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위 / 이재환
담배도
안 피웠는데
입에서
하얀 김이 나오고
손이
나두 모르게
자꾸
호주머니에 들어간다
급한 일도 없는데
발걸음은
나두 모르게
종종걸음 되고
운동
나가야 되는 게
점점
게으름 피우게 된다
--------------------
+ 한파 / 권오범
소한이 데려온 엉큼한 것
빈틈 보이면
다짜고짜 욕정에 시동부터 걸어
사랑하다 죽은 귀신인 양 안달복달
매무새 단단히 여몄건만
어디로 손 디밀었는지
등골이 오싹하도록 앙가슴 더듬질 않나
입술부터 귓불 핥느라 식식거려 나까지 콧김 나게 만드냐
남의 살 냄새가 그렇게도 그립거들랑
하다못해 시장통 좌판에 정신 나가 알몸으로 누운
물 좋은 생태라도 뼈가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뒹굴지
어쩌자고 다 늙어가는 몸 따라다니며 사정사정하는지, 원
공복으로 게슴츠레 해진 눈 씀벅일 때마다 찔끔거리게 주물러
손등으로 훔칠라치면
손가락 끄트머리마다 얼얼하도록 애무해대는
이 빌어먹을 사랑에 환장한 것 같으니라고
--------------------
+ 한파 / 김인숙
검은 머리
하얀 파뿌리 되도록
정말 추워요
아휴 추워라
마음마저 추워지네요
여보세요
벗님네들
뜨끈한 국 끓이시거든
나도 한 움큼 넣어 끓여 주셔요
나, 한파
추워서 정말 못 살겠어요
--------------------
+ 한파 / 나상국
갈대가 길게 드러누워
가만히 숨죽이던 밤
달빛은 저리도 처연한데
저 멀리
골짜기 헤매던 고라니 울음소리
강둑으로 내려와
언 강물에 그림자 깊게 드리우니
바람 소리도
손 시리게 화답을 한다
마지막 잎새 떨어지 듯
멀어져 간
그 사람 소식은 알 수 없고
발만 둥 둥 둥 출렁다리 건너 듯
구름 속을 헤매는데
겨울밤은
또 왜 이리도 춥기만 한가
주머니 속 맞잡았던
따뜻했던 체온은
가슴속에
깊은 문신으로 남았는데
오돌돌 돌 한기가 엄습해 온다
============
+ 한파 / 나상국
발가벗은 나목의
젖가슴 어루만지며
희롱하던 바람
어디론가 떠나고
숲의 울음소리
추행범 잡으려는지
한가로이 뛰어놀던 노루
이 골짜기 저 골짜기
껑충껑충 뛰어오르며
쏜살같이 뛰어간다
잔뜩 물먹은 솜뭉치 같던 구름
더는 하늘의 원망이 두려워
탈수를 한다
천 리 먼 길
쏟아져 내리며 뜨겁던 원망
쫓겨난 설움에 싸늘히 식어
감기 재채기에 천지 사방으로
하얗게 쌓여만 간다
비탈길 오르던 자가용
헛바퀴에 뒷목이 당겨
혈압이 오르고
수도 계량기 터지는 아침
노루도 길을 잃고
햇빛도 연신 미끄럼질이다
--------------------
+ 한파 / 박진표
찬 바람 불어와
밤을 지새우고
동장군 기세는 파죽지세
꽁꽁 얼어붙은 12월
밤새 뜬눈으로
발을 동동 구른다
그토록 무더웠던 미운
떠난 여름이
그리움을 먹인다
더위와 추위
애증의 관계
미워하며 그리워하고...
부디
미워하지 않을 만큼만
놀다 떠나라
--------------------
+ 한파 / 오보영
얼어버렸다 모든 게 다
숲도 나무도..
산새 울음도
다 그쳐버렸다
휘몰아친 북풍 회오리에
마구잡이 파헤치는 두더지들 등쌀에
숲에 사는 모두의
머리가
가슴이
다 굳어버렸다
--------------------
+ 한파 / 이경화
길고 긴 결빙의 계절이 지나고
봄이 오는 나들목
날이 선 바람이 복병처럼
길을 가로막는다
비릿한 고통을 삼키며
운명의 수레바퀴 앞에
납작이 엎드려 숨죽인 부재의 삶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길을 걸으며
오한으로 몸을 떨던
그 긴 겨울의 끄트머리
한줄기 미명으로 다가선
임의 온기는 가뭇없이 사라지고
내 마음 빈터에
힘겹게 숨 틔운 여린 꽃망울 하나
파리한 낯빛으로 내뱉는
애달픈 신음
생의 한 시절을 가로질러
격정을 향해 달려가던 시간은 멈추고
또다시 몰아닥친 기습 한파에
감당할 수 없는 통증이
내 가슴을 짓누르고
살을 에는 예상치 못한 한기에
잔뜩 움츠린 꽃잎의 힘겨운 사투.
