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의 시
* 솔바람 풀잎 편지를 띄우고/이채
그대 사랑하기엔
내 마음이 너무 떨려
솔바람에 풀잎 편지를 띄우고
들녘에 이름 모를 풀꽃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대 가슴 속에 묻어두기엔
이 순간이 너무 아려
솔바람에 풀잎 편지를 띄위고
바위틈에 내려앉은 그늘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대 그리워하기엔
꽃구름이 너무 고와
솔바람에 풀잎 편지를 띄우고
밤하늘에 떠도는 새벽별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대 이대로 잊기엔
저 노을이 너무 붉어
솔바람에 풀잎 편지를 띄우고
석양에 걸린 고독한 밤바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대 기다리기엔
가는 봄이 너무 짧아
솔바람에 풀잎 편지를 띄우고
이대로 잠들어도 좋을 사랑이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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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네 /이채
누구를 사랑하는가 보네
이토록 활짝 핀 5월에 앉아
솔향기에 설레이고
라일락 향기에 취하여
차마 홀로 앉아 있을 수가 없네
물소리에 들썩이는 산내들
새소리에 숲이 열리면
햇살 담은 바람따라
꽃향기 지천에 뿌려진
꽃단지 열린 5월을 걸어 가네
꽃무지개 핀 저 편 언덕
채 떠나지 않은 꽃비 내음에
나비처럼 날고 싶어라
봄빛 가득 입에 문 마음 하나
꽃처럼 살고 싶어라
머리에서 가슴까지 스치는
꽃바람 진한 향기에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5월의 노래, 그 아름다운 빛이여
누구를 정말 사랑하는가 보네
아, 아
내 노래가 꽃이 되고 시가 되고
나의 사랑이 되어 줄 그대여
함께 걷던 5월의 꽃길
그 추억의 옛길로 걸어 오면
뜨겁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려네
푸른 나뭇가지에 앉아
날마다 꾀꼬리가 되어 지저귀는
꽃구름 타고 내려 올 내 사랑이여
5월, 사랑하지 않고는
사랑하지 않고는 정말 견딜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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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에 맺힌 사랑/이채
슬픔이 굳어 버린 앙금속으로
눈물을 묻으면
세월의 바람에
하얗게 마를 줄 알았어요
흐릿한 당신의 그림자속으로
그리움을 묻으면
바람의 기억으로
까맣게 잊혀질 줄 알았어요
세월의 바람에도 눈물은 흐르고
당신의 그림자속에서도
기억은 바람을 넘어
추억의 강에 잔잔한 물결로 떠다닐 때
오늘 살아야 할 이유와
내일을 맞아야 할 의미에 대해
그리고 떠난 것과 남겨진 것에 대해
당신은 단 한번이라도
고뇌와 고독에 빠져 본 적이 있나요
얼만큼 그리워해야
얼만큼 아파해야
얼만큼 세월이 흘러야
파도에 부서질 듯 출렁이는 가슴
고요한 항구에 정박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당신을 대신 해 줄 사랑은 없을 것 같아요
죽는 날까지 당신은
내 가슴에 맺힌 사랑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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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로 둘 일이다/이채
어느 해 봄
꽃이 핀 군자란이 하도 예뻐서
그 꽃을 더 찬란히 피게 하려고
그 해 겨울엔 아예 따뜻한 거실로 들여 놓았다
피지 않으리란 의심도 없었는데
거실에서 겨울을 난 군자란은
꽃이 피기를 거부했는지
잊어 먹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꽃은 피지 않았다
누구를 사랑하여 꽃이 필때
따스한 가슴안에 그를 가두며
더 찬란한 꽃을 감상하려 하지만
어쩌면 그는
군자란을 닮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를 내 가슴으로
지나치게 끌어 당길 것이 아니라
그대로 둘 일이다
그가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내 보폭 만큼 적당히 걸어가고
그대로 둘 일이다
꽃도
사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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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로의 사랑/이채
우연한 만남이라
