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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겨울

설날 시 모음 1

+ 설날 / 손병흥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까치 까치설날 
고향 품 안겨 한껏 마음이 들뜨는 시기 
새로운 해 맞는 경건함 신성함 있는 날 

​바쁜 일상 직장 생활 타향살이 고단함 물린 채 
일가친척 가족들이 함께 세배하고 차례 지내는 
더없이 소중하고 넉넉한 날 음력 정월 초하루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 더욱 풍요로운 
서로 새해 복 많이 받기를 축복하는 행복한 아침 
풍성한 마음 가득해 더욱 즐거운 고유 전통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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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 / 송정숙

​귀가 가렵다
누가 내 말을 하나
구기 은근히 가려우며
내 칭찬을 하는 거고
갑자기 미치게 가려우면
내 흉을 보는 거다
내일이면 설날
이 새벽 귀가 가렵다
세뱃돈을 두독히
준비하는 무언의 암시

​설이면 방앗간에
줄줄이 선 고무 다라
가래떡 한말 뽑아 
구워 먹고 끓어먹고
북적거리던 시장서 사 온
새신과  새 옷을 
보고 또 보며
세뱃돈은 언감생심
그저 풍족한 먹거리에
신나서 폴짝거렸다

​잊힌 노래지만
얼마나 신이 나면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딱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요놈 조놈 생각하며
봉투를 준비하니
가렵던 귀가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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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 / 오보영

집집마다 
마을마다 

​온 나라 방방곡곡에 
가족 사랑 훈훈하게 넘치고 있네 

​자식은 부모에게 
감사하며 효도하고 
부모는 자식들이 
대견해서 품어주고.. 
사랑합니다!! 
사랑한단다!! 

​당신들이 계셔서 
행복합니다 
너희들이 있어서 
든든하단다 

​데워진 사랑 열기 
추위를 녹여 
먼데 있는 봄기운 
서둘도록 재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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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 오세영

​새해 첫날은
빈 노트의 안 표지 같은 것,
쓸 말은 많아도
아까워 소중히 접어 둔
여백이다.

​가장 순결한 한 음절의 모국어를 기다리며
홀로 견디는 그의 고독,
백지는 순수한 까닭에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하다.

​새해 첫날 새벽
창을 열고 밖을 보아라.

​눈에 덮여 하얀 산과 들,
그리고 물상들의 눈부신
고요는 
신의 비어 있는 화북 같지 않은가.

​아직 채 발자국 하나 찍히자 않은
눈길에 
문득 모국어로 우짖는
까치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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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 / 오탁번

​설날 차례 지내고
음복 한잔하면
보고 싶은 어머니 얼굴
내 볼 물들이며 떠오른다

​설날 아침
막내 손 시릴까 봐
아득한 저승의 숨결로
벙어리장갑을 뜨고 계신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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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 이문조

온 가족이 다 모인 
집은 행복하여라 

​설날이면 
더욱 쓸쓸해지는 
어머니 아버지 

​살기가 힘들어 
못 오는 줄 
번연히 알면서도 

​행여나 
행여나 
동구 밖 서성이는 
그리운 모정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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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 이진기

​설날이 다가오고 
원하지 않는 외로움은 나를 
벗으로 삼고 

​나는 
그 깊은 속으로 점점 
자신을 묻는다.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져 버린, 
거부할 수 없는 
핏빛 그리움일까 

​애틋한 혈연의 기억들은 
시간을 거슬러 
작은 가슴속에 둥지를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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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 최홍윤

​나, 어린 시절에는 
까치설날 설렘에 밤을 지새우며 
어서 어른이 되고자 했었다 
벅찬 숨을 몰아쉬며 하얀 발자국 따라 
손꼽아온 세월의 수레바퀴 
세밑 입춘이 지나고 
얼음장 밑에 다정히 흐르는 물소리 
홀로 움에 익숙했던 눈동자가 
물 안게 걷힌 동구 밖에 외로이 머물고 있다 

​설이 뭐기에, 
머나먼 길, 살 냄새 맞으러 
세세손손 영혼들이 모여들어 
그믐밤을 새하얀 게 지새우는가 
설 날이 무슨 날이기에 
목로주점 나그네의 시름은 깊어 가고 
병원 중환자실에도 이슬이 맺히는 
늙어서도 그토록 그리운 날인가? 

