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 김광섭
3월은 바람쟁이
가끔 겨울과 어울려
대폿집에 들어가 거나해서는
아가씨들 창을 두드리고
할아버지랑 문풍지를 뜯고
나들이 털옷을 벗긴다
애들을 깨워서는
막힌 골목을 뚫고
봄을 마당에서 키운다
수양 버들
허우적이며
실가지가 하늘거린다
대지는 회상
씨앗을 안고 부풀며
겨울에 꾸부러진 나무 허리를 펴 주고
새들의 방울소리 고목에서 흩어지니
여우도 굴 속에서 나온다
3월 바람 4 월비 5월 꽃
이렇게 콤비가 되면
겨울 왕조를 무너뜨려
여긴가 저긴가
그리운 것을 찾아
헤매는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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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 김명희
3월은 느티나무 우듬지로 온다
얇은 햇살도 가지 끝으로 기대어 선다
이직은 잔설이 남아 발이 시리다
나는 가끔 발이 시려 잠을 설치곤 한다
발아래 식구들 모여 살았던 곳
잔뿌리로 길을 내며 살을 비비고
온몸으로 물을 나르는, 사이사이
유난히 싱그럽게 깨어나는 가지가 있다
그러나, 아직은 뿌리에 물을 모으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서둘러 몸만 빠져나간다고 해서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보다
숨 가븐 시간이 지나가고
흔들어 깨우는 바람이 몇 차례
지나가고 난 후, 가까스로 눈을 뜨는 나는
시린 두 손 합장하며 안도의 숨을 쉰다
작은 벌레 한 마리
점자로 가만가만
뿌리의 숫자를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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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 나태주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 옷을 갈아입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가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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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 문인귀
나의 키만큼
삼월을 보태면
삼월은 나의 키만큼
발 돋음 한다
삼월 속의 태양은
연두색 종이를 오리며
한 뼘만 한 나의 뒤뜰에
바둑돌을 통긴다
나의 문을 열고
나의 키만한 겨울을 집어내면
나의 이마 높이로
태양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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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 박금숙
거친 눈발이 몰아치거나
느닷없는 천둥이 치거나
폭우가 쏟아지거나 하는 것은
참을성 없는 계절의
상투적인 난폭 운전이다
3월은
은근히 다림질한 햇살이
연둣빛 새순 보듬어주고
벚나무 젖빛 눈망울
가지를 뚫고 나와
연한 살내 풍기는
부드러움이다
꽃샘추위 시샘을 부려도
서둘러 앞지르지 않고
먼 길 돌아온
도랑물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일 줄 아는
너그러움이다
3월은
가을에 떠난 사람
다시 돌아와
추웠던 이야기 녹이며
씨앗 한 줌 나누는
포근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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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 오규원
삼월에 신은 남쪽
물결을 타고 온다.
봄에 일할 가의 들은
양 허리에 끼고,
해변의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의 서류을 갖춘다.
결재가 날 동안
나무들은 예산을 끝내고
들은 목책을 헐고
부드러운 바람은 방목은 한다
아, 배태의 순간은
뜰 위에 방학이 내려와 노닥거리는
학동의 마을이다.
신이 웃고 있는 곳에
심상이 간지러운 보슬비는
심상이 간지러운 보슬비는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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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 오세영
흐르는 계곡 물에
귀 기울이면
3월은
겨울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레 꽃숲에
귀 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 틔우는 대지에
귀 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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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 오순택
겨울 내내
어디 있나 했는데
목련 꽃망울 속에
토옥
튀어나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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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 이기철
봄풀 파릇파릇 돋아나는 날
나는 햇볕 바른 언덕에 누우리
내 곁에 털이 흰 짐승
울음이 고운 새
내 살아 있는 날 부를
가혹하게 그리운 이름들
내 신던 신, 입던 옷 입고
해 오르면 꽃빛으로 차츰 데워진
언덕에 누우리
3월이라 부르지 않아도 3월이 제 걸음으로 오는
아무리 가꾸지 않아도 꽃들이 제 기쁨에 피는
해마다 병으로 도지는 살풀이의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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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 이동호
일당도 받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목, 곳곳
가닥가닥 거미줄을 치는 바람,
중량을 초고한 기막힘,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지만
얼굴의 주름살 범람 중이다.
