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월 / 공석진
내게 봄은
사랑하는 이
후레지아 꽃향기
한 웅큼이면 족하다
기지개 펴 하품하는
한겨울 내내
잠복해 있던 고독
햇살은 가지런히
나뭇가지 아래
군불 지피지만
응달진 구석에
폐인처럼 망가져
가슴 허하게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
가끔 훌쩍이는
화창한 어느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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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 / 권예자
맨 처음
베란다 저쪽 아파트 틈새로
한 조각 푸른 하늘이 보였을 때
눈치챘어야 하는 건데
움츠려 머뭇대는 사이
너는
한 줄기 햇살을 동백잎 사이로
찔러 넣었고
화분 가득 넘쳐흘러 거실에 자리 잡았다
한 번의 약속
맞을 준비도 한 적 없는데
너는 왔고
나는 맞이해야 한다
골짜기 잔설 위에서
언 발 구르는
산 까치 울음에 발목 잡힌
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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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 / 김정현
한 밤
창가에서 놀자던 삼월이
칭얼칭얼
피곤에 절어
냉랭한 냉기로 다시 왔는가.
하얀 대 낮
구름과 손잡고 음악도 없이
사뿐사뿐 춤사위
한바탕 무도회의 막을 내린다.
다시 오마 약속도 없이
햇살 사이로 숨바꼭질하더니
지금은
마을 어느 곳에서 흥을 돋울까.
창밖에서 멀건 내 눈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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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 / 박목월
방초봉(芳草峰) 한나절
고운 암노루
아래ㅅ마을 골짝에
홀로 와서
흐르는 내ㅅ물에
목을 축이고
흐르는 구름에
눈을 씻고
열 두 고개 넘어 가는
타는 아지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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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 / 변종윤
3월
까칠한 나뭇가지에도
새살이 올록볼록 돋아납니다.
잠자던 나뭇가지에
꽃망울 하나 둘 맺히고
찬바람에 소리 내던 갈대숲도
이젠
포근한 바람 불어 옵니다.
여인의 치마 바람처럼
봄볕에 일렁이는 갈대는
보기도 좋습니다.
모든 자연의 생명체들이
모두 살아나는삼월의공기가
푸른 하늘만큼 이나 상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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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 / 신동엽
오늘은 바람이 부는 데,
하늘을 넘어가는 바람
더러움 역겨움 건드리고
내게로 불어만 오는데,
음악실 문 앞,
호주머니 뒤지며
멍 멍 서 있으면
양주 쓰레기통 속
구두통 멘 채
골탈 칠이 걸어온다.
배는 고파서 연인 없는 봄.
문 닫은 사무실 앞
오 원짜리 국수로 끼니 채우면
그래도 콧등은 간지러운
코리아.
제주로 갈 거나
사월이 오기 전
갯벌로 갈 거나, 가서
복쟁이 알이나
주워 먹어 볼 거나.
바람은 부는 데,
꽃 피던 역사의 살은
흘러갔는데,
폐촌을 남기고 기름을
빨아가는 고층은 높아만 가는데.
말 없는 내 형제들은
광화문 창 밑, 고개 숙이고
지나만 가는데.
오 원짜리 국수로 끼니 채우고
사직공원 벤치 위
하루 낮을 보내노라면
압록강 철교 같은 소리는
들려오는데.
바다를 넘어
오만은 점점 거칠어만 오는데
그 밑구멍에서 쏟아지는
찌꺼기로 코리아는 더러워만 가는데.
나만이 아닌데
쭉지 잽히고
아사(餓死)의 깊은 대사관 앞
걸어가는 행렬은
나만이 아닌데.
이젠
안심하고 디딜 한 평의 땅도
없는데
지붕마다
전략은 번식해만 가는데.
뻐스 정류장 앞
호주머니 뒤지며
멍 멍 서 있으면
늘메미 울음 같은
아사녀의 봄은
말없이 고개 숙이고 지나 만 가는데.
동학이여, 동학이여.
금강의 억울한 흐름 앞에
목 터진, 정신이여
때는 아직도 미처 못다 익었나 본데.
