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모 / 정연복
어느새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새해 첫날을 맞이했던 게
엊그제 일만 같은데
올해도 정말이지 꿈같이
바람같이 흘러갔다.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간들
세모같이 앙칼진
마음으로 지낸 날들이 많아
좀 더 너그럽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이제는 올해와
작별 인사를 해야 할 때
미운 정 고운 정들었던
시간들 강물처럼 흘려보내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동그라미의 마음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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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 / 김규동
기러기 떼는 무사히 도착했는지
아직 가고 있는지
아무도 없는 깊은 밤하늘에
형제들은 아직도 걷고 있는지
별빛은 흘러 강이 되고 눈물이 되는데
날개는 밤을 견딜 만한지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버린
아름다운 꿈들은
정다운 추억 속에만 남아
불러보는 노래도 우리 것이 아닌데
시간은 우리 곁을 떠난다
누구들일까 가고 오는 저 그림자는
과연 누구들일까
사랑한다는 약속인 것같이
믿어달라는 하소연과 같이
짓궂은 바람이
도시의 벽에 매어 달리는데
휘적거리는 빈손 저으며
이해가 저무는데
형제들은 무사히 가고 있는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쓸쓸한 뉘우침은 남아
안타까운 목마름의 불빛은 남아
스산하여라 화려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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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 / 김남조
사방 꾸짖는 소리만
발 구르며 통분하는 사람만
이에 한 대답 있어
내 잘못이라
모두 내 잘못이라며
빌고 빌어 손바닥 닳고...
퍼렇게 언 살 터지는니
이렇듯 내 속죄 값으로
너희는 편안하여라
삼동의 아린 눈물
더하여
땅에 바라는 온갖 꾸지람을
피에 보태고 살에도 보태어
질기고 풋풋한 것들
모쪼록 너희는 소망하여라
나직이 말씀하는
해 저문 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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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 / 박인걸
출발은 언제나 비장했으나
종말은 항상 허탈이다.
동녘의 첫 햇살 앞에 고개 숙어
경건하게 다짐한 결심이
무참히 무너진 연종
거창했던 구호와
문신처럼 새겨 넣은 각오
모래성처럼 무너진 한 해
지나온 한 해를 생각하면
자괴감에 슬프고
이루지 못한 소망들은
환경 때문이 아니라
게을렀던 내 탓이다.
이맘때만 되면
내 모습은 점점 쪼그라들고
길바닥에 뒹구는
막돌멩이만큼 초라하다.
하지만 눈을 들어
새 캘린더를 바라본다.
잎만 무성한 나무 아래
도끼가 날을 서고 있지만
다시 삼백예순 닷새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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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 / 오보영
너는 떠나가도
난
그대로 있단다
내 자리에서
내 모습 지켜 가면서
달라짐 없이
여전히
머물러 있단다
해가 바뀐다고
비록 네가 야단법석을 떨면서
내게로 향했던 맘 안면까지 바꾸어가며
그럴듯하게 치장을 한 숫자
뒤꽁무니 허상을 좇아 달려 나갈지라도
난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이
나로
원래의 나로
남아 있을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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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 / 장윤우
그것은
한치의 뒷걸음도 모르는 지구의 맥박
머언 날을 목쉬어 부르는 열차의 차륜(車輪)
그것은
수태(受胎)한 여인의 피곤한 눈주름끼
항아리의 소성을
주위에 구름을 둘러 담아 내듯이
발포(發泡)하는 것, 물결을 짓는 것,
그것은
마치 실연한 소녀의 긴 목 같은 것,
유연히 나즉히 눈 내리듯 뿌려 오는 것,
동방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사랑의 마음에
잔잔하게 끼는 섭리여,
아듀-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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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야 / 오정방
날이 저물었다
달이 저물었다
해가 다 저물었다
더는 갈 수가 없다
억지로 돌아설 수도 없다
이 밤이 새고 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제야의 종소리를
가슴으로 들으면서
송구 영신하는 거다
지나간 것은 늘 아쉽고
새로운 것은
언제나 기대에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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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가 / 이외수
우리 사는 세상 날이 저물어
청산 그림자 섬돌까지 덮었네
오늘 서산으로 기울어진 천년 세월
내일 밝산머리 해 하나로 떠오르나니
그대 가는 먼 길 흩날리는 북풍한설
시 한 줄로 아직은 잠재울 수 없어도
내가 사는 세속마을
그대와 멀다고는 생각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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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회 / 김경렬
노릇노릇 황혼일세 지화자 어절씨구
세상을 잊으리까 청춘을 잊으오리까
내일은 준조절충 지혜를 얻어 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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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회 / 목필균
후미진 골목 두 번 꺾어 들면
허름한 돈암곱창집
지글대며 볶아지던 곱창에
넌 소주잔 기울이고
난 웃어주고
가끔 그렇게 안부를 묻던 우리
올해 기억 속에
너와 만남이 있었는지
말로는 잊지 않았다 하면서도
우린 잊고 있었나 보다
나라님도 어렵다는 살림살이
너무 힘겨워 잊었나 보다
12월 허리에 서서
무심했던 내가
무심했던 너를
손짓하며 부른다
둘이서
지폐 한 장이면 족한
그 집에서 일년 치 만남을
단번에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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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회 / 임영준
대화가 겹치는 순간
모두 입을 닫았다
누구도 나서지 않는데
눈치 없는 내가 한마디 했다
‘왜들 그렇게 말이 없냐?’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2003년은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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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기도 / 박인걸
과거는 미래를 향해
미래는 또 과거로
시계의 초침에 실려
일정하게 걷는다.
