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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봄

봄 시 모음 2

+ ​봄 / 유안진

저 쉬임 없이 구르는 윤회의 수레바퀴 잠시 
멈춘 자리 이승에서, 하 그리도 많은 어여쁨에 
홀리어 스스로 발길 내려 놓은 여자, 
그 무슨 간절한 염원 하나 있어 내 이제 
사람으로 태어났음이랴

​머언 산 바윗등에 어리 운 보랏빛, 돌담을 
기어오르는 봄 햇살, 춘설을 쓰고 선 
마른 갈대대궁 그 깃에 부는 살 떨리는 휘파람 
얼음 낀 무논에 알을 까는 개구리 
실뱀의 하품소리, 홀로 찾아든 남녘 제비 한마리 
선머슴의 지게 우에 꽂혀 앉은 진달래꽃······

​처음 나는 이 많은 신비에 넋을 잃었으나 
그럼에도 자리 잡지 못하는 내 그리움의 방황 
아지랑이야 어쩔 샘이냐 나는 아직 춥고 
을씨년스러운 움집에서 다순 손길 기다려지니
속눈썹을 적시는 가랑비 주렴 너머 
딱 한 번 눈 맞춘 볼이 붉은 소년 

​내 너랑 첫눈 맞아 숨바꼭질 노니는 산골짜기에는 
뻐꾹뻐벅꾹 사랑 노래 자지러지고 잠든 
가지마다 깨어나며 빠져드는 어리어리 어지럼증
산 아래 돌부처도 덩달아 어깨 춤추는 
시방 세상은 첫사랑 앓는 분홍빛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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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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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 /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울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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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겠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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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 이희숙

굳었던 관절이 부드러워지듯
봄은 가까이 더 깊숙이 들어왔다
걸음이 빨라지고
얼굴 가득 미소가 번져나는,
꿈꿀 준비가 되어 있는 자와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 자에게는
욕심 없이 건강해질 수 있는 계절이다 봄은
오,
그 누가 첫사랑 같은 설렘 가득한 봄날에
희망으로 가는 통로를
행복으로 가는 첫 계단을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집중할 수 없는 순수와 열정은 가라
거짓사랑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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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3 / 김지하

겨우내
외로웠지요
새봄이 와
풀과 말하고
새순과 얘기하며
외로움이란 없다고
그래 흙도 물도 공기도 바람도
모두 다 형제라고
형제보다 더 높은
어른이라고
그리 생각하게 되었지요
마음 편해졌어요

축복처럼
새가 머리 위에서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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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 안도현

맨 처음 마당가에
매화가
혼자서 꽃을 피우더니

마을회관 앞에서
산수유나무가
노란 기침을 해댄다

그 다음에는
밭둑의
조팝나무가
튀밥처럼 하얀
꽃을 피우고

그다음에는
뒷집 우물가
앵두나무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피어나고

그 다음에는
재 너머 사과밭
사과나무가
따복따복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사과밭 울타리
탱자꽃이
나도 질세라, 핀다

한 번도
꽃 피는 순서
어긴 적 없이

펑펑,
팡팡,
봄꽃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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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소풍 / 안도현

점심 먹을 때였네

누가 내 옆에 슬쩍, 와서 앉았네

할미꽃이었네

내가 내려다보니까

일제히 고개를 수그리네

나한테 말 한번 걸어보려 했다네

나, 햇볕 아래 앉아서 김밥을 씹었네

햇볕한테 들킨 게 무안해서

단무지도 우걱우걱 씹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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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아침 / 이해인

창틈으로 쏟아진

천상 햇살의

눈부신 색실 타래

하얀 손 위에 무지개로 흔들릴 때

눈물로 빚어 내는

영혼의 맑은 가락

바람에 헝클어진 빛의 올을

정성껏 빗질하는 당신의 손이

노을을 쓸어 내는 아침입니다

초라해도 봄이 오는 나의 안뜰에

당신을 모시면

기쁨 터뜨리는 매화 꽃망울

문신 같은 그리움을

이 가슴에 찍어 논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주인

지울 수 없는 슬픔도

당신 앞엔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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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편지 / 안도현

점심시간 후 5교시는 선생 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숙직실이나 양호실에 누워 끝도 없이 잠들고 싶은 마음일 때,

