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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가을

10월 시 모음 2

+ 10월 / 전소영

갈꽃처럼 핀 마음이 하늘에 닿는다
생의 갈피마다 철새들이 내려앉고
또 무리 지은 새들은 멀리 날아간다
청옥 색 풍선들이 가슴을 매달고 자꾸만 날아간다
 
들판 가득 채운 10월의 빛을 끝없이 쳐다보면서
좋아하는 색으로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잘 익은 들녘 같은 그림 한 장 그리고 싶다
이 강토에 내리는 시월의 색으로 칠하고 싶다
 
풀잎 하나 뜯어 그림 위에 얹어 놓으면
풍경 속으로 흐르는 푸른 강이 되겠지
강은 가슴 타고 흐르는 한 줄의 뜨거운 시가 되고
제방 가득 평화와 자유의 강물이 흘렀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다시 계절이 바뀌어도
내 어머니가 가르쳐 준 서글픈 언어로
10월의 색깔이 배여 있는 자유시를 쓰면서,
이 곳 아직 갈라진 한반도에 살고 싶다.
 
젖내 나는 모국어로 쉬운 친구의 이름을 부르고
이 지상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피가 묻지 않은 종이 위에
내가 얼굴도 모르는 너의 이름을 쓰더라도
우리 함께 10월의 길 위에 풍성하게 내리는 빛을 밟고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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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김완하

길가다 논바닥에 고인 가을
물의 여유와 긴장을 보았다
그곳에 내 얼굴 비추어보면
그래, 나는 또 한 해를
너무 부끄럽게 살아 왔구나
물의 가슴에 내 가슴을 묻고
도랑을 따라서 흘러가면
주변의 나무와 먼 산들이
알몸으로 누워 안기고
하늘의 구름이 한참씩
머물다 간다

비로소 구름도 뒷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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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김은경

우리는 매일 헤어지는 중이에요
 
대추나무는 대추알과
은행나무는 은행알과
 
지상의 모든 열매는 눈물방울 같아요
나는 대추나무
나는 은행나무
 
나는 감물 번진 노을 밑에 홀로 서서요
 
팔이 떨어져 나간 사람은 팔이 있다는 착각을 하며 내내 살듯이
살 빠진 사람들이 두 개의 영혼을 갖고 살듯이

지난가을 스웨터를 입고
상실감을 상실하는 나무가 되는 꿈을 꾸어요
 
알아요, 당신?
모든 나무의 눈물주머니 속엔 열매가 살아요

고욤나무의 고요를
자작나무의 한숨을
환희라는 꽃말을 가진 자귀나무의 역설을

빗방울처럼 받아먹는 저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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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 / 노수옥

감자꽃 피던 마을을 지나
빈 수수밭을 지나
구월의 꼬리를 밀어내고 시월이 온다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의 몸짓과
모가지가 사라진 해바라기 밭도 지나왔다
정수리에 서리가 내린 시월
우듬지를 타고 오르던 물기가
공기층으로 흩어진다
휘어진 갈대의 허리에는 기러기 울음이 묻어있다
거두지 못한 늙은 호박의 이마 위로
찬바람이 다녀가는 밤
누군가는 밤새워 스웨터를 짜고
또 누군가는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고 있을 것이다
간이역은 귀를 세우고 놓쳐버린 발소리를 듣고 있다
바람의 속도가 빨라지면 저녁은 서둘러 창문을 닫고
속살이 붉은 가을의 내력을 읽는다
땅거미를 그러모아 이별을 준비 중인 시월
어디선가 씨 여무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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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박기섭

바람은 남실남실 벼논을 먹어간다
이랑이랑 일렁이며 윗벼미서 아랫비미로
한 입씩 베어물었다 되뱉으니, 저 금빛!

햇볕은 또 햇볕대로 태금이라도 하려는 듯
종일을 들명나명 체질하는 시늉이다
감흙을 받아낸 듯 봇물도 한결 누긋해지고
하늘에 깔아놓은 새털구름도 그렇지만
이제 더는 애운할 일 잰걸음 칠 일도 없이
짯짯한 인연의 여물터, 물살이나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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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유재영

목이 긴
그 가을
씨방엔
잘 여문
갈색 안부가 
점자처럼
모여 있고

​아직도 
은조롱
마른 잎사귀에
파랗게 
묻어 있는
지난여름
비단벌레
기어가던
소리

오오,
누구의 별자리냐
멀리 
기우는 
북극성

​문득
창을 여는
아이의
이마가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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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윤희상

너를 버리면
무엇을 버리지 않을 수 있을는지 나는
걸어가다가 몇번이나
주저 앉아버리고 싶었다
우리들 곁으로 겨울이 오기 전에
갑자기 비가 내리지
아마 사람들은 거리에서 젖어 있을거야
이제 편지하지 말아다오
누가 지친 생활을 세 번 깨우기 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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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 / 이시영

심심했던지 재두루미가 후다닥 튀어 올라

​푸른 하늘을 느릿느릿 헤엄쳐간다

​그 옆의 콩 꼬투리가 배시시 웃다가 그만

​잘 여문 콩알을 우수수 쏟아 넣는다

​그 밑의 미꾸라지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봇도랑에 하얀 배를 마구 내놓고 통통거린다

​먼 길을 가던 농부가 자기 논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만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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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장만호