새것은 낡아지고
낡은 것은 새것으로
바뀌고 엇갈리는
교차점에 다가선다.
출발할 때 결의는
뿌연 물거품이 되고
다짐했던 의지도
담벼락처럼 허물어졌다.
큰소리쳤던 구호는
한낱 허풍이 됐고
공허한 메아리만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
하지만 또다시 출발하려
신선한 다짐으로
성부께 기도하오니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소서.
===============
+ 송년산행 / 윤인구
주인 있는 개한테
물릴 뻔했다
겨울비 몇 줄기 몸속까지 파고들고
스산한 바람소리 성가시게 뒤따라왔다
낙엽 밟는 소리가 너는 좋으냐
낙엽은 온몸이 으스러지게 아파
울 것이다
산꼭대기에서 한 사내가 소리를 질러댔다
야호 야호 돌아와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 깊은 계곡으로 떨어져 죽었다
한 해 농사 다 털어주고
갈 데 없는 까치집 한 채 끌어안고 서 있는
절 집 은행나무 한 그루
산아래 마을에선
아무 일도 없는 것 같다
젖은 낙엽 타듯 한 해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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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 엽서 / 목필균
함박눈 내리는 날
숫눈 밟으며
너를 생각해
순결의 눈부심
티 한 점 없는 마음으로
잡았던 손
그 예쁜 추억이
한 해 더 멀리 밀려가는
이즈음
아직도
스무 살 그 언저리
어제처럼 생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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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엽서 / 이해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번 스쳐가듯
빨리 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떠나가지요.
나이 들수록
시간은 빨리 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것은 잊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습니다
목숨까지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
내게 말해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뜨겁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 인 듯이
충실히 살다 보면
첫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항상
우리길을 밝혀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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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유감 / 임영준
모두 데리고 가야 하는가
따라가기 싫은 자들도 많은데
몇몇을 흘리고 가면 어떤가
무례한 검버섯도 억울한데
굳이 다 끌고 가야만 하는가
===============
+ 송년인사 / 오순화
그대 올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대 올해도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그대 올해도 사랑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그대 올해도 내 눈물 받아 웃음꽃 피워주고
그대 올해도 밉다고 토라져도 하얀 미소로 달래주고
그대 올해도 성난 가슴 괜찮아 괜찮다고 안아주고
아플 때마다 그대의 따스한 손길은 마법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대의 품은 오늘도 내일도 세상에서 가장 넓고 편안한 집입니다
그대가 숨 쉬는 세상 안에 내 심장이 뛰고 희망이 있습니다
그대 올해도 살아줘서 살아있음에 큰 행복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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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의 강 / 백원기
세상 존재하는 것은
앞으로만 가지 뒤로 가지 않는다
애타게 붙잡아도
속절없는 세월은
욕심껏 앞으로 가다가
기어이 해를 넘고 만다
늦은 저녁 한숨일랑 걷어내고
내달리는 세월의 강에
흘려보낼 것은 보내고
씻을 것은 씻어야지
버려야 할 것들
잔뜩 껴안고 있으면 뭣하나
갈등 속에 몸부림치다가
송년의 강에 띄워 보내는
근심 걱정 후회 실망...
그 대신 너의 빈자리를
사랑과 감사로 채워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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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의 밤 / 권오범
평소 술과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치스 같은 노가리들 냄새 맡지 못하도록
통하는 마음 셋이서 쥐도 새도 모르게
두 골목 지나 막바지 판잣집으로 피란해
과메기 김에 싸, 지는 해 깔끔하게 갈무리하던 시간
두꺼비 두 마리 째 모가지 비트는데
귀신같이 들이닥친 개 코들
허리띠 붙잡혀 끌려간 징글징글한 나이트클럽
저승사자가 여남은이나 될 줄이야
(도망가 봤자 회 아니면 삼겹살이지
잘 걸렸다, 배신자들 같으니라고 회오리 주 후래삼배다)
영양가 있는 치즈 햄은 즈덜이 다 처먹고