아이들이 누굽니까, 어린 조국입니다

참꽃같이 맑은 잇몸으로 기다리는 우리 아이들이 철 덜 든

나를 꽃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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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소리 /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두운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들 위에 창 박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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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  나태주 

그대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남아

쓸쓸한 날

제비꽃이 피었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예쁘게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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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의 봄 / 주근옥

벽에 나와
밤에 기어들고
때때로 외지에 나가
내 전심전력 쏟으며
영토를 넓히고 있을 때
울안의 나무란 나무
풀씨란 풀씨 모두가
음모를 꾸미고 있었느니
바람 불면 손을 흔들거나
눈 쌓이면 어깨를 늘어뜨려
평온을 위장한 채
거사를 획책하고 있었으니
그때 일신상의 화급한 문제로
집을 비웠다가 돌아온 날 정오
울안에서 일제히 함성이 터졌느니

철쭉꽃 애기사과꽃 새싹이란 새싹
모두가 일제히 발을 굴러
그 해의 봄은
둑 터진 강물이었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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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 환한 / 김형진

교양학관 뒷편 잔디밭 꽃그늘에서
재잘거림이 나뭇잎 깨워 연푸른 빛을 띠게 한다거나
덩그러니 큰 사무실에서 컵라면 먹으며
창 밖 분수대로 외로움을 끌어올린다거나
중앙시장 먹자골목 한 줌 들어오는
하늘빛에 아줌마들 욕지거리 더 높아진다거나

바람이 바람이게
그늘이 그늘이게
눈물이 눈물이게 할 수 있는
저 부끄러운 봄의 속살
우리를 하나로 묶는 무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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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꽃을 보니 / 김시천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피었다 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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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꽃피는 날 / 용혜원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 
사랑나무 한 그루 서 있다는 걸 

봄 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도 
꽃이 활짝 피어나는 걸

봄 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그대가 나를 보고 
활짝 웃는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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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의 기도 / 정연복

겨우내 쌓였던 잔설(殘雪) 녹아
졸졸 시냇물 흐르듯
지난날의 모든 미움과 설움
사르르 녹게 하소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스운 봄바람에
꽁꽁 닫혔던 마음의 창
스르르 열리게 하소서

꽃눈 틔우는 실가지처럼
이 여린 가슴에도
연초록 사랑의 새순 하나
새록새록 돋게 하소서

창가에 맴도는
보드랍고 고운 햇살같이
내 마음도 그렇게
순하고 곱게 하소서

저 높푸른 하늘 향해
나의 아직은 키 작은 영혼
사뿐히
까치발 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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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러운 봄날 / 나태주

꽃이 피면 어떻게 하나요 
또다시 꽃이 피면 나는
어찌하나요

​밥을 먹으면서도 눈물이 나고
술을 마시면서도 나는
눈물이 납니다

​에그 나 같은 것도 사람이라고
세상에 태어나서 여전히 숨을 쉬고
밥도 먹도 술도 마시는구나 생각하니
내가 불쌍해져서 눈물이 납니다

​비틀걸음 멈춰 발밑을 좀 보아요
앉은뱅이걸음 무릎걸음으로 어느새
키 낮은 봄 풀들이 밀려와 
초록의 주단 방석을 깔려합니다

​일희일비,
조그만 일에도 기쁘다 말하고
조그만 일에도 슬프다 말하는 세상
그러나 기쁜 일보다는
슬픈 일이 많기 마련인 나의 세상

​어느 날 밤늦도록 친구와 술 퍼마시고
집에 돌아가 주정을 하고 
아침밥도 얻어먹지 못하고 집을 나와
새소리를 들으며 알게 됩니다

​봄마다 이렇게 서러운 것은
아직도 내가 살아 있는
목숨이라서 그렇다는 것을 
햇빛이 너무 부시고 새소리가
너무 고와서 그렇다는 걸 알게 됩니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 그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는지요········

​꽃이 피면 어떻게 하나요
또다시 세상에 꽃 잔치가 벌어지면
나는 눈물이 나서 어찌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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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봄날 / 구종현

실비는 오지요.
꽃밭은 젖지요.
이제 보니 달팽이 한 마리가
꽃밭에 심은 옥수수 줄기를 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어갑니다. 기어가서 마침내
오를 수 있을 만큼 올라간 것일까요
이제 그만 하는 걸까요. 그쯤에서
알맞게 휘어진 잎사귀 하나
초록빛 꽃 붙들고 앉아
하루 종일 있을 모양입니다.

