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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가을

추석 시 모음 2

# 추석 시  2

추석 / 성명진

성묘를 간다
가시나무 많은 산을
꽃 차림 하고 줄지어 오르고 있다

맨 앞엔 할아버지가
그 뒤엔 아버지가 가며
굵은 가시나무 가지라면 젖혀 주고
잔가지라면 부러뜨려 주고……

어린 자손들은 마음 놓고
산열매도 따며
산길을 오르고 있다
도란도란 말소리가 흐르고
그렇게 정이 흐른다

산 위에 동그랗게 꽃 줄을 내는 일가족
오늘밤엔 꼭 요 모양인
달이 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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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 유용주

빈집 뒤 대밭 못미처
봐주는 사람 없는 채마밭 가
감나무 몇 그루 찢어지게 열렸다
숨 막히게 매달리고 싶었던 여름과
악착같이 꽃피우고 싶었던 지난 봄날들이
대나무 받침대 세울 정도로 열매 맺었다
뺨에 붙은 밥풀을 뜯어먹으며
괴로워했던 흥보의 마음,
너무 많은 열매는 가지를 위태롭게 한다
그러나 거적때기 밤이슬 맞으며
틈나는 대로 아내는 꽃을 피우고 싶어 했다
소슬한 바람에도 그만 거둬 먹이지 못해
객지로 내보낸 자식들을 생각하면
이까짓 뺨 서너 대쯤이야
밥풀이나 더 붙어 있었으면
중 제 머리 못 깎아
쑥대궁 잡풀 듬성한 무덤 주위로
고추잠자리 한세상 걸머지고 넘나드는데
저기, 자식들 돌아온다
낡은 봉고차 기우뚱기우뚱
비누 참치 선물세트 주렁주렁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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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 이남일

 잘 이룬 차례상을 올리고 
풍성하게 익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늘보다 높은 날 

꿈을 못 이룬들 어떠랴. 
조금 늦어진들 어떠랴. 
꽃향기보다 
언제나 꽃 피우는 시간은 길었다. 

우리는 이루는 것보다 
이루기 위해 살지 않았는가. 
이룬 기쁨보다 
땀 흘린 시간에 감사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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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달 / 정희성

어제는 시래기국에서 
달을 건져내며 울었다 
밤새 수저로 떠낸 달이 
떠내도 떠내도 남아 있다 
광한전도 옥토끼도 보이지 않는 
수저에 뜬 맹물달 
어쩌면 내 생애 같은 
국물을 한 숟갈 떠 들고 
나는 낯선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보아도 보아도 
숟갈을 든 채 잠든 
자식의 얼굴에 달은 보이지 않고 
빈 사발에 한 그릇 
달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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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월 / 원무현

작은 추석날 
사람들 말에는 모난 구석이 없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둥글둥글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둥글둥글 빚은 송편을 
둥그런 쟁반에 담는 동안 
자식이 아니라 웬수라던 넷째를 기다리던 당숙께서
밭은기침을 담 너머로 던지면 
먼 산 능선 위로 보고픈 얼굴처럼 솟은 달이 
궁글궁글 굴러 와서는
느릅나무 울타리도 탱자나무 울타리도 와락와락 껴안아 
길이란 길엔 온통 달빛이 출렁 

보시는가 
가시 돋친 말이 사라진 밤 
이 둥글고 환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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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 유자효

나이 쉰이 되어도 
어린 시절 부끄러운 기억으로 잠 못 이루고 

철들 때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린 
어머니, 아버지. 

아들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깊은 밤. 

 반백의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달빛의 손길. 
모든 것을 용서하는 넉넉한 얼굴. 

 아, 추석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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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 최병엽

보송보송한 쌀가루로 
하얀 달을 빚는다. 
한가위 보름달을 빚는다. 

풍년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하늘신께 땅신께 
고수레 
고수레―하고 

햇솔잎에 자르르 쪄낸 
달을 먹는다. 

쫄깃쫄깃한 
하얀 
보름달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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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기도 - 한가위에 / 이해인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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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추석 / 정소슬

여기서 30년 살았으니 
이제 여기가 고향이제! 
하던 김 씨도 
고향 찾아 떠났다 

집 팔고 논 팔고 
광 속의 종자씨까지 모조리 훑어왔다던 
이 씨도 
홀린 듯 훌훌 나섰다 

다 떠나버려 
졸지에 유령의 城이 된 도시 

그간 
욕심이 너무 컸던 거야! 
너무 메마르게 대했어! 
사치심과 이기심만 가르친 꼴이지... 

