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 옥윤정
아무것도 바라고
원하는 것도 없이
자신의 곱디고운 모습 고스란히
내려놓고 말없이 주고 갔는데
가을의 자리
슬그머니 차지하고
자기 세상이라고 히죽히죽 웃으며
즐거운 마음 따뜻한 가슴도 모른 체
차가움만 갔다 놓고는
쓸쓸히 웃고 있는 해님을 빨리 가라
등을 밀어 버리기까지
너의 욕심은 어디까지야
훈훈하게 불던 바람도
비켜 갈 수 없는 듯 휘몰아치고
너를 맞이하는 마음 아려오며
그리움 되어 오는 시린 가슴 어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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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동 / 윤보영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이다.
무를 뽑고
배추도 뽑아
김장을 담그는......
내 사랑도 시작이다
가을에 담아둔
따뜻한 생각으로
지금부터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그리움으로 시작이다
------------------------
+ 겨울 꽃 / 김춘수
잎을 따고 가지를 친다.
하늘이 넓어진다.
살을 버리고 뼈를 깎는다.
뼈를 깎아서 뼈를 드러낸다.
바다를 다 적신 피 한 방울,
그것은 언제나 가고 있다.
넓어진 하늘로
드러난 뼛속의 드러난 뼛속으로
그것은 언제나 가고 있다.
------------------------
+ 겨울날 / 신경림
우리들
깨끗해지라고
함박눈 하얗게
내려 쌓이고
우리들
튼튼해지라고
겨울바람
밤새껏
창문을 흔들더니
새벽하늘에
초록별
다닥다닥 붙었다
우리들
가슴에 아름다운 꿈
지니라고
=============
+ 겨울비 / 용혜원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가
봄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아우성으로 내리는
여름날의 소낙비와 다르게
사랑하는 연인을 보내는 이처럼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겨울비는 지금
봄이 오는 길을 만들고 있나 봅니다
긴 겨울이 떠나고
짧은 봄이 오더라도
꽃들이 활짝 피어나면 좋겠습니다
봄이 오면
그대 내 마음에
또다시 그리움을 풀어놓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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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숲 / 신경림
굴참나무 허리에 반쯤 박히기도 하고
물푸레나무를 떠받치기도 하면서
엎드려 있는 나무가 아니면
겨울 숲은 얼나마 싱거울까
산짐승들이나 나무꾼들 발에 채여
이리저리 뒹굴다가
묵밭에 가서 처박힌 돌멩이들이 아니면
또 겨울 숲은 얼마나 쓸쓸할까
나뭇가지에 걸린 하얀 낮달도
낮달이 들려주는 얘기와 노래도
한없이 시시하고 맥없을 게다
골짜기 낮은 곳 구석진 곳만을 찾아
잦아들듯 흐르는 실개천이 아니면
겨울 숲은 얼마나 메마를까
바위틈에 돌 틈에 언덕배기에
모진 바람 온몸으로 맞받으며
눕고 일어서며 버티는 마른풀이 아니면
또 겨울 숲은 얼마나 허전할까
------------------------
+ 겨울은 / 구분옥
가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긴 겨울 준비를 하고
텅 빈 곳간을 채우며
곳곳마다 가을을 저장했습니다
살뜰히 들녘을 옮겨 놓고서야
풍년가 노랫소리 절로 나오고
우여곡절 많았던 봄 여름 가을 지나
겨울이 오니 가정에 평화가 깃듭니다
날이 갈수록 마음은 오동통하게 살찌고
몸은 새털처럼 가벼워집니다
겨울은 그렇게 어머니 품속같이 푸근한
사랑을 잉태하는 계절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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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나무 / 도종환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 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
+ 겨울 나무 / 문정희
감나무에 박힌 나뭇잎사귀
막대기로 툭툭 치지마라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도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뼛속까지 깨우쳐 준 이가 바로 그여서
무릎 꿇고 정말 큰 절을 하고 싶어
오늘도 부처 같은 말씀
몸통 째 뚝뚝 떨어져
무슨 깨우침의 말인지 잘 알지 못했지만
얼마나 구구절절 깊고 장엄한지
삶은 파도 거품 같은 것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확실하게 보여주는 기술은
지구 어디에도 이들을 능가할 자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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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나무 / 이재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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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나무 / 장석주
잠시 들렀다 가는 길입니다.
