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날 / 노천명
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
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
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송편 같은 반달이 싸리문 위에 돋고,
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한 저녁,
나귀 방울에 지껄이는 소리가 고개를 넘어 가까워지면,
이쁜이보다 삽살개가 먼저 마중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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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강민숙
남들은 조금씩 들뜬 얼굴로 시골이다
고향이다 길 떠나는데 나는 어린 피붙이 끌어안고
눈물로 잔을 채워 당신께 절 올립니다
어린것 한번 안아 보지 못하고
떠날 줄이야 내 미처 몰랐습니다
당신이 엎질러 놓는 물에 사금파리 조각들
내 그 자리에 차라리 몸 던지고 싶습니다
아니, 향불처럼 타오르다
당신 곁으로사위어 가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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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권선희
아고야, 무신 달이 저래 떴노
금마 맨키로 훤하이 쪼매 글네
야야, 지금은 어데 가가 산다 카드노
마눌 자슥 다 내뿔고 갔으이
고향 들바다 볼 낯빤디기나 있겠노 말이다
가가 말이다
본디 인간으로는 참말로 좋았다
막말로 소가지 빈 천사였다 아이가
그라믄 뭐 하겄노
그 노무 다방 가스나 하나 잘못 만나가 신세 조지 삐고
인자 돌아 올 길 마캐 일카삣다 아이가
우찌 사는지럴
대구빠리 눕힐 바닥은 있는지럴
내사 마 달이 저래 둥그스름 떠오르믄
희안하재, 금마가 아슴아슴 하데이
우짜든동 처묵고는 사이 읍는 기겠재?
글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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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김구연
낼모레는 추석
그네를 매달았지요.
마을 한복판 놀이터
동구나무 굵은 가지에.
아이들 오구구
매달렸지요 그네에
저 먼저 타겠다고
너도나도 매달렸지요
============
+ 추석 / 김민정
가을은 너무 짧고
아름다운 계절이다
추석 명절 맞아서
온 가족들 모여 앉자
오곡 풍성한 음식들
넘쳐나고 담소와 함께
어우러져 가족애 돈독하고
웃음소리 청명하여라
한 해 동안 힘들고 어려웠던
이야기들 쏟아놓고
즐거운 이야기들로 화기애애한
웃음소리에 힘들었던 마음들
모두 녹아내려 가을바람에 실려
하늘에 떠있는 뭉게구름 위로
둥실둥실 띄워 보내니 웃음소리도
빨갛게 주렁주렁 매달린
대추처럼 풍성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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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김연식
한동안 보고 싶지 않던 그달이
한가위 돼서야 궁금하여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어머님 세상 떠나신 후 돌아가신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마을 어귀에
한결같이 자식이 언제 오나 기다리던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그때야
아~ 외마디 외로움이 뼛속까지 전해졌습니다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도
방문을 열고 거실을 둘러보아도
병든 몸 벽에 의지하며 반겨주시던
어머님은 숨바꼭질하는가? 이곳저곳
찾아봐도 계시지를 않았습니다
고향 큰형님과 형수님만 왔는가
동생 내려오느라 고생했네
반겨 주십니다
새벽에 찬 이슬은 온마을 삼키고
먼 앞동산 꼭대기만 어슴푸레 남겨 놓았습니다
버릇처럼 일어나 마을 이곳저곳
어머니 그림자만 찾아다녔습니다
사무치게 어머님의 목소리가
그리웠습니다
아들 왔어 그러던 그 목소리
동이 트면 상을 차려 인사를 올리고
앞동산 어머님 아버님 계시는 곳
빗자루 하나 들고 이슬을 걷으며
술 한 병 안주 몇 가지 주섬주섬 챙겨 인사하러 갑니다
어머니 아버지
막냅니다 며느리 손주 손녀
손잡고 인사하러 왔어요
추운 이슬 맞으며 두 분이 계시는
앞마당에 자리 펴고 이렇게 조잘거립니다
살아생전 하지 않던 긴 이야기를
주절주절 혼잣말 술 올리며
산소 주위만 빙빙 돕니다
눈이 촉촉하게 젖고 가슴이 먹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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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민경대
참으로 추석은 나에게는
어려운 문법이다
조상이 자식이 예의가 사라진
세월의 등잔에 불은 꺼지고
외로운 바닷가에서
저녁노을을 보며
어느 모퉁이에서
합산을 해보는 추석은
참으로 묘한 방정식이디
풀고 싶지 읺는 방정식 문제를
시간이 가면 종이 치면 답안지를 비워두고
그냥 보름달이 삭아가듯이
하나의 추석이 송편 속에 곰팡이로 사라진다
-------------------
+ 추석 / 박인걸
어머니 안 계신 고향을
고향이라 하지마오.
어머니 향취도 사라진 집을
찾은들 무엇이리오.
맨발로 달려 나와
가슴으로 맞아주던
어머니 없는 뜰 안에
찬바람만 불 텐데
가슴 깊이 절어 든 추억이
아름다운 동화 같아도
어머니 그림자도 없으니
달이 떠도 그믐일 텐데
고향으로 가지 않겠소.
무덤으로 가려오.
어머니 좋아 하던
국화 한 송이 들고서.