이제, 기다리지 않아도 저녁이 오고
세계는 조금씩 녹슬어간다
새들은 허공에 밑줄을 긋거나
나무들 사이를 날아다니다
먼 곳을 생각하며 서로의 깃을 고르고
떨어진 깃털 하나
저녁의 푸른 공기 속에 가라앉을 때
나무들은 둥근 귀를 둥글게 열고
잎 마르는 소리를 듣거나 멀리
열매 떨어지는 소리를 뿌리로 듣는다
그 뿌리 흔들리는 순간
저녁은 어둠으로 녹슬어가고
어둠은 모든 빛나는 것들을 빛나게 해
등불이 등불을 부르고
별들은 서로를 껴안고 성좌를 이룬다
간혹 유성이 흐르기도 하지만 미동도 않는
대지 위에서
사람들은 불빛을 향해 흐르고
나는, 사라진 것들과 사라질 것들을 생각하며
옛 애인에게 전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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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홍해리

가을 깊은 시월이면
싸리꽃 꽃자리도
자질자질 잦아든 때,

하늘에선 가야금 퉁기는 소리
팽팽한 긴장 속에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금빛 은빛으로 빛나는
머언 만릿길을
마른 발로 가고 잇는 사람
보인다.

물푸레나무 우듬지
까치 한 마리
투명한 심연으로,냉큼,
뛰어들지 못하고,

온세상이 빛과 소리에 취해
원형의 전설과 추억을 안고
추락,
추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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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 이정은

시월이어서 좋아요
당신에 그 바람으로 어디든 갈 수 있기에
사랑을 전하기도
당신을 기다리기도
할 수 있기에 

산들산들 불어오는 시월 하늘 눈부신 볕에
들녘은 고개 숙인 황금 물결 눈부시고
산천은 오색의 물결이 넘칠 것이요
잔잔히 흐르는 강물엔
낙엽 배 만이 유유히 떠 가며
시월을 맞고 

내 가슴에 시월은 설렘으로 가을을 담고
고운 빛 단장하고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춤추는 코스모스
그 길을 거닐며
가을을 품에 안기리 

기다리고 기다리는
나의 가을 연가를 만들고 그려가리
사랑의 빛으로 가을빛 되어 눈부시게
시월의 가을을 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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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 10월 / 황인숙

요 며칠 사이, 누군가 자꾸 창을 기웃거리는 것 같아
뒤숭숭해 있었다
나무 그대에게 내
흔들리는 손 보냅니다
작별이 아닌
안부의 손짓을

저기 저 들판에
겸허히 꿇어엎딘 무리들 보셨나요?
햇님과 바람에 경배드리는 낟가리들이군요
그대도 추수를 마치셨는지?
좀더 추운 날
달님보다 창백한 햇님 아래
그대의 들을 찾을
땅뙈기 없는 이를 위해
이삭이나 넉넉히 남기셨는지?
난 한다발 일국을 두겠어요
내 작은 뜨락에 들를
그대를 위해

축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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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뜰 / 홍금자

칸나, 바이올렛......
꽃들의 어지러운 웃음도
종막을 내린
이젠
불기 없는 빈 방 같은
응어리진 삶이
계절의 끝에 서
밤은 내린다

덩치 큰 여자의 엉덩이처럼
시새움마저 사라져간
빈 뜰의 한 모퉁이에
허공처럼 남아 있는
풀잎 바람

쭈그러진 뱃가죽으로
헛구역질하는 임산부 마냥
바람 바람에
떠밀리는 잎새들

그날의 화사한 웃음과 색조는
가고 없어
나는 낙엽처럼
소리 없는 절규로
가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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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시 / 임영준

이쯤 되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어야합니다 
가당찮은 욕망만 좇다 
보석 같은 시간을 대충 
흘려버리고 말았을 겁니다 
서늘한 10월의 죽비가 
비워야 한다고 
벗어버려야 한다고
일깨워주지 않았다면 
또 미망에 잠겨 한참을
얼어붙고 말았을 겁니다
게다가 잃어버릴 것이 없다고 
털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연한 잎새들까지 되새겨주지만 
숙성의 바람을 품고
안도의 달빛 속에서 
적당히 웅크리기도 좋으니 
제아무리 숨가쁜 길손이라도 
잠시 다 내려놓고
조금만 쉬었다 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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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方 10月 /유치환

이곳 시월은 벌서 죽음의 계절의 시초리뇨
까마귀는 성귀에 모여들 근심하고
다시 천일(天日)도 볼 수 없는 한 장 납빛 하늘은
황막한 광야를 철책(鐵柵)인 양 눌러 막아
아아 북방 이 거대한 울암(鬱暗)의 의지는
창부인 양 허무를 안고 나누었나니
내 스스로 여기에다 버리려는 고독한 사유도
이렇게 적고 찾을 길 없음이여
호을로 허물어진 성터에 서건대
삭풍에 남은 고량(高梁)대만
갈 데 없는 감정인 양 못 견디어 울고
한 떼 기마의 흙빛 병정 있어
인력이 아닌 듯
묵묵히 서쪽 벌 끝으로 향하여 달려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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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보름 / 장석남

푸른 녹이 낀 거울 속의 작은 부스러기 하늘이라고 해두자
나는, 냇가 모난 돌밭 틈에 난 작은 버드나무라고 해두자
나는, 가을날 라일락 밑동의 어둠이라고 해두자
ㅡ 거기 어디 향기의 자죽이라도 있던가?
나는 성곽의 가장 밑돌 틈에 가장 늦게 나와 핀 민들레라고 해두자
그리고 너는, 인류평화의 신앙은
그 민들레의 보름달이라고 해두자

키 크고
속눈썹 긴
보름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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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새벽 / 류시화

