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나는 당신의 옥토(沃土)
무심히 뿌리신 씨앗이 이렇게 곱게 꽃 폈습니다
자 어서 여기 와 당신의 꽃을 안아 보십시오
입술 갖다 대면
연지(嚥脂)처럼 수줍은 꽃이랍니다
-----------
+ 눈
천국엔 주일(主日)뿐인가
천국사람들아
비행기 타고 못 가는
하늘 꼭두에서
희디하얀 편지, 눈이 오네
이 세상에선 못 만드는 깨끗한 반짝거림
빛나면서 얼어버린 눈물
눈이 오네
천국엔 주일(主日)뿐인가
주일(主日)의 촛불 밝히어
주일(主日)의 풍금(風琴) 울리어
조용하게 꿈꾸는 유순으로
눈이오네
아무 말도 못 하겠는
그저 아득한 마음에
불의 밀씨 뿌리는 눈이 오네
깃을 치는 것을 치는
유리의 새떼 오네
------------
+ 비
내 유정한 시절
다 가는 밤에
억만 줄기의 비가 내린다
세월의 밑바닥에 차례로 가라앉는 비
물살 휘저으면
뭉기고 고쳐 쓰는
글씨
내야
예쁜 죄 하나 못 지었구나
저승과 이승, 몇 겁 훗세상까지
못다 갚을 죄업(罪業)을
꼭 둘이서 나눌
사람 하나
작정도 했거마는
빗물에 손 씻는다
죄 하나라도 운명 없이는
이루지 못함을
찬미할거나 찬미할거나
오늘은 골수(骨髓)에도 스미는 비를
내 멋대로 찬미할거나
그래 참말이다
피가 더운 여자는
단명이나 했어야
하는 것을
-----------
+ 산 3
산이라 하나
구름밭에 솟으신
천 길 땅에 잠기신
나의
어른은
산이라 하나
절망처럼 충직(忠直)한 대자대비(大慈大悲)의
산정기(山精氣) 쏟아주시는
나의 어른은
======
+ 새
새는 가련함 아니어도
새는 찬란한 깃털 어니여도
새는 노래 아니여도
무수히 시로 읊어짐 아니어도
심지어
신의 신비한 촛불
따스한 맥박 아니여도
탱크만치 육중하거나
흉물이거나
무개성하거나
적개심을 유발하거나 하여간에
절대의 한 순간
숨겨 지니던 날개를 퍼득여
창공으로 솟아 오른다면
이로써 완벽한 새요
여타는 전혀 상관이 없다
--------
+ 손
1
내 왼손을 위해
오른손을 또한 주시었다
두 손이 허공을 가르고 와서 만나니
이처럼 측은할 수란 없다
인습의 양손이
처음으로 피차의 의미를 깨쳐
땅끝에서 다가온
마지막 두 사람처럼
합장(合掌)하고만 있다
2
두 손으로
공손히 허공을 떠올리면
무량공중(無量空中)의 한낱 제상(祭床)이다
이로써 저의 전부이옵니다고
온몸으로 아뢰인다
정갈한
바람의 제주(祭酒)
3
어루만질 게 없는
여자의 손은
사람의 몸에서 제일로 외롭다
천지만물 중에서도
제일로 외롭다
-------------
+ 송(頌)
그가 돌아왔다
돌아와
그의 옛집 사립문으로 들었느니
단지 이 사실이
밤마다 나의 枕上에
촛불을 밝힌다
말하지 말자
말하지 말자
제 몸 사루는 불빛도
침묵뿐인걸
그저
온마음 더워오고
내 영혼 눈물지우느니
이슬에 씻기우는
온누리
밤의 아름다움
천지간 편안하고
차마 과분한
별빛 소나기
그가 돌아왔다
-----------
+ 임
1
임의 말씀 절반은
맑으신 웃음
그 웃음의 절반은
하느님 거 같으셨다
임을 모르고 내가 살았다면
아무 하늘도 안 보였으리
2
그리움이란
내 한몸
물감이 찍히는 병
그 한번
번갯불이 스쳐간 후로
커다란 가슴에
나는
죽도록 머리 기대고 산다
3
임을 안 첫 계절은
노래에서 오고
그래 만날 시만 쓰더니
그다음 또 한절은
기도에서 오고
그래 만날 손 씻는 마음
어제와 오늘은
말도 잠자고
눈 가득히
귀 가득히
빛만 받고 있다
========
+ 연(鳶)
연 하나
날리세요
순지 한 장으로 당신이 내거는
낮달이 보고파요
가멸가멸 올라가는
연실은 어떨까요
말하는 마음보다 더욱 먼 마음일까요
하늘 너머 하늘가는
그 마음일까요
겨울하늘에
연 하나 날리세요
옛날 저승의 우리 집 문패
당신의 이름 석자가
하늘 안의 서러운
진짜 하늘이네요
연하나
날리세요
세월은 그렁저렁 너그러운 유수
울리셔도 더는 울지 않고
창공의 새하얀 연을
나는 볼래요
----------
+ 잠
그의 잠은 깊어
