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마당/외국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 1865 - 1939)    


낙엽

가을이 정답던 나무에 왔다
그리고 보리단 속의 쥐에게도 빛이 변하였다
머리 위에 늘어진 마가목나무 잎들 누레지고
축축한 산딸기 잎도 노란빛이 되었다

사랑이 기울 때가 닥쳐왔다
이제 우리의 슬픈 마음은 몹시 지쳤다
헤어지자 지금, 정열이 우리를 저버리기 전에
너의 수그린 이마에 키스와 눈물을 남기고

----------
죽음

두려움도 바램도
죽어가는 동물에 임종하지 않지만,
인간은 모든 걸 두려워하고 바라며
최후를 기다린다.
그는 여러 차례 죽었고
여러 차례 다시 일어났다.
큰 인간은 긍지를 가지고
살의 품은 자들을 대하고
호흡 정치 따위엔
조소를 던진다.
그는 죽음을 뼈 속까지 알고 있다 -
인간이 죽음을 창조한 것을.

---------------
빈 물 컵

열에 달은 사내가 물 컵 하나 찾아서 
타는 갈증에 숨넘어가려는 순간  
목 좀 축여보려는데 너무 힘들어 
달의 저주인가 
두 입 째 털어넣어보지만 
이제 헐떡이는 심장은 터져버릴 듯 
지난 10월에도 그 컵을 찾았지만 
물 한 방울 남아있지 않은 걸 알았고 
그래서 난 열에 달아 
한잠도 이루지 못했네.

-------------
+ 첫사랑

비록 떠가는 달처럼 
아름다움(美)의 잔인한 피로 자랐지만,  
그녀는 잠시 걷다, 잠시 얼굴을 붉힌 채,
또 내 오솔길 위에 서있다. 
그녀의 몸이 살과 피로 된 심장을 
갖고 있다고 내가 생각들 때까지. 

​그러나 내가 그 위에 손을 대보고
돌 같은 심장을 느끼게 된 이래
많은 것을 해보려(企圖) 했으나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매번 뻗치는 손은 미친 듯
달을 더듬는 것이기 때문에.

​그녀는 웃었고 나를 변하게 하여 
푼수가 되고
여기 저기 어정거리게 한다. 
달이 하늘에 떠갈 때면
하늘을 떠도는 별들보다도 
더 공허하게 한다.

========
흰새들

애인이여, 나는 바다 물거품 위를 나는 흰 새가 되고 싶구려!
사라져 없어지는 유성의 불길엔 싫증이 나고,
하늘까에 나직이 걸린 황혼의 푸른 별의 불길은,
애인이여, 꺼질 줄 모르는 슬픔을 우리의 마음에 일깨워 주었소.

이슬 맺힌 장미와 백합, 저 꿈과 같은 것들에게선 피로가 오오.
아 애인이여, 그것들, 사라지는 유성의 불길은 생각지 맙시다.
그리고 이슬질 무렵 나직이 걸려 머뭇거리는 푸른 별의 불길도,
왜냐하면,
나는 떠도는 물거품 위의 흰 새가 되었으면 하니, 그대와 나는!

나는 수많은 섬들, 그리고 많은 요정의 나라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오.
그곳에선 분명 시간이 우리를 잊을 것이고,
슬픔도 더 이상 우리에게 접근하지 못할 것이며,
곧 장미와 백합, 그리고 불길의 초조함에서 벗어날 것이오.
애인이여,
우리 다만 저 바다의 물거품 위를 떠도는 흰 새나 된다면 오죽 좋겠소.

----------------
깊은 맹세

그대가 깊은 맹세 지키지 않아 
나는 다른 이들과 벗하였다; 
하지만 죽음에 직면할 때 
잠의 언덕을 기어오를 때 
또는 술 마셔서 마음이 격앙될 때 
나는 갑자기 그대 얼굴을 만난다. 

----------------
비잔티움

낮의 정화되지 않은 상들이 물러난다.
황제의 술취한 병사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밤의 메아리도, 밤-보행자의 노래도
성당의 큰 종이 울린 후에는 물러난다.
별빛이나 달빛 비친 둥근 지붕은 경멸한다
인간인 모든 것을,
다만 복잡하기만 한 모든 것을,
인간 혈관의 격노와 오욕을.

내 앞에 상이 떠다닌다, 인간인지 허깨비인지,
인간이라기보다는 허깨비이고, 허깨비라기보다는 상인.
왜냐면 미이라의 옷에 감긴 하계의 실꾸리가
구불구불한 길을 풀어놓을지도 모르니,
습기도 없고 호흡도 없는 입을
호흡 없는 입들이 소환할지도 모르니,
나는 환영한다 그 초인을,
나는 그것을 삶 속의 죽음과 죽음 속의 삶이라 부른다.

기적이, 새나 황금 세공품이,
새나 수공품이라기 보다는 기적이,
별빛 비친 황금 가지에 얹혀서,
하계의 수탉처럼 울 수 있거나,
달빛에 격분하여 큰 소리로 경멸할 수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 금속을 찬양하여
보통의 새나 꽃잎을
그리고 오욕과 피의 모든 복잡한 것들을.

한밤에 황제의 포도 위에는 날아다닌다
나무도 공급하지 않고, 부싯돌도 부치지 않고,
폭풍우도 방해하지 않는 불꽃들이, 불꽃에서 나온 불꽃들이,
거기로 피에서 나온 영혼들이 오고
격노의 모든 복잡한 것들이 떠난다,
춤 속으로
황홀한 고뇌 속으로
소매도 그을릴 수 없는 불꽃의 고통 속으로 죽어간다.