양팔 뒤로 비틀어 소에 물먹이듯
양주 맥주 들이붓고 밍밍한 후르츠칵테일 떠먹이지요
오이 쪼가리 멀뚱멀뚱 씹어 삼킨 생지옥
평생 만삭인 김 사장 육탄 저지에 번번이 탈출 실패한 뒤
낯선 섬섬옥수까지 끼어들어
낙지처럼 위험지구 넘나들며 조몰락조몰락
들숨 날숨 없게 거들었던 것 같은데,
자리끼 찾다보니
구두가 왜 냉장고에서 나오는지
완전 절단 난 엊저녁 필름, 복원이 불가능하다
---------------------------
+ 송년의 시 / 김사랑
우리가 사는 세상
봄, 여름, 가을, 겨울
돌고 돌아 세월은 가고
우리가 사는 인생
그 세월을 따라
흘러 흘러만 가네
우리의 만남도 이별도
인연 따라 시작되고
운명인 듯 끝인가 싶다 가고
다시 이어지는 사랑
이런 게 우리 연분인가요
그러니 그대여
너무 아파하지 말아요
지난 추억에 슬픔만 있다 해도
이제는 깨끗이 잊고
우리 다시 시작해 봐요
지금은 절망할 때가 아니라
인내의 시간이 흐를 뿐
시련의 계절도 지나가겠죠
한 방울 눈물보다
환한 웃음이 필요해요
===============
+ 송년의 시 / 윤보영
이제 그만 훌훌 털고 보내주어야 하지만
마지막 남은 하루를 매만지며
안타까운 기억 속에서 서성이고 있다
징검다리 아래 물처럼
세월은 태연하게 지나가는데
시간을 부정한 채 지난날만 되돌아보는 아쉬움
내일을 위해 모여든 어둠이 걷히고
아픔과 기쁨으로 수 놓인 창살에 햇빛이 들면
사람들은 덕담을 전하면서 또 한 해를 열겠지
새해에는 멀어졌던 사람들을 다시 찾고
낯설게 다가서는 문활을 받아들이면서
올해보다 더 부드러운 삶을 살아야겠다
산을 옮기고 강을 막지는 못하지만
하늘의 별을 보고 가슴 여는
아름다운 감정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
+ 송년의 시 / 이명희
가진 것 없었지만
마음만은 풍요롭게 살았습니다
눈치가 없이 우둔한 척
유순하게 살았습니다
정제되지 못한 것들의 균열이
심하게 범람해도
뜨거운 입김 토해내며
견디고 살았습니다
내려놓지 못한 삶의 무게
수많은 시간의 결을 거쳐
무의식의 심연에 도달한
가벼움 얻기까지 무거웠던 그 세월
이젠 아름답게 곧추세우는
배려의 감성 맛보며
시린 무릎 쓸어주렵니다
---------------------------
+ 송년의 시 / 임영준
언제 우리가 버둥거린다 해서
잠시라도 손 놓은 적 있었던가
숨 가쁘게 달려간다고
순풍에 돛 달린 적 있었나
누구는 순조롭게 다 이루어
환호성을 올리고 있을 것이고
누구는 상실과 낙망으로
분루를 삼키고 있을 것이지만
이쯤에서 모두 매듭짓지 않으면
가뿐히 싹트지도 않을 것
그래서 이런 마침표가 반드시
필요한 것 아니겠나
어차피 저물어 가는 이 한해
안타까워도 보내야 하고
아쉬워도 잡을 수 없는 것
무척 다행스럽게도 번듯한 무대가
또다시 떡하니 펼쳐진다는 것
느낌표 몇 개 찍어버리고 나서
열정적으로 써 내려갈 것들을
퇴고하고 조율하면 된다는 것
출구가 보이지 않아도 막연히
무언가 열릴 것이란 것만으로도
과감하게 닫아버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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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의 시 2 / 임영준
겨우 한 걸음만 떼었을 뿐인데
외롭고 고단한 별똥별일수록
짙은 음영이 스며들어
한없이 늘어지는 것이다
속히 어둠을 잘라내고
본연을 찾아
숭고한 신성에라도 기대어
가까이 다가가야 하리라
올 한해
사랑했다는 무게보다
행복했다는 부피보다
더욱더 부풀어 올라 존재했다는
그것만으로도 흐뭇하였어라
씁쓸한 만큼 화사하기도 하였어라
===============
+ 송년 편지 / 윤보영
무심코 뒤돌아 보니
어느새 이곳까지 와 있다.
내일 모래가 새해!
그래도 한 해 동안
웃는 날이 더 많았기에
그런 나에게 감사를 전한다.
아쉽지만, 내 한 해를
아름다운 시간으로 마무리 해서
새해에게 전해 주련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덥다가 시원하고
눈까지 다시 내릴 새로운 한 해!
여건을 내게 맞추려 애쓰지 않고
오히려 환경에 적응해서
내가 주인 된 한 해를 만들어 가야겠다.
그러다 무심코 돌아봤을 때
오늘처럼, 내 멋진
한 해에게 감사를 전할 수 있게
가슴 가득 웃음꽃 활짝 피워
향기를 나누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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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결산 / 이외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지나간 날들은 망실되고
사랑한 증거도 남지 않았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자폐증에 빠져 있는 겨울풍경
속으로 눈이 내린다
시간이 깊어진다
인생은 겨울밤
얼음 밑으로 소리 죽여
흐르는 강물이다
-----------------------------
+ 마지막 달력 / 진장춘
섣달 달력 한 장이
벽에 붙어 떨고 있다.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다.
달력이 한 장씩 떨어지면서
아이들은 자라고
철이 바뀌고
추억과 상처가 낙엽처럼 쌓인다
마지박 달력이 떨어지면
나무는 나이테를 만들지만
인간의 이마엔 주름이 늘고
인간은 한 해를 역사 속에 꽁꽁 묶어놓는다
새 달력이 붙고
성장과 쇠퇴가 계속되고
그리하여 역사는 엮어진다
크리스마스, 송년모음, 신년회
모임에 쫓겨 술에 취하다 보면
후회할 시간도 없이 훌쩍 세월은 넘어간다
마지막 달력이 남으면
아이들은 들뜨고
어른들은 한숨짓는다
그러면서 또 한 해가 역사 속으로 떨어져 나간다
------------------------------
+ 만삭의 12월 / 전병일
한해의 끝자락
보내는 아쉬움
그 일정들 가지가지 도배가 되었다
좋은 날 서로 잡아 찜해놓고
겹치는 일정은
정이 많은 쪽으로 간다.
