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꽁치 / 박유라
봄비 속에 문을 연 생선가게에서
꽁치 사려- 외치는
소리 한 접시 너를,
안개 스미는 저녁 내내
또드락또드락 먹고 싶다
물미역 한 장에 바다를 펴고
그 위에 미나리 향을 살짝 찍어 발라
알맞게 깊어진 토막
한 입 크게 씹어먹고 싶은 너를,
나는 아무 슬픔도 없이
간간하게 허기를 뿌려둔다
어둠은 벌써 솜이불처럼 내려
먹어도 먹어도 바람이 스미는
저녁 식탁 내내 꽁치
비에 젖는 목소리
비애 젖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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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강계순
참혹하게 쓰러졌던 나뭇잎 위에
색색이 천을 놓아
하나씩 하나씩
궁핍의 겨울을 꿰매는 손
내 손이 약손이다
내 손이 약손이다
만유의 어깨 위에 내려
빈혈의 혈관을 채워 주고
서릿발 같던 하늘
비단 안개로 닦아 내어
천지에는
자근자근 땅 밟으며 일어서는
병후의 시력.
내 손이 약손이다
내 손이 약손이다
천년을 다시 살아나서
죽은 혼 불러내어
일으켜 세워 주는
어머니의
어머니의
다시 보는
약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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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러 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 속의 수문을 열자
봄비 찰랑대는 수문을 쏴 열고
꿈꾸는 들판으로 달려 나가자
들에서 얼싸안고 아득히 흘러가자
그때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하리
다만 둥그런 수평선 위에서
일월성신 숨결 같은 빛으로 떠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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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김덕성
봄비가 내린다
봄비는
결코 눈물이 아닌
사랑의 온정
희망을 잃고
우러르는 나무에게
하늘이 내려 주는
생명수
사랑을 안고
활짝 웃는 나무
두 팔 벌려
감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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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나순옥
1
은침 하나 하나
맥을 짚어 꽂는다
찬란한 태몽 앞에
밀려 나가는 냉증
대지는 몸을 뒤틀며
입덧이 한창이다
2
호기심이 발동한
개구쟁이 눈빛이다
손톱 밑 까매지도록
땅거죽 헤집어
새싹들 간지럼 태며
키득키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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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노천명
강에 얼음장 꺼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내 가슴속 어디서 나는 소리 같습니다
봄이 온다기로
밤새것 울어 새일 것은 없으련만
밤을 새워 땅이 꺼지게 통곡함은
이 겨울이 가는 때문이었습니다
한밤을 즐기차게 서러워함은
겨울이 또 하나 가려함이었습니다
화려한 꽃철을 가져온다지만
이 겨울을 보냄은
견딜 수 없는 비애였기에
한밤을 울어울어 보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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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박동수
차분히 속옷 적시고야
꽁꽁 얼었던 짙은 그리움을
눈물이듯 내리는 봄비에
초록빛 뿜어내고
가슴속에 묻어둔 진한 사랑
꽃망울로 밀어 낸다
질퍽이는 길을
맨발로 추적추적 걸어오는
그대 발걸음소리
수많은 색색으로 피워낸
꽃잎을 모아
봄비 오는 길 위에
꽃길을 만들고
차마 수줍어도
봄비 따라 오는 님
오래오래 기다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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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박영근
누군가 내리는 봄비 속에서 나직하게 말한다
공터에 홀로 젖고 있는 은행나무가 말한다
이제 그만 내려놓아라
힘든 네 몸을 내려놓아라
네가 살고 있는 낡은 집과, 희망 주린 책들,
어두운 골목길과, 늘 밖이었던 불빛들과,
이미 저질러진 이름,
오그린 채로 잠든, 살얼음 끼어 있는
냉동의 시간들, 그 감옥 한 채
기다림이 지은 몸속의 지도
바람은 불어오고
먼데서 우레 소리 들리고
길이 끌고 온 막다른 골목이 젖는다
진창에서 희미하게 웃고 있는 아잇적 미소가 젖는다
빈방의 퀭한 눈망울이 젖는다
저 밑바닥에서 내가 젖는다
웬 새가 은행나무 가지에 앉아 아까부터 나를 보고 있다
비 젖은 가지가 흔들린다
새가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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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안도현
봄비는
왕벚나무 가지에 자꾸 입을 갖다 댄다
왕벚나무 가지 속에 숨은
꽃망울을 빨아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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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안덕상
벌겋게 타오르는 산불 지지 누르려
너는 주룩주룩 쏟아지지만
너 달려오는 소리에 놀란 뿌리들
검은 산 빛 깨뜨리고
더 큰 불 지펴 놓고야 말겠다
마른 삭정이도 한껏 젖으며
이 밤 자고 나면
불이야, 크게 소리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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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양광모
심장에 맞지 않아도
사랑에 빠져 버리는
천만 개의 화살
그대,
피하지 못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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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여관구
비가 가늘어서
가시 사이로
숨어 내리는 이른 아침
젊음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싶은
둥치 굵은 탱자나무는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이다.
