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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가을

추석 시 모음 2

+ 추 석 / 강민숙

남들은
조금씩 들뜬 얼굴로
시골이다
고향이다 길 떠나는데
나는
어린 피붙이 끌어안고
눈물로 잔을 채워
당신께 절 올립니다
어린 것 한번 안아 보지 못하고
떠날 줄이야
내 미처 몰랐습니다
당신이 엎질러 놓는 물에
사금파리 조각들
내 그 자리에 차라리
몸 던지고 싶습니다
아니, 향불처럼 타오르다
당신 곁으로
사위어 가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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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秋夕) / 박남수

故鄕을 떠나서
바라보는 仲秋의 달은
그리움의 거울.
以北에 계신 할머니를 그리며
美州에 간 아내를 그리며
내가 지금 귀뚜라미처럼
추운 몸을 떨고 있다.
어디를 향해
빈 뜰이 있어 달빛은 푸르지만
이번 秋夕에는
단란한 家庭에 모일 사람은
많이 비어 있다.
가까운 친구가 찾아와도
茶 한 잔이 고작이니
집이 있어도 비어 있는 家庭이
거리의 茶房보다도 못하구나.
세월이여, 지금은
내 가슴 속에도 落葉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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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 서정주

대추 물들이는 햇볕에
눈 맞추어 두었던
그대 눈썹.

​고향 떠나 올 때
가슴에 꾸리고 왔던 그대 눈썹.

​열두 자루 匕首 밑에
숨기어져
살던 눈썹.

​匕首들 다 녹슬어
시궁창에
버리던 날,

​삼시 세끼 굶은 날에
역력하던
너의 눈썹.

​안심찮아
먼 山 바위에
박아 넣어두었더니

​달아 달아 밝은 달아.
秋夕이라
밝은 달아.

​너 어느 골방에서
한잠도 안 자고 앉았다가
그 눈썹 꺼내 들고
기왓장 넘어 오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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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 유한나

하늘엔 보름달 떠도
가슴엔 쪽박 뜨는
사람 왜 없겠습니까

밤송이 툭툭 터지고
가을에 쫓긴 감
처녀 가슴처럼
부풀어 올라도
푹푹 꺼져가는
사람 왜 없겠습니다

그래도 송편 빚듯
꼭꼭 눌러 여민
곱게 빚은 마음으로
보름달 맞아야지요
한가위 잘 지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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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 장철문

저 둥글고 빛나는 것이 떨어지지 않고
하늘에 떠 있다
그날 저녁 내가
할머니의 수제비 반죽을 집어던진 것이 그만
저 먼 곳에 가서 빛을 얻은 것이다
저 크고 희게 빛나는 것이
딸아이를 향해 자꾸 수제비를 빚어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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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2 / 정군수

고향에 가면
저 혼자서 늙어 가는 고목이 있다

바람은
옛 친구를 안고 뒹굴고
나는
바람 따라 마을길을 달린다

노을이 지면
나는 고향을 떠난다

내 떠난 자리
바람은
고목의 가지만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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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날 / 조남명

큰댁 차례 지내러 가는 아침
귀한 황토길 양쪽엔
이슬 찬 억새 고개 숙이고
앞 뜰 벌판엔 황금빛 물결
그 위를 걸어오는 바람만 마셔도
배가 불러온다

밭고랑엔 고구마 꽃 외롭고
수수, 감, 대추는 추석빔으로
사람이 반가워
노자고 붙잡는다

정성 넣은 음식, 햇과일로
차례 올리고 나면
방안 가득히 둘러앉아
음복으로 세상 얘기 피운다

길이 막혀 더디고 힘들어도
눈 까맣게 기다려
언제고 반겨주는 부모 형제,
향수어린 산과들, 개천이 휘도는
어릴적 뛰놀던 꿈의 터전이 살아있어
지친마음 어루만져
새 힘을 주는 고향
이 곳을 찾는 게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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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날 / 홍신선

추석엔 다 내려왔다. 어디선가 기별도 없이 못 오는 아우
오는 길도 기다림도 다 치우고
고만고만 쭈그리고 앉아 큰방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눈이 작아 겁이 없던 아우를
깊은 어둠 속에 잘 숨던 그를
이야기하고 불편하나 한결 같은 오(伍)와 열(列)에, 한결 같은
무언(無言)에
키 맞추고 있는 이 고장 논들도 이야기하고.
마루에는 종가의 늙은 형이 젯삿을 보고 다.
깎아서 문중처럼 괴인 사과, 배, 감, 식혜, 산적……
우리는 개기(開器)에 앞서 서로의 형편 갈라서
시저 구르고 엎드렸다.
숙이면 들리지 않는, 웬지 과거뿐인 큰절.
축(祝)을 읽고
아헌과 종헌을 끝냈다.