===========
+ 추석 / 박태원
가을의
노른자인
설렘 고인 추석은
호수에 다섯 손가락 단풍잎처럼
둥둥 떠다닌다
아빠 따라간
이 십리 선산 오일장
추석빔 추억이 와삭 거린다
두 살 위를 치켜보고
사온 바지가
허리띠 밑에서
번데기 주름을 잡고
졸라 맨 운동화는
뒤꿈치가 밖을 삐금삐끔
내다보고 길을 익힌다
그때가 그리웁고
아빠 되어 맞는 추석
걷는 걸음에
바윗돌 어깨 지고가는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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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심경숙
여덟 남매 맏며느리
스물네 살부터 시작한 시집살이
몇 해인지 기억을 더듬는다
수많은 세월 흘러갔지만
송편 빚을 때마다 가슴 적시는
답답한 아린 기억
어느 추석날인가
심장 덜컹 내려앉은
청천벽력 같은 비보
어머니는 그날 그렇게 떠나셨다
눈물 삼키며 하루 종일토록
음식을 장만하고 밤이 되어서야
펑펑 쏟아지는 눈물 앞을 가려도
그 눈물 훔치고 닦으며
엄마 엄마 찾아 갔던 슬픈 날의 기억
무슨 말로 표현할까요
오늘도 종일 요리해 놓고
밤이 되면 어머니 좋아하셨던
빨간 포도주 한 병 들고
그 길을 달려가겠지
맏며느리 삶
인고의 세월 속에
이젠 반백의 머리카락
주름진 모습에 식혜를 만들고
갈비 재우고 제사 음식 준비하며
까르르 웃고 재잘거리는
손녀들의 귀여운 웃음소리에
고달픈 시름 잊어가며
갓 주어온 밤을 까서
감사함의 송편을 빚는다
그리움 가슴에 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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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 오정방
한가위 중추가절
제일가는 큰 명절에
고개를 길게 뽑아
고국하늘 향한채로
눈감고
그리는 그림
보고 싶은 모습들
십오야 둥근달이
휘영청 떠있는데
머리를 치켜들고
차분하게 바라보니
그리운
얼굴얼굴들
하나하나 보인다
-------------------
+ 추석 / 이대준
추석이 다가올 무렵이면 나는
성성한 고무신을 바위에 문질렀다.
멀쩡한 신발을 갈아댄다고
길 가던 어르신이 꾸중을 내려도
이마에 땀방울 여물 때까지 기어이
새 신발을 신고 나서는 명절날 아침은
상큼한 바람이 불어왔는데,
오늘 아침 새 양복이 부담스럽다
무엇이든 오래도록 곁에 둔 것들이
살가운 것을 보면
내게도 어느새 아버지처럼, 다 늦은
가을이 찾아왔는가 보다
문뜩 구멍 난 검정 고무신이
눈앞에 삼삼한 것은
내 얼굴과 내 손바닥과 내 발바닥이
그때 그것처럼 닳아 퍽이나
얇아진 때문일 것이다.
===========
+ 추석 / 이재무
쉰다섯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아부지의 나이. 엄니 돌아가신 뒤
두어 해 뒤꼍 그늘처럼 사시다가
인척과 이웃 청 못 이기는 척
새어머니 들이시더니
생활도 음식도 간이 안 맞아
채 한 해도 해로 못하고 물리신 뒤
흐릿한 눈에
그렁그렁 앞산 뒷산이나 담고 사시다가
예순을 한 해 앞두고 숟가락 놓으셨다.
그런 무능한 아비가 싫어
담 바깥으로만 싸돌았는데
아, 빈 독에 어둠 같았을 적막
오늘에야 왜 이리 사무치는가.
내 나이 쉰 다섯, 음복이 쓰디쓰다.
크게 병들었는데 환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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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추절 / 하영순
민족 대 이동이 시작 되었다
명절을 앞두고
만난다는 것
이건 분명 사랑이다
평시 소요 된 시간 보다
곱절로 보내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고향을 찾는다.
기다리는 마음도
찾아가는 마음도
사랑이다
그동안 회포를 바람에 날리며
효도하는 마음도
사랑하는 마음도
한 치 어긋남 없이 지구를 돌린다.
인류 대역사와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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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날 / 이원문
즐거운 아이들
어른도 즐거울까
겉으로는 즐거워도
웃음 밖 근심이다
어머니 시할머니
그리고 내 아이들
속 썩이는 큰 시누 하나
그 한 몫에 더 걱정이다
이 집 온지 십수 년
그 잘 보냈다는 시집이
이 모양 이 꼴인지
처음은 그렇게 남 부럽지 않았는데
갈수록 기울어 근심 걱정이 늘어 가니
이것이 속은 세월 팔자요 운명이 아닌가
아버님은 몇 해 전 그렇게 돌아갔고
이제 남은 것이 집터 말고 또 무엇이 있나
모이니 좋기는 한데
큰 시누 시집살이를 더 해야 한단 말인가
보냈으면 그만이지 왜 이 집에 또 왔나
그동안 그 시집살이가 모자라 더 시키나
쫓겨온 주제라 어머니 말 못 하는 것인지
그전 같으면 편 들며 두둔했을 텐데
그 버릇 못 버려 눈에 거슬린다
그래도 말 못하고 못 보고 못 들은 척
내 아이도 에미 편 큰 시누 싫어한다
철없는 막내 놈 고모 이제 고모네 집 가
그 소리에 가슴 뜨끔 하지도 않은지
흰머리의 어머니 그 그늘 그저 찾는다
이 추석 명절 작년 같으면 집안싸움이 났을 것을
그래도 올해는 다들 조용히 웃는 낯이다
오늘 지나 내일이면 다들 떠날 것인데
쓸쓸한 집 이 가을 큰 시누 그냥 눌러앉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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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달 / 김주완
엄지와 검지로 가를 꼭꼭 눌러
중년의 어머니는
둥글게 둥글게 송편을 빚었다
송편 한가운데
검지와 중지 끝을 꼬옥 눌러
가지런한 분화구를 만들었다
바람 피해 의탁할 수 있는
안온한 둥지,
어머니 이승 뜨시고
그 송편 보얗게
밤하늘에 떴다.