연초부터 열심히 달려온 시간
만삭이 되고 보니 매듭지을 일 너무 많다
가벼운 달 정처 없이 방황하다
만삭이 된 이 몸에 너무 많은 일을 준다.
출산일 앞두고
맺어야 할 일들은
끝이 아닌
새로 태어남이다
=================
+ 송년에 부쳐 / 임영준
분방하기 때문에
빛을 잃은 겁니다
간절하기 때문에
구차했던 겁니다
가녀린 맥박으로
여린 호흡으로
겨우 한 고개 넘어가도
다시 자리 잡아야 하는
숙명을 짊어지고
역경을 헤쳐가야 하는데
간신히 적립해도
단숨에 무너지고
근근이 일구어도
졸지에 뒤집어지는
악순환에 들어
마땅한 활로가
잘 보이지 않지만
어찌 되었든
험난한 굽이를 돌면
새 장이 펼쳐지리라는
막연한 기대만이라도
꼭 품고 있어야
반드시 당도하겠지요
기필코 든든한 탑을
쌓아 올릴 수 있겠지요
------------------------------
+ 송년의 기도 / 박인걸
과거는 미래를 향해
미래는 또 과거로
시계의 초침에 실려
일정하게 걷는다.
새것은 낡아지고
낡은 것은 새것으로
바뀌고 엇갈리는
교차점에 다가선다.
출발할 때 결의는
뿌연 물거품이 되고
다짐했던 의지도
담벼락처럼 허물어졌다.
큰소리쳤던 구호는
한낱 허풍이 됐고
공허한 메아리만
자신을 부끄럽게 한다.
하지만 또다시 출발하려
신선한 다짐으로
성부께 기도하오니
한번만 더 기회를 주소서.
------------------------------
+ 송년의 기도 / 이해인
올 한 해도
친구가 제 곁에 있어 행복했습니다
평범하지만 진심어린
안부를 물어 오는 오래된 친구
잘 있게?
별일없지?
그의 웃음과 눈물 속에
늘 함께 있음을 고마워합니다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사랑보다 깊은 신뢰로
침묵 속에 잘 익어
감칠맛 나는 향기
그의 우정은 기도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음악입니다
친구의 건강을 지켜주십시오
친구의 가족들을 축복해 주십시오
------------------------------
+ 송년의 기도 / 정연복
한 해를 보내며
깨끗이 이별하게 하소서
내 안에 오래 살아
내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미움과 시기와 불평
쓸데없는 불안과 걱정
가슴속에서
말끔히 도려내게 하소서.
단 한번뿐인 나의
소중한 생을 갉아먹는
나쁜 생각들과 습관들을
한데 모아
활활 불태워 버리고
새 삶으로 거듭나게 하소서.
=================
+ 송년의 노래 / 박금숙
해가 저문다고
서두르거나 아쉬워하지 말자
처음부터 끝은 없었던 것
세월의 궤도를 따라
지칠 만큼 질주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어쩌면 우리는
어제의 일조차 까마득히 잊은 채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길을 돌아왔을 뿐
제각각 삶의 무게에 얹혀
하루해를 떠안기도 겨웠으리라
잠시 고된 짐 부려놓고
서로의 이마 맞대줄
따뜻한 불씨 한 점 골라보자
두둥실 살아있는 날은
남겨진 꿈도 희망도
우리의 몫이 아니겠는가
------------------------------
+ 송년의 노래 / 홍수희
늘
먼저 떠나는 너는
알지 못하리
한 자리에
묵묵히 서서
보내야만 하는 이의
고독한 가슴을
바람에 잉잉대는
전신주처럼
흰 겨울을 온몸에
휘감고 서서
금방이라도
싸락눈이 내릴 것 같은
차가운 하늘일랑
온통 머리에 이고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고 섰는
송년의 밤이여,
시작은 언제나
비장하여라!
------------------------------
+ 송년의 마음 / 김성구
한 해가 저물어 가는데
소망하던 꿈의 성취가
아직도 저만치 있어
아쉬움만 가득하여라
한해가 저물어 가는데
주님께 서원한 언약들이
온전히 이룬 것 하나 없어
죄송한 것뿐이어라
한해가 저물어 가는데
되돌아보는 발자취가
온전한 발자욱이 하나 없어
하염없는 눈물만 흘림이어라
한 해가 저물어 가는데
오십 이주 빠진 이빨 헐렁이고
주일 밤 수요일 밤 예배시간
잊은 지가 오램이어라
한 해가 저물어 가는데
과거에만 눈물 흘리고
슬퍼할 것 아님이여
일어나 새해맞이함이어라
흘러가는 세월 탓 말고
촌음을 아낌이여
결단의 포물선 크게 이루어
일어나 새 날 맞이함이어라
---------------------------------
+ 꿈꾸는 송년회 / 목필균
뼈대만 남은 나무를 보니
밥 먹을 사람이 그리웠는지 몰라
나이만큼 둥그러진 얼굴들이
모이면 학창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첫사랑 흔적이 가물가물해도
주름진 기억이라도 떠올렸으면 해
가속도 붙은 한 해의 길이는
짧아만 가는데
밥 한 번 먹자 우리
고혈압, 늘어진 뱃살로도
채워지지 않은 그리움
어둑어둑 그림자 지는 골목
저녁 6시
김치전에 막걸리 한 잔
익어가는 이야기가
멀기만 하다
===================
+ 섣달그믐 즈음 / 목필균
잿빛 하늘에 눈은 내리지 않고
어제 불던 바람은 어디선가 쉬고 있다.