===========
+ 한파 / 이도연
한파 주의보가
내려진 날
이른 아침 날아든
조간신문엔
구겨진 세상의 활자들이
뒤엉켜
빼곡히 누워 있고
출근길 만난 할머니
주워 든
신문에는
밥 한 공기도 못 되는
밥풀이 묻어 있다
입김이
안개처럼 피어나는
아침이 차다.
--------------------
+ 한파 / 최원정
아이는 속이 쓰려 죽을 먹으면서도
어미에게는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 얘기가 없었다
못난 어미가 투병 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걱정 끼쳐드릴까 싶어 그 많은 끼니를
일터에 나가 죽으로 달래고 약을 먹으면서도
집에 와선 내색 한 번 안 하며
회사 서랍 속에 약을 넣어놓고 다녔다는 걸
입술이 부르트고 나서야 알았다
사회 초년병인 아이는
일에 적응하기도 힘들 텐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한 못난 어미,
무슨 염치로 시라는 걸 쓰고 있는지
봄은
문턱에 와 있는데
가슴은
엄동설한이다
--------------------
+ 한파 / 허욱도
겨울이 머무는
봄 언저리에 서 있다.
냉골이 되어버린 세상
어디가 윗목인지 아랫목인지 모르겠다
불 지피면 없어질는지
한숨도 얼어버린 세상
무엇이 입김인지 한숨인지 모르겠다
후 불면 녹아질는지
강도 얼고
내 마음도 얼었다.
--------------------
+ 한파 / 허정인
마을은 하얀 무덤
길은 얼음판이다
몇 걸음도 살금살금
몇 분도 살벌한 공포다
온도를 높인 방안이
유일한 피신처
맛나게 익은 김장 김치만
한파 속 무덤의 유일한 향기다.
============
+ 혹한 / 박인걸
눈에 발을 묻고
발가벗은 몸으로
찬바람 휘몰아칠 때면
울고 서있는 나무들처럼
햇살은 구름 뒤에 숨고
봄은 아직도 먼데
하늘마저 파랗게 언
엄동(嚴冬)에 심하게 떠는
희망의 불꽃도 꺼진
용기마저 사라진 지금
눈빛마저 풀려버린
방향을 모르는 무리들
차가운 나뭇가지를 붙들고
밤새우는 산새처럼
혹한에 떠는 사람들의
아우성에 눈물이 난다.
행복은 신기루 같고
현실은 언제나 지겨워
새해가 와도 기쁘지 않은
한랭 전선이여 걷혀다오.
------------------------
+ 강추위 / 오보영
네 아무리
꽁꽁
세상을 다 얼어붙게 해도
님 향한
내 발걸음
막아서지 못하리
님 품은
내 가슴은
얼리지를 못하리
-----------------------
+ 강추위 / 윤재철
하늘도 움추리고 땅도 침묵한
몰강스런 날에
바람은 회초리 같다
구겨진 종잇조각같이
들녘은 널부러져 굴러가고
저 너머 얼어붙은
성주산이 스멀스멀
자꾸만 내게로 다가온다
거리에 오가는 발자국이
겅둥겅둥 빨라지고
떠도는 나그네 바람만이
내 창문에서
밤새 두런거린다
-----------------------
+ 동장군 / 경규민
대지를 꽁꽁 얼려놓고는
멀쩡한 사람까지 곱사등이로 만들고
기세등등하게 버티고 있는 너는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어디서 왔단 말이냐
전생에 무슨 연(緣)이 있었기에
매년 이맘때면 찾아와서
이 고통을 주느냐 말이다
반기는 이 하나 없는데,
원성이 쌓여서
네 몸을 밀치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날
아무 미련 없이
시원하게 너를 보내 주리라
그날을 고대하며
이 겨울
네 기세와 심술에 내 고집으로 맞서 보련다
=============
+ 동장군 / 권오범
출근길 가로막고 사랑 한번 해보자고
다짜고짜 달려들더니
모가지부터 아랫도리까지 더듬으며 쫓아와
종종걸음으로 피신한 지하철 입구 에스컬레이터
제까짓 것
생각 없고 넉살 좋아
기세 등등하게 식식거리지만
심해까진 따라오지 못하겠지
허술한 미니스커트 매무새인
앞선 아가씨
나보다 더 파렴치하게 당했나 보다
자꾸만 코를 훌쩍대는 것이
느닷없이 시공 초월한 유년의 초가삼간
그땐 더 악랄했지만 샘물이 따듯해
문고리 시켜 손가락이나 잡아보려는
아기자기한 낭만이 있었는데
-----------------------
+ 동장군 / 나태주
동장군은
가녀린 산새들 심장을 쪼아먹고 자란다.
동장군은
흙 밑의 숨죽인 풀씨들 신음 소리를 먹고 살이 찐다.
동장군은
가난한 사람들 한숨소리를 듣고 더욱 용맹해진다.