밤길 넘어질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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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달 / 손택수
스무 살 무렵 나 안마시술소에서 일할 때, 현관보이로 어서 옵쇼, 손님들 구두닦이로 밥 먹고 살 때
맹인 안마사들도 아가씨들도 다 비번을 내서 고향에 가고, 그날은 나와 새로 온 김양 누나만 가게를 지키고 있었는데
이런 날도 손님이 있겠어 누나 간판불 끄고 탕수육이나 시켜 먹자, 그렇게 재차 졸라대고만 있었는데
그 말이 무슨 화근이 되었던가 그날따라 웬 손님이 그렇게나 많았던지, 상한 구두코에 광을 내는 동안 퉤, 퉤 신세한탄을 하며 구두를 닦는 동안
누나는 술 취한 사내들을 혼자서 다 받아내었습니다 전표에 찍힌 스물 셋 어디로도 귀향하지 못한 철새들을 하룻밤에 혼자서 다 받아주었습니다
날이 샛을 무렵엔 비틀비틀 분화장 범벅이 된 얼굴로 내 어깨에 기대어 흐느껴 울던 추석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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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밑 / 윤의섭
가을바람이 슬쩍슬쩍
배나무밭으로 기어든다
누렇게 익은 배가
나무에서 흔들흔들 흔들거린다
윤기 흐르는 촉촉한 잎이 두툼하고
껍질 두툼 나무줄기 향기를 뿜는다
얼마나 달까
숙성도를 재는 손길
과수원주인이 두근거린다
태평한 올해 추석
오곡백과 진설하여
조상숭배 후손번영 기원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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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부賦 / 서지월
슬슬 마당을 쓸다 보면
어느 새 달이 차고
먼 산 다랫골에서 소슬바람 듣는 소리―
추석이 대문간에
아버지처럼 서 있었다.
하얀 도포자락에
어린 나를 곁에 두고
차례를 지내시던 아버지
향불 피워 먼저
지방 붙이고
이어 잔을 쳐 절하면
할아버지 할머니
평안하시 온지요,
보이지 않는 적막 공간에
숨결이 돈다.
아무것도 몰랐던
코흘리개 시절에
밤 놓고 대추 놓고
송편도 놓고
사이좋게 온 식구 모두 모여
살아가는 것이 다 조상 덕이라
이보다 아름답고 빛나는 일이
어디 있으랴,
길이길이 기릴 일이다.
자식 효도하는 마음 길러주고
콩 하나에도 열 사람 나눠먹는
우애 기르고
마당을 쓸고
떡시루 항아리에 불 지피면
내일 있을 추석에
누님은 물동이 이고
물 길러 오고
어머니는 화전(花煎)을 굽고 계셨다.
어제같이 살아서 정정하시던 아버지
많이 많이 드시옵소서,
정성스레 차례준비 하면
샛노란 국화 향기가
온 뜰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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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빔 / 김명희
어머니 장에 가신날
왜 그리 하루해는 긴지
동구 밖 나무아래
기우는 하루해와 함께
애타는 맘도 붉게 물든다
그 맘도 모른 체
가을빛은 뽐내며
코스모스 바람에 한들
잠자리 머리위에 맴돌고
애달픈 맘 코스모스 꽃잎
하나 둘 떨어뜨릴제
시야에 들어온
흐릿한 어머니 얼굴
반가움
어머니가 반가운가
추석빔으로 받을
운동화가 반가운가
가을빛에 눈이 반짝인다
그날 밤 머리맡에
빨강 운동화는
한동안 바깥 구경 못하고
추석날 아침 세상 구경
발걸음이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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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엔 / 조용순
갈바람 살랑이며 가슴으로 불어와
황금물결 일렁이는 곳으로 불러가면
그곳엔 잊지 못할 유년의 그림들이
물결치며 오라 하네
그리움 목에 차서 불러보는 이름들이
동구 밖으로 마중 나오고
고향 지기들과 혈육의 정이
갈꽃 한 다발 목에 걸어주면
한가위 달빛은 함박웃음으로 포용해 주었지
흐르고 또 흐른 많은 세월이
변하고 또 변하게 한 얘기들도 많지만
내 안에 고운 정으로 남아 있는
추석의 그림은 바래지 않고
오늘도 아름답게 남아 있어
그리운 이들과 맑은 달빛 아래
손에 손잡고 둥근 정이 돌고 돌며
풍요로운 춤을 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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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 김명시
휘영청 둥근 보름달
한가위라니 더 밝고 꽉 들어찼구나
다정다감도 너와 같아서
오랫동안 그리던 님들을 만나거들랑
달처럼 밝은 웃음들을 엮어 이어
한바탕 수월래 놀이로
동심원도 둘레둘레 그려나 보고
화목한 합심원도 펼쳐보면서
돌아오는 마음에는
애정어린 즐거운 추억들이
봇짐 가득히 실려
소박한 가슴마다 하나둘씩
아기 보름달이 주렁주렁 열리울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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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 장진순
긴-장대로
빨갛게 익은 대추를 터는 아빠
아이들은 대추를 주 으며 신이 난다.