마음이 깎이어
피부마저 얇아져서
추위를 막을 수 없더니
가는 비에
튼 살 사이로
진통을 새싹으로 밀어낸다.
가시 끝 봄비에는
눈물 맛이 섞여 있다.
============
+ 봄비 / 이윤호
약속이라도 한듯이
주말 내내 비가 내렸다
겨울비라고 할 수도 없고
이른 봄비라고도 할 수 없는
그래도 우수가 코 앞이니
봄비라고 하겠다
농부의 땅이 해갈되어
기분은 좋다만은
내 기분은 영 내키지
않는다
아침부터 영화 한 편보고
커피 한잔 마시고 오자는
마누라의 등쌀이
성가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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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이해인
하얀 민들레 꽃씨 속에
바람으로 숨어서 오렴
이름 없는 풀섶에서
잔기침하는 들꽃으로 오렴
눈 덮힌 강 밑을
흐르는 물로 오렴
부리 고운 연둣빛 산새의
노래와 함께 오렴
해마다 내 가슴에
보이지 않게 살아오는 봄
진달래 꽃망울처럼
아프게 부어오른 그리움
말없이 터뜨리며
나에게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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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장옥관
한 올 한 올 매화 꽃가지
붉은 색실이 풀리고 있다
흥얼흥얼 수로를 따라 흘러드는
눈 희미한 콧노래
어머니, 아득한 그곳에서 재봉틀 돌리시는지
한 땀 한 땀
흰개미들 내려와 풍경을 꿰매고 있다
낡은 영화 필름처럼
느리게 느리게 재봉틀이 돌아간다
어머니 노루발 지나간 바느질 자국에
다시는 몸 아픈 날들 오지 않으리라
모든 안팎이 사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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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 장인성
네가 오는구나
손에 든 초록 보따리
그게 전부 가난이라 해도
반길 수 밖에 없는
허기진 새벽
누이야
네 들고 온 가난을 풀어보아라
무슨 풀씨이든
이 나라 들판에 뿌려놓으면
빈 곳이야 넉넉히 가리지 않겠느냐
============
+ 봄비 / 정연복
밤새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
겨울 너머 먼 길
걸어오느라 고단한
새봄의 목마름을
해갈시켜 준다.
이제 추운 겨울은 가고
꽃샘추위도 갔으니
산에 들에
어서 꽃 피우라고
메마른 대지
촉촉이 적시는
보드라운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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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월 / 정승렬
비가 온다
봄 가뭄에 닫혀 있던 마음이 열리고 있다
빗물은 벌어진 틈을
후시딘 연고처럼 감싸주며
상처의 흔적을 가리고 있다
광주에서 담양으로 가는 국도변
도벌꾼에 의해 잘려 나갔던 대나무 숲에서는
푸른 뿌리들이 땅속 깊이 잠을 자고 있다
대숲으로 이어진 밭둑길
반공방첩이라고 쓰여진 낡은 표지판이
전봇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다
멧비둘기 울음소리 들리는 오후
진초록 마늘 잎새 사이로 연두색 마늘종이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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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쟁기 / 박재희
끝나지 않은 노동이 헛간에 걸려
먼지 쌓인 시간을 갈고 있다
우직한 황소의
붉은 근육이 비틀리던
저 군살 박힌 삶들
거미줄 엉킨 텁텁한 헛간에서
그날의 노동이 경련처럼 일어난다
봄이면 제일 먼저
쟁기를 손질하시던 아버지
막걸리 한 사발에
쟁기 걸고 황소 앞세우면
날 끝에서 갈증을 토해내며
일어서는 밭이랑
황소의 헉헉거림,
쟁기로 전해오는 아버지의 땀과 근육,
그 꿈틀거림이……갇힌,
주인 잃은 헛간 위로
오늘은 봄비가 온다
이랴!