마당가의 대추나무가
까치집 하나로
가슴이 다 헐려 있다.
잘 살겠다던, 외장(外場)으로나 떠돌던 젊은 날도
허옇게 마른 벼이삭 몇으로 꺾이고
사촌형들은
바짝바짝 집쪽으로만 등 들이미는 텃논들로
뜻없음을 만들어 살고 있다.

음복술에 취해 우리는 산을
가까운 선산을 돌았다.
성미 빠른 밤나무들이 아랫도리를 벗어던진 채 있었다.
그 나무들 사이 밤가시에 찔린 공기들이
딱딱 입 벌랜 채 소리없이 소리 지르고 있다
(기침해. 발소리 좀 울려, 너무 무기력뿐이야.)

산소 몇 군데
남양홍공지묘(南陽洪公之墓)로
편안하게 끝이 나 있는 이들.
얼마를 더 걸어가야 끝이 나는가.
떠돌던 가이없음, 떠돌던 비겁함이
끝나서 이렇게 임야 몇 평으로 돌아오는가.

돌아오며
우리는 떠날 일을 생각했다.
낮 세 시 차에 수원의 형이
출가한 누이가 떠났다.
동네 하늘을 제 몫으로 나누어 가지고
떠도는 밀잠자리들.
추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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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에 / 임종호

우리 집 뒤뜰에는
대나무 밭이 있고
감나무 두 그루가
우뚝 서 있다
추석을 위하여
아버지와 나는 주황색으로 물든
대접 감과 홍시를 딴다
어머니는 감 우리는데 으뜸 이셨다
딱신한 물에 약간의 소금간을 하고
항아리에 감을 잠기도록 담그고 솔가지와
감잎으로 아궁이를 채운 뒤
항아리를 따뜻한 아랫목에 놓고
이불로 항아리를 감싸서 온기를 보존한다
스물 네 시간 정도 지나면 감은
영롱한 빛을 내며 그대로 우린 감이 된다
그 감을 한입 덥석 물면
아삭, 하면서 한입 떨어져 나오고
씹히는 소리 또한 아삭아삭 한다
단물이 목안으로 흐른다
그 감나무는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는데
어버이는 가고 아니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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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 구상

어머니
마지막 하직할 때
당신의 연세보다도
이제 불초 제가 나이를 더 먹고
아버지 돌아가실 무렵보다도
머리와 수염이 더 세었답니다.

어머니
신부(神父)형이 공산당에게 납치된 뒤는
대녀(代女) 요안나 집에 의탁하고 계시다
세상을 떠나셨다는데
관(棺)에나 모셨는지, 무덤이나 지었는지
산소도 헤아릴 길 없으매
더더욱 애절탑니다.

어머니
오늘은 중추 한가위,
성묘를 간다고 백 만 시민이
서울을 비우고 떠났다는데
일본서 중공서 성묘단이 왔다는데
저는 아침에 연미사(煉彌撒)만을 드리곤
이렇듯 서재 창가에 멍하니 앉아서
북으로 흘러가는 구름만 쳐다봅니다.

어머니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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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 권도중

긴 행로 짐을 푼 후에 밤이 깊어 샘이 깊고
돌아온 바람 자락 제단마다 모인 그릇
미주美酒의 떡맛이 좋고 먼 별빛이 사는 등燈

달빛에 꽃이 밝아 안으며 뜨는 글움
그림자 밝은 밤에 뜨는 달로 다가오라
긴 피리 그 강 깊이로 쓰러져서 서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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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 오보영

자식이 있어서

복되다

기다리는 마음
찾아주는 발길이 있으니

 정겹다

내미는 손길
품을 수 있는 가슴이 있어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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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 오상순

미루나무 가지 끝에 
초승달 하나
걸어 놓고

​열사흘 
시름시름
밤을 앓던
기다림을

​올올이
풀어 내리어
등을 켜는 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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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 오애숙

어렵게 사는 사람도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한가위 속에 즐기던
우리네 고유명절

