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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봄

봄 시 모음 3

+ 봄들판 / 곽종분

발가벗은
흙을 파고아이들이 봄을 심는다.

흙 속에서
아지랭이
눈빛이 보인다.

비비쫑
종달새 소리가 햇살처럼 쏟아지면

산에서 
들판에서 
새싹들이

반짝반짝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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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는 마음 / 김광협

대지 위로
기름살 같은 햇볕은
고운 꿈을 수놓아라

냉각한 돌담 위
이끼는 또
어제를 가슴에 부여안고
푸른 입김을 몰아 쉬라

저리도 고운 하늘자락이
저토록 웃는 산 모퉁이가
재롱되는 청솔 밑
봄을 부르는 미소들이여

알듯도 말 듯
들리듯 말듯
아슴프시 귓전에 들리어 오는 소리

포시시 애기꽃이라도 한 송이 피는가
도로로 돌돌 이슬 한 방울 구르는가

돌담 밑 
쑥이며 무릇 냉이가 돋아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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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꽃들엔 / 김명수

우리나라 꽃들에겐설운 이름 너무 많다 이를테면 코딱지꽃 앉은뱅이 좁쌀밥꽃 건드리면 끊어질 듯 바람 불면 쓰러질 듯 아, 그러나 그것들 일제히 피어나면 우리는 그날을 새봄이라 믿는다 우리나라 나무들엔 아픈 이름 너무 많다 이를테면 쥐똥나무 똘배나무 지렁쿠나무모진 산비탈바위틈에 뿌리 내려 아, 그러나 그것들 새싹 돋아 잎 피우면 얼어붙은 강물 풀려 서러운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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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생의 솔숲에서 / 김용택

나도 봄산에서는
나를 버릴 수 있으리.
솔이파리들이 가만히 이 세상에 내리고
상수리나무 묵은 잎은 저만큼 지네.
봄이 오는 이 숲에서는
지난날들을 가만히 내려놓아도 좋으리.
그러면 지나온 날들처럼
남은 생도 벅차리.
봄이 오는 이 솔숲에서
무엇을 내 손에 쥐고
무엇을 내 마음 가장자리에 잡아 두리.
솔숲 끝으로 해맑은 햇살이 찾아오고
박새들은 솔가지에서 골자기로 가벼이 내리네.
삶의 근심과 고단함에서 돌아와 거니는 숲이여 거기 이는 바람이여
찬 서리 내린 실가지 끝에서
눈뜨리.
눈을 뜨리.
그대는 저 수많은 잎사귀들처럼 푸르른 눈을 뜨리.
그대 생의 이 고요한 솔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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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 김종철

꽃이 지고 있습니다
한 스무 해쯤 꽃 진 자리에
그냥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일 마음 같진 않지만
깨달음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알게 되었습니다


한순간 깨침에 꽃 피었다
가진 것 다 잃어버린
저기 저, 발가숭이 봄!
쯧쯧
혀끝에서 먼저 낙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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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 나태주
 
봄 되면 산과 들과 골짜기는
꽃과 신록으로 호사를 하고
개구리울음소리로 귀까지 호사를 하고
가진 것 별로 없는 나도 봄 따라 호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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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유 / 나태주

아프지만 다시 봄

그래도 시작하는 거야
다시 먼 길 떠나보는 거야

어떠한 경우에도 나는
네 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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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과 시 / 나해철

봄날에 시를 써서 무엇해
봄날에 시가 씌어지기나 하나
목련이 마당가에서 우윳빛 육체를 다 펼쳐 보이고
개나리가 담 위에서 제 마음을 다 늘어뜨리고
진달래가 언덕마다 썼으나 못 부친 편지처럼 피어 있는데
시가 라일락 곁에서 햇빛에 섞이어 눈부신데
종이 위에 시를 써서 무엇해
봄날에 씌어진 게 시이기는 하나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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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꽃 / 남정림

누가 너를 보잘것없다 했느냐
잠깐 피었다 지는 소임에
실핏줄이 훤히 드러나도록
솜털이 요동칠 정도로
있는 힘을 다했는데
 
땅에 납작 엎드려 살아도
햇살 한 줌 머무르는
변두리 골목 귀퉁이를 데우는
너는
하늘이 눈물로 키우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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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그친 뒤 / 남호섭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빨리 달리는 건 산안개다.

