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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가을

10월 시 모음 1

+ 10월 / 기형도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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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 문인수

호박 눌러앉았던, 따 낸
자리.

가을의 한복판이 움푹
꺼져 있다.

한동안 저렇게 아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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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 박현자 

시월은
내 고향이다
문을 열면
향토빛 마당에서
도리깨질을 하시는
어머니

하늘엔
국화꽃 같은 구름
국화향 가득한 바람이 불고

시월은
내 그리움이다
시린 햇살 닮은 모습으로
먼 곳의 기차를 탄 얼굴
마음밭을 서성이다
생각의 갈피마다 안주하는

시월은
언제나 행복을 꿈꾸는
내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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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데
돌아보면 문득 나홀로 남아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저녁
분분히 지던 곷잎은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데 이지상에는
외로운 목숨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여 네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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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 용혜원

가을처럼 긴 여운을 남기는
계절은 없습니다 가을은 고달픈 이들에게
마음의 쉼터를 만들어 줍니다

가을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뭇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열매 속에는 여름 햇살의 사랑 노래가 가득합니다

꽃피는 봄과 찬란했던 여름
열매로 가득한 가을 모두 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일한 만큼의 행복을 갖고 나누는
당당하고 멋들어진 자연의 이치를 배우고 있습니다

떠나기 위하여 가을 나무들이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온몸을 물들입니다

아름다움을 만드는 나무 잎새들의 마음이
감동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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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 이외수

이제는 마른 잎 한장조차 보여드리지 못합니다
버릴수록 아름다운 이치나 가르쳐 들릴까요

기러기떼 울음 지우고 떠나간 초겨울
서쪽하늘
날마다 시린 뼈를 엮어서 그물이나 던집니다

보이시나요
얼음칼로 베어내 부처님 눈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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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 임영준

혹시 
다 마셔버렸나요 
빈 잔을 앞에 두고 
후회하고 있나요 
옆구리가 시리고 
뼈마디가 아린가요 
  
차분히 지켜보세요 
저 깊은 하늘소(沼)에서 
붉은 술이 방울져 내릴 겁니다 
다시 잔을 가득 채웁시다 
그리고 남은 날들을 위해 
건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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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 / 공석진

여름 내내 잠복해 있던
그리움을 앓는 거겠지
고열로 단풍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눈물처럼 아픈 잎새 뚝뚝 떨어지는데
어쩔 거야
나 하나쯤 잠시 자리를 비운들
 
사는 게 급급하여
이까짓 변화쯤
몸 사려 참지를 못하고
숨 막히게 난방을 해대는
겁을 잔뜩 집어먹은 낭만은
을씨년스러운 찬바람에 혼절하였다
 
붙잡지 마라
마침내 나는 떠나리
집요하게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
빗발치는 아우성을
은행나무 밑 벤치에 앉혀 놓고
침묵으로 까맣게 채색하는
단호한 망각의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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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나희덕

산에 와 생각합니다
바위가 山門을 여는 여기
언젠가 당신이 왔던 건 아닐까 하고,
머루 한 가지 꺾어
물 위로 무심히 띄워보내며
붉게 물드는 계곡을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고,
잎을 깨치고 내려오는 저 햇살
당신 어깨에도 내렸으리라고,
산기슭에 걸터앉아 피웠을 담배연기
저 떠도는 구름이 되었으리라고,
새삼 골짜기에 싸여 생각하는 것은
내가 벗하여 살 이름
머루나 다래, 물든 잎사귀와 물,
山門을 열고 제 몸을 여는 바위,
도토리, 청설모, 쑥부쟁이 뿐이어서
당신 이름뿐이어서
단풍 곁에 서 있다가 나도 따라 붉어져
물 위로 흘러내리면
나 여기 다녀간줄 당신을 아실까
잎과 잎처럼 흐르다 만나질 수 있을까
이승이 아니라도 그럴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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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목필균