멍석에 펴 놓은 햇벼를 거두어
절구에 빻아 송편을 빗 는 엄마는
마음도 분주하다
임무 마친 태양,
서둘러 산을 넘고
신부 같은 달이 떠올라
추억의 시내를 건너는 우리에게
등불이 되어준다
선물꾸러미 한 아름 받아놓고
손자들에게
삶은 밤을 나눠주며
보름달처럼 밝아지는
주름진 할머니 얼굴
달은 중천에서 만상을 살피고
토방아래 귀뚜라미
소나타를 켜는데
도란거리던 건너 방에선
아무런 기척이 없다
모두가 꿈나라 여행중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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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명절 / 김영길
어릴 적 추석 명절엔 새 옷
새 신발 하얀 쌀밥 소고기국
포식하는 날로 손꼽아 기다리던
생각이 난다.
며칠 동안 쉬어야 하니 토끼풀도
몇 배로 소 풀 밥도 몇 배로
준비해야 맘 푹 놓고 쉴 수가 있었다.
저녁에 추석 보름달을 쳐다보며
저 달엔 누가 살고 있을까?
공상을 하며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콧노래 부르며 별을 보며 너는 달보다
높이 있어 달의 생활을 알 수 있겠지
혼자 흥얼거리며 저 달이 지고
해가 떠오르면 벼논에 참새 떼
쫓으러 가야하니 놀고 싶은 생각에
이 밤이 좀 길게 계속되길 바랐다.
===============
+ 한가위 달 / 임영준
눈에 담아온 고향이
가지를 뻗었다
가슴에 새겨둔 인연이
둥지를 틀었다
간절한 달빛이
시나브로 스며들어 온다
또 한 번의
아스라하기만 한 한가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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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골 이발소 / 이범노
팔십 년 묵은 감나무 아래
통나무 의자를 놓고
머리를 깎습니다.
이빨 빠진 기계가 지나간 뒤
더벅머리 깎이는 아이들의 머리는
뒷산에 떨어지는 알밤처럼
여물었습니다.
껄밤송이 같은 아이들이
주머니엔 알밤이 가득
땡감을 깨물면서 머리 깎으러
모여옵니다.
달은 매일 밤 통통 여물어 가고
내일은 추석.
감은 햇볕에 데어 붉었습니다.
밤은 기쁨에 겨워
가슴을 헤치고 여물었습니다.
노란 감나무잎 날리는 바람은
시원해 좋은데,
들지 않는 기계를 놀리느라고
아저씨 이마는 땀방울이
송알송알 열립니다.
깎은 아이 웃고,
깎는 아이 눈물 짜고,
내일은 추석.
오랜만에 부산한 산골 이발소엔
여무는 가을 하늘이
한아름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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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편 빚던 날 / 이은경
풀벌레 울음 한가닥
건져 올리지 못하는
고층 아파트 유리창 너머
달은 둥실 떠올라
생각에 잠겨있다
한낮의 아비규환
풀이 꺾이고
목을 뽑은 희멀건 어둠
방안을 기웃거릴 때
햅쌀로 송편을 빚으면
흘러간 유년의 강줄기
물구나무로 서서
달려온다
고향집 대청마루
흰 떡가루 뽀얗게 묻은
어머니의 손
지금은 저 달 속에서
송편을 빚고 계신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아이의 귓불같은
떡살이 손끝에서
풀벌레 울음소리
그리움을 몰고 온다
열 개 서른 개 백 개.....
쫑긋 귀를 세운
추억의 송편
나란히 줄지어 서서
엉엉 소리내어 울지 않는
아이가 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
+ 시린 추석날 / 최갑연
갈빛 밤나무에
가족 사랑이 걸리고
부는 바람 사이로
송편 향을 풀어낸다
가을을 그루에 담아
이웃과 가족에게
나누던 사랑의 향이
우리 뜰에 젖어든다
감나무 잎의
정겨운 추억처럼
당신과의 추억도 많은데
내 가슴은 시려만 간다
================
+ 이번 추석엔 / 배태성
조그마한
이 땅 밤하늘엔
달님도 별님도
은하수마저도 둘로 나뉘는가?
떠나온 그리움을
다 전하지 못하고
두 손 꼭 잡지도 못하고
이번 추석에도
지나는 유성처럼
그렇게 긴 여운만 남기고
또 그렇게 눈물 흘리며
만나지 못하고 있음을
목메이게 통곡할 것인가?
언제인가 우리도
달님, 별님 총총히 모여
큰 무리 이루어 어우러지면
멀리서도 더 환한
큰 은하수 볼 수가 있건만
언제쯤 그 희망 이룰 수 있을까?
-------------------------
+ 중년의 명절 / 이채
말이 없다 해서 할 말이 없겠는가
마음이 복잡하니 생각이 많을 수밖에
고향 산마루에 걸터앉아
쓸쓸한 바람 소리 듣노라니
험난한 세상, 힘겨운 삶일지라도
그저 정직하게 욕심 없이 살라고 합니다
어진 목소리, 메아리 같은 그 말씀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아왔기에
떳떳할 수 있고 후회 또한 없다지만
이렇게 명절이 다가오면
기쁨보다는 찹찹한 심정 어쩔 수 없습니다
부모·형제 귀한 줄 뉘 모르겠는가마는
자식 노릇, 부모 노릇
나이가 들수록
어른 노릇, 사람 노릇
참으로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세상은 뜻과 같지 아니하고
삶이란 마음 같지 아니하니
강물 같은 세월에 묻혀버린
내 젊은 날의 별빛 같은 꿈이여!
