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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마당/시인 아 ~

이성선

이성선 시


+ 풀잎의 노래

병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하늘을 걸어가는 사람이다
지상에 아픔으로 남아 있는 사람은
하늘에 꽃을 바치는 사람이다

그대 안에 돌아와 계시니
신의 음성이 계시니
깨어 노래하는 자와 함께 있다

그대를 버리지 못하여
누군가 떨리는 손으로
이마에
등을 켜 주니
천 길 낭떠러지에 떨어져
높고 찬란히 사는 별을 본다

하늘에 몸 바치고 살아가는 자여
사랑을 바치는 자여
그대 곁에 내가 있어
깊은 밤 풀잎 되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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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의 자화상

학질을 되게 앓던 날 새벽
할머니는 정한 뽕잎 하나 따서
정낭 귀틀에 깔고 그 옆에 나를 앉혀
혀로 뽕잎을 세 번 핥게 하신 후
다시 나를 업고
해 뜨는 봉우리
까마득한 바위 끝에 앉히고
내 머리 위에
동서남북의 바람을 불러들여
학질을 재판하셨습니다.
알 듯 모를 듯 주문을 외시던 할머니는
품속 칼을 선뜻 꺼내
푸른 바다 뜨는 해를 향해
십자를 긋고
이어 그 무선 칼날로 내 머리를 그으셨습니다.
내 몸 안으로 부서져 내리는 칼 소리
내 몸 온 구석에 부서져 하얗게 빛나는 칼 빛
할머니는 나를 업고 다시
개울로 가셨습니다.
할미꽃 잎사귀를 손바닥에 비벼
내 콧구멍을 막아주시고
징검다리를 건너뛰게 하셨습니다.
할미꽃 잎사귀의 독한 향기는
몸에 스미어 내 눈에 별빛이 번쩍이고
나는 별 밭 징검돌 은하수를
반은 죽어 건너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승과 저승을 오락가락하는 사이
칼 빛에 두려운 학질 무리가
할미꽃 향기에 질려
별 밭 하늘로 도망가고 말았는가.
돌아오는 마을 어귀에
풀 꽃잎 까치울음 함께 떠서
나를 반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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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을 보는 소

동네 우물을
소가 들여다본다.

우물 속에는 상수리 나뭇잎 피고
새가 날고
하얀 구름이 흐른다.

물속의 소는 유난히 귀가 크다.

우두커니 올려다보는 얼굴
흔들리는 굴레
먼 옛날 어느 족장의 훙예 같다.

종처럼 일하다가
거지처럼 떠돌다
늙어서 바리때 하나 짊어지고
떠나왔다.

우물에 나비 미끄러지고
민들레 피어
그의 얼굴을 만진다.
꽃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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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의 침묵

영혼은 내 안에서 침묵한다.
가장 고요한 시간
목숨의 심지에서 영혼이
깨어나
불꽃으로 타오르면
나의 육체는 그릇이 되어
이끼 낀 샘물로 맑게 고이 떤다.
그를 위해 조금씩 몸을 비운다.
기도 속에
촛불이 그림자 떨듯
그는 내 안에서
물을 길으며 노래한다.
내가 하나의 갈대로 서서
사색하며
별을 지키는 밤에도
바람으로 아니 눈물을 넘어서서
나를 밟고 신비한 피리 분다.
등잔이 비어 있을 때만
영혼의 아름다운 피리소리가 들린다.
타오르는 춤이 보인다.
그 밤에만 그에 귀를 밟히고 섰거니
나의 몸은
이 영혼을 모시는 사원
그를 위해 여기 돌아와 섰다.
그가 타오르면
조금씩 나를 하늘로 길어가고
다시 우주의 침묵을 내려
내 등잔을 채우는 시간
나는 이 땅에 떠 있는 석등
조용히
그를 불 밝히는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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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

