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날 / 백무산
눈 오는 아침은
설날만 같아라
새신 신고 새 옷 입고
따라나서던 눈길
어둠 속 앞서가던 아버지 흰
두루막 자락 놓칠세라
종종걸음 치던 다섯 살
젓기 가던 새벽처럼
눈 오는 아침은
첫날만 같아라
눈에 젖은 대청마루
맨발로 나와
서늘하게 앉으니
가부좌가 아니라도
살아온 시간도 흔적도
흰 눈송이 위에 내리는
흰 눈송이 같은데
투둑, 이마를 치는
눈송이 몇
몸을 깨우는 천둥소리
아, 이대로 다시
살아볼 수 있으리라
이 몸 밖 어디서 무얼 구할까
천지사방 내리는 저 눈송이들은
누가 설하는 무량법문인가
눈 오는 아침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첫날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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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송 / 이해인
사랑아
언제나 제일 먼저 나는 네가 보고 싶다.
늘 함께 있으며 처음인 듯 새롭게 네가 보고 싶다.
너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나고 싶고
너와 함께 가장 정직한 시를 쓰고 싶고
너와 함께 가장 뜨거운 기도를 바치고 싶다.
내가 어둠이어도 빛으로 오는 사랑아 말은 필요 없어
내 손목을 잡고 가는 눈부신 사랑아 겨울에도 돋아나는
네 가슴속 푸른 잔디 위에 노란 민들레 한 송이로 네가 앉아 웃고 있다.
세상에 너 없이는 희망도 없다.
새해도 없다.
내 영혼 나비처럼 네 안에서 접힐 때 나의 새해는 비로소
색동의 설빔을 차려입는다.
묵은 날도 새 연두저고리에 자줏빛 옷고름을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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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시 / 김영환
새해에는 흐르는 강 흐르게 하고요
우리들 고개 들어 먼 산 바라봐야죠
햇살 따사로운 들녘
침묵의 걸음걸이로 다가가
떼굴떼굴 이슬처럼 풀잎 위에
누우면 어때요
새해에는 날리는 바람 날리게 두고요
우리들 야윈 손 꼭 잡으면 어때요
우리들 힘찬 발걸음 모으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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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마음 /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마음으로 공부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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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바람 / 김필규
새해에도 바람이 분다
그 많은 쓰레기 하나도 걷어가지 못한 바람
새해에도 바람이 분다
서울에도 불고
부산에도 불고
전국 곳곳에 분다
아승기 전세상부터 살아온 묵은해인데
사람들은 공연히 새해라 하고
아승기 전세상부터 불던 바람인데
사람들은 새 바람이 불기를 바란다
새해도 묵은해이고
새 바람도 묵은 바람일 뿐이어서
세월과 바람은 영원히 늙지 않는다
다만 오고 가는 것은 인간뿐이어서
사람들이 공연히
새해 묵은해를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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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마음/ 이해인
늘 나에게 있는
새로운 마음이지만
오늘은 이 마음에
색동옷 입혀
새해 마음이라 이름 붙여줍니다
일 년 내내
이웃에게 복을 빌어주며
행복을 손짓하는
따뜻한 마음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
감동의 웃음을
꽃으로 피워내는
밝은 마음
내가 바라는 것은
남에게 먼저 배려하고
먼저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
다시 오는 시간들을
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
성실한 마음
실수하고 넘어져도
언제나 희망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겸손한 마음
곱게 설빔 차려입은
나의 마음과 어깨동무하고
새롭게 길을 가니
새롭게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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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아침 / 오일도
한겨울 앓던 이 몸
새해라 산(山)에 오르니
새해라 그러온지 햇살도 따습고나
마른 가지에 곧 꽃도 필 듯하네.