돌고래의 오욕과 피에 걸터앉아 영혼이
줄지어 온다. 용광로들이 홍수를 부순다,
황제의 황금 용광로들이!
무도장 바닥의 대리석들이
복잡한 것의 격렬한 격분을 부순다,
여전히 새로운 상들을 낳는
그 상들을,
그 돌고래에 찢긴, 그 큰 종의 괴롭힘을 받은 바다를.

-----------------
유리구슬

나는 들었다 병적으로 흥분한 여인들이 말하는 것을
자기들은 팔레트와 바이올린 활과,

항상 명랑한 시인들에 넌더리가 난다고,
왜냐면 모든 이들은 알거나 알아야 하기에
만일 근본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비행기와 비행선이 나와서,
빌리 왕처럼 폭탄을 떨어뜨려
도시가 납작하게 두드려 맞을 것이기에.

모두가 자신의 비극을 연출한다,
저기 햄릿이 활보하고, 리어가 있고,
저건 오필리아, 저건 코델리아,
그러나 그들은, 만일 마지막 장면이 되어,
커다란 무대 장막이 내려지려 하더라도,
극 중의 그들의 뚜렷한 역할이 가치가 있다면,
울느라고 대사를 중단하지 않는다.
그들은 알고 있다 햄릿과 리어가 명랑하고,
명랑함이 두렵게 하는 모든 것을 변형시킨다는 것을.
모든 이들이 목표했고, 발견했고 그리고 잃었다.
무대 소등. 머릿속으로 빛내며 들어오는 천국,
최대한도로 진행된 비극.
비록 햄릿이 천천히 거닐고 리어가 분노해도,
수십만 개의 무대 위에서
모든 무대 장막이 동시에 내려진다 해도,
그것은 한인치도, 한온스도 자랄 수 없다.

그들은 왔다, 그들 자신의 발로 걸어서, 배를 타고,
낙타를 타고, 말을 타고, 당나귀를 타고, 노새를 타고,
옛 문명들이 칼로 죽임을 당할 때.
그 후 그들과 그들의 지혜는 파괴되었다.
대리석을 청동처럼 다루었던,
바다 바람이 그 구석을 쓸어갈 때
올라가는 듯이 보이는 휘장을 만들었던,
칼리마커스의 수공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가냘픈 종려나무 줄기 같은 모양의
그의 긴 등갓은 단 하루만 서 있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진다,
그리고 그것들을 다시 세우는 자들은 명랑하다.

두 중국인이, 그들 뒤엔 또 한 사람이,
유리구슬에 새겨져 있다,
그들 위로는 장수의 상징인,
다리 긴 새가 날아간다.
세 번째 사람은, 분명히 하인인데,
악기를 가지고 간다.

돌의 모든 얼룩이,
우연히 생긴 틈이나 움푹한 곳이,
물줄기나 사태처럼 보인다,
아니면 아직도 눈 내리는 높은 비탈처럼 보인다,
비록 분명히 오얏이나 벚나무 가지가
그 중국인들이 올라가고 있는 곳의
중간쯤에 있는 작은 집을 기분 좋게 하지만,

그리고 나는 즐거이 상상한다, 그들이 거기에 앉아있는 것을,
거기에, 산과 하늘 위에,

그들이 바라보는 모든 비극적인 경치 위에.

한 사람이 구슬픈 곡조를 요청하자,
능숙한 손가락들이 연주하기 시작한다.
많은 주름 속의 그들의 눈, 그들의 눈,
그들의 오랜, 빛나는 눈은, 즐겁다.

==========
하늘의 천

내게 금빛과 은빛으로 짠
하늘의 천이 있다면,
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수놓은
파랗고 희뿌옇고 검은 천이 있다면,
그 천을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
내 꿈을 그대 발 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
그대 늙어서

그대 늙어 백발 되어 잠이 많아져
난롯가에 졸거든,이 책 꺼내어,
천천히 읽으며 꿈꾸어라, 한때 그대 눈이 지녔든
부드러운 눈빛, 그 깊은 그림자를.
당신의 즐거운 우아한 순간들을 얼마나 사랑했으며,
진정이든 거짓이든 당신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던가를,
그러나 한 사람 당신의 유랑혼을 사랑했지,
변해 가는 얼굴의 슬픔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달아올라 붉게 빛나는 난롯가에 몸을 구부리고
슬프게 중얼거려라, 사랑이
산 위로 도망쳐 걷다가
당신의 얼굴을 별무리 속에 감추었다고.

-------------------
레다와 백조

별안간의 강한 휘몰아침. 커다란 날개들이 아직
비틀거리는 소녀 위에서 퍼덕이고, 그녀의 허벅지는

검은 물갈퀴로 애무되고, 목은 그의 부리에 잡혀 있을 때,
그는 그녀의 무력한 가슴을 자기 가슴에 껴안는다.

어떻게 놀라고 모호한 그 손가락들이 밀어내겠는가
그녀의 느슨해지는 허벅지에서 깃털 달린 영광을?
어떻게 그 하얀 물풀 속에 눕혀진 육체가
느끼지 않을 수 있으리 낯선 심장의 고동을?

허리의 떨림이 거기에 낳는다
파괴된 담, 불타는 지붕 그리고 탑과
아가멤논의 죽음을.
그렇게 잡혀서,
하늘의 그 야만적인 피에 지배되었을 때,
그녀는 그의 힘과 더불어 그의 지혜도 받았는가
그 무관심한 부리가 그녀를 놓아주기 전에?