소백으로 갈 거나
사월이 오기 전,
야산으로 갈 거나
그날이 오기 전, 가서
꽃창이나 깎아버며 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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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 / 조병화
하늘을 향하여, 일제히
새 생명들이 총공격을 준비 완료하고 있다
신장비를 갖추고
온 대지 구석구석에서 그날만 기다리며
다국적 군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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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愛 / 오순화
오늘 아침 열시의 바람은 보드란 손으로 들녘을 쓸어 주었다
오늘 오후 세시의 햇빛은 창가에 찬찬히 들어와 졸고 있었다
봄은 바람을 타고 온다
봄은 바람위에 햇살 무등 태우고
하늘하늘 겨울문턱을 넘어 새침 뚝 떼고
드러누워 지상의 주인. 만물의 지휘자가 된다
삼월은 1월의 새 희망보다도
더 푸른 숨결로 고개 숙인 나의 꿈을 흔들어 깨울 너이기에
힘겨워도 솟는 힘과 희망의 나래들
그래 그렇게 또 한 번 너를 품고 살아볼란다
사는 날 단 한 번도 배신하지 않았던 너였기에
사랑스런 봄이여
형편없이 초라해져도 너의 기운 앞에 손 내밀어 악수한다
싱그러운 봄이여
너의 뜨락에
잔 서리에 시든 들풀이, 뒷동산 떡갈나무 잎이 뒹굴다
내 몸 덮어주어 함께 이겨낸 겨울
따사로운 햇살 비비대고,
간질이는 바람결에 눈뜨는 아침 넌 언제나 씩씩했다
새봄마다 다시 태어나
가끔은 밥상 쌈장 옆에 누워있던 머위하나 심어놓고
가난한 마음이 괜실히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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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에 / 임정현
삼월에는
땅에 귀를 대고
먼 길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어라
지상의 빛깔을 다시 바꾸시는
조용한 그분의 숨소리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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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은 / 이태극
진달래 망울 부퍼 발돋움 서성이고
쌓이던 눈도 슬어 토끼도 잠든 산속
삼월은 어머님 품으로 다사로움 더 겨워.
멀리 희 산이마 문득 다금 언젤런고.
구렁에 물소리가 몸에 감겨 스며드는
삼월은 젖먹이로세, 재롱만이 더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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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삼월 / 권오범
꽃보다 백배 예민했던 내 촉수
나이 따라 골수 비어 무디어지더니
이젠 심하게 녹슬어
조율마저 불가능해진 걸까
백화가 만발하도록
봄과 서먹서먹 에돌다
어쩌다 보니
연 녹의 실루엣 타고 방황하는 의식
나 몰래 시절이 과속했나
곡우 지나 파장 맞은 벚꽃은 어쩌라고
다시 춘삼월로 뒷걸음질 쳐
속도조절 중인 달력
바람도 한통속으로 흔적 지워
시절 보폭에 맞출 요량인지
어제와 다르게 쌀쌀맞아
꽃비 짓밟고 천방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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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삼월 / 도종환
높새바람 불다 그친 윤삼월 저물녘
자목련꽃 소리 없이 지는 처맛기슭
그대 목련처럼 가고 난 뒤엔
뜻도 꿈도 육신도 허전하여서
사람에게 걸었던 그리움마저
허전하고 허전하고 하 허전해서
몸도 따라 하염없이 저무는 윤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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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삼월 / 최홍윤
4월 스무날 즈음에
솔 향기나는 봄바람이 불고
청명 한식에 소복이 모이던 봄처녀가
이제야 개나리 우물가에 얼씬거리네
먼 산에 울긋불긋 진달래
꽃다발 한 아름 안고, 옛사랑 순이가
네게로 달려오는데,
날이면 날마다
태양의 시간만 보고
달의 시간은 못 본채 한 내가
삶을 재촉한 것도 그렇고
개나리 우물가에서
시집간 지 오래된
누이 생각만 한 것도 그저 그러네
봄꽃이 만발해
비로소 알아채는 이 우둔함,
4월 스무날이 지나
윤삼월 초승달에 가는 꽃구름처럼
개나리 진달래 벚꽃에
취해버린 나그네 인생길
윤삼월 꽃 노래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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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삼월 / 손병흥
봄의 경치가 가장 좋은 철이라는 음력 삼월
길을 떠나려거든 호시절에 가라는 가절(佳節)
꽃밭이나 꽃나무 그늘이 그리운 화려한 계절
지구온난화로 인해 피어나는 꽃들마저도 점차 빨라
꽃샘추위 물리쳐버린 새싹 봄꽃 봄의 정취 풍광 속
설렘으로 다가서는 화사한 봄이 오는 길목 새 봄날
꽃피고 새가 우는 햇살이 따뜻한 초록빛 향연 따라서
파릇파릇해져 싱그러운 힘찬 기운 머금은 나무들조차
청명한 하늘 향해 환한 옷차림으로 미소 짓는 봄 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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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 삼월 / 정석원
눈 부신 햇살
향기 가득 봄 내음
싱그러운 꽃잎 따다
그대 가슴에 심어주고 싶어라.