그저 옷깃 스친
인연으로 알았습니다
아무렇게나 굴러 다니던
방황이 어느새 고요을 찾고
그 끝에서 행운처럼 자아 올린
내 생애 환희를 기억합니다
이제 서로의 진실한 존재가
예사롭지 않음으로
그대와 나의 사랑이
운명인 줄 알고 있습니다
그대와 나의 사랑이
만남과 만남속에서
설령 영원에 이르지 못할지라도
그 느낌 그대로
그 모습 그대로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싶습니다
순수한 숨결이
가슴 밑동까지 파고 들어
입술로도 차마 형언할 수 없는
서로의 가치를 느끼고
내일의 아픔을 예감치 못하더라도
오늘의 소중한 만남이
더 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스치 듯 인연이
운명으로 다가오는
존재와 존재속에서
그 어떤 사유도 필요치 않고
그 어떤 조건도 마다하는
그대와 나의 사랑이
있는 그대로의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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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고독/이채
뻥뚤린 가슴으로
밤 하늘이 통째로 내려 앉아요
투명한 슬픔으로
찾아드는 휭하는 바람소리
귓볼로 챙겨넣고
어둠에 묻힌 길 떠나는
밤 나그네가 되어요
하룻밤이 상실한다 하여
내가 와해 되지 않으며
백날을 고독속에 묻힌다 하여
내가 증발하지도 않아요
홀로 피고 진 꽃
꿈 속 낭떠러지에서
산산조각 꽃씨를 뿌려요
텅빈 허전함보다
뿌리깊은 고독이
차라리 사랑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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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밤 홀로 마시는 커피/이채
깊은 밤 홀로 커피를 마시며
매달리고 보채는 그리움 고이 뉘여
몇번이고 쓰다듬고 재워보지만
잠들지 않는 촛불같은 사랑
도리없는 떨림으로 다가옵니다
더 그리울 수 없는 그리움
늪이 된 가슴타고
커피 한모금 초연히 흐르면
당신과 하나이고 싶은 욕망
부질없는 꿈인 줄 알면서도
어둠을 깨고 흐르는 멜로디
한밤의 연민으로 스치고
당신의 고백을 기억하는 가슴
진한 커피향에 젖어
절절한 한편의 시로 흐르는 밤
참기 힘든 감정들 황량한 들판에
다 버리고 온 줄 알았는데
촛불 흔드는 가녀린 바람 끝으로
당신이 따라 온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깊은 밤 홀로 마시는 커피는
당신에게 익숙했던
시간들을 기억해내고
찻잔이 놓인 탁자로
어둠 속 당신을 불러내지만
절반의 그리움으로
절반의 외로움으로
아직 못다한 사랑 남아 있어
카페인에 취한 밤, 남겨 둔
마지막 한잎까지 젖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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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사랑/이채
다면 짧고
길다면 긴 생의 한 가운데에서
한번쯤 누군가에게
미치고 싶을 때가 있다
찬바람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푸른 연인이라면
뜨거운 가슴앓이로
고독의 뿌리까지 덮어주고
흐르는 눈물 감출 길 없는
하얀 연인이라면
내리는 빗물이 되어
강물처럼 울어주고
장미보다 붉은 가슴
작열하는 태양에
물집 잡힐 화상을 입더라도
빨간 연인과 한번쯤 사랑을 하고 싶다
한번도 입어보지 못한
분홍빛 가슴으로
별보다 고운 은빛 연인과
붉은 키스를 하고
죽어도 잊지 못할 포옹을 하고
아직은 사랑해도 좋을
한 여름 태양보다 뜨거운 가슴
한번쯤 지독한 사랑에 빠져
내 영혼을 하얗게 태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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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이 바람이라도 좋겠습니다/이채
구름에 몸을 가린 달빛이
봄밤이 어여쁜 창가에서
나뭇잎과 숨바꼭질하는 밤
나 이렇게라도
당신 그리워 할 수 있어
달빛 한모금으로 가슴을 축입니다
당신은 저 달빛처럼
구름에 가리워 졌어도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을 것 같아
유리창에 어리는 내 모습에
긴 머리 쓰다듬고
봄밤 당신앞에 고요히 섰습니다
익숙한 당신의 어깨에
아름다운 지난 날의 추억을 기대면
달빛도 얼굴을 내밀고 웃고 있는데
당신은 어디에 있는 무엇인가요
적막의 어둠속에 숨어 있는
구름에 가린 달빛인가요
차가운, 아리도록 차가운
가슴잎 적시는 밤이슬인가요
당신을 찾아
달빛따라 가다
차가운 밤이슬에
젖은 별잎이 하얗게 내려앉아요
끝내 내 곁에 머물 수 없다면
무심히 스치다
말없이 떠나도 좋을 당신