파랗게 날 선 하늘에
삶아 빨은 이부자리 홑청
하얗게 펼쳐 널면

허물 많은 내 어깨
밤마다 덮어주던 온기가
눈부시다

다 비워진 저 넓은 가슴에
얼룩진 마음도
거울처럼 닦아보는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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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민용태

하늘에서 걸려오는 전화벨소리 
떼 각 떼 각 복도를 걸어오는 발자국소리 
사무실이 바닥보다 창문 높이로 올라서고 
벽에서는 횟가루 대신 구름냄새가 난다. 
먼 구름에서 알밤이 빠지듯 
너는 그렇게 내 품에 떨어진다. 
너의 얼굴을 보면 보석을 머금고 있는 것이 
석류만이 아닌 것을 안다. 
너의 가슴을 보면 
사과나무 가지가 휘어진다. 
서류뭉치들이 연이 되어 나르고 
시계추 끝에선 포도송이가 여린다. 
시월은 하늘과 
하늘의 친척들이 몰려오는 달 
꿈과 기다림이 현금으로 거래되고 
온 도시가 잠깐 
하늘의 식민지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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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박남수

들국화 옆에
들국화가 흔들리고 있다.
어깨 부비며 서럽게 시들은
들국화 옆에
들국화가 서럽게 시들고 있다.

이별을 위하여
내리는 서릿발에, 잎은
부황이 들고,
역시 부황이 든
잎사귀는 작별을 위하여
서릿발에 몸을 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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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오정방

가을은 쓸쓸하나 
시월은 슬프잖고 

가을은 외로우나 
시월은 고독찮네 

루루루 
풍성한 시월 
노래하며 보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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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이기철

잘 익었는지 하나만 맛보고 가려다가
온 들판 더 엎질러 놓고 가는 볕살
베짱이 귀뚜라미가 나도 좀 데려가 달라고
악다구니 쓰는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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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이문재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 툭, 은행잎들을 따간다
노오랗게 물든 채 멈춘 바람이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켠으로
타올라, 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시월
노란 은행잎들이 색과 빛을 벗어던진다
자욱하다, 보이지 않는 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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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이시영

고통을 통과하지 않은 영혼이 어디 있으랴

오늘 밤에도 강물 잔잔히 굽어 흐르고

별들은 머나먼 성하(星河)로 가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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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임보

모든
돌아가는 것들의
눈물을
감추기 위해
산은
너무 고운
빛깔로
덫을 내리고
모든
남아 있는 것들의
발성(發聲)을 위해
나는
깊고 푸른
허공에
화살을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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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임정현  

햇살이 저렇게 눈부신 날엔
내 방이 누구에게 엿보이나 보다

억새풀 채머리 흔드는 지금
누가 맨발로 오고 있나 보다

한 사흘 벌써부터

산은
울듯한 얼굴
도대체 말은 없이
얼굴만 붉어
밤은 꿈이 길고 마음 산란히 흔들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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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 / 장석남 

홑것차림의 이런 말소리도 들려오는 것이다.
"단풍 들어"
"단풍이 들어"
이제는 띄엄띄엄 말도 놓는 사이가 되어
청색시대를 살러 오는 새털구름에게
나는 또 이런 응답을 놓아본다

그 근면으로 
내 눈과  귀의 단추 좀 풀어다오
내 혀는 네가 주는 노래로 반짝일 테야

서녘 바람에 해바라기가 
거짓을 쏘다보던 눈과도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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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 / 전동균

백련산 밑 공터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과
갈참나무 숲으로 사라지는 길

숲길은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없다
저물녘이면 울음을 참듯
고개 숙인 나무들 아래
묵언수행하는 스님들의 그림자만
흐릿하게 비쳐올 뿐

오늘처럼
그 길 앞에 서성이다 서성이다
끝내 집으로 돌아오는 날

밤늦도록 나는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나를 받아주던 어떤 손을 생각하며
홈통에 떨어지는 빗물 소리에도
소주잔을 건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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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 / 피천득 

친구 만나고
울 밖에 나오니

가을이 맑다
코스모스

노란 포플러는
파란 하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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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황동규

1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

​2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이 우는 숲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목금(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3
며칠 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 한 탓 이리.

