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담 / 도종환
지난해 첫날 아침에 우리는
희망과 배반에 대해 말했습니다
설레임에 대해서만 말해야 하는데
두려움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산맥을 딛고 오르는 뜨겁고 뭉클한
햇덩이 같은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않고
울음처럼 질펀하게 땅을 적시는
산동네에 내리는 눈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오래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느티나무에 쌓이는
아침 까치소리 들었지만
골목길 둔탁하게 밟고 지나가는
불안한 소리에 대해서도
똑같이 귀 기울여야 했습니다
새해 첫날 아침
우리는 잠시 많은 것을 덮어두고
푸근하고 편안한 말씀만을
나누어야 하는데
아직은 걱정스런 말들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도 새해 첫날 아침
절망과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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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 구상
내가 새로와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와져서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와진 얼굴로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
오늘의 괴로움과 쓰라림이 아니요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생활의 율조일 따름이다
흰 눈같이 맑아진 내 의식은
이성의 햇발을 받아 번쩍이고
내 심호흡한 가슴엔 사랑이
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친다
꿈은 나의 충직과 일치하여
나의 줄기찬 노동은 고독을 쫓고
하늘의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져
기도는 나의 일과의 처음과 끝이다
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해
나의 생애, 최고의 성실로서
꽃 피울 새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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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 피천득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너 나무들 가지를 펴며
하늘로 향하여 서다
봄비 꽃을 적시고
불을 뿜는 팔월의 태양
거센 한 해의 풍우를 이겨
또 하나의 연륜이 늘리라
하늘을 향한 나무들
뿌리는 땅 깊이 박고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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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단(元旦) / 조운
어허 또 새해라니
어이없어하면서도
이 신문 저 신문
뒤적 쥐적 뒤지다가
오늘도 다름없이 거저
해를 지워 버렸다
============
+ 첫날 / 백무산
눈 오는 아침은
설날만 같아라
새신 신고 새 옷 입고
따라나서던 눈길
어둠 속 앞서가던 아버지 흰
두루막 자락 놓칠세라
종종걸음 치던 다섯 살
젓기 가던 새벽처럼
눈 오는 아침은
첫날만 같아라
눈에 젖은 대청마루
맨발로 나와
서늘하게 앉으니
가부좌가 아니라도
살아온 시간도 흔적도
흰 눈송이 위에 내리는
흰 눈송이 같은데
투둑, 이마를 치는
눈송이 몇
몸을 깨우는 천둥소리
아, 이대로 다시
살아볼 수 있으리라
이 몸 밖 어디서 무얼 구할까
천지사방 내리는 저 눈송이들은
누가 설하는 무량법문인가
눈 오는 아침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첫날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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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엔 / 손희락
바람 불 때
흔들리지 않아야겠다
요염한 달빛,
마음 뺏기지 말아야겠다
나뭇가지 꺾어지고
잃어버린 나뭇잎 헤아리며
긴긴밤, 가슴 아파 울어야 했으니
긴 세월 맺은 열매 몇 알
더디 오는 주인 기다리는 동안
썩거나, 상실하지 않도록
보존해야겠다
------------------------
+ 새해엔 / 최계락
무거운 얼음장 밑을
그래도
냇물은
맑게 흐른다.
그렇다
찬바람을
가슴으로 받고 서서
오히려
소나무는
정정한 것을.
새해엔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어둡고 답답한
땅 속
깊은 곳에서도
지금쯤
새 봄의 기쁨을 위해
제 손으로 목숨을 가꾸고 있을
꽃씨.
그렇다
언젠가
이른 아침을
뜨락에 쏟아지던
그
눈부신
햇살처럼
나도
새해엔
그렇게 살아야지.
------------------------
+ 신년송 / 이해인
사랑아
언제나 제일 먼저 나는 네가 보고 싶다.
늘 함께 있으며 처음인 듯 새롭게 네가 보고 싶다.
너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나고 싶고
너와 함께 가장 정직한 시를 쓰고 싶고
너와 함께 가장 뜨거운 기도를 바치고 싶다.
내가 어둠이어도 빛으로 오는 사랑아 말은 필요 없어
내 손목을 잡고 가는 눈부신 사랑아 겨울에도 돋아나는
네 가슴속 푸른 잔디 위에 노란 민들레 한 송이로 네가 앉아 웃고 있다.
세상에 너 없이는 희망도 없다.
새해도 없다.
내 영혼 나비처럼 네 안에서 접힐 때 나의 새해는 비로소
색동의 설빔을 차려입는다.