내 귀를 네게 묻는다.
듣는 사람아
하늘을 듣는 사람아
그대 시인이여.
너의 가슴에서 플룻을 듣는다.
내 안으로 깨어오는
또 한 사람이 들린다.
진실한 언어의 발소리
나무야
이 저문 땅의 빈자여
함께 걸어가 다오.
네 안의 아름다운 자가
별이 이고 춤추는 자가
나를 걸어가는 동안
나는 너의 세계를 가고 있다.
나무야
함께 걷는 시간에
나는 문득
너의 뒤에서
알 수 없는 강물을 건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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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안의 절

나무야
너는 하나의 절이다
네 안에서 목탁소리가 난다
비 갠 후
물 속 네 그림자를 바라보면
거꾸로 서서 또 한 세계를 열어 놓고
가고 있는 너에게서
꽃 피는 소리 들린다
새 알 낳는 고통이 비친다
네 가지에 피어난 구름 꽃
별꽃 뜯어먹으며 노니는
물고기들
떨리는 우주의 속삭임
네 안에서 나는 듣는다
산이 걸어가는 소리
너를 보며 나는 또 본다
물속을 거꾸로
염불 외고 가는 한 스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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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나무는 몰랐다
자신이 나무인 줄을
더구나 자기가
하늘의 우주의
아름다운 악기라는 것을
그러나 늦은 가을날
그는 보았다
고인 빗물에 비치는
제 모습을
떨고 있는 사람 하나
가지가 모두 현이 되어
온종일 그렇게 조용히
하늘 아래
울고 있는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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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영혼

영혼이 깨끗한 사람은
눈동자가 따뜻하다.

늦은 별이 혼자서 풀밭에 자듯
그의 발은 외롭지만
가슴은 보석으로
세상을 찬란히 껴안는다.

저녁엔 아득히 말씀에 젖고
새벽녘엔 동터오는 언덕에
다시 서성이는 나무.

때로 무너지는 허공 앞에서
번뇌는 절망보다 깊지만
목소리는 숲 속에
천둥처럼 맑다.

찾으면 담 밑에 작은 꽃으로
곁에서 겸허하게 웃어주는
눈동자가 따뜻한 사람은
가장 단순한 사랑으로 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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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노래

큰 산이 큰 영혼을 가른다.
우주 속에
대붕(大鵬)의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설악산 나무
너는 밤마다 별 속에 떠 있다.
산정(山頂)을 바라보며
몸이 바위처럼 부드럽게 열리어
동서로 드리운 구름 가지가
바람을 실었다. 굽이굽이 긴 능선
울음을 실었다.
해지는 산 깊은 시간을 어깨에 싣고
춤 없는 춤을 추느니
말없이 말을 하느니
아, 설악산 나무
나는 너를 본 일이 없다.
전신이 거문고로 통곡하는
너의 번뇌를 들은 바 없다.
밤에 길을 떠나 우주 어느 분을
만나고 돌아오는지 본 일이 없다.
그러나 파문도 없는 밤의 허공에 홀로
절정을 노래하는
너를 보았다.
다 타고 스러진 잿빛 하늘을 딛고
거인처럼 서서 우는 너를 보았다.
너는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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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꿈

나는 어둠이야
이 고요함 속에 나는 온통 별이야, 눈물이야
하늘이여 팔을 내려
번쩍이는 북두칠성 굽은 팔을 내려
나를 안아가 주오
이 영혼이 별의 가지 끝에 이슬로 맺혔다가
날아가
밤의 나라, 고요히 불타는 나라
그 가슴에 묻히면
무궁에 눈뜰 거야, 우주에 피어나 해탈하여 날아다니며
노래할 거야
풀잎에 어둠으로 웅크려
밤하늘을 쳐다보며 꿈꾸는
나는 지금 죽음보다 황홀한 짐승
허공 가지에 커다란 달로 떠
그대 가슴에 안길까
눈시울 붉은 꽃으로 가서
그대 가슴에 묻힐까
고요한 밤하늘을 울리는 심금
나는 죽어서 별이야
별빛 가지에 피어난 눈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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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받고