--------------------
사나이 야성

오- 나 높이 올라 저곳에 이르게 하소서 
저 조각구름 뚫고, 
'페그'도, '메그'도, '파리스'의 사랑 '헬렌'도 
그렇게 꼿꼿한 허리를 가졌어도 
그만 가버렸고, 남은 이들은 
비단옷을 통옷으로 바꿔 입을 뿐. 

​내가 저곳에 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공작새라도 울게 해야지, 
그것이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울 거라고 
추억 속에 살아가는 데는, 
나 홀로인 세상 돌덩이라도 끌어안고 
자장가를 불러 주어야.

============
사나이 회상

우리는 세상 사람들 눈에 가려져야만 하느니  
그저 신성한 쇼들로만 보여주면서. 
가시나무처럼 꺽어진 몸뚱이들 
거기에 들이치는 살을 에는 북풍. 
버려졌다가 수습되어 매장된 헥토르(트로이 전쟁영웅)를 생각하고 
기억하는 사람 아무도 없는 세상. 

​여자들 이제껏 눈길 한번 주지 않더니 
내가 행동하고 말하는 어떤 것이든 
곧바로 응석으로 받아준다, 
숫당나귀 콧방귀 뀌는 소리도. 
나의 두 팔을 가시나무줄기처럼 휘감으면 지금 눈앞에 눕는 미의 여신. 

모든 부족의 여자들 중 첫번 째로 거기 누웠다   
그리고 쾌락을 탐했다 
용감한 헥토르를 죽음으로 몰아 
트로이의 함락을 가져온 미의 여신(헬렌) 
내 귀에 불어넣는 뜨거운 소리 
“제가 혹 소리를 지르거든 꼬집어주세요.” 

-------------------
젊음과 늙음

세상에 시달려
젊었을 때 나는 참 흥분도 많이 했다

그러나 지금은 떠나는 손님에게
서둘러 감언이설.

-------------------
+ 하늘의 융단

만일 나에게 하늘의 융단이 있다면
금빛과 은빛으로 짠,
낮과 밤과 어스름의
푸르고 희미하고 어두운 천으로 짠.
그대 발밑에 깔아드리련만
허나 가난한 나는 꿈밖에 없어
그대 발밑에 꿈을 깔았습니다.
사뿐히 걸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
산토끼의 죽음

나는 사냥개들 낌새를 알려주고 
산토끼는 숲 속으로 도망치는데, 
잘했다는 신호를 보낼 때  
사랑하는 사이처럼 반가움을 띄운다 
내려 뜬 눈으로 
홍조 띤 얼굴로.   

​그러다가 내 가슴이 철렁했다 
산토끼의 냉정함이 풀린 기색  
야성을 잃었는가
그 후로 종적을 감췄다. 
나는 꼼짝없이 숲 속에 서게 되었다  
산토끼의 죽음과 함께. 

==============
죽음에 대한 꿈

나는 누가 낯선 장소에서 죽는 것을 꿈꾸었다. 
어설픈 낯선 손으로, 
사람들은 그녀의 얼굴 위에 관뚜껑을 못질한다. 
그 땅의 농부들은, 
그녀가 낯선 곳에 홀로 묻히는 것을 의아해하며, 
그녀의 무덤 위에, 그들이 
두 조각의 나무로 만든 십자가를 세운다. 
사이프러스(측백나무, 묘지를 상징)를 둘레에 심고, 

무심한 별들 아래에 그녀를 버려두고 떠난다 
내가 이 글을 새기기까지는. 

그녀는 그대의 첫사랑보다 아름다웠으나, 
이제는 관 속에 누워있다.

------------------------
오랜 침묵 후에

오랜 침묵 후에 하는 말 -
다른 연인들 모두 멀어지거나 죽었고
무심한 등불은 갓 아래 숨고
커튼도 무심한 밤을 가렸으니
우리 예술과 노래의 드높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함이 마땅하리.
육체의 노쇠는 지혜, 젊었을 땐
우리 서로 사랑했으나 무지했어라.

--------------------------
긴다리 소금쟁이

문명이 멸하지 않도록
큰 전투에 패하지 않도록
개를 조용하게 하고 나귀를
먼 기둥에 매어라.
우리 장군 시저는
지도가 펼쳐진 텐트 속에 있다.
한 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그의 눈은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다.
냇물 위에 떠 있는 긴 다리 소금쟁이처럼
그의 마음 정적 속에서 움직인다.
냇물 위에 떠 있는 긴 다리 소금쟁이처럼
그의 마음 정적 속에 움직인다.

드높은 탑들이 불타고
사람들이 그 얼굴을 기억하도록
이 외로운 곳에서 움직여야 한다면
아주 상냥하게 움직여라.
사분의 일 여자에 사분의 삼 아이인 그네
아무도 자길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네의 발은 거리에서 익힌
땜장이의 걸음을 흉내 낸다.
냇물 위에 떠 있는 긴 다리 소금쟁이처럼
그네 마음 정적 속에서 움직인다.

사춘기 소녀들이 마음속에
최초의 아담을 발견할 수 있도록
교황청 성당의 문을 닫고
아이들을 들여보내지 마라.
성당 안에서 미켈란젤로는
비게 위에다 몸을 기댄다.
새앙쥐 움직이는 소리 정도로
그의 손은 이리저리 움직인다.
냇물 위에 떠 있는 긴 다리 소금쟁이처럼
그의 마음 정적 속에서 움직인다.