한겨레 가슴 속에
오곡 백화 무르익어
결실의 계절 정으로
가슴에 펄럭입니다
한 얼의 깃발이

고국 하늘에 떴던 달
한겨레의 혼 어우러져
정으로 휘영청 떴다
LA 가을 하늘에도

유난히 큰 보름달
달 속의 어머니 얼굴
웃음꽃 화~알짝 피네요
한겨레 얼 다민족 속에
반짝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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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 이성두

저 꽉 찬 달
묵언이면 어떠하리

금빛 가루
그윽한 세상

과실은 이날을 기다려
일 년을 자랐고

바람은 이 계절을 위하여
코스모스를 피우고

사람은 情을 나누기 위해
추석을 지었다

인연과 인연 사이
기쁨이 풍요로운데

오늘은 당신 마음에도
휘영청 달이 뜹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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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1 / 이영걸

우련한 능선들은
안갯속에 이어지고
길 옆 코스모스
바람에 나부낀다
언제부터 내려오는
한가위 명절인가
묵직한 호박 덩어리
저 아래에 누워 있다
고향 잃은 사람들의
그리움도 간절하리
버얼겋게 익은 벼는
가을비에 젖고 있다
사랑도 미움도
넘어선 정이러라

​못내턴 
그 청춘들이
사뤄 오르는 저 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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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 전숙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을시고

어느 말쟁이가 그러데요
정보 늦은 조상혼령은 차례상도 못 받는다고요
잘난 후손들이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비행기 타고 하늘길 오르락거리니
지방紙榜 붙여 놓은 곳이
필리핀의 어느 골프장인지
미국의 어느 휴양 섬인지 영 헷갈린대요
그래서 말인데요
혼령들이 명당자리에 자리잡힐까봐 전전긍긍 한대요
옛말 그른 것 하나 없지요
구부러진 소나무 선산 지키고 못난 자손 고향 지킨대요

부모님 손잡고 선산에 성묘 가는 길
산길에 쏟아져 내린 달콤한 추억 알밤 줍는 길
초저녁 앞개울 둔치에서
계수나무 그늘삼아 방아 찧는
금토끼와 눈 맞추며
달아 달아 둥근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동무들과 손깍지 끼고
강강수월래 빙글빙글
송편 예쁘게 빚으면 시집 잘 간다는 말에
고사리 손으로 보름달 반죽에
깨소금 고명 넣어 조가비 빚어놓고
시집 잘 가겠네 칭찬에 철없이 벙글벙글

하늘의 열매 보름달 빚어 놓은 송편에
땅 밑의 열매 토란탕을 끓여
땅위의 열매 오곡백과로 차례상을 차려
조상님께 감사드리는 추석절
하늘은 투명하게 푸르러 가이없고
천하 만물 풍성하여
말馬까지 살 오르는 팔월신선
오월부터 농부는 여든 여덟 번
수고하여 올벼를 수확하니
배고프던 시절 일년 중에
끼니 걱정 없던 꿈같은 계절

조상님께 감사하고 일가친척 돌아보세
나들이 길은 근친길이 으뜸이요 꽃구경이 버금이라
수천만 민족대이동
꼬리에 꼬리 물고 마음만 바쁘지 길은 하 세월
한길 가에 코스모스 벙긋벙긋
길품 힘든 귀성길 반겨주네

고향의 부모님 행여 자식 고생 시킬라
개옻나무 피부병에
오빠시떼 벌침 쏘여가며
벌초 개안이 해놓고
참기름 고춧가루 보따리
바리바리 챙겨놓으시네

옆집 삼돌이는 진즉 왔구먼
길이 많이 막힌다냐
기다리는 들뜬 마음 둥실둥실 차오르네

뒷집 개똥이는 바빠서 못 온다고
개똥엄니 눈물 바람 허든디
쎄고 쎈날 뭣이 그리 바쁘다고
혼자 사는 엄니 눈에 눈물 내끄나 잉

오메, 반가운 내 새끼
얼마나 고생혔냐, 어서 들어가자
엄니가 미리 쩌 놓으신
반달 같은 송편 한 입 베어 물면
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을시고
한가위 대보름달
대낮 같은 중천에
덩실덩실 떠오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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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 최홍윤