포장마차에서 술 한 잔 걸친 듯한 월세 집들
아무렇거나 엎어진 언덕 위 비포장 공터,
오래된 널빤지ㅣ에서 방금 뽑아낸 녹슨 못 같은 굽은 다리로,
한 사내, 중년의 절반쯤 겨우 균형을 잡고 박힌다.
아직 겨울은 짐도 꾸리지 않았는데 3월이다.
가로등이 하나 둘 좌판을 펄치는 야경의 반경
도란도란 목젖을 여는 벚나무들,
그 사이를 톱니처럼 빠져나가는 몇 사람 지나
온갖 부족한 것을의 집이었던
그의 사글세방에 조명이 켜진다.
안면근육이 쪼글쪼글한 전기장판은
아무리 열이 올라도 꽃을 피우지 않는다.
창 틈 낮은 하늘에서 반짝이는
저 숱한 몰래카메라,
어느 누가 그의 가난을 훔쳐보는 것일까?
봄도 업신여기는 그의 3월,
고드름처럼 거꾸로 자란 한파가 가득 들어가 눕는다.
환하게 떠오른 달 틈으로 슬픔들,
안타까움들, 숨죽여 그의 비극을
관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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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 임영조
밖에는 지금
누가 오고 있느냐
흙먼지 자욱한 꽃샘바람
먼 산이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재게 켜듯
하늘을 힘껏 밀어올리자
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
문득 귀가 맑게 트인다
누가 또 내 말 하는지
또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
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
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
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까
온종일 궁금한 3월
그 미완의 화푹 위에
그리운 이름들을 써놓고
찬연한 부활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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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 임영춘
다소곳한 햇살이 눈부시다
긴 잠에서 깨어났더니
담장이 조금 낮아졌구나
귀 기울이면 모두 가까이 있는 것을,
대문을 활짝 열고
주단이라도 깔아야 할 것 같은
간지러운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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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 장석주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쇄빙신 같이
치욕보다 더 생생한 슬픔이
내게로 온다
슬픔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모자가 얹혀지지 않은 머리처럼
그것은 인생이 천진스럽지 못하다는 징표
영양분 가득한 지 3월 햇빛에서는
왜 비릿한 젖 냄새가 나는가
산수유나무는 햇빛을 정신없이 빨아들이고
검은 가지마다 온통 애기 젖꼭지만 한 노란 꽃눈을 틔운다
3월의 햇빛 속에서
누군가 뼈만 앙상한 제 다리의 깊어진 궤양을 바라보며
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3월에 슬퍼할 겨를조차 없는 이들은
부끄러워하자
그 부끄러움을 뭉쳐
제 슬픔 하나라도 집어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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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 정연복
꽃샘추위 속에
겨울과 봄이 함께 있다
아침저녁에는
한기에 온몸이 떨리는데
한낮에는 온 땅에
봄기운이 살살 풍긴다
같은 산에서도
겨울과 봄이 공존한다
산의 응달쪽에는
아직 눈이 그대로 쌓여 있는데
햇빛 좋은 곳에는
벌써 이른 봄꽃이 피어 있다
겨울과 봄이
사이좋게 살아가는 3월은
생의 고통과 기쁨이
반대되는 것이 아님을 가르쳐 주는
참 철학적이고도
평화롭고 희망적인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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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 홍일표
수암사 오르는 길은
갈참나무, 병꽃나무, 오리나무가
모두 입 다물고 묵상 중이었다
가장 먼저
산수유 노랗게 허공에 떠 있었다
쉬임없이 소곤소곤 종알대고 있었으나
골짜기의 물들은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하산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좁은 산길 울퉁불퉁 박혀 있는 돌들이
툭툭 발목을 잡았다
줄레줄레 따라오던 잡념들은
그만 슬그머니 나를 놓아버리고,
수암사 가까이 다가갈수록
깊어지는 고요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비로소 맑게 빛나는
바람소리, 새소리
고요 속에서 뭉클 내가 만져지는 순간
꿩 한 마리 푸드득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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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에 /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 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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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에는 /최영희
