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묘 / 정영숙
성묘를 하러 갔습니다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런데 우리 할아버지는
삼십년을 주무십니다
나는 할아버지 얼굴을 모릅니다
그래도 할아버지는 나를
잘 아신다고 아빠가
말 했어요
내가 할아버지 할아버지 부르면
할아버지는 잠에서 깨어나
반갑다고 하십니다
추석은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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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 채린(綵璘)
하얀꽃, 꼬투리에 콩이 숨는다
쑥 더미에 참깨가 숨는다
백년초에 밤이 떼구르르 엉덩방아 찧는다
둥근 달
반달
진주 품은 조개
꿈을 먹은 우리가 솔잎 위에 앉는 추석 전야
오색구름 따라 달타령이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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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강순옥
딩동!
오가는 정이
초인종 울릴 때마다
송편 한 접시 들어온다
스마트폰
카톡 부를 때마다
중추가절 덕담이
소복소복 한가위 덤 쌓인다
영혼의 기쁨 채워가는
황금 들녘 익히는 햇살처럼
이웃과 오가는 정담이
보름달 소원 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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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김수잔
세월이 제아무리 변한다 해도
한가위 둥글고 밝은 보름달은
옛것과 변함없고, 소원도 빌며
맑고 쨍쨍한 가을 햇살 아래
알알이 익어가는 오곡 풍년에
툇마루에 말리는 빨간 고추는
어머니의 정겨운 손길이리라
어머니 특유 손맛 송편을 빚으시며
눈길은 동구 밖 자식들을 기다리고
애정 담긴 굵은 주름살 얼굴에는
미소 가득 행복 가득 온 가족 함께
넉넉한 우리 고유 추석 명절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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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김경희
보름달이다.
쌀을 씻는다, 환하게
사해가 쌀을 씻는 소리다.
백수 건달바
아들 딸도 보아라,
바람으로 돌아오는
은의환향 밤길엔
그리움의 사연으로도
달은 채워지나니
고향 둔덕
수풀 속 방아깨비
쿵, 쿵, 쿵 다 컸다
백송나무들 조상 같이 선다.
한아비 한어미는 있어
아들 같은 억조창생의
쌀을 빻는다 , 떡을 짓는다
꽃 기와집도 세운다.
바다는 또다시 배불러
둥근 물결의 관음미소라,
풍찬노숙, 타관 바람
휘영청 스며 안아드는
대광주리 마을이다
더도 덜도 아닌, 만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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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김영직
정그리운 고향찾아 한적해진 강남대로
이태백이 놀던 달이 텅빈공간 메우지만,
빈지갑에 서글픈 고향 슬픔접고 북적대도
이태백의 한숨섞여 달무리가 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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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박인걸
그 해 추석엔
갈 곳이 없어서
네 살배기는
외가에 보내고
아내와 함께
동두천 기도원서
식음을 중단하고
배나무 옆에 엎드렸다.
섧고. 배고프고
외롭고. 막막해서
둥글게 뜬 달빛에
얼굴을 묻었다.
나사렛 청년의 길을
따라 나섰으나
턱없이 부족했던
햇병아리 선지생도
그 때 그 달이
빙그레 웃는다.
익은 배가 유혹해도
따먹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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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안계종
계절의
꽃 봄이 아침이면
가을은 저녁이 되니
하얀 접시에
단풍 송편 두둥실 한가위
설렘은 만남으로 풍성하다
빛깔 고운 들녘은 잔칫상
춤추는 바람이 마음을 울렁이고
부모 형제 얼싸안고
배부른 송편이 웃음 지으며
마음에 둥근 달이 떠오르니
농사로 얻은 오곡백과
햅쌀로 빚은 자축 차례상
올림과 나눔이 섬김과 평안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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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안윤주
우리 엄마
다섯 손가락 꼽아
추석날을 헤아리며
눈 감고 자식 얼굴 더듬고 있겠다.
자식 입에 넣어 줄
앞마당 익어가는 단감, 대추
날로 더하는 노란 색깔을 쳐다보며
손자 손녀 오 몰 대는 입 그리고 있겠다.
동네 한복 판 은행나무는
노란 낙엽 비를 준비하고
앞산 밤나무 알밤 여무는 소리에
뒷산 다람쥐 앞산 다람쥐 토닥이고 있겠다.
올 추석!
마중하는 별빛의 향연에
보름달 웃어 두둥실 뜰까,
옛 친구와 긴 달 그림자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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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엄원용
꼭 제사를 지내야만 추석이더냐
퍼내도 퍼내도 부족함이 없는 저 밝은 달을 그릇마다 담아
형님 아우님 만나는 기쁨을 상마다 푸짐하게 차려놓고,
아들 손자 며느리 한 자리에 모여앉아
조상님 고마운 생각에, 대신 살아계신 부모님 정성껏 모시고
올해도 잘 익은 과일들처럼 자식들
무럭무럭 자라게 하시고, 향기 품어내게 하시고
우리 집 잘되고, 이웃이 잘되고, 이 나라 잘되라고 빌고 빌면,
그제야 오늘이 진정 추석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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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이대준
추석이 다가올 무렵이면 나는
성성한 고무신을 바위에 문질렀다.
