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여름 (20) 썸네일형 리스트형 여름 시 모음 1 + 여름 / 권오범 모든 것이 바쁘다 해는 화끈하게 삶고 싶고 장마는 구름에 물 적셔와 세상 물바다 만들고 싶고 그 등쌀 아랑곳없이 살아남아 기어이 대를 이으라고 바람이 초목들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후덥지근하게 지쳐버린 중복 허리 사람도 덩달아 수고로워야 한다 햇볕 피하랴 비 피하랴 시들고 물손받은 먹을거리들 어떡하든 살려 내랴 선풍기 냉장고 에어컨 부채라고 해서 마음 놓고 쉴 새 있겠는가 누워 빈둥대지 말고 하다못해 모기라도 쫓아야지 하루살이들 이별 파티 때문에 가로등마저도 ----------------------+ 여름 / 손석철 세월이란 그림 그리시려고 파란색 탄 물감솥 펄펄 끓이다 산과 들에 몽땅 엎으셨나봐 ------------------- +.. 6월 시 모음 3 + 6월 / 김달진 고요한 이웃집의 하얗게 빛나는 빈 뜰에 우에 작은 벚나무 그늘 아래 외론 암탉 한 마리 백화와 함께 조을고 있는 것 판자 너머로 가만히 엿보인다 빨간 촉규화 낮에 지친 울타리에 빨래 두세 조각 시름없이 널어두고 시름없이 서 있다가 그저 호젓이 도로 들어가는 젊은 시악시 있다 깊은 숲 속으로 나오니 6월 햇빛이 밝다 열무꽃밭 한 귀에 눈부시며 섰다가 열무꽃과 함께 흔들리우다 ---------------------+ 6월 / 이정화 사방이 풋비린내로 젖어 있다 가까운 어느 산자락에선가 꿩이 울어 반짝 깨어지는 거울, 한낮 초록 덩굴 뒤덮힌 돌담 모퉁이로 스르르 미끄러져 가는 독배암 등줄기의 무지개 너의 빳빳한 고독과 독조차 마냥 고웁다 이 대명천지 햇볕 아래서는 -----------.. 6월 시 모음 2 + 6월 / 고은영 네가 푸르면 문득 내가 더 푸르러지고 네 가쁜 숨결로 찬연하게 내뿜고 사정하는 애액만으로도 이 얼마나 찬란한 행복이냐 이 얼마나 황홀한 전율이냐 태초부터 너는 날 위해 만들어진 지극하 사랑 부족한 날 위해 준비된 성찬 ---------------------+ 6월 / 반기룡 푸른 제복 입고 저벅저벅 걸어오시네 푸른 면류관에 치렁치렁 매달린 연둣빛 이파리가 벙긋 인사를 하고 거북등처럼 투박했던 갈참나무 등허리도 함지박만 한 잎사귀 코끼리 귀 나풀거리듯 시종일관 바람에 맞춰 진양조장단으로 춤을 추네 푸른 숲을 헤치며 산새는 유성처럼 날아가고 -------------------- + 6월 / 박건호 이 세상 슬픈 것들은 모두 6월의 산하에 갖다 놓아라 여름으로 접어드는 길목 신록은 .. 6월 시 모음 1 + 6월 / 김수복 저녁이 되자 모든 길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추억 속에 환히 불을 밝히고 6월의 저녁 감자꽃 속으로 길들은 몸을 풀었다 산 너머로, 아득한 양털구름이 뜨거워져 있을 무렵 길들은 자꾸자꾸 노래를 불렀다 저물어가는 감자꽃 밭고랑 사이로 해는 몸이 달아올라 넘어지며 달아나고, 식은 노랫가락 속에 길들은 흠뻑 젖어 있었다 -------------------- + 6월 / 김용택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종일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