동장군은
언제나 나이를 먹지 않는 미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드디어 동장군은
보잘것없는 우리 집 뜨락의 작은 꽃밭에
짚 동의 옷을 입고 들어앉는다.
봄이 올 때까지 동장군은
우리 집 뜨락을 떠나지 못하고 섭섭해한다.
이보게, 우리
오래도록 함께 살세.
-----------------------
+ 동장군 / 윤갑수
매서운 삭풍 한설
텅 빈 몸을 삭힌다
따스한 아랫목이
그리운 한겨울 녘
입 다문
개구리도 동안거 中
실신하고
해 질 녘 풀무질에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벼룬다
아침이면 번쩍이는
명검을 벼루는 동장군
기세를 부린다.
-----------------------
+ 동장군 / 윤갑수
매서운 동장군이 칼바람 차고
자꾸만 내게 들이댄다.
구겨진 얼굴을 벌겋게 그을리니
한파가 화장을 해준다.
꼬임에 빠진 강추위가 왼 종일
우리를 약 올린다.
저물녘 텅 빈 길가의 나목들이
한파에 맥 못 추는 인간을
비아냥대듯 거들먹대며 춤춘다.
두터운 외투 옷깃 사이로 비수를
들이대듯 칼바람이 스며들면
퇴근길을 가로막고 유혹한다.
포차 불빛이 유난히도 흔들린다.
=============
+ 동장군 / 이재기
한 폭 베일로
천심을 가리고
독 가시 품은 목으로
핏빛으로 울부짖는
탐욕들 쫓아가며
부러질 듯한 허리
이고 지고
오욕과 질시에 찌들어
지우지 못할 영혼에
땟국이 흘러
복날 개 혓바닥
지쳐 내밀듯
파랗게 죽어 가는
혼백들 사이로
하얀 이빨 보이고
싸늘한 웃음 뿌리며
동장군이 지나간다
-----------------------
+ 동장군 / 이화숙
날씨가 몹시 추우면
동장군冬將軍이 온다고 한다
겨울 장군이 무서우냐
시베리아 북풍이 추우냐 하면
뭐라 할까
겨울 왕국에 들어선 요즘
바깥세상과는 거의
담을 쌓았다
컴퓨터가 있고 핸드폰이 있으니
세상 돌아가는 것은 내 손안에 있다
이른 아침 산책을 하면
겨울나무가 잎이 거의 떨어지고
추위에 떨고 있다
하지만 가지마다 강한 기운이 서려있다
올겨울 북풍한설北風寒雪과 맞서
어떻게 보내야 할지
김장을 해 놓고 등이 따습하니
올겨울은 그리 춥지 않으리.
-----------------------
+ 동장군 / 이환규
햇빛 좋은 겨울날
보이지 않는 바람 불어와
앙상한 가지 흔들어 놓는다
한파에 시려운 손
입김 호호 불어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달려오는 동장군의
말고삐를 틀어쥐어
엉덩이 내려쳐 돌려보낸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시선은 저만치 살짝 던져두고
먼발치서 살포시 새해를 맞이한다
-----------------------
+ 동장군 / 주응규
달빛마저 움츠려 떨고 있는 밤
싸늘한 눈초리에 냉기 오싹한
서슬 퍼런 동장군은
문풍지 틈새를 비집어 든다
군불 땐 여염집 구들방을 점거하여
제 몸 편히 눕히고자
이 집 저 집을 들쑤셔 다니는 불청객
곱잖은 눈으로 싸느랗게 흘기는
뭇 님네의 매몰찬 괄시에
시름시름 기력 잃어가는
동장군의 눈물방울에
봄이 가물가물 피어난다.
=============
+ 맹추위 / 손병흥
좀처럼 얼지가 않던 바닷물까지도 꽁꽁 얼려버릴 정도로
혹독한 찬바람 휘몰아치는 동장군의 드센 이름값 그 위력
실감 날 정도로 연일 영하를 밑도는 매서운 추위와 바람이
엄청난 한파 되어 우리들 곁에 다가서 버린 차디찬 이 계절
눈보라마저 사정없이 휘몰아쳐 맹위를 떨치는 이 엄동설한에
날이 갈수록 점차 독감에 걸려버린 감기 환자도 늘어나는 시기
하루 종일 유래 없이 스며들어 살을 에는 최강의 겨울철 칼바람
쉴 새 없이 파고들고 엄습해오는 나날 더욱 낮아져 버린 체감온도
-----------------------
+ 자화상 / 마종기
흰색을 많이 쓰는 화가가
겨울 해변에 서 있다.
파도가 씻어버린 화면에
눈처럼 내리는 눈.
어제 내린 눈을 덮어서
어제와 오늘이 내일이 된다.
사랑하고 믿으면, 우리는
모든 구속에서 해방된다.
