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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마당/시인 아 ~

임영준

# 임영준 시

무한의 꿈으로

눈을 크게 떠라
귀를 최대한 기울여라
무한의 꿈을 꾸어라
끝없는 우주가
치열한 태양이 모두에게
활짝 열려 있지 않은가
짙푸른 바다 험난한 계곡
올망졸망한 산동네에도
흠뻑 뿌려지고 있지 않은가
누구든 가장 많이
품는 자의 몫이 아닌가
끝없이 파헤치고 끈질기게
쫓는 자의 몫이 아닌가
-----------------------
너에게로 가는 길

하필이면 가을이
움츠러들었어

안팎이 어수선하여
사람들도 메말랐어

차곡차곡 쌓는다면
스치기라도 할 거라는
어린 꿈까지 꾸었어

허나 대강 어림하던
그런 간극이 아니었어

짜릿하지만
먼 여정이 시작된 걸까
-----------------------
가족의 힘

'참을 인' 자 한번 제대로 써 본 적 없다
고단한 하루를 무사히 갈무리하고
곤히 잠든 아내와 아이들을 보면서
감히 어찌 사치스러운 불만을 품으랴
비록 채이고 밟혀서 찌그러진 아빠지만
초롱초롱 여물어가는 눈망울들을 보면서
어찌 감사히 바닥을 기지 않으랴
넝마를 걸치고 찌꺼기를 삼키더라도
억척을 떨면서 더 순순히 녹아들 리라
-----------------------
시가 꺾이는 사회

한가한 정원
포만한 식탁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

천지개벽을 꿈꾸던 자들이
더 이상 도모하지 않는다
부스러기에 꼬이는 벌레들도
내성이 더욱 강해졌다

예전에 그러했다는 어른들이
이젠 영영 잊혀지고 싶어 한다

발품을 팔아도 별로 건질 게 없다
=============== 
되었는가

별이 내린다
달이 부서진다
바람이 기어오른다
가지마다 욕망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치닫고 휘날리다 보니
빛이 되었는가
버티고 아우성치다 보니
꽃이 되었는가
-----------------------
아픈 사랑

나의 밤은
언제나 허기지고
안개가 자욱하다
홀로 찾는 들녘엔
갈대가 무성하고
꽃이 피지 않는다

주위를 밝히는 네 미소가
꿈꾸는 노을이 되었고
몸짓 하나하나가
펄럭이는 깃발이 되었지만
하늘은 시리도록 맑고
길이 어긋난 것을

다가갈 수 없어도
떠올릴 수만 있다면
먼바다를 바라보는
등대이고 싶다
-----------------------
그리움이 놓아집니까

헤어졌다고
그리움이 놓아집니까
그대가 떠난 후 내내
어둠만 찾아다녔습니다
회상의 언덕을 넘나들며
일상은 놓아버렸습니다

어둑새벽을 알리는 기적소리
공연히 들창을 두드리는 바람 소리
아픈 만큼 무거운 빗소리가
돌아섰다고 들리지 않겠습니까

사랑의 속삭임이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데
안녕을 고하던 울음이
아직도 가슴을 헤집고 있는데
잊겠다고 해서 그리움이 놓아집니까
-----------------------
+ 여름

작열하는 태양이
축복으로 느껴진다면
만끽할 수 있다

세찬 장대비 속
환희를 안다면
누릴 자격이 있다

노출이 자랑스럽고
자연에 당당하다면
깊게 빠진 것이다

풀밭에 누워
별들과
어우러질 수 있다면
즐길줄 아는 청춘이다
============== 
젊음아

젊음아
불을 밝혀라
어둠에 잠긴 길목에

열정아
길을 내어라
미로에 갇힌 세상에

차라리 눈을 감아라
시절아
곁을 내주지 않을 거라면
-----------------------
무임승차 시대

글쎄, 수두룩한 세상사에
시름 짙은 날들이 얼마쯤일까
맞바람 앞에 의연한 가지가 몇이나 될까
왜 때만 되면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는 걸까
여전히 서울역 지하도에 가면
파르라니 사위어가는 호롱불들이
날카롭게 눈을 찌르는데,
먼 타국에선 둥지를 틀지 못해
밤을 잘라먹고 있는 방랑자들이
숨죽이고들 있는데,
안온한 철 밥 통을 끼고 자판을 두드리면서
때늦은 개탄만 일삼는 자들은 무슨 배짱일까
지나간 역사를 통분하는 척이라도 하면서
무임승차를 꿈꾸는 것은 아닐까

