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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봄

4월 시 모음 2

+ 4월 / 목필균

벚나무 바라보다
뜨거워라
흐드러진 꽃잎에
눈을 다친다

저 여린 향기로도
독한 겨울을 견녔는데
까짖 그리움 하나
삼키지 못할까

봄비 내려
싸늘하게 식은 체온
비벼대던 꽃잎
하르르 떨구어져도

무한대로 흐르는 꽃소식
오슬오슬 열 감기가
가지마다 열꽃을 피워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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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 박인걸

사월이 오면 
옛 생각에 어지럽다. 

성황당 뒷골에 
진달래 얼굴 붉히면 
연분홍 살구꽃은 
앞산 고갯길을 밝히고 

나물 캐는 처녀들 
분홍치마 휘날리면 
마을 숫총각들 가슴은 
온종일 애가 끓고 

두견새는 짝을 찾고 
나비들 꽃잎에 노닐고 
뭉게구름은 졸고 
동심은 막연히 설레고 

반백 긴 세월에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그 시절 
앞마당에 핀 진달래 
그때처럼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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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 박화목

4월은 
거칠은 계절풍이 부는 가운데도
굳은 땅을 뚫고 짓누른 돌을 밀쳐 제치며
어린 푸른 싹이 솟구치는 달이다.

사월은
정녕 생명의 외침을
아무도 막아내지 못하는 달이다.

사람 뒤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랫사람 없고……

그 누가 착하고 어진 우리를 억누르고
한 몸의 영화를 그 속절없는 부귀를
누리려고 했던가?
썩은 권력은 언제든지 허물어지고 마는 것을……

한 겨우내 죽은 듯
침묵 속에서 살아온 뭇 생명들
이제 활활이 분화처럼 활활 히 솟구치나니
아 진정 4월은
부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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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 오순택  

봄은
민들레 노란 꽃신을 신었어요.

부리에 봄을 물고
노랑턱멧새도 와 있었어요.

나비는
젖은 날개를 말리느라 
햇볕을 쬐고 있어요.

제비는
꽃잎 같은 새끼 주둥이에
벌레 넣어 주기에 바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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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 윤용기

잔인한 잔치 
시작되었네. 
처소 곳곳에 

퉁퉁 불어 있던 
몸 동아리 
터져 나오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 나오듯 
하늘 향해 천지를 개벽시키네. 

날카로운 칼바람 
견디어 온 
환희의 기쁨 숨어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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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 정연복

악의 없는 거짓말이 
너그럽게 용납되고도 남는

만우절로 시작되는 4월은
통이 무척 큰 달이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해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걷잡을 수 없이 
지천으로 피는 꽃들 때문이다.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과 벚꽃뿐이랴

땅으로부터 올라오는 
초록 풀들과 민들레 앞에서

거짓과 기만의 세상은

한풀 꺾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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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 한승수  

여기저기 봄꽃들 피었다.

가로수 왕벚꽃 화려한 왕관을 쓴 채
임대아파트 울타리에 매달린
어린 개나리를 내려다 보고
철없는 목련은 하얀 알몸으로
부잣집 정원에서 일광욕을 한다.

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다
화려함이 다르고 눈높이가 다르고
사는 동네가 다르지만
그것으로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다
빛깔이 다르지만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다.

어우러져서 참 아름다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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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 박송죽

숨죽인 빈 공간을 차고 
새가 난다. 
물오른 나무들의 귀가 
쏟아지는 빛 속으로 
솟아오르고 목숨의 눈부신 4월은 
유채꽃 향기로 가득하다. 

아름다워라 
침묵만큼이나 
안으로 충동질하며 
온 피 걸러 
생명의 진액으로 타는 
4월의 하늘이여. 

다만 살아있음이 눈물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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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꽃 / 신달자 

홀로 피는 꽃은 그저 꽃이지만
와르르 몰려
숨 넘어가듯
엉겨 피어 쌓는 저 사건 뭉치들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벚꽃 철쭉들
저 집합의 무리는
그저 꽃이 아니다
우르르 몰려 몰려
뜻 맞추어 무슨 결의라도 하듯이
그래 좋다 한마음으로 왁자히
필 때까지 피어보는
서럽고 억울한 4월의 혼령들
잠시 이승에 불러모아
한 번은 화끈하게
환생의 잔치를 베풀게 하는
신이 벌이는 4월의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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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시 / 이해인   