오늘도 깨지 않는다
잠의 집
돌벽 실하여
장중한 궁궐이라 하리니
두 짝 문 맞물려 닫고
나는 그
충직한 문지기라
숙면의 눈시울이어
평안은 끝없고
만상의 주인이신 분이
잠의 은사(恩賜)를
그에게 옷 입히시니
자장가 없이도
잠은 더욱 깊어라
그의 잠은 깊고
잠의 평안
한바다 같아라
잠의 은사를 배례하리니
세월이 흘러
내가 잠들 때까지
잠을 섬기는
나는 그 불침번이리
---------
+ 죄
벌하지 마시업 소서
진실로 그들을 벌하지 마시옵소서
당신 앞에 내가 잘못한 일에 비하면
그들 내 앞에서 잘못했음이
너무도 적사옵니다
즉 그리스도 내 넋의 아버지신 이여
어찌 온전키를 바라리까 마는
산처럼 높아진 잘못 또 잘못이었사오매 핍박과 치욕과 좁
혀진 천지가 모두 나로 인하여 죄 됨인 줄 아옵나이다
어둠 살라먹고 달빛 살라먹고
바다에 서면 바다 물결에서
시냇물 가에 서면 시냇물 줄기에서
어디라 곳곳이 내 시체
내 다 헐어진 시체
두둥실 떠내려오고
주여, 이 목숨 불살라 한줌 재 되게 하시옵소서
다만 죄없는 한 줌 재 되게 하시옵소서
주 그리스도 영생을 가르치신 이여
---------------
+ 허(虛)
.....어둡다
내 영혼이 등불을 껐을까
천 길의 물밑은
벗은 가슴은
얼고 얼어 유리(琉璃)가 되었을까
눈물도 많으면
바위까지 뚫는데
가난한 나는
눈물도 사랑도 너무 적었을까
말은 가지 끝의 잎새
생각만이 병(病)으로 깊어져
묵언(默言)의
밀밭 되고
사람을 구하느라 죽으신
야훼의 그 아드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내 이름의 방(房)들이 잠기고
열쇠를 잃었으니
한일도 없네
한일도 없네
=========
+ 5월 연가
눈길 주는 곳 모두
윤이 흐르고
여른여른 햇무리 같은 빛이 이는 건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듯 홀로인
사양(斜陽)의 창가에서
얼굴을 싸안고 눈물을 견디는 마음은
그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발돋움하며 자라온 나무들
땅에 드리운 그 눅진 그림자까지
초록빛 속속들이 잦아든
오월
바람은 바람을 손짓해
바람끼리 모여 사는 바람들의 이웃처럼
홀로인 마음 외로움 일래 부르고
이에 대답하며 나섰거든
여기 뜨거운 가슴을 풀자
외딴곳 짙은 물빛으로
성그러이 솟아 넘치건만도
종내 보이지 않은 밤의 옹달샘같이
감청(紺靑)의 물빛
감추고
이처럼 섧게 물 타고 있음을
내가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
+ 6월의 시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 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단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
+ 겨울나무
말하려나
말하려나
겨우내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이 말부터 하려나
겨우내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산울림도 울리려나
나의
겨울나무
새하얀 바람 하나
지나갔는데
눈 여자의 치마폭일 거라고
산신령보다 더 오래 사는
그녀 백발의 머리단일 거라고
이런 말도 하려나
---------------
+ 겨울바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었던 새들이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마저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혼령을 갖게 하오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갔었지.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 미명의 날