​4
아늬, 석등(石燈)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 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 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5
낡은 단청 밖으론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며칠 내 며칠 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히 비가
뿌려와서......
절 뒷울 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낙엽 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한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6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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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 비 / 정소슬

우수수 
지는 낙엽은 
나무의 한쪽 밑동에만 
쌓이고 

뚝- 뚝- 
떨구는 빗방울은 
내 한쪽 가슴만 
적시 운다 

-----------------------
시월에 / 문태준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해죽, 해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빰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명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
시월에 / 김노연

무수한 말 줄임표를 놓고
침묵으로 응수하던 연모의 정
초록 숲이 변질되어 수줍움으로 눈뜰 때
이브인 나는 그 가장자리에서 
연분홍 치마 자락을 흔들리라

티끌의 공백고 허락하지 않을
이율배반 속에서
바람 실은 가을밤이 짙어지면
헤어짐을 미리 준비하는 모진 맘으로
천근 같은 이별을 한 잎 두 잎 떨구리라

어긋나지 않을 진리
만남 뒤에 오는 이별을 아는 까닭에 
늘 안타까움이 서리듯 슬퍼 보였으리
표현할 길 없는 사랑을 어이할까
못다 한 고백에 핏빛의 멍든 마음을

각혈하는 지독한 사랑을 잃은
여인의 숨결
시월이 짓는 아름다움 뒤로
붉게 붉게 스미고 있다
스르르 인연의 끈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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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은 / 박현자

시월은
내 고향이다
문을 열면
황토빛 마당에서
도리깨질을 하시는
어머니
하늘엔
국화꽃 같은 구름
국화향 가득한 바람이 불고
시월은
내 그리움이다
시린 햇살 닮은 모습으로
먼 곳의 기차를 탄 얼굴
마음밭을 서성이다
생각의 갈피마다 안주하는
시월은
언제나 행복을 꿈꾸는
내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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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예찬 / 양광모

생에는
서성거려도
좋을 때가 가끔 있지

10월은
늘 그렇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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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시 / 이재호

왜 그런지 모르지만
외로움을 느낀다.
가을비는 싫다.

새파랗게 달빛이라도 쏟아지면
나는 쓸쓸한 느낌인 것은 무엇 때문이가.
낙엽이 떨어진다.
무언가 잃어버린 것도 없이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또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잃어버린 것도 없이 허전하기만 한 것은
군밤이나 은행을 굽는 냄새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얼마나 가난한가.
나는 왜 살부빔이 그리운가.
사랑이란 말은
왜 나에게 따뜻하지 않은가.
바람이 분다.
춥다.
옷깃을 여민다.
내 등뒤에는 등을 돌리고 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울음처럼 들린다.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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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시 / 이정순

달빛 쏟아지는 가을밤에
나는 왜 이리 슬쓸할까요

바람에 낙엽이 뚝뚝 떨어져
공원 벤치를 덮어 버립니다

​밝은 달빛에 그 옛날 추억이
살그머니 뇌리를 스치는 군요

​아! 가을은 슬픔이었나
내 가슴을 파고드는 그리움하나

영원히 잊쳐 지지 않는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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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시 / 류시화

그리고는 가을 나비가 날아왔다
아, 그렇게도 빨리

기억하는가
시월의 짧은 눈짓을

서리들이 점령한 이곳은
이제 더 이상 태양의 영토가 아니다
곤충들은 딱딱한 집을 짓고
흙 가까이 
나는 몸을 굽힌다

내 혼은 더욱 가벼워져서
몸을 거의 누리지도 않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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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시월 / 김영천

