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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가을

가을 시 모음 5

+ 가을 /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도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넉이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 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을 묻고 싶을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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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날 / 김용호

우리가 지난 봄과 여름에 땀과 노력을
버무려 놓은 결과는 만족만이 있기를

​이 가을 쓸쓸한 바람은 언제나
우리의 등뒤에서 불고

​우리의 얼굴에는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따듯한 가을 햇살만이 비치기를

​가을날
노모의 주름살같이 쪼글쪼글했던
우리의 마음은 기쁨으로 활짝 펴지고
안온만 있기를 ……

​그리고
우리가 우리를 전에 보다 더 존중하고
사랑하며 고마움과 행복을 느끼며
코스모스처럼 활짝 웃을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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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비 / 이동백

낡은 기억의 페이지로
낮게 낮게 내리는 비

고독처럼 사람들을
창으로 불러낸 뒤

저 멀리
낙엽들을 밟고 간다.

젖고 있는 세상에는
받쳐 들 우산 없는데

나목의 긴 가지 끝에서
흐느적거리는 하늘 뚫고

마지막 남은 가을 비
빗금만 치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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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역 / 남유정

산사나무 열매 붉은 길
소슬바람이 긴 문장을 흘리며 지나간다

높고 시린 하늘로 새떼가 날아오른다
한쪽에서 구절초는 혼자 피었다

조용히 지는 중
지는 데 여러 날이어서

​연보랏빛 방에 풀벌레 울음을
키우는 중

떠나는 것들이 다정히
붐비는 가을역에선

​느릿느릿 걸어가던 발걸음도
잠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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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랑 / 김철기

물들어 오는 가을에
그대 사랑을 싣고
파아란 하늘
지나는 솜털구름 따라서
가을이 오네

​빨간 단풍잎에 웃음꽃 피며
너울너울 춤추며
물들여 내게 오는 가을

​강변을 따라  가을을 따라
찡하니 밀려오는 그리움 적시고
우리의 사랑은 탐스럽게 익어
빨갛게 물드는 사과처럼
달콤하고 싱싱한
그런 사랑만 그려넣자

​올 가을에는나의 그림책에
아름다운 사랑만 남기는
수채화를 그려 넣자
그대와 함께 여물어 갈수있는
그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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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아침 / 허태기

서늘한 바람 
노릿한 가로수 잎 설렁이고

아스팔트 위로 질주하는
차창너머 가을이 번쩍인다

하늘은 높고
산색은 더욱 선연한데

황금빛 햇살 대지 굴리고
코스모스가 한 껏 멋을 부린다

가을은
이렇게 아침을 열고

가슴 설레게
하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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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앓이 / 류경희

애쓰며 그리워도 말고
아파가며 사랑도 하지 말며

웃으며 태연한 척
이별도 하지말자

​잊지 않을거란 인사는
새빨간 거짓말

눈물의 대화 다른 사랑이 생기면
분명 잊을걸

​가을 빛 처럼 마음이
곱디고운 물결로 춤을 추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노래 부르지만

​외로움은 감출 수 없는 감기 같은 거
햇살 한 줌 가슴으로 파고들면

​누구나 외로울가 싶은
가을 앓이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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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여인 / 허정영

짙어지는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세월  
겨우 몸부림치는 낙엽

​떨어지는 서러움에
가을을 쳐다보며
안타까운 눈길을 보낸다

​바라보는 여인의 마음
커피 한잔들고 

​가을의 손길을 잡으며
고귀한 걸음을 내디딘다

​바람이 여인을 스쳐 식은 찻잔은
가을을 노래한다
눈지그시 감은 여인이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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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연가 / 윤보영

왈칵
하늘이 파란 물감을 쏟았다
나만큼 그리웠는지.

왈칵 그대 생각이
그리움에 쏟아졌다
하늘만큼 보고 싶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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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네 / 박인걸

아련한 그리움으로
애잔한 눈빛으로
쓸쓸한 외로움으로
뒤섞이고 엉클어진 감정이
가슴속을 파고든다.

먼먼 세월의 강을 건너
되돌아갈 수 없는
봄과 여름이여!

다시 강산에 꽃이 판다한들
방초녹음이 무성한들
원앙이 짝을 찾은들
가을을 넘고 있는 길손에게
무슨 상관인가.