꽃무더기 세상을 삽니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도
세상은 오만가지 색색의 고운 꽃들이
자기가 제일인 양
활짝 들 피었답니다

정말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새삼스레 두 눈으로 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고
고운 향기 느낄 수 있어
감격이며
꽃들 가득한 4월의 길목에
살고 있음이 감동입니다?
눈이 짓무르도록 

이 봄을 느끼며 
가슴 터지도록 
이 봄을 즐기며
두발 부르트도록 
꽃길 걸어볼랍니다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은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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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노래 / 안성란 

4월. 그대는 천진한 아이처럼
장난스러운 언어로 
행복한 웃음을 만드는 
더듬이를 달고
추억을 찾아가는 즐거움으로 시작되었다.

그대는 새로움을 창조한
희망의 초록빛 여린 싹을 잉태하고
꽃피는 날
아름다운 색채로 수채화를 그리는
들녘에 푸릇한 새날의 축복을 낳아
꽃들의 향연이 열리는 푸른 초장으로 
안내하는 초대장을 보내 주었다.

꽃의 향기는 조용히 와서
재잘거리며 수다를 떨다가
행복한 미소로 덮어놓고
우리네 삶에 새 생명을 주는
4월. 그대는 희망을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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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노래 / 정연복

꽃들
지천으로 피는데

마음 약해지지 말자
나쁜 생각은 하지 말자.

진달래 개나리의
웃음소리 크게 들리고

벚꽃과 목련의환한 빛으로 온 세상 밝은
4월에는 그냥
좋은 생각만 하며 살자.  

한철을 살다 가는 꽃들
저리도 해맑게 웃는데

한 세상 살다 가는 나도
웃자 환하게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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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노래 / 정호승

사월이 오면 
저 산을 뽑으리라 
산새도 살지 않은 
사람들도 쫓겨간 
저 붉은 산을 뽑아 
바다에 던지리라 

개꽃이 피고 
개꽃잎이 흩어져도 
저 붉은 산을 뽑아 
바다에 던지고 
자유의 무덤 앞을 
떠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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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만남 / 김덕성  

함께 사는 세상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우정이건 애정이건 만남은 
정이 오가면서 
믿음이 생기게 되어 
비로소 사랑의 꽃 피게 되나니 

4월의 만남으로 
미덥지 않는 선거용 악수가 아닌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진실한 믿음으로 
나누는 사랑의 악수가 되고 

신중한 한 표 한 표 
깨끗한 선거로 뿌리를 내리는 4월 
4월의 만남은 
우리에게 행복이요 축복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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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바람 / 홍경임

모짜르트가 흐르는 거실에서
홀가분한 마음 되어
커피 한 잔 말없이 마시니
잠에 취했던 나의 영혼 기지개를 켠다

맑은 기분으로 4월의 햇살을 받으며
돌산 밑 작은 동네를 지날 때면
골목 파란 대문집 라일락 꽃잎은
내 볼을 어루만지는데

4월의 바람 오늘은 더욱
여며진 내 가슴을 헤집으며
어제와는 다른 몸짓으로 하여
나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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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의 사랑 / 정연복 

사랑을 하기에는 
4월이 딱 안성맞춤이다

노랑 개나리의
명랑한 가슴으로

흰 벚꽃이 날리는
가로수 길을걸으며 

연분홍 진달래 
흠모의 정을 전하면 

목련 같이 순수한 
그대가 영혼에 가 닿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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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편지 / 오순화

꽃이 울면 하늘도 울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꽃이 아프면 꽃을 품고 있는 
흙도 아프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꽃이 웃으면 하늘도 웃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꽃이 피는 날 꽃을 품고 있는 
흙도 헤죽헤죽 웃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맑고 착한 바람에 

고운 향기 실어 보내는 하늘이 품은 사랑 
그대에게 띄우며 
하늘이 울면 꽃이 따라 울고 
하늘이 웃으면 꽃도 함께 웃는 봄날 
그대의 눈물 속에 내가 있고 
내 웃음 속에 그대가 있음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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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오면 / 도지현  

방황하던 마음 이제 접고
동으로 작은 창을 하나 내겠어요

솔솔 부는 바람에
겨우내 닫았던 마음 거풍 시키며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들으렵니다

점점 짙어가는 녹음을
눈은 감고 마음으로만 음미하며
푸른 하늘까지 보려 합니다

초록 잎 틈으로 방긋 웃는 꽃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하얀 백지 위에 절창 하렵니다