우리 두 목숨에 이 한 번이면 흡족합니다
신이여 구원하심을 베푸소서
다시는 회복되니 못할 듯싶은
나쁜 마약같은 절망이옵느니
여윈 손가락같은 초 한 자루도
숭엄한 신목(神木)인 양 드높이 바라 보는 통절한 눈짓
이처럼 가난한 기원임을 살펴주소서
불빛 고이 다 가고
심지마저 수은(水銀)처럼 식어버리고
그뿐
하늘의 어느 별 하나라도
사람을 위해 슬퍼하는 것이랍디까
종내 핏덩어리같이 민들민들 겁나고 기막히는
태양은 솟는데
견디며 견디며 살아야지요
치렁치렁 머리채마냥 목에도 가슴에도 감겨오는
긴 긴 이 미명(未明)의 날을
태초에 사람으로 사람 옆에 세워주신
신은 내 이날을
감당해 주셔야 할 것이 언 만
----------------
+ 보통 사람
성당 문 들어설 때
마음의 매무새 가다듬는 사람,
동트는 하늘 보며
잠잠히 인사하는 사람,
축구장 매표소 앞에서 온화하게
여러 시간 줄서는 사람,
단순한 호의에 감격하고
스쳐가는 희망에 가슴 설레며
행운은 의례히 자기 몫이 아닌 줄
여기는 사람,
울적한 신문기사엔
이게 아닌데, 아닌데 하며
안경의 어룽을 닦는 사람,
한밤에 잠 깨면
심해 같은 어둠을 지켜보며
불우한 이웃들을 골똘히
근심하는 사람
----------------
+ 비파소리
고요하지 않으면
이 비파소리 아니 들리리
바람 자지 않으면
이 기름등잔
불도 꺼지리
그 옛사람
옛날 인기척으로
목욕하고
머리 감고
이 가락 울려내어
옛날의 기도등(祈禱燈)
불 밝히누나
젊은 날
내 사랑은
장미가시의 사슬이더니
오늘 나의 사랑은
임의 발 앞에
임의(任意)의 신발을
놔드린다
비파소리여
비파소리여
타던 가슴
다 태운 후엔
편안하여라
비로소 알아듣겠는
비파소리는
눈물겨워라
----------------
+ 사랑의 말
1
사랑은
말하지 않는 말
아침에 단잠을 깨우듯
눈부셔 못견딘
사랑 하나
입술 없는 영혼 안에
집을 지어
대문 중문 다 지나는
맨 뒷방 병풍 너메
숨어 사네
옛 동양의 조각달과
금빛 수실 두르는 별들처럼
생각만이 깊고
말하지 않는 말
사랑 하나
2
사랑을 말한 탓에
천지간 불붙어 버리고
그 벌이시키는 대로
세상 양끝이 나뉘었었네
한평생
다 저물어
하직 삼아 만났더니
아아 천만번 쏟아붓고도
진홍인 노을
사랑은
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답구나
===========
+ 사랑초서 1
사랑하지 않으면
착한 여자가 못 된다
소망하는 여자도 못 된다
사랑하면
우물곁에 목말라 죽는
그녀 된다
사 랑 초 서 11
마음에 대답하는 마음
영혼에 산울림하는 영혼
이를 생각만 해도 나는 운다
굶주렸고 바보인
아이처럼
사 랑 초 서 18
새벽에 그가 온다
그의 가난이 문을 두드린다
이날의 두 낱의 가난이 만나
해로의 한 연분을 맺은 외엔
더 아는 것이라곤 없다
사 랑 초 서 20
저무는 날 해어스름
박명(薄明)의 아름다움을 안다
안개 너머 벙그는
별들을 안다
사랑하기 전엔
몰랐던 빛을
---------------------
+ 산에 와서
우중 설악이
이마엔 구름의 띠를
가슴 아래론 안개를 둘렀네
할 말을 마친 이들이
어렴풋 꿈속처럼
살결 맞대었구나
일찍이
이름을 버린
무명용사나
무명성인들 같은
나무들,
바위들,
청산에 살아
이름도 잊은 이들이
빗속에 벗은 몸 그대로
편안하여라
따뜻하여라
사람이 죽으면
산에 와 안기는 까닭을
오늘에 알겠네
------------------
+ 상심수첩
1
먼 바다로
떠나는 마음 알겠다
깊은 산 깊은 고을
홀로 찾아드는 이의 마음 알겠다
사람세상 소식 들으려
그 먼길 되짚어
다시 오는 그 마음도 알겠다
2
울며 난타하며
종을 치는 사람아
종소리 맑디맑게
아홉 하늘 울리려면
몇천 몇만 번을
사람이 울고
종도 소리 질러야 하는가
3
층계를 올라간다
한없이 올라가 끝에 이르면
구름 같은 어둠.