음력 시월을 이르는 말에
소춘 (小春),
양월 (良月),
응종 (應鐘),
방동 (方冬),
상동 (上冬),
이렇듯 여러 말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갑자기 추웠다가
다시 따뜻해지는 작은 봄에
이렇듯 여러 이름이 있는 이유가 있을 터이어서요
나는 내 아내의 모든 병이 낫고
새로 찾아온 봄을 두고

오래 오래 감격해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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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어느 날 / 홍경임

10月 태양빛에
가득 찬 오늘
나 죽어도 좋으리

10月 비껴진 햇빛에
코스모스 흐느끼는 이 날
나 생을 마쳐도 좋으리

들국화 비에 젖는
10月 어느 날
나 본향으로 돌아가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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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기도 / 이해인

언제나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좋은 말과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는 
사람 냄새가 나는 향기를 지니게 하소서


타인에게 마음의 짐이 되는 말로
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상처를 주지는 않았나
먼저 생각하게 하소서

​늘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살아가며 고통이 따르지만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결같은 사람으로
믿음을 줄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 가게 하소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게 하시고
마음에 욕심을 품으며 살게 하지 마시고
비워두는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하시고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게 하소서

​무슨 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아픔이 따르는 삶이라도 그 안에 좋은 것만 
생각하게 하시고 건강 주시어 나보다 남을 
돌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

​10월에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더욱 넓은 마음으로 서로 도와가며 살게 하시고
조금 넉넉한 인심으로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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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엽서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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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편지 / 목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고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바람 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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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창호문 / 유안진

찬서리 내린다는
상강도 지났는가
어느덧 우리 사랑은
창호문의 꽃무늬
 
대장부 천금 목청
대닢으로 푸르러 있고
그 옆에 향기 높아
국화는 나의 뜻
 
절반은 고전이요
나머지는 현대이나
아직도 한 채의 한옥 같은 내 사랑아
이제부터 불빛이
긴 밤을 지킬지니
 
낙엽 같은 맨발로
홀연 돌아오는 밤도
창호문 바른 솜씨 보아서 아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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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네 / 정현종

갈수록, 일월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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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노래 / 정연복

꽃 피고 지는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아 있는 모든 날이
기쁘고 감사하지만

10월의 하루하루는
더없이 행복한 시간.
차츰 단풍 물드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내 작은 가슴도
고운 빛으로 물들어가고
높푸른 하늘 우러러
마음은 겸손히 평안하다.

거저 받은 목숨이니
아무런 자랑도 교만도 없이
인생길 소풍 가듯
즐거이 걸어가다가
이 몸 또한
한 잎 낙엽 되면 그뿐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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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다짐 / 정연복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코스모스 꽃길을 걸어가리

산들바람에 춤추는
코스모스 따라

나의 몸도
나의 마음도
가벼이 춤추리

한 세상 거닐다 가는
인생은 참 아름다운 것

사랑으로 물들어 가는 인생은
더욱더 아름답고 행복한 것

코스모스의 명랑함으로
즐거이 사랑하며 살아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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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단상 / 김남식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듯
가을이 어느새 끝자락에 
와 있는거 같습니다

누구나 '봄이 왔다'라고 하지만
가을은 그리말하지 않지요.
그냥 모두가
"가을이 오고있다"라고....

가을은 낭만과 시적감상이
풍부한 계절에 여러분은
몇편의 시와 아름다운 추억을
그리고 좋은 인연을 
만들었는지 알고  싶네요

가을내음과 결실의 풍성함으로
가득했던 10월도
서서히 저물어 가려합니다

곱고 맑은 햇살처럼
높고 푸른 하늘처럼
마음에도 행복함과 따스함으로
가을사랑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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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사유 / 이기철

텅 빈 자리가 그리워 낙엽들은 쏟아져 내린다
극한을 견디려면 나무들은 제 껍질을 튼튼히 쌓아야 한다
저마다 최후의 생을 간직하고 싶어 나뭇잎들은
흙을 향하여 떨어진다