새들의 청아한 노래 들으며
숲으로 난 오솔길 호젓하게 걸으며
숲에 스며들어 하나가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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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수채화 / 권오범 

 한바탕 정분난 세상은
  연둣빛 옷자락 서툴게 걸치고
  빛 부신 4월을 노래한다
  온갖 미물들이 사랑을 나누느라
  술렁이는 산골짝 물웅덩이도
  넉넉한 햇살 받아
  한창 데우는 중인데
  낮은 음표들을 자잘하게 내걸고
  물 속 메아리에 귀 기울여
  열심히 들여다보는 능수버들
  정수리 삭정이에 앉아있는
  때깔 고운 물총새 두 마리
  교대로 자맥질이 한창이다
  비행기가 팽팽히 당겨놓은
  하얀 빨랫줄에 파란하늘이 살며시
  솜이불 한 자락 끌어다 말리는 오후
  걱정일랑 뒤틀린 노송 관솔에 걸어놓고
  찬찬히 그려보는 심중의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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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내리는 눈 / 안도현  

 눈이 온다.
4울에도
교사 뒤뜰 매화나무 한 그루가
열심히 꽃을 피워 내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을 맞는다.

엉거주춤 담벼락에 오줌 누다 들킨 녀석처럼
매실주 마실 생각하다가 
나도 찬 눈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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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에서 4월 사이 / 안도현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 제비꽃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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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거리에 서면 / 노태웅 

벗이여 
체념의 행렬 깨우던 이 거리에 
4월이 오거든 

마음에서 멀어진 그날의 함성 
우리 모두의 바람 다시 한번 기억해 다오 

창 밖 향나무 
당신을 위해 
몸을 태워 향기 날릴 때 
항거했던 아픈 가슴 
영원한 울림 그날을 기억해다오 

벗이여 
웃음으로 가득한 이 거리 
다시 4월이 오거든 
그때 많은 꿈 묻어둔 거리를 거닐며 
어제의 함성에 귀 기울여다오 
4월의 거리에 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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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갈아엎는 달 / 신동엽

내 고향은 
강 언덕에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지금도 
흰 물 내려다보이는 언덕
무너진 토방가선 
시퍼런 풀줄기 우그려 넣고 있을
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것들.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산천은 껍질을 찢고 
속잎은 돋아나는데, 
4월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
우리네 조국에도 
어느 머언 심 저,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4월이 오면

곰나루서 피 터진 동학의 함성.
광화문서 목 터진 4월의 승리여.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향락의 불야성 갈아엎었으면
갈아엎은 한강연안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4월은 일어서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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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떠나고 나면 / 목필균

꽃들아, 4월의 아름다운 꽃들아.
지거라, 한 잎 남김없이 다 지거라

가슴에 만발했던 시름들
너와 함께 다 떠나버리게

지다 보면
다시 피어날 날 가까이 오고
피다 보면 질 날이 더 가까워지는 것

새순 돋아 무성해질 푸르름
네가 간다 한들 설음뿐이겠느냐

4월이 그렇게 떠나고 나면
눈부신 오월이 아카시아 향기로 
다가오고

바람에 스러진 네 모습
이른 아침, 맑은 이슬로 피어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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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 정해종 

우수 경칩 다 지나고 
거리엔 꽃을 든 여인들 분주하고 
살아 있는 것들 모두 살아 있으니 
말을 걸어 달라고 종알대고 
마음속으론 황사바람만 몰려오는데 
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바람이 나도 단단히 나서 
마침내 바람이 되고 싶다 
바람이 되어도 거센 바람이 되어서 
모래와 먼지들을 데리고 멀리 가서 
내가 알지 못하는 어느 나라 
어느 하늘 한족을 자욱이 물들이고 싶다 
일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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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 김성공

사월에 포근한 바람이
이 몸을 감싸 돌고 사라지는 너는
그 바람이 되었구나
 
대지의 황홀함으로 고개를 든
이름 모를 꽃 너는
그 꽃이 되었구나
 
사월아,
세상은 아비보다 먼저 떠나면 죄라 말하지만
이 껍데기의 아비는
그리 생각지 않으련다
 
이 아비 걱정하는 날 너의 눈물은
비가 되어 내리며
좋은 날 너의 선물은
따스한 햇살인 것을
 
그렇구나
너는 나와 함께 하는구나
아들아, 이제 다시는 울지 않으련다
이 화산, 용암의 세상을 일찍이 떠나
그 꿈같은 세상이
이젠 너의 현실이 되었으니
 
