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 심재원
가을이 황금빛으로 출렁이고
두렁 건너 재수네 논배미
콤바인 소리 쉴 새 없이 윙윙거려도
태풍에 엎친 벼 세워 묶는
타들어 가는 김 씨의 가슴보다
더 뜨거울 수 있으랴
ㅡ무슨 쭉정이가 그리 많은지
참깨가 작년 반도 안 되던데,
ㅡ이번 겨울은 메주를 띄워 팔아야겠어요
두 배는 더 받는다는데,
ㅡ장성 골 미선네는
고추 80근이나 냈다고 떠들고 다니던데,
ㅡ매상하면 당신 임플란트해
주려고 했는데....
ㅡ이 여편네
어서 밥이나 먹어
이놈의 날씨는 왜 이리 더운 거야
고시원 아들이 떠 오르는 밥상머리
무너진 담장도 고쳐야 되고
농약값 유지값 모종값도 갚어야 되는데
연신 헛기침을 해대는 김 씨
볏단 하나 더 묶을 요량으로
어두워지는 논둑으로 향한다
------------------------
+ 구월은 / 김영희
컴퓨터 앞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이면지처럼,
냉장고 안에 반쯤 남아있는 오렌지주스처럼,
컵 언저리 묻어있는 립스틱자국처럼,
책장에 순서 없이 꽂혀있는 읽다만 시집처럼,
계단 구석 틈바구니 거미의 집처럼,
목욕탕 앞에 널브러진 축축한 수건처럼,
개수대 안에 담겨있는 밥알 묻은 그릇처럼,
싱크대 앞 얼룩진 슬리퍼처럼,
한 발 늦게 들어오는 현관의 센서처럼,
신발장 아래 한쪽 굽만 닮은 구두처럼,
우산꽂이가 되어 현관 구석에 서있는 항아리처럼,
마당 귀퉁이 쪼그려 앉아 핀 달개비꽃처럼,
칠 벗겨진 대문 틈에 꽂혀있는 룸싸롱 광고지처럼,
이웃집 담 기웃거리는 등나무 덩굴처럼,
적당히 궁금하고 적당히 때 묻어 낡아가는,
--------------------------
+ 9월 기도 / 장성우
귀뚜라미
여름내 짠하게
찬바람 목이 쉬었는데
영그는 가을
비바람 흔들려도
추석 인심 넉넉하게 하소서
과목 가지
풍성한 열매 맺으면서
새로운 계절
오색 단풍 수 놓아서
아름다운 사랑으로
베푸는 마음 가지게 하소서.
-------------------------
+ 9월에는 / 김승호
9월에는 모두가 불안도 걱정도
미움도 아픔도 없게 하소서
9월에는 피어나는 꽃 마다 하나의
소망이 되어 잠자리 떼 날듯 날아오르게 하소서
9월에는 시름이 없는 가슴으로 저마다 포근한 꿈을 꾸게 하소서
9월에는 황금빛 들녘으로 농부의
마음이 행복하게 하소서
9월에는 주님의 사랑이 온 나라와
세계에 가득하게 하소서
분쟁도 갈등도 없는 그런 평화와 사랑스런 자유를 누리게 하소서
가을의 향기와 사랑의 사람을 위한
9월이 되게 하소서 아멘.
===============
+ 9월의 시 / 나태주
여름철에 우리는
모두가 싸우는 짐승들이었다.
태양과 싸우고 바람과 싸우고
스스로와 싸우고 이웃들과 싸우는
성난 짐승들이었다.
사람들뿐만 그런 게 아니다
풀이나 나무나 새들이나 곤충도
하늘이나 산맥이나 강물까지도
서로 으르렁거렸고 다투며
불화를 일삼았다.
이제금 하늘은 개고 맑고 높고
바람은 시원하여 9월
9월은 자성의 계절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은 몸을 돌려
제 발자국을 돌아다본다
9월은 치유의 계절
제가끔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미소 짓는다
할 수만 있다면
부드러운 영혼의 혓바닥을 내밀어
스스로의 쓰린 상처를 핥아줄 일이다
상처받은 서로를 안쓰러운 눈길로
바라보아줄 일이다.
그러노라면 마음은 또다시 깊어지고
부드러워지고 아늑해질 것이다
강물은 아늑한 눈을 회복하고 한사코
빛나는 몸짓으로 멀리멀리 떠나갈 것이다
새들도 천천히 하늘을 맴돈다
9월은 누구나 영혼의 낡은 둥지를 보살피고
다시금 새로운 둥지를 마련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당신의 9월은 어떠신가? 멀리 묻는다.
--------------------------
+ 9월 장미 / 윤관영
딱, 세송이 달았구나
9월 장미
20층 아파트 뒤꼍 화단
볕이라곤 없는, 바람도
그림자를 물고 가는 곳에서
미처 가시도 안 아문 것이-
웬 광채냐?
허공을 헤집는 집요한 손짓처럼
고사리 같은 끄트머리에
튀밥처럼 터져 나온 새붉은 것을
달랑,
단 것이냐?
빼문 혓바닥이 녹도록
놓지도 못할 거면서
----------------------------
+ 구월의 문 / 이선행
그 묏길위에 끊임없이 내리던 비 그치면
여름의 자잘한 흔적을 덮고
온 산에 초연한 구절초 피어 날 것이다
바람을 마주 안고 느껴 울던 억새숲 속에서
그리움이 그리도 부질없다는 걸
나도 그대도 알게 될 것이다
그리움이 살길이었던 이들이
폭염속에 까맣게 영글 린 사랑을 쓸쓸히 거두며
구월의 문을 열면
짧아진 머리칼 사이 지나는 서늘한 바람이
안갯빛 은어의 강을 건너와
우리들 서글픈 아미를 식혀줄 것이다.