시월이 왔다
그리고 새벽이 문지방을 넘어와
차가운 손으로 이마를 만진다
언제까지 잠들어 있을 것이냐고
개똥쥐바퀴들이 나무를 흔든다

시월이 왔다
여러 해만에 평온한 느낌 같은 것이 안개처럼 감싼다
산모퉁이에선 인부들이 새 무덤을 파고
죽은 자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나는 누구인가
저 서늘한 그늘 속에서
어린 동물의 눈처럼 나를 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디 그것을 따라가 볼까

또다시 시월이 왔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침묵이
눈을 감으면 밝아지는
빛이 여기에 있다

잎사귀들은 흙 위해 얼굴을 묻고
이슬 얹혀 팽팽해진 거미줄들
한때는 냉정하게 마음을 먹으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다
그럴수록 눈물이 많아졌다
이슬 얹힌 거미줄처럼
내 온 존재에 눈물이 가득 걸렸던 적이 있었다

시월 새벽, 새 한 마리
가시덤불에 떨어져 죽다
어떤 새는 죽을 때 가시덤불에 몸을 던져
마지막 울음을 토해내고 죽는다지만
이 이름 없는 새는 죽으면서
무슨 울음을 울었을까

시월이 왔다
구름들은 빨리 지나가고
곤충들에게는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리라
곧 모든 것이 얼고
나는 얼음에 갇힌 불꽃을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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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서정 / 정세훈

다시, 노랗게 단풍이 든 은행나무 가로수야 

나는 며칠 전 추석 명절을 맞이해 
고향마을 선산을 찾아 성묘를 하고 
다시, 이렇게 서울로 돌아왔단다 

홀로 지내던 팔순 노인 상수 할아버지 
지난겨울 문상 길에 낙상하여 
객사한 개울가를 지나서 
장가 못간 지천명의 나이 민구가 
지난봄에 목을 맨 산모퉁이를 지나서 
지난여름 공장에서 돌연사를 한 
마흔 한 살 석민이 고향집 마당을 지나서 
다 익은 벼 포기를 뿌리째 갈아 엎어버린 
논배미를 어기어기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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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는 / 신성호

싱그런 청포도의 신맛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수목의 이유 있는 변함에
잊었던 갈색 추억을 들추어 가며
 
낙엽이 타는 그 향기와 더불어
허즐러 커피 한 잔에 지긋이 눈을 감고
흔적없이 가버린 여름날을 그린다
 
세월은 가고
또 다시 씌여질 삶의 흔적이라면
 
시월에는
우여곡절 후의 요행도 아닌
다가오는 운명을 탓 함도 아닌
 
주어진 아름다운 삶의 터 위에
땀 흘리며 지어 낼 행복을 위해
미련도 후회도 없는 시월을 꿈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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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는 / 신성호

청명한 시월은
하늘이 더없이 높아지고
부는 바람이 서늘해 지고
아름다운 단풍이 시작되고 

사색의 시월은
해맑은 아침창가에 기대 앉아
영글어가는 가을을 바라보며
한잔의 허즐러향기의 커피속에서
낙엽타는 그 향기를 기억해 본다

풍성한 시월은
긴 세월에 아픔을 잃어버리고
탐스럽게 무르익은 수많은 과일들의
참고 견디던 인고의 그모습이 대견스럽고
 
사랑의 시월은
소홀했던 내안에 아름다운 그사랑을
밤새 내린 영롱한 이슬보다도
찬란히 빛나는 보석보다도
엄마의 가슴속 처럼 따뜻함이 살아있는
그런 사랑으로 승화시켜 보리라
 
결실의 시월에는
미루었던 일들을 하나씩 꺼내어
꾸겨진 것 잘펴서 손질하고
헝크러진 것 잘 정리해서
해냈다는 기쁨을 찾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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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는 / 이민영

시월에는
태우다만 낙엽의 가슴에 붉은 멍이 인다
읽어놓은 책장의 페이지가 바람의 옷을 잡고 서성이면
삶의 꽃들이 모여 들을 이루고
가을의 미래가 과거와 현재를 다독이며 파삭파삭한 희망을 건다 
그래서 시월에는 어머니 그 어머님적 밭이랑에서 핑갱 달린 소를 몰고
발대지게 진 아버지 뒤를 따르던 
아버지 시절이 되어본다.
미리, 山밭에는 뿌리의 겨울 날을 쓰다듬는
호미의 그렁 그렁한 눈물이 떨어진다.
가을은 가지 못하고
시월 안에서 잠을 잔다.

그가 봄, 여름이라고 써 놓은 하늘 아래서
비나리를 즐긴다는 것은 씨알이 되고자하는 계절의 흔들림이 아니던가
파문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적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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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시 / 김주희

임이 주신 시월의 가을을
염치 없이 훔치고 싶습니다
어디든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임의 시월에
가을을 가져 가고 싶습니다
노랑 .빨깡. 고운 연보라빛 !!
어쩌면 당신의 작품은 그리 손을 댈때가 없는지요~!!
충동적으로 심장이 두근거려 이 고운 한잎 슬그머니 따다가
몰래 내 속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오늘 저녁엔 님에 고은 향기에 흠뻑젖어 시월의 향을 맡아볼려구요
하늘 높은 시월에 펼쳐 있는 색도화지 고운 빛에 흥건히 젖어
당신에 가을 작품 전시회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네요
시월을 가져 간다는 허락도 없이
당신의 시월을 난 이미 훔쳐버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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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시 / 류시화