​오늘 저물고, 
내일이 오고, 내일은 언제나 새 날인데 
설 날은 더더욱 새로운 날인가 보다 
설 날! 
가슴 뭉클한 언어가 
삼백예순 날을 지칠 줄 모르고 
비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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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일 / 김남조

​겨울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가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사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아지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 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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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 / 이진숙

마른 가지에 눈꽃 핀 
그 어떤 날의 환희를 말하지 말자 
우울한 계절의 눈빛을 따라 떠도는 
서러움에 대해서도 말하지 말자 
강이 강을 따라서 길이 길을 따라서 흐를 때에도 
세월이 덧없다고 말하지 말자 
접시 뽀얗게 닦아 
식기 건조대 위에 얹어놓듯 
우리들의 추억 하나 둘 
가슴에 얹어두지 말자 

​모든 시작은 아름답고 또한 슬픈 것, 
사라져 가는 것, 
지쳐 쓰러지는 그때까지 
우리들의 사랑 같은 건 더더구나 말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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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엔 / 김덕성  

​사랑을 만나
사랑을 나누러 가는 설 귀성길은
편하고 안전하고
복된 사랑의 길이 되어

부모님께 세배하고
한자리 모여
설음식 나누면서
웃음꽃이 활짝  피게 하시고

​동네 어른께도 세배하고
옛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어
끈끈한 정이 강같이 흘러

​행복하고 즐거운
고향의 아름다운 추억을
한 아름 안은 
사랑의 귀성길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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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 최계락

​무거운 얼음장 밑을
그래도
냇물은
맑게 흐른다.

​그렇다
찬바람을
가슴으로 받고 서서
오히려
소나무는
정정한 것을.

​새해엔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어둡고 답답한
땅속
깊은 곳에서도
지금쯤
새봄의 기쁨을 위해
제 손으로 목숨을 가꾸고 있을
꽃씨.

​그렇다
언젠가
이른 아침을
뜨락에 쏟아지던

눈부신
햇살처럼

​나도
새해엔
그렇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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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치설날 / 박해옥

​민들레 풀씨로 갔던 자식들이
꽃 몇 송이 환하게 피워 앞장 세우고
마당 귀로 들어서는 까치설날

​아픈 다리 같은
막내딸이고 이름자 큼지막한 아들도
구두를 벗고 고향 집 아랫목에 들면

모두 아이가 된다
마당 쪽에서 어머니 삐삐
부엌 쪽에서도 어무니 삐삐
예제서 천세나게 불리니
하아! 날개가 돋친 구순의 어미니
놀부가 흥부네 화초장 뺏어지고 가는 걸음새도

​고방채 추녀 끝에 한 풍경 내걸렸다
명문 세도가 조 아 무개 후손들이
대꼬챙이에 아기미가 꿰어서도 꼿꼿한 저 기품
바람이 지날 적마다 비릿한 파도 소리를 낸다

​현관 식구도 대만원이다
문수가 없는  꼬까신부터
보트만 한 운동화에 구두까지
몇몇은 모로 눕고 몇몇은 업어져서
한품의 형제답게 잠든 모양새 정겹다

​청량한 밤 기운에 불려 나가
식혜 한 대접 들고  장간에 서니
볍씨 같은 밤별이 내려와 밥알로 동동 뜨는
섣달그믐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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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설날 / 최남균

​아카시아 둥지서 까치가 울면 
흩어진 윷가락 한목에 잡히듯 
떠났던 형제들 제자리 돌아와 
도, 개, 걸, 윷, 모, 한통속이 
동네가 시끌벅적 판을 짜고 
맨발로 황톳빛 뜰 구르던 날 

​도리깨질하던 마당에 모여서 
윷가락 하늘 높이 던지던 시절 
혼자서 나뒹구는 법 익혔고 
도, 개, 걸, 윷, 모, 배필 만나서 
세상살이 더불어 사는 법 배워 
걸어온 세월 타작하여 풍성하던 날 
전 지지는 불쏘시개 연기가 

꼬리를 물고 온 동리에 어둠이 오면 
부지깽이처럼 바쁘던 어머니도 
도, 개, 걸, 윷, 모, 안방에 둘러앉아 
윷밭에 밤늦도록 뛰어놀던 길이 
저마다 가슴속에 별자리가 되었던 날 

​고속 철도가 놓여도 
되돌아갈 수 없는 날 
오직, 모만 놓아 판치는 세상에 
걸 놓아 걸어서 천천히 가고픈 날 
먼 밤하늘 사라지는 별자리에 
윷처럼 환한 그리움이 빛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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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떡국 / 정연복

설날 아침 맛있는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며
덩달아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다

나무로 치자면 나이테
산 줄이 더 그어지는 셈이다
그래, 올해부터는
한 그루 나무처럼 살자

​하루하루 전혀
조급함 없이  살면서도
철 따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와 같이

​나이가 들어간다고
겁먹거나 허둥대지 말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좋은 사람 쪽으로 변화하면서
내가 먹은 나이에 어울리는
모양으로 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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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 명절 / 손병흥