멀쩡한 신발을 갈아댄다고
길 가던 어르신이 꾸중을 내려도
이마에 땀방울 여물 때까지 기어이
새 신발을 신고 나서는 명절날 아침은
상큼한 바람이 불어왔는데,
오늘 아침 새 양복이 부담스럽다
무엇이든 오래도록 곁에 둔 것들이
살가운 것을 보면
내게도 어느새 아버지처럼, 다늦은
가을이 찾아왔는가 보다
문뜩 구멍 난 검정 고무신이
눈앞에 삼삼한 것은
내 얼굴과 내 손바닥과 내 발바닥이
그때 그것처럼 닳아 퍽이나
얇아진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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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이둘임
추석 대목장에 바쁘신 부모님
고난도 잊으시고
웃음 띤 얼굴
행복에 묻혀 계셨다
돈 통과 돈주머니는
이미 배가 불러
뒤뚱 그렸고
밤늦게 귀가하여
방바닥에 지폐는 벌거벗은 채
구겨진 종이 되어 여기 저기 뒹굴었고
돈 세는 모습 몰래 훔쳐본 어린소녀
명절에만 입어보는
새 옷 생각에
등 달아 힘껏 어깨 춤추었다
달이 차 올라갈수록
달따러 가자던 동생과
하얀 송편으로 달을 만들던 시절
달처럼 부푼 마음
두둥실 피어나던 행복감
보름달은 내 마음 한가운데 차지하고
온누리 환하게 물들고 있었지.
============
+ 추석 / 임석순
1
휘영청
밝은 달을
하염없이
바라보니
그 옛날
어린 시절
맛난 음식
동네 어귀
추석에
이쁜 꼬까옷
뛰어놀던
친구들
2
계절은
시간 속의
계절은
변함없이
조상을
생각하고
은덕에
감사하는
보름달
오늘 저녁이
되었구나
추석날
3
추석날
온누리를
비춰주는
중추가절
저 높은
달을 보며
한가위
맞이하여
즐거운
추석을 맞아
풍요로운
마음을
--------------------
+ 추석 / 장종섭
대추와 밤과
배와 사과라는 이름의
과일 사촌들은 사람들의
한가위 차례상에서
탐스러운 모습으로
향기롭게 사랑받으려
낮과 밤을 잊은 채
꼬박 익고 살찌더니만
배고픈 새가 보채니
살점을 내어 주고
시샘하는 바람에는
향기를 내어주니
새 들어 바람이어서
넙죽넙죽 받아 가는
너희의 욕심 때문에
빈곤해진 자손들은
가벼운 통장에
한숨만 더하는구나!
과일 들여 몸을 아껴서
내년 추석에는
건강하게 상차림에 올라
자손인 나를 풍성하게 하라.
---------------------
+ 추석 / 정영숙
1
할머니를 만나려 갑니다
하루 밤만 자면 갑니다
아빠는 차를 딱고
엄마는 선물을 삽니다
나와 동생은 무엇을 살까요?
2
할머니께 전화를 합니다
할머니는 빨리 오래요
선물도 사지 말고
새끼만 새끼만 오래요
나도 동생도 박수를 쳤어요
3
추석 쇠러 별들도 왔어요
고속도로 위로 왔어요
우리별 랄랄랄 라
다른 별 반짝짝 반짝짝
나와 동생은 신기해 랄랄라.
---------------------
+ 추석 / 조규헌
아무도 지키지 않는 문에
우리는 갇혀서
고향으로
시골 어머니 집으로
향하지 못하네,
사랑이
아이들에 머물러
해 없는 밤에
어쩔 수 없는
모정만 그린다.
============
+ 추석 / 최상호
장난끼 많고 입심 좋은 학수 누님은 그 집 안마당 감
나무처럼 후덕스런 얼굴의 친척 누님 여름날 나무 그늘
에 앉아선 얘들아, 안강 사거리에서 할매 한 분이 버스를
기다리다 총각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물었단다. 총객, 총
객 갱주 가는 빤스 언제오노? 귀찮아진 총각 녀석 귀먹
은 듯 대꾸도 안 하는 데 눈치없는 할매만 애가 타서 옆
구리 자꾸 찔렀단다. 그래 이 고약한 총각녀석 꽥하며 한
다는 소리가 할매요 자꾸 건드리지마소 이번 꺼는 포항
가는 사루마다고 요담 오는 게 경주가는 빤스요. 이런 재
미난 우스개를 곧잘 하였다. 그 누님 시원하게 웃는 모습
은 더욱 좋았다. 여름날 감나무 밑에서 라디오 틀어 놓고
동숙의 노래 열심히 부르더니 “너무나도 그 님을 사랑”
했던지 어느 가을 기타치고 콩쿨대회 일딩하던 청년과
바람이 나선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집안 망신 시킨다고
머리 깎이고 무지무지 맞은 날 사라지고 말았다. 열 번의
명절이 지나도 소문조차 없던 누님 부산 어디서 보았다
는 대구 어디서 보았다는 뜬 소문 날 때마다 그 아버지
는 길을 나섰지만 동네에서도 집안에서도 영 잊힐 일 되
었더니 어느 해 고향 온 이웃이 그이 동두천 어느 거리
에서 보았단다. 새까만 깜둥이 팔짱끼고 가는 걸 보았단
다. 가슴 다시 뒤집어진 그 아버지 이젠 늙은 힘으로도
거기까지 허위허위 갔더라만 소식 모르긴 마찬가지 동
네 사람들 수근거림만 샀더란다. 추석이래도 아무도 찾
는 이 없는 그 집 깜둥이 손자면 어떻노 자식하나 데불
고 이래 고향 찾아오믄 얼매나 좋노 파삭 늙은 그 어머
니 평상에 앉아 중얼거렸다.