때만 되면 죽순들은 쑥쑥 잘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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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  사랑

몇 광년 건너 어느 별에 있습니까
눈멀고 귀먹어야만 만날 수 있나요
뚫린 가슴으로 그냥 살아갑니다

이룰 수 없는 것이 그리 많아도
보고 싶은 사람들이 그저 가버려도
어섯 삭이고 접고 말았는데
꿈결에 스쳐 간 그대는 평생을 점했습니다

무한한 우주를 떠도는 외로운 별똥별이 될지라도
꼭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
여름 사랑

가뿐히 돌아서면
지워지리라 생각했습니다

밤새 술렁이던 파도와
비릿한 바람처럼
또 만날 수 있겠지 하고
가벼이 넘겨버렸습니다

하지만 파고드는 모래알처럼
밤바다를 적시는 수많은 별처럼
두고두고 헤집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하룻밤의 열정이 일생을 다그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 
미련조차 아름답습니다

별이 저리도 슬픈 것은
그대의 눈물 때문인가요
바람이 이리도 스산한 것은
애절한 한숨 때문인가요

불콰한 우리 이야기가
희미한 전설이 되어버릴 때쯤
갸륵한 한 줌 흙이라도
순순히 될 수 있을 건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
티끌마저 소중하고 애석하기에
아주 조금씩 저며 가게 됩니다
그 아름다운 미련을
-----------------------
+ 진실의 눈

촉수를 거두고 나니
진실이 보인다

아집과 섣부른
예단을 끊고 나서야
안온에 닿으려나

생의 소용돌이에서
장착해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인가

심지를 흔들 때마다
궁극이 넘실거리지만
변할 건 아무것도 없다
-----------------------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무너진다
쓰러지고 있다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만 있다

살아야 몇 년을 산다고
가져서 얼마나 더 할 거라고
아귀다툼으로 날을 지샌다

오늘 우리가 선 자리는
승강장일 뿐
임차 일상일 뿐
손놓은 방관자일 뿐

저들이 또
장삼이사의 목줄을 잡고
흥정을 할 때
나는 비겁하게
등 돌리고 앉았다

언제나
통탄하는 그 순간,
그들은
유치하고 당당하고
가당치도 않지만
점령하고 있었다

자리다툼에서 이긴 자
바늘구멍을 통과한 자
나태와 무관심으로 버림받은 자
무지몽매하고 착취당하는 자
모두가 한통속

부진한 연극은 끝이 없고
되풀이되는 저열한 윤회,
시시포스의 세상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
여름바다에서

솔직한 알몸이 아니라면
함부로 모래를 더듬지 마라

도발을 꿈꾸지 않는다면
섣불리 파도에 엉키지 마라

수평선에 걸린 노을이
별들을 깨울 때까지
누구든 가뿐히 떠날 수 없다

모자란 열정이 아쉽구나
유한한 삶이 우습구나

생생한 추억을 부르는
섬의 노래도
한평생 맴돌고 있을 것을
=============== 
복사꽃

복사꽃 그늘에서
잃어버린 청춘을 되새기지 못한다면
그대, 한 가닥 지나가는 바람이리라

해맑은 미소도 없이 그 유혹에
맥없이 그냥 스쳐 가는 나그네라면
분홍빛 그리움도 모르는 이슬이리라

봄너울에 어룽거리는 꽃몸살을 보면서
눈부신 열락을 맛보지 않았다면
하늘거리며 사라져 간 아지랑이일 뿐이리라
-----------------------
+봄날 그대는