사랑방 주인들은
가을볕을 덮고
푸른 산맥 자락에 고즈넉이 주무시고

​방방곡곡에
흩어진  손들 이 모여
태생부터 배운 절을 공손히도 올린다

​감나무 가지에
보름달 걸리면 주안상에 흥얼거리다
돈 안 드는 빈말로 토닥이면 된다

​한가위, 
세상에 이런 날도 다 있나니
참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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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 한문석

둥근달을 바라볼 수 없으니
짖어대는 삽사리도 없다
당신의 심장이
내 가슴 한 쪽에서 뛰놀고
피를 나눈 동기간들
끝내 하나 될 수없는 아픔이다
강강술래며 옛 이야기
돌아나는 상모 춤도 없으니
물레 잣던 여인네
바쁜 그 손길마저 한가하다
잘 가거라 나 떠나고
사립문 빈가지에 당신의 숨결은
가을 물같이 차구나
우리가 더 이상 얻을 게 무어람
어둠 속 날아드는 새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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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달빛 / 서지월

옥수숫대 알품는 서늘한
바람끼의 하늘 보면
저 달도 저리 밝아
玉童子라도 하나 품은 것일까

묘지 위의 혼들은 구천에 떠돌고
산 자의 옷자락은 이리도
부드럽고 가벼운데
옛기러기는 날아오지 않는다.

강은 흐르건만 산이 막혀 못오는가
들꽃처럼 돋아나는 별을 따고
긴 능선의 역사 앞에서
주름진 이마 잘룩한 허리의 강토.....

달이여 비추이거든
우리 가장 깊은 골짜기를 비추어
南北江山 할것 없이 저 목메인 만주땅
압록강 너머 길림 두만강 너머 연변
그리고 있잖은가, 해란강 띠를 두른
일송정에도 비추어다오!
옥수숫대 알품는 서늘한 바람끼의
하늘 위에
혼령은 살아 있어
색동 치마저고리 흰 바지적삼의
펄펄펄 날리는 달빛이 숨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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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무렵 / 류제희

읍내 장터에 간다.
햇곡식 서너 말(斗) 싣고

여름내
푸념처럼 자라난 머리칼도 자르고
알록달록 네살바기 추석비슴 손에 들려
돌아오는 길

물봉선 꽃더미 속에서
식구들의 그림자가 가벼워졌다.
노을도 가깝게 내려오는 시간

경운기 짐칸에 매달려 앉은
임씨네 세 모녀
알밤같이 야물어 보이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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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사례(射禮) / 박인걸

여문 이삭들이
겸손히 고개 숙인 들녘에서
흰 녹말로 알맹이들을 채우던
이파리들의 치열함을 떠올립니다.

한 알로 땅에 묻히던 날부터
몇 알의 열매를 맺을지
입력된 자기 정보를 찾아내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분란했습니다.

과학보다 더 정확한
자연세계의 이치를 따라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니
그냥 경이로울 뿐이옵니다.

삼권분립제도가 없어도
정연한 질서가 유지되고
도태와 생성의 반복이
주님 손에 의하여 다스려집니다.

한재로 호수 바닥이 깨지고
홍수로 산허리가 끊어지던 날과
번개 섬광이 하늘을 건너던 밤에
애쓰시는 주님을 보았습니다.

금년 추석 즈음에
한 폭의 그림보다 더 고운 들녘에서
모자람이 없는 넉넉함 때문에
두 손 모아 사례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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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소묘 / 임영준

도도한 달빛이
대청마루에서
싸리 담 사이에서
춤을 추고 있었지

성찬을 나누는
친지들의 웃음이
삼동네에 넘쳐
여물어가고 있었지

알속을 저당잡고
영원히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게
꽁꽁 묶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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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일기 / 최상호

고향에 사는 친구여 네
전해 주는 사연이야 잘 들었네만
그 눈물 또한 잘 받았네만
가슴에 잠긴 시름은
크륵 크르륵 울음이 되어
초록섹 수화기에서 들려오고
지나온 나날을 말하자면
사람 같지도 않게 살았다고 너는
너 혼자의 일처럼 전하지만
임진강변 들국화로 흔들리며 사는 나도
어쩔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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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전달 / 민경대

바람도 눈도 비도 없이
그냥 시간이 지나간다
무정한 시간이다
문뜩 떠 오르는 그 장소들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떠오른다
가만이 연줄을 잡고 지나간 시간들이
하늘로 날아가는 연 그림자처럼 떠오르면서
무이미한 박자들이 길을 간다
누구도 눈여겨 본 사람은 없으나 열심히 시를 쓰고
나의 발자욱에는 슬픈 곡조만이 남아 춤을 춘다
이제 많은 사연들이 남아 돌고 있다.
바람으로 시간은 연막에 가린 가면을 쓴 사람이
저승사자처럼 길을 가로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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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전야 / 최정희