층계를 내려간다
한없이 내려와 끝에 이르면
구름 같은 어둠.
이로써 깨닫노니
층계의 위 아래는
같은 것이구나
4
병이 손님인양 왔다
오랜만이라며 들어와 머리맡에 앉았다
커다란 책을 펴들고 그 안에 쓰인 글시,
세상의 물정들을 보여준다
한 모금씩 마시는 얼음냉수처럼
천천히 추위를 되뇌이며 구경한다
눈물 흐르는 일이 묘하게 감미롭다
5
굶주린 자 밥의 참뜻을 알듯이
잃은 자 잃은 것의 존귀함을 안다
신산에서 뽑아내는
꿀의 음미를.
이별이여
남은 진실 그 모두를
바다 깊이 가라앉히는 일이여
6
기도란
사람의 진실 하늘에 바침이요
저희의 진실 오늘은 어둠이니
이 어둠 바치나이다
은총은
하늘의 것을 사람에게 주심이니
하늘나라 넘치는 것
오늘 혹시 어둠이시면
어둠 더욱 내려주소서
7
전신이 감전대인 여자
바람에서도 공기에서도
전류 흘러 못견디는 여자
겨울벌판에서도 허공에서도
와이와 아 몸서리치며 다가오는
포옹의 팔들. 팔들
8
그를 잃게 된다
누구도 못 바꿀 순서란다
다른 일은 붙박이로 서 있고
이 일만 바람갈기 날리며 온다
저만치에,
바로 눈 앞에.
지금,
아아 하늘이 쏟아져 내린다
9
제 기도를 진흙에 버리신 일
용서해 드립니다
그간에 주신 모든 용서를 감사드리며
황송하오나 오늘은 제가
신이신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아아 잘못하실 수가 없는 분의 잘못
죄의 반란 같은 것이여
전심전령이 기도 헛되어
하늘은 닫히고
사람은 이런 때 울지 않는다
10
아슴한 옛날부터
줄곧 걸어와
마침내 오늘 여기 닿았습니다
더는 갈 곳이 없는
더는 아무 일도 생기잖을
마지막 땅에
즉 온전한 목마름에
-----------------
+ 새봄감상
나를 불러 주시어요
가지 마라고 일러 주시어요
일 년 내내 수돗물같이 쓰는
세상 사람들의 그 말
사랑이라고도 부디 말씀해 주시어요
가지 마라고 손짓해 주시어요
한 달 전 떠난 겨울이
외로운 눈짓으로
돌아서서 있다
==========
+ 새벽 외출
영원에서 영원까지
누리의 나그네신 분
간밤 추운 잠을
십자가 형틀에서 채우시고
희부연 여명엔
못과 가시관을 풀어
새날의 나그넷길 떠나가시네
이천 년 하루같이
새벽 외출
외톨이 과객으로 다니시며
세상의 황량함
품어 뎁히시고
울음과 사랑으로
가슴 거듭 찢기시며
깊은 밤
십자가 위에 돌아오시어
엷은 잠 청하시느니
아아 송구한 내 사랑은
어이 풀까나
이 새벽에도
빙설의 지평 위를
청솔바람 소리로 넘어가시는
주의 발소리
뇌수에 울려 들리네
---------------------
+ 새벽전등
간밤에 잠자지 못한 이와
아주 조금 잠을 잔 이들이
새소리보다 먼저 부스럭거리며
새벽전등을 켠다
이 거대한 도시 곳곳에
불면의 도랑은 비릿하게
더 깊은 골로 패이고
이제 집집마다
눈물겨운 광명이 비추일 것이나
미소 짓는 자, 많지 못하리라
여명에 피어나는 태극기들,
독립 반세기라 한 달간
태극기를 내걸지자는 약속에
백오십만 실직 가정도
이리했으려니와
희망과의 악수인 건 아니다
참으로 누구의 생명이
이 많은 이를 살게 할 것이며
누구의 영혼이
이들을 의연하게 할 것이며
그 누가 십자가에 못 박히겠는가
심각한 시절이여
잠을 설친 이들이 새벽전등을 켠다
----------------
+ 성모승천
어머니께서 하늘을 오르신 길은 어디오니까
하늘 명명(明明)한 데서
몇 번이고 거듭 저희께 오시는 그 길은 더욱 어디오니까
눈물 안에
작은 소망과 먼 기다림이
이른 봄 실바람으로 커가는 곳에,
나직한 말씀조차 아니고
보다 오묘히 그 위로를 숨기시는
달고 어진 침묵 안에,
무시로 밤에도 오시며
임종의 침상(枕上)에마다
일일이 특별한 애련으로 지켜보시는
어머니
하늘의 빛보래를 갈라
흰 강물, 은하의 후광으로 흐르게 하시고
한도 없는 도정(道程)을
무량한 시간을
억천만 번이나 저희께 오시다니
아아 승천만으로도
너무나 눈부심을
하늘에서 길 떠나 땅으로 오시는
지금도 오고 계시는
이 놀라운 사랑이 웬일입니까