멀리 있는 동무가 그리워요
이 몸에 병(病)이 낫고
이 산(山)이 꽃 피거든
날마다 이 산(山)에 올라
파―란 하늘이나 치어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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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소망 / 박소향
새해가 되면
가슴 가득 소망을 품게 하소서
그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며
열심히 땀 흘려 정진하게 하소서
결과에 상관없이
내가 노력한 만큼 감사하게 하시고
받은 것보다는 베푼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겸손을 갖게 하소서
높은 곳 보다 낮은 곳을 볼 줄 아는 눈을 갖게 하시고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지혜를 갖게 하소서
절망과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올지라도
원망하며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겸손한 가슴을 갖게 하시고
먼저 화해를 청하는 용서의 손도 갖게 하소서
사람이 사랑으로, 세상이 사랑으로
사랑으로 모든 어려움과 허물이 덮혀지는
그 사랑을 내가 먼저 실천하고
가질 수 있도록 하여 주소서.
축복은 간절히 바라는 자에게 먼저 당도한다는
믿음으로 늘 준비하는 내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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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소망 /윤보영
안타까운 기억들을 말끔히 지우고
새롭게 연 올 한 해는
내 삶에 축복들을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새순 돋아내는 나뭇가지의 희망을 담고
얼음 녹이는 개울물
부지런함도 담고 싶습니다.
바람이 까치집을 스쳐가는 편안함을 담고
낮잠 즐기는 잠자리의 여유도 담고 싶습니다.
알밤을 보내야 하는 밤송이의 애절함과
고개 숙인 이삭의 겸손도 담고 싶습니다.
추위 견뎌내는 뿌리의 인내를 담고
용서와 양보, 사랑도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잘해 보겠다고 주먹 불끈 쥔 다짐으로
하는 일마다 감동이 일도록 해내겠습니다.
담을수록 가벼워지고
얻을수록 더 신명 나는 축복들로
내 삶을 가득 채웠으면 좋겠습니다.
담고 싶은 것이 많아 벅차기는 하겠지만
내가 나를 격려하고 질책하고 상도 주면서
담은 것을 실천하며 아름답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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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처럼 /신영복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다시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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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아침에 / 이해인
창문을 열고
밤새 내린 흰 눈을 바라볼 때의
그 순결한 설레임으로
사랑아
새해 아침에도
나는 제일 먼저
네가 보고 싶다
늘 함께 있으면서도
새로이 샘솟는 그리움으로
네가 보고 싶다
새해에도 너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나고
가장 정직한 시를 쓰고
가장 뜨거운 기도를 바치겠다
내가 어둠이어도
빛으로 오는 사랑아
말은 필요 없어
내 손목을 잡고 가는 눈부신 사랑아
겨울에도 돋아나는
내 가슴속 푸른 잔디 위에
노란 민들레 한 송이로
네가 앉아 웃고 있다
날마다 나의 깊은 잠을
꿈으로 깨우는 아름다운 사랑아
세상에 너 없이는
희망도 없다
새해도 없다
내 영혼 나비처럼
네 안에서 접힐 때
나의 새해는 비로소
색동의 설빔을 차려입는다
내 묵은 날들의 슬픔도
새 연두저고리에
자줏빛 끝동을 단다
아름다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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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의 기도 / 이해인
1월에는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소서
그동안 쌓인 추한 마음 모두 덮어 버리고
이제는 하얀 눈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2월에는
내 마음에 꿈이 싹트게 하소서
하얀 백지에 내 아름다운 꿈이
또렷이 그려지게 하소서.
3월에는
내 마음에 믿음이 찾아오게 하소서.
의심을 버리고 믿음을 가짐으로
삶에 대한 기쁨과 확신이 있게 하소서.
4월에는
내 마음이 성실의 의미를 알게 하소서.
작은 일 작은 한 시간이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기회임을 알게 하소서.
5월에는
내 마음이 사랑으로 설레게 하소서.
우리 삶의 아름다움은 사랑 안에 있음을 알고
사랑으로 가슴이 물들게 하소서.
6월에는
내 마음이 겸손하게 하소서
남을 귀히 여기고 자랑과 교만에서
내 마음이 멀어지게 하소서.
7월에는
내 마음이 인내의 가치를 알게 하소서.
어려움을 참고 오랜 기다림이 없는 열매는
좋은 열매가 아님을 알게 하소서.
8월에
내 마음에 쉼을 주시옵소서
건강을 지키고 나와 남을 여유 있게 볼 수 있는
쉼을 갖는 시간을 갖게 하소서.