-----------------------
+ 추석달 / 구재기
작은 꽃으로
한 가슴을 다스리며
하늘의 열매를 맺어왔구나
둥그런 소망 하나 길러 왔구나
솔숲 동산에 올라
솔바람 한줄기를 맞으며
내일을 비는 소년아, 소녀야
기다리며 사는 법을 익혀 왔구나
구름 벗어난 하늘 아래
네들의 부드러운 손을 맞잡고
뜨거운 입술의 땅, 그 품에 안기어
아무런 근심 없이 헤이는 이 가을의 정수(精髓)
꽃잎 지는 뜨락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떨리는 심장으로
내일을 그리는 소년아, 소녀야
소중한 꿈은 땀과 눈물로 지켜야 한다
아침에서 저녁까지
정성된 마음을 모으고 모아
굳게 닫힌 하늘의 문을 열고
숨결 같은 노래 하나 엮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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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달 / 김정섭
밤마다 밖에 나가
신기하다, 신기하다며
넋을 잃고
달을 쳐다보는
이유인 즉슨
요 며칠 째
우리집 마당 한 복판에
뜬 상현 달 속에
강물에
달처럼,
마알간 못 안에
하얀 연꽃처럼,
살뜰한
그대 얼굴이
선연히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
+ 한가위 / 권경희
초하루 눈썹달
그리움이 부풀어지면
고향집 감나무에
휘영청 보름달이 걸린다
오곡백과 무르익는 들녘에
잠자리 떼 동심원으로 맴돌고
집집마다 떡방아 찧는 소리
너른 뜰 한마당 잔치가 열렸다
앞마당 감나무 아래
담을 넘던 정겨운 웃음소리
밝그레 붉어지는 풋감도 들썩이며
넉넉했던 내 주홍빛 한가위
설익은 서리태 콩이
별처럼 총총히 박힌
그 옛날 엄마표 송편이
초가을 밤하늘에 떠 있다
==============
+ 한가위 / 이재옥
자연이 제공한 풍성한 계절 가을!
인간이 정해 놓은 즐거운 중추절!
이 절묘한 하모니의 아름다움
소중한 인연 고운 님들 얼굴이
한가위 만월처럼 떠오르는 군요
한 분 한 분 회원님께 가을 햇살로
익어가는 들녘의 튼실한 열매처럼
소중한 삶 이루시길 소망합니다.
거친 돌이 정을 맞는다지요?
세상을 은은하게 비취는 한가위 둥근 달처럼
모나지 않은 고운 마음 세상을
아름답게 조성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온 가족친지 그리고 이웃과 더불어
즐겁고 행복한 추석 명절되시길 바랍니다
----------------------
+ 한가위 / 정선규
엎드린 하늘 배꼽이
한가위란다
저 하늘 동쪽은 머리
서쪽은 발꿈치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까만 살결 속 가만히 오른 달
휘어진 하늘 중천에
노란 동그라미
한가위 휘영청 밝은 달이 가을빛
토실토실 살찌워 가고 있다
----------------------
+ 한가위 / 한상억
고추잠자리 날개 사이로
노을이 탄다
흰구름 비낀 먼 산 아래
지금도 전설처럼
돌돌한 알밤
떨어져 구르는 마을에
올벼 송편 찌는 내음
온 마을에 가득하고
한나절처럼
달이 이마 위에 떠오르면
수수밭 사이로
성큼 돌아올
어느 아들을 기다리며
설레임을 누르는 어머니의 손길
소슬한 바람따라
풀벌레의 울음소리
인적도 없는 산마루엔
달빛이 가득하고
화사하게 돌아올
그 아들로 하여
더도 덜도 없는
푸짐한 마음으로
한가위는
어머니의 가슴에 찬다.
---------------------------
+ 슬픈 명절 / 주명희
한가위만 같아라!