섬섬옥수
하얀 목련 피어올라
백옥 같은 그대 모습
이 가슴에 묻어버렸다
이름 모를 들꽃
너를 반기는 활짝 핀 미소
햇살 머금고 피어난 푸른 하늘
불어오는 실바람에 간드러지는 대지
향기 만발 봄바람
추한 나목 색동옷 입혀
무지개 피어나는 저 들녘에
덩실덩실 춤사위 벌려보자꾸나
아! 향기 가득한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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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삼월 / 최봄샘
어느새 손 내밀며
내 곁에 와 주신 님이시여
가장 고운 자리에 앉으소서
지난 겨우내
그리움 베개 삼고 뒤채던
고독한 침상 지키주시며
함께 울어준 님이시여
가장 높은 자리에 않으소서
긴 겨울강 건너오느라 수고했노라며
꽃바람 한아름 안겨주네요
다시 일어나라 하네요
하많은 얼음꽃 녹여
별 같은 꽃망울 피우라시네요
오직 너만을 위하여
잔치 한마당 펼치겠노라시며
새롭게 잔 높이 들라 하시네요
어느 사이
소리 없이 다가오신 님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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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 삼짇 / 박목월
삼월 삼짇날
생일 잔치 차리자
햇병아리 솜병아리
생일잔치 차리자
동네 닭은 모여라
장닭은 관 쓰고
암탉은 가죽신 신고
달걀도 한몫 들자
대굴대굴 한 몫 끼자
등 넘어 삼촌三寸집
꿩 서방도 청해라
등 넘어 삼촌 집
꿩 서방도 청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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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연가 / 윤순찬
새벽에 산들이 민가까지 내려왔나 보다
밤새 사람냄새 기웃거리다
마을 어귀를 어슬렁거리다
인기척에 놀라 자빠라지며 달아난다
그들도 추운게다
껍질이 얇아진 삼월에
얼굴이라도 두꺼워야
아무 집에나 엉덩이 디밀고
단단히 견디며 너스레도 떨련만
산은
멀리서 서성이던 바람을 따라 달아난다
누군들 안추우랴
가슴속까지 한기가 내린 새벽참엔
아무라도 서방처럼 보듬고 싶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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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의 숲 / 김안로
아직은 사늘한 바람, 조수처럼 밀려들어 구석구석 엉겨 붙은 잔설 깨우며 스칠 때
오래 묵혀둔 그리움 토해내는 나뭇가지 너도나도 실눈 뜨고 하늘을 밀어 올리고,
살가운 햇살 딛고나온 한해살이 생명들의 수줍은 걸음마로 산자락이 야단스런 아침
나절,
멀리, 매년 고행삼아 내려오는 황사바람이 도착하기 전에 실한 뼈대로 한 땀 두 땀
살을 붙이고, 같은 바람막이로 서서 얼기설기
서로 껴안고만 있어도, 움이 터 올라
웃음 찾을 수 있는 일.
바람 불어와도, 흙먼지가 날려도, 산이 바람 따라 흔들려도,
언제 한 번 제 자리 뺏긴 적 있으며 집안형편 어려워 집 나간 적도
본분인 산란을 게을리 한 일도 없어,
아침 햇살 고요히, 웃으며 내려앉아 안수를 시작한다. 여전히 분답기만 한 아침나절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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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의 눈 / 백우선
봄눈 펄펄 날려
아, 물속이구나
연어 떼 뿌옇게 산란하듯
꽃샘 잎샘 바람결 휘감으며
겨울이 내쏟는
꽃의 알, 잎의 알, 싹의 알
봄, 봄, 봄 ― 봄을 막 풀어놓는구나
홀쭉해진 배로 뜰
어미 하늘물고기 떼의 등빛
삼월의 하늘은 더 푸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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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의 새 / 나태주
3월에 우는 새는 새가 아닙니다.