------------------
+ 소녀에게
네게 드리마
소녀여 이 노래를 네게 드리마
눈벌에 피어나는
불같은 동백꽃과
돌 속에 수(繡)를 놓는
보석의 화문(花紋)
핑그르르 눈이 젖는
고운 사모와
먼 성좌(星座) 애틋이 안겨오는
푸른 꼬리별
사파이어의 원광(圓光)도
네게 드리마
소녀여 이 노래를 네게 드리마
풀숲에서 절로 배운
풀색 노래와
바닷가 절로 배운
물색 노래와
달밤에 절로 배운
달빛 노래를
소녀여
내 잃어버린 미소여
==========
+ 슬픔에게
정적에도
자물쇠가 있는가
문 닫고 장막 드리우니
잘은 모르는
관 속의 고요로구나
밤에서 밤으로
어둠에 어둠 겹치는
유별난 시공을
너에게 요람으로 주노니
느릿느릿 흔들리면서
모쪼록
소리내진 말아라
오히려 백옥의 살결
따스해서 눈물 나는
아기나 하나 낳으려무나
소리 없이 반짝이는
눈물 빛 사리라도 맺으려무나
나의 슬픔이여
----------------
+ 시인에게
그대의 시집 옆에
나의 시집을 나란히 둔다
사람은 저마다
바다 가운데 섬과 같다는데
우리의 책은
어떤 외로움일는지
바람은 지나간 자리에
다시 와 보는가
우리는 그 바람을 알아보는가
시인이여
모든 존재엔
오지와 심연,
피안까지 있으므로
그 불가사의에 지쳐
평생의 시업이
겁먹는 일로 고작이다
나의 시를 읽어 다오
미혹과 고백의 골은 깊고
애환 낱낱이 선명하다
물론 첫새벽 기도처럼
그대의 시를 읽으리라
다함 없이 축원을 비쳐 주리라
시인이여
우리는 저마다
운명적인 시우를 만나야 한다
서로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영혼의 목마름도 진맥 하여
피와 이슬을 마시게 할
그 경건한 의사가
시인들말고
다른 누구이겠는가
좋고 나쁜 것이
함께 뭉쳐 폭발하는
이 물량의 시대에
유일한 결핍 하나뿐인 겸손은
마음에 눈 내리는 추위
그리고
이로 인해 절망하는
이들 앞에
시인은 진실로 진실로 죄인이다
시인이여
막막하고 쓸쓸하여
오늘 나의 작은 배가
그대의 섬에 기항한다
---------------
+ 시지프스
새천년 첫눈 오는 날도
그는 산에 오른다
솔기도 없는 거대한 눈덮개가
설산설원을 다독이고
천지가 승엄무량하다
그의 바위 안전하게 닿은 후
그가 산정에 올라선다
발자국 하나 없는 천지개벽에
그의 바위만 옆에 있다
그에게
산행의 업고 가 선고되던 날
그의 갈비뼈 하나
돌 속에 심어졌기에
그의 인기척 한 번에도
바위는 귀하게 불을 밝히고
그가 원하면 언제라도
그의 산행을 따라 나선다
새천년 첫눈 오는 날
산상의 시지프스는
젊고 용맹하며 외롭지 않다
아내여 나의 아내여라고
감미롭게 고백하며
시린 돌 위의 눈을 쓸어준다
-------------------
+ 아가에게
1
아가의 머리맡에 햇빛이 앉아 놉니다
햇빛은 아가의 손님입니다
아가가 세상에 온 후론
비단결 같은 매일이었습니다
아직 눈도 아니 뵈는 죄그만
우리 아가
아가는 진종일 고이 잡니다
잠은 아가의 요람
아가는 잠에 안겨 자라납니다
아가는 평화의 동산
지줄대는 기쁨의 시내입니다
아가는 엄마의 등불입니다
아가 함께 있으면
훤히 밝아오는 마음이 있습니다
2
아가는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갓난 어여쁜 병아리며 강아지에게
이름이 없듯이
아가도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새벽이라 밤이라
으스름 저녁이라
허구많은 글자 속에 찾고 또 찾았건만
아가를 부를
아가처럼 귀여운 글자
없었습니다
하늘의 별밭
바닷속 진주 더미
아가의 이름을
어디서 얻어올까
아가는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머나먼 나라에서 처음으로 보내온
파란 새 흰 꽃의 이름을 모르듯이
아직 우리 아가 이름을 모릅니다
===========
+ 아침 기도
목마른 긴 밤과
미명의 새벽길을 지나며
싹이 트는 씨앗에게 인사합니다.