차라리 당신이 바람이라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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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오는 아침의 커피 한잔/이채
세상에서 가장 하얀 아침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대를 생각하며
한잔의 커피를 마시면
그대 숨결을 건네 받은 듯
가슴으로 스며드는 온기에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아침이 열립니다
밤새 후미진 가슴 한켠으로
그윽한 커피 향기가 스며들
면물안개에 피어 오르는 신기루를 만나 듯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눈오는 아침
투명한 창가에 기대어
눈처럼 소복한 그리움 듬뿍 넣은
커피 한잔을 마시면
그대 체취를 느끼 듯
내 창엔
세상에서 가장 고운 햇살이 내립니다
눈오는 아침 커피 한잔으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그대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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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밤 안개비가 내리면/이채
봄밤 안개비가 내리면
성숙한 눈물에도 그리움이 젖어
방황하는 외로움에
홀로 키운 짙은 시름을 달래봅니다
아득히 밀려오는 안개속으로
꺼질듯 이어지는 희미한 촛불은
새털같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온 몸 가눌 길 없고
이젠 잊어야겠다던
간밤에 떠나보낸 작별이건만
하얀 손수건 끝자락에선
비내리는 밤뜰의 꽃물이 젖어듭니다
안개비에 묻힌 화답없는 목소리
침묵하는 메아리에 봄밤이 내려앉으면
창문 흔드는 야윈 바람가지로
숨결스치며 다가오는 아련한 모습 뿐
흩어지는 여운속으로
허락없이 떠나 간 사람만이
젖은 숲길에 쓸쓸히 서 있습니다
봄밤 안개비가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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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날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이채
비오는 날엔
그토록 말이 없던 이성도 젖어
실오라기처럼 풀려진 감성이
빗물에 하염없이 젖어 내린다
비를 타고 내리는
소각되지 않는 외로움에
젖은 눈으로 바라 본 유리창 밖
나를 닮은 쓸쓸한 나뭇잎 하나 만나면
어느새 안개 속 환각에 빠져
비오는 날엔
아무런 준비없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석류알처럼
알알히 박힌 추억들이
저마다 그리움이라고, 외로움이라고
비오는 거리에 쏟아져 내리고
색바랜 기억속으로
회색빛 안개속으로
어디쯤 숨었던 희미한 연정이
무념 무상으로 흩어지면
비오는 날엔
그리움으로
외로움으로
어디론가 혼자 떠나고 싶다
어디로 가야할지
나도
비도
알지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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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에 당신과 사랑을 했습니다/이채
어디선가 스친 듯한 모습
낯익은 말투
어색하지 않는 분위기에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마음을
서로 느꼈던 것일까요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같은 예감이
두려움과 행복으로
물밀 듯 밀려올 때
두려움보다 당신을 사랑하는 감정에
솔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디선가 스친 듯한 모습에서
당신을 짐작하고
낯익은 말투에서
오랜 연인같은 편안함을 느꼈고
어색하지 않는 분위기에
다가갈 수 있는 걸음이 쉬웠습니다
곁에 있어도 없어도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눈빛만 바라보는 것은
원숙한 세월탓이라 할지라도
여름날의 태양보다 뜨거움을 나는 압니다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던
예감치 못한 사랑은
큰 그 무엇을 되찾아 주었고
꿈틀거릴 수있는 가슴이 있음을 알게 한
기막힌 한편의 러브스토리였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속에서 뒹굴며 웃기도 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비처럼 내리는 가슴을 쓸어안고