올해도 빈손으로 맞이하는 명절
그래도 고향 생각 설레어 잠 못 들까 합니다
-------------------------------
+ 추석날 아침 1 / 민경대
1
어느 누구도 아무도 만나지 않는 아침
조용하게 생각하며 명상에 잠기며
보름날 한가위 달이 조금 높게 뜨건 말건
하루가 가고 나는 홀로 생각에 젖어
외로운 시간을 본며 송편 한 조각에 싸인
사연만큼 나이가 들어 이제 퇴직을 하고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아주 외롭게 말을 하지도 않고
말을 듣지도 않고 그냥 외로운 시간을 보내며
고요한 시간 누구의 말도 필요 없이 나는 홀로 강릉 가듯이
하루를 보내며 깊은 생각은 아무것도 없고
그냥 무엇을 무슨 일을 할것 인가 고민도 없이 하루는 간다
2
한가위 누구도 만나지 않고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송편 조각에 싸인 고독의 잔에서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지만
늘 한쪽 귀에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지만 그런 시시한 소리에는
귀를 붙잡고 그냥 둥그런 원을 그리는 바보짓을 하고 마는
올라갈 언덕도 산도 모두 없는 한가로운 시간
지나간 시간을 돌아본다 얼마나 무상하고 보잘것없는 짓인가
인간이 하는 일이란 돈벌레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일을 반복하며
최후를 맞이한다니 얼마나 가엽고 불쌍한 존재인가
3
그리움의 잔에는 마실 술도 먹을 과일도 없고 오직 술안주감의 언어만
둥그런 테일블에서 쓸모없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기다리나
초라한 한가위에는 그 발자욱 마저 숨어버리고
가을 기러기 떼들이 시간의 발자국을 따라 무슨 그림을 그린다
----------------------------
+ 추석 보름달 / 손병흥
더도 덜도 말고 환하게 빛나는
두둥실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풍요롭고 꽉 찬 푸근한 달빛으로
포근하게 설레는 마음 감싸듯이
모두들 행복스런 삶 기원해 보는
알알이 소중한 명절 추석에 얽힌
중추가절 미풍양속 너무나 많아
언제나 참 의미 되새겨보는 마음
조상의 깊은 얼 높이 휘영청 떠올라
더욱 밝게 이 세상 비추이는 가을날
풍성하고 훈훈한 인심 온 누리에 가득한
웃음꽃 흥이 절로 나는 일상 추석연휴.
================
+ 풍성한 추석 / 이상황
민족 대명절
사랑 가득 어우러지니
가족 오손도손 모여 앉아
말 꽃 주절주절
시냇물 흐르는 소리
그릇 모양 한가득
보름달 올라 찬
즐거움은 행복이요
풍성한 추석
한가위 차오른
보름달 방긋방긋
전하니
행복 건강
행운까지 순간 반 차
뛰어넘는
즐거운 추석 연휴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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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열광 / 류시경
내 속이 어두운 건 내 바라는 당신이 너무 높은 곳에
너무 멀리 계시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울적해져서
돌아서 걷는데, 싸늘한 내 등 따스하게 덮어 주는 이,
밟고 가야 할 앞길 깜깜한 곳 밝혀주는 이
당신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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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풍경 / 고은영
플라타너스 나무는 살아 있는 내내
몇천 번의 수피를 벗을까
나이만큼 벗어내는 걸까
높아진 담청색 하늘에 구름 들은
흩어졌다 다시 모인다
만월의 밤이면 소곤거림에
점점 무르익어 비워내야 할 것이
무엇임을 아는 자연의 소리
고통을 지나온 걸음은
비로소 행복에 근접하는 것이다
거기 말할 수 없는 진실로 엎딘 풍경도
마지막 고단한 열매를 달고 고열로 헉헉거리다
한가위 보름달에 그리움을 풀어내며
지극히 평화롭고 고요한 종을 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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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 밝은 한가위 / 김덕성
밝은 보름달 한가위
집안이 두루 평안하시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가족과 함께
은혜 감사드리며
보름달처럼 동그란 사랑으로
넉넉하고 풍요로운
웃음과 행복이 가득한
한가위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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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향의 한가위 / 도지현
두둥실 떠오른 달 속에
그리운 내 고향이 비치니
들판은 황금 물결치고
만산은 홍엽 되어 붉게 물들었다
고향 떠난 지 수십 년
이제나 저 제나 하는 세월 속에
반백 년 세월이 훌쩍 지나
흰머리 성성한 노인이 되어간다
수구초심 간절한 염원
고향으로 마음은 가 있건만
산 뚫고 다리 놓아
지척인 거리에도 못 가는 처지
고이 모셔둔 조상님 거처
오라비들이 벌초야 하시겠지만
출가외인 되고 보니
마음만 이리 아리고 쓰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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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절, 일장춘몽 / 배재경
오랜만에 가족이 모였다.
서울과 일산 구미 부산에서 모인 형제들의 웃음이 아지랑이마냥 피어오른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랭이논같은 주름을 활짝 열고 차 예상보다 자식들에게
먹일 음식과 사 보낼 물건 마련에 1주일 전부터 부지런히 시골장 순회했다.