나뭇가지 끝에 걸린
그것들은 나무의 열매들입니다.
이 가지 저 가지로 옮겨 앉으며
올 줄도 아는 열매들입니다.
시방 새들의 성대는
부글부글 햇살을 끓이고 있고
햇살은 새들의 몸뚱이에 닿자마자
이승 방울이 되어 퉁겨납니다.
새들의 울음소리에 하늘은 모음으로 짜개집니다.
보셔 오,
우물 터에 앉아 겨울 내복을 헹구는
누이의 눈을.
눈물 번지는 벌판에 타오르는 아지랑이
그 아지랑이 속을 솟아오르는 누이 눈 속의 종달새 한 마리들...
3월에는 우는 새가 새가 아닙니다.
나뭇가지 끝에 걸린
울 줄도 알고 날 줄도 아는
그것들을 벌써
우리 마음속에 그려진 하나의 파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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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이면 / 박남수
팔에 큰 수술을 한 딸이
대학을 그만두고
향수의 바이얼린을 켜고 있다.
자라나는 애들의 좌절은은
마음 아픈 일이다.
책꽂이에 꽂힌 음악들
방바닥에 버려진 바이얼린 케이스.
3월이 되면
어느 하나도 가슴에 구멍을
뚫지 않는 것이 없다.
3월이 되어
단발머리 고만 또래가 걸어가면
나는 넋을 잃고......
오히려 내 딸은 위로의 말씀을.
3월이 되면
어느 하나도 가슴에 구멍을
뚫지 않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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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 한 달 / 이향아
삼월엔 온갖 바람 죄다 불었다
이 한 달을 살아 내기가
겨울 석달 넘기보다 힘이 들었다
일 년 두고 늙을 것
요 며칠 몸살에 다 끝내고
무섭다
들끓는 수 십 년 내 속의 삼월
삼월의 시작과
삼월의 이별
눈물겨운 못잊음과
아픈 변절을
누르고 눌러 숨어 지낸다
나는 이대로
봄을 만나지 못하겠지
만나지도 못한 채 보내기만 하겠지
떠나는 사람 잦아드는 오열도
내 죄려니 여기며 참고 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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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 벽두에 / 김종제
깊은 무덤속에서
한 철 숨 죽이고 지냈으니
오늘도 밖에 눈 내릴 줄 알았다
높이 세워 놓은 깃발 펄럭이려고
바람 불어오는 것을
오래전에 이미 예감했다
꽃 피는 상흔 같은 것
싹트는 번뇌 같은 것
살갗에 서리 소름 돋아나도록
화들짝 놀라게 할 줄 알았다
얼음의 병을 주고
함부로 손 내밀며 악수 청하는 것
무안하게 뿌리쳐서
저의 품으로 돌려보낼 줄 알았다
누렇게 마른 몸일지라도
굴복하지 않고
내일까지 견디겠다고 약속했다
푸르른 옷 한 벌 없이도
달 다 기울도록
참고 이겨내리라고 다짐했다
눈멀어도 광복을 맛보려고
귀먹어도 만세소리 외치려고
마침내 내 곁의
목숨 잃은 것들 지천이니
삼월 벽두가 내려치는
도끼에 곡괭이에
반도의 정수리가 깨지는 것을
섬의 팔과 다리가 잘려나가는 것을
겨울부터 미리 예견했다
봄은 그리 쉽게 몸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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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삼월에1 / 홍윤숙
내가 어렸을 때
삼월은 봉원사 뒤뜰 깨어진 鐘身에
한오백년 묵은 상처나 슬슬 문지르며
헐벗고 굶주리고 피맺힌 강산에
목소리 죽이고 숨죽이고
버선발로 살얼음판 기어서
울아버지 한밤중 싸리 바자울 아슬아슬 넘어오듯
그렇게 앞뒤 입 막고 귀 막고 숨 터지게 왔어요
할아버지 여덟 새 무명 동저고릿바람으로
만주 북간도 피멍 들어 넘나들던
객관의 주막 서러운 봉놋잠 깨울까 봐
깨어서 다시 불붙는 통한의 불기둥 될까 봐
제국주의 창검 아래 썩둑썩둑 잘리는 생초목 될까봐
할머니 긴 밤 심지불 돋우며
아주까리기름등잔 바작바작 태우던
근심으로 왔어요, 눈물 한숨 단근질로 왔어요
그때 삼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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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의 소묘 / 채상근
회색 보도블록을 따라 길을 걷는다
쓸쓸한 삼월의 황사 바람이 따라오고
바닷가 작은 도시의 건조한 건물들
뒤돌아보면 무의미한 무색의 세월들
콘크리트 건물을 집어삼키듯
오래된 건물을 부수는 포클레인의
붉은 집게 같은 날 끝으로 바람이 분다
건널목 앞에서 걸음을 멈춘 채
나는 한참을 바라본다
흰 줄 그어진 건널목을 건너듯
한 줄을 건너 띄고 싶은 푸른 생각들
부서진 건물의 잔해들 속에서
꿈틀거리듯 엉켜있는 녹슨 철골들
언젠가는 세월이 나를 무너뜨릴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녹슬어 가는 생각들
완성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은가
삼월은 쓸쓸히 바람 속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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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의 죽음 / 김기홍
풀잎은 힘들게 잠에서 깨어났다. 언 이불을 밀치며
무단 결근했다고 들어먹은 욕이
성원 형님 등뼈에 달라붙은 배를 채우고
흙바람도 덩달아 푹 꺼진 눈자위를 채웠다.