폭포의 물줄기 여위어 가고
뜨거운 불줄기 계곡을 뛰어내린다
눈을 감아라
이름 가진 것들 모두 빛나는 시월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들을
모두 떠나게 하라
잊혀지는 것이 어디 이름뿐이랴
식어가는 것이 어디 마음 뿐이랴
봄이 세상에 오기도 전에
겨울이 오기도 전에 치솟던 몸을 식혀
금간 틈새에 이끼를 키워온 
저 억새밭 우뚝한 너럭바위를 위해
이 깊은 시월은 비워 두어라
사랑은 그렇게 깊이 묻혀있어서
빛나는 뿌리를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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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시 / 오애숙

시월이 되면
벌써 들판에서는
춤추는 오곡들이
구릿빛 농부 수고에
감사꽃 피워 휘파람 불며 

산마다 초록빛
여울 벗어 던지고
화려하게 옷입으려
울긋불긋 치장하고서
날 보러오라 준비하는 달
 
시월은 서서히
작별에 응하는 달
준비되지 않았다해도
불변의 자연 법칙 앞에
올해 마지막 기회 삼는 달
 
담벽 해바라기
황금 너울 쓰고서
임 향한 그리움 뒤로
멍울 수놓고 이별 고해
진실의 문앞에 휘파람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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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아침에 / 윤보영

10월이 되었습니다
10월을
기다렸던 사람도 있을 테고
지독한 외로움 때문에. 나처럼
반갑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당당하게 10월을 맞이하고
10월의 주인이 되기로 했습니다

​매년 그러했듯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인 10월
지금부터 내 10월을
나를 위한 10월로 만들겠습니다

​모임에도 자주 나가고
낙엽 보이는 창가에 앉아
부드러운 커피도 마시면서
내 안에 찾아온 10월을
즐기면서 보내겠습니다

​생각 한 번 바꾸었는데
쓸쓸한 표정 짓던 10월이
꽃다발 같은 미소로 다가섭니다

​"그래, 10월!
우리 한 번 잘해보자!"
꽃밭 같은 마음 내밀고
10월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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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어느 날 / 홍경임

10月 태양빛에
가득 찬 오늘
나 죽어도 좋으리

​10月 비껴진 햇빛에
코스모스 흐느끼는 이 날
나 생을 마쳐도 좋으리

​들국화 비에 젖는
10月 어느 날
나 본향으로 돌아가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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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첫날 / 이종숙

9월의 못다 한 사랑이 그리워
하늘이 울고 있습니다. 

풀벌레 소리도 수면제로 잠재워 놓고
조용히 흐르는 눈물은
그대 보고 싶은 눈물입니다
 
까만 하늘을 바라보니
가로등 불빛 사이로 날리는
하얀 눈송이 눈물은
그대 사랑이 담겨 있는 그리움입니다. 

내 가슴에 소나타 선율 따라 퍼져서
행복의 눈물이 떨어집니다.
 
아쉬움으로 남겨둔 그대이기에
미련으로 뒤돌아 볼 수 있는 그림자에
못다 핀 사랑을 담아 놓았습니다.
 
잿빛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미소 지을 때
우리 10월에 못 다한 사랑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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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풍경 / 이미화

희망의 등불처럼
계절은 언제나 변함없이 찾아와
충만을 채워주고 아쉬움만 남긴채
안녕이란 짧은 인사로 냉정하게
돌아 서 버린다 

기다림의 굴곡 견디기 힘겨워
어둠이 드리운 동굴 찾아들어
평온한 쉼 깊은 잠 비몽을 헤메일 때
생명체 깨우는 한 줌 햇살은 가을볕인가
 
비겁함으로 움츠린 모습에
청명한 가을 하늘 뭉게구름과 함께
존엄함으로 오시어 살며시 손 잡으며
오색찬란한 광휘를 펼치러 가자시는 당신
10월 햇살 풍경의 왕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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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오면 / 진의하

자연은 
비우는 법을 알아 
토실토실 가꾸어온 결실 
미련 없이 훌훌 털어주네. 

허공에 놀다가는 구름자락처럼 
임자가 따로 없는 
세상살이의 윤회 
출렁거리는 메아리의 의미는 
선회하는 빈잔. 

채우고 마시고 
비우고 채우는 동안 
홍안의 붉은 넋 
때묻은 온갖 시련 미련 없이 털어내며 
너울너울 춤을 추는 
10월은 
비움으로 넉넉한 잔치마당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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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한라산 2 / 이승익

누가 혁명을 일으키는가
누가 한라산에 혁명의 깃발을 올리는가

저 군화 발자국 소리는
저벅저벅 시시각각 달려오는
저 군화 발자국 소리는 누구의 소린가

혁명군 발자국 소린가
백성의 애끓는 함성인가

멈춰라
멈춰라
어서 멈춰라

군화 소리 멈춰라
빠알간 피 물들인 혁명을 멈춰다오
비명으로 범벅된 백성들 함성 들리지 않는가 

어서 빠리 멈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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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시월 / 안정순

잦은 비에
황금빛으로 말쑥해진 볏모가지
잔바람에 허리를 휘청이고
 
설익은 단풍은
밤새 내린 비에 파르르
젖은 몸 한기를 털어낸다
 
가을이 오기도 전 일찌감치
밭고랑의 후한 인심은
멧짐승에 내어주고서
 
뒷동산의 부지런한 다람쥐
탱글탱글한 묵덩이 손에 들고
분주하게 사립문을 드나든다
 
모두가 풍요로운 가을날
정을 나누는 넉넉한 가슴엔
오 색의 단풍처럼
행복이 짙게 물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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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깃발 / 임억규

간밤의 무서리에 내 뜰이 놀랐던가
걸쳤던 푸른 옷 좌르르 쏟은 모란
까칠한 팔뚝을 들고
바리발발 떨고 있다. 