묵은 날도 새 연두저고리에 자줏빛 옷고름을 단다
=============
+ 신년시 / 김영환
새해에는 흐르는 강 흐르게 하고요
우리들 고개 들어 먼 산 바라봐야죠
햇살 따사로운 들녘
침묵의 걸음걸이로 다가가
떼굴떼굴 이슬처럼 풀잎 위에
누우면 어때요
새해에는 날리는 바람 날리게 두고요
우리들 야윈 손 꼭 잡으면 어때요
우리들 힘찬 발걸음 모으면 어때요
------------------------
+ 신년시 / 안도현
닭이 울어 해는 뜬다
당신의 어깨너머 해가 뜬다
우리 맨 처음 입맞출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으로,
그 떨림으로
당신의 어깨
너머 첫닭이 운다
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다
닭이 울어서 해는 뜨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처음 눈 뜬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울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울었기 때문에
세계가 눈을 뜬 것이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하고 나하고는
이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
더도 덜도 말고 냉수 한 사발 마시자
저 먼 동해 수평선이 아니라 일출봉이 아니라
냉수 사발 속에 뜨는 해를 보자
첫닭이 우는 소리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세상의 끝으로
울음소리 한번 내질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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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시 / 조병화
흰 구름 뜨고
바람 부는
맑은 겨울 찬 하늘
그 무한을 우러러보며
서 있는
대지의 나무들처럼
오는 새해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꿈으로 가득하여라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영원한 일월의 영원한
이 회전속에서
너와 나, 우리는
약속된 여로를 동행하는
유한한 생명
오는 새해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사랑으로 더욱더
가까이 이어져라
------------------------
+ 연하장 / 김남조
설날 첫 햇살에 펴 보세요
잊음으로 흐르는 강물에서
옥돌 하나 정 하나 골똘히 길어내는
이런 마음씨로 봐주세요
연하장
먹으로 써도 彩色(채색)으로 무늬 놓는 편지
온갖 화해와 함께 늙는 회포에 손을 쪼이는 편지
제일 사랑하는 한 사람에겐 글씨는 없이 목례만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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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하장 / 이생진
서독까지 250원
[근하신년]이라고 찍힌 활자 밑에
이름 석 자 적는다
아직 살아 있다는 신호등
네게 이르지 못한 불빛이
아직 꺼지지 않고 있다는 표시
해마다 눈오는 12월
그때쯤에서 생각나는 사람
우표 값이 250원
비행기표 값이 그렇게 싸다면
벌써 찾아갔지
올해도 [근하신년] 그 밑에
이름 석 자 적고
그날부터 잊기 시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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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마음 /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마음으로 공부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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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소망 / 황금찬
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리라
그렇게 맞이한 이 해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하늘같이 신뢰하며
욕심 없이 사랑하리라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로운 삶을 살지 않고
언제나 광명 안에서
남을 섬기는 이치를
배우며 살아간다.
선한 도덕과
착한 윤리를 위하여
이 해에는 최선을 다하리라.
밝음과 맑음을
항상 생활 속에 두라
이것을 새해의 지표로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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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기도 / 도종환
새해 첫 아침 햇살은
창문을 열고 기지개를 켜는 아이의
밝은 얼굴위에
제일 먼저 비치게 하소서.
숲의 나뭇가지 하나하나에
햇빛이 골고루 내려앉듯
이 땅의 모든 아이들 빛나는 눈동자 위에
맑게 출렁이는 가슴 위에
빠짐없이 내리게 하소서.
골짜기 깊은 곳에도
손잡을 곳 하나 없는 바위 벼랑에도
늪가의 젖은 풀 위에도
아침 햇살이 환하게 번져 가듯
그늘지고 가파르고 습한 곳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도 새날의 햇볕이
따뜻한 걸음으로 찾아가게 하소서.
산과 개울과 숲 어디에나 내리는 햇빛이지만
산은 산대로
개울과 나무는 개울과 나무대로
저마다 저를 위해 햇빛이 와 있다고 믿듯
아이들도 늘 저를 위해 준비된
사랑이 따스하게 떠오르고 있다고
믿게 하소서.
그 사랑과 따뜻함으로
아이들 몸에서 푸른 잎이 돋아나고
때가 되면 열매가 자라고
꽃이 피어나게 하소서.
그렇게 자란 튼튼한 뿌리로
무너지는 언덕을 지키고
그렇게 크는 싱그러운 힘으로
막힌 물줄기를 열어가게 하소서
================
+ 새해 소망 / 주응규
오라 오라 희망이여 오라
가라 가라 절망이여 가라
대망에 가슴 벅찬 새해야
말갛게 솟구쳐 올라
세상의 그늘진 곳곳에
고루고루 축복을 내리어라
감당키 어려운 시련일랑은
한마음으로 나눠서 짊어지어
슬기롭게 극복하고
즐거움일랑 여럿이 더하여
함께 누리어라
서로서로 배려하고 위하며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저마다의 가슴에 흘러라
두루두루 무사태평을
빌고 비나니
행복한 웃음꽃이
온 누리에 만발하여라.
---------------------------
+ 새 아침에 / 조지훈
모든 것이 뒤바뀌어 질서를 잃을지라고
성진의 운행만은 변하지 않는 법도를 지니나니
또 삼벽예순날이 다 가고 사람 사는 땅 위에
새해 새 아침이 열려오누나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이 영겁의 둘레를
뉘라서 짐짓 한 토막 짤라
새해 첫날이라 이름지었던가
뜻 두고 이루지 못하는 한은
태초 이래로 있었나보다
다시 한번 의욕을 불태워
스스로를 채찍질하라고
그 불퇴전의 결의를 위하여
새 아침은 오는가.
낡은 것과 새것을 의와 불의를
삶과 죽음을 ㅡ
그것만을 생각하다가 또 삼백예순날은 가리라
굽이치는 산맥 위에 보랏빛 하늘이 열리듯이
출렁이는 파도 위에 이글이글 태양이 솟듯이
그렇게 열리라 또 그렇게 솟으라
꿈이여!
----------------------------
+ 새해 아침 / 송수권
새해 아침은 불을 껐다 다시 켜듯이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답답하고 화나고 두렵고
또 얼마나 허전하고 가난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지난밤 제야의 종소리에 묻어둔 꿈도
아직 소원을 말해서는 아니 됩니다
외로웠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억울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슬펐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얼마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습니까?