달무리 추억 향긋이
풀어지고 있다
잃어버린 고향 골목마다

바람 가르던 치맛자락
진솔내음 날리면서
노을빛에 뛰고 또 뛰었다

송편 돌리던 발끝에 달
그림자 쫓아오고. 장독대
어머니의 미소가 좇아오고

아롱아롱 빛나던 별들이
고향 하늘로 숨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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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달 / 강대실

만선 되어 찾아온 배
고향 강포구 
지새워 밝히더니
향리의 정리 싣고
멀리멀리 떠나갔나

​서녘 강나루
하이얀 쪽배
그리움 싣고
새벽강을 넘는다

--------------------------
+ 한가위 달 / 임영준

고향 땅을 바라보고 있는
저 달만이
통곡하는 이방인을 알아주는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방긋방긋 웃어주네
기약없는 삶을 다독여주네

휘영청 넘나들며
때로는 고고히
때로는 교교히

뿌리가 부실한 고목들과
조각난 사랑들에게
찰나의 꿈이라도 맛보게 하네

===============
+ 한가위 밤 / 문재학

광대무변(廣大無邊)의 밤하늘에
만월(滿月)이 흰 구름사이로
신비로운 빛을 뿌리며
유영(遊泳)하는 밤

모처럼
온가족이 모여앉아
세상의 빛을 모아
담소화락(談笑 和樂)의 꽃을 피워도

만월을 좋아하던
떠나간 애달픈 임의 환영(幻影)
아득한 하늘 저 멀리
그리움의 날개를 달고 떠오른다.

며칠이면 모두다
또 생업 찾아 뿔뿔이 흩어지면

텅 빈 가슴에
요요한 달빛 그림자만
한가득 아쉬움의 빛을 뿌리겠지

아! 이것이 삶의 풍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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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의 추석 / 김진하

감나무 위 둥근 달엔
한가위 걸려있고

지붕의 둥근 박엔
오래 잊었던
고향 가을이 멈추는데

먹어도먹어도
물리지 않는
구수한 호박 지짐엔
넉넉한 고향 누워있다

갑자기
달보고 짖는 삽살개 소리에
오래 잊었던
건너 마을 순이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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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한가위 / 정숙자

한가윗날 달은
서랍에 간직하고 싶은
靑酸鹽(청산염,
어릴 적 어딘가 빠뜨린 동전

살아 있음과
죽어 있음의 뜻

신도 넘보지 못하는
분화구, 뿐

- 사랑은 언제까지
죄와 얽혀 배회해야 하는가 -

옥색 바람 흐르는 대형화면
배경 음악
완전히 삭제된…
서서히 확대되는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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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추석 / 김영길

옛날 우리 어릴 적 추석은
햅쌀을 만들기 위해 설익은
풋벼를 베어 파란 나락을
가마솥에 삶아서 햇볕에 말렸다.

돌 같이 가을 햇살에 말린
벼를 절구통에 넣고 온힘을
다해 찌어서 벼 껍질을 제거
하면 푸른색의 쌀이 생산된다.

힘들게 노력하여 얻은 햅쌀로
밥을 지어 차례 상을 차리고
멀리 떨어져 살던 친척들이
한집에 모여 지난날을 회고한다.

그땐 문명의 발달의 혜택이
없었지만 사람들이 순수하고
인간의 정이 넘쳐흐르는 시골의
자연과 인간의 마음이 어우러지는
참다운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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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날 단상 / 김덕성

추석이 가까워 오면
부모님을 뵈려고 ktx나 자가용으로
고향 가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

나도 자가용을 타고
고향에 갈 수 있으면 좋은 텐데
가도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
허무한 일이지만

나도 한 때 완행열차로
고생고생하면서도 즐겁게 달려가
부모님을 뵙고
큰절을 드리건 해 섰는데

지금은 추석에
하루 아니 이틀이 걸려서라도
부모님 찾아뵙고
큰절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
하는 마음 뿐
지난날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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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아침에 / 전병철