돈대에 국화들은 노랑 얼굴 드러내고
감 잎 떨구는 소리 머리에 이었구나
숨이 찬 기적소리가
이 아침을 흔든다. 

은행잎 하나 둘 땅위에 내려앉고
감나무 가지 끝에 홍시 하나 매달았다
시월의
깃발이란다
높이 높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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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노래 / 이형권

그미야
가을 숲에는 어느새
무성했던 이야기들이 떠나가고 있다
이제 절벽같은 시간들만 남았다

누구나 한때, 봄날의 잎새처럼 푸르렀지만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세월이었던가.
천둥과 비바람이 치고 가는 저녁처럼
삶은 상처투성이였다

저승길에 누워 있는 노인의 모습처럼
가을 산은 만상을 품었고
떨어져 누운 나뭇잎은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그미야
바람이 불면 어느덧 시월의 끝자락이다
그 길을 따라서 하늘이 깊어지고
강물이 깊어지고 산 그림자가 깊어지듯이
낙엽 지는 가을 숲이 깊어지고 있다

깊어진다는 것은 얼마나 아득한 것이냐
서투르고 풋풋한 것들이 제 몸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비로소 앙금을 덜어내는 시간
사랑이면 더 깊은 사랑 속으로
이별이면 더 깊은 이별 속으로
가을 바람이 우리를 떠밀고 간다.

그미야
가을 숲은 긴 설움을 풀어내는 고해소와 같다.
가랑잎처럼 쌓인 슬픔을 헤아리듯이
운명처럼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
가을 산 저 너머, 더 깊은 곳으로
길 위의 시간들처럼 늙고 저물어서
나는 빈 가지의 허허로움으로
새로운 계절 앞에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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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바다 / 원영애

소금 바람이 불어오면
기둥하나 차갑게 가슴에 솟는다 

하늘 향해
한때 능금처럼 익어
매달렸던
진정되지 않던 가슴
 
그때 만들어 띄운 종이배
이렇게 심연 속
헤집고 떠다닐 줄
 
같이 할 수 없는 인연
어느 날
혹시 만나 질까
귀 세워 마음 걸어놓고
 
장대 위 날아와 앉을
그리움 한 자락
마음에 당겨놓으면
시월의 바닷바람에
소금기둥하나 하얗게 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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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소녀 / 전봉건

시월의
소녀는
사과 속에
숨어 있다.

순이는 달음박질쳐가서 숨었고
은하는 사뿐이 걸어가서 숨었다.
선희는 어물어물 새도 몰래 숨었고,
춘화는 화병 곁에 잠자다가 숨었다.

저 사과 나무밭의 울타리,
저 가시 돋힌 쇠사슬을 넘어서,
저 무서운 총알이 오고 가던
저 사과나무가지에 오늘 기적 같은 안으로

그럼
사과나무 밭으로 가 볼까나.
제일 빛나게 익은 큰 것을 먹어야지
내가 사랑하는 소녀가 숨은 사과.

​한입 깨물면
나의 소녀는 꽃다발되어 뛰쳐 나올거다.
새까만 사과 씨는 보석처럼
굴러서 대지에 숨을거다

시월의
소녀는
사과 속에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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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 가네 / 정종명

더딘 계절을 끌며 자전하는
시간이 멈춤 없이 하루를 열고
산과 들 어딜 가도
배가 터질 것 같은 작지만
예쁜 웃음이 널려 있고
 
묵은 떼 훌훌 털고
홀가분한 몸치장에
여염 없이 바쁜 하루 해가
어둠을 싣고 와 뿌려 놓는데
한 무리 기러기 떼 고요를 깨며
쉴 곳을 찾아 드네
 
쑥부쟁이 작은 꽃술에 앉아
덜 채운 배를 불리느라
안 갓 힘을 쏟는 아가 벌
지쳐 보이는 날갯짓에
측은함이 가슴을 쓸고
 
높은 산 우듬지 단풍 소식
오래 전인데 남녘의 잎새들
아직은 남의 일인 양
더딘 손놀림이 여유롭다
 
작은 산새들 야문 열매로
입맛을 다시며 분잡한데
설익고 매듭짓지 못한 여운
선 하품하며 꼬무락 거리고
가끔 마른 잎새 바람 피부에
비비는 싸늘함에 깊어진
계절이 걸음을 서둘러
 
미련 없이 억새 하얀 손 흔들며
어디로 가는 것인지, 그렇게
그렇게 시월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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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 오면 / 이명순

골짜기가 붉게 타오를 때면
할머니 등에 업혀 산으로 간다
 
칡, 다래넝쿨들이 키재기를 하는
숲에서 고개를 내민 너를 보았네
네 입술을 열고 내민 포얀속살
엄마의 젓냄새가 나를 유혹하네
 
산에 오르면 내게 주는 선물
툭 터진 알밤 농익은 홍시
탱자 닮은 호두랑 바나나처럼
뽀얀 속살을 내미는 으름열매
 
어릴적 할머니 등에 업혀서
무던히도 많이 따먹었다
우유빛 속살의 부드러움
코끝에 안기는 향기는 사는내내
기억의 언저리를 맴돈다

시월이 가는 날
따스했던 할머니의 등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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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시월은 / 김덕성

어느 해보다 올 시월에는
둥근 보름달이 더 둥글고 더 밝은
보름달이 되고
 
솟는 샘물처럼
사랑도 퍼내도 솟아올라
사랑의 목마름이 없고
 
악취로 사람들이 외면하는 곳에도
가을의 향기가 풍기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세상
 