보름달 보며 소원 빌고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담소를 나누고
어머니 부침개 부치는 고소한 냄새 가득한
정겨운 집
청천벽력 같은 지인의 교통사고 소식
세아이의 아버지이자, 자상한 남편
일밖에 모르고 질주하던 그 분의 죽음
아마도 하나님께서 잘못 데려가시지 않았을까
사람이 실수하듯이 아마도..
뭔가... 착오가 있는 것이 아닌가..
모든 것이 허망해 지는 명절날
선하게 살든,
열심히 살든,
죽음은 어느 날 문득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갈 수 도 있는 것
잠시 눈물짓고
세상은 아무상관 없다는 듯이
변함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을...
===============
+ 중추가절 / 홍대복
황금연휴 이어지는 고유의 중추가절
이웃 간의 힘든 마음 소롯이 위로하며
갈망하던 우리 소망 보름달에 걸어본다
청정 하늘 가득히 세상 밝게 비추는 빛
구름 따라 항해하던 만월은 간데없고
오만상의 빈 하늘만 짙은 어둠 뿌려준다
둥근 달 숨어버려 동행 못 할 밤이지만
빌고 빌던 나의 소망 저 하늘 끝에 닿아
달보드레한 손길처럼 이 마음 달래준다
어여쁘고 소박한 맘 달무리에 창을 내고
잿빛 하늘 구름 뚫고 얼굴 내민 둥근 달님
풍성한 한가위 웃음꽃 핀 마음 깊이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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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대목 / 윤의섭
진 장마 마른 장마 다 지나고
태풍 소리에 귀 기울이며
오곡백과 익어가네
가물과 풍수해로 병충해까지
쭉정이 열매 골라내고도
평년 수확은 되더이까
비닐이며 비료며 농약이며 종자대며
농기구 전기 연료 수세 水稅까지
높은 임금 줄 수 없어 품앗이도 어려웠지
쌀값은 묶어놓고 매상을 제한하니
일 년 농사 한 번뿐 부채만 쌓이고
자식 교육 노부모 봉양 미풍양속 무너지네
대형마켓에 나가보니
현란한 수입농산물에 눈이 놀라고
추석 맞이 택배가 분주하게 오가네
지역농산물 애용하는
로컬푸드시대는 언제 오려나
올 추석 대목에도 농부 마음 애태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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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명절 / 손병희
가을추수로 거둬들이는 햅쌀과 햇과일로
송편 빚어 조상들께 감사하는 마음 갖춰
일가친척이 고향에 모여 함께 차례지내고
산소 찾아 성묘도 하는 전통 지키는 하루
땀 흘려 애써 가꾼 한해농사 끝내고서
무르익은 알찬 오곡백과 수확하는 시기
일 년 중에서도 가장 큰 만월이 되는 날
한가위 중추 중추절 가배일로 불리 우는
우리나라 겨레의 가장 큰 가윗날인 추석
온갖 곡식들이 영글어만 가는 결실의 계절
두둥실 탐스럽게 떠오르는 대보름달과 같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며 은덕을 기리는 효성
친척 이웃과 정 나누며 화합이루는 민속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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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성묘 / 박인걸
가을 햇살이
쑥부쟁이에 앉아
산소 길녘에서
밝게 웃는다.
와보고 싶었는데
바쁘게 사느라
몇 해 만에 서니
크게 죄송하다.
자식을 키워보니
부모 맘 왜 모르랴
두 분에게 나도
금쪽같은 자식인데
살아생전 못한 일이
못내 아쉽지만
뒤늦게 후회하나
그게 무슨 소용이랴
두 분 누운 봉분에
이름 모를 꽃 한 송이
날 보고 웃으며
왔으니 됐다 한다.
===============
+ 추석 전야 / 이남일
추석 전날
도시에서 갓 돌아 온 우린
먼저 약속이나 한듯이
끝도 없이 들길을 걸었다.
비탈 밭에는 여전히
퉁퉁 불은 고구마가
밭고랑 살을 가르고
청량 바람에 늘씬한 수수는
스러지듯 몸을 꼬았다.
메뚜기의 탱탱한 발길질도
아랑곳 없이
우린 가을 들녘 끝자락에
고향 노을을 깔고 앉았다.