회한이 번지는 
회색 지붕 위엔 
달마저 
어느 놈이 챙겨 가버리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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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의 명절 한가위 / 전영애

동심의 그리운 시절
철없이 명절 되면
새 옷 사 주지 않을까
냉가슴 앓던 그리움
새록새록
피어나는 까닭은
세월 흐른 탓이겠지

디딤 방앗간 분주하고
불린 쌀 소쿠리에 담아
아낙 머리 위에 얹고
동네방네 시끌벅적 
잔치 분위기 된 추석명절이었다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산과 들녘의 풍경
땀 흘린 보람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
장작불 지피고
솥뚜껑 위 지짐 부치는 냄새
채반 위 가지런히 장식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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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고향 가는 길 / 용혜원

늘 그립고 늘 보고픈 고향
둥근 달덩이 하늘에 
두둥실 떠오르는 추석이 다가오면 
발길이 가기도 전에 
마음은 벌써 고향에 가 있습니다 

어린 날 꿈이 가득한 곳
언제나 사랑을 주려고만 하시는 부모님 
한 둥지 사랑으로 함께하는 형제자매

학교 마당, 마을 어귀, 골목길, 
냇물가, 동산 어디든 
함께 뛰놀던 친구들이
모두 다 보고 싶습니다 

점점 나이 들어가시며 
주름살이 많아지신 어머님, 아버님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추석 명절 고향길엔
부모님께 드리고픈
마음의 선물이 있습니다 

추석 명절 고향 가는 길엔 
우리 가족, 우리 친척, 
우리 민족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원하는 기도가 있습니다 

추석 명절 고향 가는 길엔 
추석에 뜨는 달 만큼이나 환한 
가족들의 행복이 가득해져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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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 서정주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 오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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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한가위 / 전혜령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새로운 희망을
새로운 사랑을
두 손 모아
비는 가슴마다
축복으로 응답하여 주시고 

일 년 동안 수고하는
농부님 흘린 땀은
황금물결 출렁이는
드넓은 벌판에
황금알곡 추수하여
감사가 넘쳐나게 하시고

고운 단품 손짓하는
아름다운 가을에
시린 가슴 부여 안고
따뜻한 정 그리는
차가운 음지에
사랑꽃 만개하게 하셔서 

하늘에 감사하고
땅에서는 나눔으로
무지개다리 넘나드는
기쁜으로 충만하는
한가위 추석 명절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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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만 같아라 / 오승희

먹음직도 하여라
햇곡식 조물조물 

송편이라 이름 놓고
가득히 채우니
앉은자리 찰떡이라
담방담방 솔잎 갈고 

임 맞을 채비 하니
애모의 정 익어 

속 보이는 욕심
해죽 이 벌어진다 

담장너머 달그림자
그리움도 한몫이라 

옹골지게 차오르니
보암직도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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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고향 서정 / 정재삼

해묵은 노송들이 하늘을 가려
둥근달그림자 길게 끌고
갈바람 휑하니 불어 꽃불 질러 놓던
유년의 그림들이 눈 안에 서려드네 

언덕배기 초가집 지붕위에
하얀 박 이마에는 유난히 반짝이고
앞마당 뜰가에 다정히 둘러앉아
고전 얘기 꽃 피웠던
고향인정 목이차게 그리워지네 

동구 밖 길섶 코스모스 한들대며 놀고 있고
장독대 한편에 발갛게 익은 석류따라
올망졸망 장단지 속
익어가던 장맛이 입안에 군침을 돋워내네. 

새소리 쌓여있는 앞 들 논두렁에는
하얀 풀꽃이 춤을 추고
잘 여문 벼이랑 사이로
풍년의 노래소리 가득가득했었네.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바래지 않은 밝은 달빛
내 눈안에 비추네
추석빔 떡방아소리
내 귀에 들리네 

그리운 내고향
가고 싶어라
안기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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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보름달의 기도 / 정연복

둥근 모양의 지구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 마음이 
보름달같이 동그랗기를!

저 달빛같이 온유하고
평화로운 마음들이 모여

 세상의 어둠의 그늘이 
날로 옅어지기를!

나의 가슴속에
너의 가슴속에

오늘밤 저 환한 보름달
두둥실 떠오르기를
============
추석은 / 김사빈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고향집 뒷마당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보름달이다. 

달밤에 달구 잡기 하다 넘어져 
무릎이 깨어져 울던 일곱 살이다 

한참 잊고 살다 생활에 지쳐 
고향 생각나면 달려가던 
뒷동산에 만나던 첫사랑이다. 