낙엽이 외롭게 질 때면
된 서리가 내리는 날이면
나그네 삶도
옛 이야기가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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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을 편지 / 이민숙


하얀 갈대 술렁대면
성큼 하늘이 쏟아져 내려고
우수수 단풍 결에 가을이 나부끼니

조각난 시간을 공원에 펼친
어느 악사의 가실 거리는
심금을 울리는 애절한 선율이
낙엽으로 뒹굽니다

흐르는 시간을 부여잡고
수채화 물감 팔레트에 풀어 놓은
어느 화가의 가을 붓은
채색된 화폭이 결실의 벽화로 걸립니다

가을의 마음을 관통한 코바늘은
한 올 만 올 색실 걸어
깊어가는 가을을 촘촘히 짜고 있어요

수런수런 낙엽의 가을 배웅은
열정으로 피워 미련을 태웠다며
검은 씨 한 톨 남기고 가을 인사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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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서러움 / 박인걸

나뭇잎마다 노을이 짙고
이미 스러진 풀잎은 덧없다.

​그 화려하게 꽃피웠던 살구나무는
빈 가지로 헛손질만 한다.

​이승에 미련을 못 버린 풀벌레는
처량한 울음으로 내 가슴을 흔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에
불면증은 독버섯처럼 돋아난다.

​밤 깊도록 뒤척이는 가슴에는
차가운 달빛만 녹아내리고

​허전한 마음 달랠 길 없어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싶다.

​가을은 이토록 쓸쓸한 것들뿐일까
하나 둘 내 곁을 떠나기만 할까

​산다는 것이 왜 이리 쉽지 않을까
피는 꽃이다가 지는 낙엽이다가

​밤새 슬피 우는 부엉새다가
힘없이 스러지는 고목이 아니던가.
아! 저무는 인생이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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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우체국 / 문정희

가을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치다가
문득 우체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시인보다 때론 우체부가 좋지
많이 걸을 수 있지

​재수 좋으면 바닷가도 걸을 수 있어
은빛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낙엽 위를 달려가
조요로운 오후를 깨우고

​돌아오는 길 산자락에 서서
이마에 손을 동그랗게 얹고
지는 해를 한참 바라볼 수 있지

​시인은 늘 앉아만 있기 때문에
어쩌면 조금 뚱뚱해지지

​가을 우체국에서 파블로 아저씨에게
편지를 부치다가 문득 시인이 아니라
우체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시가 아니라 내가 직접
크고 불룩한 가방을 메고
멀고먼 안달루시아 남쪽
그가 살고 있는
매혹의 마을에 닿고 싶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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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우체통 / 이효녕

낙엽이 한 잎씩 쌓이는 가을 우체통
사랑의 사연으로 물들어 붉습니다 

​거리에 떨어져 바람에 날리는
낙엽 몇 장 주워 통속에 넣으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부친
통속에서 기다리던 편지와 뒤엉켜

​분홍빛 사연으로 발효되어
편지로 전해지겠지요

​내 기다림처럼 언제나 쓸쓸한 모습으로
매일 혼자 서 있는 가을 우체통

​내 사랑처럼 너무나 외로워 보이지만
쓰여진 사연만큼은 언제나 달콤합니다

​오늘도 길가에서 뒹구는 낙엽 몇 잎
사랑하는 마음 다하여

​수없이 색칠하여 넣으면
내 마음이 그대에게 고스란히 
그대로 편지로 전해지겠지요  

​나는, 그대가 잠시 떠나가 있는 동안 
우체통 하나가 내 가슴에 있는지
이제 겨우 알았습니다

​사랑의 향기가 단풍으로 물들어
우체통이 그토록 붉게 서 있는 것도

​그대를 그리움으로 기다리는 동안
이 가을에 비로소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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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노래 /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사람의 이름을 떠나보낸다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마리의 벌레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거라고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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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간다 / 류관순

사철나무잎들이 거부하는
깊은 가을 길

출렁이던 초록이 물러간
코발트 도로 위로

차라리
금색이라면 좋았을것을

​누렇게 빛바랜 헤진 잎들이
불평없이 내려앉는다

생각들이 중언부언
부질없어 보이지만 중요한,
누군가 들어보면 공감가는,

다 안다고 거부했던
손끝으로만 느끼던 찬기는

희끗이, 검은 머리 위
백설의 냉기로 다가와 가슴을 아린다

가만히 함께 가느냐
외면한 채 따라가느냐의 차이

화려했던 단풍 홀연히 벗고
말 없는 시간 끝에 묻어서 가을이 간다

오고싶어 온게 아니듯
가고싶지 않아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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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오면 / 정려성

매년 가을이 오면
나이가 들안큼 들었는데도
가슴이 조금 쯤 설래인다

​누군가
오라는 사람이 없어도
누군가를 찾아가 보고싶고

​누군가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도
누군가 꼭 올것만 같은 가을!