그 위에 우레와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그 위에 침묵과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낡은 수첩을 새 수첩으로 갈며
떨리는 손으로 잊어야 할 슬픈 이름을
두 줄로 금 긋듯
그렇게 당신은 아픈 추억을 지우십시오
새해 아침은
찬란한 태양을 왕관처럼 쓰고
끓어오르는 핏덩이를 쏟아놓으십시오
새해 아침은
날밤 시집온 신부가 아침나절에는
저 혼자서도 말문이 터져 콧노래를 부르듯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
+ 새 해 아침 / 양현근
눈 부셔라
저 아침
새벽길을 내쳐 달려와
세세년년의 산과 들,
깊은 골짝을 돌고 돌아
넉넉한 강물로 일어서거니
푸른 가슴을 풀고 있거니
이슬, 꽃, 바람, 새
온통 그리운 것들 사이로
이 아침이 넘쳐나거니
남은 날들의 사랑으로
오래 눈부시거니
===============
+ 새해에는 / 양현근
새해에는 꽃이 벙그는 이유와
꽃이 아름다운 사연을 오래 얘기할 수 있게 하소서
이 땅 위에 더불어 사는 모든 사람들과
모국어의 향기를 같이 누릴 수 있게 하시고
바퀴벌레와 모기, 개미와 같은
하찮은 생명에게도 축복을 내려주소서
눈 들어 보이는 것마다
우리들의 첫사랑임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되
길 위에서 서성이는 생각들로 하여
오래 마음 아프지 않게 하소서
사랑하는 이들의 그리움은 올해도 끝이 없을 것이므로
따뜻한 위로의 말을 배우게 하시고
정녕 사랑으로 하여 고통받지 않게 하소서
밤을 새워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은 세상이므로
미움, 시기, 욕심, 절망, 분노와 같은
좋지 않은 생각들은 잠시 잊게 하시고
희망, 따뜻함, 파아란 하늘과 같은
마음에 와닿는 단어들을 기억하게 하소서
오래전에 잊혀진 슬픔을 위해서도
가끔씩은 목젖이 아프도록 울게 하시고
질감 좋은 색조로 새벽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하소서
마른 들판을 건너 온 겨울바람에도
향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하시고
쓸쓸한 등을 보이며 흐르는 저녁강이
깊은 바다와도 만나게 하소서
따뜻한 한 그릇의 시와 포옹하며 뒹굴게 하시고
사랑하는 여인이 단단한 꽃으로 그 자리에 오래 피어있게 하소서
이름 모를 늙은 가수의 느끼한 랩송마저도 사랑하게 하시고
함께 청청한 목소리로 노래하게 하소서
얇은 월급봉투라도 좋으니 그로 하여 기죽지 않게 하시고
작은 베풂으로 인하여 오히려 빛이 나지 않도록 하소서
무엇보다 마음살에 돋아나는 욕심의 잔을 비우게 하소서
주님!
---------------------------
+ 새해에는 / 윤보영
새해에는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고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미소를 건네며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도움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그 행복을 나누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내 주위에서 기쁜 소식을 더 많이 듣고
그 소식에, 내 기쁨이
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미소 짓는 모습을 꺼내 볼 수 있고
아름다운 기억 하나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꽃이 주는 향기보다, 꽃이 가진
생각을 먼저 읽을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최선을 다하는 열정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내 안에도, 내 밖에도
1년 내내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들게
내 삶에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
---------------------------
+ 새해의 시 / 김사랑
새날이 밝았다
오늘 뜨는 태양이
어제의 그 태양은 아니다
겨울 산등성이 불어간 느 바람이
지난밤에 불던 바람이 아니다
독수리는 하늘 높은 곳에서
날카로운 눈빛을
땅에 꽃았다
산양은 절벽의 바위를 뛰어올라
산정을 향한다
우리가 꾸는 행복은
내일을 향해 뻗어 있고
사랑하는 심장은
겨울에 소 장미처럼 붉었나니
이루지 못할 꿈은 어디에 있던가
나의 하루의 삶이
나의 인생이 되듯
흘러 지난 세월은 역사가 되나니
다시 나의 소망은 담아 꿈을 꾸나니
가슴은 뜨겁고
나의 노래는 날개를 매단 듯 가볍다
이 아침에 돋는 태양을 보라
이글거리며 타는 태양은
나를 위해 비추나니
고난 속에 시련이 온다 해도
나 이겨내리니
그대 소망하는 바 더디게 올뿐
언젠가 다 이 루어지니리
우리 함께 달려 가보자
----------------------------
+ 새해 인사 / 김현승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 굴러라.
건너뛰듯
건너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 옷 입고
아니, 헌 옷이라도 빨아 입고,
넌 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 굴러라 발 굴러라 발 굴러라
춤추어라 춤추어라
===============
+ 새해인사 /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 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
+ 신년기원 / 김현승
몸 되어 사는 동안
시간을 거스를 아무도 우리에겐 없사오니,
새로운 날의 흐름 속에도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희망―당신의 은총을
깊이깊이 간직하게 하소서.
육체는 낡아지나 마음으로 새로웁고
시간은 흘러가도 목적으로 새로워지나이다!
목숨의 바다―당신의 넓은 품에 닿아 안 기우기까지
오는 해도 줄기줄기 흐르게 하소서.
이 흐름의 노래 속에
빛나는 제목의 큰 북소리 산천에 울려 퍼지게 하소서!