 큰어머니가 해주던 찹쌀 강정과 
송홧가루로 만든 다석이다 

 울담 안에서 오가던 정을 
건네주던 푸성귀 같은 
내 사랑 여인아 

책갈피 속에 곱게 간직한 
진달래 꽃잎 같은 내 친구야 

괴롭고 힘들 때 
영혼의 안식처 
내 쉼터인 것을  
--------------------
추석 무렵 / 맹문제

흙냄새 나는 나의 사투리가 열무맛처럼 담백했다
잘 익은 호박 같은 빛깔을 내었고
벼 냄새처럼 새뜻했다
우시장에 모인 아버지들의 텁텁한 안부인사 같았고
돈이 든 지갑처럼 든든했다

빨랫줄에 널린 빨래처럼 평안한 나의 사투리에는
혁대가 필요하지 않았다
호치키스로 철하지 않아도 되었고
일기예보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었다

 나의 사투리에서 흙냄새가 나던 날들의 추석 무렵
시내버스 운전사의 어깨가 넉넉했다
구멍가게의 할머니 얼굴이 사과처럼 밝았다
이발사의 가위질소리가 숭늉처럼 구수했다
신문대금 수금원의 눈빛이 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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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고향집 /정군수

고향집 우물가 놋대야에는
그 옛날의 보름달이 뜨고 있으리

흰 고무신 백설 같이 닦아내던 누이
손끝 고운 그리움도 남아 있으리

눈엔 듯 보이는 듯 뒤안길 서성이면
장독대에는 달빛 푸르던 새금파리

어머니의 눈에 비친 안쓰러움도
오늘밤엔 기다림으로 남아 있으리

굴렁쇠 안에 뜨는 둥근 보름달
고샅길 이슬 맞고 달려오면은

달빛 받아 피어나던 할아버지 수염
박꽃 같은 웃음도 남아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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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밤 / 고재종

둥글고 환한 보름달을 올려다보면서 마음속의 소망 한 가지씩은     
가만히 가만히 달님께 전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비록 소망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환하게 밝은 달님은 웬지 모든 것을 다 들어주실 것만 같은     
푸근한 어머니와 같은 모습에서 말입니다.    세상에 모든 거친 말들과 가시 돋친 말,     
그리고 세상의 모든 미움들이 달님의 둥글고 환한 모습처럼 궁글 궁글     
둥그렇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바람을 가져보았던      
보름날 밤이었습니다
==============
추석 / 이병초

 굵은 철사로 테를 동여맨 떡시루
어매는 무를 둥글납작하게 썰어 시루구멍을 막는다
쌀가루 한 둘금 그 위에 호박고지를 깔고
쌀가루 한 둘금 그 위에 통팥 뿌리고
쌀가루 한 둘금 그 위에 낸내 묻은 감 껍질 구겨 넣고
쌀가루 한 둘금 그 위에
자식들 추석옷도 못 사준 속 썩는 쑥 냄새 고르고
추석 장만한다고 며칠째 진이 빠진 어매
큰집 정짓문께 얼쩡거린다고 부지깽이 내두르던 어매
목 당그래질 해대는 것이 무지개떡 쇠머리찰떡만은 아닌지
쌀가루 이겨 붙인 시루본이 자꾸 떨어지는지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불길 앞에서 어매는
부지깽이 만지작거리며 꾸벅꾸벅 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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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 박민철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을 감싸고 
아늑한 풀벌레소리 꿈속으로 이어지면 
한적한 오솔길 저녁 따라간다 
귀뚜라미 모여사는 그리운 초가 
책 보따리 동여매고 동구밖 어귀 서성이면 
십리 장에서 돌아온 어머니 
석양길 때때옷을 입혔다 
고대 때부터 내려왔던 달의 신앙은 
아버지의 손등을 붙잡고 
만월이라는 축제의 자리로 초대되어 
팔월의 가부새 바람으로 슬슬 거 린다 
매달리었던 만큼 매달려 왔던 한가위의 포근함 
탕수국 국물이 퇴주 그릇에 빠지지 않도록 
조상의 풍요로운 은덕 시접을 가지런히 놓았다 
성묘를 끝낸 신곡주의 송편이 
뒷 집의 순이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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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무렵 / 김남주

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
나는 자식 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덩이로 하지? 