사랑이 눈물 흐르게 하듯이
생명들도 그러하기에
일일이 인사합니다.
주님,
아직도 제게 주실
허락이 남았다면
주님께 한 여자가 해드렸듯이
눈물과 향유와 미끈거리는 검은 모발로써
저도 한 사람의 발을
말없이 오래오래
닦아주고 싶습니다.
오늘 아침엔
이 한 가지 소원으로
기도 드립니다.
-----------------
+ 아침 은총
아침 샘터에 간다
잠의 두 팔에 혼곤히 안겨 있는
단 샘에
공중의 이슬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이날의
첫 두레박으로
순수의 우물, 한 꺼풀의 물빛 보옥들을
길어 올린다
샘터를 떠나
그분께 간다
그분 머리맡께에 정갈한 물을 둔다
단지,
아침 광경에 눈뜨실 쯤엔
나는 언제나 없다
은총이여
生金보다 귀한
아침 햇살에
그분의 온몸이 성하고 빛나심을
날이 날마다
고맙게 지켜본다
-------------------
+ 어떤 소년
꽃 배달처럼
나의 병실을 찾아온
소년에게
내 처지 지금 감방 같다 했더니
그 아이 말이
저는 어디 있으나
황무지며 사막이예요. 란다
넌 좀 낙관주위가 돼야겠어
놀라는 내 대꾸에
그건 비관주의보단 더 나쁜 거예요
헤프고 바보그럽고
맥 빠져 있으니까요, 란다
아이야
천길 벼랑에서
밑바닥 굽어본 일
벌써 있었더냐
온몸의
뇌관이 저려 들면서
허공에 두 손드는
시퍼런 투항도 해보았더냐
더하기로는
심장 한가운데를 쑤시던
사람 하나가
날개 달아
네 몸 두고 날아갔느냐
.... 아이야
-------------------------------
+ 여인애가(女人哀歌)
1
먼저 견디면
나중엔 편하니라
젖가슴을 쑤시는
은바늘 끝에
진다홍 핏방울은
눈물이듯 삭이고
수정빛 눈물이면
이슬 보듯 보아라
창천에
해 아니 솟는대두
정을 준 건
잘했니라
2
너 가지 마라
노래 지어 불러 줄게
너 가지 마라
자식 낳아 길러 줄께
손톱 손톱
다 딿도록
너만 보고 살고 지니
너 가지 마라
이 세상도 나랑 살고
훗세상도 나랑 살자
3
돌기둥이라도 됐더면
하늘에나 뻗쳐둘 걸
치미느니 통곡이라
눈물 기두이사 어디다 세우나
새야 새야 파랑새야
슬픔의 새도
가고사 아니 오네
천리 길 모랫벌은
뙤약볕 천지던 걸
못내 죽은 메아리 하나
그를 불러 날 보랬지
사랑도 사랑도
내 사랑은
하늘 한 조각을 못 얻어
섧다네요
4
제 좋대믄 보내련다
제 간대믄 보내련다
내야 저 없이 사노라면
속 쓰려 눈 멀겠네
예쁜 색시 얻어서나 산대는 야
검은 머리 희도록에
검은 머리 희도록에
아들 장가
보낸 셈 치지
==========
+ 장엄한 숲
삼천 년 된 거목들의 숲은
겨우내 끝이 안 보이는 설원
나무들은
그 눈 벌에 서 있습니다
어느 겨울
그 중의 한 나무가
눈사태에 떠밀려 쓰러질 때
하느님이
품 속에 안으셨습니다
나직이 이르시되
아기야 쉬어라 쉬어라 ……
하느님께선
이 나무가 작은 씨앗이던 때를
기억하시며
거대한 뿌리에서 퍼져나간
젊은 분신들도 알으십니다.