​그래서 가을이 오면
긴긴 밤을 설치면서도
아침이면 깨끗한 옷으로 가라입고
대형 거울 앞에 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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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온다 / 이명희

바닥을 쳤던 눈금 차오르며
​꼭두새벽 문을 여는 짧은 빛

​울림의 파장이 큰 가을이
신명난 가락을 타고 온다

​만남이 성립 되고
인연이 시작되는 가을의 길목

​그리움으로 생각이 나는
마른 꽃 같은 인연

​가을의 기둥 친친 감고
사람과 사람 사이로

​그리움이란 팻말 목에 걸고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 선다

​끊길 듯 이어진 인연
때늦은 대답을 안고

솟구친 바람의 부력으로
속속들이 젖은 채
가을 강변을 걸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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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칸타타 / 이명희

슬퍼하는 슬픔을 울부짖고도
차마 물들지 못한 가을 잎 하나

​가뭇없이 떨어질지라도
슬퍼하지 말자

​저물어 스산한 벌판
차마 잠들지 못해

출렁이는 억새 침묵이 깊어져도
외로워하지 말자

​마음 가득 사랑을 품고도
우리가 서로 멀어

아득한 날 혼자서 부르는
노래 한 소절

​붉디붉다 거리엔
한 켜씩 가을이 익어가고

단풍잎 한 장 타서 마시는 커피 잔에
먼 산 같은 사람 무심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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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밤의 가을 / 오보영

영글어진 몸으로
님 맞이하려고
단단하게 차오른 몸
님 보여주려고

긴 여름
더위 장마
견디어내더니

님 향한 깊은 사랑
일궈냈구나
간절하던 소망을
이루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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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가을 / 김남조

영접 못했어도 그대는 온다
궁금증 간절하되 눈길 못준 내 형편에도 

​용서 잘하는 연인처럼
환한 가을이 들어선다

​선풍기 바람마저 차례에 안 오던
식민지 아이적부터

​사모하며 손꼽아 기다리던
잘 생긴 손님, 가을

​잦은 열병치례이던
사춘기적 열망은 빛바랬으되

​내 독백의 습관은
더욱 정직 적막하고 숙달 지경이니

​오늘 나의 사랑 고백은
그대에게 바치련다

​아아 이리 깊은 세월에도
그대는 젊디젊으시니

​나는 민망하고 송구하여 기죽은 몸이어라
아름다운 가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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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골목에서 / 유영호

가을볕에 몸이 가벼워진 날
카메라 하나 메고 집을 나선다

​번잡한 큰길을 벗어나
오래된 이야기가 말을 걸어오는
아늑한 골목으로 들어선다

​물고기 비늘같은 보도블록이
언덕을 기어오르는 골목길

​사람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민들레 한 송이만 갸우뚱거린다

​이 골목의 주인이었던 아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노란 학원버스를 타고 떠나간
아이들의 퀭한 눈을 생각하며

​양지쪽에 기대 눈을 감는다
유년의 기억이 골목에 스며든다

​노래하고 웃고 싸우는
아이들 목소리가 골목을 깨운다
골목은 이제 진짜 골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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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날의 독백 / 국순정

주름진 세월 앞에
허전함을 핑계 삼아
일탈을 꿈꾸듯 두 눈을 감는 것은
텅 빈 가슴이 소리 내 우는 까닭입니다

코스모스 길을 홀로 걸으며
잔잔한 노래에 화음을 맞추는 것은
하루쯤은 죽을 만큼
행복에 젖어보고 싶은 까닭입니다

포말에 부서지는 추억을
한 움큼 떠안고 백사장을 거닐며
낭만에 빠져보고 싶은 것은
쉽사리 잊힐 리 없는 그대 이름
내 가을날의 독백이 쓸쓸한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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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의 초대장 / 김용화

가을이 나에게 초대장을 보내왔습니다
꼭 오시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만
그대와 함께 가고 싶습니다