아무도 몰래 이별 연습을 해야 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마음
그것만으로도 당신과 나는
사랑하기에 충분했지만
절절한 가슴 억누를 수 없음을 알았을 때
겉잡을 수 없는 두려움이 함께 찾아왔습니다
눈물을 감추고 보내야 하고
고개를 숙이고 떠나야 하는
오직 사랑만으로 행복했던 날 들
그러나 침묵할 수 밖에 없는
중년에 당신과 사랑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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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좋아요/이채
어쩌면 좋아요
종일 기다리다
저물녁 익어 버린 하루
한자락 노을 아래
홀로 피어 배웅하는 꽃잎
입술을 깨물어요
어쩌면 좋아요
발돋움을 해도
자꾸만 숙여지는 몸짓
바둥거리다
피어 오르는 그리움에
시름만 놓고 가요
어쩌면 좋아요
기다리다 지친 하루
나뭇가지에 어둠으로 내려앉아
달빛에 젖어
하얗게 흐르는데
이 밤 깊어지면
눈뜨는 그 모습
꿈마저 그리움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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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가슴에 비가 내리면/이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그대, 푸쉬킨의 가슴이여
사랑이 그대를 아프게 할지라도
눈물을 흘리거나 상처를 받지 말라
중년의 가슴에 비가 내리면
삶도 사랑도
고요한 슬픔과 애잔한 아픔이 되어
청춘을 거처온 인고의 가슴에
성숙한 눈물이 빗방울처럼 맺힙니다
뜨거운 가슴앓이에도
지난날의 삶은 엄숙했고
사랑은 밤마다 꽃잎으로 쌓여가는
외롭고도 아름다운
나만의 야상곡이 되었지만
중년의 가슴에 비가 내리면
인내의 끈으로 묶어놓은
고독한 연민의 정이
꿈틀거리며 풀려나와
빗물에 바닥까지 젖어들고
때론 끝없이 내리는 빗줄기에
가슴둑이 무너져
조용히 눈을 감고
밤새 소리없이 흐르는
깊은 강물이 되기도 합니다
살다가
얼굴을 붉혀야만 하는
삶이 때론 마음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피할 수 없어
후미진 가슴 숨어서 울어야 했던 눈물
중년의 가슴에 비가 내리면
삶도 사랑도
어느듯 빗물처럼 흘러내려
덧없는 가슴 닫고
철석이는 푸른 바다에
홀로 떠도는 빈 배를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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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울 수 없는 사랑/이채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지워 버린데도
아직 그대 지울 수 없음을
나무라지 말아요
세월이 약이라고
언젠가는 잊혀진데도
몇겹의 세월도 모르는 망각을
원망하진 않아요
지워도 지워도
지울 수 없는 흔적
그대가 베고 간 상처마저
지독한 사랑이예요
낯선 우연처럼 다가와
피할 수 없는 필연이 돼버린
그것이 숙명과 운명의 장난일지라도
후회하지 않아요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다시 가을이 와도
나는 낙엽을 쓸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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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움이 눈처럼 내리는 날에는/이채
그리움이 눈처럼 내리는 날에는
내 마음도 야위어
겨울의 가장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모든것이 잠들어도
하얗게 등불 밝힌 그리움
언 가슴 문을 닫아도
뜨겁고 뜨거운
눈물은 닫힐 줄 모르고 흐릅니다
그리움이 눈처럼 내리는 날에는
언 추억마저
겨울의 가장 하얀 곳으로 흐릅니다
모든것이 얼어도
하얗게 눈꽃으로 핀 기다림
언 가슴 발을 묶어도
눈위에 찍힌 발자욱은
그대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리움이 눈처럼 내리는 날
그대와의 간절한 만남은
하얀 꿈결이 되어
겨울의 가장 따뜻한 곳으로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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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면 그리운 사랑/이채
여름이 채 가기 전에
가을 이른 길목에 서 있는 그리움
아직 앉지 않은 빈 의자에
선선한 바람만 염치 놓고 앉았다 가는데