내 마음 묵정밭을 갈고 오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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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봄비 / 박용래
오는 봄비는 겨우내 묻혔던 김칫독 자리에 모여 운다
오는 봄비는 헛간에 엮어 단 시래기 줄에 모여 운다
하루를 섬섬히 버들눈처럼 모여 서서 우는 봄비여
모 스러진 돌절구 바닥에도 고여 넘치는 이 비천함이여
==============
+ 봄비야 / 조수정
네가 오려고 혹독히 앓았나 봐
사랑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것
너처럼 대지 위에 떨어지는 눈물이란다
사뿐히 음악처럼 내려앉지만
대지의 깊은 곳을 적시고
생명을 움트게 하지
사랑은 생명인 거야
봄비야
너는 기다림을 아름답게 해
겨울의 상처를 씻어 내리고
기적 같은 꽃몽오리를 피워내지
말하지 않아도 돼
조용히 임하는 네 발자국
그 속삭임은 천지를 깨우는구나
곧 그의 나라를 보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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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에 / 이소연
지난겨울 웅크리던 꿈이 젖고
꿈을 담은 항아리가 젖고
허공에 펄럭이던 깃발이 젖고
깃발을 흔들던 바람이 젖고
나뭇가지에 앉은 새의 노래가 젖고
노래를 듣는 귀가 젖고
나를 바라보던 속눈썹이 젖고
함께 걷던 모래사장이 젖고
나란히 발자국이 젖고
겨울 강을 건넌 봄도 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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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봄비 / 오보영
들떠있던
마음을
가라앉혀 주려고
메말라진
가슴을
적셔주고 싶어서
소리 없이 네 곁으로 다가왔단다
우리 서로
차분히
돌아보면서
못다 피운 초록 잎새
돋우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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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마중 / 강사랑
예쁜 임이 오신다기에
노란 우산 하나 들고 봄 마중 갑니다.
시가 되고
그림이 되는 풍경을 한 아름 안고
소리 없이 사뿐사뿐 걸어오십니다.
봄 바구니에 쑥과 냉이를 가득 담고
해맑은 미소 한가득 담아 오십니다.
진달래와 개나리를 닮아
가녀린 몸이지만
오시는 임 반기려 커다란 목련을 피웠습니다.
노란 우산 살며시 감추고
먼 길 오신임을 온몸으로 맞이하면
설렘에 순간의 행복은 기쁨의 눈물 되어
소리 없이 대지의 깊은 곳까지 적십니다.
내일은 온 세상에 봄꽃이 만발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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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삽화 / 이영신
이사 첫 날
비좁고 헐은 이 집에는 제격이라고
청우재(聽雨齋)라 이름 붙이고 어질러진
채로 잠들었더니
대번에
정말 비가 찾아오시는구나.
귀 썩 밝으신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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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소리 / 박금란
타이르듯 내리는 봄비소리
엄마가 불러준
‘......망치를 들고......’ 낮은 자장가가
되살아 돌아오니
구겨진 사랑 곱게 펴
차곡차곡 마른빨래 개듯
마음에 담네
민들레 귀 세우고
봄비 음악 담아
쫑긋 노란 꽃잎
우주의 자궁 속에서
태아의 꿈을 꾸네
산목련 꽃잎
빗줄기를 젖줄기로
환한 세상 열어가는 꿈
나누어주니
전쟁고아 장수가 되어
나라를 구하고
북녘에서 피어난
남북을 잇는 무지개 꿈
봄비가 되어
자본주의에 불구가 되어
주저앉은 노숙자를
말갛게 씻겨주니
북녘세상 남녘세상
하나 되는 세상
4.16리본 개나리 꽃잎으로 주르르 이어져
휴전선 허무네
가시철망도 녹이는
민족의 봄비는
우리 마음속에 담겨
평화의 노래 찰랑이네
우주의 노래 민족의 노래
날 선 제국주의도
스르르 잠들게 하네
영원히 잠들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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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에게 / 이해인
봄비, 꽃비, 초록비
노래로 내리는 비
우산도 쓰지 않고
너를 보러 나왔는데
그렇게 살짝 나를 비켜 가면 어떻게 하니
그렇게 가만가만 속삭이면 어떻게 하니
늘 그리운 어릴 적 친구처럼
얘, 나는 너를 좋아한단다
조금씩 욕심이 쌓여
삐딱하고 딱딱해진
내 마음을
오늘은 더욱 보드랍게 적셔주렴
마음 설레며
감동할 줄 모르며
화난 듯 웃지 않는
심각한 사람들도
살짝 간지려 웃겨주렴
조금씩 내리지만
깊은 말 하는 너를
나는 무척 좋아한단다
얘, 나도 너처럼
많은 이를 촉촉히 적시는
조용한 노래를 부르는
봄비가 되고 싶단다
-------------------------------
+ 봄비 그리움 / 한효상
그대 마음이 시리면
내 마음은 잘강잘강
찢어집니다
그대 가슴이 아리면
내 가슴은 멍울 져서
긴 밤을 뒤척입니다
찢겨져 구멍 난 가슴엔
송곳바람이 웅웅 거리며
할퀴고 갑니다
그대 떠난 빈들엔
초록이 움트고 봄비는 아픈 비가
되어 그리움을 키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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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내리면 / 박소향
봄비
자주자주 내리면
지금보다
더 많은
기억의 줄기들이
꽃을 타고
내릴 텐데
어쩌나요.