​만약, 그대가 못 갈 사정이 생기더라도
죄송하지만 그대의 시간을 훔칠 계획입니다

​나뭇잎마다 시화전을 한다는군요
예쁜 잎새에 시를 한편 쓰고 색깔을 넣어서
대지 앞으로 제출한다고 합니다

​심사는 그대가 해도 좋겠습니다
밤하늘 오선지에 그려진 악보를 보고
귀뚜라미는 연주회를 한다는군요
이것도 그대가 심시해도 좋겠습니다

​해질 무렵에는 구름이 수채화를 그린답니다
역시 심사는 그대의 몫입니다
꽃들은 패션쇼를 한다는데
그대가 특별 출연한다면 갈채를 받을 겁니다

​햇빛은 과일 조각전을 한다고 합니다
이것도 볼만하겠습니다
그대와 팔짱을 끼고 축제에 간다고 생각하니
가을 하늘만큼이나 마음이 설레고 기쁘답니다

제발, 일이 바쁘다고 구차한 변명은 하지 마세요
내가 싫거나, 가을이 싫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가을 축제에 꼭 같이 가겠다고 손도장 찍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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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어가는 가을 / 유영서

민낯으로 익어가는 사과가
가을을 매달고 서 있다

​빈틈없이 흘린
농부의 땀방울 수만큼이나
넉넉한 풍경이다

​한 줌 햇살에도
곰삭아 익어지는 사과들

주는 마음과
받는 마음이
하늘 보며 서 있다

​한 톨 남김없이 주고 가는
가을을
공손하게 받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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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언덕에 서면 / 이보영

언덕에 서면 바람 한 가닥 잦아들어
가슴 빈자리 맴돌고

​내려다보이는 신작로에
나뭇잎 떨어져 굴러가는 소리

​온통 붉어지며 신음하는 가을
언제쯤인가 목차에도 없는 생이별로
잘 벼린 비수 꽂힌 자리에

​층층이 딱지 앉은 상처마다
그리움이라 이름 지어진
뜨거우면서도 여린 그 사랑이

​가을 언덕에서 손짓하며
몇만 년 전의 미라처럼
깊이 잠든 나를 깨우고

​봉인된 심장이 아프고 아파
다시는 사랑하지 말자 했건만
나도 붉어져 흔들리는 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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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만난 그대 / 배혜경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요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대를 만나기 위해
사계절이 몇십 번 바뀌어도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기다림도 행복이었습니다
그리움도 사랑이었습니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계절
낭만적인 가을에

​그대를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참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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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타는 사랑 / 박성환

가을 하늘은 높고 높아도
저렇게 푸른 빛인데

​한 뼘도 안 되는 내 마음속은
이렇게 새까매서요

​아마도 당신이 주고 간 미소가
뒤늦게 사랑이란 걸 알고 난 후에야

​속절없이 내 마음은
까맣게 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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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에 오십시오 / 송해월

그대 가을에 오십시오
국화꽃 향기 천지에 빗물처럼 스민 날

​서늘한 바람에 까츨한 우리 살갗
거듭거듭 부비어대도
모자라기만 할 가을에 오십시오

​그리움 은행잎처럼 노오랗게 물들면
한잎 한잎 또옥 똑 따내어 눈물로 쓴 연서(戀書)

​바람에 실려 보내지 않고는
몸살이 나 못 배길 것 같은 그런 날

​날이면 날마다
그리움에 죽어가던 내 설움에도

​비로소
난 이름을 붙이렵니다

​내 영혼을 던졌노라고
그대 가을에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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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을 아는 사람 / 조길현

가을은 아름다움 보다는
넉넉함이 더 아름답다

​한 해의 결실이 영글고 익어가는 수확의 기쁨처럼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미덕인 계절이다

​늦가을 서리발 속에서도 향기를 잃지 않는
그윽한 노란 들국화꽃의 강인한 삶처럼

​생을 함께하고 있음을
감사할 줄도 아는 사람 

지지고 볶아가며 사는 인생이라는 삶,
그것 그것들을 가슴에 채워가는 사람일 것이다

​가을을 가슴속 깊이깊이 숨겨놓고
혼자 꺼내 보는 기억 속의 추억 한 편 보듯이

​애써 그리움으로 치부하며 가슴 풀어 제치고
넉넉함과 함께 여유로움도 보일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가을 아침 강가에 서보자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물안개의 향연처럼

​은은하게 세상을 감춰가는 아련함처럼
세상 시름 가슴에 묻어가는 추억처럼

​한 순간 저를 버려 세상을 빛으로 섬기는 안개처럼
그리움도 가슴에 쓸 줄 아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아마 가을을 만나는 사람은
가을 햇살처럼 따사롭고 포근하게

​남을 배려 한 줄 아는 살가운 사람
떼 강도처럼, 떼 지어오는 가을 산하를 

​온 세상을 향해 선물도 할 줄 아는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고
여유롭게 해주는 그런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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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주는 교훈 / 김홍성