9월에는
내 마음이 평화를 느끼게 하소서.
마음의 평화는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성숙할 때 함께 자라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10월에는
내 마음이 은혜를 알게 하소서.
나의 오늘이 있게 한 모든 이들의 은혜가
하나하나 생각나게 하소서.
11월에는
내 마음이 욕심을 버리게 하소서.
아직도 남아 있는 욕심과 미움과 갈등을 버리고
빈 마음을 바라보면서 만족하게 하소서.
12월에는
내 마음에 감사가 일어나게 하소서.
계획한 일을 이루었던 이루지 못했던
지난 한 해의 모든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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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의 노래 / 정인보
온 겨레 정성덩이 해돼 오르니
올 설날 이 아침야 더 찬란하다
뉘라서 겨울더러 춥다더냐
오는 봄만 맞으려 말고 내 손으로 만들자
깃발에 바람 세니 하늘 뜻이다
따르자 옳은 길로 물에나 불에
뉘라서 겨울더러 흐른다더냐
한이 없는 우리 할 일은 맘껏 펼쳐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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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의 노래 / 김기림
역사의 복수 아직 끝나지 않았음인가
먼 데서 가까운 데서 민족과 민족의 아우성 소리
어둔 밤 파도 앓는 소린가 별 무수히 무너짐인가?
높은 구름 사이에 애써 마음을 붙여 살리라 한들
저자에 사무치는 저 웅어림 닿지 않을까 보냐?
아름다운 꿈 지님은 언제고 무거운 짐이리라.
아름다운 꿈 버리지 못함은 분명 형벌보다 아픈 슬픔이리라.
이스라엘 헤매이던 2천 년 꿈속의 고향
시온은 오늘 돌아드는 발자국 소리로 소연코나.
꿈엔들 잊었으랴? 우리들의 시온도 통일과 자주와 민주 위에 세울 빛나는 조국.
우리들 낙엽 지는 한두 살 쯤이야 휴지통에 던지는 꾸겨진 조각일 따름
사랑하는 나라의 테두리 새 연륜으로 한 겹 굳어지라.
새해와 희망은 몸부림치는 민족에게 주자.
새해와 자유와 행복은 괴로운 민족끼리 나누어 가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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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의 기도 / 용혜원
이 아침에
찬란히 떠오르는 빛은
이 땅 어느 곳에나 비추이게 하소서
손등에 햇살을 받으며
봄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병상의 아픔에도
젊은이들의 터질 듯한 벅찬 가슴과
외로운 노인의 얼굴에도
희망과 꿈이 되게 하소서
또다시 우리에게 허락되는 365일 삶의 주머니 속에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의 결실로 가득 채워
한 해를 다시 보내는 날은
기쁨과 감사를 드리게 하소서
이 해는
행복한 사람들은 불행한 이들을
건강한 사람들은 아픔의 사람들을
평안한 사람들은 외로운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손길이 되게 하소서
이 새로운 아침에
찬란히 떠오르는 빛으로
이 땅의 사람들의 영원 향한 소망을 이루게 하시고
이 아침의 기도가 이 땅 사람들이
오쳔년을 가꾸어온 사랑과 평화로 함께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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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날 새 아침 / 최균희
새해 새날이
눈부신 빛으로 찾아와
겨레의 염원으로
고이 키워온
아이의 작은 몸에
파고든다.
밝은 해는
솟는다.
마음 공부하는
이른 새벽
문 열면 하늘이 있고
하늘 위에 붉은 해는
오직 하나.
참과 생과 희망뿐으로
충만한 아침
팽이로 지구를 돌리고
연으로 창공을 나른다.
우리들은
새해 새 아침을
가슴에 안고
평생을 내다보는
기원의 옷깃을
여민다.
그래 무엇이 되자.
무엇이 되지 않을지라도
한 마음 한 뜻이
지닌 의미를
새날 새 아침이
꼭 아니어도 되겠지만
어디서 오는 힘인가
온몸을 뿌듯하게
한아름 가득 채워주는 힘
정녕 길을 열어주는 듯
계시가 오는 듯
가슴을 열어주는 햇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고속도로를 놓고
하늘차를 띄우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자.