​산안개가 하얗게 달려가서
산을 씻어내면

​비 갠 날 아침에
가장 잘 생긴 건
저 푸른 봄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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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봄날 / 남혜란

봄 햇살에 나무들이
기지개를 켠다

전봇대에 참새들도
하품을 하는지
짹짹거린다

바람은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신이 났는지
새싹 하나를 잡고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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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 / 도종환

그해 봄은 더디게 왔다
나는 지쳐 쓰러져 있었고
병든 몸을 끌고 내다보는 창 밖으로
개나리꽃이 느릿느릿 피었다

생각해 보면
꽃 피는 걸 바라보며 십 년 이십 년
그렇게 흐른 세월만 같다

봄비가 내리다 그치고 춘분이 지나고
들불에 그을린 논둑 위로
건조한 바람이 며칠씩 머물다 가고
삼월이 가고 사월이 와도
봄은 쉬이 오지 않았다

 돌아갈 길은 점점 아득하고
꽆피는 걸 기다리며 나는 지쳐 있었다
나이 사십의 그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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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먼저 와서 / 류인서

횡단보도 신호들이 파란불로 바뀔 동안
도둑고양이 한 마리 어슬렁어슬렁 도로를 질러갈 동안
나 잠시 한눈 팔 동안,

​꽃 먼저 피고 말았다

​쥐똥나무 울타리에는 개나리꽃이
탱자나무에는 살구꽃이
민들레 톱니진 잎겨드랑이에는 오랑캐꽃이
하얗게 붉게 샛노랗게, 뒤죽박죽 앞뒤 없이 꽃피고 말았다

​이 환한 봄날

​세상 천지 난만하게
꽃들이 먼저 와서, 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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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앗 하나가 / 문근영

씨앗 하나가 / 문근영
꼼틀 꼼틀 태기가 있었나 보다
햇볕의 담금질로 해산할 모양이다
어둠을 꼬박 지새운 길에서
산통 때문에 이리저리 몸을 가누고 있다
은하수 같은 꿈을 왈칵왈칵 쏟아 놓고
꽃밭인 듯 가슴 졸인 머리를 빠끔히 내민다
해산의 꿈들이 어둠을 헤엄쳐와
줄줄이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탄생
꽃잎 하나 살며시 열고 햇살이 내려와 앉는다
가슴으로 빨려들 듯 봄이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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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곳 / 문정희

봄이라고 해서 사실은
새로 난 것 한 가지도 없다
어디인가 깊고 먼 곳을 다녀온
모두가 낯익은 작년 것들이다

우리가 날마다 작고 슬픈 밥솥에다
쌀을 씻어 헹구고 있는 사이
보아라, 죽어서 땅에 떨어진
저 가느다란 풀잎에
푸르고 생생한 기적이 돌아왔다

창백한 고목나무에도
일제히 눈펄 같은 벚꽃들이 피었다
누구의 손이 쓰다듬었을까
어디를 다녀와야 다시 봄이 될까
나도 그곳에 한번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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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 반칠환

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
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

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
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
두근거림이 없기 때문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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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기다리는 가슴에만 꽃을 피운다 / 성명순

산자락 한 모퉁이 산수유 가지 위에
하얗게 빛나던 잔설
저들이 녹아 스며들며 일깨울 뿌리
생명의 거룩한 율법을 듣는다

봄은 저 들녘 이름 없는 풀부터
수백 년 옹이를 감춘 고목에 이르기까지
공평한 햇살로 꿈을 꾸게 하지만
모두가 꿈을 꽃으로 피울 수는 없다

한겨울 견디기 위해
숨죽였던 가지와 뿌리
잠들었던 게 아니다
봄을 기다리는 꿈이었다

봄은 움츠린 가슴에는 오지 않는다
간절한 기다림만큼 활짝 편 가슴에만
모진 바람과 눈보라를 이겨낸 훈장처럼
꽃을 달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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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속의 봄 / 성낙일

키를 조금 낮추고
아니, 쪼그리고 앉아서 보면
봄이 왔네 봄.
논둑 길 돌아 밭으로 가는 길가로
벌써 봄이 와 있네.