한쪽의 빵을 얻기 위하여
한 세기의 희망이 굶주리던 지난 일 년
한 이파리 꽃술에 입맞추기 위하여
한 세대의 젊음이 시들어버린
지난 일년의 얼굴 없는 물웅덩이 속에
1972년의 쉬임 없는 시간들이 고이어 고이어
끝 모를 심연을 우리의 눈망울에 잠기게 마옵소서.
검은 땅에 입맞추는
저 임자년(壬子年)의 첫 입술―새벽의 붉은 태양을
희망과 사랑의 눈빛으로 다만 바라보게 하소서!
우리를 오히려 도리어 더욱
슬프고 배고프고 목마르게 만들던,
단추로 눌러버린 이 기쁨들
빛의 이 영화(榮華)들
엉겅퀴 우거진 이 욕망의 벌을 지나,
낡은 경험 위에 새로운 슬기를 띄우며
새 아침의 도소주(屠蘇酒)를 마음의 새 푸대에 부으며,
아침 태양이 반짝이는 강물처럼
굽이쳐 굽이쳐 우리의 새로운 시간들을
당신의 품―당신의 영원한 바다로
흘러가게 하소서 하소서.
--------------------------
+ 신년축시 / 윤성완
오, 내 마음 같은 친구 유일한 벗이여
인생의 노트를 펼쳐라
가장 아끼는 열정의 펜을 꺼내어 한 줄 적어보라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똑바로 뛰어가자고
삶의 얼굴은 흙처럼 유순하고 부드럽게 하고
삶의 마음은 지나가는 바람처럼 없는 듯 비워내고
삶의 지혜로운 눈은 늘 정직한 실천이라고.
오, 나의 고마운 친구 소중한 벗이여
사랑의 노트를 펼쳐라
가장 아끼는 진심의 펜을 꺼내어 한 줄 적어보라
좀 더 많은 관심과 깊은 사랑으로 세상을 마주하자고
사랑의 얼굴은 달처럼 환한 미소 머금게 하고
사랑의 마음은 해처럼 둥글고 모나지 않도록 하고
사랑의 아름다운 진심은 늘 뜨거운 심장이라고.
오, 나의 절친한 친구 미소 가득한 벗이여
행복의 노트를 펼쳐라
가장 아끼는 행운의 펜을 꺼내어 한 줄
적어보라
행복은 가장 낮은 곳에서 소리 없이 찾아온다고
어제 살아왔던 날들은 추억의 일기장에 적어놓고
오늘 살아갈 날들은 열정의 수첩에 빼곡히 채워놓고
내일 다가올 날들은 성공의 달력에 그려놓고
늘 깨어있는 삶으로 멋진 하루를 살아주게, 친구여.
---------------------------
+ 연하카드 / 황인숙
알지 못할 내가
내 마음이 아니라 행동거지를
수전증 환자처럼 제어할 수 없이
그대 앞에서 구겨뜨리네
그것은, 나의 한 시절이 커튼을 내린 증표
시절은 한꺼번에 가버리지 않네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물, 한 사물
어떤 부분은 조금 일찍
어떤 부분은 조금 늦게
우리 삶의 수많은 커튼
사람들마다의 커튼
내 얼굴의 커튼들
오, 언제고 만나지는 사물과 사람과
오, 언제고 아름다울 수 있다면
나는 중얼거리네 나 자신에게
그리고 신부님이나 택시 운전수에게 하듯
그대에게
=================
+ 새해 새날은 / 오세영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눈송이를 털고
침묵으로 일어나 햇빛 앞에 선 나무
나무는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긴 동면의 부리를 털고
그 완전한 정지 속에서 날개를 펴는 새
새들은 비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이 오는 길목에서
아득히 들리는 함성
그것은 빛과 밫이 부딪혀 내는 소리
고요가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소리
가슴에 얼음장 깨지는 소리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얼어붙은 계곡에
실낱같은 물이 흐르고
숲은 일제히 빛을 향해
나뭇잎을 곧추세운다
-------------------------------
+ 새 해 새 아침 / 이해인
새해의 시작도
새 하루부터 시작됩니다
시작을 잘 해야만
빛나게 될 삶을 위해
겸손히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아침이여
어서
희망의 문을 열고
들어오십시오
사철 내내 변치 않는
소나무빛 옷을 입고
기다리면서 기다리면서
우리를 키워온 희망
힘들어도 웃으라고
잊을 것은 꺠긋이 잊어버리고
어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희망은 자꾸만 우리를 재촉하네요
어서
기쁨의 문을 열고
들어오십시오
오늘은 배추밭에 앉아
차곡차곡 시간을 포개는 기쁨
흙냄새 가득한
싱싱한 목소리로
우리를 부르네요
땅에 충실해야 기쁨이 온다고
기쁨으로 만들 숨은 싹을 찾아서
잘 키워야만 좋은 열매를 맺는다고
조용조용 일러주네요
어서
사랑의 문을 열고
들어오십시오
언제나
하얀 소금밭에 엎드려
가끔은 울면서
불을 쪼이는 사랑
사랑에 대해
말만 무성했던 날들이 부끄러워
울고 싶은 우리에게
소금들이 통통 튀며 말하네요
사랑이란 이름으로
여기저기 팽개쳐진 상처들을
하얀 붕대로 싸매주라고
새롭게 주어진 시간
만나는 사람들을
한결같은 따듯함으로 대하면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라고-
눈부신 소금곷이 말을 하네요
시작을 잘해야만
빛나게 될 삶을 위해
설레이는 첫 감사로 문을 여는 아침
천년의 기다림이 비로소 시작되는
하늘빛 은총의 아침
서로가 복을 빌어주는 동안에도
이미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새해 새 아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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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아침에 / 위영남
삼백예순다섯 개의
해를 숨겨 놓고
그 속에
우리들의 꿈도 묻어 놓고,
'새해엔 당신의 소망을
이루어 보셔요.'