외롭고 지친 발걸음 멈추고 바라보는
빈 벌판
빨리 지는 겨울 저녁 해거름 속에
말없이 서있는
흠 없는 혼
하나
당분간 폐업합니다. 이 들끓는 영혼을
잎사귀를 떼어 버릴 때
마음도 떼어 버리고
문패도 내렸습니다.
그림자
하나
길게 끄을고
깡마른 체구로 서 있습니다.
--------------------------
+ 겨울 나무 / 홍문표
겨울나무는
외로운 바람이다.
일 년 내내 들녘을 헤메던
갈망의 손짓들이
앙상한 가지 끝에 매달려
잉잉 울어대는 바람이다.
겨울 나무는
하얀 눈밭에 버틴 초병이다.
동구 밖 길가에 열병을 하고
밀물처럼 밀려오는 겨울밤의 고독을 지켜주는
용감한 초병이다.
겨울 나무는
잠자는 나비의 꿈이다.
무성하던 잎새들의 기억에
온몸을 온몸을 떨며
소로륵 눈이 내리는 밤이면
한 마리 노오란 나비가 되어
초록의 하늘을 난다.
겨울 나무는
봄이 오는 골목이다.
눈 덮인 지하에 뿌리를 내리고
진달래 꽃길을 마련하는
분주한 길목이다.
===============
+ 겨울 들판 / 이상교
겨울 들판이
텅 비었다
들판이 쉬는 중이다
풀들도 쉰다
나무들도 쉬는 중이다
햇볕도 느릿느릿 내려와 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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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바다 / 김덕성
많은 인파로
흥청거리던 겨울 바다
지금은
인척이 끊겨 한가로운 겨울 바다
저 끝에는
하늘과 바다가 맞닿았는데도
거부감 없이
마주 보면서 다정하게
한 몸을 이룬다
길고 넓음도
푸름도
쌍둥이처럼 닮은 수평선
오늘도 바다는
가슴을 펴고
아주 멀리서 푸른 몸으로 다가오면서
힘차게 외친다
넓은 가슴으로 푸르게 사는
나를
닮으라고...
-------------------------
+ 겨울바다 / 오경옥
무슨 말이든 전할 수 없을 때
어떻게든 주어진 상황과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때
기다림에 가슴 먹먹하도록 그리워질 때
침묵해야 한다고 생각될 때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다름과 차이 앞에서 혼란스러울 때
존재에 대한 정체성 앞에서
갈등과 번민에 휩싸일 때
그래도 견디어야 한다고 생각될 때
달려가곤 했었지
무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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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바람 / 김용택
당신과 헤어져
걷는 길에
겨울 찬바람 붑니다
내 등 뒤에
당신이 꼭 계실 것 만 같아
뒤 돌아다보면
야속한 바람만 불어 댔습니다
뜨거운 눈물 삼키며
휘청이는 내 발들 위로
억새 꽃잎 같은 눈발이
서성거렸습니다
그래도
그래도
행여 당신 모습 잡힐랑가
뒤 돌아보면
섬진강 갈대들이
몸 비비며 사노라면
그러노라고
무수히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 갈대밭에
내 까칠한 머리 풀어놓고
걷자 걷자
당신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
겨울 찬바람만
휘몰아쳤습니다
==============
+ 겨울 배추 / 정대호
따뜻한 가슴으로 감싸고 싶다
겉잎은 누렇게 말라가며
진딧물도 배추벌레도
고추벌레도
내 몸을 갉아 먹고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도
그 벌레를 잡아먹고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도
넓은 잎 치마 둘러
한겨울 내내
이렇듯 추위를 막아주고 싶다
살아가는 나에게
내 피를 먹고 사는 너에게
함께 어울려 생명이라 말하고 싶다
그러다 배추는
제 잎이 먼저 얼어
녹아내린다.