사르르 눈 감으면 귓전을 맴돌며
철석이는 파도가
다가와 길게 앉는다
초가을 밤 별빛은 참 고와
유난히 하얀 달빛에 묻어 둔
이야기 엮으면 소설같은데
가을 이른 길목에
여름 내려놓고 잠시 기다리면
저 만치 다가오는 그리운 얼굴 있어도
한 마디 말 못하고
갈대 숲 바람결에 묻히고 마는
그리운 목소리 있어도
황금빛 들판에 영근 열매보다
나 먼저 영글어
건네주고 싶은 사랑있어도
빈 의자만 뎅그러니
오지 않는
가을이면 그리운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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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오면 벗이여/이채
문득 고개 들어보니
옥색빛 하늘에
가을이 섰구나
너의 미소를 닮은 햇살이
긴 옷소매로 파고 들면
부담없는 벗이여
커피 한잔으로 만나고 싶구나
임자없는 벤취에라도 앉아
도란도란 수다에
바람타고 흩어 질
건네고 싶은 웃음 한자락
붉은 것도 노란 것도
모두 벗을 닮은 풍경에
가슴 한 켠 접어 두었던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기억들
문득 고개 들어보니
둥실 떠가는 구름위에
벗이 살고 있구나
지척에 살면서도
푸른 하늘에 펼쳐진
가을을 보고서야
벗을 만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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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내게 아름다운 것은/이채
봄에 뿌린 씨앗이 파랗게 돋아나
여름 장마에도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고스란히 이겨내던 이파리가
드디어 황금빛 들판을 이루었습니다
여름 뙤약볕이 한창이던 날에
금새 그 열기에 타 숨이 막힐 듯하더니
온 몸에 알알이 단단한 열매를 매달고
들녁에 빼곡히 앉아 있습니다
저들이 봄씨를 뿌릴 때
나도 많은 씨앗을 삶의 밭에 뿌렸습니다
그러나 저들만큼 나의 삶이 풍요롭지 못한것이
부끄러움과 겸손으로 다가옵니다
가을 들녁의 풍요로움 만큼
지금 나의 삶이 풍요롭지 못한 것은
인내와 성실이 부족한 탓도 있겠으나
가슴에 잔뜩 쌓인 욕심탓도 있으리라
가을이 내게 아름다운 것은
물결치는 황금빛 풍요로움과
단풍으로 장관을 이루는 아름다움과
한알의 씨앗이
장엄한 풍경을 이룰 수 있다는 자연의 굴레에서
나의 삶을 음미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내게 아름다운 것은
내가 꿈꾸는 삶의 풍경을
가을이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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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비와 커피 한잔의 그리움/이채
가을비 촉촉히 내리는 날
외로움을 섞은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은 것은
살갗 트는 외로움이
젖은 미소로 기웃거리다
가을비처럼 내린다 해도 좋은 것은
젖은 그리움 하나
아직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던 기억 한 스푼으로
넉넉히 삼키는 커피 한잔이
비처럼 추억처럼
가슴 밑동까지 파고 듭니다
가을비 촉촉히 내리면
커피 한잔의 그리움으로
아늑하고 싶은 마음 달래어봐도
짐짓 쓴 커피 맛은 사라지지 않지만
아름다운 추억 한 스푼을 넣은
커피 한잔의 그리움으로
가을비 타고 올
그대를 그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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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밤 가슴앓이/이채
낙엽처럼 떨어질 말만
잔뜩 고인 밤을 맞습니다
차가운 밤 바람에 옷깃 여민 가을이
잔인하게 그대를 곁에 놓고 갑니다
속속들이 박힌 그리움이
무리 무리 지어 밤을 채우면
꿈같은 전설속의 이야기에
시린 밤이 한웅큼이나 떨어져 나갑니다
가을밤이
겨울보다 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추억을 끌어다
백지위에 써 내려가는
꽉 막힌 절벽의 밤
예리한 손톱에 할퀸 듯
밤은 이미 반쪽이나 긁히고
매쾌한 중독에 가위 눌린 듯
가을 밤은 간간히 겨울 기침을 해댑니다
가을밤이
겨울보다 추울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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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사랑/이채
옷깃을 여미기에 얇은 것은 아닐진대
여미어도 삭풍처럼 추운것은