모처럼 온 가족을 반갑게 만나보게 될 
새로이 한 해를 맞는 우리 민족 최대 명절 
새해 새달 시작되는 첫날 음력 정월 초하루 

​조상들께 차례 지낸 뒤 친지 웃어른 찾아뵙거나 
공손히 세배한 뒤에 내어놓는 세찬과 세주 마시고 
문안인사 들춰가며 하례하고서 덕담도 나누는 설날 


함께 어울려 윷놀이 널뛰기와 연날리기를 한다거나 
아득한 고향산천 성묘 나들이길 정경 속에 파묻히고픈 
정겨움 듬뿍 느껴볼 수 있는 뜻깊은 명절 연휴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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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성묘 / 박인걸

​설날 찾은 부모님 묘지 위로
찬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
오래간만에 찾아온 자식은
송구하기 그지없다.

​질곡의 가시밭길을 걷고
활량 한 들판에서 방황하며
음침한 계곡을 걸어 나와
힘겹게 가파른 언덕을 오르셨는데

​양지바른 뒷산 언덕에
영면의 터를 잘 잡고
고달픈 세상 시름을 잊으시니
지금쯤은 눈물이 멈추었으려나.
시대를 잘 못 만나 
떠밀리며 걸어야 한 세월
누굴 원망하리 오만은
누굴 원망하리 오만은
살아온  삶이 가엾어라,

백골이 한 줌 흙이 되어
가지런히 누워계신
나지막한 묘소 위로
긴긴 침묵만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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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 김동리

​새해라고 뭐 다른 거 있나
아침마다 돋는 해는 동쪽에 뜨고
한강은 어제처럼 서쪽으로 흐르고
상 위에 떡국 그릇 전혀 접시 얹혀 있어도
된장찌개 김치보다 조금 떫스름할 뿐
이것저것 다 그저 그렇고 그런 거지
그저 그렇고 그렇다 해도 그런대로
한 해 한 번씩이 아침에 나는
한복으로 옷이나 갈아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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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 윤주영

식구들과 
떡국을 먹던 설날 아침

​설 음식상 위로 덕담들이 푸짐하게 오가는데
울타리 헐린 빈집처럼
등허리가 허전한 것은

​세월이 움켜간
헐렁한 머리숱 때문도 아니고
뽀얀 국물,
평생 자신의 등골을 진국처럼 울쿼 낸
지금은 계시지 않는
어머니 같아서도 아니고

​올챙이 적 꼬리를 끊고
달리던 열차를 쫓고 싶던
개구리의 오금을
이제는 하나 둘 버려야 하는

​그것들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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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풍경 / 고은영

​아버지 정갈한 두루마기 앞섶이 
유난히 차 보이고 
대님 매던 서툰 손놀림에 
여명의 장 닭소리 아직 생생한데 

​희망을 두레질하는 차례상에는 
언제나 생소한 얼굴들이 
낡은 액자에 오랜 고화로 박힌 채 
살폿 웃거나 근엄하다 

​쪽진 머리 저 여인은 고조 할매 
흑백의 두루마기 아스름 저 시무룩한 고조 할배 
구레나룻 여덟 팔자 유난히 쌔근한 
저 남자 우리 할매 멋스러운 지아비 
서른한 살 과부든 우리 할매 
할배 바라보는 눈매가 붉어 애처롭다 

​묵시적 가족사 
태어나 얼굴 한번 구경 못했다 
피붙이라고 살가운 말 한마디 없었다 
어느 시공에도 우리는 서로 만나지 못했고 
만날 수 없던 운명 호적에나 묶여 있을까 

​설날 아침 
휘적휘적 저 눈길을 걸어온 조상 들 
우리 집 안방에 진귀한 고화 전시에 나란히 앉아 
한껏 밝은 얼굴로 따끈한 떡국을 드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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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주머니 / 함동진

​설날 아침
엄마 아빠께서 두신 덕담
네 마음속에
평생 사랑 주머니 달고 다녀라
언제나 따스한 사랑 가득 채우고
사랑에 주린 사람 만나거든
나누어주거라
어디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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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설날 / 박인걸

​객지 살던 자식들이
오랜만에 찾아오는
고향 집 굴뚝에는
연실 연기가 오르고

​가래떡과 만둣국
가득 차린 음식상에
활짝 핀 얼굴들이
다정하게 웃는다.

​허리 굽은 어머니와
주름 깊은 아버지
삼촌 사촌까지
살가운 피붙이들이다.