꽃은
피었으면 좋겠는데
아니 피라 할 수도 없는
심술굳은
이
그리움을요
------------------------
+ 봄, 마중가자 / 김영은
겨우내 칩거하며 숨 쉬던 시인들이
봄내가 길을 열자 은행골 입구에서
번개가 어떠하냐고 타전을 보내왔다
플라스틱 자배기 앞에 속살 훔치며
철푸덕, 마래여래상의 앉음새로
나물을 다듬던 그녀, 손님을 호객한다
한낮이 얼큰해진 행렬의 중간에 섞여
춘천이 이미 저들의 봄내인 것처럼
은둔은 숨어 살이가 아니라며 마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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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에 젖은 / 길상호
약이다
어여 받아먹어라
봄은
한 방울씩
눈물을 떠먹였지
차갑기도 한 것이
뜨겁기까지 해서
동백꽃 입술은
쉽게 부르텄지
꽃이 흘린 한 모금
덥석 입에 물고
방울새도
삐! 르르르르르
목젖만 굴려댔지
틈새마다
얼음이 풀린 담장처럼
나는 기우뚱
너에게
기대고 싶어 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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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오는 날 / 백원기
봄비가 보슬보슬 내려
아침부터 차분한 마음이다
들쑥날쑥하던 생각이
조용히 자리 잡고
선생님 들어오신
정돈된 교실처럼
앞을 보며 귀 기운다
서툰 걸음 바로 걷듯
흐린 생각 깨끗이 닦아
내 갈 길 바로 찾고
무릎 치며 갈 수 있길
두 눈 감아 빗소리를 듣는다
들판에는 새 생명이 소생하고
이사하는 사람 부자 된다는
봄비 오는 희망의 아침
마른땅이 촉촉이 웃는다
==================
+ 봄비 오는 날 / 민병도
참 오래 버티어 온 가등마저 잠든 새벽,
유난히 춥고 어두운 기억의 집을 버리고
우리는 빈 들에 나가 온몸으로 비를 맞았다.
생을 마친 먹감나무 조용히 산에 기대고
젖어 오는 무게만큼 발걸음이 무거울 때
올올이 잣아 올리는 뜨개질로 배를 띄었다.
-
이 땅을 찾아오는 비단 깔린 봄길마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꿈속까지 따라와서
마침내 깊은 잠 깨운 법구경(法句經)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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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의 서곡 / 오석란
이제 막 벙그는가 했는데
나뭇가지 아래로
하나씩 둘씩 추락하는 꽃잎들
꽃향기를 탐내던 봄비가
유리창에 무수한 보표를 그려 음표로 매달리고
지나는 바람이
슬쩍 와 타주 하듯 들려주는
봄비의 서곡
젖은 대기를 뚫고 날아오르던
새 한 마리
깃털이 젖는 줄도 모르고
봄날의 파적 삼아 적요를 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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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의 언어 / 박광호
봄비엔
감미로운 삶의 진실과
사랑의 언어를 품고 있다.
음지에 잔설을 녹여
대지에 온기를 불어넣고
산 너울 계곡마다 봄 안개를 피우며
침묵의 겨울 강을 건너온
나목들의 애틋한 잎눈을 보듬는다.
새 삶의 봄노래를 들려주며
움츠린 가슴에 희망을 안기는
봄비는
예외 없이 인간의 가슴에도
싹을 틔어준다.
남녘의 봄바람 불어오고
봄볕이 대지에 내려앉을 때
온 누리엔 푸름의 꿈으로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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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의 저녁 / 박주택
저 저무는 저녁을 보라
머뭇거림도 없이 제가 부르는 노래를 마음에
풀어놓고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봄비에
얼굴을 닦는다, 저 저무는 저녁 밖에는
돌아가는 새들로 문들이 덜컹거리고
시간도 빛날 수 있다는 것에 비들도 자지러지게
운다, 모든 약이 처방에 불과할 때
우리 저무는 저녁에는 꽃 보러 가자
마음의 목책 안에 고요에 뿌리를 두고
한눈파는 문들 지나 그림자 지나
혼자 있는 강 보러 가자
제 몸을 출렁거리며 흘러가는 시간은
물을 맑히며 정원으로 간다
구름이 있고, 비가 있고 흰말처럼
저녁이 있다 보라, 일찍이 나의 것이었던
수많은 것들은 떠나간 마음만큼
돌아오는 마음들에 불멸을 빼앗기고
배후가 어둠인 저녁은 제 몸에
노래의 봄비를 세운다
=================
+ 사랑의 봄비 / 홍종흠
겨울 눈 녹은 양지 녘에
들꽃 씨 하나 겨울잠 깨어나
하늘 향해 하품하는 이른 봄날
솔바람 찾아오는 싸리울에는
매화나무 가지 끝마다
새초롬 피어나려 애쓰는 꽃눈이
첫날밤 지새운 아내의 눈처럼
불그스레 물들어 피어나는데
새벽일 마다 않고 일어나
아침상 차리는 아내의 손끝은
선녀가 내민 손처럼 참으로 고와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다가
이제 고생 그만 시켜줄 게-!