밤 이슬이 내리고
짚 널 위로 보름달이
벙긋 내려다볼 때까지 우린
손을 꼭 포갠 채
그렇게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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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름달 애가(哀歌) / 윤득모
언제쯤이었을까
그 한가위 보름달 아래서
우리는 울어버렸지
온갖 정 묻은 뒤안길 바라보며
칠흑같은 밤하늘에
운동장만한 보름달 장충단 공원 숲에서
두 손 마주 잡고
가로등은 말 없이
희미한 얼굴 숙인 채 숨 죽이며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네
울다 지쳐
귀를 건드리는 소리에
뒤돌아보았지만
가을 바람에 떨어지는
서글픈 낙엽뿐
그렇게 사랑은 지나갔는데
계절은 또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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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가 추석 / 김길남
추석 날 아침에
오랜만에
친척 집 이 곳 저 곳을 다녔습니다
가는 곳 마다 진수성찬
맛있고 또 맛있고
그냥 멋있게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옛날
우리 집 번창할 때엔
어제 찾아간 그 집들이
우리 집에 와
추석 차례를 지냈는데
어른들 다 가시고
우리 마누라님도 가시고
홀로 있으려니
그게 그렇더이다
다음 추석에는
우리 집으로
다 다시 모이려나
그냥 꿈이려나
살포시 웃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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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추석엔 / 강인호
살아생전 머릿결 한번 만져드린 적 없어
할머니 묘소는 직접 깎아드리신다지요
여뀌며 구절초며 쑥부쟁이며 가을꽃은
귀밑머리 꽃단장으로 남겨두신다지요
심어만두면 무덤 속 할머니 키우신다는
호박은 올해도 넝쿨 넝쿨 잘 자랐는지
이번 추석엔 생전에 그렇게 좋아하시던
빛 고운 단감도 몇 개 사가지고 갈게요
=================
+ 추석 다음 날 / 최영희
창 밖
멀리
까치 소리 참 요란하다
내, 시댁 조상님 모시느라
친정엘 못 갔더니만
내 어머니, 아버지
나 없는 젯상 받으시고
까치를 빌어
나보러 오셨나 보다
까치 소리 멀어져 간다
어머니, 아버지 나 둘러보고 가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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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의 회고 / 이원문
추석에 모은 옛날
어느 날을 잊을까
헤아리는 그 옛날
추석이면 찾아든다
비탈길 많았던
어제의 그 먼 옛날
그 많은 날 다 잃고
여기에서 무엇 하나
철새에 들꽃까지
뛰어 놀던 뒷동산
넘어야 할 보릿고개
굽이굽이 흘렸고
베갯머리에 찾아 드는
미움에 고마운 얼굴
못 잊는지 안 잊는지
그 맨드라미꽃에 얹어진다
--------------------------
+ 추석 이 맘때 / 이순복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그리워지는 풍경과 얼굴들,
기생이 시집을 왔다는 소문이 온동네 자자했을만큼
고운신 외모에 유난히 정 많으셨던 어머니..
추석 무렵이면
당시로서도 대 가족인 열식구의 추석 상 차림을 위해
햅살 가루 곱게 빻아 송편 빚을 준비를 하시고
햇 과일이며 한과 건어물등 차례 음식 장만에
추석 몇칠전부터 부산히 장을 오가시던
어머니의 작고 하얀 코 고무신
형제 자매 무릎을 맞대고 앉아
오동통 살 오른 모시 조개같은 송편을 빚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던
가족의 따스한 온기도,
추석 빔 얻어입고 좋아라 자랑하던
분홍 원피스 고운 추억도..
이제는 먼 기억속 빛바랜 그림으로 남아
이 맘때만 되면 코끗이 싸르르 시려질만큼
어린 날 추석 명절의 인심과 정이 그립습니다.
------------------------------
+ 추석맞이 산행 / 김길남
며칠전에 흠뻑내린
비 덕분에 흙 길을 밟는
기분이 좋았다
길 양옆으로는
이름모를 벌레들이 울고 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온다
바람 속에 들 꽃 향기가 들어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바라본다
밤은 고요하고
길에는 휘영청 밝은 달빛이
사금파리 조각처럼 하얗게 깔려있다
달은 낮인것 처럼 밝아서
희다 못해 푸른 달 빛이
온 누리에 가득하여
산을 오르는데 불편하지 않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
+ 추석 명절에는 / 유상철
추석 명절에는 좀
뒤로 느긋이 물러앉아 보자
지나가는 바람에 손짓하고
앞서는 자동차를 웃음으로 보내주자
추석 명절에는 좀
눈을 길게 뜨고 둘러보자
조카놈들 키 큰 것도 보고
담 너머 과부댁과도 눈 한번 맞춰 보자
추석 명절에는 좀
얼큰하게 취해도 보자
주식으로 날린 돈은 잊어버리고
쥑일놈도 살려주기로 마음 먹자
그래서 추석 명절에는 좀
눈물을 쏟아 보자
텔레비전 전원을 뽑아내고
아버지 빛바랜 사진 앞에서 꺼억 꺽
울음 예배를 드리자.
