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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에 관한 시 2 + 겨울나무 / 강남주 외롭지 않다.  잔인하게 더욱 잔인하게  외롭지 않다.  바람 한 오라기  깊은 상처를 꿰매고 있나니  사랑한다는 것은  발가벗고 끝내 떨지 않으며  외롭지 않다고  몸부림하는 일이다  --------------------------- + 겨울나무 / 강민경 햇빛을 쫓아가지도 않으면서  그 사랑 다 차지하는 너  구태여  멋진 풍경이 되겠다는 욕심 없이도  멋이란 멋은 다 지닌 너  수백 년 엮어낸 세월 외고집으로  겨울 풍상마저  스스럼없이 안을 수 있는 너  오랜 기억 채취에 담아  향기 미쁜 찬란한 날에 숨겨진 속살  여무는 희망의 낱알은  나뭇잎 떨어낸 길 언저리에서도  봄이 있어  내 마음 편안하다  --------------------------+ 겨울나무 / 공광규 저..
겨울나무에 관한 시 1 + 나목 / 성백균 추울 텐데 한 잎 한 잎 입성을 모두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겨울 문턱을 들어서는 나목 삶이란 나목처럼 때가 되면 내려놓는 것 나뭇잎 떨어지듯 명예도 권세도 부도 다 내려놓아야 편한 것 거친 겨울바람도 쉽게 지나가고 지나가야 다시 올 수 있지 차면 비워지고 비우면 채워지고 그러니까 회계도 하고 가난도 이기면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지 알몸, 저 겨울나무 춥기야 하겠지만, 수치는 아니야 용기지 봄은 용감한 사람에게만 오는 거야 --------------------+ 나목 / 이현우 이제 곧 자유를 얻으리라. 아름다운 전쟁도 막을 내리고 꽃이었다가 열매였다가 마침내 바람으로 몇 안 남은 미련마저 다 지워버린 겨울, 여백의 평화. --------------------+ 나목 / 정연복 봄, 여..
겨울 시 모음 5 + 겨울 / 김정석 겨울다운 겨울이 없다 눈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린다 자주 미세먼지 재앙이 반복되고 마른 국화꽃이 또렷하게 달려있다 풀빛이 푸르다 진정 추워야 농사가 잘 된다 했다 겨울다운 겨울없이 지나가려고 한다 소한 대한 추위는 존재감이 없다 이상 기온으로 미세먼지로 독감이 기승을 부린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진정 겨울이 된다. -----------------------------+ 나목(裸木) / 정연복 봄, 여름, 가을 잎새들 무성한 찬란한 세 계절에는 스치는 바람에도 뒤척이며 몸살을 앓더니 겨울의 문턱에서 그리도 빛나던 잎새들 털어 내고서는 생명의 기둥으로   우뚝 서 있는 너 떨칠 것 미련 없이 떨치고 이제 생명의 본질만 남아 칼바람에도 미동(微動) 없이 의연한 모습의 오! 너의 거룩한 생애 --..
겨울 시 모음 4 + 밤 눈 / 김광규 겨울밤 노천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되고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 온갖 부끄러움 감출 수 있는 따스한 방이 되고 싶었다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바깥이 되고 싶었다 ---------------------+ 첫 눈 / 이정하 아무도 없는 뒤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은 혹시나 네가 거기 서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나 너는 아무 데도 없었다. 낙엽이 질 때쯤 나는 너를 잊고 있었다. 색 바랜 사진처럼 까맣게 너를 잊고 있었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지금, 소복소복 내리는 눈처럼 너의 생각이 싸아하니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그토록 못 잊어 하다가 거짓말처럼 너를 잊고 있었는데 첫눈이 내린 지금 자꾸만 휑하니 비어 오는 내 ..
겨울 시 모음 3 + 겨울 / 정태중 춥다 입동을 먹었다 보일러 밥통엔 희연 안개 피고 고드름 하나 연통끝에서 차갑게 핀다 마음엔 한 송이 꽃 하얗게 입춘 그립다 ---------------------+ 나목 / 성백균 추울 텐데  한 잎 한 잎 입성을 모두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겨울 문턱을 들어서는  나목  ​삶이란 나목처럼  때가 되면 내려놓는 것  나뭇잎 떨어지듯 명예도 권세도 부도  다 내려놓아야 편한 것  거친 겨울바람도 쉽게 지나가고  ​지나가야 다시 올 수 있지  차면 비워지고  비우면 채워지고  그러니까 회계도 하고 가난도 이기면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지  ​알몸, 저 겨울나무  춥기야 하겠지만, 수치는 아니야  용기지  봄은 용감한 사람에게만 오는 거야 -----------------------+ 겨울..
겨울 시 모음 2 + 겨울 / 옥윤정아무것도 바라고  원하는 것도 없이 자신의 곱디고운 모습 고스란히  내려놓고 말없이 주고 갔는데 가을의 자리 슬그머니 차지하고 자기 세상이라고 히죽히죽 웃으며 즐거운 마음 따뜻한 가슴도 모른 체 차가움만 갔다 놓고는 쓸쓸히 웃고 있는 해님을 빨리 가라 등을 밀어 버리기까지 너의 욕심은 어디까지야 훈훈하게 불던 바람도  비켜 갈 수 없는 듯 휘몰아치고 너를 맞이하는 마음 아려오며 그리움 되어 오는 시린 가슴 어찌하랴 --------------------+ 입동 / 윤보영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이다. 무를 뽑고 배추도 뽑아 김장을 담그는...... 내 사랑도 시작이다 가을에 담아둔 따뜻한 생각으로 지금부터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그리움으로 시작이다 ------------------------+..
겨울 시 모음 1 + 겨울 / 조병화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본다 ​바람이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서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내어 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 몸을 준비한다 묵묵히. ------------------+ 동면 / 임보 겨울 산은 눈 속에서 오소리처럼 웅크리고 잠들어 있다. ​산의 체온을 감싸고 돋아나 있는 빽빽한 빈 잡목의 모발(毛髮)들 ​포르르르 장끼 한 마리 포탄처럼 솟았다 떨어지자 ​산은 잠시 눈을 떴다 다시 감는다. ------------------------+ 겨울강 / 도종환 얼어붙은 강을 따라 ..
12월 시 모음 5 + 12월 / 백무산 늦가을 남은 잎새마저 가져가느라고 바람엔 가시가 돋았습니다 길섶 마른 풀들은 손을 흔들고 들은 저 낮게 흐르는 가을강을 따라 한 생의 시간들을 흘려 보내며 여위어갑니다 그들이 외로워 보여 손을 내밀어보지만 내 존재의 경계는 자꾸 허물어져 시간의 상처만 손바닥에 바스락거립니다 나에게도 그만큼의 시간이 빠져나가 내 몸에서도 자꾸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잡았던 손이 풀리고 그곳엔 허공이 채워집니다 그럴수록 나는 안간힘을 다해 그대를 떠올립니다 자꾸 그대 따뜻한 이름을 불러봅니다 뜨거웠던 날들은 몸이 미치는 곳까지가 나 자신이더니 11월엔 사랑이 미치는 곳까지가 나 자신입니다 ---------------------+ 12월 / 신하식 첫날부터 우산을 써야겠네 웬 비야 겨울비  소복이 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