어디고 떠나야겠다
제주에 유채꽃 향기
늘어진 마음 흔들어 놓으면
얕은 산자락 노란 산수유
봄을 재촉이고
들녘은 이랑마다
초록 눈,
갯가에 버들개지 살이 오르는
삼월에는
어디고 나서야겠다
봄볕 성화에 견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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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연가 / 안도현
그해 겨울 벌판 끝에서 불어오던 바람
혹시 기억하시는지
눈은 하늘을 다 끌고 내려와 땅에 이르고
무엇이든지 한번 흔들어 보고 싶어
그대의 눈망울 속에 쌓이던
바람을 아시는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우리들
사랑은 벌판으로
길이 되어 돌아가도 그대
그대 바람은 되지 마
혹시 아지랑이 봄날
내 이름 석 자 떠올려 준다면
내가 해야 할 것은
그해 겨울 바라보던 벌판 끝에
눈사람 되어
홀로 녹아내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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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의 강 / 나상국
세월의 강 저편에
3월이 있었다
미처 떠나 보내지 못한 마음과
꽃샘추위를
맘껏 밀어내고
서둘러 다가오는
파릇한 내음
삼월 초하룻날
아우네 장터에서
들려오던 소리 만큼
힘껏 땅을 헤집고 올라와
기지개 켜며
소리 없는 외침으로
세상을 보게 될
희망의 삶이 펼쳐질
3월
이쪽저쪽
강둑마다
버들강아지
깊은 심호흡으로
모세혈관을 확장해
가지마다 파란 만세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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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의 봄 / 전경전
한 것 기지개 켠 어깨 위로
토닥토닥 맞이하는
삼월의 이른 봄비
속살 곱게 곱게 다듬는
붉은 목련, 하얀 목련
수줍은 입가에 송 송이 맺힌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바람과 비를 앞세운 소식 오더니
움츠렸던 몸과 마음
묵은 흉허물 한 겹 또 한 겹
기쁘게 걷어 낼 때
3월의 봄이
참 이르게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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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의 시 /임영준
수줍은 얼굴 향긋한 내음으로
대문을 활짝 열었으니
해맑은 미소로 맞이해야지요
여벌의 바람 따위는
대충 그냥 흘려보내고요
박차고 일어나는 새순의 결기가
겨우내 엉킨 우리네 실타래를
후련히 풀어버릴 거라고
약간의 기대도 해보고요
모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공평한
은총이니 마음껏 들 펼쳐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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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의 나무 / 이채
3월의나무여
생각하는 나무여
잎이 돋아도 기쁘지만은 않네
겨울을 나고도
싹이 트지 못하고 씨앗을 위해
꽃이 피면 더 아린 가지들아
함께 걸어 온 저 길마다
봄바람 불어도 행복하지만은 않네
진실 하나 믿으려
흙이 되고 거름이 된 갈잎을 위해
3월의 나무여
기도하는 나무여
바람 먹고 물 마시고 햇살로 자라
천년을 산에서 살리니
보아라 저 산 푸른 잎, 그대들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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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의 노래 / 김사랑
3월 아침
이른 들길을 걸어봐요
제 돋아난 풀잎에 맺힌 이ㅡ슬이
반짝일 거여요
3월이면 다시 시작해보는 거예요
나뭇가지마다
움트고 오는 새 순처럼
푸른 마음을 하늘에 걸어두고
물 길어다 꿈을 적시며
사랑의 마음이 자라길 기다리는 거예요
꽃은 피어
그대 사랑은 향기롭고
내 사랑은
봄 햇살처럼 눈부실거여요
우리 사랑을 해보는 거여요
해마다 그래왔던 것처럼
마을 앞강를 흐르는 물결인양
사랑하는 마음만 들고
낮은 곳으로 흘러 가지요
3월이면
마음을 비워두고 바람의 숨결처럼
짧게 지나가는
삶의 한 순간 일 뿐이니
아름답게 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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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의 노래 / 천숙녀
겨우내
가난했던 침묵 지루하였지만
갈잎이 푸룬 물에 젖는 노래 들으며
수목의 혈관은 거침없이 터졌다
씨앗이 풀려 재잘거리는 골목을 풀고
야산을 풀고 동토마저 풀어
골짜기로 흐르는 물
그의 간지러운 목청까지 튼다
긴 잠 끝에 햇살 털고 일어서
무성하게 돋아나는 갈망의 몸짓
바람 만난 수목들은 어느새
여름 한마당의 황홀한 축제를 그리며
가슴을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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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의 마음 / 이풍호
꿈속에서
어딘가를 아득히 오고가다
깨어난 새벽
마시면 기침할 것 같은
솔내음
바람에 스며들어
잎새를 돋운다.
촉촉이 젖어오는 땅위를
쉬지 않고 맨발로 밟으면
이 아침에는
생각들이 넉넉해진다.