낮게 오르내리던 수은주는
다행이 두꺼운 점퍼를 벗겨준다.
털어버리고 싶은 감정을 짊어지고
조각 공원길을 걸어 정상에 서서
미세먼지 자욱한 도시를 바라보며
한 해의 아픔을 겨울 숲속에 던졌다.
포수에게 쫒기는 멧돼지처럼
코로나에 시달리며 산 한 해는 두려웠다.
눈만 뜨면 확진 자 검색에 촉각이 곤두서고
마스크는 내 몸의 일부가 되었다.
마주 오는 사람마다 경계의 눈빛으로
무장공비 대하듯 겁이 났다.
이제는 지루함에서 벗어나고 싶다.
너저분한 가면도 훌훌 벗어 버리고
생 얼굴로 도시 공기를 들이 마시며
한 해를 데려가는 시간의 소용돌이에
더러운 악몽을 몽땅 집어 던지련다.
섣달그믐과 함께 지저분한 게임을 끝내고
정월 초하루에는 새롭게 일어나련다.
개나리 가지 끝에 꽃눈이 웃고
벚꽃나무에 물이 오를 채비를 한다.
잔혹한 시간이 공포를 자아내도
자연은 물 흐르듯 순평하다.
섣달그믐 즈음 내가 나를 장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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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구불만 송년 / 권오범
해넘이부터 자음자작한 알코올 수위 범람으로
침대에 동댕이쳐진 채 우주 헤매다
되모시 친구에게 생시같이 이끌려
전철 타고 하염없이 잠수한 태평양 심해
짝사랑하다 놓쳐버린 약관의 내 또래들이
무슨 일로 여기 다 모였을까
폭탄주에 흐무러진 별천지
나마저 누드바람으로 살판났다
체면이 만취와 얼싸절싸하는 사이
끄트머리에 귤 하나 잉태한 스타킹
얼굴이 일그러지도록 뒤집어쓰고
탁자 위에 올라 상쇠처럼 돌리다, 꽈당
꼴값 떠는 잠꼬대 침대가 아니꼬웠는지
하필 먹다 만 삼겹살 위에 부려버려
석쇠 베고 비몽사몽 듣는
티브이 속, 제야의 종소리
자리끼 찾다 거울로 들어간 허깨비
흐리멍덩한 동공 씀벅거려 들여다보니
침은 허연 오솔길 되어 수염 숲 가로질렀지요
눈곱 떨어지면 발등 깨질 것 같은 저 처참한 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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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해를 보내며 / 정연화
모두들 열심히 사셨습니다
최선을 다 하셨습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두루두루 대인관계에 있어서
후회되는 일도 있겠지요.
서운한 일도 있겠지요.
좀 더 잘하고 살 걸
조금만 참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겠지요.
사람이기에 그렇습니다.
말 한마디에 웃고 울고
화내고 상처받고
또 위로하고 위로받고
그러면서 사는 게 인생입니다.
올 한 해 수고하셨습니다.
이루지 못한 소망 있으시다면
새해에는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새해에는
우리 더욱 예쁘게 잘 살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12월 31일의 기도 / 양광모
이미 지나간 일에 연연해하지 않게 하소서
누군가로부터 받은 따뜻한 사랑과
기쁨을 안겨주었던 크고 작은 일들과
오직 웃음으로 가득했던 시간들만
기억하게 하소서
앞으로 다가올 일을 걱정하지 않게 하소서
불안함이 아니라 가슴 뛰는 설렘으로
두려움이 아니라 가슴 벅찬 희망으로
오직 꿈과 용기를 갖고 뜨겁게
한 해를 맞이하게 하소서
더욱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바쁠수록 조금 더 여유를 즐기고
부족할수록 조금 더 가진 것을 베풀며
어려울수록 조금 더 지금까지 이룬 것에
감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삶의 이정표가 되게 하소서
지금까지 있어왔던
또 하나의 새해가 아니라
남은 생에 새로운 빛을 던져줄
찬란한 등대가 되게 하소서
먼 훗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볼 때
그 때 내 삶이 바뀌었노라,
말하게 하소서
내일은 오늘과 같지 않으리니
새해는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한 해가 되게 하소서
=====================
+ 송년 끝자락에서 / 손병흥
점차 서산노을이 되어 저물어가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산모퉁이 끝자락
새로운 삶에 대한 기쁨이나 확신 새겨
성숙해질 때까지 오래 간직하고픈 평안
편견과 욕심 미움이나 갈등마저 버린 채
은혜로운 빈 마음으로 만족하고픈 인생사
세찬 바람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
참 소중했던 상념 떠올려보는 행복했던 순간들
아직 못다 이룬 소망들 가득히 기도와 간구 통해
별빛 달빛보다 더욱 빛나고 맑아지고픈 애타는 마음
한껏 부풀어 오르는 쓸쓸한 이 가슴 낯선 바람 되어
나를 감싸고돌던 시간조차도 삭이지 못한 아쉬운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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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 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 년이 한 생애나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다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 길 막돌멩이보다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고 맙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신이 느껴집니다
가장 초라해서 가장 고독한 가슴에는
마지막 낙조같이 출렁이는 감동으로
거룩하신 신의 이름이 절로 담깁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갑자기 철이 들어 버립니다
일 년 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다 먹어져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걸음은 조심조심
저절로 철이 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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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를 보내면서 / 조윤현
다난한 해를 보내고
희망찬 꿈이 그려지는
새해를 맞는 연말에
서산에 지는 해를 보며
영욕의 세월을 그린다.