----------------------------
+ 겨울 사랑 /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 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
+ 겨울 사랑 /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움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들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온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
+ 겨울 사랑 / 임영준
다시 그대를 만날 수 있다면
하얀 눈이 되고 싶습니다
뽀드득 밟히기도 하고
소담스레 뭉쳐지는
정겹기만 한 기쁨이고 싶습니다
영영 그대를 만날 수 없다면
그리움을 꽁꽁 품을 수 있는
만년 얼음이고 싶습니다
햇살 아래 일렁이면서도
머뭇거리지 않는
뿌리 깊은 아픔이고 싶습니다
=================
+ 겨울 아가 1 / 이해인
눈보라 속에서 기침하는
벙어리 겨울나무처럼
그대를 사랑하리라
밖으로는 눈꽃을
안으로는 뜨거운 지혜의 꽃 피우며
기다림의 긴 추위를 이겨 내리라
비록 어느 날
눈사태에 쓰러져
하얀 피 흘리는
무명의 순교자가 될지라도
후회 없는 사랑의 아픔
연약한 나의 두 팔로
힘껏 받아 안으리라
모든 잎새의 무게를 내려 놓고
하얀 뼈 마디 마디 봄을 키우는
겨울나무여
나도 언젠가는
끝없는 그리움의 무게를
땅 위에 내려 놓고 떠나리라
노래하며 노래하며
순백의 눈사람으로
그대가 나를 기다리는
순백의 나라로
----------------------------
+ 겨울 아가 2 / 이해인
하얀 배춧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 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해
헛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
---------------------------
+ 겨울 연가 / 나태주
한겨울에 하도 심심해
도로 찾아 꺼내 보는
당신의 눈썹 한 켤레
지난여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던 그것들
움쩍 못하게 얼어붙은
저승의 이빨 사이
저 건너 하늘의 한복판에
간혹 매운바람이 걸어놓고 가는
당신의 빛나는 알몸
아무리 헤쳐도 헤쳐도
보이지 않던 그 속살의 깊이
숙였던 이마를 들어 보일 때
눈물에 망가진 눈두덩이
그래서 더욱 당신의 눈썹 검게 보일 때
도로 찾아 듣는
대이파리 잎마다에 부서져
잔잔히 흐느끼는
옷 벗는 당신의 흐느낌 소리
가만가만 삭아드는 한숨의 소리
---------------------------
+ 겨울 장미 / 나태주
너를 사랑하고 나서
누구를 다시 더 사랑한다
그러겠느냐
조금은 과하게 사랑함을
나무라지 말아 다오
하나밖에 없는 것이
정말로 사랑이라
그러지 않았더냐
===============
+ 겨울 차장 / 나태주
너의 생각 가슴에 안으면
겨울도 봄이다
웃고 있는 너를 생각하면
겨울도 꽃이 핀다
어쩌면 좋으냐
이러한 거짓말
이러한 거짓말이 아직도
나에게 유효하고
좋기만 한 걸
지금은 이른 아침
청주 가는 길
차창 가에 자욱한 겨울 안개
안개 뒤에 옷 벗은
겨울나무들
왜 오늘따라 겨울 안개와
겨울나무가 저토록 정답고
가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냐
---------------------------
+ 겨울 천렵 / 최영규
얼어붙어 버린 온기를 안주삼아
소주도 한 잔 뿌려 태운다
뽕나무, 밤나무, 엄나무
오랜만에 저 없어지는 줄도 모르고
불꽃으로 뽐을 낸다
우쭐대는
아신리 김 이장처럼
송촌리 최 반장처럼
옆집 어른 맨 날 얘기하는
동동구루무, 포마드 기름은
번쩍 번쩍
옛날 얘기에 펑 취했고
불꽃을 찾아 나들이 온
이쁜 나비 날개핀
꽂고 다니는
양수리 설다방 명다방
티켓 아가씨
불꽃에 비친 얼굴이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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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편지 / 안도현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
+ 겨울 편지 / 진의하
그대는
그토록 아름다운 꽃동산에서
평화롭게 속삭이던 벌과 나비들이
어디로 떠나버렸는지를
생각하여 보셨나요
꽃이 지고
낙엽이 지고
풀잎마져 누워버린 자리
먼 하늘에 기대 선
빈가지만 떨고 있을 뿐인데요
지금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지만
스쳐가는 많은 사연들
삶의 희노애락이 때 묻은 곳이죠
다만 허공에 걸어놓은 빈 마음 하나
가는 길 어디쯤인가
가지 가지마다
백옥같은 눈송이로 포근히 채워
추억의 발자국만 찍고 있어요.