귀 기울이고 있나요

양지바른 곳에 앉아
구름을 헤아리고 있나요

가까운 이들과 함께
꽃노래를 부르고 있나요

웅크렸던 생령들이
박차고 터트리고들 있는데

절정의 능선을 더듬다가
내내 앓고 있지는 않나요
-----------------------
여름바다의 사랑

술렁이는 파도소리가
가슴을 헤집는가요

해변을 잠재운 별들은
눈물 속에 스며드나요

가까운 듯 먼 섬에
숨어있는 사랑노래가
우리의 속삭임이 아닌가요

언제 어디서나 눈만 감으면
떠오르는 백사장인데
함께 찍었던 발자국인데

그 바다에 잔뜩 남겨놓은
우리의 약속은
어디로 가버렸나요
-----------------------
여름사냥

그대 이 뜨거운 태양아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일상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함께 사냥을 떠나보는 것이 어떤가
먼저 파릇한 얼굴과 단정한 매무새 따위는
가까운 이들에게 대충 미루어두고
심산이나 욕망 따위는 낯 두꺼운 자들에게 떠넘기고
청량한 기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좋으니
팍팍한 가슴에 여유 일발 장전하고
흐뭇한 머리에 본능의 띠를 두르고
불만 가득한 뱃속엔 수긍의 배짱을 채우고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사냥을 떠나보자
눈에 띄는 원두막이 보인다면
함께 누워 별을 헤던 친구들을 잡아보자
가차 없는 땡볕을 원망하지 말고
으늑한 계곡 얼음물에 발을 담그고
열망에 몸부림치던 시절을 끝까지 뒤쫓아 잡아채보자
한껏 졸아붙었던 가슴을 망망대해 해변으로 실어가
감질나던 설렘과 아슬한 추억만 남기고
겨냥할 것도 없이 연발로 후련하게 쏘아버리자
더 이상 늘어져 일그러지지 않게
여름창공에 산산이 날려 버리자
=============== 
봄비는 눈물입니다

오랫 만에
펑펑 울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허드슨 강안江岸에 차를 대고
빗방울에 모두 담아
남김없이 흘려보내고 싶었습니다
하나 껍데기만 남아있는
이방인의 곡조曲調로는
도저히 닿을 수없는 피안彼岸이
강 건너에 어렴풋이 보이고
일렁이는 주마등 속에
그리운 얼굴들이 번갈아
질책하고 함께 흐느끼면서
추억을 적시고
미처 다하지 못한 하소연이
방울마다 절절히 아롱져
한층 고조되고 말았습니다

새삼 깨닫게 됩니다
봄비는 파릇한
청춘의 초상과 어우러져
오랜만에 찾아오는
감루感淚였습니다
-----------------------
욕망에게

이제 그만 돌을 던지지

계가를 할 것도 없이
깨끗이 물러서게나

아무리 애원하고
몸부림친다 해도
어쩔 수가 없다네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 바라네
-----------------------
창문 너머 어렴풋이

그대의 별은 어디쯤 떠있나요
대체 어느 곳을 헤매고 있기에
다 온통 어둠뿐인가요

우리의 주마등 속에서는 아직도
일그러진 시간들이 꽃을 피우고
상상의 결이 끝도 없이 퍼져 가는데

어렴풋이 창문 너머에서만 보이나요
얼어붙은 절망의 서리만 비치나요
따사로운 속삭임마저도 기어이
얼어붙어야 하나요
-----------------------
봄 주의보

보드라운 손길이 쓰다듬고
응축된 눈물이 대지를 적셔야만
새순이 솟아 나온다

화사한 능선에 얼핏 현혹되어
섣부르게 치마 올리고
옷고름 풀지는 말았으면

가슴을 열고
오롯한 씨앗을 품어주는 것은
투명한 햇살과 초록숨결뿐이다
=============== 
분노의 계절

애당초
순순히 손잡아 주리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고
극심한 일교차만큼이나
변덕스러운 풍토에 대해서도
이미 각오한 바 있었지만
신천지에서 벌어지는
텃새들의 기득권 보전에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리를 깔아뭉개는 것은 기본이고
접신을 빙자해 거들먹거리는 행태가
군락에 만연되어 있었다
어수룩한 핫바지 등골을 후려
아흔아홉 칸을 이어 붙이고
제 식솔만 잘 간수하면
대성한 줄 알고들 있었다
둥지를 깨부수고 뛰쳐나온 처지라서
다시 돌아갈 수 없고
절대 되돌리지도 않겠지만
농간에 탁월한 그들을 보면서
따사로운 봄볕을 거부하게 된다
차라리 혹독한 됫바람을 맞더라도
삼베를 걸치고 짚신을 꿴
후줄근한 불뚝 삿갓이 되고 싶다
-----------------------
우주로 견디다