머쓱해 한마디 하는 사내 눈에는
이른 봄 피어나는 매화 꽃눈처럼
사랑의 봄비가 흘러내린다
--------------------------
+ 아내의 봄비 / 김해화
순천 웃장 파장 무렵 봄비 내렸습니다
우산 들고 싼 거리 하러 간 아내 따라갔는데
난장 바닥 한 바퀴 뒤돌아
생선 오천 원 조갯살 오천원
도사리 배추 천원
장짐 내게 들리고 뒤따라오던 아내
앞서 가다 보니 따라오지 않습니다
시장 벗어나 버스 정류장 지나쳐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비닐 조각 뒤집어쓴 할머니
몇 걸음 지나쳐서 돌아보고 서 있던 아내
손짓해 나를 부릅니다
냉이 감자 한 바구니씩
이천 원에 떨이미 해지시오 아줌씨
할머니 전부 담아주세요
빗방울 맺힌 냉이가 너무 싱그러운데
봄비 값까지 이천 원이면 너무 싸네요
마다하는 할머니 손에 삼천 원 꼭꼭 쥐어주는 아내
횡단보도 건너와 돌아보았더니
꾸부정한 허리로 할머니
아직도 아내를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꽃 피겠습니다
-------------------------
+ 봄비를 맞으며 / 박영웅
잊고 살아왔던 별 하나
갑자기 그립다.
작은 풀꽃 한 송이도
노래가 되는 벌판에 서면
비로소 어깨 위에 쌓인
먼지의 무게가 느껴지고
흔들리는 시간을 실감한다.
초록빛 산허리를 돌아가는 안개여
가슴에 맺히는 빗방울이여
잊고 살아왔던 별 하나
몹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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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오는 밤에 / 도지현
자작자작
빗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풍기는 기름 냄새
가까이 다가갈수록
빗소리는 더 거세지고
노릇노릇 지져진 부추부침개
시절을 안주 삼는
서민들의 애환이
하루의 곡예를 잊기 위해
눈물을 털어 넣고 한을 토한다
그렇게라도 해야지만
다시 내일을 일으킬 수 있음이니
자작자작 부침개 부치는 소리
끝없는 내레이션이 되어 흐르는데
===================
+ 봄비 한 주머니 / 유안진
320밀리리터짜리
피 한 봉다리 뽑아 줬다
모르는 누구한테 봄비가 되고 싶어서
그의 몸 구석구석 속속들이 헤돌아서
마른 데를 적시어 새살 돋기 바라면서
아냐 아냐
불현듯 생피 쏟고 싶은 자해충동 내 파괴본능 탓에
멀쩡한 누군가가 오염될라
겁내면서 노리면서 몰라 모르면서
살고 싶어 눈물 나는 올해도 4월
내가 할 수 있는 짓거리는 이 짓거리뿐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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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수작 / 배한봉
봄비 그치자 햇살이 더 환하다
씀바귀 꽃잎 위에서
무당벌레 한 마리 슬금슬금 수작을 건다
둥글고 검은 무늬의 빨간 비단옷
이 멋쟁이 신사를 믿어도 될까
간짓 간짓 꽃대 흔드는 저 촌색시
초록 치맛자락에
촉촉한 미풍 한 소절 싸안는 거 본다
그때, 맺힌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던가
잠시 꽃술이 떨렸던가
나 태어나기 전부터 수억겁 싱싱한 사랑으로 살아왔을
생명들의 아름다운 수작
나는 오늘
그 햇살 그물에 걸려
황홀하게 까무러치는 세상 하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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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오는 어느 날 / 정숙진
연둣빛 봄비가
잎새에 속살거리는데
우리 사랑
우산 속에서 속삭이네
거리는 연둣빛으로 촉촉한데
우리 입술도 함께 촉촉하네
하염없이 내리는 빗물은
그칠 줄 모르고
우리의 포옹은
따스하게 스며드네
얼마나 흘렀을까
우산은 저만치 굴러가 있고
빗물은 슬며시 가슴을 만지네
화들짝 놀라 추스리고
빗길을 걷는 우리는
연두물이 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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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꽃피울 때 / 하정임
막을 길이 없다
무더기로 벌어지는 꽃들의 붉은말이며
저 팔짱을 끼고 피어나는 개나리의 섣부른 외출이며
서로 몸 섞으며 둥글어지는 거친 자갈들의 울음이며
기다리지 못하고 먼저 흐르는 강물들의 조바심이며
아직 깨어나지 못한 번데기 속 나비 날개의 분주함이며
비를 내린다고 하늘을 쑤셔대는 새들의 상처 난 부리며
아카시 등걸 사이로 새 집을 짓는 개미턱의 연약함이며
막을 길이 없는 것들아
빈방 주인을 기다리는 먼지의 애절함 같은 것들아
사랑하는 애인의 속눈썹 위에서 떨고 있는 것들아
아직은 꽃피울 때