----------------------------
+ 구월의 섬 / 김평배
갈매기 울음소리
매미의 봇짐 싸는 소리에
바다가
서글피 울렁이면
갯바닥 게들은
뱃고동 소리에 놀라
도망치기 바쁘고
선창가 오두막
초가지붕 굴뚝연기는
보름달 기다리고
뻘구리무 화장한
해변의 몽돌은 파도를 따라
섬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
+ 9월의 구애 / 여성민
9월의 구름은 장르가 다른 필름 배트맨 로빈 커팅 손가락을 하나 자르고
9월에 집중해요 감정은 약간 바이올렛 당신을 버리기에 적당한 어둠
당신의 형과 언니들이 국경일에 청혼을 하러 와요 나는 9월의 밤과 9월의 방이 헷갈려요
예쁜 예배당을 지을 거예요 아홉 개의 방에는 기도문이 지워진 아홉 개의 두루마리와 촛대
선언문을 읽으며 나쁜 자세로 결혼을 합니다 마디 두 개로 걸어가는 손가락처럼
9월에 시인들은 모두 머리를 깎고 남자들은 목청껏 구애의 노래를 불러요
여자들은 포도 알처럼 유두를 내놓고 다니죠 9월에 태어난 아이들의 뼈는 바람
휘파람으로 새어나가죠 최루 멜로 커팅, 구애보다는 비애, 약간, 바이올렛
-----------------------------
+ 9월의 기도 / 강이슬
언뜻 스치는 한줄기 바람이
홀로 새벽을 깨울 때
텅 빈 가슴 내밀어
서늘한 기운으로 부풀게 하소서
한 여름내 무성했던
짙푸른 상념의 잎사귀들
가을빛 삭힌 단풍이게 하시어
그 빛깔로 내 언어를 채색하소서
숨 가쁜 땡볕의 흔적
길게 늘어진 그림자 추슬러
하늘거리는 햇볕 아래
알알이 고개 숙인 열매이게 하소서
저녁 풀벌레 소리
서늘한 여운으로 숲 속에 들 때
이마에 맺혔던 땀방울
국화꽃 잎 위에 이슬로 내리게 하소서
서러운 지난날의 기억들
해거름 석양이 드리울 제
노을빛 그리움으로 번지어
빈 들녘에 피어나는 연기 되게 하소서
-----------------------------
+ 9월의 노래 / 김승호
9월이다.
바람
구름
하늘이 내게
9월이라며 속삭인다.
코끝으로
선한 바람이 불어와
간지럽히고
볼에 부딪히는
가을 내음이
상쾌하게 하는
9월이다.
한적한
어느 곳에서나
모두가
센티해져
가을 남자가 된다.
9월이다.
무심코
가을을 친구 삼아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랑하는 그대
9월이다.
-----------------------------
+ 9월의 당부 / 성백군
내게
가라 하네요
때 되어 나섰으니 뒤돌아보지 말고
그냥 가라 하네요
하늘이 높아가듯
가을이 깊어가듯
열매가 여물고 과일이 익어가듯
나 보고도 멋지게 익어보라 하네요
꽃 피고 열매 맺고
자식 낳고 키우고 돈 버는 일은 끝났으니
저들 잘 살고 못 사는 것은 하늘에 맡기고
이제는 내 인생 마무리할 일만 남았다고
내게
내 삶을 살라하네요
날 위해서만 살아보라 하네요
무서리 내리기 전에 낙엽으로 지기 전에
내 여생
서녘 하늘에
노을 같은 단풍 돼라 하네요
================
+ 9월의 마음 / 노정혜
9월만 같아라
향긋한 바람이 분다
들녘에는 열매들이 익어가고
산에는 나무들이 고운 옷 입으려 준비 중이다
9월은 꽃 마음이라
과일은 빨갛게 분단장한다
은행나무는 무겁나 봐
노란 분단장한 열매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땅으로 내려온다
한낮에는 아직은 햇볕이 뜨겁다
할 일이 많은가 봐
햇볕은 풍작을 좋아하나 봐
제 할 일 다 하면
뜨겁던 햇볕도 떠나가리라
-----------------------------
+ 9월의 미발 / 김성대
여생의 예의
바람을 잘 느끼기 위해 머리를 길렀다
시간을 날 느끼기 위해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린다
몸을 줍지는 않는다
여생의 예의란 그런 게 아니지
살아 있지 않은 것과 죽어 있지 않은 것이 공평하게
시간을 빌리는 것인데
시나브로 몸을 영결(永訣)하는 오후
막 병실을 들어온 신참 환자처럼 오늘은 이빨이 맑다
근성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어
잠든 사이 나도 모르게 이빨이 물었다 오는 것은 무엇일까
……‚ 일어났어?