================
+ 겨울 풍경 / 천양희
헐벗은 나무
둥지 튼 새들은 떠나갔다
허둥대는 바람같이
떠도는 마음 하나 못 붙들고
삶은 종종 살얼음판이었다
나는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어째서
같이 살면서 혼자 일어서야 하고
사람들은 어째서
낯선 거리 떠돌며
돌아가려 하는지
봄은 아직 멀었는데
기다렸다 기다렸다 기다렸다
눈보라 헤치며 어느 날
---------------------------
+ 이 겨울에 / 김남주
한파가 한차례 밀어닥칠 것이라는
이 겨울에
나는 서고 싶다 한 그루의 나무로
우람하여 듬직한 느티나무로는 아니고
키가 커서 남보다
한참은 올려다봐야 할 미루나무로도 아니고
삭풍에 눈보라가 쳐서 살이 터지고
뼈까지 하얗게 드러난 키 작은 나무쯤으로
그 나무 키는 작지만
단단하게 자란 도토리나무
밤나무골 사람들이 세워둔 파수병으로 서서
그 나무 몸집은 작지만
다부지게 생긴 상수리나무
감나무골 사람들이 내보낸 척후병으로 서서
싸리나무 옻나무 너도 밤나무와 함께
마을 어귀 한구석이라도 지키고 싶다
밤에는 하늘가에
그믐달 같은 낫 하나 시퍼렇게 걸어놓고
한파와 맞서고 싶다
------------------------------
+ 겨울 나그네 / 박재삼
마흔다섯으로 접어드니
세월은 '할 수 없다, 할 수 없다'하면서
내 이마에 잔주름을 잡고
허리 밑에 찬바람을 일으키고
머리 위에는 눈발을 날려
영낙없는 겨울 나그네의 이 쓸쓸함이여
솔잎에 송충이던가,
오장육부(五臟六腑)도 갉다가
살갗도 갉다가
아침 밥숟갈 드는 손의 힘도 앗아가고
무엇도 앗아가고 무엇도 앗아가더니
마지막 눈 정신(精新) 쪽에는 그래도
남겨줄 것을 남겨주었더라는 듯,
막내아이 치는 팽이가
한창 신을 내고 돌아가는 판에
햇빛이 장난치듯 감겨들고 있는 것을,
오, 아이의 손에 세월이 잠깐 묶이고 있는 것을,
눈물겨운 광경으로 환히 환히 내려다보노라
-----------------------------
+ 겨울나무에 / 권달응
서리가 내리기 전에
나는 너의 귀를 자르겠다.
사나운 바람을
듣지 못하도록,
눈이 내리기 전에
나는 너의 혀를 자르겠다.
모진 추위를
말하지 못하도록,
이제 나는
모든 것을 차단하겠다.
고통 받고 살아가는
들어도 침묵하고 살아가는
추운 세상을
네가 알지 못하도록,
=================
+ 겨울 만다라 / 임영조
대한 지나 입춘날
오던 눈 멎고 바람 추운 날
빨간 장화 신은 비둘기 한 마리가
눈 위에 총총 총 발자국을 찍는다
세상 온통 한 장의 수의에 덮여
이승이 흡사 저승 같은 날
압정 같은 부리로 키보드 치듯
언 땅을 쿡쿡 쪼아 햇볕을 파종한다
사방이 일순 다양하게 부풀어
내 가슴속 빈터가 확 넓어지고
먼 마을 풍매화 꽃 벙그는 소리
들린다, 참았던 슬픔 터지는 소리
하얀 운판을 쪼아 또박또박 시 쓰듯
한 끼의 양식을 찾는 비둘기
하루를 헤집다 공친 발만 시리다
아니다, 잠시 소요하듯 지상에 내려
요기도 안 될 시 몇 줄만 남기면 되는
오, 눈물겨운 노역의 작은 평화여
저 정경 넘기면 과연 공일까?
혼신을 다해 사바를 노크하는
겨울 만다라!