---------------------------
+ 한가위 보석별 / 김태백
풍성한 한가위 추석
대 보름달
가을 청명한 하늘
보석별 춤 사위에
귀뚜라미 울음소리
반딧불 깨우고
잔잔한 호수에
보석별 아름다운 자태로
빛 토해내며
가을밤 하늘 수놓아갈 때
가족 한자리에 모여앉아
한가위 추석 수다를 떨고
대 보름달 보석별 구름 뒤에
숨바꼭질할 때
풍성한 한가위 추석 명절
고향산천 어머니 고운 마음
맛있는 송편 같아서
가을밤 보석별 반짝반짝
고운 빛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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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단란한 추석 / 김옥자
추석이 다가오니 설레 이는 마음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하는 가족
때때옷 갈아 입고 송편도 먹고
한방에 모여 앉아 재롱 떠는 아가야
너를 보고 있으면 천사 같은 마음
웃음 꽃 만발하여 창 틈으로 번져나가
온 동네 달빛아래 덩실덩실 춤추고
그네 뛰는 처녀도 하늘에서 춤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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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의 명절 추석 / 황인숙
추석만 되면 어릴 때
어머니께서 한복을 예쁘게
맞추어 입혀 주셨다
곱게 차려입고 예쁜 꽃고무신 신고
명절 분위기에 젖어
뽐 내며 돌아 다녔다
추석에는 가족끼리 모여 앉아
솔잎 뜯어다 시루에 켜켜히 깔고
쌀가루로 익반죽하여 송편을 빚어
헷콩과 팥을 넣어 쩌 내면 솔잎 향 그윽한 맛있는
송편을 맛볼 수 있었다
햅쌀로 떡과 밥을 지어 가족끼리 모여서
여러가지 헷 과일로
우리의 고유의 명절 추석에
조상의 묘를 찿아보고
제사를 올린다
자손들을 잘되게 해 달라고
친척들을 만나보고 부모와 자녀와
손자 손녀 가족들이 모여서
작은 선물이지만 서로 오가는 정과
인간미가 넘치고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낸 전해 내려오는 풍속
즐거운 명절로 후손에게도
대대손손 잘 전해 졌 으면 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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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할머니의 추석 / 김귀녀
알토란같은 손자가 오면
그 옛날 할머니를 생각한다
추석 전 날 손주들을 기다리고
가는 날 사랑한다고
꼭 안아주던 일
이슬이 채 가시지도 않은
플라타너스 거리에서
먼데서 오는 나를 기다리던
외할머니
먹먹한 빈자리에
덩그마니 보름달이 밝다
보름달 속에 인자하게 웃으시던
할머니 얼굴을 보며
나도 손자를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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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선물 꿈가슴 / 이영지
꿈 꽃이 하나같이 내리는둥근달에
천천히 느릿느릿 쏴아아 꽃내음의
분홍이 짙어지다가 진분홍에 일곱 번
그리움
해와 달이 꽃가게 차린 날에
해야 넌 이리와라 달도 넌 그리하라
꽃말의 하얀발음이
여호수아
우리지
사랑의 종소리가 울리는 햇빛꿈이
빨간꽃 햇빛빨강 노란꽃 노란햇빛
나란히 푸른숲 햇빛 밝음으로 비취지
다 나눠 주고나도
햇빛든 48 성읍
들이며 신도들이
두 눈에 넣어놔도
안 아픈 물나라 음표 날리는게
여기지
하늘의 꿈자리가 방울의 음표위에
반박자 놓이다가 조금은 빠른음표
한묶음 한구절씩만 입 모아도 가나안
사랑의 꽃들잔지
하늘의 푸르름과
바다의 푸르름과
우리의 푸르름이
삼면이 바다로 된
물나라로
눈 뜨지
말
씀
으
로
눈
뜨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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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맞이하여 / 원영래
보라
저 벌판을 적시며 흐르는
황금빛 찬란한 풍요로운 물결을.
꽃샘추위와
모진 비바람
간단없이 찾아오는 병충해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순간이
어디 한 두번이랴
마음 졸이며 지켜 보아야 했던
태풍 그 험로를 건너
땀방울로 영그는 가을의 결실
농부의 마음 하늘도 감동하니
나비도 감히 범접하지는 못하더라.
가을볕은 따사롭고
들판을 흐르는 바람은 맑고 그윽하여
오곡백과는 저마다의 빛깔로 물들어
가을을 맞이하니
이 풍요로운 성찬을 준비한
농부의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하느니
빛이 밝을 수록 그림자는 짙어 가나니
백결선생의 방아타령으로 주리고 지친 마음 달래는
햇빛도 비껴가는 음습한 그늘 아래
쓸쓸히 처량한 한가위를 맞이하는 이웃은
둥근 보름달이 서럽고 원망스럽더라.