조용히 속삭여 주는
삼백예순 다섯 개의
까만 꽃씨들.
새해 달력 앞에 서면
파도처럼 일렁이는 가슴은
희망이 꿈틀거리는
아침 바다.
우리들 마음 속 꽃밭에도
삼백예순 다섯 개의
꽃씨를 심고
둥근 해가 떠오를 때마다
곱게 곱게 피어날
우리들의 새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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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의 기도 / 이성선
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새로운 몸짓의 새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영원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게 하소서
새해엔, 아아
가장 고독한 길을 가게 하소서
당신이 별 사이로 흐르는
혜성으로 찬란히 뜨는 시간
나는 그 하늘 아래
아름다운 글을 쓰며
당신에게 바치는 시집을 준비하는
나날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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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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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의 기도 / 이해인
1월에는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소서
그동안 쌓인 추한 마음 모두 덮어 버리고
이제는 하얀 눈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2월에는
내 마음에 꿈이 싹트게 하소서
하얀 백지에 내 아름다운 꿈이
또렷이 그려지게 하소서
3월에는
내 마음에 믿음이 찾아오게 하소서
의심을 버리고 믿음을 가짐으로
삶에 대한 기쁨과 확신이 있게 하소서
4월에는
내 마음이 성실의 의미를 알게 하소서
작은 일 작은 한 시간이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기회임을 알게 하소서
5월에는
내 마음이 사랑으로 설레게 하소서
우리 삶의 아름다움은
사랑 안에 있음을 알고
사랑으로 가슴이 물들게 하소서
6월에는
내 마음이 겸손하게 하소서
남을 귀히 여기고 자랑과 교만에서
내 마음이 멀어지게 하소서
7월에는
내 마음이 인내의 가치를 알게 하소서
어려움을 참고 오랜 기다림이 없는 열매는
좋은 열매가 아님을 알게 하소서
8월에는
내 마음에 쉼을 주시옵소서
건강을 지키고
나와 남을 여유 있게 볼 수 있는
쉼을 갖는 시간을 갖게 하소서
9월에는
내 마음이 평화를 느끼게 하소서
마음의 평화는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성숙할 때
함께 자라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10월에는
내 마음이 은혜를 알게 하소서
나의 오늘이 있게 한 모든 이들의
은혜가 하나하나 생각나게 하소서
11월에는
내 마음이 욕심을 버리게 하소서
아직도 남아 있는
욕심과 미움과 갈등을 버리고
빈 마음을 바라보면서 만족하게 하소서
12월에는
내 마음에 감사가 일어나게 하소서
계획한 일을 이루었던 이루지 못했던
지난 한 해의 모든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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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를 향하여 / 임영조
다시 받는다
서설처럼 차고 빛부신
희망의 백지 한 장
누구나 공평하게 새로 받는다
이 순백의 반듯한 여백 위에
무엇이든 시작하면 잘될 것 같아
가슴 설레는 시험지 한 장
절대로 여벌은 없다
나는 또 무엇부터 적을까?
소학교 운동회날 억지로
스타트 라인에 선 아이처럼
도무지 난감하고 두렵다
이번만은 기필코......
인생에 대하여
행복에 대하여
건강에 대하여
몇번씩 고쳐 쓰는 답안지
그러나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재수인가? 삼수인가?
아니면 영원한 未知修인가?
문득 내 나이가 무겁다
창문 밖 늙은 감나무 위엔
새 조끼를 입고 온 까치 한 쌍
까작까작 안부를 묻는다, 내내
소식 없던 친구의 연하장처럼
근하신년!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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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맞이 해님 / 김진향
섣달 그믐밤
까만 어둠 속에서
달그락달그락
햇살을 짠다.
지난해 반성하며
미운 마음
한 줌 걷어내고
베풀어
즐겁던 마음
황금빛으로 짜 넣고
다음 해로 미룬 일
오색실로 무늬 새겨
붉고 둥근 수레에
실어 두었다가
새해 아침
환하게
내다 걸려고
깜깜한 그믐밤에
햇살을 짠다.
===================
+ 새해 새 아침은 / 신동엽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 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해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소도자 눈빛 속에서
구슬 짓는다.
-------------------------------
+ 새해 새 아침은 / 이하
새해 새 아침은
깊고 푸른 소금의 나라에서 온다.
천년 그리고 한 천년
바다 너머 깊은 바닷속에서
절여둔 아침 해는
한 해 하나씩 새해 새날에만 내민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갈매기보다 수선한 그물에 담고
바닷가에 온 도회 사람은
바다보다 네모난 액자에 건다.
거긴 소금처럼 하얀
순수가 있고
거긴 내내, 새날 새 아침 해에게 받은
맑고도 환한 꿈이 출렁인다.
때로 삶이 생활보다 지칠 때
푸른 소금의 나라에서 보내 준
싱싱한 꿈이 말갛게 파도에 씻긴 채 반긴다.
새해 새 아침은
맑고 푸른 숲의 나라에서 온다.
산 너머 너머 구름보다 높은 산 숲 속에서
천년쯤 그리고 또 한 천년 동안은
이슬만 먹고 자란 아침 해는
한 해 하나씩 새해 새날에만 나온다.