나는 천천히 걸으면서 나무들이 가장 그리워했던 부분을 기억하려고 나무를 만진다
차가움에서 따스함으로 다가오는 나무들
모든 감각들은 너무 향기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엽록일까 물관일까, 향기를 버리지 않으면 나무들은 삭풍을 이기지 못한다
어두워야 읽혀지는 가을의 문장들, 그 상형문자들은 난해하다
더러 덜컹거리는 문짝들도 제자리에 머물며 더 깊은 가을의 심방을 기다린다
나뭇잎들, 저렇게 생을 마구 내버릴 수 있다니, 그러니까 너희에게도 생은 무거운 것이었구나
나는 면사무소 정문으로 한 노인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사람이 나뭇잎보다 더 가벼워질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염소들이 지나간 길을 골라 걷는다
가벼운 것들,
뽕나무잎 누에고치 거미줄 잠자리 제비집 종이컵 볼펜 다 읽은 시집들
그러나 나를 짓누르는 것들, 무거운 것들
불면증 월급봉투 서문시장 팔공산 조지 부시 아프간 전쟁 매리어트 호텔 비자금
영변 경수로 대북송금 김정일 트로츠키 조정래 천리안 이회창 인천공항 유에스 달러

면사무소 은행나무 위에도 가을이 오고
이제 무들이 더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병든 새들과 거지들은 어서 집을 지어야 한다
이 주식의 가을에 사람들은 끝없이 회의를 하고
쫓겨난 염소처럼 나는 혼자 면사무소 옆길을 걷는다
나뭇잎은 아무것도 추억하지 않는다
은행나무가 그렇듯이. 염소가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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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사흘 / 이선이

겸허한 새벽이 너에게로부터 왔다
마당의 감나무 첫 잎이 질 무렵
수많은 잎사귀들이 죽음에 무심한 동안
삶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올 것이 왔구나하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생에 무엇이 올 것인지
혹은 무엇이 오지 않을 것인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와서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다
말없이 내 망막에 어린 슬픔을 향해
너는 돌맹이 하나 물수제비 날리고 갔다. 나는
자서전이나 인생록을 탐독하는 인간은 아니다
묘비에 새길 글귀에 골몰하는 시인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시월의 사흘은 너의 부음을 타고 와
야윈 손가락으로 내 눈을 찌르며
설익은 푸른 감 하나를 떨구고 돌아선다
아무도 탐내지  않는
땅 위를 구르는 열매, 그 소리는
세상의 낮은 담벼락에 부딪혀
조용히 김잎사귀들을 말아 올린다
가을새벽의 부음은
내 생의 어는 굽이에 오지 않을 수도,
올 수도 있다
다만
서른 여섯의 부음은 너무 이르고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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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 이야기 / 이향지

만삭의 달이
소나무 가지에서 내려와
벽돌집 모퉁이를 돌아갑니다
조금만 더 뒤로 젖혀지면
계수나무를 낳을 것 같습니다
계수나무는 이 가난한 달을
엄마 삼기로 하였습니다
무거운 배를 소나무 가지에 내려놓고
모로 누운 달에게
˝엄마˝
라고 불러봅니다
달의 머리가 발뒤꿈치까지 젖혀지는 순간이 왔습니다
아가야아가야 부르는 소리
골목을 거슬러 오릅니다
벽돌집 모퉁이가 대낮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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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장미 / 나호열

고고하다
시월의 장미
시들어 버리지는 않겠다
기다렸다는 듯이
찬바람을 맞으며
똑똑 떨구어내는
선혈
붉음이 사라지고
장미꽃이 남는다
내 너를 위하여
담배를 피어주마
야윈 네 가시를 안아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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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초사흘 / 류제희

누가 던져놓았나, 길 없는
하늘중천에
막내고모 눈썹 같은 초승달
달빛에 야윈
미루나무 꼭대기에 서너 장
봉함엽서 떨고있네.
흰 눈발 서성이면
덧나던 그리움도, 기우뚱
헛발 딛는 초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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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핀 장미 / 권오삼