정성 드려 차려진 차례상 앞에 나란히 모여 선다
향연(香煙)은 살아 오르듯 몸을 빌빌 꼬며
방안 가득 그의 존재로 메우는데

오늘 아침에는
예전에 없던 까치 떼들 몰려와
뭔가 전해 주고픈 소식이 있는지 주위를 울리며
열심히 울어대고 있다

조상님네들도
오늘은 까치의 안내 받아 오시려고
미리 까치 보내어 아침 일찍 통보해 주기 위해
그렇게 울게 했나 보다
깍 깍 깍깍 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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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한가위 / 박태강

푸른 하늘
한 것 높이 솟고
내리는 햇살
맑고 눈부셔
길가 코스모스
아름 다이 하늘 그리고
빨간 고추잠자리
바람 타고 춤추면
그리던 추석 활짝 문 열고
흩어졌던 형제 모두 모여
부모님 뵈옵고
조상께 차례 모 신 후
햇곡식으로 만든
추석 음식
나누면서
옛이야기하면
마음 끝에서
오르는 행복
추석 아니면
어찌 이 행복 다하겠는가
앞뜰에
열린 대추
빨갛게
익어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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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에는 / 김덕성

올 한가위에는
들녘의 알곡은 황금물결 치고
과일은 주렁주렁 맛나게 열리는
풍요의 마당이 되게 하소서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흩어졌던 동기들이 한자리 모여
감사하면서 맛난 음식 나누는
화목의 마당이 되게 하소서

보름달처럼 둥글어 모나지 않는
둥글둥글한 사랑으로 정을 나누며
믿음과 사랑과 소망으로 배려해 주는
사랑의 마당이 되게 하소서

아름다운 추억을 한 아름 안고
모두 기쁨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과속하지 않고 편히 귀성하는
즐거운 한가위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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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 추석에 / 천상병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여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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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국의 추석 달 / 성백군

둥근 달이
터질 듯이 팽팽하고 밝아서
두고 온 고향 마을이 환하다.

이런 날에는
한국에나 있을 일이지
추석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이국에 떠서
처연히내 마음 구석구석을 밝히는구나,

고향에도 못 가고
조상님들 성묘도 못 하고
송편 몇 과일 서너 가지 사고
부침개 부쳐서 받는 차례상 대신 아침상

우리 부부 외에는 아무도 없는데
늦게나마 캘리포니아에 사는 아이들 삼 남매의 전화
“아빠 엄마, 추석을 축하합니다” 란다

추석을 축하하다니,
그렇구나! 추석이 생일이구나
내가 너를 기억해주면 네가 축하를 받는구나
저 달, 축하받으려고 터질 듯이 밝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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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고향길 / 임영준

걸음마다 되새기게 되는
고향의 주름과
평생을 달고 살아야 하는
불효의 통증

지금까지 누린 것 중에
아직도 믿을 만한 것은
한결같은 보름달과
혈맥으로 이어진 끈뿐인가

그래도 어릴 적 포만했던
한 아름 추억은
뒷동산 무덤 곁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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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귀성길 / 윤의섭

높아진 하늘에
흰구름이 떠있고
코스모스 활짝 피어 솔바람을 타는데

채마밭 울타리에
고추잠자리
잠시 앉았다가 날아오른다

성실이 부족했나
욕심을 탐했는가
성찰 省察의 마음
어머니 계신 곳 바라보며
강을 따라 길게 차를 달린다

고개 넘어 마을이
부르는 듯 보이고
청포도 익는 냄새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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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밝은 달 /심지향

청량한 갈바람에
하늘은 저만치
성큼 높아지고
참새 떼 조롱하던
한 아름
넉넉한 들녘
허수아비 마른 기침도
은빛 너울 자락에
천지를 휘감아
포근히 감싸는
풍요로운 어머니 품속처럼
빈 가슴
가득 채웠다가
차면 비워낼 줄 아는
거룩한 성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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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보름달 / 김선태

한가위 보름달 떴다
어린시절로 돌아온 듯 뒷동산에 올라
'동무들아 나오너라 달마중 가자' 외쳤지만
아무도 대답이 없다
밤이 흥청 깨어지도록 즐겁게 뛰놀던 기억의 자리에
낯선 무덤들이 여럿 웅크리고 있다
꽉찬 보름달 텅빈 뒷동산
내려오는 길목 늘어선 빈집들에는
어둠만 무겁게 도사리고 있을뿐
아무도 살지 않았다
추억은 오래 전 뿔뿔이 쫓겨갔다
쫓겨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
+ 한가위 보름달 / 이일영