들녘에 사는 사람들은
산까치보다 수선한 지게에 담고
새벽 산정에 오른 도회 사람은
산마루보다 첩첩한 사진첩에 넣어둔다.
거긴 숲을 닮은 순결이 있고
그래도 거긴, 늘
새날 새 아침 해에게 빌어둔
퍼덕이는 소망이 일렁인다.
때로 어둠이 힘겨운 가로등 아래
피곤한 등을 기댈 때
푸른 숲의 나라에서 보내 준
퍼덕이는 소망 하나
몇 무리의 솔숲을 지나온 바람을 타고
낮아만 가는 어깨를 다독인다.
새해 새날 아침, 붉은 해는
사람마다 하나씩 푸르게 뜬다.
남에서도 북에서도
산동네 바다동네에서도
이 날만은 꼭 푸르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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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일기장엔 / 문삼석
새해 일기장엔
커다란 햇덩이 하나 먼저 그릴래.
은빛 햇살 하늘 가득 풀어놓고
푸른 산 병풍처럼 빙 둘러칠래.
그 안에 옹기종기
우리 동네 정답게 그리는 거지.
맑은 실개천도 돌돌돌 흐르게 하고
지느러미 고운 물고기도 몇 마리
요리조리, 헤엄치게 그리는 거야.
참, 푸른 바람 한 줄기도 잊지 말고
꿀처럼 달콤하게 그려 넣어야지.
그래, 새해 일기장엔
검정 같은 원색은 빼버리는 거야.
은은하고 부드러운 간색으로,
섞이고 어우러져 따뜻하게 살아나는
그런 색깔로 온통 채우는 거야.
무지개 일곱 빛깔도 좋을 테지.
이제 막 눈뜨는 어린 새싹들의
연한 연두 빛깔도 괜찮을 거야.
그렇게 부드럽고 따뜻하고 은은한 색깔 속
이젠 우리들의 밝은 모습 그리는 거야.
덧니 하얀 순이의 세모진 얼굴에도
함박 같은 웃음꽃 그려 넣는 거야.
맑고 밝은 웃음색 죄다 끌어 모아
날마다 신나게 칠하는 거야.
그래, 그래.
너와 내가 함께 쓸 새해 일기장엔
햇덩이 같은 웃음색만 칠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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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하는 기쁨 / 홍수희
침묵하는
겨울 산에
새 해가 떠오르는 건
차디찬
바다 위에
새 해가 떠오르는 건
하필이면
더 이상은 꽃이 피지 않을 때
흰 눈 나풀거리는 동토凍土에
이글이글
새 해가 떠오르는 건
가장 어두운 좌절 깊숙이
희망을 심으라는 것
지금 선 그 자리에서
숨어있는 평화를 찾으라는 것
희망하는 기쁨,
새해 첫날이 주는 선물입니다
=====================
+ 새해를 여는 기도 / 오정혜
받은 상처는 예리한 매스가 되어 가슴을 후벼 팠고
준 상처는 아둔하여 두리뭉실 기억이 없었습니다.
나 잘난 멋에 살아온 빈 껍데기였고
나의 관점이 진리라 고집했습니다.
남이 나를 칭찬할 때 그것이 나의 전부라 착각했고
남의 허물을 덮어줄 내 안에 여백이 없었습니다.
나 가진 것 너무 많아 교만했고
나 받은 것 너무 많아 감사할 줄 몰랐습니다.
남을 미워한 것 때문에 내가 더 미웠고
내 것이라 아등바등 할 때 가난해짐을 배웠습니다.
나를 부인할 때 내가 누구인지 보았고.
내가 죽어야 산다는 것 알았습니다.
남을 인정할 때 부유하다는 것 알았고.
남이 존재할 때 내가 있음을 아는 지혜를 가졌습니다.
남이 아파할 때 어미의 가슴으로 눈물 품게 하시고
남이 쓰러질 때 일으켜 세우는 아비의 굳센 팔뚝 되게 하소서.