나 세상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것
그대 너무 걱정하지 말게

지금은 조용히
해 지는 산 앞에 앉아 있지

무릎 아래의 꽃들이
마음 접는 시간 곁에 사네

혼자 있을 때 사람이나 짐승
풀잎까지도
전체적이 된다고 누군가 말했지

단순한 삶 속에
앉아 있으면

자주 해 지는 시간이 찾아와서
장엄한 그림 속에 나를 넣어 작곡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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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어느 스님을 생각하며

영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자신 속에 조용히 앉아 있어도
그의 영혼은 길가에 핀 풀꽃처럼 눈부시다

새는 세상을 날며
그 날개가 세상에 닿지 않는다

나비는 푸른 바다에서 일어나는 해처럼 맑은
얼굴로
아침 정원을 산책하며
작은 날개로 시간을 접었다 폈다 한다

모두가 잠든 밤중에
달 피리는 혼자 숲나무 위를 걸어간다

우리가 진정으로 산다는 것은
새처럼 가난하고
나비처럼 신성할 것

잎 떨어진 나무에 귀를 대는 조각달처럼
사랑으로 침묵할 것
그렇게 서로를 들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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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으로 나무로 서서

내가 풀잎으로 서서 별을 쳐다본다면
밤하늘 별들은 어떻게 빛날까.
내가 나무로 서서 구름을 본다면
구름은 또 어떻게 빛날까.
내가 다시 풀잎으로 세상을 본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내 다시 나무로 서서 나를 본다면
나는 진정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걸어갈까.
내가 별을 쳐다보듯 그렇게 어디선가
풀잎들도 별을 쳐다보고 있다.
내가 나무를 바라보듯 그렇게 어디선가
나무도 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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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의 숨소리를 듣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우물 곁에 있다는 것
우리가 눈을 뜬다는 것은
귀가 깨어
하늘의 숨소리를 듣는 것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새벽 들판의 풀잎처럼
언덕 위 나무처럼
별 아래 함께 서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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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적

꽃이 문을 열어주기 기다렸으나
끝까지 거절당하고
새로 반달이 산봉에 오르자
벌레는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꽃잎을
반만 먹고 그 부분에 눕다

달이 지고
서릿발 하늘이 깊었다
아무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을 때
산이 혼자 그림자를 내려
꼬부리고 잠든 그의 등을 덮어주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거친 바람 한점 없었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벌레는 사라지고
그 자리 눈물 같은
이슬 두어 방울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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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림에 닿아

가지에 잎 덜어지고 나서
빈 산이 보인다
새가 날아가고 혼자 남은 가지가
오랜 여운에 흔들리 때
이 흔들림에 닿은 내 몸에서도
잎이 떨어진다
무한 쪽으로 내가 열리고
빈 곳이 더 크게 나를 껴안는다
흔들림과 흔들리지 않음 사이
고요한 산과 나 사이가
갑자기 깊이 빛난다
내가 우주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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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사람

바라보면 지상에서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늘 하늘빛에 젖어서 허공에 팔
을 들고
촛불인 듯 지상을 밝혀준다.

땅속 깊이 발을 묻고 하늘 구석
을 쓸고 있다.

머리엔 바람을 이고 별을 이고
악기가 되어온다.

내가 저 나무를 바라보고 아름다워할까?
나이 먹을수록 가슴에
깊은 영혼의 강물이 빛나
머리 숙여질까.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무처럼 외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혼자 있어도 놀이 찾아와 빛내주고
새들이 품속을 드나들며 집을 짓고
영원의 길을 놓는다,
바람이 와서 별이 와서 함께 밤을 지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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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아이가 가재를 잡으려고
저녁 산골 개울에서 돌을 뒤집었다
 
돌 밑에서 가재가 아니라
달이 몸을 일으켰다
 
일어난 달은 아이를 삼키고
집채보다 더 크게 자라서
동구 밖에 섰다.
 