변화무쌍한 삶에서 넘치는 것 보다
비움으로 가득해지는 가을이 주는 깊이는
너무 찬란하고 아름답지 않습니까

​눈길 하나에도
손길 하나에도

발길 닿는 곳마다 달콤히 익힌 열매는
뜨거운 나눔의 가을이었습니다

허망을 잡고있는 것보다
기도만큼 낮아지고 뜨겁도록 비움의 계절
작은 도토리 하나라도

​나눔이 었으며가을이 우리에게 남기고 가는것이
삶의 참 진리라는 것입니다욕심의 그릇은

처음에는 작았으나 채울수록 풍선처럼
부풀어가는 욕심으로 끝내 곪아 터진 부위를
도려내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순리데로 살아도 부족함이 없는 세상
모두가 부질없는 욕심보다 숲처럼

​비움과 나눔에서 삶이 넉넉해진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행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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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 가을이구나 / 박재삼

빈 하늘에 고추잠자리 한 마리 내게 살며시 다가와
눈 맞추면 아하 가을이구나

​담장 너머 커다란 무화과 열매 향긋한 향기
코끝에 전해주면 아하 가을이구나

​무심코 길을 걷는 내 발끝에 갈변한 나뭇잎 하나
툭 차이면 아하 가을이구나

​늦은 밤 골목 귀퉁이 풀벌레의 달빛 안은
세레나데 들려오면 아하 가을이구나

​아 가을 기다린 만큼의 설렘인지라
내 좁은 가슴에 담기엔 너무 커

​온몸을 너의 한복판에 던져
이 가을을 타고 넘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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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풍성한 가을에 / 최영희

이 가을
내가 지나온 저잣길
저 풍성한 과일과 알곡
누구의 땀과 눈물이었나

보석보다 아름다운
그 땀과 눈물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가을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준
신께도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이 풍성한 가을
곧, 신의 축복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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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강을바라보며 / 이인해

아 있다는 건 원래 슬픈 겁니다 .
삶에 가장 확실하게 붙어 다니는 건 죽음이니까요

죽을 수 없으면 산 게 아니지요
그러니 죽음을 바라보고 서 있는 삶이
슬프지 않으면 잘 못 된 거죠

님이 보고싶은 것도
추운 사람처럼

그의 가까이로 가고싶은 것도
저만치 죽음이 있기 때문이지요

어둠이 무섭고 싫은 것도
노래를 부르고 싶은 것도
우리가 그리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죽어서 꽃도 새도 말고
큰 산이 되고 싶기도 해요

그러나 우리 그냥 슬퍼하며 살아갑시다
삶이 어려울 때 괴로워서 웁니다

그래서 눈물은 약한 거 같지요
아녜요 눈물은 세상에서 제일 강한 것입니다 .

눈물이 없으면
우리는 벌써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

모든 것 다 성숙하고 쓸쓸해지는 이 계절
우리의 눈물도 튼튼한 강 되어 바다로 갑니다.

모두 편안히 쉴
저 푸르디푸른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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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그리움의 저편 / 유필이

단풍잎을 시샘이라도 하듯
가을은 붉게 울고 있습니다.

​조각난 그리움이
층층이 쌓인 낙엽위에 눕고
바스락 거리는 추억의 저편에
아련한 서리꽃 피어있습니다.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쓸쓸함을
빈 술잔에 채우고

​툭툭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이 가을의 그리움으로 마시렵니다. 

-----------------------------------
+ 가을로 가는 길에서 / 현미정

부드러운 가을바람에 스며오는
커피향

골목길 어느 집에 선가
갓 내려 퍼지는 정겨운 향
상한 갈대처럼
떨리는 마음
타임머를 깨고 나온 캡슐

모락모락 피는
뽀얀
모닥불 연기속에서
통키타 들려주던

그대 따스한 미소가
커피 향 에
순간을 타고오네 

====================
+ 가을 닮은 커피 한잔 / 이신옥

흐린 가을날에는 쓸쓸한 분위기에
따스한 커피한잔이 그리워 집니다

​옷깃을 살짝 치켜 세우고
낙엽지는 거리를 바라보며 마시는

​가을 닮은 갈색 커피 한 잔
풍부한 향이 피어 오를때마다

​그대와 함께 마시던 풍경같은 추억때문에 
사랑도 그리움도 모두 피어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날때는
거품이 풍성한 카푸치노 한잔

​그리운 사람이 생각날때는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

​갈색 유혹이 시작되는날
향에 취하고 음악에 취해

​스산한 바람이 동반자 되어
마음빼앗겨 홀로 마시는 커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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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밤하늘의 단풍 / 김영근

가을에는 밤하늘에도 단풍이 듭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수많은 별들은

우주의 나무에 열린
곱게 물든 단풍잎들입니다.