미움, 시기, 질투에서 까마득히 도망치게 하시고
서로 모자란 것 채우고 느슨한 바보가 되어 구겨진 세상 피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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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아침의 기도 / 김남조
첫 눈뜸에
눈 내리는 청산을 보게 하소서
초록 소나무들의
청솔바람 소리를 듣게 하소서
아득한 날에
예비하여 가꾸신
은총의 누리
다시금 눈부신 상속으로 주시옵고
젊디 젊은 심장으로
시대의 주인으로
사명의 주춧돌을 짐 지게 하소서
첫 눈뜸에
진정한 친구를 알아보고
서로의 속사랑에
기름 부어 포옹하게 하여 주소서
생명의 생명인
우리네 영혼 안엔
사철 자라나는
과일나무 숲이 무성케 하시고
제일로 단맛 나는 열매를
날이 날마다
주님의 음식상에
바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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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첫날의 소망 / 이해인
가만히 귀 기울이면
첫눈 내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 같은
하얀 새 달력 위에
그리고 내 마음 위에
바다 내음 풍겨오는
푸른 잉크를 찍어
희망이라고 씁니다
창문을 열고
오래 정들었던 겨울나무를 향해
'한결같은 참을성과 고요함을 지닐 것'
이라고 푸른 목소리로 다짐합니다
세월은 부지런히
앞으로 가는데
나는 게으르게
뒤처지는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후회하며
올려다본 하늘에는
둥근 해님이 환한 얼굴로
웃으라고 웃으라고
나를 재촉합니다
너무도 눈부신 햇살에
나는 눈을 못 뜨고
해님이 지어주는
기쁨의 새 옷 한 벌
우울하고 초조해서 떨고 있는
불쌍한 나에게 입혀줍니다
노여움을 오래 품지 않는 온유함과
용서에 더디지 않은 겸손과
감사의 인사를 미루지 않는 슬기를 청하며
촛불을 켜는 새해 아침
나의 첫 마음 또한
촛불만큼 뜨겁습니다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어디서나 평화의 종을 치는
평화의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모든 이와 골고루 평화를 이루려면
좀 더 낮아지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겸허히 두 손 모으는
나의 기도 또한 뜨겁습니다
진정 사랑하면
삶이 곧 빛이 되고 노래가 되는 것을
나날이 새롭게 배웁니다
욕심 없이 사랑하면
지식이 부족해도
지혜는 늘어나 삶에 힘이 생김을
체험으로 압니다
우리가 아직도 함께 살아서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며 주고받는
평범하지만 뜻깊은 새해 인사가
이렇듯 새롭고 소중한 것이군요
서로에게 더없이 다정하여도
아름다운 선물이군요
이 땅의 모든 이를 향한
우리의 사랑도
오늘은
더욱 순결한 기도의 강으로
흐르게 해요. 우리
부디 올 한 해도
건강하게 웃으며
복을 짓고 복을 받는 새해 되라고
가족에게 이웃에게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노래처럼 즐겁게 이야기해요, 우리
-------------------------------------
+ 닭이 울어 해는 뜬다 / 안도현
당신의 어깨너머 해가 뜬다
우리 맨 처음 입 맞출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으로, 그 떨림으로
당신의 어깨너머
첫닭이 운다
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다
닭이 울어서 해는 뜨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처음 눈 뜬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울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울었기 때문에
세계가 눈을 뜬 것이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하고 나하고는
이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
더도 덜도 말고 냉수 한 사발 마시자
저 먼 동해 수평선이 아니라 일출봉이 아니라
냉수 사발 속에 뜨는 해를 보자
첫닭이 우는 소리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세상의 끝으로
울음소리 한번 내질러보자
=====================
+ 새해 두어 마디 말씀 / 고은
새해 왔다고 지난날보다
껑충껑충 뛰어
단오날 열일곱 짜리 풋가슴 널뛰기로
하루아침에
찬란한 세상에 닿기야 하리오?
새해도 여느 여느 새해인지라
궂은일 못된 일 거푸 있을 터이고
때로 그런 것들을
칼로 베이듯 잘라버리는
해와 같은 웃음소리 있을 터이니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쥔 양반과 다툴 때 조금만 다투고
사랑도 그냥 사랑이 아니라
눈을 부릅떠서
지지리 못난 사내 짓 고쳐 주시압
에끼 못난 것! 철썩 불기라도 때리시압
그뿐 아니라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우리 집만 문 잠그고 으리으리 살 게 아니라
더러는 지나가는 이나 이웃이나
잘 안되는 듯하면
뭐 크게 떠벌릴 건 없고
그냥 수숫대 수수하게 도우며 살 일이야요
안 그래요?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예로부터 변하는 것 많아도
그 가운데 안 변하는 심지 하나 들어 있어서
그 슬기 심지로 우리 아낙네들 크낙 한 사랑이나 훤히 밝아지이다
마침내 우리 세상 훤히훤히 밝아지이다
------------------------------------
+ 새해 아침의 비나리 / 이현주
새해 새날이 밝았습니다, 아버지
해마다 주시는 새날이 온 땅에 밝았습니다.
올해에는 하늘을 기르게 해 주십시오.
우리 몸 속에 심어 주신 하늘 싹 고이 길러
마침내 하늘만큼 자라나
사람이 곧 하늘임을 스스로 알게 해 주시고
칼의 힘을 믿는 이들에게는
칼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알게 해주시고
돈의 힘을 의지하는 이들에게는
돈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게 해주시고
부끄러운 성공보다 오히려
떳떳한 실패를 거두게 하시고
유명한 사람이 되기 전에 먼저
참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착한 일 하다가 지친 이들에게는
마르지 않는 샘을 가슴 깊이 파주시고
쓰러지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대신에
길 떠나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게 하시고
올해에는 하늘을 품게 해주십시오.
가슴마다 작은 가슴마다
우주만큼 큰 하늘을 품고
한발 두발 세발
후회 없는 날을 걸어가게 해주십시오.
--------------------------------------
+ 새해 아침에는 이상해 / 오하룡
새해 아침에는 이상해
그냥 여느 날과 마찬가지 날인데
모든 게 예사로 봐지지 않는 것이
만날 보던 건물도
그냥 그 건물 같지 않고
만날 건너던 건널목 신호등도
그냥 신호등 아닌
뭔가 별다른 신호등 같은
생각 드는 것이
어제도 그제도 계속 입던 옷인데
처음 입는 새 옷 같이
자꾸 내려다보이는 것이
골목에서 자주 만나던 강아지까지도
보통 어제 그 강아지일 것 같아
자꾸 돌아다 보이는 것이
늘 듣던 음성의 친구인데도
뭔가 반가운 소리 불쑥 할 것 같아
전화받는 말이 더듬거려지는 것이
까마득한 동구의 바람인 줄
번연히 깨달으면서도
우리 반쪽에서도 벌쭉 웃으며
달려들 것 같은 착각 자꾸 겹치는 것이
새해 아침에는 이상해
--------------------------------------
+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 이해인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신뢰와 용기로써 나아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월의 보름달만큼만 환하고
둥근 마음 나날이 새로 지어먹으며
밝고 맑게 살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너무 튀지 않는 빛깔로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서는 이웃
그러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뜨거운 진실로 앞서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랜 기다림과 아픔의 열매인
마음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화해와 용서를 먼저 실천하는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롭게 이어지는 고마움이 기도가 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지루함을 모르는
[기쁨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
+ 해님도 껍질을 벗는다 / 이국재
해님도
날마다 껍질을 벗는다.