달의 뱃속에 지금 아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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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있으면서 가는 나무

땅에 누운 것들은 모두 싱싱해진다
썩을수록 무無 가까이서 맑아진다

잎 떨어진 가지 사이로 보니
구름이 산을 밟았구나
아무도 아파하지 않는구나

구름 밟은 산을 머리에 이고 있는 나무
저 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니다
누구에게 길을 묻지 않아도
어디로 가고 있는 나무다

서 있으면서 가고 있는 산
풀잎도 여기 앉아서 구름 냄새가 난다

내가 죽으면
어떤 냄새가 날까

나뭇잎 떨어져 햇살에
몸 말리는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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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

바닷가에서 작은 조가비로
바닷물을 뜨는 아이처럼
나는 작은 심장에 매일
하늘을 퍼 뜬다

바다 아이가 조가비에
바다의 깊은 물을
다 담을 수 없는 것처럼
나의 허파도 하늘을 다 담지 못한다

그러나 조개껍질에 담긴 한 방울 물이
실은 바다 전체이듯
가슴속에 담긴 하늘 또한
우주 전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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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동저녁

벌레소리 고이던 나무 허리가 움푹 패였다
잎 없는 능선도 낮아져 그 아래 눕는다
가지 하나가 팔을 벌여 내 집을 두드린다
나무가 하늘에 기대어 우는 듯하다
나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바라만 본다
저문 시간이 고개 숙이고 마을을 서성거리고
그의 머리 위로별이 벼꽃처럼 드물다
낡은 문 창에 달빛이 조금씩 줄어든다
달 내리는 소리가 마당을 지나 헛간에 머문다
누군가 떠나고 난 자리가 세상보다 크고 깊다

나무가 하늘에 기대어 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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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동이후

가을 들판이 다 비었다
바람만 찬란히 올 것이다

내 마음도 다 비었다
누가 또 올 것이냐

저녁 하늘 산머리
기러기 몇 마리 날아간다

그리운 사람아
내 빈 마음 들 끝으로

그대 새가 되어
언제 날아올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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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음소리로 몸을 꿰매고

밤에 나는
커다란 한 마리 새로 변하여
웅크려 발톱을 갈다가
허공을 날아
얼음 번쩍이는 설악산 그 큰 뿌리를
두 발로 번쩍 들어, 날아 날아
허공을 가로질러 와서
마음 복판에 들여놓는다.
내 안에 산이 우는 소리
밤중 큰 산의 큰 울음소리
나는 밖으로 난 문빗장을 굳게 지르고
울음소리에 흔들리다가
울음소리가 되어 울다가
등이 터지고 마음 찢어지고
밤 내 울다가
어느 자정 무서운 울음소리 한 끝으로
해진 내 몸 다 얽어 꿰매고는
홀연히 일어나
실로 커다란 한 마리 새가 되어
서쪽 하늘로 날아간다
-----------------------------
아름다운 사람은 누군인가 

바라보면 지상에는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없다

늘 하늘빛에 젖어서 허공에 팔을 들고
촛불인 듯 지상을 밝혀준다

땅속 깊이 발을 묻고 하늘 구석을 쓸고 있다

머리엔 바람을 이고
별을 이고 악기가 되어 온다

내가 저 나무를 바라보듯
나무도 나를 바라보고 아름다워 할까

나이 먹을수록 가슴에
깊은 영혼의 강물이 빛나
머리 숙여질까

나무처럼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무처럼 외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혼자 있어도 놀이 찾아와 빛내주고
새들이 품속을 드나들며 집을 짓고
영원의 길을 놓는다

바람이 와서 별이 와서
함께 밤을 지샌다.
=================
+ 산길

산길은 산이 가는 길이다
나의 몸은 내가 가는 길
모자 쓰고 저기 구름 앞세우고
산이 나설 때 그 모습 뒤에서
길은 우뢰를 감추고 낙엽을 떨군다
산의 가슴속으로 絃처럼 놓여서
바람이 걸어가도 소리가 난다
새가 날아도 자취를 숨긴다
그것은 또 소 뿔에도 걸리지 않는
달이 가는 길
바람에 씻지 않은 발은 들여놓지 않는다
귀와 눈이 허공에 뜨여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 눈 오는 저녁을 간직한다
산이 나에게 걸어올 때
산길은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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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별 하나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처다 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환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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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산이 젖고 있다

등잔 앞에서
하늘의 목소리를 듣는다.