쉬어라 쉬어라고
하느님의 사랑은 이날
자애로운 안도(安堵)이셨습니다
가령에
삼천 년을 노래해 온 새가 있다면
쉬어라 쉬어라고 하실 겝니다
이 나무 기나긴 삼천 년을
장하게 맥박쳐 왔으니까요
레드우드 품종의
그 이름 와워나로 불리우는
이 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복된 수면이요 안식이며
이후 삼천 년 동안
그는 잠자는 성자일 겝니다
장엄한 숲에서
이 겨울도
끝이 안 보이는 아득한 설원에서
----------------
+ 정념의 기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가는
그 일이란다.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悲哀)가
맑게 가라앉는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 드린다.
--------------------------
+ 가난한 이름에게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검은 벽의 검은 꽃그림자 같은
어두운 향료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 겨울밤
고독 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 중에 특별하기로 역시 고독 때문에
어딘 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와 이별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때론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
인간이란 가난한 이름에 고독도 과해서
못 가진 이름 울면서 눈감고 입술 대는 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는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
+ 네 생각 그 하나에
너를 재우고 돌아서던 손 시린 돌무덤에
이제 나도 영원히 쉬려고 찾아온 거다
별이란 그저
잠잠히 순명하는 광망(光芒)이더구나
새삼 무에랴 우리를 일깨워
섧게 만드리
인식할 것으로 믿자
너를 불러 네 옆에 이처럼
나 돌아왔음은
진실로 하늘이 짚어준 길이었거니
무서리 내 가슴에 잠기고
흰 눈깨비 성성히 덮여오는
겨울 한밤에도
오직 네 생각 그 하나에
나는 살았다니다
===============
+ 메리 크리스머스
거룩한 그 아기의
이제금 새로운 영혼의 여광(餘光)이다
메리 크리스머스
벗이여
오늘 밤 성당 돌층계서
환한 네 얼굴 보여 주지 않으련
기도하러 가는 마음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너 함께
내가 있었으면 한다
세상에 나서
아직 기도를 올린 적 없다는
너의 오히려 나를 울린
우애의 그늘에서
내가 부끄러워
지금은
천주이신 아기께서 잠드신 시간
정결하고 광휘로운 이 시공 속에
우리의 마음을 새겨
종이나 빚었으면
속에서 넘쳐나는
정밀한 강물 모양
외로움이 일 적에 울어 주는 종
보고 짐이 일 적에도
울어주는 종
벗이여
촛불을 켜 들고
유리창 비쳐보는
꽃가게 같은 너여
메리 크리스머스
하늘에선 흰 눈을 내려 주십시오
펄펄펄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
눈인 양 새맑은
소망의 가(歌)를 울리게 하십시오
메리 크리스머스
놀라운 밤이다
---------------------------
+ 산에게 나무에게
산은 내게 올 수 없어
내가 산을 찾아갔네
나무도 내게 올 수 없어
내가 나무 곁에 섰었네
산과 나무들과 내가
친해진 이야기
산은 거기에 두고
내가 산을 내려왔네
내가 나무를 떠나왔네
그들은 주인자리에
나는 바람 같은 몸
산과 나무들과 내가
이별한 이야기
------------------------------
+ 거기서 그를 보리니
밤이 깊어도
돌아오지 않는 사람
더 깊은 밤에
어쩌면 희뿌연 새벽녘에라도
아버지가 오실 줄 믿고 기다리는가
그의 아이들
모두 깨어 있고
바깥은 습습한 밤비.