아침마다
검푸른 동해바다에
두둥실 두리둥실
떠오르는 해님은
어제의 해님이 아니다.
너른 바다에
반짝반짝 수없이 부서지는
고깃비늘 같은
눈부신 해님의 껍질들을 보라.
초록빛 잎사귀마다
반짝반짝 수없이 부서지는
은빛가루 같은
찬란한 해님의 껍질들을 보라.
새해 아침엔
새 해님이 솟아오른다.
새 기쁨, 새 희망을 안고
수천수만 개의 해님들이
일제히 치솟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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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아침, 행복을 꿈꾸며 / 이채
새해 아침 우리는
사랑 아닌 것
기쁨 아닌 것 어디에도 없어라
찬물로 세수하고
가지런히 앉은 아침이여!
솟아오르는 희망으로
천길 바다 속 햇살을 길어 올리네
풀 먹인 마음으로
다듬질한 생각으로
때때옷 입고 세배하는 아침이여!
말씀마다 뜻 있고 뜻마다 삶의 양식되니라
한 알의 씨앗으로
한 해의 꿈을 심는 아침이여!
믿음의 뿌리마다
곧고 반듯한 기도가 되니라
새해 아침 우리는
소망 아닌 것
행복 아닌 것 어디에도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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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의 행복을 기도하는 마음 / 이채
밖이 시끄러운 것은
내 귀를 닫지 못한 탓이요
안이 시끄러운 것은
내 마음을 열지 못한 탓입니다
당신이 못마땅한 것은
나의 이해가 부족한 탓이요
내가 이해 받지 못하는 것은
나의 설득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끝내 미워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원망의 강물이 깊지 않기를
끝내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가슴의 날이 예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누리고자 하는 평화는
사랑하는 마음의 진실에서 비롯될 것이고
우리가 얻고자 하는 행복은
털어낸 마음의 환한 미소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우리가 느끼고자 하는 사랑은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작은 이슬방울 같은 것
당신과 내가 날마다 머무는 그곳에
하늘의 축복이 영원하길 바랍니다
---------------------------------------
+ 날마다 새날 새마음 되게 하소서 / 안희두
새해 새날 새아침
학교 운동장에
둥근 해가 떠오른다
날이면 날마다
웃음이 뛰노는 운동장에
둥근 해 품에 앉고 달려오는
보람이와 나래 그리고 …
3월에 입학하는 눈꽃과 새봄 이도
삼배하며 그려본다
올해는 마주칠 때마다
한 움큼 사랑을 주자
때마다
한 아름 꿈을 주자
헤어질 때마다
가슴 가득 희망을 심어주자
서해, 서산이 아니어도
아파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밉살스런 영수에게
앙증맞은 지혜에게
다 나누어주지 못한 사랑을, 꿈을, 희망을
첫 다짐을
낙조에 실어 보낸다
날마다 새날 새 마음 되게 하소서
___________ * 52
덕담 / 도종환
새해 / 구상
새해 / 피천득
원단(元旦) / 조운
--------------------
첫날 / 백무산
새해엔 / 손희락
새해엔 / 최계락
신년송 / 이해인
--------------------
신년시 / 김영환
신년시 / 안도현
신년시 / 조병화
연하장 / 김남조
---------------------
연하장 / 이생진
첫 마음 / 정채봉
나의 소망 / 황금찬
새해기도 / 도종환
-----------------------
새해 소망 / 주응규
새 아침에 / 조지훈
새해 아침 / 송수권
새 해 아침 / 양현근
--------------------------
새해에는 / 양현근
새해에는 / 윤보영
새해의 시 / 김사랑
새해 인사 / 김현승
-------------------------
새해인사 / 나태주
신년기원 / 김현승
신년축시 / 윤성완
연하카드 / 황인숙
-------------------------
새해 새날은 / 오세영
새 해 새 아침 / 이해인
새해 아침에 / 위영남
새해의 기도 / 이성선
-----------------------------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한 해의 기도 / 이해인
새해를 향하여 / 임영조
새해맞이 해님 / 김진향
--------------------------------
새해 새 아침은 / 신동엽
새해 새 아침은 / 이하
새해 일기장엔 / 문삼석
희망하는 기쁨 / 홍수희
-------------------------------
새해를 여는 기도 / 오정혜
새해 아침의 기도 / 김남조
새해 첫날의 소망 / 이해인
닭이 울어 해는 뜬다 / 안도현
----------------------------------
새해 두어 마디 말씀 / 고은
새해 아침의 비나리 / 이현주
새해 아침에는 이상해 /오하룡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 이해인
---------------------------------------
해님도 껍질을 벗는다 / 이국재
새해 아침, 행복을 꿈꾸며 / 이채
한 해의 행복을 기도하는 마음 / 이채
날마다 새날 새마음 되게 하소서 / 안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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