​달에도 단풍이 들면
어둠은 하나의 숲이 되어
우리들의 감성을 일깨워줍니다.

​그래서 밤하늘의 단풍을 구경하느라
가을에는 밤새 귀뚜라미들이

잠을 자지 않고
감탄사를 연발한답니다.

-----------------------------
+ 가을이 깊어갑니다 / 송영희

낭만의 계절 가을이 깊어갑니다
사랑으로 익어가는 열매들

​날마다 피어나는 가을 꽃
푸른하늘 그리워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꽃 앞에 서면
나는 소녀가 됩니다

​낙엽을 보며 시몬을 생각하고
네잎 크로버를 찾고싶은 소녀가 됩니다

​너무도 맑은 가을 하늘은
소낙비 같은 그리움이 쏟아집니다

​사랑했던 이여 홍시가 익어가듯
노을 저편에 있는 추억도 붉게 물들고

​여름향기 가득했던 초록 동산은
가을 수채화가 되어 아름답게 물들어 갑니다

​은행잎 주워서 책갈피에 꽃아두던
그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가을 선율에 아름답게 흐르는 추억  
낙엽 쌓이는 가을 숲에서

​마음에 님을 기다리며
안개꽃에 둘러쌓인 장미꽃으로
이 가을을 사랑으로 수놓고 싶습니다

​계절도 우리들의 삶도
만나고 헤어지고 너무 빨리 가는 세월

​젊음도 사랑도 붙잡지 못해
가는 세월에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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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가을 같아서 / 이보숙

가을 해가
폴싹 떨어집니다

​바람은 나뭇잎을
뒹굴게 하고 성에 안 차
가지마다 흔들어댑니다

​내 사랑에도
가을이 찾아와
잎사귀 떨어내듯 떨구고

​가을처럼 떠난 사람에게
편지 한 줄 쓰는 밤

​한없이 미워서
미움도 사랑이라고 씁니다

​다시 지우고 미워하는 마음이
더 많이 아프다고 씁니다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억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외로워
그립다, 보고 싶다고

​썼다가 지우고, 가을이
가고 있다고만 썼습니다

===================
+ 가을이 서럽지 않게 / 김광섭

하늘에서 하루의 빛을 거두어도
가는 길에 쳐다볼 별이 있으니

떨어지는 잎사귀 아래 묻히기 전에
그대를 찾아 그대 내 사람이니라

긴 시간이 아니어도 한 세상이니
그대 손길이면 내 가슴을 만져

​생명의 울림을 새롭게 하리라
내게 그 손을 빌리라 영원히 주라

홀로 한쪽 가슴에 그대를 지니고
한쪽 비인 가슴을 거울 삼으리니

----------------------------------
+ 9월의 가을을 느끼며 / 김영국

높아만 가는
파란 하늘빛이 어찌나 고운지
새하얀 새털구름이 시샘하듯
우아하게 뽐내듯이 날갯짓을 하고

부끄러운 듯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의 가녀린 꽃대엔
연분홍 치마저고리 걸치고
수줍은 미소를 보내오는 모습을 보니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낍니다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들녘에는
알알이 익어가는 나락
동구 밖 과수원에는
탐스럽게 속을 꽉 채우는 실과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는
농부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흐르고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산들산들 불어오는 가을바람의 연주 속에
빨간 고추잠자리 어여쁘게 춤을 추며
풍요로운 가을을 노래합니다.  

----------------------------------
가을에서 겨울을 보다 / 유영호

몸보다 마음이 먼저
계절을 앞서 가는 것은

​삶에 지친 영혼이 섣부른 기대를 
미래에 걸어 본다는 것이겠지

기쁨이 다가오면
잠시 만지작거리다

​뒤돌아 설뿐
꽉 붙들지도 못하면서

마음은 늘 새처럼
어느 양지바른 곳에 내려앉아

날개를 손질하다가
낱알이나 쪼으며 사는 꿈을 꾼다

비가 와서
하늘도 일찍 닫힐 것 같은 날

버적거리는 생각을 내려 놓고 
싸늘한 바람에 낡은 외투를 여민다

-------------------------------
+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 김진학

길가에 차례없이 어우러진 풀잎들 위에
새벽녘에 몰래 내린 이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선풍기를 돌려도 겨우 잠들 수 있었던
짧은 여름밤 못다한 이야기가 저리도 많은데

​아침이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
선선한 바람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숨이 막히던 더위와
세상의 끝날이라도 될것 같던

​그리도 쉼 없이 퍼붓던 소나기에
다시는 가을 같은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밤인 줄도 모르고 처량하게 울어대는
가로수의 매미소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상큼하게 높아진 하늘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이왕 묻어온 가을이라면
촛불 밝히고 밤새 읽을 한권의 책과

​눈빛으로 마주해도 마음 읽어낼 열무김치에
된장찌개 넣어 비벼먹어도 행복한
그리운 사람이 함께 할 가을이면 좋겠습니다. 