----------------------------
+ 겨울비 사랑 / 오보영
네가 보고 싶어서
추운 겨울 지나기 전에
꼭 한 번은 다시 와야겠기에
비가 되어 왔단다
사실은 네게
더 좋은 모습 보여주려고
하얀 눈으로 깨끗하게
몸단장을 하고 오려했지만
쌓이고 나면
네가 하도 불편해하길래
널 생각해서
민낯 얼굴 그대로 내달려왔단다
------------------------------
+ 겨울 산에서 / 이해인
추억의 껍질 흩어진 겨울 산길에
촘촘히 들어앉은 은빛 바람이
피리 불고 있었네
새 소리 묻은 솔잎 향기 사이로
수없이 듣고 싶은 그대의 음성
얼굴은 아직 보이지 않았네
시린 두 손으로 햇볕을 끌어내려
새 봄의 속옷을 짜는
겨울의 지혜
찢어진 나목의 가슴 한켠을
살짝 엿보다
무심코 잃어버린
오래 전의 나를 찾았네
------------------------------
+ 겨울의 노래 / 서정윤
겨울입니다
내 의식의 차가운 겨울
언제라도 따스한 바람은 비켜 지나가고
얼음은 자꾸만 두터운 옷을 껴입고
한번 지나간 별빛은
다시 시작할 수 없습니다
눈물이 떨어지는 곳은
너무 깊은 계곡입니다
바람이 긴 머리를 날리며 손을 흔듭니다
다시는 시작할 수 없는
남루한 의식의 겨울입니다.
==================
+ 겨울 집짓기 / 한승필
내 허공속 무허가 집짓기는
하천부지에 벽돌을 쌓고
달도 몰래 별도 몰래
아귀도 맞지않는 문틀을 넣고
도시계의 도깨비눈 가릴수야 없지만
끝내는 슬레이트 지붕을 얹어
하늘을 외면하고 잔별밭에 숨는다
외벽도 바르지 않은 방에 도베를 하고
내일쯤엔 가재도구들을 옮겨야 하는
그래도 산93-1번지가 틀림없는
정말 내일밤엔 보름달 귀를 열고
인감도장 같은 두눈을 찍어
내 삶을 변명할 입도 그려 넣어야지
올망졸망 네식구를 지킬수만 있다면
십자가를 지듯 안방에 큰댓자로 누워
삽살개처럼 기다리련다 도시계의 거미손
허공에 폐균섞인 가래침을 뱉더라도
입주하는 날에는 황사가 잠들겠지
그래 맑은 바람으로 세수를 하고
촛불 밝혀 연탄보일러도 돌려야겠지
장기판의 묘수풀이 같은
주택복권 1등 당첨같은 그래도 정문에
문패와 우체통은 달아야지
이불속에서만 두다리를 펼 수 있는
진짜 허공속 거미집 같은 무허가집
창안으로 보름달이 친구되어 눕는다
------------------------------
+ 겨울 산길에서 / 이해인
추억의 껍질 흩어진 겨울 산길에
촘촘히 들어앉은 은빛 바람이
피리 불고 있었네
새 소리 묻은 솔잎 향기 사이로
수없이 듣고 싶은 그대의 음성
얼굴은 아직 보이지 않았네
시린 두 손으로 햇볕을 끌어내려
새 봄의 속옷을 짜는
겨울의 지혜
찢어진 나목의 가슴 한켠을
살짝 엿보다
무심코 잃어버린
오래 전의 나를 찾았네
-----------------------------
+ 겨울정원과 나 / 양선희
가지에 휘늘어진 주황(朱黃)
새들이 다 파먹었다.
구멍 깊은 색
새들 부리자국에
한입 댄다.
된서리 견딘 속살
혀끝으로 굴린다.
달콤하다.
살아나는 색들
보고, 만지고, 핥고 싶어
겨울 나뭇가지에 매달린다.
새는 색을 쪼고
색은 나를 쫀다.
새와 나
겨울 볕 드는 나무 아래
색에 홀린다.
살, 맛 난다.
-----------------------------
+ 그해 겨울 나무 / 박노해
1
그해 겨울은 창백했다
사람들은 위기의 어깨를 졸이고 혹은
죽음을 앓기도 하고
온몸 흔들며 아니라고 하고
다시는 이제 다시는
그 푸른 꿈은 돌아오지 않는다고도 했다.
팔락이던 이파리도 새들도 노래소리도
순식간에 떠나보냈다.
잿빛 하늘에선 까마귀떼가 체포조처럼 낙하하고
지친 육신에 가차없는 포승줄이 감기었다.
그해 겨울,
나의 시작은 나의 패배였다.