사랑한다
나의 영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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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 임보

도대체 이 환한 날에 
누가 오시는 걸까 

진달래가 저리도 
고운 치장을 하고 

개나리가 저리도 
노란 종을 울려대고 

벚나무가 저리도 높이 
축포를 터뜨리고 

목련이 저리도 환하게 
등불을 받쳐 들고 섰다니 

어느 신랑이 오시기에 
저리도 야단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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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4월 / 이시영

감자 대를 뜯다가도 나는 너를 기다렸다
오늘도 동냥 나가 나는 너를 기다렸다.
강 건너 버들잎 날리면
보리밭 둑을 타고 너는 오리라
뒷산에 진달래 붉게 울면
목발을 짚고 너는 오리라
땀에 젖은 얼굴 빛나는 함성
그날의 총탄 속을 뚫고
너는 다시 오리라
거친 땅이 낳은 아들 문둥이 아들
누더기 속에 간 오히려 깨끗한 사랑
두 팔에 덥석 안을 날은 오리라
아아 몇몇 해던가
먹구름을 몰아내면 또 같은 먹구름
소나기를 피하면 더 거센 소나기
너는 오지 않고 쉽사리 오지 않고
종살이에 지친 누이들
칡꽃이 희게 울 때 또 다른 주인 찾아 몸 팔러 갔네
종달이 빈 밭에 날 때
힘깨나 쓰는 동생들 서울 가 떠돌이가 되었네
애비 같은 비렁뱅이 되었네
아아 몇몇 해던가 기다림의 나날
한 번은 박차고 나아가 맞이해야 할 날
가난하지만 자랑스럽게 우리가 우리 차지해야 할 날
크나큰 슬픔의 날 별빛 해방의 날 오리라
바로 너는 오리라 꽃수레 타고
가랑잎만 굴러도 나는 너를 기다렸다.
다리 밑 움막 열고 나와 나는 너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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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사월 / 박목월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직이 외딴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이고
엿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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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4월에 / 김용택 

피 묻어 선연한 새벽 낯빛들
찢긴 가슴 펄럭여
그리운 그 얼굴들 그리워
밤이면 밤마다 잠 못 이루고
날이면 날마다 걷던 걸
우뚝우뚝 멈춰서는
소쩍새 길길이 울어 넘는
삼사오월 거 고갯길
펄펄 죽은 몸 펄펄 살아
잡는 손 풀뿌리 뿌리치며
한 많은 고개
산, 산 넘고 물, 물 건너
훌훌 단숨에 타는 가슴
불길로 오라
못견디게 그리운
새벽 낯빛 그 고운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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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노래 / 박목월 

목련꽃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바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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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노래 / 정호승

사월이 오면
저 산을 뿁으리라
산새도 살지 않는
사람들도 쫓겨간
저 붉은 산을 뿁아
바다에 던지리라

​개꽃이 피고
개꽃 잎이 흩어져도
저 붉은 산을 뿁아
바다에 던지고
자유의 무덤 앞을
떠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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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일기 / 나호열 

말문을 그만 닫으라고
하느님께서 병을 주셨다

몇 차례 황사가 지나가고
꽃들은 다투어 피었다 졌다
며칠을 눈으로 듣고
귀로 말하는 동안
나무속에도 한 영혼이 살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허공에 가지를 뻗고
파란 잎을 내미는 일
꽃을 피우고
심지어 제 머리 위에 둥지 하나
새로 허락하는 일까지
혼자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파란 하늘에서 떨어진 별처럼
주먹만큼 빛나는 새 한 마리가
잠시 머물고 간 뒤
사월의 나무들은 일제히 강물 흘러가는
소리를 뿜어내고 있다

말문을 닫으라고
하느님이 내린 병을 앓고 있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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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풍경 / 김남권

강물소리를 담아놓은 하늘이
푸른 비늘을 펄떡이며
햇살을 건너온다.

그곳 어디메쯤
겨울을 건너온 사람이
꽃을 빚고 서있을 텐데
상처뿐인 나무에서
햇살의 숨소릴 파내고 있을까.

햇살이, 바람이 봄꽃을 어루만지며
나비를 품은 하늘을 잉태하느라
헛기침을 하고
기침소리에 깨어난 강물이
바람을 파먹느라
거울같은 파문을 찍는다.

