯤
어떤 빛까로 익어가고 있을까요
가슴은 온통 하늘빛으로 고운데

낮아지는 만큼 깊어지는 9월
한층 겸허한 모습으로
내 아름다운 삶이여! 훗날
알알이 탐스런 기쁨의 열매로 오십시오

------------------------------------
9월에 드리는 기도 / 도지현

9월엔 기도 하나니
갈바람 황량하게 불어도
마음이 가난한 이에게는
봄에 부는 훈풍이게 하소서

​가을 들녘의 풍요로움
풍요 속에도 빈곤은 있나니
누구의 마음속에서도
시름과 한숨이 없게 하소서

시리게 푸른 하늘 아래
시나브로 붉어 가는 산야
그 붉음이 많은 이의 가슴에
사랑 꽃으로 피어나게 하소서

​여름 내내 괭이질 한 농부의
가슴골로 여울지는 땀
힘들여 일한 그들에게
풍요를 가득 안겨주게 하소서

​삭막에 물드는 계절이지만
바람 속에 낭만이 묻어오니
촉촉하게 젖어드는 가슴 되어
모든 이들이 시인이게 하소서

-------------------------------------
9월에 부르는 노래 / 최영희

꽃잎 진 장미넝쿨 아래 
빛바랜 빨간 우체통 
누군가의 소식이 그리워진다 

망초꽃 여름내 바람에 일던 
굽이진 저 길을 돌아가면 
그리운 그 사람 있을까 

9월이 오기 전 떠난 사람아 

지난해 함께 했던 
우리들의 잊혀져 가는 
그리움의 시간처럼 
타오르던 낙엽 타는 냄새가 
올 가을 또한 그립지 않은가 

가을 오기 전 
9월, 
9월에 그리운 사람아.

----------------------------------
9월은 고향입니다 / 홍현정

연파랑 하늘하늘
맑고 서늘한 바람 가르며
팔월 문턱을 살짝 넘어
9월로 옮겨 섰습니다

뜨거운 태양볕에
노랗게 벼가 익어갈 때
어서 오라고 멀리서 손짓하는
어머니 소리가 들립니다

사철이 초록인 산과 들
밤이슬 맞으며 오곡이 여무는
풍년의 파란 달빛을 보면
너무도 고향이 그립습니다

밤송이 뚝뚝 떨어지고
모락모락 굴뚝 연기 피어나는
9월은 유년의 부모님
내 어머니 품속 같습니다

올 추석엔 뵐 수 있을까
아직도 눈에 선한 고향의 추억
쏟아지는 아련함의 눈물
9월과 나누고 싶습니다

=====================
구월의 숲으로 가자 / 김소미

그리운 사람아!
우리 손잡고
나뭇잎 물 드는
구월의 숲으로 가자

푸드덕 산 꿩 나르고 
다람쥐 도토리 굴리는 
솔바람 부는 숲으로 가자

산새 노래 장단에
보리수 빨갛게 익어가고
산야초 향기 아찔한 깊은 
숲으로 달려가자

그리운 사람아!
우리 다정히 손잡고
꿀밤 툭 떨어지는 숲으로 가지

가랑잎 사이사이
은 나비떼 나풀거리는
11월의 숲으로 달려가자

----------------------------------
수채화에 빛인 9월 / 유영훈

해가 진 저녁이나
여명의 새벽
열려진 창을 넘어 가을이 옵니다

​한낮에

공원 비치우에 스케치북 우엔
검푸른 나뭇잎이 여름을 그립니다

​가는 여름은 공원에서 졸고
오는 가을은
가없는 드높은 하늘에서 흰 구름이 돼요 가벼이 떠돌고

​세월 
가고 오는 구도가 잡히지 않은 채
속절없이 흘러갑니다

​인생 또한
별로 내세울 것 없이 삭아
9월의 희미한 수채화가 되어 갑니다

​하지만
늦게 들어온 이 마을에서
세상을 위해 멋진 수채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멋진 수채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
9월의 가을을 느끼며 / 김영국  

높아만 가는
파란 하늘빛이 어찌나 고운지

새하얀 새털구름이 시샘하듯
우아하게 뽐내듯이 날갯짓을 하고

부끄러운 듯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가녀린 꽃대엔
연분홍 치마저고리 걸치고

수줍은 미소를 보내오는 
모습을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낍니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녘에는
알알이 익어가는 나락

동구 밖 과수원에는
탐스럽게 속을 꽉 채우는 실과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는
농부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흐르고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산들산들 불어오는 
가을바람의 연주 속에

빨간 고추잠자리 
어여쁘게 춤을 추며
풍요로운 가을을 노래합니다.

-------------------------------------
9월의 아름다운 고백 / 김용복

9월의 마지막 날 
출가한 막내딸이 퇴근길에 
외식하자고 연락이다. 

수술을 앞둔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는 
딸의 효성이 고마웠다.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아내와 함께 식사하며 
소주 한 병에 시름을 적셨다. 

아내의 손 옆구리에 끼고 
공원 길 몸을 부딪치며 
마지막 9월을 즐겼다. 