우연의 방
서로의 알람이 되어가고 있는 방
열은 높은데 몸은 느리고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남아 있는 것이다
늘 처음 같아서 미리 와 있는 것 같은
서로의 우연이 되어가고 있는 것
우연이라고 해서는 안될까
잠은 점점 멀리서 오고
몸을 기다리는 현기(眩氣)와
제 무렵을 맡겨오는 그림자
나는 잠 속에서 손을 꺼내 눈을 만져본다
모든 날씨와 두절된다
광장묘지
이봐요, 거기도 묘지입니까
광장 북쪽 무렵을 건너는
살아 있지 않은 자들의 기나긴 꿈속
그림자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있다
거기도 비어 있습니까 꼭 들어야 하는 말이 있는데
살아 있지 않은 자들의 불면이
그림자에 내려앉는 그림자를 가만히 듣고 있다
왜 비석은 머리맡에 두라는 걸까
몇 기의 전생이 자신을 돌아눕고
내 몸에서 점멸하는 손톱십자가
그리고 9월이
창가를 서성이고 있다
눈은 왜 감겨주는 것일까
모든 무렵에는 불가피한 망설임이 있다
다만 전등을 끄기 위해 먼 距離(거리)를 온 것처럼
여생이란 이쪽 창이 식어가는 어떤 무렵
그때 남은 눈을 망설여 본다는 것
나는 내 눈을 감겨주고 있을 것이다
-----------------------------
+ 9월의 사랑 / 박영란
윤기 흐르던 푸른 날들
여름 가고 풍성해지는 마음
아침저녁 느껴지는 선뜻함
머지않아 매서운 겨울 오겠지
내 잇속을 챙긴다고
무관심은 병적인 수준
감탄할 줄 모르고 살아가는
사소한 말 한마디의 훈훈한 정
사랑은 타인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
정신없이 바쁜 날의 연속
그래도 들길을 걸을 때 즐겁고
한적한 길섶에 작디작은 들꽃
한 송이 싹을 틔우고 오롯이 피어
초라한 들꽃을 다독이는 9월의 사랑.
-----------------------------
+ 9월의 사랑 / 신성호
청포도 익어가는
9월이 오면
내 님의 손잡고
빨간 사과 과수원 지나
황금빛 들녘 끝
강가에 앉아
춤추는 노을을 바라보며
사랑의 노래를 부르니
그 마음 하나되어
사랑이 되었네
=================
+ 9월의 소리 / 황병준
창밖에 떨어지는 낙엽소리
스쳐왔다 스쳐가는 계절의 뒤안길이련가
외딴 초가지붕에도 살며시 내려앉는 소리
임 그리워 울먹이다 흘러내리는 눈물 빛
가슴이 용해돼 빨갛게 타 내리는 흐름
산산이 뿌려놓은 밤하늘에 별들아
조용조용 부서져 내리는 달빛아
낙엽 지는 소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사방에는 서러워 떨어지는 애절한 몸부림
계절병에 걸려 헤어나지 못해 떨어지는 소리
떨어짐이 아쉬운 낙엽들은 이대로 쓸어 갈련지
바람은 왜 성가시게도 부는지
거친 몸 죽어 안고 지각을 내려보고
마지막 남음 잎새 하나 맹인처럼 두 눈 꼭 감고
아픔과 고독에 사로잡혀 있는 산만한 주위
어디서 왔다 또 어디로 가는지?
무법의 방랑자들에 어울려 가려는지?
다음 세대를 위한 희생하는 까닭임을 죽음을 두려워 말라 빨갛게 태운 신변을
서걱거리며 떨어지는 소리 9월의 소리
-----------------------------
+ 9월의 향기 / 문장우
기다림의 시간을 베개 삼아
하얀 밤을 지새운 날
금호강변 길을
자전거로 라이딩한다
고운 빛 부드러운 미소로
찾아온 9월
길섶에는 코스모스 살랑거리고
하늘엔 고추잠자리 날갯짓이
가슴을 열게 한다
지워도 찾아오는
안개빛 같은 그리움이
애원하듯 매달리는 가을 풍경에
뜨거운 가슴으로 밀려와
눈시울에 이슬이 맺힌다
9월에 그대 향기는
마르지 않는 나의 기도로
가슴에 기다림의
모닥불이 되어 일어난다.
-----------------------------
+ 9월이 간다 / 조정기
더위를 거두어 먼길 떠난 여름
끝자락을 풀벌레소리가 마저 지우는
9월이다
비우고 넓히며 맑아진 하늘 따라
강물도 여물어 간다
사과는 사과가 되게
대추는 대추가 되게
벼 이삭들 속살 채워주고
뜸 들게하는
9월이다
억새도 코스모스도 국화도 쑥부쟁이도
바람에 시상 엽엽해지는
9월이다
논두렁길에 나가 단 내음에 취해도 좋은
들풀처럼 이슬에 젖어도 좋은
9월이다
갈바람에 가랑잎 같은 초로의 생각들
섬돌 귀뚜라미 소리에 가다듬는
9월이다
-----------------------------
+ 나의 9월은 / 서정윤
나무들의 하늘이, 하늘로
하늘로만 뻗어가고
반백의 노을을 보며
나의 9월은
하늘 가슴 깊숙이
깊은 사랑을 갈무리한다
서두르지 않는 한결같은 걸음으로
아지 지쳐
쓰러지지 못하는 9월
이제는
잊으며 살아야 할 때
자신의 뒷모습을 정리하며
오랜 바램
알알이 영글어
뒤돌아보아도 보기 좋은 계절까지
내 영혼 어떤 모습으로 영그나?
순간 변하는
조화롭지 못한 얼굴이지만
하늘 열매를 달고
보듬으며,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
+ 구월 끝자락 / 임재화
어느새 구월의 끝자락을 향해서
숨 가쁘게 달려온 가을 향기는
한 줄기 바람에 허공에 휘날립니다.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이 풍성하고
황금 들녁에 벼 이삭 무거워 고개 숙일 때
저만치서 가을은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옵니다.
길가에 코스모스 하늘거릴 때
흰색 분홍색 보라색으로
곱게 차려입은 들꽃의 고운 모습에
이제 가을도 서서히 깊어만 갑니다.