아침에는 눈 내리고 저녁에는 봄비 상처 난 부리 닦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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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기 좋은 봄비 소리 / 박종영
저 하늘 높은 구름이
비 내리는 기운을 잃었던가
오랜 가뭄이 봄 나무를 바삭거리게 하고
며칠째 안개로 마음을 훔치고 가
치미는 울화 보채더니
오늘은 빗 임이 속닥거리며 내린다
어느 임의 발길을 따라
종종 걸음걸이 비구름 머리에 이고
서늘한 눈물을 뿌린다
한 방울이 두 방울이 되고
무수한 방울을 뭉쳐 내려보내는
숨 가쁜 하늘의 숨소리,
시냇물로 흐르다
몸 섞이며 일어서는
물풍선의 포옹이 또르르 영롱하다
기나긴 강물의 여로가 지금부터 시작인가
물기를 입에 물고 할랑대는 새싹,
연두빛깔이 비 갠 석양에서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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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맞는 두릅나무 / 문태준
산에는 고사리 밭이 넓어지고 고사리 그늘이 깊어지고
늙은네 빠진 이빨 같던 두릅나무에 새순이 돋아, 하늘에
가까워져 히, 웃음이 번지겠다
산 것들이 제 무릎뼈를 주욱 펴는 봄밤 봄비다
저러다 봄 가면 뼈마디가 쑤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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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에게 길을 묻다 / 권대웅
봄비 속을 걷다
어스름 저녁 골목길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담장 너머
휘파람 소리처럼 휙휙 손을 뻗어
봄비를 빨아들이는 나뭇가지들
묵은 살결 벗겨내며 저녁의 몸바꿈으로 분주한데
봄비에 아롱아롱 추억의 잔뿌리 꿈틀거리는
내 몸의 깊은 골목은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저녁 여섯 시에 퍼지는 종소리는
과거 현재 미래 한데 섞이고
비의 기억 속에서 양파냄새가 나
빗줄기에 부푼 불빛들
창문에 어른거리는 얼굴들 얼룩져
봄비에 용서해야 할 것이 어디 미움뿐이랴
잊어야 할 것이 사람뿐이랴
생각하며 망연자실 길을 잃다
어스름 저녁
하늘의 무수한 기억 기억 속으로 떨어지는
종아리 같은 저 빗물들
봄비에 솟아나는 생살들은 아프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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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에 젖은 그리움 / 장성우
싸늘한 세상 그리움 내린다
봄비 내리는 사랑
가슴 서서히 적시고
눈물 없는 세상 따뜻하게 한다
흐르는 세월
비로 변한 겨울 있기에
혼자서 아픈 봄비를 맞고자 한다
황사로 오는 계절
봄비이기에 아픈 추억
애틋한 그리움으로 불러서
이해하지 못한 사랑되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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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내리는 창가에서 / 지소영
당신의 창문이 보이지 않아
비가 되었습니다
창호지 뒤로 아련히
웃풍처럼 흔들리는 것들을 보며
온돌의 따뜻함에 잠들고 말았던 기다림
색 없는 봄비였습니다
너의 줄기 사이로 내밀었던 봉오리
연두색 희망에 포장하듯 물을 주기도 하고
행여 꾸겨질까
오른팔을 조심스레 받치고
떨리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던 날들
어딘가에서는
상앗빛 추억
소라의 고동처럼 들리고
첫사랑처럼 잠 못 이루던 타임머신의 그 자리에서
아직도 너로 나인 소망 한그루
바람처럼 그리움으로 불고 있습니다
갈 길을 보고
돌아올 길을 그려 보고
되돌려야 할 길을 빗질해 봅니다
가슴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소중한 빛깔로
색칠을 하면서
미완성 작품이지만
불안한 그림자이지만
울퉁불퉁한 당신의 바다가 거친 파장이었던 이유도 배웠고
기대일 언덕 없는 외로움도 알았습니다
우리라는 따스한 언어에
당신도 나도, 그도 그녀도
당당한 진실로
보이지 않는 마음까지도
자랑스러운 눈빛으로 교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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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가, 몰라! 몰라! 몸살 친다 / 오남구
관악산 까치고개에
피리리- 새소리가 간다.
반짝이는 물방울 아픈 햇빛이다.
상수리나무의 붉은 잎들의
아우성 풍금소릴 듣는다.
간밤엔 남해의 바람일지
버들가지의 잎겨드랑이마다
흰 고기떼들이 파도를 친다.