--------------------------
낙엽은 떨어지고

가을이 우리를 사랑하는 기다란 잎새 위에, 보릿단 속 생쥐 위에도 머뭅니다.
머리 위 마가목 잎이 노랗게 물들고
이슬 젖은 산딸기 잎새도 노랗습니다.
사랑이 이울어 가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슬픈 우리 영혼은 지금 피곤하고 지쳐 있습니다.
헤어집시다. 정열의 계절이 우리를 잊기 전에
그대 숙인 이마에 입맞춤과 눈물을 남기며

===============
그대가 늙었을 때

그대 늙어 백발이 되고 졸음에 지쳐 
난로 가에서 꾸벅이게 될 때면, 이 시집을 꺼내 
천천히 읽어보라, 꿈꾸어보라 
한 때 그대 눈동자에 깃들었던 다정한 시선과 
거기 깊이 드리운 그늘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대의 우아한 순간들을 사랑했고,
진실로든 아니든 그대의 아름다움을 사랑했던가,  
그러나 한 사내만은 그대 안의 흔들리는 영혼을 사랑하고 
그대 변해가는 얼굴의 슬픔들을 사랑하였느니. 

그리고 달구어진 난로 가에 몸을 웅크리고
웅얼거려보라, 조금은 슬프게, 어떻게 사랑이 떠나고   
저 위의 산을 마냥 서성이다가 
그만 별무리속에 얼굴을 감추었는지.  

​---------------------------
내 꿈을 밟으소서

금빛 은빛 수놓은
하늘의 융단이

밤과 낮과 어스름의
푸르고 침침한 융단이 있다면

그대 발밑에 깔아 드리련만
나 가난하여 가진 것 오직 꿈뿐이니

사뿐히 밟고 가소서
그대 발 밑에 내 꿈을 깔았으니

---------------------------
늙은 어미의 노래

나는 새벽에 일어나 쭈그려 앉아 불어댄다.
가물거리는 불씨가 활활 타오를 때까지
그런 다음 밥 짓고 그릇 씻고 쓸어야 한다.
별들이 깜박이며 고개를 내어 밀 때까지.

젊은것들은 침대에 길게 누워 꿈꾼다.
가슴과 머리에 무슨 리본을 맬까 하고.
그것들은 온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내면서
바람결에 머리칼이 날리면 한숨을 쉰다.

하지만 늙어버린 이 몸은 일해야 하고
불씨는 가물가물 차갑게 식어간다

----------------------------
다시 부르는 노래

공원에서 내 사랑과 만났습니다
그녀는 눈처럼 희고 귀여운 발로 공원을 거닐었습니다
나뭇잎 자라듯 쉽게 사랑하라고 그녀는 나에게 말했지만
나는 어리석어 곧이듣지 않았습니다

들녘 강가에 내 사랑과 내가 서 있었고
내 기울은 어깨 위에 그녀는 눈처럼 흰 손을 얹었습니다
둑 위에 풀 자라듯 쉽게 살라고 그녀는 나에게 말했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었던 탓에 지금은 눈물만이 넘칩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그녀가
나뭇잎 자라듯 사랑하라고 했지만
그 말을 듣지 않았군요.
무언가에 실망하고 잔뜩 처진 어깨에 손을 얹고
풀 자라 듯 살라고 말했지만 그 말도 역시 듣지 않았군요.
그리하여 눈물만이 넘쳐나고 있군요.

===============
여름이나 봄이나

우린 가시나무 고목 아래 앉아
밤새워 얘기했지, 
들어온 얘기나 겪은 일들 빠짐없이 
세상 빛을 처음 본 이래로. 
그러다 성장기의 일들로 얘기가 바뀌면서 
각자가 한 영혼을 절반씩 나눠 가진 걸 알고 
서로가 서로를 부둥켜 얼싸안으면 
완전한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때 '피터'의 쏘아보는 눈빛...  
그건 '피터'가 그녀와 
그들의 어릴 적 얘기를 함께 나누었던 일  
바로 이 나무 아래서. 
이렇게 활짝 꽃핀 일이 있나 
이렇게 봉긋 꽃 맺은 일이 있나
우리에게는 내내 한여름이었고 
그녀에게는 내내 봄이기만 했네!

--------------------------
젊은 시절 친구들

시간이 아니라 웃음이 내 목을 쉬게 했지. 
그리고 목소리를 갈라지게 했지. 
달이 배불뚝이 꼴을 할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왔지.  
'마지'라는 노파가 골목길을 나서는데 
가슴 위에 돌덩이를 안고 
포대기로 그 돌덩이를 감쌌지, 
그녀는 조금도 쉴 새 없이 
자장 자장 자장가를 불러댔지,  
그녀는 폐경이었고 
철썩이지도 못하는 파도처럼 불임이었지, 
돌덩이가 아이라고 생각하면서. 

​'피터'가 큰 사고를 쳤었지 
반칙을 했었지 
외쳤지, '난 왕공작새다.' 
깃을 펼치며 돌 위에 올라섰지 
그래서 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웃어댔지 
내게는 가슴을 칠 일 
기억하리, 그녀가 외친 건 사랑 
그리고 그가 외친 건 자랑. 

---------------------------
쿨 호수의 백조들

나무들은 가을빛으로 아름답고, 
숲 속 오솔길들은 메말라 있다, 
10월의 황혼 녘 호수물은 
고요한 하늘을 비치고; 
돌사이로 넘쳐 흐르는 물 위에는  
쉰아홉 마리의 백조가 떠 있다. 

