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들풀처럼
- 김지헌 -
초록의 계엄령
봄의 군단이 질주하고 있다
이제 무차별 폭격이 시작되리라
어깨동무하고 일제히
함성 내지르는 풀잎 시위대
무참히 꺾이는 한 시대의 반역자
강철 군단에도 봄은 온다
만 겹 철문 열어제치고
초록 들불 번진다
◆삼월
- 임영조 -
밖에는 지금
누가 오고 있느냐
흙먼지 자욱한 꽃샘바람
먼 산이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켜듯
하늘을 힘껏 밀어올리자
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
문득 귀가 맑게 트인다
누가 또 내 말 하는지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
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
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
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까
온종일 궁금한 삼월
그 미완의 화폭 위에
그리운 이름들을 써놓고
찬연한 부활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