제 한 몸
잠적하기에는
참 좋은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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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당신입니다 / 김용택

개나리꽃이 피면 개나리 꽃 피는 대로 
살구꽃이 피면은 살구꽃이 피는 대로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그리워요
보고 싶어요 
손잡고 싶어요
다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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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 
작은 꽃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리고 싶다. 

손에 쥐면 금방 날아갈 듯한 
가벼운 꽃씨들을 조심스레 다루면서 
흙냄새 가득한 꽃밭에 고운 마음으로 
고운 꽃씨를 뿌리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새들의 이야기를 해독해서 
밝고 맑은 시를 쓰는 새의 시인이 되고 싶다.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이슬비를 맞고 싶다. 
어릴 적에 항상 우산을 함께 
쓰고 다니던 소꿉동무를 불러내어 
나란히 봄비를 맞으며 봄비 같은 
이야기를 속삭이고 싶다. 

꽃과 나무에 생기를 더해주고 
아기의 미소처럼 사랑스럽게 
내 마음에 내리는 봄비, 
누가 내게 봄에 낳은 여자 아이의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하면 서슴없이 
'봄비' '단비'라고 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풀향기 가득한 잔디밭에서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를 부르며 
흰구름과 나비를 바라보는 아이가 되고 싶다. 

함께 산나물을 캐러 다니던 
동무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고, 
친하면서도 가끔은 꽃샘바람 같은 
질투의 눈길을 보내오던 
소녀시절의 친구들도 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우체국에 가서 새 우표를 사고 
답장을 미루어 둔 친구에게 
다만 몇 줄이라도 진달래빛 사연을 
적어 보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모양이 예쁜 바구니를 모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솔방울, 도토리, 
조가비, 리본, 읽다가 만 책, 
바구니에 담을 꽃과 사탕과 부활달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선물들을 
정성껏 준비하며 
바쁘고도 기쁜 새봄을 맞고 싶다. 

사계절이 다 좋지만 
봄에는 꽃들이 너무 많아 어지럼증이 나고 
마음이 모아지지 않아 봄은 
힘들다고 말했던 나도 이젠 갈수록 봄이 
좋아지고 나이를 먹어도 
첫사랑에 눈뜬 소녀처럼 가슴이 설렌다. 

봄이 오면 나는 
물방울무늬의 옆치마를 입고 싶다.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가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먼지를 털어낸 나의 창가엔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그린 꽃밭, 
구름 연못을 걸어 두고, 
구석진 자리 한곳에는 앙증스러운 꽃삽도 
한 개 걸어 두었다가 꽃밭을 
손질할 때 들고 나가야겠다. 

조그만 꽃삽을 들고 
꽃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 아름다운 음성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나는 멀리 봄나들이를 떠나지 않고서도 
행복한 꽃 마음의 여인 
부드럽고 따뜻한 봄 마음의 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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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같은 사람 / 이해인

봄과 같은 사람이란 어떠한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그는 아마도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일 게다.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고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 해야할 바를 최선의 성실로 수행하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새롭히며 나아가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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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기에 / 윤보영 

봄이 왔다기에
문 열고 나갔다가
그대 생각만 더 하고 왔습니다

안 그래도 보고 싶은데
더 그리워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대 생각이 봄이고
그대 모습이 꽃이었습니다

그립기는 해도
그리운 만큼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 받았습니다

내 안에 그대를
늘 담고 살기를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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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봄의  서정 / 김소엽

눈 속에서도
봄의 씨앗은 움트고
얼음장 속에서도
맑은 물은 흐르나니
마른나무껍질 속에서도
수액은 흐르고
하나님의 역사는
죽음 속에서도
생명을 건져 올리느니
시린 겨울밤에도
사랑의 운동은 계속되거늘
인생은
겨울을 참아내어
봄 강물에 배를 다시 띄우는 일
갈 길은 멀고
해는 서산 마루에 걸렸어도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오게 되어 있나니
서러워 마라
봄은
겨울을 인내한 자의 것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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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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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사랑의 기도 / 안도현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맞지 못했습니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 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듯
내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 해요,라는 말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