======================
+ 가을이 자꾸만 깊어가네 / 김설하

​저마다 고운 빛깔로 익어
손짓하는 가을 떠날 때

​떠나더라도 우리는 이토록 따숩게 손잡을 때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

​부드러운 가슴 열어 품어줄 것만 같은 구름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
동공에 빼곡히 담고 또 담네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해도
아직은 떠나보낼 수 없는 인연들 갈꽃의

​소담한 웃음 탐스럽게 익어 유혹하는 열매
눈길 머무는 곳마다 심장 뛰는 소리 들켜가며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어
가슴에 가을을 적고 또 적네  

-----------------------------------------
+ 기차를 타고 가을 속으로 / 박명순

오늘은 훌쩍 기차를 타고
가을 속으로 떠나고 싶다

​가는 역마다 서는
완행열차를 타고

​사람냄새 폴폴 맡아가며
가을이 익어가는 소리도 듣고 싶다

​이름모를 간이역에서
점심은 따끈한 우동으로 맛있게 먹고

​햇살에 곱게 피어난 맨드라미 벗하며
따스한 한 잔의 커피라도 마시고 싶다

​완행열차의 사람들은
하나도 낯설지가 않다

​삶의 진정한 의미가
푸근히 번지어 나오는 그들에게서
살아가는 포근한 이야기 한토막 엿들으며

​기찻길옆 하늘하늘 흔들리는
코스모스 함께 벗하고 싶은 날이다

​이름모를 종착역 그 어디선가
나를 반기지 않아도

​발길이 낯설지 않은 그곳으로
새색시 볼처럼 붉게 물든 단풍도 만나고

​가슴이 훈훈해지는 가을 바람도 맞으며
오늘은 그렇게 완행열차를 타고

​마음껏 가을속을 달리고 싶은 날이다
붉게 타오르는 저 가을 속으로... 

----------------------------------
+ 가을엔 괜스레 눈물이 난다 / 이보숙

가을 길 터벅터벅
가로수 밑을 걷습니다

​한 줄기 바람 나뭇가지를 흔들고
발밑에 어지럽게 떨어지는 나뭇잎
무수히 밟힌 은행잎을 밟으며

​낙엽아 절망이로구나
너는 어디에 묻히려 하느냐

​잡초는 밟힐수록 일어선다지만
너는 일어설 뿌리조차 없지 않느냐
이유 없는 항변이 일어납니다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때
캄캄하고 필연적인 힘에 쫓기며

​잡초이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젊은 날의 모습 때문입니다

​내 인생에도 찾아 온 가을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괜스레 이유 없이 눈물이 납니다

​눈물 떨어질까 올려다 본 하늘
어제보다 더 파랗습니다. 

------------------------------
+ 가을이 목메이게 부르거든 / 박고은

가을이 목메이게 부르거든
나 떠났다고 대답하라.

​산 짐승처럼 목놓아 울다
다시는 되돌아 올 수 없는

​깊은 강을 건너서
흔적 없이 떠났노라 대답하라.

가을이 목메이게 부르거든
이제 그만 잊으라고 전하라.

​높은 장벽의 세월
목숨 깊이 앓다가

​신 새벽 안개 속에 떠났으니
깨끗이 잊으라고 전하라.

====================
+ 그 가을에도 피웠던 꽃  향기 / 이정순

가을 햇살이 따가운 날 코스모스는
수줍듯이 고개를 숙이고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꽃 위에 앉아
고추잠자리가 사랑에 빠져들고

​알록달록 색색 옷 갈아입고
천사 같은 미소로
반겨주는 아름다운 꽃

​그 가을에도 너는
우리를 반기며 한들거렸는데

​너는 그토록
가을을 기억하고 있었구나!