------------------------------
+ 구월은 가네 / 유영서
구월은 가네
푸르른 물결
맘껏 옷고름 풀어놓고
빛나던 청춘
저리도 곱게 늙어져
산과 들녘
울긋불긋
붉게 물들던 날
한낱 청춘은 이별을 고하네
돌아올 길 아는
하늘 문은
지금 막 열리고
바람에 몸 떨구는
낙엽 한 장
한낱 부질없는
욕심이었네
------------------------------
+ 구월의 기도 / 문혜숙
나의 기도가
가을의 향기를 담아내는
국화이게 하소서
살아있는 날들을 위하여
날마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한쪽 날개를 베고 자는
고독한 영혼을 감싸도록
따스한 향기가 되게 하옵소서
나의 시작이
당신이 계시는 사랑의 나라로
가는 길목이게 하소서
세상에 머문 인생을 묶어
당신의 말씀 위에 띄우고
넘치는 기쁨으로 비상하는 새
천상을 나는 날개이게 하소서
나의 믿음이
가슴에 어리는 강물이 되어
수줍게 흐르는 생명이게 하소서
가슴속에 흐르는 물
영원히 목마르지 않은 생수로
마른 뿌리를 적시게 하시고
당신의 그늘 아래 숨 쉬게 하옵소서
나의 일생이
당신이 손끝으로 잡으시는
맥박으로 뛰게 하소서
나는 당신이 택한 그릇
복음의 사슬로 묶어
엘리야의 산 위에
겸손으로 오르게 하옵소서
------------------------------
+ 구월의 문턱 / 오애숙
그럭저럭
칠월
한 달 보내고
건들건들
팔월
보내고 나니
동동 동동동
구월 되어
발만 구른다
한땐 쉬엄쉬엄
살았는데
왜 이리 바쁜지
'좋은 게 좋은 겨'
의문의
물인지 불인 지
도통 알 수 없었던
흐릿함
결과에 대한 대가
구월의 문턱에서
동동동
발만 구르고 있다
==================
+ 구월의 사람 / 이기영
구월이 오면
그 사람을 보게 해주세요
풀밭에 팔베개하고 누우면
풀피리 불어주다
풀내음 살짝 풍기던 입술
풀빛 어울렸던 목소리
하얀 허벅지 언뜻
부끄러워 치맛자락 끌어 내리면서
새털구름 연붉게 떠다니는 노을진 하늘을
풀꽃 한 송이로 그려 놓았던 사람을
별들의 전설을 들려줄 때
별빛에 비치던 파리한 얼굴
바람불어 나뭇잎 흔들리면
낙엽 같았고
비 내리면
빗물 되어 가슴에 흘러내리던 사람
구월이 가기 전에
그 사람을 다시 보게 해 주세요
------------------------------
+ 구월의 사랑 / 김찬열
어머니 상여 나가던 구월 슬픈 얼굴은
후기 인상파 화폭으로 걸어가
이별의 색깔로 흙에 묻혔다.
내 안에서 잠자는 구월을 일으키면 사랑은
죽음 따라 걸어가는 신기루였다. 가다가 돌아보면 발자국마다
피 흘리며 자라나는 구월의 장미.
피에 젖은 사랑 구월의 흙속에서 붉은 장미로 피어나리
장미는 사랑 잃은 인상파 화가의 각혈이기도 하리
흙에서 싹튼 시간은 구월의 사랑 떨어진 꽃그늘로 걸어가리라.
날마다 고개 들면 눈망울에 들어와
혈액으로 흘러가는 장미의 환상
피에 젖지 않은 슬픔은
나에게서 너에게로 옮겨가
구월의 사랑이 되리라.
-------------------------------
+ 구월의 저녁 / 염창권
이제 저녁을 노래할 때가 되었다.
지나간 일들은 결코 멈춤 없이 흘러가서
하늘 끝에 가 닿는다.
세월의 강을 훌쩍 건너간 이들의
손사래도 함께 노을빛으로 퍼진다
강물과 바람은 부지런한 우체부처럼
쉬지도 않고 지상의 온갖 일들을 실어가서
저 노을 물든 하늘가에다 새롭게 펼쳐 놓는다
저물어 가는 마음은 길을 따라 이어지고
전선 위에는 노을의 눈시울이 내려앉아
한 순간의 광휘로 허공의 강을 놓는다
나는 저녁 안개가 피어오를 때를 기다려
숲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면서
이파리들이 길어 올리는
강물소리를 받아 적는다
무엇보다도 구월의 하루를 지나면
물빛이 투명해지기 시작해서
강물의 처소에 깃들인 물고기들의
꿈까지 얼핏 들여다보인다
그 물빛 나날의 갈피에 섞여드는
새 몇 마리 허술한 날개를 펄럭이며
미루나무 숲으로 날아들어
하루의 소식을 펼쳐놓는다
저물녘이면 지상의 사물들이
조금씩 자리를 옮겨 앉는다.
