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마당/겨울

2월 시 모음

 + 2월 / 김용택

방을 바꿨다
한 개의 산봉우리는 내 눈에 차고
그 산봉위리와 이어진 산은 어깨만 보인다.
강과 강 건너 마을이 사라진 대신
사람이 살지 않은 낡은 농가가 코앞에 엎드려 있다.
텅 빈 헛간과 외양간, 분명하게 금이 간 슬레이트 지붕,
봄이 오지 않은 시멘트 마당에
탱자나무 감나무 밤나무 가지들이 바람에 뒤엉킨다.
봄이 아직 멀었다. 노란 잔디 위에서 떠드는 아이들이 소리가 등뒤에서 들린다.
계절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늘 햇살을 한짐씩 짊어지고 뛰어다닌다.
방을 바꿨다.
방을 바꾼다고 금세 삶이 바뀌지 않듯 풍경이 바뀐다고 생각이 금방 달라지진 않는다.
눈에 익은 것들이 점점 제자리로 돌아가고
그것들이 어이서 본 듯 나를 새로 보리라.
날이  흐려진다.
비 아니면 눈이 오겠지만
아직은 비도 눈으로 바뀔 때,
나는 어제의 방과 이별을 하고
다른 방에 앉아 
이것저것 다른 풍경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나도 이제 낡고 싶고 늙고 싶다.
어떤 이별도 이제 그다지 슬프지 않다.
덤덤하게, 그러나 지금 나는 조금은 애틋하게도, 쓸쓸하게
새 방에 앉아 있다
산동백이 피는지 문득, 저쪽 산 한쪽이 환하다. 아무튼,
아직 봄이 이르다.

--------------------
+  2월 / 목필균
     
저만치
산모퉁이 돌아가는
겨울바람

산비탈 쌓인 눈
스스로 녹아내리고

꽃눈 비비며
산사유 기재를 편다

-------------------
 2월 / 문인수

그대 생각의 푸른 도화연필 같은 저녁이여,
시린 바람의 억새 사이사이가 자디잘게 자디잘게 풀린다
나무와 나무 사이
나무와 억새와  바위 사이가 또한 거뭇거뭇
소문처럼 번져 잘 풀리면서
산에 있는 것들 모두
저 뭇 산의 윤곽 속으로 흘러들었나,
불쑥불쑥 지금 가장 확실히 일어서는 검은 산 아래
저 들판 두루 사소한 것들의 제방 안 쪽도 차츰 호수 같다
다른 기억은 잘 보이지 않는 저녁이여
세상은 이제 어디라 할 것 없이 부드러운 경사를 이루고
그립다, 그립다, 눈머는구나
저렇듯 격의 없이 끌어다 덮는 저녁이여
산과 산 사이, 산과 마을 들판 사이
아, 천지간
말이 없었다 그대여
마음이 풀리니 다만 몸이 섞일 뿐인 저녁이여

-------------------
 2월 /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른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                      
+ 2월 / 안도현

진눈깨비 속에서 졸업식이다
붉고 큰 꽃다발 가슴으로 슬프고 기쁜 기념사진을 찍는다
식구들과 한판 벗들과도 한판 그리고 독사진도 한판
발등에서 머리끝까지 밀가루 허옇게 뒤집어쓰고
눈발처럼 키득거러는 놈도 있다 평소에 밥먹듯이 매 맞던 녀석이다
그래도 장차 시데구분할 임자는 
이 흥청대는 이아들 중에 있다

-------------------
2월 / 윤은경 

새벽하늘을 보았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박명의 희뿌연 시야 안으로 밀가루처럼 부서져 내리는
두터운 저 창문 열려야 한다
희미하게 보이는 잿빛 능선이 등압선 같다
휴지기 없는 인공숲을 둘러싼
나는 저 시간의 능선을 알았었나
거기서 한때 빛나던 나의 나뭇잎들은 즐거웠었나
어여차 녹슨 시계를 떠 매고 가는 바람소리
아직도 
나무는 나무대로 풀잎은 풀잎대로
온몸 기울여 태양 쪽으로 발돋움하지만
너무 오래 나는 이 향일성의 배반을 
가다림의 양식을 견디지 못한다
두터운 저 창문 열려져야 한다
흙의 어둠에 맞설수록 메마르던
내 몸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
+  2월 / 이외수

도시의 트럭들은 날마다 살해당한
감성의 낱말들을 쓰레기 하치장으로 실어 나른다
내가 사랑하는 낱말들은
지명수배 상태로 지하실에 은둔해 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예감
때문에 날마다 그대에게 엽서를 쓴다
세월이 그리움을 매장할 수는 없다

밤이면 선잠결에 그대가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
소스라쳐 문을 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뜬눈으로 정박해 있는 도시
진눈깨비만 시린 눈썹을 적시고 있다

-------------------
+  2월 / 조양상
      
한시라도 바삐
겨울을 데리고
먼 길 떠나고 싶어 했던 너는
가난한 식 속들을 위해
위안부로 팔려간
우리 이모의 헤진 옷고름이다.

하루라도 빨리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이름마저도 잊어지길 원했던 너는
홍역을 겪어야 만이
쑥쑥 자랄 여린 영혼을 위해
까까머리 이마 위에 얹어진
내 첫사랑의 젖은 손수건이다.

그런 너의 슬픔을 대신하여
저수지 얼음도 쩌렁쩌렁 울어주고
설움에 불어터진 버들강아지도
노란 개나리로 피어난다.