오직 사랑하므로
살아있음이여
그리움은
그립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가슴속에서
저절로 우러나온다.
=================
+ 3월이 오면 / 이길원
산으로 오르겠습니다
봄눈 질척이는 등산로 따라
이제 막 눈뜬 시냇물 소리에
가슴 헹구고
남쪽 바다 거스른 바람으론
얼굴 단장하겠습니다
옅은 새소리에 가슴 헤치면
겨울 나뭇가지 물오르는 소리.
산골 어디쯤 숨어 있는 암자 찾아
넙죽 절하고
두 손 모아 마음 접으면
선인(仙人) 사는 곳 따로 있을까
석양 등진 길손의 헤진 마음
어느 바람인들 못 헹굴까
칼바람에 웅크린 꽃잎
숨기던 화냥기 못 참아
입술 내밀어 보내는 교태에
가쁜 숨 몰아 쉬는
하늘 걸린 산
산으로 오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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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이 오면 / 장수남
아침이슬 여린 꿈
움츠린 삼월의 아기 잎 새
산울림 목멘대요.
넌. 겨울누나.
혼자 봇짐 싸니?! 눈물이
가지에 맺혀있네요.
누부야!
나. 겨울나라 따라갈 거야.
누나 등에 업혀…….
개울가 숲속엔
겨울새 봇짐 싼대요.
누부야! 나 겨울나라 꼭
따라갈 거야.
버들강아지 눈물이
글성글성 누나 따라간다고
어젯밤샘 보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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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의 추억 / 조용순
청춘의 정거장을 지나
지금 어느 간이역을 지나고 있는지
기억의 차창에 매달려
아름다움으로 활짝 피었던
꽃망울 터뜨리던 날의
기적소리 들려오고 있어
애써 잊으려 했던 기억들이
갈망의 3월 언덕을
숨 죽어 기어오르고 있으니
지나온 정거장마다
피어 있던 붉은 꽃송이들이
솔직하고 있기 때문이라
사랑이라는 말도 할 줄 몰라
하얀 수줍음이 붉게 물들기만 하던
그날들의 그림은
지나는 정거장마다 덜컹거리며
가슴으로 밀어 넣어야 했는데
맑은 사랑이 보석처럼 아까웠나 보다
혼탁한 세월 속에
바람에 나부끼는 이름을 밀어놓고
억지로 잠재우던 날의 뜨거운 추억은
주르륵 봄비처럼 눈물 흘리며 다가와서
3월 속으로 깊게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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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들풀처럼 / 김지헌
초록의 계엄령
봄의 군단이 질주하고 있다
이제 무차별 폭격이 시작되리라
어깨동무하고 일제히
함성 내지르는 풀잎 시위대
무참히 꺾이는 한 시대의 반역자
강철 군단에도 봄은 온다
만 겹 철문 열어젖히고
초록 들불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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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에 오는 눈 / 나태주
눈이라도 3월에 오는 눈은
오면서 물이 되는 눈이다
어린 가지에
눈물이 되어 젖는 눈이다
이제 늬들 차례야
잘 자라거라 잘 자라거라
물이 되며 속삭이는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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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에 대한 묵상 / 정연복
3월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다
3월은 2월과 등 돌리고 사는
적대적인 사이도 아니다
3월은 2월의 품속에서
생겨나고 자랐다
2월은 3월의 어머니요
3월은 2월의 자식인 것이다
그래서 자식이 어딘가
부모를 닮은 구석이 있듯
가만히 보면 3월은
2월의 성질을 꽤 닮았다
한겨울 추위를 뺨치는
꽃샘추위를 보라
꽃 피는 봄인가 싶다가도
아직도 겨울같이 느껴지는 3월이 아닌가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는 않아도
만물은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3월은 이런저런 모습으로
가만가만 보여주고 또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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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의 그대에게 / 박우복
어느 꽃이 먼저 필까
기다리지 말아라
꽃잎이 흔들릴 때마다
떨리는 몸과 마음
어찌 감당하려고
가슴을 적시는
봄비도 기다리지 말아라
외로움 안고 창가에 앉아
가슴에 번지는 그리움
어찌 감당하려고
3월이 되면
가만히 있어도
가슴이 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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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을 기다리며 / 나명욱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봄이다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풀고
따뜻한 공기와 맑은 햇살을
가슴 아름 품을 수 있는 아름다운 3월
3월의 첫 날에는
창문의 겨울 커튼도 밀어내고
구석구석 쌓여있던 먼지들도 털고
창살마다 하얀 페인트를 다시 칠하리라
베란다의 그 동안 버려두었던
파랑 빨강 하얀 화분들도 깨끗이 닦고
베고니아 피튜니아 꽃도 심을 준비를 하리라
3월이면 거리에도 꽃들의 향기로 가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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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의 바람 속에 / 이해인
어디선지 몰래 숨어들어 온
근심, 걱정 때문에
겨우내 몸살이 심했습니다
흰 눈이 채 녹지 않은
내 마음의 산기슭에도
꽃 한송이 피워 내려고
바람은 이토록 오래 부는 것입니까
3월의 바람 속에
보이지 않게 꽃을 피우는
당신이 계시기에
아직은 시린 햇볕으로
희망을 짜는
나의 오늘...