---------------------------------------
+ 여름바다에서 가을을 본다 / 김귀녀

피서객들이 술렁이던 여름
먼 바다 수평선에 떠있는 가을을 본다

가을은, 남실남실 물결 따라 온다
검푸른 파도를 타고 하얗게 밀려온다

모래밭에 심겨진 발자국들을 지워내며
지나간 날의 맑은 추억들이 수초를 타고온다

40년 전, 손등을 두들기며
모래성 쌓아올리던 푸른 기억

하얀 파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면
어쩔 줄 몰라 두 손 두 발로

동동거리던 어린 소녀가
지금은 중년이 되어

아침 이슬 그리운
가을로 간다.  

----------------------------------
+ 가을을 정리하는 세찬 비바람 / 임영석

늦가을 억수 소낙비
가을 정리 세찬 비바람
마지막 갈색 이파리 떨구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흔들어 헐벗는 나무들
낙엽 휘날리는 쓸쓸한 거리

​아름다웠던 가을빛
툴툴 털고 떠나는 가을
그대 뒷모습 쓸쓸한 초겨울

​사계 지나간 삼계
화려했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향하는㺋월 후반전

초겨울 강 소낙비
세찬 비바람에 낙엽비
가을빛 청소부 자연의 순리 

-----------------------------------
+ 이제 가을에 누군가 만나더라도 / 이효녕

이제 가을에 누군가 만나더라도
진실한 사랑이 무언지 아는 사람을 만나라

​아주 낯선 인생의 길을 가면서
어둠에 붉은 달이 지더라도 

​창밖에 따스한 불빛 그리워할 줄 아는
마음이 아주 따뜻한 사람을 만나라

​한 잎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더라도
어느 아궁이의 뜨거운 불이 되어

가슴이 따듯해진다는 마음지녀
한 세월 보내는 영원한 사랑을 위해  
처음만난 마음 그대로 지닐 사람을 만나라

​마음의 언덕 위에 눈보라 몰아쳐
몸이 쓰러져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마지막 남은 갈대 같은 사랑의 고통
힘겨운 무게를 견딜 줄 아는 사람을 만나라

​기다리기 전에 이미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기다리며

​낙엽이 낮은 데로 떨어지는지를 알아도
절벽 위에 올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라

​그리고 갈잎에 젖은 눈물이 떨어지더라도
감사의 기도로 같이 울 수 있는
진실로 아름다운 마음 지닌 사람을 만나라.


________ * 52

가을 / 유안진
가을날 / 김용호
가을비 / 이동백
가을역 / 남유정
----------------------
가을사랑 / 김철기
가을 아침 / 허태기
가을 앓이 / 류경희
가을 여인 / 허정영
-------------------------
가을 연가 / 윤보영
가을이네 / 박인걸
기을 편지 / 이민숙
가을 서러움 / 박인걸
----------------------------
가을 우체국 / 문정희

가을 우체통 / 이효녕
가을의 노래 / 김대규
가을이 간다 / 류관순
----------------------------
가을이 오면 / 정려성
가을이 온다 / 이명희
가을 칸타타 / 이명희
알밤의 가을 / 오보영
----------------------------
올해의 가을 / 김남조
가을 골목에서 / 유영호
가을날의 독백 / 국순정
가을의 초대장 / 김용화
------------------------------
익어가는 가을 / 유영서
가을 언덕에 서면 / 이보영
가을에 만난 그대 / 배혜경
가을에 타는 사랑 / 박성환
----------------------------------
가을에 오십시오 / 송해월
가을을 아는 사람 / 조길현
가을이 주는 교훈 / 김홍성
아하 가을이구나 / 박재삼
---------------------------------
이 풍성한 가을에 / 최영희
가을 강을바라보며 / 이인해
가을 그리움의 저편 / 유필이
가을로 가는 길에서 / 현미정
------------------------------------
가을 닮은 커피 한잔 / 이신옥
가을 밤하늘의 단풍 / 김영근
가을이 깊어갑니다 / 송영희
사랑이 가을 같아서 / 이보숙
-------------------------------------
가을이 서럽지 않게 / 김광섭
9월의 가을을 느끼며 / 김영국
가을에서 겨울을 보다 / 유영호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 김진학
----------------------------------------
가을이 자꾸만 깊어가네 / 김설하
기차를 타고 가을 속으로 / 박명순
가을엔 괜스레 눈물이 난다 / 이보숙
가을이 목메이게 부르거든 / 박고은
---------------------------------------
그 가을에도 피웠던 꽃  향기 / 이정순
여름바다에서 가을을 본다 / 김귀녀
가을을 정리하는 세찬 비바람 / 임영석
이제 가을에 누군가 만나더라도 / 이효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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