그렇게 명절은 찾아들고
그렇게 집나간 자식들도 찾아들고
그렇게 가족들은 둥근상을 마주하고 파안대소를 하는데
명절아침, 서울아들 밥 먹자 주섬주섬 일어서고
일산, 구미, 부산 아이들도 차 막힐까 오후 들자 죄 떠 나가고
길나서는 자식들 품에 그동안 준비한 시골 먹거리들을 떠안기고는
휑한 골목길 오래도록 말없이 서 있는 두 노인네
일장춘몽의 명절은 그렇게 지나가는구나
우리명절 매일매일 왔으면 좋겠는데
바람처럼 빠져나간 빈집으로 우두커니 들어선다
에구, 고생 안 하고 잘 가야 할 텐데
그날 밤 노 부부 잠도 못 들고
한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흰 밤을 새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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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달밤에 / 강대실
어머니!
앞산 마루 두둥실 달밤
땀에 저린 일상 뒤안에 내려놓고
맨드라미 고운 잎
송당송당 썰어 넣어
둥근 달로 지진 전
한사코 입에 넣어 주셨지요
곱기도 하다며 보라 시던 보름달
이 밤엔 어머니 얼굴로 솟아
솟구치는 그리움에
호올로 바라봅니다
어머니!
자식 앞에 보이지 않으려 했던
뺨 위 두 줄기 눈물
달빛에 너무도 선연했습니다
그 의미 지금도 알 수 없어나
이 자식 가슴속에
살아서는 지울 수 없는
아픔으로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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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둥근달 / 김선옥
사립문 기대선
윗마을 순이
불룩 나온 아랫배가
만삭 된 너 닮았다며
싱글벙글
달덩이만 같아라
오늘내일 기다리는 영팔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만 끄덕끄덕
덩실덩실 춤추고
툇마루에 걸터앉은 영감님
그 모습 바라보다
너 닮은 복덩이라고
너털웃음 껄껄
==================
+ 한가위 보름달 / 나상국
초가지붕 위 만삭의 둥근 박 넝쿨에
보름달 걸리면
집 떠나
저 멀리 낯선 곳에서
배고픈 타향살이
서러움 딛고서
자수성가했다던
울 아제
손에 손에 보따리 보따리
들고 오더니
어느 해부터인가
염색한 기름기 잘잘 흐르는
검은 머릿결 닮은
검은 세단에 가득가득 싣고서
오면은
이집저집 모두 다
보름달 가득 싣고 온
귀향행렬들
떠날 땐 웃음소리 한가득 채워
떠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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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보름달 / 서정원
까아만 보료 위에
조그만 별들 잠재우고
구름치마 살며시 벗으며
잠자리에 들어간다
보일락 말락
신비스러움이 있을 때
아름다운데
한가위 보름달
발가벗으면 벗을수록
계수나무 그늘 아래서
옥토끼 같은 아들 딸 사랑하는
고운 마음씨까지 보이니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이토록 고고한 모습으로
휘영청 소나무에 걸터앉아
아름다운 몸매 자랑하니
꽃같이 아름답던
탐스런 여인의 엉덩이
구름에 달 가듯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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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보름달 / 신희상
늦거나
더딘 법이 없는 달
차별 없는 얼굴로
세상을 밝혀주는구나
간절한 기도는
소외된 자, 가난한 자의 몫
소원을 들어주려
밝은 빛으로 응답하는구나
한가위 오늘 밤
부모의 얼굴 같은 보름달
대지에 원하는 것이 없고
모든 이들에게
한바탕 채워 웃어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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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보름달 / 양재건
보름달 뜨면
둥그스레 한 누이 얼굴 겹쳐오고
이따금 보름달 아래
공 굴리며 뛰놀던 골목길들 생각나건만
제대로 밤하늘 한번 올려다보며 살지 못해
보름달은커녕 밤하늘은 마냥 낯설다
보름달같이 둥글 거라 둥글 거라던
어른들 이미 곁에 없지만
이런저런 생각으로 밤길 거닐다
보름달 닮은 야구공 하나 주워
집에서 키우는 개 둘에게 던져주었더니
공같이 둥근 세상 정말 살맛 나는지
내 몫같이 지치지도 않고 잘도 논다
되돌아본 이내 삶은 모난 돌 상처투성이
그래 이제라도 둥근 공같이
둥글둥글 살아볼거나
모처럼 올려다본 밤하늘
공같이 둥근 정겹기도 한 한가위 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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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보름달 / 이상훈
티 없이 맑고 고운 너의 얼굴
어찌도 아름다운지 가슴이 뿌듯하다
우리도 네 고운 모습에 사랑꽃 피우리
오곡이 무르익고 햇과일 풍성 할 때
멀리멀리 비추시네 우런님 얼굴까지
뛰면 가임을 만날까 이 밝고 기쁜 날
높게 높게 솟고 있네 머언 먼 꿈처럼
나도 함께 잡아보리 그날 그 기쁜 행복을
달빛에 화안히 핀 임 고이 품고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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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보름달 / 정연복
모난 데가 없이
쟁반같이 동그란 것이
밤하늘에 두둥실 떠서
온 누리를 환히 밝힌다.
천사같이 순한 마음
살며시 내비치는
커다란 얼굴 가득
함박웃음 짓고서
온 세상 사람들에게
다정히 속삭인다.
온유한 빛이
어둠을 이길 수 있다고
다들 동글동글 살아야
사랑과 평화의 세상이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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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보름달 / 정연복
해마다
음력 팔월 보름날이면
두둥실
달이 뜬다
온 세상 어둠 밝히는
환한 보름달 뜬다.