가늘은 몸짓 봄비가
몰라! 몰라! 몸살 친다.
피리리- 새소리가 가고
파아라니 피가 돌면 피가 돌면
깍! 깍!
몇 점 꽃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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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내리는 도시 속으로 / 강해산
오늘도 허전한 가슴 채우려
봄비 내리는 도시 속으로 나들일 간다.
가끔 복잡한 소음 속에 묻혀
자신을 던져보는 것도 싫지만은 않다.
모든 걸 벗어던지고 뛰어든 불나방처럼
스스로 타서 재가 될 운명인 줄
모르고 살아온 자신을 모를 리 없지만
오늘은 당당한 모습으로 활보하고 싶다.
언제부턴가 봄비가 싫어져
일부러 안으로 안으로만 숨어 지냈는데
이렇게 비 내리는 감상에 젖어
스스로 외로움을 떨치려 거릴 나선다.
시끄러운 음악과 걸맞은 몸짓으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마음의 가면을 쓴다.
아, 돌아서면 사라지는 환상 속으로
신기루 속 엘도라도를 향해 걸어간다.
살얼음 위를 걷는 위태로운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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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에 울먹이는 미소를 / 유일하
꽃눈으로 날리어
촉촉한 대지에 뿌려진 너.
화사했던 미소의 향연은
샘이 난 구름이 울어서
화가 난 바람이 울어서
속절없이 널 허무하게 한 거야!
세상을 미워해도 그들은 몰라
때마침 지나간 봄비를 미워해!
넌 내년에 다시 필 수 있지만
난 다시 올 수 없는 과거를
묻을 수밖에 없어!
다음 생에는
너처럼 꽃으로 태어나
벌들과 달콤한 사랑할 거야!
그때는 너희들의
단란한 친구가 되겠지!
그러니 슬퍼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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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봄비처럼 오시렵니까 / 김설하
밤새 잠 못 이룬 나의 창가에
속삭이며 내리는 봄비가
내 마음으로 스며들어
온 가슴 빗소리로 자욱해지면
꽃잎 되어 스러질 것만 같습니다
물먹은 솜처럼 외로움에 젖어서
영원히 가라앉아 버릴까 봐
잠 못 이루는 날 많아져서
비 되어 하염없이 떠내려 가다가
그대 가슴으로 스며들고 푼
하루가 갑니다
마음 꽁꽁 묶어 놓아도.
보고품은 자꾸만 커지고
맨발로 뛰쳐나간 길 위에 서 있는
그림자 하나 내 것 같아서
눈 감고 가슴을 닫아도
되돌아 뛰어가고 싶은
어른거리는 얼굴이 나를 울리는
그대 봄비처럼 내게 오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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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가 가슴으로 내립니다 / 곽승란
꽃잎들이 서러움이라도
토해 내는 듯
비가 내립니다.
가뭄으로 여기저기
뜨거운 악마의 손길을
저지하는 듯 비가 내립니다
방긋방긋 새순들의
노래가 들리 듯
조용히 비가 내립니다.
보낸 아쉬움이 너무도 커서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이 되어버린 듯
봄비가 하염없이
내 가슴에 내립니다
나의 마음은
햇살처럼 고운 듯 비가 내리지만
가슴 한켠에 그리움으로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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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속에 서 있는 그대에게 / 이상월
속살거리는 봄비에
목련이 꽃 깍지를 벗듯이
따스한 내 입김에
그대 두꺼운 옷을 벗으려오.
두둑 거리는 봄비에
애기 꽃이 꽃망울을 부풀리듯
따스한 내 눈길에
그대 가슴에 불 지피려오.