외등 하나
온밤을 골목길 비추느니
절통할 일이 로고
심장 둘레의 곱디고운 혈관을 절개하고
그 여섯 시간 만에
오늘 같은 밤비 속을
낯선 순례지
홀로 길 떠난 사람
세상살이 이리도
깊고 광막한 타향인 곳인가
남의 자의 땅에도
익숙지 못한
실어증의 안개만 자욱하고
지평이 하늘에 닿은
가슴 안의 사막
그러나 해가 뜨면
동서남북을 새로이 배우련다
우물을 파서
새맑은 물거울에
모든 빛나는 것을 돌려오고
그 빛부신 중심에서
그를 항상 보리라
------------------------------
+ 내가 흐르는 강물에
구름은
하늘이 그 가슴에
피우는 장미
이왕에
내가 흐르는 강물에
구름으로 친들
그대 하나를 품어가지 못하랴
모들 걸 단번에 거는
도박사(賭博師)의 멋으로
삶의 의미 그 전부를
후회 없이 맡기고 가는
하얀 목선(木船)이다
차가운 물살에
검은 머리 감아 빗으면
어디선지
울려오는
단풍나무의 음악
꿈이 진실이 되고
아주 가까이에 철철 뿜어 나는
이름 모를 분수(噴水)
옛날 같으면야
말만 들어도 사랑과 어지럼병
지금은 모든 새벽에 미소로 인사하고
모든 밤에 침묵으로 기도한다
내쳐 내가 가는 뱃전에
노란 램프로 여긴들 족하리라
이왕에
내가 흐르는 강물에
바람으로 친들
불빛으로 친들
그대 하나를 태워가지 못하랴
=================
+ 아가와 엄마의 낮잠
아가 손 쥐고
아가 함께 엄마도 단잠 자는
눈 어린 대낮
아가 얼굴이사
물에 뜬 미끈한 달덩이지
눈이야 감건 말건
훤히 비치는 걸
조랑조랑 꽃이 많은 꽃묶음이나
잘 익은 과일들의 과일바구니 모양
연방 흘리는 단내 나는 살 냄새
아가의 향기
꿈결에도 오가느니
아가 마음과 엄마 마음
금수레에 올라탄 메아리라 부르랴
사락사락 입맞추는
봄바람 이아 부르랴
아가 한 번 눈떠 보면
엄마도 잠이 깨고
아가 방긋 웃어 주면
엄마 가슴은 해돋이
창호지 한 장 넘엔
누가 오고 누가 가건
우리 아가 옆 자리는
엄마의 낙원
----------------------------------
+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너로 말하건 또한
나로 말하더라도
빈 손 빈 가슴으로
왔다 가는 사람이지
기린 모양의 긴 모가지에
멋있게 빛을 걸고 서 있는 친구
가로등의 불빛으로
눈이 어리었을까
엇갈리어 지나가다
얼굴 반쯤 그만 봐버린 사람아
요샌 참 너무 많이 네 생각이 난다
사락사락 사락 눈이 한 줌 뿌리면
솜털 같은 실비가
비단결 물보라로 적시는 첫봄인데
너도 빗물 같은 정을 양손으로 받아주렴
비는 뿌린 후에 거두지 않음이니
나도 스스로운 사랑으로 주고
달라진 않으리라 아무것도
무상으로 주는
정의 자욱마다엔 무슨 꽃이 피는가
이름 없는 벗이여
------------------------------------
+ 이런 사람과 사랑하세요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사랑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에게 이별이 찾아와도
당신과의 만남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줄 테니까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과 사랑을 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익숙치 못한 사랑으로
당신을 떠나보내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기다림을 아는 이와 사랑을 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이 방황을 할 때
그저 이유 없이 당신을 기다려 줄 테니까요.
기다림을 아는 이와 사랑을 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이 방황을 할 때
그저 이유 없이 당신을 기다려 줄 테니까요.
_______________
* 47
꽃
눈
비
산 3
-------
새
손
송(頌)
임
------
연
잠
죄
허
------
5월 연가
6월의 시
겨울나무
겨울바다
--------------
미명의 날
보통 사람
비파소리
사랑의 말
--------------
사랑초서
산에 와서
상심수첩
새봄감상
--------------
새벽 외출
새벽전등
성모승천
소녀에게
-------------
슬픔에게
시인에게
시지프스
아가에게
-------------
아침 기도
아침 은총
어떤 소년
여인애가
--------------
장엄한 숲
정념의 기
가난한 이름에게
네 생각 그 하나에
-------------------------
메리 크리스머스
산에게 나무에게
거기서 그를 보리니
내가 흐르는 강물에
--------------------------
아가와 엄마의 낮잠
빗물 같은 정을 주리라
이런 사람과 사랑하세요
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