식구들 떠올리면 억울도 비굴도 건너야겠지만
부딪치면 막상 신심이 약했을까
오야지 욕심 더럽다, 떠날 사람 다 떠난 뒤
폐자재 검부재기만 남아 낑낑대는
측간 옆 굼벵이 기어드는 자취방을 걷어차며
바람은 소리쳤다. 변성원이가 죽었다요. 형님!
나누어 줄 사랑조차 없었던가. 먼발치서
제 몫만 챙기던 동물들 기어와 어이! 어이!
울음을 흘리다 가명 뒤에 숨은 본명에 흠칫
놀라기도 하고 화투나 돌리다가
찾아갈 것도 없고 남길 것도 없다
마누라 자식 하나 없는 놈 묻어 무엇하랴
일가친척 서둘러 짐을 챙긴 뒤
오야지가 안 온다. 몰아치던 반장도 안 온다.
소주를 나발 불다 가슴을 쥐어뜯거나
더러는 취해 멱살잡이로 옷을 찢고
코피가 터져 범벅이 돼서야, 부러
드러누워 하늘을 본다
병신아 … 꼴통아 … 미친놈아 …
하늘마저 미쳐 버렸나. 어찌 저리도 파랑가
차라리 잘 죽었어.
월급 한 번 받아본 적 없이
국가위기다 부도사태다 변두리로 떠밀리며 표류하며
실낱같은 빛을 찾아 헤매지만
따뜻한 이 한 줌의 뼈가 다시 살아나
거대한 산맥이나 바다를 이루지 못한다면
살아야 할 이유란 도대체 무엇인가.
뼈를 뿌린다. 푸르러오는
산천 초목 공사장 폐자재 속에
모여 단단히 묶어 목말 하나 세우고
불구의 나라
메마른 강 뿌리에
눈물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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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삼월 연인 / 함영숙
꼬리 잘린 2 월아 슬퍼 말아라
네 꼬리 잘라먹고
봄은 오누나
봄바람 산들산들
꽃잎 흔들 때
2월의 끝자락은 날을 여미고
3월을 부르며 노래하누나
넘겨주는 겨울을 싫다 하고 앵토라진
춘삼월 연인은 몸을 흔들며
교태스런 몸짓으로 들판 휘감고
피는 봄꽃 가슴을 터트리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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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 삼짇날 / 구재기
어찌 강남에 간 제비뿐이랴
연한 쑥 탕을 끓여 빈 배를 채우고
아낙들은 냇가에 몰려와 머리를 감으려
첫선 보인 나비 따라 점을 치는데
깊어 가는 하늘은 어둠뿐이다
공장에 간 딸아이의 소식은 없고
산에 가득 진달래꽃 피어
산허리에 그득 새빨간 진달래꽃 피어
괜스리 꽃전을 만들어 씹어보지만
텅 빈 들녘을 바라보면
어쩐지 마음만 바빠지는 삼월 삼짇날
보리는 아직 일러
이삭조차 보이지 아니하고
중 두리에 담가 놓은 씨나락
소금물 가림에 둥둥 뜨니 배 더욱 고프구나
아낙들은 눈으로 피라미떼 몰며
냇물에 흥건히 흐르는 햇살을 건져
연신 머리를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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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월과 삼월 사이 / 곽진구
겨울은 아니고,
그렇다고 봄도 아니고,
그런 틈새로
너무 조용히 서 있는 나무들이 수상합니다
눈이 오면 오는 대로 그냥 맞고,
비 오면 비 온 대로 모른 체 맞습니다
하, 그게 수상합니다
춥고 배고프면
뭔가 말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굶주린 사람처럼 말이 없습니다
햇볕 한 됫박이면
금세 잎을 내며 쫑알거릴 것도 하건만,
술 한 됫박이면
금세 입을 열고 말을 꺼낼 것도 하건만
저런 환절기엔
나무나 사람이나
슬픔이 크면
절로 말까지 버리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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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의 언덕에 올라 / 홍문표
지난겨울
가난처럼 남루한 침묵이 지루하였지만
삼월의 언덕에 올라
하늘에 펄럭이는 깃발을 보노라면
우리에겐 그 어느 날도
당신의 자상한 손길로 다듬어진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안다
무수히 반복되는 바람연습
모멸과 거부가 교차되는 지점에
차라리 순한 양처럼 엎드렸던 등성이
그 깍기워진 살결에도
봄은 또 오고
바람난 수목들은 어느새
여름 한마당의 황홀한 축제에
가슴을 태운다
아침 햇살을 털고
무성하게 돋아난 갈망의 몸짓들
언덕은 언덕으로 이어지고