-------------------------------
+ 구월의 하늘 / 황영철
하늘이 에메랄드 이불을 짓는다
춤추는 코스모스의 미소도 수놓고
새털구름 솜을 한아름 넣어
시침질하는 섬섬옥수
새색시의 자태가 곱다
에메랄드 이불 깔아 놓고
매난국죽 삼단 수놓은
주황색 베갯머리에
학한 쌍이 사랑으로 목을 끈다
해질 무렵
서산에 걸린 붉은 해를 수놓은
황금색 이불도 펼쳐 놓고
고개 숙인 수수 이삭 한아름 걷어 다가
베갯속 넣어 만든 긴 베개
머리말에 가로놓자
초승달로 등불 켜고
은하수 길어 다가
신혼부부 자리끼 머리말에 나란히 준비하고
방앗간 왕겨 삼태기로 퍼다가
따뜻하게 군불 때고
하늘색 단꿈도 곱게 꾸어 보자
*자리끼: 밤에 자다가 깨었을 때 마시기 위해 머리말에 준비하여 두는 물
===================
+ 구월의 향기 2 / 오애숙
가을 향그러움
작열했던 여름 햇살
마파람에 줄행랑 치고
창공의 쪽빛 푸~르름
구월 속에 열렸네
들녘에 물결치는
황금빛 벼 이삭으로
웃음 짓는 구릿빛 땀
농부의 신바람 속에
대풍년 노래하고
맘속에선 울긋불긋 불타는
산야의 향기롬 알알이
농익어 가면서 밤송이
터지는 소리로
구월에 가을 익어가네
------------------------------
+ 구월이 오면 / 김경숙
봄볕 곱다던
나지막한 음성 뒤로
뜨락에 심어 둔 꽃씨
기나긴 여름의 목덜미를 놓으며
홀로 서기 바쁘다
푸른 잎새 사이로 거니는
바람 꽃잎에 다가와
잔물결 일으키며
그리움의 옷으로
사랑의 옷으로
곱게 물들이라
귀엣말로 소곤댄다
-------------------------------
+ 구월이 오면 / 박소향
여름날의 조각들이 잘게 부서지는
등 굽은 길에 비가 그치면
멧새 앉았다 간 소슬한 자리마다
들국이 피고
바람에 갇혀 우는 갈대숲도
바보 같은 그리움이 된다는 걸
당신은 안다
홀로 뜨는 정염의 달이
조용히 우는 물결을 포옹할 때
까마득한 정신은 불륜의 섬이 되고
뜨겁게 달아오른 꿈 마져도
죄가 되는 가을
가을이 온다는 걸
나는 안다
바보 같은 사람들이
제 가슴에 하나씩 사랑의 씨를 심는
구월이 문을 열면
차가운 바람의 살을 지나
새하얀 종아리로 언어의 강을 건너던
당신의 가슴이 더 그리우리란 걸
사람들은 안다
-------------------------------
+ 구월이 오면 / 이종숙
구월이 오면
나 그대 찾으러 가리
하얀 버선발
노 빨갛게 물드는 강가에 서서
그대 부끄러워 떨고 있는 모습을
기다리리
구월이 오면
고추잠자리 춤사위로
높고 맑은 파란 하늘이 강물에 출렁이는
깊고 넓은 그대 가슴의 숨소리로
버선발로 다가 가리
송골송골 맺힌
뜨거운 그대 사랑이
시원한 빗방울과 같이
강물에 젖어드는 그곳으로
내 그대 맞으러 가리
구월의 온도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그대 강으로
코스모스 실바람 안고
품에 안기리
=================
+ 구월이 와도 / 이재무
구월이 와도 멀어진 사람 더욱 멀어져 아득하고
가까운 사람의 눈길조차 낯설어가고
구월이 와도 하늘은 딱딱한 송판 같고
꽃들은 피면서 지기 시작하고
마음의 더위 상한 몸 더욱 지치게 하네
구월이 와도 새들의 날개는 무겁고
별들은 이끼 낀 돌처럼 회색의 도화지에 박혀 빛나지 않고 백지 앞에서 나는 여전히 우울하고
이제는 먼 곳의 고향조차 그립지 않네 구월이 와도 나 예전처럼 설레지 않고
가는 세월의 앞치마에 때만 묻히니
나를 울고간 사랑아. 나를 살다 간 나무야
꽃아 강물아 달아 하늘아
이대로 죽어도 좋으련, 좋으련 나는
-----------------------------
+ 반가운 9월 / 윤보영
"언제 왔니?"하며
묻고 싶을 정도로 반가운
9월이 곁에 와 있습니다
더운 8월을 보내며
오는 줄도 몰랐던 9월을
떠나는 8월에게 미안하지만
웃으면서 반기고 있습니다
더운 사실을 인정하는지
웃어 보이는 8월!
내년에는 좀 덜 덥게
만나자며 나도
미소로 답합니다
그래놓고 8월에게
다가섭니다
"애썼어!"
더워도 애쓴 8월을 안고
등 두드려 주었습니다
고맙다는 말도 했습니다
9월이 곁에 왔있습니다
"반갑다 9월!"
9월을 웃으며 맞았습니다.
---------------------------------
+ 9월과 구월들 / 김미정
구름이 구름을 삼키는 날들
누구라도 불러주면 좋겠어
코스모스 가느다란 목이 지상으로 내려올 때
바람은 버스에서 내리고 너는 떠난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손가락들은 모두 어디로 숨어버렸나
약속을 좋아하는
그때 난 휘어진 그림자를 움켜쥐고 뛰어갔지
바람이 따라 왔던가
너의 오른 손과 나의 왼손을 남겨두고
9월이 오면 떠나자고 했지
골목에서 터지기 시작한 울음들이 번지고
잠 속으로 흐르는 낡은 노래 사이
너의 젖은 혀는 담장이처럼
벽을 타고 올라갔지
어디든지 날아가고파
한 그림자에서 천천히
어느 그림자가 빠져나가고
기다리던 정거장은 버스를 스치며
이제 막 풍경을 떠나는 시든 꽃잎처럼
너무 느리거나 빨리 지워지는 것들
차라리 일부러 그랬다고 말해주지
미처 돌아서지 못하는 바람들
출렁이는 맨발로
다행스러운 8월을 건너고 있다
허공에 떠있는 저어 먼 허공에서
뭉게구름이 피어오른다
--------------------------------
+ 9월에 만나요 / 나태주
봄은 올까요?