실패한 짧은 혁명같이
젊은이는 시간 밖으로 걸어나가고
백발이 되어 돌아오는 우리들의 음악,
움직이는 물은 쉽게 얼지 않는다.
그 추위가 키워준 내 신명의 춤사위.
------------------------
+ 첫 추위 / 박인걸
살을 베는 듯한 바람이
그 해 한강교를 건너던 사내의 양 볼을
쉼 없이 후려치던 새벽바람은
내 생애에 가장 혹독한 시련이었다.
소총을 들고 전선을 누비는
어느 병사의 비장함처럼
생존(生存)을 위한 현실의 벽을
넘는 일은 악몽(惡夢) 이었다.
악착같이 헤쳐 나가야 할 숲은
길 없는 원시림(原始林) 같아
초라하게 피다 지는 한 송이 들꽃이
그지없이 부럽기만 했다.
한 해 겨울 새벽을 고스란히
등잔불처럼 흔들리며 걷던 기억이
첫 추위가 옷솔기로 파고들 때면
심장 주위가 갑자기 아파온다.
-----------------------
+ 추위에 / 한인수
갑자기 추워서인가?
손이 시려 귀가 시려
뺨 턱이 시려 워
동동 구르는구나.
해님은 안 보이고
구름만이 덥혀 있으니
게다가 찬바람까지
그렇게 안 추겠는가?
오늘 같은 날에는
따끈따끈한 곳에서
몸을 녹이는 것도
일품일 것이다.
아궁이에 불 땐 아랫목
딱 끈 한 숭늉 생각이
고향 어머님 생각이
잊지 않고 간 절 하고나
================
+ 겨울-한파 / 전병철
예고도 않고 다리를 걸친다
있는 대로 가랑이를 벌리고는
이쪽 저쪽을 꽉 묶어 놓는다.
--------------------------
+ 기습한파 / 오보영
아무래도
본때를 보여주어야 할까 보다!
때가 되면 올 테니
미리 준비해 놓고 기다리라고
그리도 간곡히 일러줬건만
예정대로 찾아온 날 반겨주기는커녕
서둘러 왔다고
너무 세게 몰아붙인다고
움츠러든 몸으로
원망만 하고 있으니
---------------------------
+ 보리 추위 / 나태주
싸리꽃 필 때 오동꽃 필 때
오슬오슬 살로 오는
살추위.
싸리꽃분홍에 얹혀
오동꽃보라에 얹혀
살살 살 살을 파는 살추위.
고구려에 사시던 임이
예서 이렇게 나[我]와 이 아침
런닝샤쓰 바람으로 만나라고
일찍이 맞추어 보내신
이만큼의 살 떨림 한 떼.
지금도 고구려의 하늘에 사시는
나어린 내임이
자네 그동안 강녕하신가,
멀리 물어오시는 안후.
보리 모개 팰 때 누리 누름에 실려
쑥국새 울음 울 때 쑥국새 울음 속에 고개를 넘어
오슬오슬 살로 오는 살추위
얌전하디 얌전한 보리 추위 한 떼여.
---------------------------
+ 북극 추위 / 백원기
하루 스물네 시간 함께 해
고마운 줄 모르고 마시던 공기
모르는척해서 야속한가
엊그제부터 심술을 부린다
영하 이십 도까지 내려앉아
얼음장 같은 냉기를 뿜어대며
기세가 등등하다
두껍게 막아서려 해도
보이지 않는 틈새까지 파고들어
여기가 동토인가 싶고
문 열린 얼음 창고처럼
하얀 입김이 춤을 춘다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듯
서로 돕고 돕는 공생의 삶
다시는 잊지 않으마
세상 사람 거친 입 다물게 하고
미운 발 붙잡아놓는 성난 공기
너를 바라보며 풀릴 그날을 기다린다
===============
+ 소한 추위 / 신홍섭
소한 날 시작한 겨울비는
연 사흘이나 내리더니
강수량이 60mm를 넘었다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워야
풍년이 들지, 벌써 농사 걱정을 한다
어느 곳에는
기온이 한여름을 방불케 하여
마당가에 철쭉꽃이 한창이란 소식을 본다
추위는 추위로 다스린다며
알몸으로 마라톤을 하고
인조 꽃을 만들어 놓고 겨울 축제를 하다가
빗물 앞에 얼음왕국은 여지없이 함락되었다
세상사 조신하게 기다리면
꽃 피고 잎 지는 시절 저절로 알 것을
세상 이치 척하다 입을 닫는다
--------------------------
+ 수능 한파 / 도현영
찬바람 데리고 놀던 해님은
제 할 일 마무리하고 밤새 잠들더니
다음날 부스스 기지개를 켜며
꾸물꾸물 일어난다
창틀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코 고는 흐릿한 내 영혼을 깨우더니
떠나려는 추고마비를 붙잡으라고
눈꺼풀을 사정없이 잡아챈다
토끼 눈을 부릅뜨니 눈부신다
뒤따라온 바람마저 마중하라고
볼때기 허벌나게 후려치니
코끝에는 붉은 단풍이 대롱거린다
태양은 희망의 메시지로
아름다운 자연에 감사하라면서도
으스스한 먹구름 사이로 사라진다.