내가 맨처음 백조의 수를 세어본 후로   
열아홉 번째 가을이 찾아왔다; 
나는 보았다, 그땐 미처 다 세기도 전에  
백조들은 갑자기 날아올라 
요란스러운 날개 소리를 내면서 
끊어진 커다란 원을 그리며 흩어지는 것을.  

지금껏 저 눈부신 새들을 보아왔는데, 
지금 나의 가슴은 쓰리다. 
맨 처음 이 호숫가, 
황혼 녘 머리 위 종처럼 날개 치는 소리를 들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었던 후로, 
모든 것은 변해 버렸다. 

지금도 여전히 피곤을 모른 채, 짝을 지으며, 
차가운 물 속을 헤저으며 
정답게 헤엄치거나,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들의 가슴은 늙을 줄 모르고; 
어디를 헤매든, 정열과 정복열이, 
여전히 그들을 따른다.  

지금 백조들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고요한 물 위에 떠 있지만; 
어느 날 내가 눈을 뜨고, 
그들이 날아가 버린 것을 알았을 때 
어느 호숫가나 웅덩이에서 그들은  
어느 골풀들 속에 그들의 집을 짓고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것인가? 

--------------------------
학생들 사이에서

1
나는 질문하며 긴 교실을 걸어간다.
흰 두건을 쓴 친절한 노 수녀가 대답한다.
아이들은 배웁니다 셈하기와 노래하기,
독본과 역사를 공부하기,
재단하기와 재봉하기를, 모든 면에서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잘하기를--아이들의 눈이
순간적으로 놀라서 응시한다
육십 세의 미소 짓는 공직자를.

2
나는 꿈꾼다 꺼져가는 불 위에 웅크린
레다의 육체를, 그녀가 말한
어떤 어린 시절을 비극으로 변하게 한
거친 책망이나, 사소한 사건의 이야기를--
들었지, 그러자 우리의 두 본성은 섞이는 듯했다
젊은이 특유의 공감 때문에 한 구체로,
아니, 플라톤의 비유를 바꾸어 말하자면,
한 껍질 속의 노른자와 흰자로.

3
그리고 슬픔이나 분노의 그 발작을 생각하며
나는 거기 있는 이 아이 저 아이를 바라보고
궁금해한다 그녀도 그 나이에 저랬을까 하고--
왜냐면 백조의 딸들이라도 모든 물새들의 유산을
조금은 공유할 수 있을 것이기에--
그리고 뺨이나 머리에 저 색깔을 지녔었을까 하고,
그러자 내 마음은 미칠 듯했다.
그녀가 내 앞에 서 있다 실물과 같은 아이로.

4
그녀의 현재의 영상이 마음속에 떠오른다
십오 세기의 손가락들이 그것을 만들었나
마치 바람을 마시고 고기 대신
한 접시의 그림자를 먹은 듯 뺨이 훌쭉하게?
그리고 나는 결코 레다의 종류는 아니지만
한 때 예쁜 깃털을 가졌었다--그것이면 충분하다,
미소 짓는 모든 이에게 미소 짓고, 보여주는 게 나으리라
편안한 종류의 늙은 허수아비가 있음을.

5
어떤 젊은 어머니가, 생식의 꿀이 드러내어,
회상이나 그 약이 결정하는 바에 따라
잠자고, 고함치고 고망치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형체를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자신의 아들을, 만일 그녀가 그 머리 위에
육십이나 그 이상의 겨울을 얹은 그 형체를 보기만 한다면,
그의 출산의 고통이나 그를 세상에 내보낼 때의
불확실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할까?

6
플라톤은 자연이 사물들의 희미한 모형 위에
떠도는 거품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보다 견실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매질을 했다
왕 중 왕의 궁둥이 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황금-허벅지의 피타고라스는
바이올린 활대나 줄을 손가락으로 연주했다
별이 노래하고 무심한 시신들이 들은 것을.
새를 쫒아버리는 낡은 막대기 위의 낡은 옷들일뿐이다.

7
수녀들과 어머니들은 상들을 숭배한다,
촛불들이 밝히는 것들은
어머니의 환상을 활기차게 하는 것들과 같지 않다,
그러나 대리석이나 청동의 평온을 유지한다.
그러나 그것들도 가슴을 찢는다--오
정열, 경건, 아니면 애정이 알고
천상의 모든 영광을 상징하는 존재들이여--
오 인간의 일을 조롱하는 스스로 태어난 자여.

8
노동은 육체가 영혼을 즐겁게 하려고
상처입지 않는 곳에서 꽃피거나 춤춘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의 절망에서 생기지 않고,
흐린 눈의 지혜는 한밤의 기름에서 생기지 않는다.
오 밤나무여, 크게-뿌리박은 꽃 피우는 자여,
그대는 잎인가, 꽃인가, 아니면 줄기인가?
오 음악에 맞춰 흔들린 육체여, 오 반짝이는 시선이여,
어떻게 우리는 무용수와 춤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

==============
1916년 부활절

나는 잿빛 십팔세기의 집들 가운데서
계산대나 책상으로부터
활기찬 얼굴로 다가오는
그들을 낮이 끝날 때 만났다
나는 지나갔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예의바른 별 뜻 없는 말을 하거나
잠시 머물러
별 뜻없는 말을 하거나 하곤,
그리고 생각했다
그들과 내가 광대옷을 입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에,
클럽의 난로에 둘러앉아 있는
친구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농담이나 조롱을 끝마치기도 전에,
모든 것이 변했다, 완전히 변했다고,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이 탄생했다고.