우리 아베 쉰 머리카락 마냥
듬성듬성하게 헝클어진 빛바랜
풀들 속에서
쑥이랑 냉이 씀바귀 잡풀들이
겨우내 땅속에서 쓴 물 빨아먹고
비죽비죽 돋아나네, 이 어린 것.
살아있었노라고 눈 틔우네

봄은 참으로 고마운 약속
씨앗을 품고 온몸으로 겨울을 견뎌낸 대지와
거짓말처럼 씨앗이 밀어 올려낸 약속
보면 볼수록 눈물겨운 약속

대지가 어지러운 열로 몸이 붓기 시작하는 이유를
내 이제 알 것도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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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소식 / 신동엽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 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발병났다커니
봄은 위독하다커니

눈이 휘둥그래진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머언 바닷가에 갓 상륙해서
동백꽃 산모퉁이에 잠시 쉬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봄은 맞아 죽었다는 말도 있었다.
광증이 난 악한한테 몽둥이 맞고
선지피 흘리며 거꾸러지더라는...... 

마을 사람들은 되나 안 되나 쑥덕거렸다.
봄은 자살했다커니
봄은 장사지내 버렸다 커니 

그렇지만 눈이 휘둥그래진 새 수소문에 의하면
봄은 뒷동산 바위 밑에, 마을 앞 개울
근처에, 그리고 누구네 집 울타리 밑에도,
몇 날 밤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 와서
봄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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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용주

봄을 기다리다
눈을 감았습니다
연둣빛 세상이 그려집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온 세상에
생동감, 화창함
그리고 탄생을 알려 주는 봄이
내 안에 있습니다

그대가 봄
오래전에 다가와
웃는 얼굴로 꽃을 피우고
내 안에 머무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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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전쟁처럼 / 오세영

산천은 지뢰밭인가
봄이 밟고 간 땅마다 온통
지뢰의 폭발로 수라장이다.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푸르고 붉은
꽃과 풀과 나무의 여린 새싹들,
전선엔 하얀 연기 피어오르고
아지랑이 손짓을 신호로
은폐 중인 다람쥐, 너구리, 고슴도치, 꽃뱀......
일제히 참호를 뛰쳐나온다.
한 치의 땅, 한 뼘의 하늘을 점령하기 위한
격돌,
그 무참한 생존을 위하여

​봄은 잠깐의 휴전을 파기하고 다시
전쟁의 포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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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야 / 용혜원

봄이야,
만나야지.
바람 불어 꽃잎을 달아주는데
너의 가슴에
무슨 꽃 피워줄까?

봄이야,
사랑해야지.
춤추듯 푸르른 들판이 펼쳐지는데
목련은 누가 다가와
가슴 살짝 열고 밝게 웃을까?

봄이야,
시작해야지.
담장에선
개나리꽃들이 재잘거리는데
두터운 외투를 벗어버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꽃피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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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가슴에도 봄이 오나 봐 / 이채 

어떻게 살아야 꽃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착해야 향기가 될 수 있을까
어디에 가면 내 꽃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늘을 바라보면 구름을 닮고 싶고
바다를 바라보면 파도를 닮고 싶고
산을 바라보면 나무를 닮고 싶고

내 깊은 숲 속에
초록빛 꿈 하나 있어
봄이 오면 새는 지저귀나 봐

내 소망의 뜰에
분홍빛 사랑 하나 있어
봄이 오면 꽃은 피나 봐

외로운 들길에서도
해맑은 얼굴로 피어 있는
연보라 꽃 한 송이의 미소

피어나기 위해
기꺼이 참아내는 아픔이고 싶어
꽃이 피면 봄 앓이를 하나 봐

아지랑이 고운 언덕에 서면
눈물방울 글썽이는
파아란 꿈 빛 하늘가

다가가는 사랑이고 싶고
이루는 꿈이고 싶어
내 가슴에도 봄이 오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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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나리 / 이해인

눈웃음 가득히
봄 햇살 담고
봄 이야기
봄 이야기
너무 하고 싶어
잎새도 달지 않고
달려 나온
네 잎의 별 꽃
개나리꽃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길게도
늘어뜨렸구나

내가 가는 봄맞이 길
앞질러 가며
살아 피는 기쁨을
노래로 엮어 내는
샛노란 눈웃음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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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연가 / 이해인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

겨울에도 봄
여름에도 봄
가을에도 봄

어디에나 
봄이 있네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플수록
봄이 그리워서 
봄이 좋아서

나는 너를 
봄이라고 불렀고
너는 내게 와서 
봄이 되었다

우리 서로 
사랑하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언제라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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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까치꽃 / 이해인