미움도 욕심도 떨쳐버리고
넉넉한 가을 마음껏 사색하면서
아름다운 시로 화답하는
감사하는 계절
 
사랑과 행복이 강같이 흐르는
축복의 시월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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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의 수채화 / 박희홍

색깔 다른 고운 단풍잎에
가지가지 사연 담아
낯 두껍게도
우표 없이 보냅니다
 
받으시걸랑 미납요금은
잘 익어
침 꿀꺽 넘어가는 석류와
알싸한 향기로
입가에 침이 도는 탱자
한 바구니면 됩니다
 
참 잊을 뻔했네요
덤으로
까치밥은 남겨두고
잘 익은 감도 한 바구니
주면 더 좋습니다
 
산과 들만 바라보지 말고
꽃구름 높이 뜬
푸른 하늘도 쳐다보고
마음 넉넉한 수채화를 그려
훗날 추억의 얘기꽃을 피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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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시월을 / 이옥순

곱게 물든 단풍길 걷노라면
그리운 임의 생각 절로 나니
붉은 단풍 절정인 자연의 경관을
그대와 함께 보고픈 마음이어라
 
오색 빛으로 화려한 산마루
새들이 정겹게 노래하고
시월의 흑장미 붉게 피었네
삶이란 희로애락의 연속이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날이면
더욱 그립고 보고 싶은 그대
 
시월의 은행잎 황금빛 물들이고
붉게 타는 단풍 바라보는 행복
그대와 함께하고파 그리움 파고든다
 
바닷가 은빛 물결 찰랑찰랑 여울지고
커피 향기 그윽하고 고즈넉한 정취에
가을 잔잔한 음악은 그대 그리움
시월의 찬란한 단풍길 그대와 함께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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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피는 꽃 / 안계종

시월이 오면 산에 들에 무성한 나뭇잎이
나도 꽃이니 꺾지 말라 하는구나
 
붉디붉다 못해 노랗게 질려버린 가을아
누가 너를 보고 곱디곱다고 하더냐?
 
바싹 말라 핏기없이 타고 있는 단풍들아
누가 너희를 배경 삼자 줄을 서더냐?
 
빨갛게 멍이 들며 소리 없이 내려오나니
근본을 살리는 헌신이 아니겠느냐
 
힘없이 짓밟혀 부서지고 쓸려 갈 때는
이렇게 비우고 가는 거라고 불러라
 
너를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이기적이니
남김없이 태울 너를 위로하노라
 
바람 따라가는 날 북풍한설 불어올 때
태워도 지지 않을 꽃별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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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의 끝자락 / 임재학

너무나 바빴던 나날이기에
단풍이 곱게 물든 산을 찾아
올가을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하였다.
 
축 늘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을씨년스런 바람이 지나가면
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떨어지는 모과를 하나 주어
책상 앞에 놓아두고
늦가을 향기를 맡아본다.
 
계절은 벌써 시월의 끝자락에 걸려있고
흐르는 세월에 몸도 따라 흘러서
자꾸만 활력이 사라지는 요즈음
 
그래도 시월의 마지막 날
메마른 마음을 또다시 가다듬고
날마다 열심히 노력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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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끝자락 / 정윤철

울긋불긋 물들이는 가을의 언저리
아직 눈부신 햇살에 손바닥으로 가려보지만
흰 구름 빠르게 흘러가는 현기증으로
잠시, 흑암에 몸을 숨기고 

메마른 향기에 코끝을 치켜 뒤돌아보지만
휭하니 달려가는 뒷모습
쓸쓸함이 싸늘함되어 귓전을 맴돌고
안녕이라는 말 대신에
마른 낙엽만 흩날린다 

흔들려야 하는 가련함이여
꽃잎 하나둘 떨어뜨려
천년만년을 이어온 습관처럼
또다시 가슴에 새기며
퉁퉁 불어튼 땅에 언약을 심는다

이제, 시월의 끝자락
형형색색의 만찬이 끝나면
배부른 순백의 광명은
점점 사위어 모습을 감추고
차가운 입김을 대지에 뿌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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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오는 소리 / 이세복

화려했던 열정의 꿈이여
아픔과 상처의 시간이 더할수록
소슬바람에 휩쓸리듯 서로에게 비껴간다 

옹이 진 상처가 곪아 터진 것처럼
홀로 서럽게 울던 길모퉁이 

가을이면 희미한 상념들이
바람과 함께 떠오르는 인생의 윤회
시월이 서러워 속으로 울고 만다

하얀 갈댓잎 속살도 아플진대
낭만의 추억을 한 자락이라도 부여잡고
가고픈 걸 가을은 알까 

홀연히 훨훨 날리듯 가는 이 계절에
붉게 탄 홍엽도 코스모스 흐드러진 것도
이젠 나뭇잎으로 떨어지는 가을 사랑 

산, 들엔 쑥부쟁이 만발하여
진한 향기 코끝을 간지럽히는데
양떼구름에 내 마음 실어
정처 없이 떠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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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밤 / 김옥자