누가 하늘까지
아픈 지상의 일을 시로 옮겨
새벽 눈동자를 젖게 하는가
너무나 무거운 허공
산과 신이 눈뜨는 밤
핏물처럼 젖물 처럼
내 육신을 적시며 뿌려지는
별의 무리

죽음의 눈동자보다 골짜기 깊나

한 강물이 내려 눕고
흔들리는 등잔 뒤에
빈 산이 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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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붓꽃

산아래 붓꽃 한 자루 피어 있다.

한밤에 촛불 앞에
내가 앉아 있다.

밖에서 돌아오면 나는
세상을 향해 이런 얼굴로 핀다
=================
+ 백담사

저녁 공양을 마친 스님이
절 마당을 쓴다
마당 구석에 나앉은 큰 산 작은 산이
빗자루에 쓸려 나간다
산에 걸린 달도
빗자루 끝에 쓸려 나간다
조그만 마당 하늘에 걸린 마당
정갈히 쓸어놓은 푸르른 하늘에
푸른 별이 돋기 시작한다
쓸면 쓸수록 별이 더 많이 돋고
쓸면 쓸수록 물소리가 더 많아진다
-----------------------------
바람속에서

산에게 가는 길이
나에게 가는 길이다.
바다로 가는 길이
나에게 가는 길이다.
나무에게 가는 길이
별에게 가는 길이
나에게 가는 길이다.

나의 길에 바람이 분다.
바람은 늘 산에 있고
바람은 늘 바다에 가득하고
바람은 나무 끝에 먼저 와
그곳에 서 있다.

나의 길은 바람 속에 있다.
잎새 끝에는 언제나
새벽 별이 차갑게 떨고
바람은 길에서 나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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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잃어버리고

바다를 바라보다가
바다를 잃어버렸습니다

바닷가를 거닐며
바다를 찾고 있습니다

당신에 너무 가까이 있다는 것은
당신을 잃는 것입니다

당신을 다 안다는 것은
당신에 대하여 눈을 감는 일입니다

사랑도 그러합니다
이 가을에 이젠 떠나야겠습니다
멀리서 더 깊이 당신에 젖고 싶습니다

당신의 눈동자와 흔들리는 가슴
물새들의 반짝임도 울음소리도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고 들어야겠습니다

당신이 보내신 편지를 읽듯이
멀리서 떨리는 손으로
등불 아래서 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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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시령 노을

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
너무 가볍다
=================
+ 복사꽃

봄날 길 없이 온 너는
갈 곳 없어 더 화안 하다
몸 찾은 곳이
달뜨는 쪽 아니다

저 깊은 가지
허공에 피어 허공을 물들이는
너 목숨 저물면
거기 그냥 사그러져라

잠들 때 꽃은 가장 상기되는 시간
향기도 슬픔도 너의 것 아니다

무심히 내게 던진 그늘에
그분 피가 붉게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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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여인숙

친구하고 저녁에
술 한 잔 하고 그냥
집에 돌아가기는 싫어라.

다른 녀석네 대문을 박차거나
낯선 여자 지저분한 분내에 안겨
아무렇게나 하룻밤 잠들고 싶네.

그래도 그러지 못하고
바보처럼
허청허청 돌아오는 길.

내 지붕 위에 나지막이 내려 걸린
하늘의 북두칠성
아 저기로나 기어올라가서 하룻밤
잠들어볼까.

일곱 별 중 아래쪽으로 기울어진 네 별
그 오목한 구석
하느님이 들고 계시는
잠자리채 같은 저 속에 들어가
쪼그리고 잠을 잘까.