까치가 놀로 나온
잔디밭 옆에서
가만히 나를 부르는
봄까치꽃

하도 작아서
눈에 먼저 띄는 꽃
어디 숨어 있었니?
언제 피었니?
반가워서 큰소리로
내가 말을 건네면

어떻게 대답할까
부끄러워
하늘색 얼굴이
더 얇아지는 꽃

잊었던 네 이름을 찾아
내가 기뻤던 봄
노래처럼 다시 불러보는
너, 봄까치꽃
잊혀져도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나도 너처럼
그렇게 살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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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 속으로 / 이해인

긴 겨울이 끝나고 안으로 지쳐 있던 나
봄 햇살 속으로 깊이깊이 걸어간다
내 마음에도 싹을 틔우고
다시 웃음을 찾으려고
나도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눈을 감고
들어가고 또 들어간 끝자리에는
지금껏 보았지만 비로소 처음 본
푸른 하늘이 집 한 채로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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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향해 가는 문 /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 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
+ 봄날 / 조미선

얼음장 밑으로 
시냇물이 실뱀처럼 스르르
몸을 푼다

버들강아지
금빛 은빛 햇살 모아
보송보송 하얀 솜털 고른다

새싹이
목 길게 빼고 두리번두리번
늘어나는 가족 얼굴 익힌다

대문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개나리 으스스 추운지
햇볕 치맛자락을 끌어다 덮는다

---------------------------
아내의 봄 / 정연복

아내의 이름 끝 자는
맑을 숙(淑)

한자 모양이 예쁘고
어감도 참 좋다

그래서일까
나이 쉰을 훌쩍 넘고서도

여전히 영혼이 맑고
소녀같이 꽃을 사랑한다

같이 길을 걷다 꽃을 만나면
반갑다며 한참 들여다본다.

평소 화장을 하지 않는 아내가
봄이면 달라진다

열 개의 손톱
열 개의 발톱마다

연분홍 매니큐어
곱게 칠한다

너무 예쁘다
꼭 진달래꽃 같다

아내는 꽃의 영혼을
제 몸에 새기고 싶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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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 한춘화

봄이 온다고 별일 있겠습니까

밥 그런대로 먹으면 되고 

빚도 늘면 늘지 줄지 않겠고

꽃 피기 시작한다고 소문 돌면

저승꽃 화창하게 만발할 테고

진작 귀먹고 그리운 사람은 불러도

 딴전 부릴 테고

다아 지금처럼도 괜찮습니다

다만, 길거리에서 오줌 마려울 때

항상 굳게 잠긴

정류장 앞 건물 화장실만이라도 열려

시원하게 일 볼 수 있는

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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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온다 / 홍수희

봄은 온다
서러워 마라
겨울은 봄을 위하여 있는 것

잿빛으로 젖어있던
야윈 나뭇가지 사이로
수줍게 피어나는
따순 햇살을 보아

봄은 우리들
마음 안에 있는 것
불러주지 않으면
오지 않는 것이야

사랑은 저절로
자라지 않는 것
인내하며 가꾸어야
꽃이 되는 것이야

차디차게 얼어버린
가슴이라면
찾아보아 남몰래
움트며 설레는 봄을

키워보아 그
조그맣고 조그만 싹을


__________________  



봄 / 신용주
봄 / 한춘화
봄날 / 조미선
풀꽃 / 남정림
---------------------
개나리 / 이해인
그해 봄 / 도종환
봄들판 / 곽종분
봄이야 / 용혜원
----------------------
산수유 / 나태주
봄까치꽃 / 이해인
봄날과 시 / 나해철
봄의 소식 / 신동엽
---------------------
봄의 연가 / 이해인
봄은 온다 / 홍수희 
봄이 되면 / 나태주
아내의 봄 / 정연복
-------------------------
약속의 봄 / 성낙일
꽃 먼저 와서 / 류인서
나른한 봄날 / 남혜란
봄날은 간다 / 김종철
---------------------------
봄비 그친 뒤 / 남호섭
씨앗 하나가 / 문근영
아름다운 곳 / 문정희
봄은 전쟁처럼 / 오세영
-------------------------------
봄을 맞는 마음 / 김광협
봄 햇살 속으로 / 이해인
우리나라 꽃들엔 / 김명수
그대 생의 솔숲에서 /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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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향해 가는 문 / 이해인
내 가슴에도 봄이 오나 봐 / 이채 
두근거려 보니 알겠다 / 반칠환
봄은 기다리는 가슴에만 꽃을 피운다 / 성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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