--------------------------
+ 엄동설한 / 박인걸
혹독하게 추운 날이면
아버지의 고독이 떠오른다.
극빙(極氷)의 가난과 싸우며
얼음장같은 세월을 보냈다.
전쟁의 폐허 더미에서
한 톨 쌀알을 골라내며
부서진 널빤지를 모아
가산(家産)을 일으키신 억척
지게를 짊어진 어깨에
가족이 매달려 허리가 휘고
갈퀴가 다 된 손발은
아등바등 살아온 흔적이다.
가시밭길을 걸으며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겨울의 한복판에서도
의연하시던 아버지가 그립다.
--------------------------
+ 추운 기억 / 이원문
얼마나 더 추울까
겨울날의 그 세월
아련히 펼쳐지고
부엌에 까만 끄림
하얀히 스쳐간다
춥다 추워도
허기만큼이나 추울까
눈 녹아 젖은 양말
말리다 태우고
고무신이 찾은 양지
허기에 더 춥다
짧은 해에 찾은 양지
노루 꼬리에 매달린 몸
이 양지 잃으면
집으로 가야 하나
죽 한 그릇에 새워야 하는 밤
저녁연기에 얹어지고
땔나무 아끼려 하니
아랫목이 식어간다
홋껍데기로 보내는
화롯불에 녹이는 몸
어느 겨울이 춥다 한들
그 겨울만큼이나 추울까
시린 날에 초가의 지붕
저녁연기 떠올린다
================
+ 추운 날엔 / 도분순
매서운 한파라고
매스컴에서 연일 떠들다 보니
인적 드문 길거리 춥고 스산하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려 왔다가
얼어 죽었다고 하였는데
거짓 부렁이었나 보다
양손이 주머니에 빠질세라
땅바닥만 쳐다보고 바삐 가는
저 신사, 무슨 생각 할까
아, 춥다 추워!
빈대떡에 막걸리 한잔 간절할까
겨울이 오면
왜 마음이 춥고 외로워지는 건지
옆구리 시린 온정이 그리운가 보다
한겨울 느낀 바가 다르겠지만
아마도,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이는
더 춥게 느낄 것 같다
일상을 마친 뿌듯함에
가족이랑 오붓하게 맛난 음식에
언 몸과 마음을 녹여보렵니다
------------------------
+ 춥다 추워 / 송근주
아이들이 춥다고
하는 말은 아이 추워
어른들이 춥다고
하는 말은 어이 추워
아이들은 아이이기에
아로 시작하는 춥다로 표현하고
어른들은 어른이기에 춥다는 말을
어로 시작한다
아와 어의 차이
빈틈을 만들어
아와 어의 다름을
상기시키는
언어라는 것
재미있는 마술 도구로
탄생되어
기억의 뇌에 말하고 있다
---------------------------
+ 한파 속에 / 김명희
뾰족하게 날 선
그러기를 며칠이었던가
삼한 사온의 호사는
전설이 그려놓은 겨울 그림책
종아리
모세혈관 파랗게 부푼다
도망 다니는
혈류들이 쿨렁 거리며 펌프질하는 사이로
발톱 빠진 하루가
통증 같은 아린 해로 뜨지만
이제 겨우 동지 지났을 뿐
씹다 버린 껌에
음각으로 새겨진 이빨 자국처럼
잘근거린다
종일 불호령 속 내일을
딸각거리며
걸어간다 우리가
------------------------------
+ 늦은 동장군 / 김경렬
바로 앞도 못 보는데 먼 산 본다고 다 볼까
바람 끝에 매달린 봄소식 바로인데
찬바람 몇 차례 불고 나니 봄을 잊었다 하네
=================
+ 동장군에게 / 권오범
백수건달 석삼년에
내 시방 몰골이 비루먹은 나귀처럼 푸석푸석하고
매무새마저 허술해 태없다 치자
그렇다고 이렇게 작정하고 깐보는 게 아니다
성가신 새벽동자도 그렇고
청승맞게 찬물에 빨래하랴
매나니로 연명해온
지긋지긋한 혼잣손
그러잖아도 호랑이 발톱같이 날 세운 그리움들에게
넉넉했던 마음 야금야금 줴뜯겨
감정마저 너덜너덜해진 것을
무슨 억하심정으로 살 떨리게 다조지는가
춘삼월도 다가오니 이젠 성깔 좀 접어다오
행여, 감기 같은 것으로 엿 먹이고 달아난다면
당나귀기침에 땀범벅이 될지언정
뒷산 재빼기라도 쫒아가 패대기쳐버릴 테니
-------------------------------
+ 동장군 횡포 / 권오범
달력이 소설이라고 귀띔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겨울 끄나풀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가로수 은행잎들을 마구 수거해가고 있다
그러다 무슨 심통이 발동했는지
건물 벽에 달라붙어 불평 없이 근무 중인
애먼 현수막으로 우르르 몰려가
막무가내로 다랑귀 뛰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것들
허공으로라도 도로를 무단횡단한 것도 아니고
전봇대 붙잡고 볼썽사납게 군것도 아니건만
구청에서 나온 강제 철거반처럼
콘크리트 못 붙잡고 있는 사지 잡아당기느라 생난리다
이름도 없이 두루마리로 지내다
뼈다귀감자탕개시 되어 일자리 얻은 몸이기에
버티는 데까지 버텨보겠다는 듯,