우리의 꿈을
온누리에 펼치자.
=================
+ 새해에는 부디 /임영준
절절히 깨달았습니다
사무친 날들이었습니다
그 뿌리 없는 교만과
원죄를 망각하면 반드시
철퇴를 내리신다는 것을
다들 감지하고 있으면서
잠시 눈 돌리는 사이
꼭 허방을 짚는 미물들이
사방에 널려 있기에
늘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 이정표조차
주의를 소홀히 하고
환락과 탐욕에 절어
자성의 기도는 고사하고
아집과 혼돈의 파랑만 크게
일으킨 한 해였습니다
부디 다시 만나는 새해에는
누구나 맑은 눈으로
촘촘히 엮어가게 하시고
겸양으로 일어나고
배려로 마무리하여
으늑하게 스며들게 하소서
거침없이 흐르지 않아도
골고루 빠짐없이 적셔주는
자상한 시냇물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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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하는 기쁨 / 홍수희
침묵하는
겨울 산에
새 해가 떠오르는 건
차디찬
바다 위에
새 해가 떠오르는 건
하필이면
더 이상은 꽃이 피지 않을 때
흰 눈 나풀거리는 동토凍土에
이글이글
새 해가 떠오르는 건
가장 어두운 좌절 깊숙이
희망을 심으라는 것
지금 선 그 자리에서
숨어있는 평화를 찾으라는 것
희망하는 기쁨,
새해 첫날이 주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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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새해의 기도 / 박화목
곤욕(困辱)과 아픔의 지난 한 해
그 나날들은 이제 다 지나가고
다시 새해 새날이 밝았다
동창(東窓)에 맑고 환한 저 햇살 함께
열려오는 이 해의 365일
지난밤에 서설(瑞雪) 수북이 내리어
미운 이 땅을 은혜처럼 깨끗이 덮어주듯
하나님, 이 해엘랑 미움이며
남을 업수히 여기는 못된 생각
교만한 마음 따위를 깡그리,
저 게네사렛의 돼지 사마귀처럼
벼랑 밑으로 몰아내 떨어지게 하소서.
오직 사랑과 믿음 소망만을 간직하여
고달프나 우리 다시 걸어야 할 길을
꿋꿋하게 천성(天城)을 향해 걸어가게 하소서.
이 해에는 정말 정말 오직 사랑만이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가난한 마음만이
이 땅에 가득하게 하소서, 하여
서로 외로운 손과 손을 마주 꼭 잡고
이 한 해를 은혜 속에 더불어 굳건히 살아가게 하소서.
동구 밖 저 둔덕 겨울 미루나무에
언제 날아왔을까, 들까치 한 마리,
깟깟깟… 반가운 소식 전해오려나.
하그리 바라던 겨레의 소원,
이 해에는 정녕 이뤄지려나, 이 아침
밝아오는 맑은 햇살 가슴 뿌듯이 가득 안고
새해에 드리는 우리의 간절한 기도
꼭 이루어 주소서, 하나님
이루어 주소서
-------------------------------------
+ 새해 첫날의 소망 / 이해인
가만히 귀 기울이면
첫눈 내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 같은
하얀 새 달력 위에
그리고 내 마음 위에
바다 내음 풍겨오는
푸른 잉크를 찍어
희망이라고 씁니다
창문을 열고
오래 정들었던 겨울나무를 향해
‘한결같은 참을성과 고요함을 지닐 것’
이라고 푸른 목소리로 다짐합니다
세월은 부지런히
앞으로 가는데
나는 게으르게 뒤처지는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후회하며
올려다본 하늘에는
둥근 해님이 환한 얼굴로
웃으라고 웃으라고
나를 재촉합니다
너무도 눈부신 햇살에
나는 눈을 못 뜨고
해님이 지어주는
기쁨의 새 옷 한 벌
우울하고 초초해서 떨고 있는
불쌍한 나에게 입혀줍니다
노여움을 오래 품지 않는 온유함과
용서에 더디지 않은 겸손과
감사의 인사를 미루지 않는 승기를 청하며
촛불을 켜는 새해 아침
나의 첫 마음 또한
촛불만큼 뜨겁습니다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어디서나 평화의 종을 치는
평화의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모든 이와 골고루 평화를 이루려면