그 여인의 낮들은 보내졌다
무지한 선의 가운데,
그녀의 밤들은 토론 가운데 보내졌다
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로와질 때까지.
그녀가 젊고 아름다울 때,
말 타고 사냥개를 쫓을 때,
어떤 목소리가 그녀의 목소리보다 감미로왔는가?
이 남자는 학교를 경영했고
우리의 날개 달린 말을 탔다,
이 사람은 그의 조력자이자 친구로
한창 본령을 발휘하고 있었다,
결국 명성을 얻을 수 있었으리라,
그의 본성은 지극히 민감해 보였고,
그의 생각은 지극히 대담하고 감미로워 보였으므로.
이 사람은 내 생각에
술주정뱅이고, 허영심 강한 촌놈이었다.
그는 매우 심한 나쁜 짓을 했다
내 마음에 가까운 누군가에게,
그러나 나는 그를 노래 속에 넣어준다,
그도, 또한, 이 우연한 희극에서
자기 역할을 그만두었다,
그도, 또한, 자기 차례가 되어 변했다,
완전히 변형되었다.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이 탄생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한 가지 목적만 가진 사람들은
매혹되어 돌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살아 있는 강물을 괴롭히기 위하여.
길에서 오는 말,
말 탄 자, 구름에서 휘모는 구름으로
날아가는 새들,
순간순간 그들은 변한다,
냇물에 비친 구름 그림자는
순간순간 변한다,
말발굽이 물가에서 미끄러지고,
말은 그 속에서 텀벙거린다,
다리가 긴 붉은 뇌조들이 잠수하고,
암컷들은 수컷들을 부른다,
순간순간 그들은 살아가고.
그 돌은 이 모든 것 가운데 있다.

너무 오랜 희생은
마음을 돌로 만들 수 있다.
오 언제면 충분할까?
그건 하늘의 몫이다, 우리 몫은
마음대로 뛰놀던 사지에
마침내 잠이 닥쳐왔을 때,
어머니가 자기 아이를 부르듯이,
이름들이나 중얼거리는 것,
그것이 황혼이 아니고 무엇이오?
아니, 아니, 밤이 아니라 죽음이오.
그건 결국 필요 없는 죽음이었나?
왜냐면 행해지고 말해진 모든 것에 대해
영국은 신의를 지킬지도 모르니까.
우리는 그들의 꿈을 안다, 충분하다
그들이 꿈꾸었고 죽었다는 것만 알면,
길고 과도한 사랑이 그들이 죽을 때까지
그들을 어리둥절하게 했으면 어떻소?
나는 그것을 시로 쓴다
맥도너와 맥브라이드
그리고 코놀리와 퍼스는
지금과 장래에
녹색 옷이 입어지는 곳 어디서나,
변했다, 완전히 변했다.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이 탄생했다.

-----------------------------
둘째 트로이는 없다

왜 내가 그녀를 책망해야 하나 그녀가 내 생애를
고통으로 채운 것을, 또는 그녀가 최근에
무지한 사람들에게 매우 폭력적인 방법을 가르친 것을,
또는 작은 거리들을 큰 거리로 내던진 것을,
만일 그들이 욕망에 상응하는 용기를 가졌다면?
무엇이 그녀를 평화롭게 할 수 있었을까,
고상함이 불처럼 단순케 한 마음과,
이런 시대에는 자연스럽지 못한 종류인,
팽팽히 당겨진 활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를,
만일 그녀가 높고 외롭고 매우 엄격했다면?
아니, 무엇을 그녀가 할 수 있었을까, 그녀가 오늘날의 그녀였다면?
또 하나의 트로이가 있었단 말인가 그녀가 불태워 버릴?

---------------------
+ 아무도 모르는 비밀

늘그막 여인들의 비밀들을 나는 들었네 
젊었을 적 일들이라네,  
'마지'는 내가 생각도 못할 얘기를 했네 
내 피가 철철 끓는 때에, 
왜 애인이 물속에 빠져죽었는지 
먼 옛노래 같이 들려줬네.

​'마가렛'은 놀라 멍해졌지만 
'마지'가 그랬다는 것에,  
우리 셋은 모두가 외로웠네  
세상 누구도 오늘날까지,  
우리가 아는 걸 알지 못하고 
우리가 하는 얘길 못 한다는.

​어찌 이런 사내가 여인들을 가장 기쁘게 했을까 
이제는 거의가 저 세상 여인들이 되었을 것을, 
어찌해 이런 짝이 되어 오래도록 사랑했던가 
어찌해 하나밖에 없는 짝으로, 
밀짚더미 위나  
오리털 이불 위를 수놓은 이야기들로. 

------------------------------
육신과 영혼의 대화

1.
(영혼)
나는 굽이도는 옛 계단으로 부른다,
너의 마음을 모두 가파른 오르막에,
부서지고 무너지는 성벽에,
호흡 없는 별빛 비친 공기에,
숨은 극을 표시하는 별에 집중하라고.
헤매는 모든 생각을
모든 생각이 다해버린 그 지역에 고정하라고.
누가 어둠과 영혼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

(육신)
내 무릎 위의 그 신성한 칼은
사토의 옛 칼로 여전히 예전과 같다,
여전히 날리 예리하고, 여전히 거울 같고
긴 세월에 의해 얼룩지지 않았다.
그 꽃무니, 비단의 옛 장식은, 어떤
궁정여인의 옷에서 찢어내어 져
그 나무칼집을 묶어 싸고 있는데,
해어졌으나 여전히 보호할 수 있고, 빛바랬으나 장식할 수 있다.