추운 겨울을 이기고
우리 마을에도
분명 봄은 찾아올까요?
그렇게 묻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우리는
이렇게 묻습니다
가을은 올까요?
우리 마을에도
사나운 여름을 이기고
가을은 분명 찾아올까요?
옵니다 분명
가을은 옵니다
9월은 벌써 가을의 문턱
9월은 치유와 안식의 계절
우리 9월에 만나요
만나서 우리 서로 그동안
힘들었다고 고생했다고
잘 참아줘서 고맙다고
서로의 이마를 쓰다듬어주며
인사를 해요
==================
+ 9월을 보내며 / 민혜옥
9월이 가고 있는데
아직도 저놈의 매미는 미련을 못 버리고...
떠난다는 건 머무는 것보다 힘들다는 걸
알고 있는가 보다
9월이 계절을 착각케 하는 것처럼
매미는 시간을 착각한 척하는 걸까
자신에게 희망을 거는 듯
끈기 있는 매미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
+ 9월을 보내며 / 이유식
변화하는 물결들
어이 단풍잎 뿐이랴
황금빛 벌판에 익어가는 내 마음도
무작정 익어가고 흘러가는 저 바람소리
9월을 보내는 풀벌레 울음소리여라
유성처럼 눈물 없이 쏟아 놓은 빛
그 신비의 빛깔은 누구를 위함이며
허무 속에 감내해야 하는 생애
오솔길처럼 고즈넉이 나를 찾아와
낙엽잎으로 사르어지누나
언젠가 먼 후일
떠나간 너를 다시 만날 때는
단풍잎 물들지 않아도 좋으며
새들의 울음소리 듣지 않아도 좋을
9월이 가는 소리
---------------------------------
+ 9월의 개망초 / 정연복
하룻밤 새
달이 바뀌어
8월이 가고
이제 9월 첫날
한낮의 폭염
변함없는데
너도
여전하구나.
8월이 가면
못 볼 줄 알았는데
네 밝은 웃음
네 도도한 생기
8월이랑
다를 게 없으니
내 맘도
덩달아 즐겁다
-------------------------------
+ 9월의 아침에 / 안정순
하루를 시작하는
9월의 아침
산과 들을 거슬러온 갈바람
뿌연 안개 비집고
들어온 햇살과
차 한 잔의 여유로움
높푸른 하늘
한가로운 뭉게구름
살갗에 느끼는 초가을 정취
푸른 여름이
알록달록 갈 옷을
갈아입을 때
고운 단풍 지붕 삼아
나만의 둥지를 지어
가을을 낳고 싶다
===================
+ 9월의 어느 날 / 김수미
창문 틈새로 저녁노을이 밀려든다.
간간이 들리던 고통의 소리
허공을 떠다니듯 머릿속을 하얗게 어지럽힌다.
쓰디쓴 희망.
메마른 입속으로 시간을 삼키고
저녁노을을 바라본다.
침묵.
창문 틈새로
밀려들던 저녁노을은
어느새
붉은빛이 더욱 붉어져
창백한 얼굴과 슬픈 눈동자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
+ 9월이여 안녕 / 윤보영
9월이 가고 있습니다
무더웠던 8월 때문에
어쩌면 9월을 기다렸을지 모르지만
막상 다가 온 9월은, 곁에 와 있는 것
조차 모르고 보냈습니다
하지만 9월도
이런 나를 이해해 줄 것 같습니다
그만큼 바쁘게 지냈고, 이만큼
부지런히 보냈다는 뜻이 담겨있으니까요
그래요
지금 보내고 있는 9월도
10월을 맞기 위해 자기 역할을 다했고
이런 것들이 모여, 보람 있는
한 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됩니다
12개의 징검다리에서
하나라도 없으면 온전하게 건널 수 없듯
9월이 있었기에 10월이 웃으며 왔고
그러기에 10월을
내 멋진 달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기 역할 다하고
웃으며 떠나는 9월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렵니다
고맙다고 말하렵니다.
---------------------------------
+ 구월의 아침들 / 장석주
네가 웃고 있을 때
어딘가에서 비둘기가 날 거야.
비둘기들은 웃음의 힘으로
허공을 나니까.
네가 웃지 않는다면
비둘기들은 땅으로 떨어질 거야.
골목길은 침울해지고
건널목은 몹시 상심할 거야.
누군가 웃음을 잃었다면
그건 한 계절이 끝났다는 신호야.
어제저녁,
돌연 여름은 끝나버렸지.
슬픔들이 제 부력으로 웃음들을
흰구름만큼 높이 떠올린다는 걸
나는 알았어.
뱀들이 물푸레나무 아래서 젖은 몸을 말리지.
아침 7시에는 농담 같은
뉴스들이 흘러나오고
치매에 걸린 늙은 어머니의 손가락들이 길어질 때
갑자기 비둘기 떼가 한 방향으로 날아갔어.