지나온 해를 돌아보고
한 해를 또 보내면서
고희를 맞아야 하지만
지는 해가 거듭하면
미련에 남는 해는 아쉽고
새해가 또 기다려진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영겁의 세월을 보내면
무상한 인생 편력은
또 그렇게 그려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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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에 띄우는 안부 / 고은영
살다 지고 그래도 살아지고 살아지고
어느 무명으로 와 부딪혔던 한 해요
혼을 열었으면 잎 진 나무처럼 쓸쓸했으랴
너의 말미에 선 내 모습은 다만, 부끄러움이라
오라 하지 않아도 많은 날이 오가고
단절로 고인 외로움을 몰래 접어 살았나니
저 들판을 달려오는 무수한 소리
저물어가는 신작로에서
뻔뻔한 수식어로 피던 욕망의 잣대를 들고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어떤 소망을 꿈꾸었기에
한 해를 무감동으로 건너려는 것이냐
동짓달 서러움도 깊어졌나니
성에만 가득한 나의 뜨락에
궁핍한 아픔을 젖히고
은수(銀水) 같은 강물로 2009년이여 오라
백 년인들 견딜 수 없는 인생임에랴
초라한 가슴을 일으켜 거룩한 깃발로
어느 해보다 짙은 사랑과 감격을 들고 오라
=======================
+ 세모의 창가에 서서 / 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 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말을 많이 했던 빈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
+ 저무는 이 한 해에도 / 이해인
노을빛으로
저물어 가는
이 한 해에도
제가 아직 살아서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음을 사랑하고,
기도하고, 감사할 수 있음을
들녘의 볏단처럼
엎디어 감사드립니다
날마다 새로이
태양이 떠오르듯
오늘은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제 마음의 하늘에 환희
떠오르시는 주님
12월만 남아 있는
한 장의 달력에서
나뭇잎처럼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시간의 소리들은
쓸쓸하면서도
그립고 애틋한
여운을 남깁니다
아쉬움과
후회의 눈물 속에
초조하고 불안하게
서성이기 보다는
소중한 옛친구를
대하듯 담담하고
평화로운 미소로 떠나는
한 해와 악수하고 싶습니다
색동설빔처럼
곱고 화려했던
새해 첫날의 다짐과
결심들이 많은 부분
퇴색해 버렸음을 인정하며
부끄러운 제 모습을 돌아봅니다
청정한 삶을 지향하는
구도자이면서도
제 마음을 갈고 닦는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허영과 교만과
욕심의 때가 낀
제 마음의 창문은
게을리 닦으면서
다른 이의 창문이
더럽다고 비난하며
가까이 가길 꺼려한
위선자였습니다
처음에 지녔던
진리에 대한 갈망과
사랑에 대한 열망은
기도의 밑거름이 부족해
타오르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침묵의
어둠 속에서
빛의 언어를
끌어내시는
생명의 주님
지난 한 해 동안
당신이 선물로 주신
가족, 친지, 이웃들에게
밝고 부드러운
생명의 말보다는
칙칙하고 거친 죽음의 말을
더 많이 건네고도
제때에 용서를 청하기보다
변명하는 일에 더욱 바빴습니다.
제가 말을 할 때 마다,
주님 제 안에 고요히 머무시어
해야 할 말과 안 해야 할 말을
분별하는 지혜를 주시고
남에 관한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하소서
참된 사랑만이
세상과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음을
당신의 삶 자체로
보여 주신 주님
제 일상의 강 기슭에
눈만 뜨면 조약돌처럼
널려 있는 사랑과 봉사의
기회들을 지나쳐 간
저의 나태함과 무관심을
용서하십시오
절절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암울한 시대탓을
남에게만 돌리고
자신은 의인인 양 착각하는
저의 오만함을 용서하십시오
전적으로 투신하는
행동적인 사랑보다
앞뒤로 재어보는
관념적인 사랑에 빠져
상처받는 모험을
두려워했습니다.
사랑하는 방법도
극히 선택적이며
편협한 옹졸함을
버리지 못한 채로
보편적인 인류애를
잘도 부르짖었습니다.
여기에 다
나열하지 못한
저의 숨은 죄와 잘못들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당신과 이웃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또
얼마나 많습니까?
제 작은 머리로는 다 헤아릴 수 없고
제 작은 그릇엔
다 담을 수 없는
무한대이며
무한량의 주님
한 해 동안 걸어온
순례의 길 위에서
동행자가 되어 준
제 이웃들을 기억하며
사람의 고마움과
삶의 아름다움을
처음인 듯 새롭히는
소나무 빛
송년이 되게 하소서
저무는
이 한 해에도
솔잎처럼
푸르고 향기로운
희망의 노래가
제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나와
희망의 새해로 이어지게 하소서 ~
아멘!