(영혼)
왜 인간의 상상은
전성기를 한창 지나서
사랑과 전쟁을 상징하는 것들을 기억해야 하는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밤을 생각하라,
다만 상상이 대지를 경멸하고
지성이 그것이 이것 저것으로
또 다른 것으로 헤맴을 경멸하기만 한다면,
죽음과 탄생의 죄에서 구원할 수 있는 그 밤을.

(육신)
몬타시기, 그의 가족의 셋째가, 그것을 만들었다
오백 년 적에, 그 주변에는
어떤 자수인지 나는 모르는--진홍빛의--
꽃들이 놓여 있다, 이 모든 것을 나는
밤을 상징하는 탑에 대한
낮의 상징으로 놓는다,
그리고 군인의 권리에 의한 것처럼
그 죄를 한 번 더 범할 특권을 요구한다.

(영혼)
그 지역의 그러한 충만함은 넘쳐흘러
정신의 웅덩이에 떨어져
사람은 귀 멀고 말 못 하고 눈이 먼다,
왜냐면 지성은 더 이상 구별하지 못하기에
존재와 당위를, 주체와 대상을--
다시 말하여, 하늘로 올라가기에,
단지 죽은 자들만이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그걸 생각할 때 내 혀는 돌이 된다.

2.
(육신)
산 사람은 눈멀어 자신의 배설물을 마신.
도랑이 불결하면 어때?
내가 그 모든 것을 한 번 더 살면 어때?
자라는 노고를,
소년시절의 치욕을, 어른으로 바뀌는
소년시절의 슬픔을,
자신의 어색함을 직면하게 된
끝나지 않은 사람과 그의 고통을 참아내면 어때?

적들에게 둘러싸인 끝난 사람을 참아내면 어때?--
도대체 어떻게 그가
마침내 저 형상이 자신의 형상이라고 생각하도록
악의에 찬 눈들의 거울이
자신의 눈들 위에 던져준
저 더럽고 일그러진 형상을 피할 수 있는가?
명예가 그를 겨울의 강풍 속에서 발견할 때
도망이 무슨 소용있는가?

나는 이 모든 것을 다시 하는데 만족한다
그리고, 눈먼 사람이 눈먼 사람을 때리는
눈먼 사람의 시궁창의 개구리 알 속으로,
가장 비옥한 시궁창 속으로,
만일 사람이 자신의 영혼의 혈족이 아닌 오만한 여인에게
구애하면 그가 행하거나 겪어야만 하는 그 어리석음 속으로
던져지는 것이 삶이라 해도,
나는 또 다시 사는데 만족한다.

나는 행동이나 생각에 있어서의 모든 사건을
그 원천까지 추구하는 데, 운명을 헤아리는 데,
나 자신에게 그 운명을 허용하는 데 만족한다,
내가 이렇게 후회를 내버려서
매우 큰 감미로움이 가슴속으로 흘러들 때
우리는 웃고 노래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것에 의해 축복받았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축복받았다.

==================
이니스프리 호수 섬

나는 일어나 지금 갈거야,갈 거야, 이니스프리로 갈 거야,
조그마한 오두막을 거기에 지을거야, 진흙과 나뭇가지로.
콩을 아홉 이랑 심고, 꿀벌도 한 통 칠 거야,
그리고 벌소리 잉잉대는 숲에서 홀로 살거야.

나는 거기서 평화로울 거야, 왜냐면 평화는 천천히,
아침의 장막을 뚫고 귀뚜리 우는 곳으로 천천히 오니까.
거기는 한 밤은 항상 빛나고, 정오는 자주빛을 불타고,
저녁은 홍방울새 소리 가득하니까.

나는 일어나 지금 갈거야, 왜냐면 항상 밤낮으로
호수물이 나지막이 찰싹이는 소리가 들리니까.
나는 차도 위나 회색 보도 위에 서 있는 동안에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 소리가 들린다.

---------------------------------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 내 사랑과 나는 만났어요
그녀는 눈처럼 흰 작은 발로 버드나무 동산을 건넜지요
그녀는 나뭇잎 나무에서 자라듯 사랑을 느긋하게 하라 했지만
난 그때 젊고 어리석어 그녀의 말 믿으려 하지 않았지요

시냇가 어느 들녘에 내 사랑과 나는 서 있었어요
그녀는 눈처럼 흰 손을 내 기울인 어깨에 얹었지요
그녀는 풀들이 둔덕에서 자라듯 인생을 느긋하게 살라 했지만
난 그때 젊고 어리석어 이제야 온통 눈물로 가득하네요

--------------------------------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저것은 늙은이들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서로 팔짱을 낀 젊은이들과 숲 속의 새들,
저 죽음의 세대들은 노래를 부르며 스스로 취해있고
폭포에는 연어가 튀고, 바다에는 고등어가 우글거리니
물고기, 짐승, 새들이 여름 내내
나고 자라서 죽는 모든 것을 찬양한다.
모두가 관능의 음악에 사로잡혀
늙지 않는 지성의 기념비를 모르는구나.