산과 바다와 아라비아 사막으로 이어지는
오색 무늬의 비단길
누구의 가슴에도 한아름
꽃으로 피어나는 열망
사랑처럼 뜨거운 불꽃
삼월의 언덕에 올라
먹구름 거친 하늘을 보며
풍요를 일구는 계절을 보며
신명 나는 부활의 노래를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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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삼월을 기다리며 / 반기룡
물안개 내리는
강가에 서성거리면
흐르는 강물이 마구 달려와
지난 사랑의 사연을 졸졸 흘려주고
버들강아지도 긴 졸음
뾰족 뾰족 털어내며
달려오는 듯한데
봄바람 윙윙거리고
아지랑이 너울거려도
꽃피는 춘삼월에 안부 전한다 하던
새끼손가락 같은 약속은 보이지 않네
철새들만 오락가락하는 강가에
외로이 서있는 작품 하나
꽃샘바람 무등 타고
철새와 함께 긴 방랑이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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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삼월에 내리는 눈 / 오정방
입춘 우수 경칩도 다 지나가고
하루하루 봄은 깊어만 가는데
이 무슨 뜻밖의 기분 좋은 선물인가
하늘에서 지금
흰 눈가루, 흰 눈가루가
품을 추면서 쏟아지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지난번 첫눈 올 때 말하지 못한
‘오는 겨울에 다시 만나자’라는
아쉬운 그 작별인사 한마디
뒤늦게 재빨리 전해주고
날리는 저 흰 눈가루들은
대지에 닿기가 무섭게
바람같이 순식간에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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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에 내리는 눈 3 / 서연정
눈사람을 만들자
졸업식과 입학식을 장식했던 꽃가지로
눈사람 옆구리에 피가 돌게 하자
언제까지나 바래지 말라고 아주아주 붉은 색깔로
햇발은 곧 눈사람을 녹이고 꽃가지를 바닥에 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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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에 보내는 엽서 / 권복례
우체국과 이웃하고 있는 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보내야 할 편지와
받아보고 싶은 편지들이
날마다 수북하게 쌓였다
오늘은 화살나무가 잎을 피우고
어제는 산수유가 꽃을 피웠다
내일은 벚나무가 꽃을 화라락 피우리라
그리고 하르르하르르
벚꽃이 지리라
그렇게
그리움이 피었다가 질 무렵
붉은 띠를 건물 한가운데에 두른
우체국 창구에도
수많은 편지들이 쌓이고 보내지고 하고 있을 즈음
바람이 어디서 인가 불어와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듯이
두고 온 사람들의 소식이 궁금했지만
우체국에는 가지 않았다
삼월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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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 삼월 봄으로 오소서 / 고은영
겨우내 고체로 굳었던 심중에
눈 흘기고 돌아선 추위는
지각변동을 일으켜 이제
눈물로 영혼을 씻어내립니다
감성 그 덩어리에서 솟아오른
향기 풀어 천지를 진동하므로
오라 하지 않아도 임 그리운 사랑은
싸리꽃 마냥 봉오리 맺고
칼날처럼 모난 구석마다
부드럽게 휘감아 오는 훈풍 타
수줍은 순결의 속살 드리운
희디 흰 소복으로 맞고픈 내 임
풀빛 울음 울어 눕던 자리마다
고운 임 형상 더듬던 꿈자리로
캄캄한 밤길을 돌아 촛불 하나 밝히고
춘 삼월 봄으로 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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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이면 찾아오는 사랑 / 김종원
해마다 삼월이 되면
빼앗긴 사랑이 찾아온다.