꽃밭에 튀는 봄비에
새싹이 떡잎을 벌리듯이
나로, 나로 하여금
그대 두 팔에 안기게 하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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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꽃은 흔들리며 뿌리로 간다 / 강미정
봄비를 받아내고 있는 작은 제비꽃의 흔들림은
꽃을 들여다보기 위해 쪼그리고 앉던
당신의 등처럼 외롭고 넓다는 것,
그러므로 꽃피어 흔들리는 세상 모든 꽃은
흔들리지 않으려고 땅을 움켜쥔
고단한 뿌리의 일그러진 얼굴이라는 것,
그러나 흔들림이여,
제 필생이 가진 파란만장의 중심을
꿰뚫고 흔들어야
흔들림이라 이름 붙일 수 있지 않겠는가
작은 제비꽃 한 포기가 필생을 흔들어
세상의 침묵 위에 얹어놓는
저 파열하는 자줏빛 몸부림도
고단한 뿌리가 가졌던 일그러진 얼굴이었음을
뿌리가 더듬고 나간 그 처음의 길에서
모든 흔들림은 오직 제가 가진 경계의 폭으로
흔들린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시 제 필생을 흔들어 깨운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흔들리는 모든 꽃은 뿌리에게로 간다
맨 처음에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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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는 푸른 희망을 잡아당긴다 / 임영석
봄비가, 딱딱하게 굳어 있는 희망을 잡아당긴다
봄비가, 온몸 다 불태워 쏟아내는 눈물의 힘으로
희망을 잡아당기는 자국마다 푸르름이 끌려 나온다
사랑만 하다가 살겠다는 꽃들도
봄비가, 푸르름 잡아당기는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봄비에 젖어서 나머지 사랑을 무르익힌다
이 봄비, 얼마나 많은 사랑을 이겨냈을까
이 봄비, 중앙선 침범도 서슴없이 한다
이 봄비, 좌회전 금지도 지키지 않는다
이미 하늘에서 뛰어 내렸을 때 법보다는
희망 하나 단단히 잡아당기겠다는 각오를
수없이 하고 뛰어내렸을 것이다
버드나무, 그 봄비 따라 나뭇가지를
땅으로 늘어뜨리고 푸른 그네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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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봄비 같은 내 사랑입니다 / 공재룡
황사 같은 먼지 얼룩진 세월 속에
그저 옷깃 스친 인연이란 이유하나
눈비가 오는 날도 따스한 체온으로
나에게 등을 맞대어 준 당신입니다.
남처럼 가진 것도 잘난 것 없는 나
힘겨워 인생 고갯길밖에 없었는데
늘 내 곁에 그림자 같이 함께해 준
눈물겹도록 고마운 내 사랑입니다.
천둥 치는 날에 곁에 남아 주었고
반평생 지나 24평 아파트 장만에
세상 다 얻은 듯 천사의 미소 주는
당신은 진정 봄비 같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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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처럼 그대 내 가슴에 내립니다 / 장세희
초록향기 머금은 정원에
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새싹들은 저마다 여린
솜털을 감추느라 아우성입니다.
봄비가 내리면 나는
왜 이렇게 설레일까요
그대가 유난히 생각이 나는
저 봄비의 속삭임
봄비가 속삭입니다.
보고 싶었어라고
내 사랑아 잘 지냈니라고
그대 목소리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밤 너무나 보고 싶어
내 눈에 이슬 맺히게 한 바로 그대가
처연하게 오시고 있나 봅니다.
회색빛 하늘에서 봄비가
꿈결처럼 부드럽게 내립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사랑을 전해주는 저 몸짓
내게는 그대가 봄비보다
더 감미롭게 내립니다.
포근하고 보드랍고
잔잔하고 애틋하게
그대 봄비처럼 오늘
내 가슴에 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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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 / 박유라
봄비 / 강계순
봄비 / 고정희
봄비 / 김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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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나순옥
봄비 / 노천명
봄비 / 박동수
봄비 / 박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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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안도현
봄비 / 안덕상
봄비 / 양광모
봄비 / 여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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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이윤호
봄비 / 이해인
봄비 / 장옥관
봄비 / 장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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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정연복
오월 / 정승렬
쟁기 / 박재희
그 봄비 / 박용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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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야 / 조수정
봄비에 / 이소연
4월 봄비 / 오보영
봄비 마중 / 강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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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삽화 / 이영신
봄비 소리 / 박금란
봄비에게 / 이해인
봄비 그리움 / 한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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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면 / 박소향
봄, 마중 가자/ 김영은
봄비에 젖은 / 길상호
봄비 오는 날 / 백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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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오는 날 / 민병도
봄비의 서곡 / 오석란
봄비의 언어 / 박광호
봄비의 저녁 / 박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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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봄비 / 홍종흠
아내의 봄비 / 김해화
봄비를 맞으며 / 박영웅
봄비 오는 밤에 / 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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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한 주머니 / 유안진
아름다운 수작 / 배한봉
봄비 오는 어느 날 / 정숙진
아직은 꽃피울 때 / 하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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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은 봄비 소리 / 박종영
봄비 맞는 두릅나무 / 문태준
봄비에게 길을 묻다 / 권대웅
봄비에 젖은 그리움 / 장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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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리는 창가에서 / 지소영
봄비가, 몰라! 몰라! 몸살 친다 / 오남구
봄비 내리는 도시 속으로 / 강해산
봄비에 울먹이는 미소를 / 유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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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봄비처럼 오시렵니까 / 김설하
봄비가 가슴으로 내립니다 / 곽승란
봄비 속에 서 있는 그대에게 / 이상월
모든 꽃은 흔들리며 뿌리로 간다 / 강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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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는 푸른 희망을 잡아당긴다 / 임영석
당신은 봄비 같은 내 사랑입니다 / 공재룡
봄비처럼 그대 내 가슴에 내립니다 / 장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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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에 관한 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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