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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겨울

새해 시 모음

+  새해 / 구상

내가 새로와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와져서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와진 얼굴로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
오늘의 괴로움과 쓰라림이 아니요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생활의 율조일 따름이다
흰 눈같이 맑아진 내 의식은
이성의 햇발을 받아 번쩍이고
내 심호흡한 가슴엔 사랑이
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친다
꿈은 나의 충직과 일치하여
나의 줄기찬 노동은 고독을 쫓고
하늘의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져
기도는 나의 일과의 처음과 끝이다
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해 
나의 생애, 최고의 성실로서 
꽃 피울 새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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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 피천득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너 나무들 가지를 펴며 
하늘로 향하여 서다 

봄비 꽃을 적시고 
불을 뿜는 팔월의 태양 

거센 한 해의 풍우를 이겨 
또 하나의 연륜이 늘리라 

하늘을 향한 나무들 
뿌리는 땅 깊이 박고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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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시 / 안도현
        
닭이 울어 해는 뜬다 
당신의 어깨너머 해가 뜬다 
우리 맨 처음 입맞출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으로, 
그 떨림으로 

​당신의 어깨 
너머 첫닭이 운다 
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다 
닭이 울어서 해는 뜨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처음 눈 뜬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울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울었기 때문에 
세계가 눈을 뜬 것이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하고 나하고는 
이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
더도 덜도 말고 냉수 한 사발 마시자 

저 먼 동해 수평선이 아니라 일출봉이 아니라 
냉수 사발 속에 뜨는 해를 보자 

첫닭이 우는 소리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세상의 끝으로 
울음소리 한번 내질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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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 손희락 

바람 불 때 
흔들리지 않아야겠다 
요염한 달빛, 
마음 뺏기지 말아야겠다 

나뭇가지 꺾어지고 
잃어버린 나뭇잎 헤아리며 
긴긴밤, 가슴 아파 울어야 했으니 

긴 세월 맺은 열매 몇 알 
더디 오는 주인 기다리는 동안 
썩거나, 상실하지 않도록 
보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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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아침에 / 조지훈 

모든 것이 뒤바뀌어 질서를 잃을지라고
성진의 운행만은 변하지 않는 법도를 지니나니
또 삼벽예순날이 다 가고 사람 사는 땅 위에
새해 새 아침이 열려오누나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이 영겁의 둘레를
뉘라서 짐짓 한 토막 짤라
새해 첫날이라 이름지었던가

뜻 두고 이루지 못하는 한은
태초 이래로 있었나보다
다시 한번 의욕을 불태워
스스로를 채찍질하라고
그 불퇴전의 결의를 위하여
새 아침은 오는가.

낡은 것과 새것을 의와 불의를
삶과 죽음을 ㅡ
그것만을 생각하다가 또 삼백예순날은 가리라
굽이치는 산맥 위에 보랏빛 하늘이 열리듯이
출렁이는 파도 위에 이글이글 태양이 솟듯이 
그렇게 열리라 또 그렇게 솟으라
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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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망 / 황금찬

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리라 

​그렇게 맞이한 이 해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하늘같이 신뢰하며 
욕심 없이 사랑하리라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로운 삶을 살지 않고 
언제나 광명 안에서 
남을 섬기는 이치를 
배우며 살아간다.

​선한 도덕과 
착한 윤리를 위하여 
이 해에는 최선을 다하리라.

​밝음과 맑음을 
항상 생활 속에 두라 
이것을 새해의 지표로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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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기도 / 도종환

새해 첫 아침 햇살은
창문을 열고 기지개를 켜는 아이의
밝은 얼굴위에
제일 먼저 비치게 하소서.

숲의 나뭇가지 하나하나에
햇빛이 골고루 내려앉듯
이 땅의 모든 아이들 빛나는 눈동자 위에
맑게 출렁이는 가슴 위에
빠짐없이 내리게 하소서.

골짜기 깊은 곳에도
손잡을 곳 하나 없는 바위 벼랑에도
늪가의 젖은 풀 위에도
아침 햇살이 환하게 번져 가듯

그늘지고 가파르고 습한 곳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도 새날의 햇볕이
따뜻한 걸음으로 찾아가게 하소서.