이 구월의 아침들 어딘가에
네가 웃고 있다는 걸 알았어
------------------------------------
+ 9월 아침의 묵상 / 도지현
눈부신 아침, 햇살의 사선이
눈까풀에 투과하니
어젯밤 쓸쓸한 여운으로 남은
풀벌레 울음소리가
사선과 함께 쓸려 나간다
오롯이 이 기분
크리스털처럼 투명하게 맑고
잔잔하게 물결치는 호수 같은 마음
이대로 하루를 살아내고 싶다
가끔 지축이 흔들리고
혼란한 세상은 카오스 상태가 되어
멀미가 나고 다 토해내고 싶은데
빗살 그리는 햇살의 마음으로
아침에서 자리에 들 때까지
굴절되지 않고 환하게 볼 수 있는
온전한 희망을 꿈꾸는 하루가 되었으면
====================
+ 9월에 아침이면 / 정재삼
지구가 불이 난 듯
산야를 끓어 내던
9월에 아침이면 폭염 물려낼 바람이 분다
그 바람 소리
음표도 없는데
윙윙 가을 노래 들리는 듯하다
9월에 아침이면
푸른산 그늘도 자취를 잃고
소슬한 가을의 느낌은 더해진다
지난여름 어떠했나
살갗을 얼룩지울 만큼
폭양에도 살아야겠기에
구슬땀 일 하나로 살았다
삶이 매일 전쟁같이 지나고 보면
매미 껍질처럼 가볍지만
9월에 아침이면
삶이 깊어지는 가을이다
------------------------------------
+ 9월을 맞는 마음 / 박의용
9월이 오면
왠지
마음부터 풍요롭고 차분해진다
봄부터 여름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이
이젠 차분히
기다림의 시간으로 가라앉는다
봄의 새싹의 설레임과
여름의 모진 햇볕과 비바람 다 이기고
지난 분주한 시간들을 뒤로하고
이젠 명경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향기 그윽한 차를 마시며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9월이 오면
갖은 곡식들이 영글어 가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가을 노래 나지막이 흥얼거리며
따뜻한 국화차를 마신다
9월은 근심 없는 계절
이제부터는 풍요로울 준비를 할 때다
------------------------------------
+ 9월의 문을 열며 / 도지현
세월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나 지금이나 어쩌면 같을까
태양의 계절 8월이
정수리를 태우다 지쳤는지
쇠진해지고 기세가 꺾여
이제 갈대까지 갔다는 얘기인가
9월이 문을 활짝 열어
차가운 바람을 불러들이니
찜통더위와 열 섬에 갇혔던 몸이
이제는 살 것 같다는 느낌에
세포 하나하나가 희열에 들뜬다
몸이 먼저 아는 계절
기다리던 9월을 많이 사랑하리라
------------------------------------
+ 9월의 어느 하루 / 김경철
지각을 하지 않으려고
뜀박질을 한 아침
턱까지 오르는
숨을 참으며
지하철 안으로 들어가니
웅성거리며 떠들던
사람들의 음성은
어디로 갔는지
혼자 있는 듯
쓸쓸함이 감돈다
간혹
감기에 걸린 듯
입을 막은 채
재채기와 함께 콜록콜록하며
정적을 잠시 깨트릴 뿐
시간이 멈춘 듯
마스크로 입을 가린 사람들
의자에 앉아
핸드폰과
무언의 대화에 푹 빠진다
조용하기도 하고
전날 먹은 취기마저 오르는지
무거워진 눈꺼풀이 스르르 잠기며
꾸벅꾸벅 인사를 하다
목적지인 전철역을 지나쳤는지
갑자기 눈이 떠지고
후다닥 뛰쳐나온 승강장에서
잠시 미소를 지었다
전철역을 나와
가을바람이 부는
9월의 어느 하루를 시작한다
====================
+ 9월 첫날의 노래 / 정연복
활활 타오르던
불의 계절은 지나갔다
이제 안으로
깊어가야 할 때.
불덩이 같았던 가슴
냉정을 되찾아
삶도 사랑도 차분히
익어가야 할 때.
서서히 단풍 물들어 갈
채비를 하는 저 이파리들같이
나의 생 나의 마음도
느릿느릿 곱게 물들어가기를.
------------------------------------
+ 구월의 창가에서 / 오애숙
가끔 찻잔 속에 머무는 것 있어요
따사로운 숨결처럼 스미는 맘속 사랑
내 맘 가득 피어나는 그대 향그럼
가끔 차 한 잔 속에 휘날리는 향그럼
그대 스치는 밝은 미소 속에
해맑음 맘 가득 피어나는 봄 햇살 같은 그대
가끔 찻잔에 머무는 깨달음 있기에
소슬 바람결 사각이는 삶의 언저리에서
우듬지로 우뚝 서는 뿌리 깊은 나무
가끔 찻잔 속에 휘날리는 그대 향기
서쪽 하늘에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
속 마지막 남은 희망의 단풍잎 그리움
가끔 찻잔 속에 머무는 그대 그리움
따사로운 그대 숨결에 슬어 휘날리고픈 맘
넉넉한 한가위 가을 향그롬이고 싶어요
----------------------------------
+ 구월이 오는 소리 / 김선목
고개 숙인 벼 이삭이
오랜 감금에서 탈출하며
몽땅 내주는 소리가 좋다
떨어진 밤톨 줍는 아이들의
주머니 넘치는 소리!
비닐봉지 찾는 소리가 좋다
얼씨구나! 좋다. 좋아
방앗간 돌아가는 소리에
떡시루 찌는 소리가 좋다
산들산들 갈바람에
흥얼거리는 풍요!
구월의 노랫소리가 좋다
----------------------------------
+ 9월을 사랑합니다 / 윤보영
9월을 사랑합니다.
차 한 잔을 들고
아쉽다며 따라나선
8월을 달래는 9월입니다.
더러는 아픈 기억도 있었고
또 더러는 힘든 여운도 담겼지만
좋아, 좋아하는 기분에 묻힌 8월
마무리하고 보니
모두가 내 넉넉한 9월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이제 9월은 열매 맺을 생각에
미소 짓는 들꽃처럼
숱한 8월을 사랑으로 보냈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보내렵니다.