살아가는 일이 힘들어도
쉬이 울지 말라고
속상하고 걱정되는 일 많아도
마음 편안하게 먹으라고
넉넉한 모양의
동그란 보름달 떠오른다.
깊어 가는 가을
구슬픈 풀벌레 소리도
그 푸근한 달빛에 젖어들면
더는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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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보름달 / 홍대복
한가위 하늘가에
휘영청 둥근달 떠오르니
먼 산엔
부엉이 구슬피 울음 울고
어느덧
새벽닭소리에 달님도 기우누나
구름이 머물다 간
고향 집 앞산에도
둥근 보름달 살찌워 떠오르면
알뜰한 살림살이
정겨운 이웃 간엔
하얀 웃음꽃 박꽃처럼 피어나리
찬 서리
내려앉은 외로운 나그넷길
밤하늘
하얀 달빛 월색(月色)에 젖어
깊은 시름 잠길 때
향수에 젖은 서글픈 마음
그리워 그리워서 눈물만 흐른다네.
=====================
+ 나 어릴 땐 추석이 / 이수인
나 어릴 땐 추석이
둥근 보름달로 알았지
쟁반같이 둥근달 동구 밖에 떠오르면
동네 꼬마 모두 모여 때때옷 곱게 입고
서로서로 손잡고 달마중 강강수월래 불렀지
나 어릴 땐 추석이
무지개 시루떡인 줄 알았지
빨 주 노 초 파 남 보 일곱 색깔
고운 꿈이 정지에서 솔솔 익어 나왔거든
나 어릴 땐 추석이
송편 이름인 줄 알았지
온 가족이 모이면 쟁반 가득 웃고 있는 송편
아빠 송편 너털웃음
엄마 송편 함박웃음
동생 송편 조물조물
아기 송편 옹알옹알
내 송편은 초승달
할머니는 배부르다 웃고만 계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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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이 오는 날은 / 정세일
추석이 오면 올해도 어김없이
논 한쪽에 정성스럽게 심어놓은
찹쌀과 멥쌀이 탐스럽게 고개를 숙이고
나는 발이 빠지는 데도 벼이삭을 베어서 지게에 지고 오면
아버지는 탈곡기에 넣어서 찹쌀과 멥쌀을 훑어놓습니다.
추석날이 오기 전에는 언제나
온 동네를 울리며 텅텅 소리를 내는
벼를 찧는 방아 실은 내가 훑어놓은 벼를 곱게
찧어놓으면 어머니는 멥쌀은 팥과 호박을 넣어서
시루떡을 만들고 찹쌀은 된밥으로 찌어서
절구에 찧은 다음
아랫목에 말려서 칼로 썰어서 끊은 기름에
넣으면 할머니에게 배운 솜씨가 살아있는 맛있는
강정을 만듭니다.
올해는 산너머 시집간 누나에게 보내줄
강정을 더욱 많이 만들고
이가 물러진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조청을
고구마를 졸여서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듯 추석이 되면 오랜만에 맛있는 떡을 먹을 수 있고
조청도 먹을 수 있으며 들기름에 잘 튀겨진
강정을 먹을 수 있어서 나는 언제나 추석이
오면 마음이 들뜨게 됩니다
올해는 달처럼 동그란 누나가
환한 웃음으로 큰 산너머 시집간 곳에서
나에게 줄 선물 속에 내가 언제나 가지고 싶어 하던
운동화가 있을 것 같아 누나가 오는 달이 밝은
그 추석날이 손꼽아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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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즈음의 회상 / 허광빈
행복한 추억의 앨범이 주마등처럼
새록새록 그리움으로 이는 晩秋
젊음의 뒤안길에 두 뺨 어루만지던 햇살
그리도 그리워할 만한 여인하나
마음속에 묻어두고
언제나 그리움으로
멀어지는 세상 저 편
걸음으로도 잴 수 없는 시새움의 방언
가마솥 무시래깃국 끓듯 부산한
터미널 어딘가에 만감이 교차하고
곱게 늙은 여인 차창에 기대어 울고
딜레탕트 감성으로 채워진 정거장마다
들추어 보기도 겁나는
침묵을 동여맨 바람소리로
그대 그리워 잊지 못할 때
그대의 볼 붉히며
가슴 깊이 타오르는 열병을
숨어버린 저녁노을에 풀고
단풍잎 쓸쓸히 뒹구는 길목에
한 송이 들꽃이 마지막 눈치레하는
중추가절 고향 가는 나들목
여행길 가벼이 떠나며 벗어놓은 몸살로
서늘한 꽃잎을 따라 촉촉이 젖은
비릿한 동쪽 항구 어디쯤을 지나
맑디맑은 바람의 언어를 찾아 떠나리
곱디고운 꽃들의 눈빛에 반하여 떠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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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를 맞으며 / 신성호
초가을의 어두움이 짙어가니
산천도 숨죽이고 잠잠히 있는 터에
종횡하며 날던 예쁜 빨간 고추잠자리도
가냘픈 풀잎에 앉아 가을밤을 추억하고
중천에 떠있는 못다 핀 둥근달은
한가위의 보름달을 정성 들여 준비하는 듯
희미한 곳 잘 닦아내고 어두운 곳 밝게 하니
그 빛에 산천초목은 화폭 중에 화폭이요
그림 중에 명화로다
얄미운 태풍우사도 한가위를 시샘하듯
이곳저곳 할켜놓고 흔적 없이 가버리고
그 모든 것 이겨내니 어딜 가나 풍년이라
들에 가면 오곡이요 산에 가면 백과가 풍성하니
이렇게 좋은 계절에 어김없이 찾아온 한가위는
우리에겐 큰 기쁨이요 대자연의 축복이라
한 세상 살아감이 이쯤이면 족할진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욕심 다 버려두고
즐겁고 기쁜 명절 두고두고 지켜가리
====================
+ 알밤 익어 가는 추석에 / 김상화
알밤 삼 형제 등을 맞대고
귀속 말로 영글었다 하며
파란 가을 하늘 문을 열고
다람쥐 발등으로 떨어진다.