어제의 굴레가 만들어 낸
오늘이라지만
시월의 마지막 밤은
모든 것을 보내고 있네요
한바탕 앓고 일어난
사랑의 열병은 갈잎으로 떨쿠고
등떠미는 무수한 사랑의 미로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또 슬프게 보내고 있네요
이 밤을 보내고나면
언제나 그랬듯
긴 터널을 빠져나온 뱀처럼
내일을 또 열어가겠지만
서풍에 실려 온
지울 수 없는 이름 하나 둘
잊고파서 지워져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사랑은 우리의 눈동자에 담겨
그림자 만드는 해를 따라
길을 나서는것인줄 시월의 마지막은 알아요
비록
바람에 삐걱 이는 세월의 문고리가
오늘밤을 보내고 나면
세상도 옷을 벗고
세찬 바람이 불어와
세상 밖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풀어놓는 속내처럼
내일의 창에
영롱한 등불켠 가슴으로 빛나는
사랑노래 애달픈 풀벌레의
노래를 들어보아요
떠나가는 모든 것들은
슬픔의 빗장을 풀고
세월을 풀고 있는데 우리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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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밤 / 석옥자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야심한 밤에
까닭 모를 쓸쓸함이 찾아와
편지를 쓰라고 잠을 깨웁니다
 
누구도 받아주지 않은 편지를 써서
물든 잎새에 꽂아두면 지나가는
뭇사람이 이 편지를 볼까요.
 
그래도 시월에는 좋은 일이 너무너무
많아서 보내기가 아쉽습니다.
내가 못해본 내 딸이 큰일을 해냈거든요
 
위험수위 험난한 머나먼 여행길
무사 안녕히 돌아와서 누구에게든
편지를 쓰고 싶네요.
 
아들이 보내준 즐거운 여행길
이 편지를 받아보는 이가 있다면
더더욱 행복할 것 같아요
시월이여 무지무지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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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어느날에 / 신영희

비릿한 물내음
개구장이들의
모레장난, 물놀이에
뜨거웠던 여름날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송정해수욕장을 껴안은
산과 들은
어느틈에 색동옷 곱게 차려입고
새털구름 유람선에 무임승차해 유유히 사라질때
강태공 괭이잠에 낚시줄만 환유하는 가을 날
바닷가 모레 사장에 앉아
수평선 사이로 당신 얼굴 그려봅니다.
 
이 계절 가기전에
당신과함께,
아늑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 앞에 놓고
못다한 사랑 이야기로 밤을 지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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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편지 - 대모님께 / 이해인

"눈은 볼수록 만족치 않고
귀는 들을수록 부족을 느낀다"는
책 속의 말을 요즘은 더 자주 기억합니다

진정
눈과 귀를 깨끗하게 지키며
절제 있는 삶을 살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시대 탓을 해야 할까요

집착을 버릴수록 맑아지고
욕심을 버릴수록 자유로움을 모르지 않으면서
왜 스스로를 하찮은 것에 옭아매는지
왜 그토록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말하려고 하는지

오늘은 숲속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처럼 단순하고 부드럽고
자유로운 삶을 그리워했습니다

저도 그분의 흰 구름이 되도록
꼭 기도해주십시오, 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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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그 길을 걷는다 / 김이진

61km로 달리는 남자
시월의 아침 그 숲길에
삶에 지친 마음 하나 살포시 꺼내 놓는다

내 젊은 날의 청춘을 묻었다
또 다른 출발점에 서있는 남자

이제 뭐 하실 건가요
새로운 계획은 있으신지요
또 다른 떨림으로 다가온다
 
딸아이의 문자다
아빠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퇴직하는 날이 올 줄 몰랐는데
우리에게도 이런 날이 오네요
이제 하고 싶은 거 즐기면서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네요
 
그래야겠다
삶이란 테마 속에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
이제는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음이다
내 젊은 날의 꿈처럼 새로운 출발이다
 
오늘도
멋진 남자는 시월이 동행하는
그 길을 아무 말 없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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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날엔 / 김용화

시월의 마지막 날엔
잎새마다 꽃이 되었다.
어느 누가 미치도록 그리웠으면
가을이 되었겠는가
그리움이 모이면 가을이라 했는데
어느 누가 미치도록 보고싶었으면
저리도 절절한 가을 유서를 쓰겠는가
순희의 가을 낙엽은
고독한 이의 마른 눈물이라 했고
순회의 가을은
잊고 잊는 것이라 했다
첫눈 오는 날까지
까마득히 잊는 것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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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밤에 / 유응교

노을진 창가에
노랗게 물든 낙엽을 헤치고
고달픈 내 영혼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기 위하여
그대여!
시월의 마지막 밤에
옷자락 길게 끌며
내게로 오라.
 
낙엽은 언제나
떠남과 이별의 상징이지만
푸르른 영혼을
다시 기대할 수 있기에
내게는 큰 위로가 되리니...
 
달빛 차게 내린
초저녁 가을바람 헤치고
외로운 내 가슴에
따뜻한 손을 내밀며
그대여!
 
시월의 마지막 밤에
와인잔에 어울리는
달빛과 함께
내게로 오라.
 
달빛은 언제나
슬픔과 고독의 표상이지만
그대의 따뜻한 미소 앞에선
일렁이는 사랑의 불꽃이니까
 
옛 추억 어려 있는
어두운 밤마다
잔물결 헤치고
함께 노저어
환상의 섬으로 가기 위하여
그대여!
시월의 마지막 밤에
촛불을 밝혀 들고
내게로 오라.
 