산과 개울과 숲 어디에나 내리는 햇빛이지만
산은  산대로
개울과 나무는 개울과 나무대로
저마다 저를 위해 햇빛이 와 있다고 믿듯

아이들도 늘 저를 위해 준비된
사랑이 따스하게 떠오르고 있다고
믿게 하소서.

그 사랑과 따뜻함으로 
아이들 몸에서 푸른  잎이 돋아나고
때가 되면 열매가 자라고
꽃이 피어나게 하소서.

그렇게 자란 튼튼한 뿌리로
무너지는 언덕을 지키고
그렇게 크는 싱그러운 힘으로
막힌 물줄기를 열어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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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망 / 주응규
          
오라 오라 희망이여 오라 
가라 가라 절망이여 가라 

대망에 가슴 벅찬 새해야 
말갛게 솟구쳐 올라 
세상의 그늘진 곳곳에 
고루고루 축복을 내리어라 

감당키 어려운 시련일랑은 
한마음으로 나눠서 짊어지어
슬기롭게 극복하고 
즐거움일랑 여럿이 더하여
함께 누리어라 

서로서로 배려하고 위하며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저마다의 가슴에 흘러라

두루두루 무사태평을 
빌고 비나니 
행복한 웃음꽃이 
온 누리에 만발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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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아침 / 송구권

새해 아침은 불을 껐다 다시 켜듯이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답답하고 화나고 두렵고 
또 얼마나 허전하고 가난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지난밤 제야의 종소리에 묻어둔 꿈도 
아직 소원을 말해서는 아니 됩니다 

​외로웠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억울했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슬펐습니까? 그 위에 하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얼마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습니까? 
그 위에 우레와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그 위에 침묵과 같은 눈을 내리게 하십시오 
낡은 수첩을 새 수첩으로 갈며 
떨리는 손으로 잊어야 할 슬픈 이름을 
두 줄로 금 긋듯 
그렇게 당신은 아픈 추억을 지우십시오 

​새해 아침은 
찬란한 태양을 왕관처럼 쓰고 
끓어오르는 핏덩이를 쏟아놓으십시오 

​새해 아침은 
날밤 시집온 신부가 아침나절에는 
저 혼자서도 말문이 터져 콧노래를 부르듯 
그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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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 윤보영

새해에는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고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미소를 건네며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도움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그 행복을 나누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내 주위에서 기쁜 소식을 더 많이 듣고
그 소식에, 내 기쁨이 
묻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미소 짓는 모습을 꺼내 볼 수 있고
아름다운 기억 하나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꽃이 주는 향기보다, 꽃이 가진
생각을 먼저 읽을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최선을 다하는 열정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내 안에도, 내 밖에도
1년 내내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들게
내 삶에 향기가 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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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시 / 김사랑
          
새날이 밝았다
오늘 뜨는 태양이
어제의 그 태양은 아니다
겨울 산등성이 불어간 느 바람이
지난밤에 불던 바람이 아니다

독수리는  하늘 높은 곳에서
날카로운 눈빛을 
땅에 꽃았다
산양은 절벽의 바위를 뛰어올라
산정을 향한다

우리가 꾸는 행복은
내일을 향해 뻗어 있고
사랑하는 심장은
겨울에 소 장미처럼 붉었나니
이루지 못할 꿈은 어디에 있던가

나의 하루의 삶이
나의 인생이 되듯
흘러 지난 세월은 역사가 되나니
다시 나의 소망은 담아 꿈을 꾸나니
가슴은 뜨겁고
나의 노래는 날개를 매단 듯 가볍다

이 아침에 돋는 태양을 보라
이글거리며 타는 태양은 
나를 위해 비추나니
고난 속에 시련이 온다 해도
나 이겨내리니
그대 소망하는 바 더디게 올뿐
언젠가 다 이 루어지니리
우리 함께 달려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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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사 / 김현승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 굴러라.

건너뛰듯
건너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 옷 입고
아니, 헌 옷이라도 빨아 입고,
넌 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 굴러라 발 굴러라 발 굴러라
춤추어라 춤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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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축시 / 윤성완

​오, 내 마음 같은 친구 유일한 벗이여
인생의 노트를 펼쳐라 
가장 아끼는 열정의 펜을 꺼내어 한 줄 적어보라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똑바로 뛰어가자고
삶의 얼굴은 흙처럼 유순하고 부드럽게 하고
삶의 마음은 지나가는 바람처럼 없는 듯 비워내고

삶의 지혜로운 눈은 늘 정직한 실천이라고. 