​전화 한 번 서로 없던
생소한 얼굴에도
어딘가 닮은 꼴이
영락없는 가족이다

​제 둥지를 찾아온
동물들의 본능처럼
고향 집의 설날은 
더없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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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집 설날 / 오정방

​세상일 접어두고
고향 집 찾아가서

​설빔으로 차려입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웃음꽃
맛있는 음식
배가 절로 부르르

​타관서 멍든 상처
고향 가서 치료받고

​그립던 일가친척
만난 곳이 낙원이라

​덕담에 
훈훈한 인정
해 지는 줄 모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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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전날 밤 / 김종석

​그해 겨울
가장 추웠던
구정 저 날 밤

조각조각
부서진 영혼은 
집 주위를 맴돌며

​온 방 불 꺼지고
노란 불 따뜻할  것 같았지
미련 없이 돌아섰다

​마음은 봄바람처럼 따스했다
나비들이 내 주위를 맴돌며
추위를 감쌌나 보다

​나비들은 따스했고
온갖 색깔들로
치장하고 있었다

​따스한 봄날처럼 잔디밭에 누워
나비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따스하게 느껴졌던
노란 불빛은  그리움 되고

​눈물은 금방 바닥났지만.

​=================
구정 즈음에 / 백원기

​삼백육십오일 조용히 놓인 
옛날 사진을 들여다본다 
옛날 울 엄마가 우리들 사진 들여다보듯 

​엄마 아빠 사내아이 둘 
관악산 기슭에서 찍었던 사진 
천연스럽게 웃는 웃음 천사의 웃음 
그때 입힌 옷이 생각난다 

​말썽 피우고 웃음도 안겨주던 아이들 
다시 돌아와 조몰락거릴 수 있었으면 

​어느 틈에 자란 아이들이 둥지를 떠나 
참새 가족처럼 한 둥지 틀어 
짹짹이며 귀엽게 살고 있는 모습 
언제 돌아와 제 자식처럼 보여주려나 

​흑백이 아닌 화려한 칼라 사진 
꽃처럼 예쁘게 살고 있는 아이들 
분신의 분신까지 돌아와 
한바탕 웃음 잔치 벌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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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 한 그릇 / 김종제

​정월 한낮의 햇살이
떡국 한 그릇이다 
며칠째 굶은 숲이, 계곡이
어른에게 세배 드리고
덕담 몇 마디 들었는지
배가 부르고 눈이 감겼다
한 술 잘 얻어먹었다고
새파란 풀 돋아나고
물 흘러가는  소리가 상쾌하다
오늘이 흥겨운 설날이라
한 솥 끓인 떡국
이 산하에 골고루 나눠주는데
한 살 더 먹었다고
까불거리는 시누대가 정겹다
까치가 고개를 바짝 치켜든다
따스한 언덕에 기댄
소나무는 벌써 졸고 있고
한 그릇 더 먹은 바위는
불록한 배 드러낸 채
매고 가도 모르게 잠들었다
계곡에는 오랫만에 만난 
며느리 같은 물들이
떡국 한 그릇 먹는다고
솥 다 비운 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며칠 내로 꽃소식 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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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의 설날 / 박인걸

​산촌의 그믐밤은 
바람결에 나뭇가지가 울고 
초가지붕에 몸을 숨긴 
참새들마저 떨고 있는데 

​눈썹이 셀까 봐 날밤을 세운 
철부지들은 가슴이 부풀고 
십 환짜리 세배 돈 생각에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질퍽거리는 눈을 밟으며 
온 마을을 휘젓고 
설의 의미는 몰라도 
한 살 더 먹어 마냥 행복했다. 

​늘 화투 윷 놀이 
팔뚝 맞기 노래 부르기 
밤을 하얗게 새워도 
여자애들과 놀아 좋았다. 

​눈 감으면 떠오르는 
그 시절 그 마을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 
고운 그림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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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새 아침 / 장수남

​설날 새 아침 
때때옷 갈아입고 우린 
엄마 아빠 손잡고 
외할머니 댁에 세배 
가던 날. 

​시골길 걸어 
나지막한 고개를 하나 
오르면. 넌 
미운 바람개비야. 

​​얼마쯤 기다렸는지 
나 얼싸 끌어안고 
얼굴 발갛게 비벼놓고. 

​하늘 나라 계신 
우리 할아버지 얼마나 
화나셨을까. 요 녀석을 
이놈. 하시면서. 

​놀란 바람개비 꽃바람 
마을 뒷산으로 
나 살려라. 줄행랑. 

​잠깐 내려다 본 
햇살. 지긋이 눈뜨고 
엄마랑 아빠 그리고 나 
얼굴 호호 불어주었네. 