좀 더 낮아지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겸허히 두 손 모으는
나의 기도 또한 뜨겁습니다
진정 사랑하면
삶이 곧 빛이 되고 노래가 되는 것을
나날이 새롭게 배웁니다
욕심 없이 사랑하면
지식이 부족해도 지혜는
늘어나 삶에 힘이 생김을
체험으로 압니다
우리가 아직도 함께 살아서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며 주고받는
평범하지만 뜻깊은 새해 인사가
이렇듯 새롭고 소중한 것이군요
서로에게 더없이 다정하고
아름다운 선물이군요
이 땅의 모든 이를 향한
우리의 사랑도
오늘은
더욱 순결한 기도의 강으로
흐르게 해요, 우리
부디 올 한 해도
건강하게 웃으며 복을 짓고
복을 받는 새해 되라고
가족에게 이웃에게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노래처럼 즐겁게 이야기해요, 우리
===================
+ 육십오 년의 새해 / 김수영
그때 너는 한 살이었다
그때 너는 한 살이었다
그때도 너는 기적(奇蹟)이었다
그때 너는 여섯 살이었다
그때 너는 여섯 살이었다
그때도 너는 기적(奇蹟)이었다
그때 너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때 너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때도 너는 기적이었다
너의 의지(意志)는 싹트기 시작했다
너의 의지(意志)는
학교 안에서 배운 모든 것이
학교 밖에서 본 모든 것이
반드시 정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너의 어린 의사(意思)를 발표할 줄 알았다
우리는 너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 너는 열일곱 살이었다
그때 너는 열일곱살이었다
그때도 너는 기적이었다
너의 근육(筋肉)은 굳어지기 시작했다
너의 근육(筋肉)은
학교 밖에서 얻어맞은 모든 것이
골목길에서 얻어맞은 모든 것이
반드시 정말이 아니란 것을 알았고
너의 어린 행동(行動)은
어린 상징(象徵)을 면하기 시작했다
너는 이제 우리 키만큼 되었다
우리는 너를 보고 깜짝 놀랐다
너는 이제 열아홉 살이었다
너는 이제 열아홉 살이었다
너는 여전히 기적이었다
너의 회의(懷疑)는 굳어가기 시작했다
너의 회의(懷疑)는
나라 안에서 당한 모든 것이
나라 밖에서 당한 모든 것이
반드시 정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너의 어린 포부(抱負)는
불가능(不可能)의 한계를 두드려보기 시작했다
너는 이제 우리 키보다 더 커졌다
우리는 너를 보고 깜짝 놀랐다
너는 이제 스무 살이다
너는 이제 스무 살이다
너는 여전히 기적일 것이다
너의 사랑은 익어가기 시작한다
너의 사랑은
삼팔선(三八線) 안에서 받은 모든 굴욕이
삼팔선(三八線) 밖에서 받은 모든 굴욕이
전혀 정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너는 너의 힘을 다해서 답쌔버릴 것이다
너의 가난을 눈에 보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가난을
이 엄청난 어려움을 고통을
이 몸을 찢는 부자유(不自由)를 부자유(不自由)를 나날을……
너는 이제 우리의 고통보다도 더 커졌다
우리는 너를 보고 깜짝 놀란다
아니 네가 우리를 보고 깜짝 놀란다
네가 우리를 보고 깜짝 놀란다
육오(六五) 년의 새 얼굴을 보고
육오(六五) 년의 새해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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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시 새해는 오는가 / 이호우
빼앗겨 쫓기던 그날은 하그리 간절 턴 이 땅
꿈에서도 입술이 뜨겁던 조국(祖國)의 이름이었다
얼마나 푸른 목숨들이 지기조차 했던가
강산(江山)이 돌아와 이십 년(二十年) 상잔(相殘)의 피만 비리고
그 원수는 차라리 풀어도 너와 난 멀어만 가는
아아 이 배리(背理)의 단층(斷層)을 퍼덕이는 저 기(旗) 빨.