엉엉 울면서 보이지 않는 힘에 맞서는 고집도 대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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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장군 횡포 2 / 권오범
가까이하기엔 콧김이 왠지 꺼림칙해
연약한 목덜미 넘보고 싶은 본성
유발 시키지 않으려고
허술한 옷깃 여며보는 출근길
그래도 다짜고짜 바짓단 들추고 기어들어와
아랫도리 인정사정없이 주물러 대
형편없이 쪼그라진 남자의 자존심
엉큼한 속셈 당해낼 재간이 없다
엊저녁 눈곱만큼 내린 눈들마저
스러지지 못하도록
밤새 얼마나 다조졌는지
도로가 혈전증에 걸려 발칵 뒤집힌 세상
두 손이 주머니에 숨어
몸 사리는 사이
속수무책으로 당해 얼얼한 귀싸대기
하여간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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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파 속에서 2 / 문재평
매떼가 할퀴고 간 자리
하룻밤 사이 대지의 기운을 바꿔 놓았다
밤새 얼마나 서글픈 이별이 있었기에
광기 어린 칼춤은 한낮에도 이어지는 것일까?
맹수의 울부짖음
안방 창문을 얼어붙게 만들어
세상과 단절을 예고했다
꽃씨를 뿌려
설산을 만들고
끝내 저주의 눈물로 얻은 부산물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아픔
애원해도 소용이 없는 몰인정함
냉혈로 욕구를 채우려는 야비함 가득
자비란 없다.
인간은 강한 듯
제일 약한 족속의
모순적 행태,
노총각의 방황과 절규는
한파 속 극에 달해
소주에 의지해 잠을 청하는
고독에 시린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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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파주의보 / 윤용기
꽁꽁 얼어붙은 대지 위로
뽀하얀 잔설이 수를 놓고
겨울 내내 영하 15도의 한파주의보
어제 쪼잘대던 버드나무 위 까치는
밤새 괜찮은지?
노천 논 위의 스케이트장은 아이들의 세상
넘어지고 넘어져도 신나는 세상
전동차 객실 난방은 1050W 모두 틀어도
춥다고 아우성이다
지금은 한파주의보 발령 중!
얼어붙은 대지와 움츠린 사람들의 얼굴에
따스한 햇살 비추는 그날
들판에서 한파와 시름하는 들풀까지도
끈질긴 생명력을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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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파 주의보 / 이재환
앙상한 나뭇가지에
달랑 한 잎 남은
나뭇잎이
외롭고 추워 보인다
너는
왜
혼자서
이 추위와 싸우니
무슨
미련이 남아
큰 나무를
외로이 지키고 있니
큰 나무도
이 추위를 이겨내야
새봄에 맞을 수 있단다
이제 그만 자리를 내어 주렴
그래야
큰 나무도
추위를 이겨내고
희망의 봄을 준비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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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추위가 오다 / 윤무중
이맘때쯤 못 잊어 찾아온 것일까
너를 기다리진 않지만
찾아오는 너를 못 본 척하기도,
못 본 척한다고 안 오진 않을진대
웃으면서 맞는다.
너를 반갑게 맞이할 때
이 세상 좁은 골목에선
돌개바람 되어
가난한 이들을 아프게 한다.
이왕에 온다면
훈훈한 정을 듬뿍 담아 찾는
따뜻한 메신저가 되기를,
동장군 올 때 더 많은 이들에게,
우리의 당황과 실망보다
행복과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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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한기의 노래 / 정연복
세상이 꽁꽁 얼어붙어도
풀은 죽지 않는다
두툼한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 경쾌하다
칼바람 눈보라 맞으면서도
나무는 몸을 움츠리지 않는다
동장군의 심술 속에서도
시간은 한결같이 흘러간다.