먼 길을 걸어
이제 막 학교에 도착한 아이들 같은
10월에 핀 장미

늦게 피었기에 더 붉고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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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을 추억함 / 나호열

서러운 나이 그 숨찬 마루턱에서
서서 입적(入寂)한 소나무를 바라본다
길 밖에 길이 있어
산비탈을 구르는 노을은 여기저기 몸을 남긴다
생(生)이란 그저 신(神)이 버린 낙서처럼
아무렇게나 주저앉은 풀꽃이었을까
하염없이 고개를 꺾는 죄스런 모습
아니야 아니야 머리 흔들 때마다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검은 씨앗들
타버린 눈물로 땅 위에 내려앉을 때
가야할 집 막막하구나
그렇다 그대 앞에 설 때 말하지 못하고
몸 뒤채며 서성이는 것
몇 백 년 울리는 것은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 나이었던가
향기(香氣)를 버리고 빛깔을 버리고
잎을 버리는 나이
텅 빈 기억 속으로
혼자 가는 발자국 소리 가득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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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가을노래 / 고정희 

들녘에 고개 숙인 그대 생각 따다가
반가운  손님 밥을 짓고
코스모스 꽃길에 핀 그대 사랑 따다가
정다운 사람 술잔에 띄우니
아름다워라
늠연히 다가오는 가을 하늘 밑
시월의 선연한 햇빛으로 광내며
깊어진 우리 사랑 쟁쟁쟁  흘러가네
그윽한 산그림자 어질머리 뒤로 하고
무르익은 우리 사랑 아득히 흘러가네
그 위에 황화가
서로 흘러 들어와
서쪽 곤륜산맥 물보라
동쪽 금강산맥 천봉을 
우러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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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운명이란 걸 믿지 않았기에
인연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영원을 알 수 없었기에
순간으로 접었습니다

​스치는 바람인 줄 알았기에
잡으려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머문다는 것 또한
떠난 후에 남겨질 아픔인 줄 알았기에
한시도 가슴에 담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숨바꼭질하듯
그대가 나를 찾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10월의 거리로 가겠습니다
꿈을 꾸듯
그대를 부르며 달려가겠습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가슴을 활짝 열고
가을숲 그대 품에서
10월의 사랑을 꿈꾸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인연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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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이라 상당되니 / 서정주

어머님이 끓여 주던 뜨시한 숭늉,
은근하고 구수하던 그 숭늉 냄새,
시월이라 상달 되니 더 안 잊히네.
평양에 둔 아우 생각 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안 잊히네, 영 안 잊히네.

고추장에 햇쌀밥을 맵게 비벼 먹어도  
다모토리 쐬주로 마음 도배를 해,
하누님께 단군님께 꿇어 엎드려
미안하요 미안하요 암만 빌어도,
하늘 너무 밝으니 영 안 잊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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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생각나는 사람 /최원정 

풋감 떨어진 자리에
바람이 머물면
가지 위, 고추잠자리
댕강댕강 외줄타기 시작하고
햇살 앉은 벚나무 잎사귀
노을빛으로 가을이 익어갈 때
그리운 사람,
그 이름조차도 차마
소리 내어 불러볼 수 없는
적막의 고요가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지
오지 못할
그 사람 생각을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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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가을밤 청청한 소나무를 타고 
우물 속으로 떨어진 달이 처연히 도 빛나노라 
긴 두레박을 내려 그 모습 길어올리면 
나뭇가지에 걸려버리는 내 하얀 목선 

묵언의 몸짓으로 혼자 감당해야 할 
아침까지의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는데 
겨울로 가는 달빛의 슬픔이 한층 차가워지는 만큼 
그만큼의 긴 고뇌를 10월의 달과 함께 견뎌내고 싶은 것일까 
우물가에 기대어 달과 나의 시차를 극복하고 
이슬 한 방울로 만나고 싶은 꿈의 안부를 묻는 중이다 