​오, 나의 고마운 친구 소중한 벗이여
사랑의 노트를 펼쳐라
가장 아끼는 진심의 펜을 꺼내어 한 줄 적어보라
좀 더 많은 관심과 깊은 사랑으로 세상을 마주하자고
사랑의 얼굴은 달처럼 환한 미소 머금게 하고
사랑의 마음은 해처럼 둥글고 모나지 않도록 하고
사랑의 아름다운 진심은 늘 뜨거운 심장이라고. 

​오, 나의 절친한 친구 미소 가득한 벗이여
행복의 노트를 펼쳐라
가장 아끼는 행운의 펜을 꺼내어 한 줄
적어보라
행복은 가장 낮은 곳에서 소리 없이 찾아온다고
어제 살아왔던 날들은 추억의 일기장에 적어놓고
오늘 살아갈 날들은 열정의 수첩에 빼곡히 채워놓고 
내일 다가올 날들은 성공의 달력에 그려놓고 
늘 깨어있는 삶으로 멋진 하루를 살아주게,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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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에 / 위영남

​삼백예순다섯 개의 
해를 숨겨 놓고 
그 속에 
우리들의 꿈도 묻어 놓고, 

​'새해엔 당신의 소망을 
이루어 보셔요.' 

​조용히 속삭여 주는 
삼백예순 다섯 개의 
까만 꽃씨들. 

​새해 달력 앞에 서면 
파도처럼 일렁이는 가슴은 
희망이 꿈틀거리는 
아침 바다. 

​우리들 마음 속 꽃밭에도 
삼백예순 다섯 개의 
꽃씨를 심고 

​둥근 해가 떠오를 때마다 
곱게 곱게 피어날 
우리들의 새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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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기도 / 이성선

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새로운 몸짓의 새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영원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게 하소서
새해엔, 아아
가장 고독한 길을 가게 하소서
당신이 별 사이로 흐르는
혜성으로 찬란히 뜨는 시간
나는 그 하늘 아래
아름다운 글을 쓰며
당신에게 바치는 시집을 준비하는
나날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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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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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기도 / 이해인

1월에는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소서 
그동안 쌓인 추한 마음 모두 덮어 버리고 
이제는 하얀 눈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2월에는 
내 마음에 꿈이 싹트게 하소서 
하얀 백지에 내 아름다운 꿈이 
또렷이 그려지게 하소서 

​3월에는 
내 마음에 믿음이 찾아오게 하소서 
의심을 버리고 믿음을 가짐으로 
삶에 대한 기쁨과 확신이 있게 하소서 

​4월에는 
내 마음이 성실의 의미를 알게 하소서 
작은 일 작은 한 시간이 
우리 인생을 결정하는 기회임을 알게 하소서 

5월에는 
내 마음이 사랑으로 설레게 하소서 
우리 삶의 아름다움은 
사랑 안에 있음을 알고 
사랑으로 가슴이 물들게 하소서 

​6월에는 
내 마음이 겸손하게 하소서 
남을 귀히 여기고 자랑과 교만에서 
내 마음이 멀어지게 하소서 

​7월에는 
내 마음이 인내의 가치를 알게 하소서 
어려움을 참고 오랜 기다림이 없는 열매는 
좋은 열매가 아님을 알게 하소서 

​8월에는 
내 마음에 쉼을 주시옵소서 
건강을 지키고 
나와 남을 여유 있게 볼 수 있는 
쉼을 갖는 시간을 갖게 하소서 

9월에는 
내 마음이 평화를 느끼게 하소서 
마음의 평화는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성숙할 때 
함께 자라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10월에는 
내 마음이 은혜를 알게 하소서 
나의 오늘이 있게 한 모든 이들의 
은혜가 하나하나 생각나게 하소서 

​11월에는 
내 마음이 욕심을 버리게 하소서 
아직도 남아 있는 
욕심과 미움과 갈등을 버리고 
빈 마음을 바라보면서 만족하게 하소서 

​12월에는 
내 마음에 감사가 일어나게 하소서 
계획한 일을 이루었던 이루지 못했던 
지난 한 해의 모든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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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 아침은 / 신동엽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 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해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소도자 눈빛 속에서
구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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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새 아침은 / 이하

​새해 새 아침은 
깊고 푸른 소금의 나라에서 온다. 