지금은 사랑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
너와 나의 몸을 비벼
추위를 이기자
너와 나의 가슴속에
사랑의 모닥불을 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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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는 차가운데 / 백원기
육이오 전쟁처럼
갑자기 들이닥친 추위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움츠려 자라목이 된다
발길 앞에 떨어지는
빛바랜 낙엽
무성했던 시절이 그리워
최후 하나까지
삼천궁녀처럼
두 눈 꼭 감고 뛰어내려
날리는 치맛자락 애처롭다
석양에 부는 바람 차가운데
어찌하나 망설이다
정처 없이 떠나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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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주검의 한파 / 고은영
그대여 보고 있느냐
사회에서 낙오되고 세파에 내몰린 주검들을
그리하여 그들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
이 추운 겨울 지하도 계단은 극한 추위에
냉각된 지표들이 긴 침묵의 동면을 그리고 있더라
불길에 어느 오그라진 손을 보았다
낙하하는 가벼운 나뭇잎 같은 목숨 하나 보았다
염병
삶만큼 거룩한 일도 없는 것이다
꺼질 듯 죽어가는 숨소리를 조문하며
추위에 웅크린 저 만연한 절망들, 나는 알았다
잠들 곳이 있는 있다는 것은, 따듯한 내 방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황홀한 기적이며 눈물 나게 감사할 일이냐
21세기 인간의 비정은 극에 달했다
우리는 가난을 보고 더욱 비굴해져라종용한다
마치 귀한 품종의 족속들처럼
추위에 얼어 죽어간다는 것은 어떤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냐
아니면 힘과 권력에 의해 죽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암울한 고통과 분노를 남길 것이냐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감각이 굳어가는 심지에
마지막 불꽃같은 화려하고 따듯한 천국을 보고 있었을까 그들은
보고 있느냐 그대여
가난 위에 짐짝 같은 세상 위에
저 버려진 사람 위에 다시 싸늘한 주검 위에
눈이 내리고 눈이 쌓여 간다
영롱한 햇살에 수정처럼 반짝이며
여섯 개의 투명한 꽃잎을 펼쳐 헤엄쳐 오는 하이얀 눈송이들
저것은 세상을 굽이치며 흘리던 그들의 눈물이다
버림받고 무시당한 설움의 흔적이다
우리가 누리는 무심한 행복의 대가는 그들의 절망이며
혹여 그들에게 아주 사소한 희망이 된 적은 없었는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설을 쇠고
얼마나 많은 떡국을 삼켰기에 이리도 질겨져 버린 것이냐
어찌하여 이리도 몰염치한 삶을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당당하게 버젓이 살아가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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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전기난로 / 이인석
전기난로를 켜놓고
아내를 불렀다
낙엽 같은 손을 쪼이며
화안해지는 아내의 모습
“부자가 된 것 같구려”
암, 흐뭇하겠지
나는 큰 선물이나 한 듯 흡족한데
아내는 이어 스위치를 끈다
보기만 해도 따스하다고
스위치를 끈다
오랜 세월을 氷河에서 살아온 아내여
구공탄에 시달리는 아내여
추위를 참는 게 습성이 되어
고생을 견디는 게 습성이 되어
이만 사치도 황송만 한가
높으신 양반들은
요정에서 던지는 팁만도 기만원인데
팁만도 못한 값의 전기난로
여름도 겨울도 없는 邸宅에선
쓰레기통으로나 들어갈 전기난로
그러나 우리에겐 황송한 사치
전기난로를 켜놓고
다시 아내를 불렀다
난로의 石英管서 나오는 赤外線은
미용에 좋다고 허풍을 떨었다
아내는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담고
“꽃도 철이 있다우”
시인은 큰 은혜라도 베푼 듯이 자랑스러운데
아내는 오분도 못 되어 스위치를 끈다
한 시간에 이십 원의 전기 요금이 무서워
한사코 스위치를 끈다
다이어몬드도 外製車도 시들하기만 한
나으리들 마누라나
서민의 아내나
무엇이 다르랴 여자의 마음
꽃 피는 시절도
찬란한 소망도
빙하 속에 묻어버린 시인과 아내는
불 꺼진 난로 앞에
말없이 앉아 있었다
가슴이 메어 말없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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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위 타는 동백꽃 / 박종영
외딴섬 겨울 동백꽃이
지난밤 하얀 눈 고깔을 쓰고 우쭐댄다
어젯밤은 저토록 백설의 면사포를
머리에 이고 누구에게 시집을 갔는가,
삼동의 추위에 얼마나 융숭한 관능의 지혜를 배웠을까
은근히 오기가 나서
오죽하면 눈발(雪)에 헤픈 가슴 열었느냐고 놀려대자
반짝이며 수줍음 타는 노란 꽃술
그때, 한 줌 둥근 웃음 만들어
스르륵 가슴을 만지며 넘어지는 눈덩이,
소한 추위 앞세워 시샘하는 칼바람이
동백꽃의 아랫도리를 후려친다
놀라 가로막는 만삭의 낮달이 더운 바람을 준비한다
바닷바람이 항해의 돛을 달고
작은 섬이 들썩거리며 분주한데
이 겨울에, 조매화(鳥媒花) 네 슬픈 이야기는
허리를 굽히고 들어도 젖가슴이 따스해지는 것을,
동박새 울음에 통째로 떨어지는 꽃봉오리가 아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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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삭풍이 읽고 간 몇 줄의 시 / 오정국
나는 正東津에도 가보지 못한 채 시를 썼다 東江에도 가보지 않고 시를 썼다 배롱나무도 모르고 시를 썼다 좌익도 우익도 아닌, 목 디스크 걸린 시인이 되어 15년 만의 강추위로 인적이 끊긴 밤, 시집을 읽었다 행간의 기쁨과 슬픔, 노여움으로 추위를 견뎠다 언 손이 풀려 담배 몇 개비를 태우고, 무심코 팔 뻗어 거실의 문을 여는 순간, 영하 18도의 바람이 단숨에 책갈피를 넘겨 몇 줄의 시를 읽고 사라졌다
나는 언제나 추운 쪽으로 머리를 두고 시집을 읽었다
얼음 속의 물고기는
언제나 물이 흘러오는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있다
몸이 얼어도 죽지 않는 것들
結氷의 한 시절을 견디는 것들
영하 18도의 바람이 결빙의 하늘 속으로 데려간 문장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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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위 타는 이 나이에 와서 / 박송죽
엄동의 긴 겨울
헐벗은 나무처럼
추위 타는 이 나이에 와서
생각해 보니
산다는 것은 별것 아닌데
세상 고민 몽땅 혼자 끌어안고
속앓이 고혈 앓으며
아등바등 허기진 어리석은 삶.