산과 들에 오곡이 익어가는
황금빛 들녘을 바라보시는
그을린 아버님의 얼굴에
행복한 땀방울 흘러내리고
각처 흩어져 살던 가족들
부모님 집에 모두 모여서
풍성한 추석을 감사드리며
박꽃 같은 웃음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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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위 보름달이 뜨면 / 장지원
한가위 달이 뜨면
나는 어리광을 부리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큰 달을 가슴에 품고프다
어두우면 등잔불을 밝혀 주시고
비 오면 종이우산 받쳐 주시던 분
한 참이 지나서야 철을 조금씩 여미다 보니
마음을 밝게 하고
순리를 따르라는
둥근달 뒤에 숨어 있는 그분의 음성을 듣고프다
올 추석에도
눈시울에 달 오르면
그 달 지긋이 끓어 안아
살같이 흐르는 세월의 강물 위에서
때로는 흔들리며, 살고프다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진솔한 기도를 하고프다
-------------------------------------
+ 동구 밖에 서성이던 추석 / 나상국
뜨거운 여름날에 발길질하면서
다가온 가을바람
목 뻣뻣하게 세웠던 나락들
무거워진 머리 누렇게 고개 숙이면
기다림도 달빛으로 차오르고
울면서 등 떠밀려
멀리 도시의 여공으로 떠났던
형 누나들
눈칫밥에 밤잠 설쳐 가면서
이 악물고 손발이 부르트도록
고향의 부모 형제
그리워하며
눈물 가득 머금고
한 푼 두 푼 애지중지 모아 두었던
저금통 헐어내
손에 선물 보따리 바리바리 싸들고
귀향하는 추석 연휴 때면
누구 하나 찾아올 사람 없는 난
뒷동산 이름 모를 산소에 올라앉아
동구 밖 삼거리를 서성이며
누구 누구네 집
아이들 선물 보따리
부러움 보다는
찾아올 사람 없는
내 서글픔을 가늠하곤 했다
-----------------------------------
+ 한가위 보름달이 웃는다 / 오경
하늘 가던 보름달이
이 집 저 집 기웃거리다
아차, 헛발 디뎌
우물 속에 빠져버렸네
두레박에 출렁출렁
조심조심 건져 올려
감나무에 걸어 노니
방실방실 웃는구나
기쁜 마음, 환한 마음
덩~ 덕꿍, 좋을시고
온 동네 아이들이
골목골목 왁자지껄...
조건 없는 은빛 날개
가슴팍에 파고들어
허리춤을 감고 도니
온 동네가 하, 하~ 호, 호~
한가위 보름달아
모나지 않은 둥근달아
우리 같이 혜량(惠諒)하여
둥글둥글 행복세상 기쁨으로 맞자꾸나
_______*56
장날 / 노천명
추석 / 강민숙
추석 / 권선희
추석 / 김구연
----------------
추석 / 김민정
추석 / 김연식
추석 / 민경대
추석 / 박인걸
----------------
추석 / 박태원
추석 / 심경숙
추석 / 오정방
추석 / 이대준
----------------
추석 / 이재무
중추절 / 하영순
추석날 / 이원문
추석달 / 김주완
-------------------
추석달 / 손택수
추석 밑 / 윤의섭
추석부 / 서지월
추석빔 / 김명희
-------------------
추석엔 / 조용순
한가위 / 김명시
한가위 / 장진순
추석 명절 / 김영길
----------------------
한가위 달 / 임영준
산골 이발소 / 이범노
송편 빚던 날 / 이은경
시린 추석날 / 최갑연
-------------------------
이번 추석엔 / 배태성
중년의 명절 / 이채
추석날 아침 1 / 민경대
추석 보름달 / 손병흥
--------------------------
풍성한 추석 / 이상황
한가위 열광 / 류시경
한가위 풍경 / 고은영
달 밝은 한가위 / 김덕성
----------------------------
망향의 한가위 / 도지현
명절, 일장춘몽 / 배재경
한가위 달밤에 / 강대실
한가위 둥근달 / 김선옥
-----------------------------
한가위 보름달 / 나상국
한가위 보름달 / 서정원
한가위 보름달 / 신희상
한가위 보름달 / 양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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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보름달 / 이상훈
한가위 보름달 / 정연복
한가위 보름달 / 정연복
한가위 보름달 / 홍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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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땐 추석이 / 이수인
추석이 오는 날은 / 정세일
추석 즈음의 회상 / 허광빈
한가위를 맞으며 / 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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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밤 익어 가는 추석에 / 김상화
한가위 보름달이 뜨면 / 장지원
동구 밖에 서성이던 추석 / 나상국
한가위 보름달이 웃는다 / 오경수
_____________
추석에 관한 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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