​=================
설날 아침에 / 구재기

​모두 다 기쁜 마음으로
새벽같이 일어나
세수를 하고 설빔으로 갈아입고
차례상 앞에서 엄숙히 고개를 조아리는 데
사변 때 홀로된 큰집 형수는 서럽단다
엊저녁 막 버스로 내려온 새댁은
붉은 입술에 꽃 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가벼운 걸음으로 사립문을 나서는데
채경 앞에 앉아 참 빗질에 열중하여도
손뼉 치며 즐거울 일 하나도 없구나
마른 얼굴에 자 주름만 하나 더 늘었구나
무지 식이 상팔자라는 서러운 이야기
뒤늦게 음복 술로 마음을 다스려도
세상을 사는 것이 그렇게 고달프다
상기둥에 매달린 복조리의 거미질을 
쓸쓸한 가슴으로 털어내다 보면
오늘따라 헛것처럼 두려운 벽면의 두툼한 일력
어느새 회관 앞에서는 윷판이 벌어지는데
먼저 간 혼백이 그리워지는구나
고지 먹은 논 한 마지기에 값을 정하여 모내기로부터
마지막 김매기까지 일해 주기로 하고
삯을 미리 받아쓰는 것
논 위에 싸락눈이 내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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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 김남주

​눈이 내린다 싸락눈
소록소록 밤새도록 내린다

​뿌리 뽑혀  이제는
바싹 마른 댓잎 위에도 내리고
허물어진 장독대
금이 가고 이빨 빠진 옹기그릇에도
소 잃고 주저앉은 외양간에도 내린다.

​더러는 마른자리 골라 눈은
떡가루처럼 하얗게 쌓이기도 하고

닭이 울고 날이 새고
설날 아침이다.

​새해 새 아침 아침 아라 그런지
까치도 한두 마리 잊지 않고 찾아와
대추나무 위에서 운다.

​까치야 까치야 뭣하러 왔나
때때옷도 없도 색동저고리도 없는 이 마을에
이제 우리 집에는 너를 반겨줄 고사리손도 없고
너를 맞아 재롱 피울 강아지도 없단다.

​좋은 소식 가지고 왔거들랑 까치야
돈이며 명예 같은 것은
그런 것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나 죄다 주고
나이 마흔에 시집올 처녀를 구하지 못하는
우리 아우 덕종이한테는
형이 주녹이 들지 않도록
사랑의 노래나 하나 남겨두고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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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 김설하

​동녘이 환해지며 
먼동이 터오는 설날 아침 
오순도순 정겨운 이야기와 
웃음꽃 활짝 피는 복된 새해 새날입니다 

​소복소복 쌓여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눈처럼 
우리 가슴에도 순백의 폭설이 내려 
서로 얼굴 붉힐 일 없는 순한 마음으로 
따뜻하고 정답게 살 것을 약속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고 
언제 어디서 어떤 인연을 만나도 
아름다운 이웃으로 지내며 
즐겁고 활기차게 살겠습니다 

​올해는 좋은 일 가득하시고 
올해는 웃는 일 많이 생기시고 
올해는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불끈 솟아오르는 저 붉은 태양의 
열렬한 기운을 모두 받으셔서 부자 되세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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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고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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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 민미량

​까치 까치 설날
올해도 찾아온 설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잠시 생각해 본다.

​일 년 동안 기다렸던 설날
맛있는 아침상이 차려지고
서울에서 오신 형제자매들이 한  상에 모이던 설날 아침

아침 식사 마치면
마을을 돌며 동네 어른들께 세배 올려 드리고
점심때쯤이면 눈이 녹아 새 옷에 흙탕물  튀지만
먼 길 친척 집에 찾아가 세배 올려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이제 남은 시간
쌀쌀한 날씨에 해는 거의 산 위로 접어들고
동네 꼬마들은 옹기종기 모여 새 옷들을 자랑하며
마당에서 뛰노는 어린 꼬마들이 떠드는 시끄러운 소리도
설날만큼은 어른들께서 허락하시던 날이었다.

​저녁이 되어 9시 완행열차 타고
서울로 먼저 올라가는 형제자매도 있고
하루 이틀 더 남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형제자매도 있으나
3일째 되는 날이면 사람도 떠나고 맛있는 음식들
어린 꼬마 나에게는 한동안 기쁜 마음을 가져다주었었다.

이제 나이 들어 추억을 먹고 사는 나는
다시 돌아 보아도 60년대 한국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있었던  설날
지금은 옛 추억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해마다 설날은 다시 돌아오고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에 추억의 이야기되어
때로는 마음 설레이게 하고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설날 아침에
전화 뒤편에서 들려오는 가족들의 웃음소리
내가 어려서 잘 먹던 쑥떡을 미국에까지  전화로 전해 주시겠다는
93세 되신 나의 어머니 웃음소리
그렇게 나의 설날은 전화로 잠시 동안 웃음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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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 조남명