2
후회는 없었다 가면 갈수록 부끄러움뿐
다 떨궈주고 모두 발가벗은 채 빚남도
수치도 아닌 몰골 그대로
칼바람 앞에 세워져 있었다.
언 땅에 눈이 내렸다.
숨막히게 쌓이는 눈송이마저 남은 가지를
따닥따닥 분지르고
악다문 비명이 하얗게 골짜기를 울렸다.
아무 말도 아무 말도 필요 없었다.
절대적이던 남의 것은 무너져 내렸고
그것은 정해진 추락이었다.
몸뚱이만 깃대로 서서 처절한 눈동자로
자신을 직시하며
낡은 건 떨치고 산 것을 보듬어 살리고 있었다.
땅은 그대로 모순투성이 땅
뿌리는 강인한 목숨으로 변함없는 뿌리일 뿐
여전한 것은 춥고 서러운 사람들아
산다는 것은 살아 움직이며 빛살 틔우는
투쟁이었다.
3
이 겨울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말할 수 없었다.
죽음 같은 자기 비판을 앓고 난 수척한 얼굴들은
아무데도 아무데도 의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디를 긁히며 나이테를 늘리며 부리는
빨갛게 언 손을 세워 들고
오직 핏속으로 뼛속으로 차오르는 푸르름만이
그 겨울의 신념이었다.
한 점 욕망의 벌레가 내려와 허리 묶은
동아줄을 기어들고
마침내 겨울나무는 애착의 띠를 뜯어
쿨럭이며 불태웠다.
살점 에이는 밤바람이 몰아쳤고 그 겨울 내내
모두들 말이 없었지만 이 긴 침묵이
새로운 탄생의 첫발임을 귿게 믿고 있었다.
그해 겨울,
나의 패배는 참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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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춥지 않은 겨울 / 서원용
속살을 헤치고 일어난 아침 햇살
벌벌 떨지만,
솜털 같은 함박눈이 있어
춥지 않아요.
매서운 바람에 우는 문풍지
바르르 떨지만,
하늘에서 노는 방패연이 있어
춥지 않아요.
해거름에 일찍 나온 아기별
발을 동동 굴러도,
할머니 옛날 얘기가 있어
춥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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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나무 스케치 / 홍수희
구부렸던 손가락을
하나 하나
펴보니 나무가 된다
휘감았던 두 팔을
느슨히
놓아주니 나무가 된다
저절로 무성했던
잎새, 가거라
보내니 나무가 된다
그 또한 겨울나무가 된다
더 이상은 바랄 것 없네
가난은 이리도 자유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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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언덕에 올라 / 배현순
삶의 저편에서
녹색 수건 흔들며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를
묻고 싶은 계절이 온다
하얀 눈이 푹푹 쌓이면
뜨거운 가슴이 그리워
화롯불 지피는 계절이 오는데
너의 웃음은 왜 굳어만 있는지 이유를
묻고 싶은 계절이 온다
백옥같이 하얀 처녀의 젖가슴
눈이 부셔 황홀경에 빠진 눈망울
왜 뜰 수 없는 지 그 이유를
묻고 싶은 계절이 온다
사랑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계절
하얀가슴 끌어안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계절
옷깃을 여미고 여미어도 파고드는 바람은
차갑게 살얼음 언 계절을
뜨겁게 달구어 달라며 소리치고 있다
우리, 더이상 그리워 그리워서
아파하는 물망초의 눈물은 지우기로 하자
우리, 손에 손을 잡고 가슴과 가슴을 비비며
푸른 하늘 한쪽 깨물고 일어서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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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의 문턱에서 / 오정방
이 겨울엔
설령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될지라도
능히 극복하고 헤쳐나갈 수 있기를!
이 겨울엔
설령 곤고한 처지에 이르게 될지라도
오래 인내하고 잘 견뎌낼 수 있기를!
이 겨울엔
설령 억울한 입장을 만나게 될지라도
용서로 보듬고 중보기도할 수 있기를!
이 겨울엔
설령 육신은 많이 갈하고 추울지라도
영혼만은 흡족하고 따뜻할 수 있기를!
