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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외국시

릴케

# 릴케 시 모음

고독한 사람 ㅣ사랑은 어떻게
당신 말씀의 파수꾼으로 ㅣ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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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ㅣ 석상의 노래
존재의 이유 ㅣ 가을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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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장미 ㅣ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돼라
삶의 평범한 가치 ㅣ봄을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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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사람

낯선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나는 영원히 귀향길에 있습니다
그들 식단을 보면 종족된 날들로 가득하지만
내게는 아득한 곳의 모습만 있습니다.

내 얼굴 속에 세상이 스며듭니다.
달처럼 어쩌면 사람이 살지 않는 세상,
그러나 세상은 어떤 감정도 남겨두지 않습니다.

멀리서 내가 가져온 것들은
희귀하게 보이면, 제몸에 매달려 있죠:
그들의 넓은 고향에서 그들은 짐승이자만,
여기서 그들은 부끄러움을 타며 숨을 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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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떻게

그리고 사랑은 어떻게 그대를 찾아왔던가?
빛나는 태양처럼 찾아 왔던가, 아니면
우수수 지는 꽃잎처럼 찾아 왔던가?
아니면 하나의 기도처럼 찾아 왓던가? --- 말해다오
반짝이며 행복이 하늘에서 풀려 나와
날개를 접고 마냥 흔들리며
꽃처럼 피어나는 내 영혼에 커다랗게 걸려 있었더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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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말씀의 파수꾼으로

나를 당신 말씀의 파수꾼으로 삼아 주소서.
둘에 귀기울일 줄 아는 자가 되게 해 주소서.
나에게, 바다의 고독을 볼 수 있는 두 눈을 주소서.
양 기슭의 맞부딪치는 소음 속에서
멀리 밤의 음향 속으로
나를 당신의 텅빈 나라로 보내 주소서.
그곳을 지나 끝없는 바람이 불어
큰 수도원의 승복처럼
아직 살아 보지도 못한 삶의 주위에 서 있는 그곳에
어떤 유혹에 의해서도 다시는
그들의 목소리와 모습에서 벗어나는 일 없이
거기서 나는 순례자 쪽에 서렵니다.
눈먼 늙은이의 뒤를 따라
모르는 사람뿐인 길을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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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고독은 비처럼
바다로부터 저녁을 향해 올라온다
멀리 외딴 벌판으로부터 고독은
언제나 외로운 하늘로 올라가서는
처음 그 하늘에서 도시 위로 떨어져 내린다

모은 골목길마다 아침을 향해 뒤척일때,
아무것도 찾지 못한 육신들은 
실망과 슬픔에 젖어 서로를 떠나 갈 때,
그리고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한 잠자리에 들어야하는
그 뒤엉킨 시간에 비 되어 내리는

고독은 냇물과 더불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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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우리 이제 서로 작별을 나누자, 두 개의 별처럼,
저 엄청난 밤의 크기로 따로 떨어진,
그거야 하나의 가까움이려니, 아득함을 가늠하여
가장 먼 것에서 스스로를 알아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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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상의 노래

소중한 목숨을 버릴만큼
나는 사랑해 줄 사람은 누구일까
나를 위하여 누군가 한 사람 바다에 익사한다면
생명체로, 생명체로 되살아나는 것이다

이렇게도 나는 끓어오르는 피를 그리워한다
그러나 둘은 너무 조용하기만 하다
나는 생명을 꿈꾼다. 생명은 참으로 좋은 것이다
나를 잠 깨울 수 있는 만큼
용기를 가진자는 아무도 없는가

그러나 언젠가 내가, 가장 귀중한 것을 내게 주는
생명을 갖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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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이유

아! 우리는 세월을 헤아려 여기저기에
단락을 만들고, 중지하고, 또 시작하고
그리고 두 사이에서 어물 거리고 있소.

그러나 우리가 마주치는 것은 어쩌면
모두가 친한 관계에 있고, 태어나고, 자라고
자기 자신으로 교육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는 결국 그저 존재하면 되는 겁니다.
다만, 단순하게 그리고 절실하게 말이요.

맘치도 대지가 사계절의 돌아감에 동의하면서
밝아졌다, 어두워 졌다 하며 공간 속에 푹 파묻혀서
하늘의 별들이 편안하게 위치하는
그  숱한 인력의 그물 속에 쉬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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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의 종말

언제부터인가 눈앞에
만물의 변화가 보인다.
무엇인가 우뚝 서서 몸짓을  하며
죽이고 또 아픔을 준다.

시시로 또 아픔을 달리하는
모든 정원들.
샛노란 잎새들이 차차 짙은 게
조락에로 물든다.
내가 걸어온 아득한 길

이제 빈 뜨락에서
가로수길을 바라보면
먼 바다에까지 이어 닫는
음울하고 무거운
차디찬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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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장미

너는 죽음에 몸을 맡긴 채
잎새 위에 서럽게 얼굴을 뉘인다.
유령 같은 빛을 숨 쉬며
희푸른 꿈을 띠고 있다.

하지만 노래마냥
마지막 가냘픈 빛을 띠며
아직도 하룻밤을
달콤한 네 향기 방안에 스민다.

네 어린 영혼은 불안스럽게
이름 없는 것을 더듬거리다
내 가슴에서 웃으며 죽는다.
내 누이인 흰 장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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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돼라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데 익숙해야 하네.
사랑이라고 불리는 그것
두 사람의 것이라고 보이는 그것은 사실
홀로 따로따로 있어야만 비로소 충분히 전개되어
마침내는 완성될 수 있는 것이기에.

사랑이 오직 자기 감정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은
사랑이 자기를 연마하는 일과가 되네.
서로에게 부담스런 짐이 되지 않으며
그 거리에서 끊임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돼라.
두 사람이 겪으려 하지 말고
오로지 혼자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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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평범한 가치

이따금 나는 륨 드 세인 같은 거리의 조그만 가게의
윈도우 앞을 어정거리는 일이 있다.
그것은 고물상이나 조그만 헌 책방의 동판화를 파는 가게로
어느 윈도우에나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많이 들어차 있다.
나는 손님이 한 사람도 들어가는 것을 본 일이 없다.
아마 장사를 하려고 가게를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가게 안을 들여다보면 역시 거기에 사람이 있는 것이다.
앉아서 무엇을 일고 있다. 정말 한가한 모습니다.
내일을 걱정하는 것도 아니고, 부자가 되려고 억척을 피우는
모습이란 눈곱만치도 없다.
발치에는 살이 찐 개가 베를 깔고 누워 있다.
개가 아니면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는 꽂혀 있는 책에
몸을 비비며 표지의 등 글자를 지우듯이 걸어 다닌다.

아아, 이런 생활에 만족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느 가게 하나를, 구닥다리 물건이 차 있는  윈도우를
고스란히 사들여 개 한 마리와 함께 그 안에서
20년쯤 앉아 있을 수 있다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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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그대에게

갖가지의 기적을 일으키는
봄을 그대에게 보이리라
봄은 숲에서 사는 것,
도시에는 오지 않네.

쌀쌀한 도시에서
손을 잡고서
나란히 둘이서 걷는 사람만
언젠가 한번은 봄을 볼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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