매일매일 신이 내게 던진 주문을 읽으며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지만 
기적을 바라지 않기에 
애당초 기적 같은 건 없는 거라고 
오래 비워둔 내 방의 꽃병에 
푸른 달빛을 채우며 꽃을 꽂는다. 그리고 
역사는 내 안에서 이루어질 뿐이라고 혼자 중얼거리지 

하늘의 달이 지상의 달이 될 때 
나의 고백은 서늘해질 수밖에 없지만 
나뭇가지에 걸려버린 내 하얀 목선 같은 달빛이여! 
내일이 가는 길과 그 길의 바람의 온도를 묻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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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쏘았을까, 10월 심장을 / 원영래

누가 10월 심장을 쏘았기에  
첩첩 산마다 선혈 낭자할까 
골골 들녘마다 억새강이 흐를까. 
내 안 뜨겁게 달구던 피도 흘러나가  
가슴 저며 시려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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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은 또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릴 것이다 / 이기철

시월의 맑고 쓸쓸한 아침들이 풀밭 위에 내려와 있다
풀들은 어디에도 아침에 밟힌 흔적이 없다
지난 밤이 넓은 옷을 벗어 어디에 걸어놓았는지
가볍고 경쾌한 햇빛만이 새의 부리처럼 쏟아진다
 
언제나 단풍은 예감을 앞질러 온다
누가 푸름이 저 단풍에게 자리를 사양했다고 하겠는가
뜨거운 것들은 본래 붉은 것이다
여읜 줄기들이 다 못 다독거린 제 삶을 안고
낙엽 위에 눕는다
낙엽만큼 쓸쓸한 생을 가슴으로 들으려는 것이다
 
욕망을 버린 나뭇잎들이 몸을 포개는 기슭은
슬프고 아름답다
이곳에서는 흘러가버릴 것들,
부서질 것들만 그리워해야 한다
이제 나무들이 푸른 이파리들을 내려놓고
휴식에 들 때이다
새들과 들쥐들이야 몇 개의 곡식이면 족하지 않겠는가
 
망각만큼 편안한 것은 없다
기억은 밀폐된 곳일수록 조밀해진다
이제 가을바람이 남겨놓은 것들만이
내 것이다
 
시월은 또 작년의 그 자리에서
오래 참으며 나를 기다릴 것이다


_______* 53

10월 / 기형도
10월 / 문인수
10월 /박현자
10월 /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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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 용혜원 
10월 / 이외수
10월 / 임영준
시월 / 공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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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나희덕
시월 / 목필균
시월 / 민용태
시월 / 박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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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오정방
시월 / 이기철
시월 / 이문재
시월 / 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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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임보
시월 /임정현 
시월 / 장석남
시월 /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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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피천득 
시월 / 황동규
시월 비 / 정소슬
시월에 /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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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 김노연 
시월은 / 박현자
10월 예찬 / 양광모
10월의 시 / 이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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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시 / 이정순
시월의 시 / 류시화
음력 시월 / 김영천
10월 어느 날 / 홍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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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기도 / 이해인
10월의 엽서 / 이해인
10월의 편지 / 목필균
10월 창호문 / 유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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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네 / 정현종
시월의 노래 / 정연복
시월의 다짐 / 정연복
시월의 단상 / 김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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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사유 / 이기철
시월의 사흘 / 이선이
시월 이야기 / 이향지
시월의 장미 / 나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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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초사흘 / 류제희
10월에 핀 장미 / 권오삼
시월을 추억함 / 나호열
꿈꾸는 가을노래 /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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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시월이라 상당되니 / 서정주
시월에 생각나는 사람 /최원정 
10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누가 쏘았을까, 10월 심장을 / 원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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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은 또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릴 것이다 / 이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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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시 모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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