울분이 미로에 들 때마다
하늘을 보는 것

우주의 결사이로 틈입하여
강퍅한 살별의 길을 따라
폭발해 버릴 수도 있다는 것

곤고한 자의 눈으로만
볼 수 있나니
분노에 쉬 멍들거나
침몰하지 말 것

뇌리가 우주의 한 축이니
각을 예리하게 세우고
오연하게 공전할 것
-----------------------
청춘은 영원하다

한때 그러했으나
흘러가 버렸다는 것들
지나가 버린 꽃노래라
지워버리고 마는 것들
일상에 밀리고 세월에 쫓겨
잃어버린 것들이 그리 많고
제쳐놓은 것들이 널려 있는데
청춘의 파편이 뿌리를 내려
곳곳에 만발하고 있지 않은가
열망을 불러일으키지 않는가
눈부신 빛살이 되지 않는가
문득문득 무구한 들숨으로
후련한 날숨으로
지켜주고 있지 않은가
-----------------------
사랑은 비가 되어

창문을 두드리고
앙가슴을 적시는 건
그대 눈물인가요

깊이깊이 스며들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진한 속삭임인가요

눈여겨보지 않는
시름까지 어루만지는
그대의 손길 아닌가요

짙은 사랑이 내립니다
단 하나도 놓지 않고
고루 여며주고 있습니다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 곳은 이미
첫눈이 내렸다고요
여기는 가을이 깊다 못해
온통 흐드러지고 있습니다
그대가 언제나 꿈꾸던
호젓한 호숫가 벤치 위엔
낙엽만 가득합니다

한 걸음씩 엇갈린 것이
멀리 떨어지게 된 것인지
보다 간절하지 않았던 것이
긴 단절이 되어버린 것인지
타오르다만 시간들이
회한을 늘이고 있습니다

황혼을 함께 하자던
그대의 속삭임이
아직도 뇌리를 맴도는데
해거름 흐느끼는 지평선 따라
음울한 겨울이 번뜩입니다
닻을 내릴 수 없는 부두엔
불빛 더욱 찬란합니다
-----------------------
폭포 앞에서

찬란히 부서졌다가
다시 이룬다

용솟음치는
열망

장엄한
헌신

모든 것이 다
자상한 가르침이다
-----------------------
희망사항

다시 그대를 만나서
밤새 준비한 우스갯소리를 들려주고
자지러지는 그 웃음소리에
그냥 파묻히고 싶다

기별도 없이 홀연히 떠나버려
황당했을 친구들에게
일일이 찾아가서
사죄하고 넋두리하고 용서받고 싶다

그리고 젊음의 대부분을 치장한
아기자기한 내 나라의 구석구석을
함께 몰려다니던 정다운 청춘들과
다시 한번 되짚고 싶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먼저
어린 손자들의 성공을 위해
기도를 멈추지 않는
홀로 계신 어머니를 끌어안고
몇 날 며칠 통곡하고 싶다
--------------------------
사막의 별