낯 익은 이 거리 잔추의 낙엽처럼
떨어지는 것이 있어서야
기울고 떨어지는 것이
하나 둘이 아닐진대
나 먼저 기울고 떨어지는 것은
이미 기운 것에 익숙치 않아서야
서산에 해가 기울 듯
기운 어깨 너머로
한잎 낙엽이 아는 척을 한다
가을에
어느 해 가을에 사랑을 했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거짓이라 하여도
진실로 남겨져야 할 유일한 것이었어
여민 옷깃속으로
감겨진 흑백 필름이 느슨하게 풀리면
쓸쓸한 미소하나
낙엽되어 흩날리는데
옷깃을 여미기에 얇은 것은 아닐진대
여미어도 여미어도 쓸쓸한 것은
하나 둘씩 벗겨진 얇은 가슴 때문이야
가을엔
낙엽지는 가을엔
사랑을 하는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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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이 따뜻한 그대를 만나는 날에는/이채
가슴이 따뜻한 그대를 만나는 날에는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
무작정 끌어 안고
감칠맛나는 나나무스꾸리를 기억합니다
신기루처럼 나타난 그대가
유일한 연인이 되어
내 영혼을 흔들 때
나는 그대의 감성이 되고
그대는 나의 철학이 되어
서로의 눈물을 사랑하고
진실한 기도를 배우고
푸른 꿈 간직하며 살아 갈 때
가슴이 따뜻한 그대를 만나는 일보다
더 큰 행복은 없습니다
다만 서두르지 말고
지나치게 다가서지 말고
서로의 짐이 되지 않아야 함을 알기에
하루안에 가장 간절한 기도를 합니다
가슴이 따뜻한 그대는 만나는 날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으로
생애 가장 고운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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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 있는 당신은 늙지 않습니다/이채
`이 나이에 뭘 하겠어'라는 말을
나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왠지
그 무엇인가를 포기한다는
그런 의미인 듯싶어
나는 이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나이에 뭘 하겠어'라며 살아가기엔
남은 세월이 너무 길지 않은 가요
`이 나이에 뭘 하겠어'라며 살아간다면
어쩌면, 삶은
맹목적일 수 있으며
타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녹슬지 않는 정신세계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얼마나 위대합니까
이상의 끈을 놓지 마세요
무엇이 두렵습니까
두려움 없는 바람처럼
어디든 불어가세요
당신이 바람이 되어
어디든 불어간다면
못 갈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 산 너머 초원의 땅으로
저 구름 지나 하늘까지
바람의 새가 되어
두려움 없이 날아갈 때
꿈이 있는 당신은 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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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이채
스스로 간절히 묻고
스스로 바로 세우니
한가로운 것이 어디 구름뿐이랴
남의 허물을 즐기지 아니하고
남의 탓을 일삼지 아니하니
어진 것이 어디 산뿐이랴
나에게 엄하고
남에게 후하니
모두가 정겨운 내 이웃이지요
마음이 따뜻하고
생각이 부드러우니
모두가 소중한 내 벗이로다
천지를 닮은 가슴에 숲이 무성하니
바람도 쉬어가고
새 우짖는 나뭇가지마다
푸른빛이 한창이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세상이야
마음 밖의 세상이니
스스로 고요한 자여!
함빡 젖은 이슬 내리는 밤
달 곁에 누운 별이 뉘라서
그대 아니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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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을 다스리는 기도/이채
위를 보고
아래를 보지 못하면
불만이 싹틀 것이요
아래를 보고
위를 보지 못하면
오만에 빠질 것이요
밖을 보고
안을 다스리지 못하면
고요를 찾기 어렵고
앞을 보고
뒤를 되새기지 못하면
지혜를 구하기 어려울 터
모름지기
주변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린다 함은
현명한 자의 덕목이라
시인 마당/시인 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