새벽에 깨어나
별들과 우주로 잠적해버리거나
땅바닥에 떨어져 깨질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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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아픔

내가 지금 아픈 것은
어느 별이 아프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렇게 밤늦게 괴로운 것은
지상의 어느 풀잎이 아프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이토록 외로운 것은
이 땅의 누가 또 고독으로 울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하늘의 외로운 별과 나무와
이 땅의 가난한 시인과 고독한 한 사람이

이 밤에 보이지 않은 끈으로나
서로 통화하여 앓고 지새는

병으로 아름다운 시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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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을 보며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아, 어찌하랴.
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거리
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

바라보면 너 눈물 같은 빛남
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치는
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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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 하나 묻고 떠나는 냇물

아낌없이 버린다는 말은
아낌없이 사랑한다는 말이리

너에게 멀리 있다는 말은
너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는 말이리

산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안 보이는 날이 많은데

너는 멀리 있으면서
매일 아프도록 눈에 밟혀 보이네

산이 물을 버리듯이 쉼 없이
그대에게 그리움으로 이른다면

이제 사랑한다는 말은 없어도 되리
달 하나 가슴에 묻고 가는 시냇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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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만 다리만 혼자 허전하게 남아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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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

산속에서 만난 샘물

신의
눈동자

그는
나에게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나는 몸으로 이상한 소리를
듣고 돌아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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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무덤

아내여 내가 죽거든
흙으로 덮지는 말아 달라
언덕 위 풀잎에 뉘여
붉게 타는 저녁놀이나 내려
이불처럼 나를 덮어다오
그리고 가끔 지나가는 사람 있으면
보게 하라
여기 쓸모없는 일에 매달린
시대와는 상관없는 사람
흙으로 묻을 가치가 없어
피 묻은 놀이나 한 장 내려
덮어두었노라고
살아서 좋아하던 풀잎과 함께 누워
죽어서도 별이나 바라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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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밤

나귀의 귀속에 우물이 있네
우물 안에 배꽃이 눈을 뜨네
마음에 숨은
당신 찾아가는 길
나이 먹어도 나 아직 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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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법을 버리다

산에 와서 문답법을
버리다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구름을 조용히 쳐다보는 것

그렇게 길을 가는 것

이제는 이것 뿐
여기 들면

말은 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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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

벽에 걸어 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을 진 석양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을까
알고도 애써 모른 척 밀어냈을까
중심 저쪽 멀리 걷는 누구도
큰 구도 안에서 모두 나의 동행자라는 것
그가 또 다른 나의 도반이라는 것을
이렇게 늦게 알다니
배낭 질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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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먹은 소

저무는 들판에
소가
풀을 베어 먹는다

풀잎 끝
초승달을 베어먹는다

물가에서 소는
놀란다
그가 먹은 달이
물 속 그의 뿔에 걸려 있다

어둠 속에
뿔로 달을 받치고
하늘을 헤엄치고 있는 제 모습보고
더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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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편지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 가고 있습니다.
그 빈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 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 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 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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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천정

밭둑에서 나는 바람과 놀고
할머니는 메밀밭에서
메밀을 꺾고 계셨습니다

늦여름의 하늘빛이 메밀꽃 위에 빛나고
메밀꽃 사이사이로 할머니는 가끔
나와 바람의 장난을 살피시었습니다

해마다 밭둑에서 자라고
아주 커서도 덜 자란 나는
늘 그러했습니다만

할머니는 저승으로 가버리시고
나도 벌써 몇 년인가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린 후

오늘 저녁 멍석을 펴고
마당에 누우니

온 하늘 가득 별로 피어 있는
어릴 적 메밀 꽃

할머니는 나를 두고 메밀밭만 저승까지 가져가시어
날마다 저녁이면 메밀밭을 매시며
메밀밭 사이사이로 나를 살피시고 계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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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

세상에 대하여
할 말이 줄어들면서
그는 차츰 자신을 줄여갔다

꽃이 떨어진 후의 꽃나무처럼
침묵으로 몸을 줄였다

하나의 빈 그릇으로
세상을 흘러갔다

빈 등잔에는
하늘의 기름만 고였다

하늘에 달이 가듯
세상에 선연히 떠서
그는 홀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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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바람의 길