​매년 오는 새해라도 
새 마음으로 맞이하리 

소망을 안고 
꼭 이뤄야 할 일 
마음에 담고 첫 아침을 맞으리 

​늘어난 만큼 나잇값을 해야 하고 
제 나이 먹는 것만 알며 
애들 머리 크는 것 모르면 안 되느니 

​핏줄들 모여 조상 기리고 
둘러앉아 떡국 한 그릇 
술 한 잔 나눌 수 있으니 
그만하면 족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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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 홍해리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잤더니
눈썹이 하아얗게 세어 버렸네
창밖엔 흰 눈이 세상을 덮고
새소리 바람 소리도 얼어붙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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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되면 / 윤고영

​겨울 중심으로 냉기가 흐른다
시베리아에서 멀리도 건너와
창문을 달 그다지이는 천애의 바람
모레 글 피면 설날
그동안 아는 이들께 안부도 못 전했구나
중심에서 멀리 떠나온 거지
나목의 겨드랑이를 집적대는
천진한 겨울바람을 본다
장난기로 건드려보는 이 겨울의 저잣거리
그곳에도 지금
아릿한 설날이 연기처럼 피어오를까
그믐날 별무 데기 초롱 했던
고향 있는 하늘이 어데쯤인지
고독한 기억의 주파수에 
귀 기울이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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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되면 / 이영지

​2월의 요맘때야 
설날의 요맘때야 
고향에 두고 나온 가슴이 보고 싶어 
어떻게 가보면 되나 두 눈으로 보려면 

​새싹이 날 보네요 
가슴을 내미네요 
아들을 안아보라 
두 번씩 곱빼기로 
이파리 쭈우욱 나온 고향땅에 왔네요 

​맨얼굴 들이밀어 
민낯을 부비대어 
갈팡을 털어내야 
질팡을 빠져나야 
꽃잎이 되기로 하는 아들 나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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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오면 / 정세일

​설날이 온다는 소리에 누이와 나는 다리 건너편으로 마중을 갑니다. 
설날은 마음이 급하고 강을 건너오기 전에 우리는 벌써 색동옷을 
입고 있습니다. 

​​설날은 돌아오면서 길게 길게 구비 진 고갯길마다 
고향에 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찾아온 달을 
동네 길 어귀마다 걸어주면서 
새벽하늘 따라 달려오는 설날은 올해도 어김없이 달 주머니 속에 
선물을 안아가지고 옵니다. 

​​그 달 주머니 속에는 할머니 털신도 들어있고 
실로 짠 할머니 조끼가 들어있습니다. 
눈이 큰달은 고갯길을 돌아올 때 
올해도 커다란 눈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그렇게도 까맣게 두고 왔던 
고향은 반가운 삽살대문이 가슴을 열고 
바둑이와 함께 마중을 나오기 때문입니다. 

​가까이 갈수록 겨울 논에선 졸졸졸 숨 쉬는 소리가 가슴이 시원하고 
신작로의 덜컹거리는 소리가 잃어버렸던 고향의 고동을 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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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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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살의 포상 / 김덕성

​설 아침 나이 한 살은
삶의 포상이다

​포상
정심 김덕성
귀하는 지난 365일 한 해 동안
아무 탈 없이 열심히 사는
막중한 공을 세웠으므로 이에 포상합니다
이천 십칠년 일월 일리
세월 수장

​오늘 아침은
떡국으로 포상금을 받은
행복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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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설날 밤엔 / 윤갑수

​어릴 적 까치설날 밤은 잠을 
이룰 수 없었지 
엄니가 사주신 새 신발을 마루에 
올려놓고 누가 가지 갈까 잠을 
설치던 추억 
바람에 문풍지 우는소리만 들려도 
벌떡 일어나 어둠 깔린 문밖을 
바라보다 밤을 새우던 설날에 
아버지는 뒤척이는 날 깨우신다. 
큰댁에 차례 지내려 동생 손잡고 
소복이 쌓인 눈길을 걸어갈 때 
질기고 질긴 기차표 통고 무신이 
눈 위에 도장을 꾹꾹 찍어놓고 
기찻길을 만든다. 
칙칙폭폭 기차가 네일 위로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간다. 
마음의 고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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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 아침은 / 신동엽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 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서
구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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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과 윷놀이 / 오애숙

​설날은 고유 명절로 음력 1월 1일이며 설이라고 한다 

​아침에 조상에 차례 지내고 어른께 세배하는 고유 풍습이 있으며 
그믐 밤에 잠자면 눈썹 하얗게 샌다고 하여 날 밤 지새우기도 했다 

​가정마다 거의 차례 지내고 세배한 후 민속놀이하며 즐겼다.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의 15일 동안을 정초라 했고 세배한 후에 