당신을 만나는 길엔
늘상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살아 있기에 바람이 좋고
바람이 좋아 살아 있는 세상
혼자서 길을 가다 보면
보이지 않게 나를 흔드는
당신이 계시기에
나는 먼 데서도
잠들 수 없는 3월의 바람
어둠의 벼랑 끝에서도
노래로 일어서는 3월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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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꿈을 꾸고 그 꿈을 가꾸는 당신은
여린 풀잎의 초록빛 가슴이지요
소망의 꽃씨를 심어둔 삶의 뜨락에
기도의 숨결로 방긋 웃는 꽃망울
하얀 언덕을 걸어
햇빛촌 마을에 이르기까지
당신이 참아낸 인내의 눈물을 사랑해요
고운 바람에게 따스한 햇살에게
아늑한 흙에게 감사해요
희망의 길을 열어가는 당신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은
마음의 꽃 한 송이 피워내는 일
그 향기로 서로를 보듬고 지켜주는 일
감사하다는 말은 심연의 맑은 물소리
그 고요한 떨림의 고백 같은 것
행복의 뜰이 활짝 핀 봄을 맞이할 때
그때, 당신의 뜰로 놀러 갈게요
아지랑이 옷 입고, 나비처럼 날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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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에는 꽃이 되고 싶다 / 윤보영
3월에는
꽃이 되고 싶다
마음에서
고운 향기가 나는 꽃!
나를 보고 다가오는
바람에게
미소로 안부를 전하고 싶다
안부에
향기를 나누는
여유가 담겼으면 좋겠다
여유 속에도
한 번쯤, 꽃을 심은 마음도
헤아려 보아야겠다
꽃인 나를
모두가 알아볼 수 있게
아름다운 꽃이 되고 싶다
꽃을 보는 사람마다
가슴에 행복에 담기는
행운의 꽃이었으면 좋겠다
꽃인 내가 행복한 것처럼
모두가 행복한 꽃이 되었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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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ㅡ무슨 일을 하고 싶다.
ㅡ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ㅡ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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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가슴에 3월이 오면 / 이채
꽃은 사람이 좋아
자꾸만 피는가
사람은 꽃이 좋아
사랑을 하네
내 나이를 묻지 마라
꽃은 나이가 없고
사랑은 늙음을 모르지
그러나
꽃의 아픔을 모른다면
사랑의 슬픔을 모른다면
쓸데없이 먹은 나이가
진정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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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 김광섭
3월 / 김명희
3월 / 나태주
3월 / 문인귀
3월 / 박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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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 오규원
3월 / 오세영
3월 / 오순택
3월 / 이기철
3월 /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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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 임영조
3월 / 임영춘
3월 / 장석주
3월 / 정연복
3월 / 홍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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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이해인
3월에는 /최영희
3월 연가 / 안도현
3월의 강 / 나상국
3월의 봄 / 전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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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시 / 임영준
3월의 나무 / 이채
3월의 노래 / 김사랑
3월의 노래 / 천숙녀
3월의 마음 / 이풍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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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오면 / 이길원
3월이 오면 / 장수남
3월의 추억 / 조용순
3월, 들풀처럼 / 김지헌
3월에 오는 눈 /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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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대한 묵상 / 정연복
3월의 그대에게 / 박우복
3월을 기다리며 / 나명욱
3월의 바람 속에 / 이해인
3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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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는 꽃이 되고 싶다 / 윤보영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박목월
중년의 가슴에 3월이 오면 / 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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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시 모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