천년 그리고 한 천년 
바다 너머 깊은 바닷속에서 
절여둔 아침 해는 
한 해 하나씩 새해 새날에만 내민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갈매기보다 수선한 그물에 담고 
바닷가에 온 도회 사람은 
바다보다 네모난 액자에 건다. 

거긴 소금처럼 하얀 
순수가 있고 
거긴 내내, 새날 새 아침 해에게 받은 
맑고도 환한 꿈이 출렁인다. 
때로 삶이 생활보다 지칠 때 
푸른 소금의 나라에서 보내 준 
싱싱한 꿈이 말갛게 파도에 씻긴 채 반긴다. 

새해 새 아침은 
맑고 푸른 숲의 나라에서 온다. 

산 너머 너머 구름보다 높은 산 숲 속에서 
천년쯤 그리고 또 한 천년 동안은 
이슬만 먹고 자란 아침 해는 
한 해 하나씩 새해 새날에만 나온다. 

들녘에 사는 사람들은 
산까치보다 수선한 지게에 담고 
새벽 산정에 오른 도회 사람은 
산마루보다 첩첩한 사진첩에 넣어둔다. 

거긴 숲을 닮은 순결이 있고 
그래도 거긴, 늘 
새날 새 아침 해에게 빌어둔 
퍼덕이는 소망이 일렁인다. 

때로 어둠이 힘겨운 가로등 아래 
피곤한 등을 기댈 때 
푸른 숲의 나라에서 보내 준 
퍼덕이는 소망 하나 
몇 무리의 솔숲을 지나온 바람을 타고 
낮아만 가는 어깨를 다독인다. 

새해 새날 아침, 붉은 해는 
사람마다 하나씩 푸르게 뜬다. 
남에서도 북에서도 
산동네 바다동네에서도 
이 날만은 꼭 푸르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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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일기장엔 / 문삼석

새해 일기장엔
커다란 햇덩이 하나 먼저 그릴래.
은빛 햇살 하늘 가득 풀어놓고
푸른 산 병풍처럼 빙 둘러칠래.
그 안에 옹기종기
우리 동네 정답게 그리는 거지.
맑은 실개천도 돌돌돌 흐르게 하고
지느러미 고운 물고기도 몇 마리
요리조리, 헤엄치게 그리는 거야.
참, 푸른 바람 한 줄기도 잊지 말고
꿀처럼 달콤하게 그려 넣어야지.
그래, 새해 일기장엔
검정 같은 원색은 빼버리는 거야.
은은하고 부드러운 간색으로,
섞이고 어우러져 따뜻하게 살아나는
그런 색깔로 온통 채우는 거야.

​무지개 일곱 빛깔도 좋을 테지.
이제 막 눈뜨는 어린 새싹들의
연한 연두 빛깔도 괜찮을 거야.
그렇게 부드럽고 따뜻하고 은은한 색깔 속
이젠 우리들의 밝은 모습 그리는 거야.
덧니 하얀 순이의 세모진 얼굴에도
함박 같은 웃음꽃 그려 넣는 거야.
맑고 밝은 웃음색 죄다 끌어 모아
날마다 신나게 칠하는 거야.
그래, 그래.
너와 내가 함께 쓸 새해 일기장엔
햇덩이 같은 웃음색만 칠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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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의 기도 / 김남조

첫 눈뜸에
눈 내리는 청산을 보게 하소서
초록 소나무들의
청솔바람 소리를 듣게 하소서

아득한 날에
예비하여 가꾸신
은총의 누리
다시금 눈부신 상속으로 주시옵고
젊디 젊은 심장으로
시대의 주인으로
사명의 주춧돌을 짐 지게 하소서

첫 눈뜸에
진정한 친구를 알아보고
서로의 속사랑에
기름 부어 포옹하게 하여 주소서

생명의 생명인
우리네 영혼 안엔
사철 자라나는
과일나무 숲이 무성케 하시고
제일로 단맛 나는 열매를
날이 날마다
주님의 음식상에
바치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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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의 소망 / 이해인