늙은이란 한낱 하찮은 것
막대기에 걸린 누더기일 뿐이니
다만 영혼이 좋아 손뼉치고 크게 노래하지 않는다면
썩어 갈 모든 누더기를 위해 더욱 소리 높여 노래하지 않는다면
영혼의 장엄한 기념비를 배우지 않는다면
노래를 배울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나는 바다를 항해하여 왔노라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움으로.

벽에 새긴 금빛 모자이크에서 처럼
신의 거룩한 불 속에 서 있는 성자들이여,
물레에 감긴 실처럼 핑핑 돌아가는 그 거룩한 불꽃에서 걸어 나와
내 영혼의 노래 선생이 되어 주오.
그리하여 내 심장을 태워주오.
욕정에 병들고 죽어갈 동물성에 얽매여
제 자신을 알지 못하는 그 심장을, 그리고 나를 거두어 주오.
영원히 죽지 않은 예술품 안으로,

한 번 자연에서 벗어난 후엔 다시는
어떤 자연물의 형태로도 내 육체를 삼지 않으리라.
대신 그리스의 금 세공사가
망치질하고 황금 유약을 발라 만든 형체를 취하여
졸고 있는 황제를 깨우련다.
아니면 황금 가지 위에 앉아
비잔티움의 귀족과 부인들에게 노래해주련다.
지나간 것과 지나가는 것들, 그리고 다가올 것에 대해.

------------------------------------
방황하는 인거스의 노래

내 머리 속에 불이 붙어
개암나무 숲으로 갔었지.
개암나무 한 가지를 꺾어 껍질을 벗기고
딸기 하나를 낚싯줄에 매달았지.
흰 나방들이 날고 (아마 이 구절인 듯)
나방 같은 별들이 깜빡일 때
나는 시냇물에 딸기를 담그고
작은 은빛 송어 한 마리를 낚았지.

나는 그것을 마루 위에 놓아두고
불을 피우러 갔었지.
그런데 마루 위에서 무엇인가가 바스락거리더니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지.
그것은 머리에 사과 꽃을 단
어렴풋이 빛나는 소녀가 되어
내 이름을 부르며 달아나
빛나는 공기 속으로 사라져 버렸지.

나 비록 골짜기와 언덕을
방황하며 이제 늙어 버렸지만
그녀가 간 곳을 찾아내어
그녀의 입술에 입 맞추고 손을 잡고서
얼룩진 긴 풀밭 속을 걸어 보리라.
그리고 시간이 다할 때까지 따보리라.
저 달의 은빛 사과를
저 해의 금빛 사과를

=====================
늙은 연금 수급자의 애가

비록 나는 비를 피하기 위하여
부러진 나무 아래로 피신하지만,
나의 의자는 난로불 근처 
사랑과 정치에 대해 얘기하는 
이런저런 패거리들과 함께 있었다, 
그 시간이 나를 바꿔놓기 전에는.

비록 패거리들이 함께 음모를 위하여 
다시 창을 뾰쪽하게 깎고, 
광란의 악당들이 모든 분노를 
인간의 폭정에 돌렸을 때, 
나의 모든 관심사는 그 시간이었다,
나를 바꿔놓은. 

나에게 얼굴을 돌리는 여인은 이제 없다, 
부러진 나무에서도. 
아직도 내가 사랑한 아름다움들이 
나의 기억 속에 있어서, 
나는 그 시간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나를 바꿔놓은.  

-------------------------------------
세월과 더불어 오는 지혜

잎들은 많지만 뿌리는 하나다;
나의 젊은 시절의 모든 지나간 날들 동안
나는 태양 아래 나의 잎들과 꽃들을 휘둘렀나니;
이제 나는 진실 속으로 시들어가노라."

-------------------------------------------
너무 오래 사랑하지는 말아라

친구, 너무 오래 사랑하지는 말게  
나는 오래오래 사랑을 했지만 
흐름의 밖에 서게 되었네 
흘러간 유행가처럼. 

젊은 시절 내내 
아무도 자신의 우리 마음과 
남들의 우리 마음을 구별할 수 없었지, 
우리는 그토록 하나였느니. 

그런데 아, 그녀는 순간에 변했구나 
오, 너무 오래 사랑하지는 말게, 
그러면 흐름의 밖에 서게 된다네 
흘러간 유행가처럼. 


________


낙엽
죽음
빈 물 컵
첫사랑 
-------------
흰새들
깊은 맹세 
비잔티움
유리구슬
----------------
하늘의 천
그대 늙어서
레다와 백조
사나이 야성 
----------------
사나이 회상 
젊음과 늙음
하늘의 융단
산토끼의 죽음 
---------------------
죽음에 대한 꿈 
오랜 침묵 후에
긴다리 소금쟁이
낙엽은 떨어지고
------------------------
그대가 늙었을 때 
내 꿈을 밟으소서
늙은 어미의 노래
다시 부르는 노래
------------------------
여름이나 봄이나 
젊은 시절 친구들 
쿨 호수의 백조들 
학생들 사이에서
--------------------------
1916년 부활절
둘째 트로이는 없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 
육신과 영혼의 대화
----------------------------
이니스프리 호수 섬
버드나무 정원을 지나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방황하는 인거스의 노래
---------------------------------
늙은 연금 수급자의 애가
세월과 더불어 오는 지혜
너무 오래 사랑하지는 말아라 

'시마당 > 외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버트 프로스트 시  (2) 2023.12.01
헨리 나우웬  (0) 2023.07.30
월트 휘트먼  (0) 2023.07.30
유지니오 몬탈레  (0) 2023.06.25
애드거 앨런 포  (0) 2023.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