어려서부터 한가위 보름달
젯상 음식이 푸짐한
추석이 좋았다

조상의 조상들로부터 칭송받아왔고
손주의 손주들까지 반겨 줄
저 푸른 눈매의 보름달

천년의 환하고 거대한 눈망울
삶의 고통 슬픔 절망을 제끼며
매년 한가위 때마다
황홀하게 나를 삼키곤 한다

------------------------------
+ 훈훈한 한가위 / 유일하

손때묻어 피어나는 굴뚝들의 구름모자
손자손녀 몽실몽실 웃음꽃이 피는구나.
가마솥에 피어나는 송편들의 아우성이
촐랑대는 손자들의 천진스런 모습일세

두손모아 엎드려서 지극정성 큰절하니
조상님의 영령들이 지방들고 춤을추네
하얀수염 거머쥐고 흰저고리 풀어헤쳐
진수성찬 춤사위로 달빛마저 가렸구나

오고가는 세상사가 헝클어진 실패지만
오늘만은 웃음속에 배려하는 마음일세
풍요로운 마음들이 오늘처럼 지속되어
겸허하게 받아주고 사랑으로 베푸리라

====================
+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겠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겠네

​추석이 내일모래 기둘리리
바람이 장이어서 걱정 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겠네

------------------------------
+ 한가위 날이 온다 / 천상병

가을이 되었으니
한가위 날이 멀지 않았소
추석이 되면
나는 반드시
돌아간 사람들을 그리워하오.

​그렇게도 사랑 깊으시던 외할머니
그렇게도 엄격하시던 아버지
순하디 순하던 어머니
요절한 조카 영춘이!
지금 천국에서 
기도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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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달빛 아래 / 임영준

한가위 달빛 아래
그립지 않은 게 무엇인가

못난 아들 때문에 홀로 계신 어머니

귀여운 손자들을 마음껏
안아보지도 못하고 떠나신 아버지

어릴 때부터 이어져 오던 친구들

눈감으면 그려지는 정겨운 거리들

사무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
한가위 달빛 아래 이방인이

--------------------------------
+ 한가위 달을 보며 / 차영섭

매겁시 저 달이 저렇게 밝겠느냐
십오야 밝은 달이,
순전히 검어도 보고 희어도 보며
온갖 모양 다 떠올려 보더니,

북쪽 달 남쪽 달 합쳐
온달로 이 강산 비추는 것이,
매겁시 아니구나! 아니구나!
자꾸 침으로 찌르면 아파하는 달,

둘이 힘을 모아 둥글게(圓) 이루자
달빛처럼 마음을 맑게(明)하자
어두운 강산 비추며 희망을 갖자
어머님 정화수(井華水) 속에 비친 달 되자.

===================
+ 한가위 맞이 여행 / 김길남

산등에 백로가 무리지어
앉아 있다
산 밑 마을에는 십여가구의
집들이 보이고
그중 몇몇 집은 보기 힘든
촘촘히 심은 탱자나무 울타리다

긴 여름 장마와
태풍이 몰아쳐 갔어도
논과 밭에는
여기 저기 황금 빛
벼가 익고 고추가 물들고
수수는 빠지고 께는 쏟아 진다

마을 주민이라야
모두다가 삼십여명
집집마다 친척이다
옛날 옛날 어느 날
이 곳에 뿌리를 내리고
백여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수확의 계절
민족의 큰 명절에
외지에 나가 사는 자식들이
차를 몰고 오고있다
동네 사람들이 우루루
내 식구인가 몰려 나온다

들에 나갔던
백발의 어느 노 부부
자식 새끼들 왔는가
고무신 마져 벗어들고 뛰어 온다
서산엔 해가 지고
동산에선 아직 덜여문 맑은 보름달이 두둥실 ............