아리조나사막에서 길을 잃었다
그래도 맨하탄의 불빛이 간절하지 않았다

황야를 부유하는 붉은 산을 지나는데
도심의 일상이 시퉁스럽게 제동을 걸다니

벌레들의 비웃음이 뇌리를 꿰고 흐른다

사막은 어디에나 있다
우리들 사이
심장의 판막사이
이별과 그리움사이
갈등이 있는 곳이면 언제나 영역을 넓힌다

그러나 공제선에 번지는 노을이 은혜롭고
끝없는 갈망의 구렁에서도 쉬 보이지 않던
이른 별 하나가 그렇게 생생할 줄이야

사막은 단지 담담할 뿐 살벌하지 않았다
세속의 극렬한 요구에 응하지 못한
우둔을 묵묵히 받아주었다

그리고 우주의 어디에선가 별안간 나타난
그 이른 별 하나가
고스란히 폐부를 열고 스며들었다

살아있어 벅찬 밤을
비로소 사막에서 맞게 된 것이다
============== 
일탈

바람이 거세다고
애드벌룬이
줄을 끊었다

승객이 줄었다고
열차가
궤도를 이탈했다

걸핏하면
뛰어내리고
자폭하고

유행으로 번지는
번지점프 노름에
삶은
골병 들었다
-----------------------
하늘

아들은 파랑
딸은 딸기색
집사람은 아직도 핑크
나만
군데군데 먹장구름

사랑으로 투영되는
무한의 캔버스에
우리 가족 색상은
제각각이다
-----------------------
함박꽃 만발하다

허울 좋은 세상
다 삼켜 버리려무나
첫사랑의 눈빛이 드러날 때까지

재너머 아스라이 꿈길이 열리고
함박꽃 흐드러지게 피어
잠시나마 모두 잊어버리라 한다

손 닿는 곳마다 씨를 뿌리면서
함께 뒹굴어보라
목청 높여 한껏 소리치라 한다

잃어버린 청춘이 가지마다 열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다고
연신 방긋거리고 있다

귀 기울이리라, 새겨 두리라
꼬옥 품고 감싸고 가라는
이 천상의 화음을
-------------------------
새해의 기도

새해에는
모두 빛나게 하소서
저마다의 소망을 이루어
별처럼 반짝이게 하소서

새해에는
고아한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비우고 여미고 아래로 임해
절로 스며들게 하소서

새해에는
도도한 강물이 되게 하소서
거침없이 그러안고 흘러
한 가닥이 되게 하소서
================ 
장마

이것저것 모두 다
뒤죽박죽인데
어김없이 찾아왔구나
어느새 우리가
허튼소리에 익숙해
둔감한 껍질만 남았던가
지루한 공방 사이를
어설픈 광대들은 헤매고
헐벗은 여름을 난타하는
울분의 빗줄기들은
흩어진 민심을
잠시라도 엮으려
연일 패거리 지어 다니는데
-----------------------
한여름 밤의 꿈

동무야 그래 어찌 되었느냐
아름다운 열두 선녀를 거느리고 살다가
너울너울 바람을 타고 구름을 디디고
하늘에 올라 신선이 되었느냐
도리가 뭔지도 모르는 정신 나간 패거리들을
호되게 응징하여
민초들의 울분을 후련하게 풀어주었느냐
떠나보낸 가까운 이들을 다시 만나
못다 한 정을 나누고
미련 없이 회포를 풀었느냐
설령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고
몽롱이 일그러져 허무만 남았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지 않니
두고두고 틈이 날 때마다
죽부인이나 때가 꼬질꼬질한 베개를 끼고
대청마루나 남루한 장판에 누워
이 더위를 지워버릴 잠을 청해 보렴
혹시나 오늘밤에
아무런 대가 없이 이 어지러운 강토를 다독일
한여름 밤의 황제가 될 수도 있지 않겠니
-----------------------
쉼표


느낌표 하나 찍고 돌아서니
온통 말없음표 천지다
뭔 일인가 하고 파고들어 보니
탐욕만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이런 난장에선 후련하게
마침표를 찍어버리고 싶지만
초롱초롱한 물음표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쉼표를 찍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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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꿈으로
너에게로 가는 길
가족의 힘
시가 꺾이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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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었는가
아픈 사랑
그리움이 놓아집니까
여름
---------------------
젊음아
무임승차 시대
꿈속이 사랑
여름 사랑
---------------------
미련조차 아름답습니다
진실의 눈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여름바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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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봄 날 그대는
여름바다의 사랑
여름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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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는 눈물입니다
욕망에게
창문 너머 어렴풋이
봄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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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계절
우주로 견디다
청춘은 영원하다
사랑은 비가 되어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폭포 앞에서
희망사항
사막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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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
하늘
함박꽃은 만발하다
새해의 기도
-------------------
장마
한여름 밤의 꿈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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