바람 부는 10월에도
넉넉함이 이어지게
내 안에도 내 밖에도
사랑으로 가득 채우겠습니다.
=====================
+ 9월의 사랑채에서 / 이영지
하늘이 하늘만큼 높아요 그래서요
아리랑 아리이랑 구월을 꽃피워요
죽으면 안되니까요 코스모스 피워요
국화꽃 피워봐요 구하고 싶어서요
꽃이랑 꽃이랑요 모두를 구하고파
모두를 살려달라고 노오랗게 피워요
마지막 이별이라 아리랑 아라이랑
늦어도 한참늦어 서둘러 피어워
늦어도 한참늦어도 꽃이라면 모두요
----------------------------------------
+ 그리고 구월이 왔다 / 신현락
그리고
구월이 왔다
그건 무엇이었을까
만원 버스를 타고 가다
사람들 땀 냄새 배인 등에 기대어
코를 찡그리고 있을 때
스쳐가던
투명한 향기
나를 통과해 가는
시간의 화살 같은 것
서둘러 버스를 내리면
그 화살이 날아가던
구월의 저녁은
깃털 구름 푸른 하늘
서늘하고 근심스런 표정으로
나를 내려보고
저릿저릿
갈비뼈 한 쪽이 아련해지는
상실의 통증
그렇게 하루가 저무는
좁은 골목길을 돌아가는 어디쯤에서
‘이봐’ 하면서 어깨를 칠 것 같은
우연한
예감 같은 것
검푸른 저녁 하늘로
흩어지는 구름새의 깃털들
사뿐 내려앉는
언덕 위의 나무들이
숨겨놓은 구름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가벼운 울음
휘파람같이
쓸쓸하고 높게
너와 나를 통과해가는
시간의 빛
광속으로 날아가는
그게 무엇이었을까
그 하루는
다락방 창문으로
모든 게 미안하고
이제는 모든 게
조심스러워졌다는
네 편지가 배달되었고
구월의 저녁 하늘을 날아와
나무가 숨겨 놓은 내 방 주위를
배회하던 새의 깃털 같기도 했던
구름하늘나무바람새를 거느리는
텅 빈 충만과 내 등 뒤에서
화살 날아간 뒤
가늘게 떨리는
공기의 파장 같은 것
어제가 오늘 하루를
투명하게 통과해가는
시간의 구름깃털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요원한 구월의
하루 또 하루……
---------------------------------------
+ 9월 중턱 바라보면서 / 오애숙
와우 금물결 출렁이며
춤추는 들녘이 참새와 정겹게
풍요를 노래합니다
산야에선 날 보러보라
새 단장하며 울긋불긋 옷을
예쁘게 갈아입는 중이고
부지런이 월동 준비하자
아빠 엄마는 아기 다람쥐에게
재촉하는 가을입니다.
단풍이 내게도 미소하며
어서 인생의 겨울 준비하라고
9월이 내게 말하고 있네요
_______ *55
9월 / 심재원
구월은 / 김영희
9월 기도 / 장성우
9월에는 / 김승호
----------------------
9월의 시 / 나태주
9월 장미 / 윤관영
구월의 문 / 이선행
구월의 섬 / 김평배
------------------------
9월의 구애 / 여성민
9월의 기도 / 강이슬
9월의 노래 / 김승호
9월의 당부 / 성백군
--------------------------
9월의 마음 / 노정혜
9월의 미발 / 김성대
9월의 사랑 / 박영란
9월의 사랑 / 신성호
--------------------------
9월의 소리 / 황병준
9월의 향기 / 문장우
9월이 간다 / 조정기
나의 9월은 / 서정윤
--------------------------
구월 끝자락 / 임재화
구월은 가네 / 유영서
구월의 기도 / 문혜숙
구월의 문턱 / 오애숙
---------------------------
구월의 사람 / 이기영
구월의 사랑 / 김찬열
구월의 저녁 / 염창권
구월의 하늘 / 황영철
---------------------------
구월의 향기 2 / 오애숙
구월이 오면 / 김경숙
구월이 오면 / 박소향
구월이 오면 / 이종숙
---------------------------
구월이 와도 / 이재무
반가운 9월 / 윤보영
9월과 구월들 / 김미정
9월에 만나요 / 나태주
----------------------------
9월을 보내며 / 민혜옥
9월을 보내며 / 이유식
9월의 개망초 / 정연복
9월의 아침에 / 안정순
----------------------------
9월의 어느 날 / 김수미
9월이여 안녕 / 윤보영
구월의 아침들 / 장석주
9월 아침의 묵상 / 도지현
--------------------------------
9월에 아침이면 / 정재삼
9월을 맞는 마음 / 박의용
9월의 문을 열며 / 도지현
9월의 어느 하루 / 김경철
--------------------------------
9월 첫날의 노래 / 정연복
구월의 창가에서 / 오애숙
구월이 오는 소리 / 김선목
9월을 사랑합니다 / 윤보영
-----------------------------------
9월의 사랑채에서 / 이영지
그리고 구월이 왔다 / 신현락
9월 중턱 바라보면서 / 오애숙
___________
9월 시 모음 4
+ 9월 / 김영미 아침부터 팔딱거리는 가슴 어제 마신 술 탓은 아닌 게 분명한데 무엇인가 필히 낯만 붉히다 떠나던가 바람결에 손 등을 문지르다 살짝, 입맞춤은 예삿일이다 어쩌다 가시만 남은
dowon323.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