왼팔로 껴안은 아내에게 
여보! 당신을 사랑하오! 
아름다운 고백을 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아내는 지난 세월이 
아쉬웠다고 눈물 떨군다

======================
9월의 생이 가기 전에 / 윤여선

9월의 별꽃이 바람에 실려
마당 가 담장 아래 소녀의 볼살에
포송하게 돋아난 솜털같이
꽃망울 피우는 밤

​가슴 울리는 그리움의 기억 속
새하얀 솜 빛같이 스며나는
웃음으로 불러보는
이름

​어디였을까
수없이 부풀어 오르는 물음표 들고
잎새의 흔들거림처럼
기웃거리다

​향긋한 9월의 별꽃 곱게 눌러쓴
그림자만이 오가는 허름한 빈터
벤치가 물음표 내려놓고
눈 감으니

​아! 야릇한 자태로 황홀한 사랑 세차게 부려 놓는 임
구월의 생이 임의 기억
지우기 전에

​단 한 번만이라도 만나
나처럼 나를 사랑하고 있는지
못 견디게 그리운지 
묻고 싶다

----------------------------------------
9월을 기다리는 어느 날에 / 심재천

날짜 가는 소리 따라 시간은 멈출 줄을 모르는 채 똑딱똑딱
어디로 가는지
팽이도는 초칩 겁 없이 추파를 돌리다 꼬물꼬물 
정지된 깡다구를 분출하며 움직이다
되묻은 침묵만 그저 돌아 갈곳이 없다 
쉴 곳을 찾은 방랑자가 되어 철지난 아쉬움만 붙잡다
정 붙이는 그곳에서 넋나간 장벽 사이를 허물어
시간은 급행열차를 타고 허덕거리는 숨만 참다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 없고 가는 시간을 막을 수도 없고
그저 하늘이 주신 사랑만을 건네다
앞뒤 가리지 않고 다가오는 떨림
철없이 감싸 안은 채 지나가는 수많은 것들을 음미하다
태워도 재가 되지 않고
버려도 그때 그 자리로 슬그머니 돌아와
어쩌면 그게 못다 핀 꽃 위에 머물고 있는 그리움 아닐까
구월을 기다리는 어느 날에 철부지처럼 뛰 도는 텃밭에서
생각해 봅니다 

--------------------------------------
구월이 오면 들꽃으로 피겠네 / 나태주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보일 듯 말 듯 피었다가
보여도 그만
안 보여도 그만인
혼자만의 몸짓이고 싶네

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산 너머 구름으로 살다가
들꽃향기에 실려오는 바람의 숨결
끝내 내 이름은 몰라도 좋겠네

꽃잎마다 별을 안고 피었어도
어느 산 어느 강을 건너왔는지
물어보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이
서글프지만은 않네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알 듯 모를 듯 피었다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혼자만의 눈물이고 싶네



________*55

9월 / 고영민 
9월 / 반기룡
9월 / 문인수
9월 / 안재동
-----------------
9월 / 오세영 
9월 / 이외수
9월 / 장건섭
9월 / 정연복
----------------
9월 / 홍수희
구월 / 김옥남
구월 / 목필균 
구월 / 박정순  
 ----------------
구월 / 임우성   
9월이 / 나태주      
9월과 뜰 / 오규원
9월 마중 / 윤보영
-----------------------
9월에는 / 김홍성
9월에는 / 반기룡
9월에는 / 이명희
9월 여정 / 임영준
-----------------------
9월의 시 / 문병란
9월의 시 / 최홍윤
9월의 시 / 함형수
가을 편지 1 / 이해인
-------------------------
구월의 시 / 조병화
다시 9월 / 나태주   
9월의 노래 / 강순구
9월의 기도 / 문혜숙
-------------------------
9월의 기도 / 박화목
9월의 기도 / 이해인
9월의 노래 / 이채
9월의 느낌 / 최홍윤
-------------------------
9월의 약속 / 오광수
9월이 오면 / 김향기
9월이 오면 / 안도현
9월이 오면 / 이향아
-------------------------
9월이 오면 / 이혜우
9월이 오면 / 정용철
9월이 온다 / 정일남
구월의 이틀 / 류시화
-----------------------------
9월도 저녁이면 / 강연호
9월에는 사랑을 / 윤보영
9월의 코스모스 / 이세종
구월을 드립니다 / 김민소
--------------------------------
9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9월에 드리는 기도 / 도지현
9월에 부르는 노래 / 최영희
9월은 고향입니디 / 홍현정
----------------------------------
구월의 숲으로 가자 / 김소미
수채화에 빛인 9월 / 유영훈
9월의 가을을 느끼며 / 김영국
9월의 아름다운 고백 / 김용복
---------------------------------------
9월의 생이 가기 전에 / 윤여선
9월을 기다리는 어느 날에 / 심재천
구월이 오면 들꽃으로 피겠네 / 나태주

 

___________

9월 시 모음 2

 

9월 시 모음 2

+ 9월 / 권오범 봄부터 시도 때도 없이 쥐어짜 너덜너덜해진 구름 하늘이 아무렇게나 널어 솜처럼 보송보송 말려놓은 추석 단대목 새물 내 머금은 바람 조석으로 오스스 내려와 열린 창 핑계 삼

dowon323.tistory.com

 

'시마당 > 가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가을에 관한 시 1  (1) 2025.09.14
9월 시 모음 5  (6) 2025.08.30
9월 시 모음 4  (5) 2025.08.30
9월 시 모음 3  (5) 2025.08.30
9월 시 모음 2  (4)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