​대표적인 민속놀이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로 설을 행복하게 보냈다 

​​민속 놀이 윷놀이는 지금도 명절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모이면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어 장려하고 싶은 우리네 민속놀이다 
윷놀이가 재미있는 것은 말을 어떻게 서느냐에 따라 좌우되기에 흥겹다 

​교회에서도 신년이 되기 전에 송구영신 예배 바로 전에 윷놀이해 
흥겨움을 더하고 떡국도 한 사발 먹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어 정말 좋다 
이역만리에서도 새해가 되기 전 빼놓을 수 없는 민속 윷놀이라 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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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작은 설날 / 정윤목

​솔잎, 가랑잎더러 
"시끄러워, 바스락거리지 마" 
가랑잎, 솔잎에게 
"아니냐, 내가 아니라고, 조기를 봐 
다람쥐야 그놈이 자꾸 내 몸을 들썩여 그래" 

​바람 휘익 
화들짝 솔잎이며 가랑잎이며 

​​"고것들 대단히 오두방정 떠네 
요란 들하구먼 먹을 것도 없으매, 
앗따, 저 굴참나무 동네로 가야 겄어, " 
다람쥐 쪼로롱 쪼로롱 산모롱이 길 떠나 
뵈지 않아 영 볼 수 없어 

​솔잎, 가랑잎더러 
"왜 이리 조용해 쫌 부지런히 손 좀 놀려봐" 
가랑잎 
"내 몸 들썩여 먹잇감 구하던 고 쪼끄만 놈 
다시 오질 않네 그립네," 
솔잎 
"그려 내 몸 찾아들던 송충이도 요 즘 
통 뵈질 않아 나두 그립네" 

​기다림, 또 기다려 
그리움 숲속 정적 길러갈 때 
하나의 기쁜 비명 말없이 고요로만 
조상님네 봉곳 오른 젓 가슴들 기다림이니 
구름 아저씨 말없이 
"호연지기 길러라 나날이 길러라" 
수염 매만지며 하늘 높이 느릿느릿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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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설날 / 김종해

​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주셨다
밤새도록 자지 않고
눈 오는 소리를 흰떡으로 빚으시는 
어머니 곁에서
나는 애기 까치가 되어 날아올랐다

빨간 화롯불 가에서
내 꿈은 달아오르고
밖에는 그해의 가장 아름다운 눈이 내렸다

매화꽃이 눈 속에서 날리는
어머니의 나라
어머니가 이고 오신 하늘 한 자락에
누이는 동백꽃 수를 놓았다

​섣달그믐달 어머니의 도마 위에
산은 내려와서 산나물로 엎드리고
바다는 올라와서 비늘을 털었다

어머니가 밤새도록 빚어놓은
새해 아침 하늘 위에
내가 날린 방패연이 날아오르고
어머니는 햇살로 
내 연실을 끌어올려 주셨다

​----------------------------------
그해 그 겨울 설날 / 나상국

​그해 
그 겨울 
아마도 설 즈음이었을 게다
영기의 큰 누이 미경이가
콧등까지 얼얼하게 꽁꽁 얼게 하는
강추위  속에
탯줄이 잘린 아기처럼
울음을 토하고
집을 떠난 게

​가지 않겠다는 발걸음을
돌려세운 건
잘 먹여주고 잘 입혀주고
공부시켜 주겠다는
등 떠밂과 
밑밥을 제대로 던진
낚싯바늘에 제대로 던진
낚싯바늘에 코 꿰어
더부살이 식모가
뭔지도 모른 채
길을 따라나섰다

​한 해 
두해
강산이 변한다는
십 년이 흘러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조차 알지를 못했다

​그녀가 돌아온 건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몇 년이 지난
설날이었다
혼자가 아닌
남산만 한 보름달을 배속에 품고 왔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돈 벌어서 부쳐주길 바랐는데
돈은커녕
서울의 그 집에서 뛰쳐나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 한 장 없더니
이게 웬일인가 싶게
가족들 기겁을 하니
죄인인 양 말도 못 한 그녀
뭐가 그렇게도 야속했는지
다음날
새벽 첫닭이 울기 전에
퉁퉁 부은 눈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서
영영 자취를 감추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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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떡국 앞에서 / 차영섭

보이지도 않는 부모님 얼굴 뵙고
명절 상 앞에서
떡국을 먹는다

​우리 부모님!
보지도 못한 당신의 며느리 정성
깃든 그때 그 떡국을 드신다

​세월 먹은 떡국 앞에 앉으면
끊긴 반세기를
훌쩍 뛰어넘는다

​아, 나는 10대 소년으로 돌아가
아, 생생하게 어머님 아버님 만난다
아, 세월 지우니 이렇게 눈물겹다.