가만히 귀 기울이면
첫눈 내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 같은
하얀 새 달력 위에
그리고 내 마음 위에

바다 내음 풍겨오는
푸른 잉크를 찍어
희망이라고 씁니다

창문을 열고
오래 정들었던 겨울나무를 향해
'한결같은 참을성과 고요함을 지닐 것'
이라고 푸른 목소리로 다짐합니다

세월은 부지런히
앞으로 가는데
나는 게으르게
뒤처지는 어리석음을
후회하고 후회하며
올려다본 하늘에는
둥근 해님이 환한 얼굴로
웃으라고 웃으라고
나를 재촉합니다

너무도 눈부신 햇살에
나는 눈을 못 뜨고
해님이 지어주는
기쁨의 새 옷 한 벌
우울하고 초조해서 떨고 있는
불쌍한 나에게 입혀줍니다

노여움을 오래 품지 않는 온유함과
용서에 더디지 않은 겸손과
감사의 인사를 미루지 않는 슬기를 청하며
촛불을 켜는 새해 아침
나의 첫 마음 또한
촛불만큼 뜨겁습니다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어디서나 평화의 종을 치는
평화의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모든 이와 골고루 평화를 이루려면
좀 더 낮아지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겸허히 두 손 모으는
나의 기도 또한 뜨겁습니다

진정 사랑하면
삶이 곧 빛이 되고 노래가 되는 것을
나날이 새롭게 배웁니다
욕심 없이 사랑하면
지식이 부족해도
지혜는 늘어나 삶에 힘이 생김을
체험으로 압니다

우리가 아직도 함께 살아서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며 주고받는
평범하지만 뜻깊은 새해 인사가
이렇듯 새롭고 소중한 것이군요
서로에게 더없이 다정하여도
아름다운 선물이군요

이 땅의 모든 이를 향한
우리의 사랑도
오늘은 
더욱 순결한 기도의 강으로 
흐르게 해요. 우리

부디 올 한 해도
건강하게 웃으며
복을 짓고 복을 받는 새해 되라고
가족에게 이웃에게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노래처럼 즐겁게 이야기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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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울어 해는 뜬다 / 안도현

​당신의 어깨너머 해가 뜬다 
우리 맨 처음 입 맞출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으로, 그 떨림으로 
당신의 어깨너머 

​첫닭이 운다 
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다 
닭이 울어서 해는 뜨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처음 눈 뜬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울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울었기 때문에 
세계가 눈을 뜬 것이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하고 나하고는 
이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
더도 덜도 말고 냉수 한 사발 마시자 
저 먼 동해 수평선이 아니라 일출봉이 아니라 
냉수 사발 속에 뜨는 해를 보자 
첫닭이 우는 소리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세상의 끝으로 
울음소리 한번 내질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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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님도 껍질을 벗는다 / 이국재

​해님도 
날마다 껍질을 벗는다. 

​아침마다 
검푸른 동해바다에 
두둥실 두리둥실 
떠오르는 해님은 
어제의 해님이 아니다. 

​너른 바다에 
반짝반짝 수없이 부서지는 
고깃비늘 같은 
눈부신 해님의 껍질들을 보라. 

​초록빛 잎사귀마다 
반짝반짝 수없이 부서지는 
은빛가루 같은 
찬란한 해님의 껍질들을 보라. 

​새해 아침엔 
새 해님이 솟아오른다. 

​새 기쁨, 새 희망을 안고 
수천수만 개의 해님들이 
일제히 치솟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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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 구상 
새해 / 피천득 
신년시 / 안도현 
새해엔 / 손희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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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에 / 조지훈 
나의 소망 / 황금찬
새해기도 / 도종환
새해 소망 / 주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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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 송구권
새해에는 / 윤보영 
새해의 시 / 김사랑
새해 인사 / 김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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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축시 / 윤성완
새해 아침에 / 위영남
새해의 기도 / 이성선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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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기도 / 이해인
새해 새 아침은 / 신동엽
새해 새 아침은 / 이하
새해 일기장엔 / 문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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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의 기도 / 김남조  
새해 첫날의 소망 / 이해인  
닭이 울어 해는 뜬다 / 안도현 
해님도 껍질을 벗는다 / 이국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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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시 모음 2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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