물결은 흘러 쉼 없이 가고
우리 사랑도
기약 없이 흐르고 말았지만
그 사랑 지금쯤 저 섬에 머물러 있으리니
시월이 가기 전에
그대여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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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라고 쓰고 나면 / 진란

칠흑 같은 오밤중 이었어요
창 밖에 바람이 바람을 몰고
지금은 깨어있으라고 창을 두들겼지요
레떼로 가려고 암팡지게 걸어왔는데
유리창에 시월이라고 쓰고 나면
메마른 유령이 복기되곤 했지요
한때 바깥의 바람을 뭉개기 위해
내 안의 바람을 불러 깨운 것처럼
울음을 감추기 위해 술을 마시면 술에
잠겨있던 슬픔이 와르르 쏟아졌어요
울음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어요
술은 판도라의 상자였어요
한 잔에 한 뼘씩 자라나는 독설들
그런 시월을 사랑한건 오래전 일이어요
오래 전에 다 사랑해 버렸던 일들이
오늘이나 내일쯤 시월을 다 쓰고 나면
눈 시리게 마주 보던 11월의 나목들이
왼쪽부터 팽팽하게 당겨 올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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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투명한 이슬 보석 / 임영석


이른 아침 안갯속을 달려라
맑고 투명한 이슬 보석
찬바람 가르며
 
바이시클 힘차게 달려가자
아침 이슬 걷히기 전에
반짝이 만나러
 
풀잎마다 방울방울 고여서
햇살에 눈부신 반짝이
그대 아침 이슬
 
햇살이 퍼지면 떠나갈 이슬
자연이 선물한 물방울
금방 놓칠세라
 
이슬 속에 그려놓은 형상이
아름다운 계절 그 선물
세상에 최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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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앗긴 시월 하늘을 보며 / 정이산 ​

시월은 모든 곡식들이
알알이 익고 여물어 가고
농부들에게는 가을 추수로
땀 흘린 보람을 느낀다.

내가 어릴 적에는
가을 하늘은 푸른 캔버스
가을 하늘은 푸른 바다처럼
진정 푸르름 그 자체이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시월은 추수로 기쁘지만
들에는 초미세먼지가 뒤덮여
코, 입으로 먼지를 수확한다.​

빼앗긴 봄 가을을 되찾기 위해서
꼭 만들자! 미세먼지 없는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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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거리가 비에 젖는다 / 홍수희

시월의 거리가 비에 젖는다
음악도 없이 보낸 하루
귀에서는 먹먹한 빗소리뿐

​시월의 거리가 비에 젖는다
어차피 타인인 우리
만나면 반갑게 인사나 하자

​시월의 거리가 비에 젖는다
만나면 차운 등 토닥여 주고
부디 안녕이라는 말만은 말기로 하자

​시월의 거리가 비에 젖는다
처음 본 이도 항상 거기 있었던 듯
있었던 이도 전혀 낯선 얼굴인

​타향의 거리가 비에 젖는다
그대의 야윈 어깨 위에는 은행잎 하나
쓸쓸히 젖은 몸을 말리고 있다

​이방(異邦)의 거리가 비에 젖는다
어차피 낮설은 이 거리에선
우리 모두 어깨 비비며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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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 / 이재환

하늘은 푸르고
풍성한 수확의 계절
가을을 남기고
겨울맞을 준비를 한다
 
찬 바람에 곱디고운
단풍잎이 신음하며
낙엽되어 땅에 구르며
나무와 이별을 한다 

아름답게 핀 꽃들은
찬바람에 향기를 잃고
가슴아프게 눈물을 흘리다
지쳐서 눈을 감는다 

가로수 낙엽길을 걸으며
바스락 바스락 소리에
이제 쓸쓸하게 너를 보내며
내년에 예쁜모습으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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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에 들꽃 피어날 때 다시 오리 / 임주영

풍요로움과
낭만까지 가득 채워
떠날 준비하고
갈색 코트를 차려입는다


멋스러운 노랑 베레모
주황색 볼연지
설레는 가슴 안고
재잘대는 소슬바람과 함께
 

목청 높여 부르지만
기다림에 지치지 않도록
눈꽃 친구 곁에 두고
아쉬움에 두 손 잡는다 

계절을 담아
꽃구름 어루만지며
시월에 들꽃 피어날 때
다시 돌아오리

_______ *57

10월 / 전소영
시월 / 김완하
시월 / 김은경
시월 / 노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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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박기섭
시월 / 유재영
시월 / 윤희상
시월 / 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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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장만호
시월 / 홍해리
시월에 / 이정은
축 10월 /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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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뜰 / 홍금자
10월의 시 / 임영준
北方 10月 / 유치환
시월 보름 /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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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새벽 / 류시화
시월서정 / 정세훈
시월에는 / 신성호
시월에는 / 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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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는 / 이민영
시월의 시 / 김주희
시월의 시 / 류시화
시월의 시 / 오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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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아침에 / 윤보영
10월 어느 날 / 홍경임
10월의 첫날 / 이종숙
10월의 풍경 / 이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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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오면 / 진의하
10월 한라산 2 / 이승익
넉넉한 시월 / 안정순
시월의 깃발 / 임억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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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노래 / 이형권
시월의 바다 / 원영애
시월의 소녀 / 전봉건
시월이 가네 / 정종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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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 오면 / 이명순
오는 시월은 / 김덕성
10월의 수채화 / 박희홍
그대와 시월을 / 이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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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피는 꽃 / 안계종
시월의 끝자락 / 임재학
시월의 끝자락 / 정윤철 
10월이 오는 소리 / 이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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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마지막 밤 / 김옥자
시월의 마지막 밤 / 석옥자     
시월의 어느날에 / 신영희
10월 편지 - 대모님께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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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그 길을 걷는다 / 김이진
시월의 마지막 날엔 / 김용화 
시월의 마지막 밤에 / 유응교
시월이라고 쓰고 나면 / 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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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투명한 이슬 보석 / 임영석
빼앗긴 시월 하늘을 보며 / 정이산​
시월의 거리가 비에 젖는다 / 홍수희
시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며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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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들꽃 피어날 때 다시 오리 / 임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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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시 모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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