------------------------------------
+ 한가위 보름달이 / 오정방

휘영청 보름달이
너무나도 눈부시니
이웃의 별님네들
빛을 잃어 잠적하고
마알간
하늘가운데
오직 저만 떠있네

한밤중 깊은 잠을
흔들어서 깨우더니
귓가에 속삭이며
무슨 말씀 하시는고
고향이
그립냐기에
고개 끄떡 하였네

자명종 벽시계가
두 세점을 때렸는데
아련한 추억들은
조수처럼 밀려오고
새 잠을
청하건마는
고대 잠이 안오네

---------------------------------
+ 고유의 명절 한가위 / 전영애

동심의 그리운 시절
철없이 명절 되면
새 옷 사 주지 않을까
냉가슴 앓던 그리움
새록새록
피어나는 까닭은
세월 흐른 탓이겠지

​디딤 방앗간 분주하고
불린 쌀 소쿠리에 담아
아낙 머리 위에 얹고
동네방네 시끌벅적 
잔치 분위기 된 추석 명절이었다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산과 들녘의 풍경
땀 흘린 보람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
장작불 지피고
솥뚜껑 위 지짐 부치는 냄새
채반 위 가지런히 장식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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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맞이하면서 / 민경대

아무런 생각없이 추석을 보내면서
누구나 한번은 공허같은 상태에서
아무런 생각없이 추석을 보내면서
삶의 냉동기같은 시간을 저울로 제면서
이렇게 쓸쓸한 시간이 인생에 계속된다면
그것은 사과껍질속에 배껍질속에 비춰보는
희미한 얼굴로 누구도 이러한 시간에
한번은 달을 보고 한번은 지구가장자리를 보고
어디에서 몸을 숨기고 다시 한번 세상을 보면서
아버지 어머니 무덤속에 한 세상은 거기서 침묵속에
한 세상은 잠을 자야하리

===================
+ 한가위엔 연어가 된다 / 이승복

백여 폭 병풍으로 산들이
둘러리서고 꽹과리 장구의
신명 난 굿패 장단에 웃음꽃
피우며 손들을 잡았다
한가위 만월을 감나무 가지에
걸어놓고 일상 등짐을 벗고서
놀았던 춤사위, 신명 난 어깨춤으로
더덩실 춤을 춘다

​고향이 타향이 된 이들이
고향이 객지가 된 이들이
한가위엔 연어가 되어서
한 옛날 맴돌던 언저리서
술잔에 푸념을 타 마시며
거푸 잔을 돌린다
어색한 서울 말투가 낯설게 
톡톡 튄다 '치워라 귀 간지럽다'
잊을 만 하면 불나비 되어
고향 지기를 찾아와 몸을 태운다
재가 되는 몸들이 벌겋게 변하다가
달빛 흠뻑 먹어 하얗게 익어간다

​고향을 떠난 이는
외톨로 떠돌아 외롭고
남은 이는 다 떠나서 서럽단다
정들면 어디든 고향이라지만
미물도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데
못내 가슴에 고향을 키우는 은빛 연어도
선영하(先瑩下) 어버이 발끝에 앉아
고향을 가슴에 심는다
눈에다 고향을 담는다 


________ * 53


추석 / 강민숙
추석 / 박남수
추석 / 서정주
추석 / 유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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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 장철문
추석 2 / 정군수
-----------------
추석날 / 조남명
추석날 / 홍신선
---------------------
추석에 / 임종호
한가위 / 구상
한가위 / 권도중
한가위 / 오보영
---------------------
한가위 / 오상순
한가위 / 오애숙
한가위 / 이성두
한가위 1 / 이영걸
--------------------
한가위 / 전숙
한가위 / 최홍윤
한가위 / 한문석
추석달빛 / 서지월
-------------------------
추석 무렵 / 류제희
추석 사례 / 박인걸
추석소묘 / 임영준
추석일기 / 최상호
-------------------------
추석전달 / 민경대
추석 전야 / 최정희
한가위 달 / 강대실
한가위 달 / 임영준
-------------------------
한가위 밤 / 문재학
고향의 추석 / 김진하

어느 한가위 / 정숙자
어릴 적 추석 / 김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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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단상 / 김덕성
추석 아침에 / 전병철
추석 한가위 / 박태강
한가위에는 / 김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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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추석에 / 천상병
이국의 추석 달 / 성백군
한가위 고향길 / 임영준
한가위 귀성길 / 윤의섭
-------------------------------
한가위 밝은 달 /심지향
한가위 보름달 / 김선태
한가위 보름달 / 이일영
훈훈한 한가위 / 유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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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한가위 날이 온다 / 천상병
한가위 달빛 아래 / 임영준
한가위 달을 보며 / 차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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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맞이 여행 / 김길남
한가위 보름달이 / 오정방
고유의 명절 한가위 / 전영애
추석을 맞이하면서 / 민경대
----------------------------------
한가위엔 연어가 된다 / 이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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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시 모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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