이제 갓 네 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이 듣고 나서
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보았았다. 저만큼 고추밭에서
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
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
-------------------------
추석 전날 밤 / 김남극 

달은 꽃사과에 내려앉아 그 빛으로 발을 씻겠다
달은 마가목 열매에 대롱대롱 걸려 바람결에 쓰닥이겠다
달은 비닐하우스에 내려앉다 밀커덩 궁둥이가 까지며 미끄러지겠다

달은 
달아빠진 떡함지 귀퉁이에 앉았다가 들기름 빛에 흩어지겠다
흩어져 지시랑물 얕은 고랑에서 밤새 이슬과 섞이겠다

늦게 불 꺼진 방안 어둠 속으로 얼굴을 쑥 들이민다
달도 진 어두운 개울을 건너다 자주 물소리에 울음을 버린 어른과
도랑가에서 놀다 앞산을 넘어온 달을 따 도랑물에 헹구어 꼬챙이에 꿰어 들고 들어온 아이들과
말라가는 줄콩잎만하게 몸을 웅크리고 마당가에 오줌을 누며 오줌발에 번뜩이는 달빛을 내려다보는 내가
곤히 잠들었다

이끼 낀 마당도 오늘은 넓고 환하다 
==============
추석 / 박남철 

1 추석
`어머니 아버지 왜 나를 낳으셨나요' 

연탄불이나 피우자 

연탄불이나 피우고 
연탄불이나 피우면서 
연탄불이 다 피었으니 
빨래나 하자 

빨래나 하고 
빨래나 하면서 
빨래를 다 했으니 
방이나 치우자 

방이나 치우고 
방이나 치우면서 
방 청소를 다 했으니 

발톱이나 깎자 
발톱이나 깎고 
발톱이나 깎으면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 

`달빛 어린 언덕엔 흰 구름만 흘러가네 어지럼 뱅뱅' 
'엄마야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 고추잠자리……' 

2 오빠 
엄마 아빠 재홍이 언니 모두 잘 있어요 
이제 며칠만 지나면 추석인데요 
엄마 아빠께서는 이번 추석에는 오빠가 내려 
왔으면 하는 눈치시던데 오빠의 사정은 어떠신지요 

이 편지가 추석 전에 도착하면 오빠가 집으로 
전화라도 해 주었으면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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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 정양

아들딸들이 아들딸들 데리고 와서
홍동백서 과채탕육 조율이시
뒤죽박죽 차례 모시고 성묘하고
찻길 막힌다면 아들딸 다 몰고
서둘러 떠나버린 추석날 저녁
서둘러 떠났어도 하릴없이
길 막히는 길 막히는 아들딸들이
국도로 지방도로 사잇길로 뿔뿔이
서로 전화 때려가며 길 찾는 동안
고향 길 잃어버린 혼백들에게
한 세상 오도 가도 못하는 길도 좀 물어보라고
걸핏하면 목이 잠기던 어머니 목소리로
산 너머 구름 감기며 추석달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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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 이재무

 쉰다섯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아버지의 나이. 엄니 돌아가신 뒤 
두어 해 뒤꼍 그늘처럼 사시다가 
인척과 이웃 청 못 이기는 척 
새어머니 들이시더니 
생활도 음식도 간이 안 맞아 
채 한 해도 해로 못하고 물리신 뒤
흐릿한 눈에
그렁그렁 앞산 뒷산이나 담고 사시다가
예순을 한 해 앞두고 숟가락 놓으셨다.
그런 무능한 아비가 싫어
담 바깥으로만 싸돌았는데
아, 빈 독에 어둠 같았을 적막
오늘에야 왜 이리 사무치는가.
내 나이 쉰 다섯, 음복이 쓰디쓰다.
크게 병들었는데 환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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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고향 가는 길 / 조위제 

고향집 사립문 옆
붉게 익어가는 대추나무 밑에서
팔월 열나흘 저녁노을 등지고
객지에 나간 자식들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계실
늙으신 어머님  

 중추절 팔월 한가위
민족의 대이동 귀향길이 북새통이다
정성 담은 선물 챙기고
차가 밀려 기어가는 거북이 행렬
내 어머니 기다리시는 그곳
마음이 앞서가는 고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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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성명진
+ 추석 / 유용주
+ 추석날 / 이남일
+ 추석달 / 정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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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월 / 원무현
+ 추석 / 유자효
+ 송편 / 최병엽
+ 달빛 기도 - 한가위에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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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추석 / 정소슬
+ 고유의 명절 한가위 / 전영애
+ 추석에 고향 가는 길 / 용혜원
+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 /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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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한가위 / 전혜령
+ 한가위만 같아라 / 오승희
+ 한가위 고향 서정 / 정재삼
+ 한가위 보름달의 기도 /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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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은 / 김사빈
+ 추석 무렵 / 맹문제
+ 추석 고향집 /정군수
+ 추석날 밤 / 고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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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이병초 
+ 추석 / 박민철 
+ 추석 무렵 / 김남주 
+ 추석 전날 밤 / 김남극  30
--------------------
+ 추석 / 박남철 
+ 추석 / 정양 
+ 추석 / 이재무 
+ 추석 고향 가는 길 / 조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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