날로 높은 주문(朱門)들의 밟고 선 밑바닥을
`자유(自由)'로 싸맨 기한(飢寒) 낙엽(落葉)처럼 구르는데
상기도 지열(地熱)을 믿으며 씨를 뿌려 보자느뇨
또다시 새해는 온다고 닭들이 울었나 보네
해바라기 해바라기처럼 언제나 버릇된 다림
오히려 절망(絶望)조차 못하는 눈물겨운 소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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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지개 빛깔의 새해 엽서 / 이해인
빨강 ― 그 눈부신 열정의 빛깔로
새해에는
나의 가족, 친지, 이웃들을
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고
하느님과 자연과 주변의 사물
생명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겠습니다
결점이 많아 마음에 안 드는 나 자신을
올바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렵니다
주황 ― 그 타오르는 환희의 빛깔로
새해에는
내게 오는 시간들을 성실하게 관리하고
내가 맡은 일들에는
인내와 정성과 책임을 다해
알찬 열매 맺도록 힘쓰겠습니다
노랑 ― 그 부드러운 평화의 빛깔로
새해에는
누구에게나 밝고 따스한 말씨
친절하고 온유한 말씨를 씀으로써
듣는 이를 행복하게 하는
지혜로운 매일을 가꾸어가겠습니다
초록 ― 그 싱그러운 생명의 빛깔로
새해에는
크고 작은 어려움이 힘들게 하더라도
절망의 늪으로 빠지지 않고
초록빛 물감을 풀어 희망을 짜는
희망의 사람이 되겠습니다
파랑 ― 그 열려 있는 바다빛으로
새해에는
더욱 푸른 꿈과 소망을 키우고
이상을 넓혀가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로
삶의 바다를 힘차게 항해하는
부지런한 순례자가 되겠습니다
남색 ― 그 마르지 않는 잉크빛으로
새해에는
가슴 깊이 묻어둔 사랑의 말을 꺼내
편지를 쓰고, 일기를 쓰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색의 뜰을 풍요롭게 가꾸는
창조적인 기쁨을 누리겠습니다
보라 ― 그 은은한 신비의 빛깔로
새해에는
잃어버렸던 기도의 말을 다시 찾아
고운 설빔으로 차려입고
하루의 일과를 깊이 반성할 줄 알며
감사로 마무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거듭 강요하기보다는
조용한 실천으로 먼저 깨어 있는
침묵의 사람이 되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무지개 빛깔로
새로운 결심을 꽃피우며
또 한 해의 길을
우리 함께 떠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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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엔 새 마음의 눈으로 / 이정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새해 새 아침에
우리는 그 길을 새로이 가리라.
세상에 뜻 아닌 것이 없고,
새롭게 보면
새 소식이 아닌 게 없으리라.
세상에 새것만이 있는 게 아니라
새 눈으로 보면
낡은 것도 새것이 되리라.
새해엔 새 눈으로
천사처럼 착하고 아름답게
새 마음의 눈으로 다시 보리라.
새 마음 새 뜻으로
너와 내가 소통하리니,
우린 서로에게 새 소식이 되리라.