실수는 삶을 쓸쓸하게 한다.
실패는 생生 전부를 외롭게 한다.
구름은 늘 실수하고
바람은 언제나 실패한다.
나는 구름과 바람의 길을 걷는다.
물속을 들여다보면
구름은 항상 쓸쓸히 아름답고
바람은 온 밤을 갈대와 울며 지새운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길
구름과 바람의 길이 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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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노래

암자 안에 바다를 다 잠글 수 있다면
내 주머니 속에 바다를
감추고 떠돌 수 있다면
저 無音의 山노래가 더 잘 들리리.
오늘 아침에 가까이 설악이 또
구름의 옷고름 풀어
내게 속가슴 보이는구나.
여기 오래 앉아 있으려 하였으나
다시 떠나야겠다.
사람 없는 곳에 사람을 찾아
소리 없는 곳에 소리 하나 찾아
산아, 너의 무반주 노래
너의 무반주 육체 속에
하룻밤 파계로 일박.
그래도 못찾으면
더 멀리 떠돌다가
어느 산노을에 감추어진
작은 꽃잎 속에 일박

티벳의 어느 스님을 생각하며 - 이성선
영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자신 속에 조용히 앉아 있어도
그의 영혼은 길가에 핀 풀꽃처럼 눈부시다

새는 세상을 날며
그 날개가 세상에 닿지 않는다

나비는 푸른 바다에서 일어나는 해처럼 맑은
얼굴로
아침 정원을 산책하며
작은 날개로 시간을 접었다 폈다 한다

모두가 잠든 밤중에
달 피리는 혼자 숲나무 위를 걸어간다

우리가 진정으로 산다는 것은
새처럼 가난하고
나비처럼 신성할 것

잎 떨어진 나무에 귀를 대는 조각달처럼
사랑으로 침묵할 것
그렇게 서로를 들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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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

가을날 오후의
아름다운 햇살아래
노란 들국화 몇 송이
한지에 정성들여 싸서
비밀히 당신에게 보내 드립니다

이것이 비밀인 이유는
그 향기며 꽃을 하늘이 피우셨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와서 눈을 띄우고
차가운 새벽 입술위에
여린 이슬의 자취없이 마른 시간들이 쌓이어
산 빛이 그의 가슴을 열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당신에게 드리는 정작의 이유는
당신만이 이 향기를 간직하기
가장 알맞은 까닭입니다
한지같이 맑은 당신 영혼만이
꽃을 감싸고 눈물처럼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추워지고 세상의 꽃이 다 지면
당신 찾아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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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국화

외진 산길에도
그는 외롭지 않다.
사람을 피해
더러움에 고개 돌려
있는 마음 가진 생각
깨끗이 그대로 피어
얼굴과 눈동자가 향기 맑다.
고개를 들면 언제나
이마에 구름이 닿고
산에 기대면
가슴 가득 떠오르는 꿈에 안긴다.
이슬 피는 밤에는
별과 이야기하고
별 너머 다른 분과
이야기하고
어둠 속에 오히려
보석처럼 영롱히 빛나는 사랑
작고 연약한 그는
우주가 그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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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의 노래
유년기의 자화상
우물을 보는 소
영혼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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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
나무 안의 절
나무
깨끗한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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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노래
짐승의 꿈
편지 받고
티베트의 어느 스님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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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으로 나무로 서서
하늘의 숨소리를 듣는
흔적
흔들림에 닿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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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신화
시 있으면서 가는 나무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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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저녁
입동 이후
울음소리로 몸을 꿰매고
아름다운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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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사랑하는 별 하나
빈 산이 젖고 있다
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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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담사
바람 속에서
바다를 잃어버리고
미시령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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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별의 여인숙 
별의 아픔                      
별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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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하나 묻고 떠나는 냇물
다리
눈동자
노을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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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문답법을 버리다
도반
달을 먹은 소                
------------------------------
가을 편지
고향의 전정
구도
구름과 바람의 길
-----------------------------
낙산사 노래
소포
사랑하는 별 하나
산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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