그곳 어디메쯤
겨울을 건너온 사람이
햇살을 빚고 서있을 텐데
애보리 쑥쑥 자라나는
땅속으로 바람의 길을 만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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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4월 / 김상현

푸른 숨결이네
스스로 이는 참회의 바람이네
어린 손의 손짓이네

어린 손들이 하늘을 떠받치며
환호하는 감사,
겨울 내내 눈물로 퍼 올린
모세혈관의 힘겨움을 참아내
저곳들을 싹틔웠을
어머니에게 바치네

하늘의 계시를 기다리고 있는
옹골찬 초록의 세상을 만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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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나는 4월 / 목필균

산마다
꽃불 지펴 놓고
번지는 불길에 놀라
달아나는 그대

열 손가락으로도 잡히지 않는
그대의 옷자락
가슴에 엎질러 놓은
사랑의 수액은 다 어찌하라고
봄바람으로 터진
세상 소문 다 어찌하라고

진한 녹색 옷 입고
라일락 꽃관 쓴 5월이
고개 내밀 때
뒤돌아 볼 새 없이
초록 물결 속에 숨어든
연둣빛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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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내 4월 / 윤보영

​4월입니다
​향기나는 4월입니다
꽃향기 보다
내 향기가 진한 4월입니다​

일 년 소망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문득 뒤돌아 보고
만족한 미소를 짓게 될
의미 있는 4월입니다​

​내 안에 피운 꽃을
산과 들에 사랑으로 옮겨 심을
가슴 따뜻한 4월입니다​

4월에는 꽃이 되겠습니다
가슴 가득 향기를 담고
당신에게 행복으로 선물 될
아름다운 꽃이 되겠습니다

​4월에는 마음을 열겠습니다
내 안과 내 밖에
가득 핀 꽃을 볼 수 있게
활짝 열겠습니다

올해도 이 멋진 4월을
내 일년의
행복한 달로 만들겠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내가 더 사랑하며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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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월은 가고 / 이태수

다시 사월은 가고
한 쌍의 금화조錦華鳥, 조롱 속에서
날개를 파닥이는 낮 한때
창가에 매달려 파닥이다가
울었어요. 어깨로만,
황사黃砂 몰려오고
바람에 묻어 어른대는 얼굴, 얼굴들.
빈 의자 모서리엔
그때의 그 뜨거운 꽃봉오리들이
남아 술렁이었어요.
또 풀꽃들은 시들고
속절없이 창유리에 눈 박으며
금이 간 꿈 몇 조각, 떠돌다 지워지고
스러졌단 뿌옇게 글썽이는
피의 귀한 빛깔들을
붙들어 안았어요. 내 눈은 어두우나
눈부시던 날의 그 성난 목소리
더듬어 귀를 대면서
다시 날개를 꿈꾸고
먹구름 사이 떠 흐르는 눈빛들.
어깨 시우고 바로 걷던 자들의
오오, 불붙은 가슴들,
그 완강한 숨소리 가까이에
조심조심 다가서면서.
사월의 꿈, 그 황홀한 가장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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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에 걸려 온 전화 / 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굣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 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가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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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 목필균
4월 / 박인걸 
4월 / 박화목
4월 / 오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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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 윤용기 
4월 / 정연복
4월 / 한승수    
4월에 / 박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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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꽃 / 신달자 
4월의 시 / 이해인   
4월의 노래 / 안성란 
4월의 노래 /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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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노래 / 정호승 
4월의 만남 / 김덕성  
4월의 바람 / 홍경임 
4월의 사랑 /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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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편지 / 오순화 
4월이 오면 / 도지현 
4월의 수채화 / 권오범 
4월에 내리는 눈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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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서 4월 사이 / 안도현
4월의 거리에 서면 / 노태웅 
4월은 갈아엎는 달 / 신동엽 
4월이 떠나고 나면 / 목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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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면 바람나고 싶다 / 정해종 
사월 / 김성공
사월 / 임보
아, 4월 / 이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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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사월 / 박목월 
부활 4월에 / 김용택  
사월의 노래 / 박목월 
사월의 노래 /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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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일기 / 나호열 
사월의 풍경 / 김남권
초록의 4월 / 김상현 
달아나는 4월 / 목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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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내 4월 / 윤보영 
다시 사월은 가고 / 이태수 
사월에 걸려 온 전화 /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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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시 모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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