이 겨울엔
설령 원치 않은 이별을 당케 될지라도
조금도 후회 없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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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해변강에서 / 서정윤
소리치고 있다
바다는 그 겨울의 바람으로
소리지르고 있었다
부서진 찻집의 흩어진 음악만큼
바람으로 불리지 못하는 자신이 초라했다
아니, 물보라로 날리길 더 원했는지도 모른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겨울의 바다
오히려 나의 기억 한장을 지우고 있다
파도처럼 소리지르며 떠나고 있다.
내가 바닷물로 일렁이면
물거품이 생병으로 일어나
나를 가두어두던 나의 창살에서
하늘로, 하늘로 날아오르고
그 바닷가에서 나의 모든 소리는
바위처럼 딱딱하게 얼어 버렸다
옆의 누구도 함께 할 수 없는
그 겨울의 바람이
나의 모든 것으로부터 떼어 놓았다
소리쳐 달리는 하얀 물살 꽃엔
갈매기도 몸을 피하고
바위조차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만
무너진 그 겨울의 기억을 아파하며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 내 속의 시간
오히려 파도가 되어 소리치는데
바다엔 낯선 얼굴만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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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겨울 아침에 / 이해인
몸 마음
많이 아픈 사람들이
나에게 쏟아놓고 간 눈물이
내 안에 들어와
보석이 되느라고
밤새 뒤척이는
괴로운 신음 소리
내가 듣고
내가 놀라
잠들지 못하네
힘들게 일어나
창문을 열면
나의 기침 소리
알아듣는
작은 새 한 마리
나를 반기고
어떻게 살까
묻지 않아도
오늘은 희망이라고
깃을 치는 아침 인사에
나는 웃으며
하늘을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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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강이 전하는 말 / 안재식
한파가 몰려오고
얼음이
두껍게 덮여
냉전
중
일 때도 있지, 살다보면
그래도
얼음장 밑 강물은
여전히 숨어 흐르잖아
별이 잠든 겨울 강가에
꽃바람 오면
온통 꽃물 들 거야, 때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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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밤 흰 눈 내릴 때 / 박분필
살박살박
머리맡 탁상 시계는
밤마다 깊은 독 속에서
시간의 흰 싸라기를 퍼낸다
그 흰쌀 퍼내는 소리가
달빛처럼 고요해질 때면
그 밤 내 잠은
숯불 속 군밤처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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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숲은 따뜻하다 / 홍영철
겨울 숲은 뜻밖에도 따뜻하다.
검은 나무들이 어깨를 맞대고 말없이 늘어서 있고
쉬지 않고 떠들며 부서지던 물들은 얼어붙어 있다.
깨어지다가 멈춘 돌멩이
썩어지다가 멈춘 낙엽이
막무가내로 움직이는 시간을 붙들어 놓고 있다.
지금 세상은 불빛 아래에서도 낡아가리라.
발이 시리거든 겨울 숲으로 가라.
흐르다가 문득 정지하고 싶은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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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들의 겨울 나기 / 정연복
나무들의 겨울나기는
단순하다
본질만 꼭 필요한
알맹이만 달랑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가만히 내려놓는 것
봄부터 가을까지
세 계절 동안
알뜰히도 키웠던
자식같이 정든 이파리들
훌훌 떨쳐버리고
빈가지로 서 있는 것
이로써 새 봄의 새순을
말없이 기약하는 것이다.