우리 형제가 못나 비록
각방을 쓴 지 반세기일지라도
열여덟 살 그녀의 가슴 있었기에
서른세 살 청년의 끓는 피 만주벌을 적셨기에
그나마 되찾은 우리 집안
평화롭던 우리 가정은 어느 날
섬 승냥 떼에 무참히 짓밟혀
아버지는 탄광으로
큰아들은 싸움터로
맏딸은 정신대로 끌려갔던
아, 지우고만 싶은 우리 한민족
치욕의 가족사
오늘도
밤마다 꿈속에선
과거의 시간들이 비수처럼 가슴을 찌르고
그날의 욕됨이
압록강을 시퍼렇게 물들이고 있는데
그 날 할머니 할아버지의 한이
한강물에 저리 퍼렇게 멍들어 흐르는데
어찌 잊으라 하는가
해마다 삼월이 되면
가슴속 숨겨둔 방년의
뜨거운 연정을
서른세 살 청년의 끓는 피를
펄펄 끓는 심장에서 새로이
길어 올려야 하리
그대여
꿈 많던
대한의 청년이여
아리따운 처녀들이여
희생은 아름다운 꽃
죽어서 영생을 누리는 꽃들이여
칠천만의 눈물로 다시 피는 투사여, 열사여
이를 악물고
어제의 아픔을 꺼내야 다시는
꽃다운 사랑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니
해마다 삼월이 오면
유관순 누나의 순정으로
안중근 의사의 끓는 피로
칠천만의 눈물 되찾아 뜨겁게
다시 불태워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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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월의 산은 수다스럽다 / 박병금
연둣빛 환생을 꿈꾸는 삼월은
참나무 삭정이도 입을 열게 한다
황사 바람 목을 죄어와도
이랑이랑 넘치는 햇살에
매화꽃 조근조근 말을 건네오면
산수유꽃 기다렸다는 듯
노란 수술 터뜨리며 향긋한 소리로 화답한다
웃자란 억새 사이 연분홍 진달래
슬며시 고개 내밀면
춘심에 물오른 아낙네
도시락 싸들고 오르는 길섶마다
하얀 조팝나무꽃 사방에서 수런거린다
내 혈관 우듬지마다 환장하게 봄물 출렁거리는
삼월, 삼월의 산은
나물 캐는 아낙네보다
산을 오르내리는 인파의 행렬보다 더
수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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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 공석진
삼월 / 권예자
삼월 / 김정현
삼월 / 박목월
삼월 / 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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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 신동엽
삼월 / 조병화
삼월愛 / 오순화
삼월에 / 임정현
삼월은 / 이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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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월 / 권오범
윤삼월 / 도종환
윤삼월 / 최홍윤
춘삼월 / 손병흥
춘삼월 / 정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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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 / 최봄샘
삼월 삼짇 / 박목월
삼월연가 / 윤순찬
삼월의 숲 / 김안로
삼월의 눈 / 백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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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새 / 나태주
삼월이면 / 박남수
삼월 한 달 / 이향아
삼월 벽두에 / 김종제
다시 삼월에 1 /홍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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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소묘 / 채상근
삼월의 죽음 / 김기홍
춘삼월 연인 / 함영숙
삼월 삼짇날 / 구재기
이월과 삼월 사이 / 곽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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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의 언덕에 올라 / 홍문표
춘삼월을 기다리며 / 반기룡
춘삼월에 내리는 눈 / 오정방
삼월에 내리는 눈 3 / 서연정
삼월에 보내는 엽서 / 권복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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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 삼월 봄으로 오소서 / 고은영
삼월이면 찾아오는 사랑 / 김종원
삼월의 산은 수다스럽다 / 박병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