휘영청 보름달의 넉넉함과
무르익는 가을의 풍성함으로
나누는 기쁨이 함께하는
풍요로운 한가위가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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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차례 보내기 / 정대구
추석 땐 산 사람 숫자만큼이나 많은
우리나라 산소들이 술렁거립니다
공동묘지에서 가족묘지에서
물과 물 사이 작은 섬에서
넓은 들녘 끝, 깊은 산 속
외로이 묻힌 외딴 무덤 속에서
오랜 잠에서 흙을 털고 일어나
뼈만 남은 할아버지, 할머니
뼈도 불분명한 증조, 고조, 오대조까지
여기저기서 서둘러 일어나
줄줄이 줄줄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산길 들길 동구밖길
마을 안길을 찾아서
집집마다 가득합니다
실핏줄같이 엉긴 피붙이들
둘째네, 세 째네, 네 째네
큰 손주, 작은 손주 새끼들 그러나
올봄에 시집간 막내딸 내외는
아직 보이지 않는군
길이 무척이나 막혔나 봅니다
하늘에서, 땅에서, 땅 속에서, 바다 위에서
우리나라 길들이란 길들은
모두 몸살입니다
비행기 타고, 무궁화호 타고, 고속버스 타고
승용차 타고, 봉고차 타고, 배 타고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로
산길 들길, 동구밖길, 마을 안길이
차들과 귀신들로 북적댑니다
길 아닌 길까지 북적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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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모스의 추석 / 오보영
두 팔 벌려
오시는 님 환영합니다
연분홍 고운 얼굴
치장을 하고
고향 찾는 마음들 반겨줍니다
지친 삶 잠시
내리어놓고
편안히 가족들과 쉬고 가라고
푸근함 가슴 가득 채워가라고
마을 어귀 길섶에
도열을 하여
환한 미소 지으며
인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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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추석 한가위 / 이응윤
내가 노인이 되어간다는 건가
묘한 블랙심리에
중년의 한가위
추석 밤 떠 오른 달은
빙글빙글
추억의 레코드판이 되고
이슬 젖도록 제짝이 좋아
껴안는 풀벌레 노랫소리
쬔 한 향수만 젖게 하네
우째, 오늘은
망막(網膜)의 배경으로
내 온 몸 소리 모은
고막(鼓膜)의 원성(願聲)으로
옛 향수
그리움만 쌓이는 구나
어무이, 송편 바른 기름
오늘 같은 날 고소할 기름이었건만,
어무이, 인절미 고물 듬뿍 묻혀
내 입 밀어 넣던 손길
오늘 같은 날에 원기(原氣)였건만
제 모양도
제 나이테 하나 없는
성긴 나무인 것을
열기 식어 가는 밤에도
저 할 일하다 쏟아지는
별 똥별 운명(運命)있으니
아직은 얼마인지
할 수 있는 대로 살자,
또 살아 보자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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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날 고향에 와서 / 윤고영
눈에 익은 햇발이
붉게 굴러 다니는 동네 어귀에 서면
발신지도 수상한 소문이
잽싸게 달겨들며 멱살을 후린다
파랗게 젊은 시절
머리 다독여 주시던
고향 친구의 어머니는
지난 여름날 더위에 치여
그만 하늘나라로 가셨대
삼류 유행가의 가사처럼
내가 아는이들 모두
이세상 오던길로 되돌아 가는
아,빈손으로 돌아가는 그 길
나어린 조카들 앞세워
성묘길 다녀오는 아침나절
풀섶 이슬을 말리고 있던
바람과 햇볕을 만나
안녕,반갑게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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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덕이 할머니의 추석 / 윤장규
돌아가셨네
봉덕이 할머니, 행여나
상여 메고 나갈 사람 없을까봐
추석 전날 돌아가셨네
충북 충주시 엄정면 가춘리 주동 술햇골 양짓말
상일꾼들 다 나가버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만 사는 동네
장가간 남정네 다 모아도
상여꾼도 안 되는 동네
내일은 추석
동네 떠나 살던 살붙이 피붙이들 환하게 돌아오네
하얀 얼굴도 있고 까만 얼굴도 있네
매끄러운 손과 꺼칠한 손이 서로 잡고 흔드네
온 동네 종일 돌아오고 마중 가는 사람들로 붐비네
살랑살랑 바람결에 어둠이 내려오면
집집마다 젖빛 저녁연기가 올라
온 마을을 감싸 안으며 젖을 물리네
두 번 세 번 덧붙인 창호지마다 불빛이 노랗고
갈비뼈 켜 켜마다 묻어두었던 웃음 새어 나오네
부르르 문풍지가 떨 때마다 가슴은 또 울렁거려
아아, 누가 오는 걸까
기다리는 마음들 발갛게 달아 보름달로 뜨네
동네에 돌아온 사람들 모여
제일 먼저 봉덕이 할머니 조문하러 가네
온 동네 소식통이었던 봉덕이 할머니
온 동네 사람들 다 불러 모으네
내일은 추석
상여꾼은 다 모였네
흥겨운 추석이네
===================
+ 추석맞이 자동차 경주 / 권오범
우등고래 뱃속 1번 갈빗대에 앉아
노루잠 간간이 거슴츠레 끌어당기는 아스팔트
가지가지 물방개들이 쫓고 쫓아
요리조리 잘도 미끄러져 도망간다
갑자기 빨간 잔챙이가 끼어들자
고래가 움칠하며 픽픽 헛김 토하더니
충혈 된 눈 부라리고 고래고래
잡아먹을 듯 굴로 밀어붙여
함께 배설된 대명천지
어찌 순탄하다 느낄 즈음 모롱이
안개에게 발목 잡혀 끝없이 멈춰버린 행렬
복장 터지게 기다 서다 얼마쯤 기어갔을까
생을 마감하고 누워있는
검은 짜발량이 물방개 둘
기어이 금지된 접촉을 시도했나보다
어깨를 부딪는 것은
결딴 아니면 죽음을 뜻하는 것이므로
곳곳에 잠복해 명을 수거해가려는
저승사자 눈에 띄게 마련이다
멀어지는 사이렌소리 쫓아 속도 높여
그럭저럭 당도한 강남
고래가 소화 못 시키고 토해 살아남았지만
목숨을 담보 한 단대목이 아찔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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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오는 길목에서 /김진주
서산마루 집을 짓고
단잠 자던 허름한 눈썹달
세월을 품고 싱그러움을 담고
푸르름은 또르르 솔잎눈물
받아 먹고 격조 높은
하모니로 노래를합니다
초원을 뛰놀던 토 선생
새끼들 위해벼 이삭 한 짐 지고
은하수 다리 건너 절구통 있는
달 속으로 길을 재촉합니다.