----------------------------------------
+ 한 해의 끝자락에서 / 김용호
우리의 선상(線上)에서
슬픔이 멈추기를
아픔이 멈추기를
불행이 멈추기를
허전함이 사라지기를
후회가 사라지기를
아쉬움이 사라지기를
우리의 미로(迷路)에서
기쁨이 찾아오기를
치유가 찾아오기를
행복이 찾아오기를
남아있던 그리움이 멈추고
남아있던 기다림이 멈추고
우리가 소망했던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기를……
한 해의 끝자락에서
소망합니다.
----------------------------------------
+ 한 해의 종착역 12월 / 최한식
어느덧 이 한해도 다 지나가고
이제 쓸쓸한 겨울 찬바람 많이
내 곁을 스치는구나,
좋은날 굿은 날 그 풍파 이겨내고
이 해의 마지막 종착역에 다달아 왔구나
아파하던 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고,
좋았던 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그러나 이제는 한 해를 정리해야 하는
내 마음에 석양이 물들어오니,
이해의 마지막 끝자락
오늘도 분주히 하나하나
정리를 해 본다.
======================
+ 12월의 뒷모습을 보며 / 정상화
양떼구름처럼 피어나는
찔레꽃 향기에 자지러질 때쯤
산을 휘감은 다랭이 천둥지기에
꿰맬 수 없는 상처가 생기고농부는 종일 물지게를 진다
이른 새벽 생기 감도는 벼를 보며
떨리는 가슴으로 땅을 어루만졌던
순간의 기억...
날은 춥고 쪼그라든 호주머니에
삶이 위협당한다고 짐승이 될 순 없어 힘겹게 걷고 있는 사람들
詩는 표현을 다하지 못하고
표현은 의미를 알 수 없으니
웃고 있는 꽃의 속내를 어찌 알까 마는
한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돼지 저금통 배라도 갈라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겠다
갈증 축인 벼의 생기는 희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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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달력을 넘기며 / 김석림
수봉산 향해 머리 숙인
겨울 나목裸木
참회의 눈물 한 방울
툭 떨어진 자리로
흐릿한 새벽종소리
차갑게 식어버린
열망의 찌꺼기를 토해낸다
덜 깬 잠 탓인지
혼미한 의식이 촛불에 흔들리고
겨우 눈 비비고 일어나
지난 밤 꿈의 흔적을 더듬는다
메모 한 줄 벽에 걸어놓고
기어이 떠났구나
하늘의 은총으로 주신
삼백예순 날
이제 마지막 남은
조촐한 식탁
차마 접기 아쉬워, 아쉬워
창문 두드리는
아침 햇살
문 밖에 세워둔다
새 하늘과 새 땅
그리고 찬란한 새날이
내 고향 왜목마을 갯벌에서
잉태하고 있는데
빛으로 오실
새 주인을 위하여
기꺼이 자리를 비워야겠다
--------------------------------------
+ 밤하늘에 펼쳐본 한 해 / 김영래
하루종일 희뿌연 하늘로
시야를 가리던 날씨가
어둠이 깔리자
도시의 네온 불빛과
황사가 겹쳐 희로애락의
혼란스럽던 사연을 덮어 버리고
고요함으로 위장을 하며
아름다움으로 빤짝거린다
고속도로를 달리듯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과
느리게 살려는 느낌의 마음과
줄다리기를 하던 시간도
12월 마지막 달이 되면
비로소 한해를 되돌아보는
신호등처럼 멈춰서 상념에 잠긴다
만감이 교차하는 정리의 달이며
분주함을 추슬러 보는 반성과
미로 같은 질곡의 의미를
밤하늘에 펼쳐놓고
찬 바람과 섞어 음미해 보는데
방한복으로 무장한
눈매 깊숙이 외로움의
그늘이 서려 있는 것 같아
편치 않는 마음에
가슴이 싸~하게 저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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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이력서를 써보자 / 안윤주
한 해를 보내며
내 곁에 자랑하고픈 친구가 있는지
날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몇이나 있는지 나를 떠나간 친구는 없는지
떠났다면 왜, 그가 떠나 갔는지
거짓 없는 삶의 이력서를 써보자
새해에는
무엇을 향해 달릴 것인지
무엇을 얻기 위해 땀을 흘릴 것인지
꾸밈없는 속내를 떨어내어
알찬 새해 계획을 세워보자.
건강을 위하여
나의 키가 줄었는지 자랐는지
몸무게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바지사이즈가 줄었는지 늘었는지
흰 머리가 많은지 검은 머리가 많은지
따져보는 건강의 이력서를 써보자
냉정한 잣대로 존재가치의 지수를 점검해 보자
눈물이 나도 포기하지 말고
웃음이 나도 자만하지 말자
죽는 날까지 노력을 즐겨야 한다는 말
삶의 이력서 끝자리에 꼭 붙여놓고 살자.
======================
+ 섣달그믐이 가기 전에 / 허영자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묵은 편지의 답장을 쓰고
빚진 이자까지 갚음을 해야 하리
아무리 돌아보아도 나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하였으니
이른 아침 마당을 쓸 듯이
아픈 싸리비 자욱을 남겨야 하리
주름이 잡히는 세월의 이마
그 늙은 슬픔 위에
간호사의 소복 같은 흰 눈은 내려라
섣달그믐이 가기 전에
친구에게
올 한 해도
친구가 제 곁에 있어
행복했습니다
잘 있지? 별일 없지?