새해에 새 길을 나서며
새롭고 뜻있는 사람이 되리니,
새해에는 더욱 서로 사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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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지 않은 새해의 시 1 / 이동순
새해가 왔는가
미처 맞이할 겨를도 없이 불쑥
들이닥친 길손처럼 새해는 와 버렸는가
어제 방구석에 쌓인 먼지도 그대로
내 서가의 해방기념시집의 찢어진 표지
그 위를 번져 가는 곰팡도 아직 못 쓸고 있는데
새해는 불현듯 와 버렸는가
파헤쳐 놓은 수도공사도 끝내지 못했는데
태어나리라던 아기예수도 아직 태어나지 않았는데
여지껏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애잔한 잎들은 팔랑이는 데
못다 쓴 원고뭉치는 그대로 밀려 있는데
미처 남쪽으로 떠나지 못한 새들도 있는데
불현듯 불현듯 새해는 왔는가
기다리던 첫눈도 나리지 않고
적적한 마당귀를 덮고 있는 김장독 이엉 사이로
시궁쥐만 분주히 쏘다니는데
새해는 왔는가
헛꿈을 잔뜩 안고 돌아와 저 혼자 설레이는
놈팡이처럼 새해는 왔는가 와서 무얼 하려는가
모둠판에서 돌아오는 밤
이미 자정을 넘겨 볼에 스미는 찬 기운
텅 빈 호주머니와 마음속으로
아무거나 새것이라면 마구 채워야 하는 걸까
해마다 와서 속절없이 가 버리는 것이
새해일까 나라는 깨어지고 깨진 틈서리는
서로 붙을 생각조차 품지 않는데
보리싹 파릇파릇 움 틔우는 저 들판이
후루룩 겨울참새를 허공에 뿌리는 그 속마음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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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날 아침에 서설이 내린다 / 오정방
흥남부두에 가본 적은 없지만
지금, 눈보라 쳐대며 내리는 것이
마치 그 부둣가에 선 것처럼
씽씽 바람소리와 함께
난분분 춤을 추고 있다
세시는 설날 아침,
창밖으로 조용히 그냥 바라만 볼 것이지
눈 내리는 모습보고
왜 우리나라 정치판이 생각키나
제발 더 이상 억억대지 말고
선정을 펼쳐주어서
기쁜 소식들만 고국에서 들려오기를 바래
귀를 쫑긋 세워보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새해 들어 처음 내리는 눈이니
서설이 분명하다고,
금년에는 좋은 일들이 많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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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에는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 정진하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살아라.
간절한 소원을 밤마다 외쳐라.
지치면 지칠수록 더 크게 외쳐라.
더 큰 용기와 더 큰 꿈을 가져라.
가야 될 인연의 길이 엇갈렸다면
후회 말고 돌아서라.
꼭 그 길이 아니라도
성공으로 가는 길은 많다.
내 인연과 너의 인연이 평행선을 그으며 달려가지만
결국은 우리도 종점에서 텅 빈 손으로 다시 만나리.
너무 많은 꿈을 가지고 덤비지 마라.
세상은 전쟁터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터다.
용서하고 화해하며 더 따뜻한 사람이 돼라.
바다보다 넓고, 하늘보다 더 넓은 가슴으로
이 세상을 품어라.
새해에는 지난날들의 악습을 버려라.
오늘 하지 못한다면 내일도 하지 못하는 법
오늘 조금이나마 전진했다면
일 년 후 십 년 후에는 꼭 성공하리니
조급함에 사로잡히지 말고 자유로워라.
네 인생의 마지막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애써 설명하지 마라.
세월이 가면 모든 게 환하게 드러나는 법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에 집념하라.
날마다 좋은 날이 되게 애써라.
궂은 날일수록 더 간절한 기도를 올려라.
날마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도록
새해에는 심호흡을 크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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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 이해인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신뢰와 용기로써 나아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월의 보름달만큼만 환하고
둥근 마음 나날이 새로 지어먹으며
밝고 맑게 살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너무 튀지 않는 빛깔로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서는 이웃
그러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뜨거운 진실로 앞서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랜 기다림과 아픔의 열매인
마음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화해와 용서를 먼저 실천하는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롭게 이어지는 고마움이 기도가 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지루함을 모르는
"기쁨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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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 백무산
신년송 / 이해인
신년시 / 김영환
첫 마음 / 정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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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바람 / 김필규
새해 마음 / 이해인
새해 아침 / 오일도
새해 소망 / 박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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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망 / 윤보영
처음처럼 / 신영복
새해 아침에 / 이해인
새해의 기도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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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노래 / 정인보
새해의 노래 / 김기림
아침의 기도 / 용혜원
새날 새 아침 / 최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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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부디 / 임영준
희망하는 기쁨 / 홍수희
다시 새해의 기도 / 박화목
새해 첫날의 소망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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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오 년의 새해 / 김수영
또다시 새해는 오는가 / 이호우
무지개 빛깔의 새해 엽서 / 이해인
새해엔 새 마음의 눈으로 /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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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지 않은 새해의 시 1 / 이동순
첫날 아침에 서설이 내린다 / 오정방
새해에는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 정진하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 이해인
시마당/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