절구 방망이는 챙겨 가시나요
연분홍 능금 꽃 질 무렵 꽃 떨어진
아기 대추 길을 재촉 하며
햇살 듬뿍 성큼성큼
먹고 자라나 알알 통통
연지 찍고 주인님 따스한
손길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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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께 드리는 한가위 편지 / 이채
보름달이 참 고운 한가위가 오면
저는 왜 가슴을 쓸어내리고 싶은걸까요.
은은한 저 달빛처럼
깊은 밤에도 홀로 깨어나
제 삶의 길을 비춰주시던 어머니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저 또한 흔들릴 때
흔들려도 부러지지는 말고
부러져도 뿌리째 뽑히지는 말라시며
인자하게 웃으시던 어머니
기억하시겠지요.
안 익은 열매가 푸른 이유를
어린 저에게 일러 주시고
익은 열매가 붉은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보라고 하시던 어머니
지혜의 샘터였고
겸손의 밭이었고
제 삶의 해답이신 어머니, 당신은
세상을 향해 천년을 살아있는 보름달처럼
언제나 영원한 빛으로 제 안에 살아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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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엔 누나처럼 달을 가지고 / 정세일
온 동네에 두둥실
온 동네가 두둥실 남산 위에 떠오르는 날은
친구와 손을 잡고 달을 가지려 남산위로
올라갑니다
온 몸에 하얀 깃을 세운 둥군달은
함박웃음을 가지고 있어서 얼굴을 보기만 해도
파란 하늘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친구와 함께 달을 가져오기만 한다면
감나무가 욱어진 시골 동네에
집집마다 동그란 웃음을 가득 채울 것만
같습니다.
시집간 누나의 환한 얼굴을 보고싶어하는 어머니의
얼굴에 누나의 얼굴을 달처럼 떠올릴 수 있을 것만 같고
산 허리너머 오솔길 따라 그리도 멀어 보였던
어린 시절의 아장거리며 걷는 나의 모습도
둥근 달이 걸려있는 시골에는 보일 것만 같습니다.
댓돌 위에 놓인 어머니의 힌고무신이 나란히 정답고
달빛사이로 비쳐지는 방안에 풍경이
달의 웃음으로 하나가득 차있어서
오늘 내가 친구와 함께 달을 가져오기만 하면
우리는 고향집에 행복을 걸어놓을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_______ *52
성묘 / 정영숙
송편 / 채린
추석 / 강순옥
추석 / 김수잔
------------------
추석 / 김경희
추석 / 김영직
추석 / 박인걸
추석 / 안계종
-----------------
추석 / 안윤주
추석 / 엄원용
추석 / 이대준
추석 / 이둘임
-----------------
추석 / 임석순
추석 / 장종섭
추석 / 정영숙
추석 / 조규헌
------------------
추석 / 최상호
추석달 / 구재기
추석달 / 김정섭
한가위 / 권경희
---------------------
한가위 / 이재옥
한가위 / 정선규
한가위 / 한상억
슬픈 명절 / 주명희
------------------------
중추가절 / 홍대복
추석 대목 / 윤의섭
추석 명절 / 손병희
추석성묘 / 박인걸
------------------------
추석 전야 / 이남일
보름달 애가 / 윤득모
어제가 추석 / 김길남
이번 추석엔 / 강인호
----------------------------
추석 다음 날 / 최영희
추석의 회고 / 이원문
추석 이 맘때 /이순복
추석맞이 산행 / 김길남
-----------------------------
추석 명절에는 / 유상철
한가위 보석별 / 김태백
가족 단란한 추석 / 김옥자
고유의 명절 추석 / 황인숙
---------------------------------
외할머니의 추석 / 김귀녀
추석선물 꿈가슴 / 이영지
추석을 맞이하여 / 원영래
추석 차례 보내기 / 정대구
----------------------------------
코스모스의 추석 / 오보영
중년의 추석 한가위 / 이응윤
추석날 고향에 와서 / 윤고영
봉덕이 할머니의 추석 / 윤장규
----------------------------------
추석맞이 자동차 경주 / 권오범
한가위 오는 길목에서 / 김진주
어머니께 드리는 한가위 편지 / 이채
추석엔 누나처럼 달을 가지고 / 정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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