나무들의
이 단출한 겨울나기는
뭔가를 끊임없이
쌓고 채우려고 안달하는
인간의 삶에 대해
참 많은 걸 암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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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눈밭이라면 / 안도현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람 녀
잠 못 든 이의 창문 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살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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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그 기다림의 행복 / 김정래
그대 고운 사랑을
은빛 눈 속에 고이 감추어 두고
봄이 와서 녹을 때 까지 기다립니다
찬바람 손톱 세우고
나목(裸木)의 껍질을 할퀴우는
이 추운 겨울도
그대 기다림이란 행복이 있기에
내 마음속 사랑의 모닥불은
꺼지지 않고 예쁘게 타고 있나 봅니다
따끈한 커피와 함께 하는
겨울 그 기다림의 행복
이 또한 내 삶의 아름다움이
아니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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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바다에 가는 것은 / 양병우
겨울 바다에 가는 것은
바로 나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고독을 만나러 가는 것이고
자유를 느끼기 위해 가는 것이다
동굴 속에 머물러 지내다가
푸른 하늘을 보러 가는 것이다
겨울 바다에 가는 것은
갈매기 따라 날고 싶기 때문이다
시린 바닷바람 가슴 가득히 마셔
나를 씻어내고 싶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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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 김민소
소중한 사람이여 겨울이
성숙한 모습으로 찾아왔습니다
쓸쓸했던 우리들의 뒤란에도
함박눈이 찾아와 수다를 떨겠지요
나목을 만들고 떠난 가을을
다시는 원망하지 말기로 해요
삶은 어제를 위해 있는것이 아니라
오늘때문에 존재하는 것
참을 수 없었던 이별도
겹겹이 쌓아 두었던 그리움도
벽난로에 모두 넣어
가슴 뭉클한 詩로 만들어요
하늘이 부르는 날이
언제가 될지 우리는 모릅니다
다만, 지상에 남아있는 동안은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려야 하는 것
소중한 사람이여
이 겨울엔 인연의 길목마다
하얀 우체국이란 현판을 달기로 해요
그대에게 달려가는 눈꽃 편지가
행여, 길을 잃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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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잠든 거리에서 / 이해인
앞 사람이 남기고 간 외로움의 조각들을
살얼음처럼 밟고 가면 나도 문득 외로워진다.
아이들이 햇빛과 노는 골목길에서
경이로운 봄을 만난다.
조무래기들이 흘린 웃음을 받아 가슴에 넣고
겨울이 잠든 거리에 기쁨의 씨를 뿌리며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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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도 겨울나무 같아야 / 이상진
내 모든 것을 주며
키워온 것들을
엄동설한에 아플까봐
곱게 단장하여 먼저 보내고
자기를 벗을 수 있었기에
맨살을 파고드는 칼바람을
우듬지의 노래로 참아내고
빙설(氷雪)의 눈물을
꽃보다 아름다운 눈꽃으로 피워
옹골진 나이테로 자라는 겨울나무
네 외롭고 고단한 모습이
세상 아름다움이 되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예술가의 작품으로
철학자의 깊은 시선이 된다
봄은 그냥 오는 게 아니다
겨울나무가 죽음의 터널을 지나
옹골진 나이테로
생명이 깊고 견고해져
새순을 내어야 봄인 것이다
인생도 겨울나무처럼
온유한 마음으로
져주고 내어주고
고난의 주름이 만들어져야
봄꽃 같은 면류관을 쓰는 것이다
________ * 56
겨울 / 옥윤정
입동 / 윤보영
겨울 꽃 / 김춘수
겨울날 /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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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 / 용혜원
겨울 숲 / 신경림
겨울은 / 구분옥
겨울 나무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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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 / 문정희
겨울 나무 / 이재무
겨울 나무 / 장석주
겨울 나무 / 홍문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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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들판 / 이상교
겨울 바다 / 김덕성
겨울 바다 / 오경옥
겨울 바람 /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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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배추 / 정대호
겨울 사랑 / 문정희
겨울 사랑 / 박노해
겨울 사랑 / 임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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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아가 1 / 이해인
겨울 아가 2 / 이해인
겨울 연가 / 나태주
겨울 장미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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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차장 / 나태주
겨울 천렵 / 최영규
겨울 편지 / 안도현
겨울 편지 / 진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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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풍경 / 천양희
이 겨울에 / 김남주
겨울 나그네 / 박재삼
겨울나무에 / 권달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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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만다라 / 임영조
겨울비 사랑 / 오보영
겨울 산에서 / 이해인
겨울의 노래 / 서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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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집짓기 / 한승필
겨울 산길에서 / 이해인
겨울정원과 나 / 양선희
그해 겨울 나무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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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지 않은 겨울 / 서원용
겨울나무 스케치 / 홍수희
겨울 언덕에 올라 / 배현순
겨울의 문턱에서 / 오정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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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해변강에서 / 서정윤
다시 겨울 아침에 / 이해인
겨울강이 전하는 말 / 안재식
겨울밤 흰 눈 내릴 때 / 박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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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숲은 따뜻하다 / 홍영철
나무들의 겨울 나기 / 정연복
우리가 눈밭이라면 / 안도현
겨울 그 기다림의 행복 / 김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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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에 가는 것은 / 양병우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 김민소
겨울이 잠든 거리에서 / 이해인
인생도 겨울나무 같아야 / 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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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시 모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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