남을 위해 한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 
끼니때마다 흘러 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
그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 부끄럽게 하소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하소서
큰 것보다도 작은 것이 좋다고,
많은 것보다도 적은 것이 좋다고,
높은 것보다도 낮은 것이 좋다고,
빠른 것보다도 느린 것이 좋다고.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그것들을 아끼고 쓰다듬을 수 있는 손길을 주소서
장미의 화려한 빛깔 대신에
제비꽃의 소담한 빛깔에 취하게 하소서
백합의 강렬한 향기 대신에
진달래의 향기 없는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떨림과 설렘과 감격을 잊어버린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같은 몸에도 물이 차 오르게 하소서

꽃이 피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얼음장을 뚫고 바다에 당도한 
저 푸른 강물과 같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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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올 때까지는 / 안도현

보고 싶어도
꾹 참기로 한다

저 얼음장 위에 던져놓은 돌이
강 밑바닥에 닿을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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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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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소박하게 질문하다 / 엄원태

몸 풀린 청량천 냇가 살가운 미풍 아래
수북해서 푸근한 연둣빛 미나릿단 위에
은실삼단 햇살다발 소복하니 얹혀 있고
방울방울 공기의 해맑은 기포들
바라보는 눈자위에서 자글자글 터진다

냇물에 발 담근 채 봇둑에 퍼질러 앉은 아낙 셋
미나리를 냇물에 씻는 분주한 손들
너희에게 묻고 싶다, 다만, 살아 기쁘지 않으냐고

산자락 비탈에 한 무더기 조릿대
칼바람도 아주 잘 견뎠노라 자랑하듯
햇살에 반짝이며 글썽이는 잎, 잎들
너희들에게도 묻고 싶다,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폭설과 혹한, 칼바람 따윈 잊을 만하다고
꽃샘추위며 황사바람까지 견딜 만하다고
그래서 묻고 싶다,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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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리는 그대에게 / 홍수희

그대 마음에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자주
벗어버리고 싶었던

사랑의 무게,

어깨를 짓누르던
네 삶의 무게

인내하는 마음에
봄이여, 오시리니

네 영혼에
눈부신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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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 강은교

봄이 오고 있다 
그대의 첫사랑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의 맨발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이 밟은 풀잎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이 흔들리는 바람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이 밟은 아침 햇빛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이 꿈꾼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반짝이는 이슬 
곁으로 곁으로 맴도는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의 꿈 엷은 살 속 
으로 우리는 간다. 시간은 맨머리로 
간다. 아무도 어찌할 수 없다 
그저 갈 뿐, 그러다 햇빛이 
되어 햇빛 속으로 가는 
그대와 오래 만나리 
만나서 꿈꾸리 
첫사랑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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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면 내 가슴에도 꽃이 피네 / 이채 

천지에 봄이 오고
지천에 꽃이 피면
내게도 가꾸고 싶은 뜰 하나 있네

​봄비처럼 촉촉한
물빛 고운 가슴으로
소망의 꽃 한 송이 피우고 싶네

​초록빛 물결로
기지개를 켜는 무지갯빛 꿈이여!
풀 향기 꽃향기로 아름답고 싶네

​밖을 보고
안을 다스리지 못하면
행복을 찾기 어렵고

​앞을 보고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지혜를 구하기 어렵다지요

​정직의 꽃, 겸손의 향기로
하루를 살더라도
진실한 꽃 마음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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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유안진
봄 / 이성부
봄밤 / 김수영
봄비 / 이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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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 이희숙
새봄·3 / 김지하
순서 / 안도현
봄 소풍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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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아침 / 이해인
봄 편지 / 안도현
빗소리 / 주요한 
제비꽃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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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의 봄 / 주근옥
봄볕, 환한 / 김형진  
봄꽃을 보니 / 김시천
봄 꽃피는 날 / 용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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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기도 / 정연복
서러운 봄날 / 나태주
참 좋은 봄날 / 구종현
다 당신입니다 /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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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과 같은 사람 / 이해인
봄이 왔다기에 / 윤보영 
이른봄의  서정 / 김소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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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봄날, 사랑의 기도 / 안도현
봄이 올 때까지는 / 안도현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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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소박하게 질문하다 / 엄원태
봄을 기다리는 그대에게 / 홍수희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 강은교
봄이 오면 내 가슴에도 꽃이 피네 / 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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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시 모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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