​--------------------------------
+ 우리 우리 설날은 / 이영지

​아가야 손잡아라 
사랑아 우리 설날 

​때때옷 곱게 입고 사랑가 불러보자 
얼씨구 지화자 차차 어기여차 차차차 

​떡국을 먹어보렴 어 얼싸 맛도 좋다 
심 세네 빙글빙글 빙그르 잘도 돈다 
얼씨구 일어서는 날 쿵더쿠웅 얼씨구 

​이이잉 우리 우리 설날은 내가 좋아 
봄 가슴 찰랑찰랑 너만큼 나도 좋아 
아가야 내 손 잡아라 덩실덩실 쿵더쿵 

​아가야 하늘 높이 올라라 연 띄워라 
꽃 댕기 날아올라 꿈 덩이 보이는 날 
내 속에 자주 꽃 댕기 나풀나풀 좋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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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둑길行·58 / 구재기

​모두 다 기쁜 마음으로
새벽같이 일어나
세수를 하고 설빔으로 갈아입고
차례상 앞에서 엄숙히 고개를 조아리는 데
사변 때 홀로된 큰집 형수는 서럽단다
엊저녁 막 버스로 내려온 새댁은
붉은 입술에 꽃 주머니를 허리에 차고
가벼운 걸음으로 사립문을 나서는데
채경 앞에 앉아 참 빗질에 열중하여도
손뼉 치며 즐거울 일 하나도 없구나
마른 얼굴에 잔주름만 하나 더 늘었구나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서러운 이야기
뒤늦게 음복술로 마음을 다스려도
세상을 사는 것이 그렇게 고달프다
상기둥에 매달린 복조리의 거미줄을
쓸쓸한 가슴으로 털어내다 보면
오늘따라 헛것처럼 두려운 벽면의 두툼한 일력
어느새 회관 앞에서는 윷판이 벌어지는데
먼저 간 혼백이 그리워지는구나
고지 먹은 논 위에 싸락눈이 내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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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 고향에 가보았더니 / 오보영

​설날 고향에 가보았더니
내 고향 옥천엔
역시
옥천 사람이 산다
생각만 해도 좋고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고향
옥천엔
영락없는 옥천 사람 모습을 하고
옥천 말을 쓰면서
옥천 내음을 물씬 풍기는
옥천 사람들이
모여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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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아침에 서설이 내린다 / 오정방

​흥남부두에 가본 적은 없지만
지금, 눈보라 쳐대며 내리는 것이
마치 그 부둣가에 선 것처럼
씽씽 바람 소리와 함께
난분분 춤을 추고 있다
세시는 설날 아침,
창밖으로 조용히 그냥 바라만 볼 것이지
눈 내리는 모습 보고
왜 우리나라 정치판이 생각키나
제발 더 이상 억억대지 말고
선정을 펼쳐주어서
기쁜 소식들만 고국에서 들려오기를 바래
귀를 쫑긋 세워보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새해 들어 처음 내리는 눈이니
서설이 분명하다고,
금년에는 좋은 일들이 많을 거라고


___________ * 51



설날 / 손병흥
설날 / 송정숙
설날 / 오보영
설날 / 오세영
----------------
설날 / 오탁번
설날 / 이문조
설날 / 이진기
설날 / 최홍윤
----------------
설일 / 김남조
설날에 / 이진숙
설날엔 / 김덕성
새해엔 / 최계락
--------------------
까치설날 / 박해옥
까치설날 / 최남균
설날 떡국 / 정연복
설날 명절 / 손병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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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성묘 / 박인걸
설날 아침 / 김동리
설날 아침 /윤주영
설날 풍경 / 고은영
-------------------
복주머니 / 함동진
고향의 설날 / 박인걸
고향집 설날 / 오정방
구정 전날 밤 / 김종석
-----------------------
구정 즈음에 / 백원기
떡국 한 그릇 / 김종제
동심의 설날 / 박인걸
설날 새 아침 / 장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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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 구재기
설날 아침에 / 김남주
설날 아침에 / 김설하
설날 아침에 / 김종길
-----------------------
설날 아침에 / 민미량
설날 아침에 / 조남명
설날 아침에 / 홍해리
설날이 되면 / 윤고영
-------------------------
설날이 되면 / 이영지
설날이 오면 / 정세일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한 살의 포상 / 김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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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설날 밤엔 / 윤갑수
새해 새 아침은 / 신동엽
설날과 윷놀이 / 오애숙
숲속, 작은 설날 / 정윤목 
----------------------------
어머니와 설날 / 김종해
그해 그 겨울 설날 / 나상국
설날 떡국 앞에서 / 차영섭
우리 우리 설날은 / 이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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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에 -둑길行·58 / 구재기
설날 고향에 가보았더니 / 오보영
첫날 아침에 서설이 내린다 / 오정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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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시 모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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