세월 속에 옹으로 남기고
언제고 훌쩍, 아주 후울쩍
단절의 하이얀 면사포 쓰고
안녕이라는 인사말을 할 때
좀 더 사랑하지 못했던
좀 더 나누어주지 못했던
움켜진 십자가를 그으며
깊은 가슴 건네주지 못했던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낮은 침묵, 미안한 자리
안녕 안녕!!이라는 이 말 한마디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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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공에서 더 깊어지는 추위 / 김낙호
세 길 높이 배관 위
긴 칼 휘두르는 단단한 추위와 맞선다
방패는,
작업복 한 장의 두께
빈곤의 길이를 덮을 수 없는 주머니 속에서
길 없는 길을 찾는 추위에 쩍쩍 묻어나는 살점
더 먼 변두리의 울음소리를 막아보려
등 돌린 세상처럼 냉골인 둥근 관을 온몸으로 데운다
두려움의 크기 따라 느리게
혹은, 더 느리게
허공을 차는 발바닥의 양력揚力으로 기는 자벌레
수평으로 떠 있는 몸이 공중을 써는 동안
바람은,
밀도 낮은 곳만 파고드는 야비한 마름
풍경風磬이 될 수 없는 공구들 부딪치는 소리
눈앞에 튀어 올랐던 땅의 단내가 목구멍을 채우는,
숨죽였던 모골이 축축한 닭의 볏이 될 때마다
날개 없는 포유류가 새가 된 적 없다는 걸
한 발 느리게 깨닫는다
떨어져 나갔다 다시 매달린 간肝으로부터
소름의 갈기가 잦아드는 한숨
자꾸만 밀어내는 세상의 복판을 자주 헛짚어
복부 근육으로 변두리를 붙잡고 살아내야 한다는 것,
허공을 기는 힘이 연소될 때마다
그나마 조금 환해지는 하루
_______ * 55
추위 / 이재환
한파 / 권오범
한파 / 김인숙
한파 / 나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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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 나상국
한파 / 박진표
한파 / 오보영
한파 / 이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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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 이도연
한파 / 최원정
한파 / 허욱도
한파 / 허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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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 박인걸
강추위 / 오보영
강추위 / 윤재철
동장군 / 경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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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 / 권오범
동장군 / 나태주
동장군 / 윤갑수
동장군 / 윤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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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 / 이재기
동장군 / 이화숙
동장군 / 이환규
동장군 / 주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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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추위 / 손병흥
자화상 / 마종기
첫 주위 / 박인걸
추위에 / 한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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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한파 / 전병철
기습한파 / 오보영
보리 추위 / 나태주
북극 추위 / 백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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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 추위 / 신홍섭
수능 한파 / 도현영
엄동설한 / 박인걸
추운 기억 / 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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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엔 / 도분순
춥다 추워 / 송근주
한파 속에 / 김명희
늦은 동장군 / 김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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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에게 / 권오범
동장군 횡포 / 권오범
동장군 횡포 2 / 권오범
한파 속에서 2 / 문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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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주의보 / 윤용기
한파 주의보 / 이재환
첫 추위가 오다 / 윤무중
혹한기의 노래 / 정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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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차가운데 / 백원기
삶과 주검의 한파 / 고은영
시인과 전기난로 / 이인석
추위 타는 동백꽃 / 박종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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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풍이 읽고 간 몇 줄의 시 / 오정국
추위 타는 이 나이에 와서 / 박송죽
허공에서 더 깊어지는 추위 / 김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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