평범하지만 진심 어린
안부를 물어오는 오래된 친구
그의 웃음과 눈물 속에
늘 함께 있음을 고마워합니다
사랑한다 말하지 않아도
사랑보다 깊은 신뢰로
침묵 속에 잘 익어
감칠맛 나는 향기
그의 우정은 기도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음악입니다
친구의 건강을 지켜 주십시오
친구의 가족들을 축복해 주십시오
---------------------------------------
+ 가는 해 오는 해 길목에서 / 경한규
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해마다 이맘 때면
아쉬움과 작은 안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립니다
봄? 같은 햇살에
땅끝이 다시 파릇파릇 되살아나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고 투덜거리다가도
가던 길 멈추고 별빛 끌어내리면
이내
없는 이들의 가슴에 스미어
참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12월의 플렛홈에 들어서면 유난히
숫자 관념에 예민해집니다
이별의 연인처럼 22 23 24......31
자꾸만 달력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한 해 한 해
냉큼 나이만 꿀꺽 삼키는 것이
못내 죄스러운 탓이겠지요
하루하루
감사의 마음과 한 줌의 겸손만 챙겼더라도
이보다는 훨씬
어깨가 가벼웠을 텐데 말입니다
오는 해에는
이웃에게 건강과 함박웃음 한 바가지만
선물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홀로 떠있는 섬과 같습니다
못난 섬
멀리 내치지 않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 이채
사랑보다 찬란한 보석이 없음을
정녕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를 미워한 날이 더 많았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믿음 보다 진실한 빛이 없음을
가슴으로 새기고 새겼어도
불신의 늪으로 높은 울타리만 쌓았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용서보다 아름다운 향기가 없음을
진실로 깨닫지 못하고
반목의 싸늘한 바람만 불어왔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비우고 낮추라는 말이
정녕 옳은 줄은 알지만
부질없는 욕심의 씨앗만 키워왔던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변명으로 포장한 고집과 아집으로
고요한 자성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끝내 용서하지 못하고
끝내 홀로인 고독의 외딴 방으로
어리석게도 스스로 자신을 가둬버린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나만 잘 살고
나만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불치의 이기심을 버리지 못한 채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뒤돌아서 당신을 비난했던
슬기롭지 못한 나를 용서하세요
지혜롭지 못한 나를 용서하세요
12월의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니
곧 하얀 눈이 펑펑 올 것 같습니다
그때, 내 마음의 천사도 함께 왔으면
오늘은 왠지 하얀 눈길을 걷고 싶습니다
-----------------------------------------
+ 중년의 가슴에 12월이 오면 / 이채
높다고 해서
반드시 명산이 아니듯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어른이 아니지요
가려서 볼 줄 알고
새겨서 들을 줄 아는
세월이 일깨워 준 연륜의 지혜로
판단이 그르지 않는 사람이라면
성숙이라 함은
높임이 아니라 낮춤이라는 것을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라는 것을
스스로 넓어지고 깊어질 줄 아는 사람이라면
새벽 강가
홀로 날으는 새처럼 고요하고
저녁 하늘
홍갈색 노을빛처럼 아름다운 중년이여!
한 해, 또 한 해를 보내는 12월이 오면
인생의 무상함을 서글퍼하기보다
깨닫고 또 깨닫는
삶의 교훈이 거름처럼 쌓여가니
내 나이 한 살 더하여도 행복하노라
______*56편
세모 / 정연복
송년 / 김규동
송년 / 김남조
송년 / 박인걸
------------------
송년 / 오보영
송년 / 장윤우
제야 / 오정방
송년가 / 이외수
--------------------
송년회 / 김경렬
송년회 / 목필균
송년회 / 임영준
송년기도 / 박인걸
-----------------------
송년산행 / 윤인구
송년 엽서 / 목필균
송년엽서 / 이해인
송년유감 / 임영준
------------------------
송년인사 / 오순화
송년의 강 / 백원기
송년의 밤 / 권오범
송년의 시 / 김사랑
-------------------------
송년의 시 / 윤보영
송년의 시 / 이명희
송년의 시 / 임영준
송년의 시 2 / 임영준
---------------------------
송년 편지 / 윤보영
연말결산 / 이외수
마지막 달력 / 진장춘
만삭의 12월 / 전병일
---------------------------
송년에 부쳐 / 임영준
송년의 기도 / 박인걸
송년의 기도 / 이해인
송년의 기도 / 정연복
---------------------------
송년의 노래 / 박금숙
송년의 노래 / 홍수희
송년의 마음 / 김성구
꿈꾸는 송년회 / 목필균
-------------------------------
섣달그믐 즈음 / 목필균
욕구불만 송년 / 권오범
한해를 보내며 / 정연화
12월 31일의 기도 / 양광모
--------------------------------
송년 끝자락에서 / 손병흥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한 해를 보내면서 / 조윤현
송년에 띄우는 안부 / 고은영
------------------------------------
세모의 창가에 서서 / 이해인
저무는 이 한 해에도 / 이해인
한 해의 끝자락에서 / 김용호
한 해의 종착역 12월 / 최한식
--------------------------------------
12월의 뒷모습을 보며 / 정상화
마지막 달력을 넘기며 / 김석림
밤하늘에 펼쳐본 한 해 / 김영래
삶의 이력서를 써보자 / 안윤주
---------------------------------------
섣달그믐이 가기 전에 / 허영자
가는 해 오는 해 길목에서 / 경한규
또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 이채
중년의 가슴에 12월이 오면 / 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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