밤을 새워
여린 생명 피어나길
두 손 모아 빌어준 너는
침묵으로 겨울잠 깨우고는 요절한
계절의 어미니,
빈 쌀독 긁어모아
이침을 차려내신
울엄니의 정화수이다.

===========
+ 2월 / 조용미
    

상한 마음의 한 모서리를
뚝뚝 적시며
정오에 내리는 비
겨울 등산로에 찍혀 있던 발자국들이
발을 떼지 못하고
무거워진다

응고된 수혈액이 스며드는
차가운 땅
있는 피를 다 쏟은 후에야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겠나
비의 피뢰침이 내려꽃히는
지상의 한 귀퉁이에
바윗덩어리가 무너져내린다

겨울산을 붉게 적시고 나서
서서히 내게로 오는 비

-------------------
2월 / 정연복
    

일년 열두 달 중에
제일 키가 작지만

조금도 기죽지 않고
어리광을 피우지도 않는다

추운 겨울과
따뜻한 봄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
해마다 묵묵히 해낸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기어코 봄은 찾아온다는 것

슬픔과 고통 너머
기쁨과 환희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음을
가만가만 깨우쳐 준다.

이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여

나를 딛고
새 희망 새 삶으로 나아가라고

자신의 등 아낌없이 내주고
땅에 바싹 엎드린

몸집은 작아도 마음은
무지무지 크고 착한 달.

-------------------
2월 / 임영준
     

메마른 발자국에
물이 고인다

단순히 잔설이 떠난 자리를
새순이 차고앉는 건 아니다

은둔의 시간이 되풀이되듯
몽우리 돋는 시절도 다시 돌아온다

게다가 기대에 부푼 뿌리 위에
어찌 절망이 솟아 나오랴

-----------------------
2월에는 / 이향아  

마른 풀섭에 귀를 대고
소식을 듣고 싶다
빈 들판 질러서
마중을 가고 싶다

해는 쉬엄쉬업 
은빛 비늘을 털고 
강물 소리는 아직 칼끝러머 시리다

맘 붙일 곳은 없고
이별만 잦아
이마에 입춘대길
써 붙이고서
녹쇠 징 두드리며
떠돌고 싶다

봄이여, 아직 어려 걷지 못하나
백리 밖에 휘장치고
엿보고 있나

양지바른 미나라꽝
낮은 하늘에
가오리연 띄워서
기다리고 싶다
아지랑이처럼 나도 떠서
흐르고 싶다

===============
2월의 시 / 정성수

자, 2월이 왔는데
생각에 잠긴 이마 위로
다시 봄날의 햇살은 내려왔는데

귓불 에워싸던 겨울바람소리 떨치고 일어나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저 지평선 끝자락까지 파도치는 초록색을 위해
창고 속에 숨어있는 수줍은 씨앗 주머니 몇 개
찾아낼 것인가

녹슨 삽과 괭이와 낫을 
손질할 것인가

지구 밖으로 흘러내리는 개울물 퍼내어
어두워지는 눈을 씻을 것인가

세상 소문에 때 묻은 귓바퀴를
두어 번 헹궈낼 것인가

상처뿐인 손을
씻을 것인가

저 광막한 들판으로 나아가
가장 외로운 투사가 될 것인가

바보가 될 것인가
소크라테스가 될 것인가.

---------------------------
 2월의 시 / 함영숙
       

겨울 껍질 벗기는 숨소리
봄 잉태 위해
2월은 몸사래 떨며
사르륵사르륵 허물 벗는다.

자지러진 고통의 늪에서
완전한 날, 다 이겨내지 못하고
삼일 낫밤을 포기한 2월

봄 문틈으로 머리 디밀치고
꿈틀 꼼지락 거리며
빙하의 얼음 녹이는 달

노랑과 녹색의 옷 생명에게 입히려
아픔의 고통, 달 안에 숨기고
황홀한 환희의 춤 몰래 추며
자기 꼬리의 날 삼일이나
우주에 던져버리고
2월은 봄 사랑 낳으려 몸사래 떤다

---------------------------
2월의 꽃 / 나호열

새살이 돋아 오르나 보다
따갑고 아린 상처 위로
새순이 올라 뾰족한 느낌
그럴수록 바람을 빼고
이렇게 낮은 자세로 하루를 보내면
몇 개의 못들이 더 깊이 박히거나
떨어져 버린다
조금씩 삐걱거리며 헐거워져 가는
마른 몸매의 시간이
화장 고치듯 상처의 흔적을 지워가도
옹골찬 돌멩이
비난하며 던진 말의 뼈들은
온전히 체증으로 남아 있다
더 멀리 
헤어지지 않으면 바라볼 수 없는
별 빛
함께 있으므로 불편해하며
단식과 눈물로 아프게 주고받는
초와
불처럼

--------------------------
2월 편지 / 홍수희

어딘가 허술하고
어딘가 늘 모자랍니다

하루나 이틀
꽉 채워지지 않은
날수만 가지고도
2월은 초라합니다

겨울나무 앙상한
가지 틈새로 가까스로
걸려 있는 날들이여,

꽃빛 찬란한 봄이
그리고 외시는 줄을
알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1년 중에
가장 초라한 2월을
당신이 밟고 오신다니요

어쩌면 나를
가득 채우기에
급급했던 날들입니다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더라도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더라도
남겨두어야 하겠습니다

===============
2월의 노래 / 윤순찬

창생의 달
온 하늘이 열려

지난겨울의 은둔
그 어둠의 침묵
자꾸만 잠겨 들던 절망의 기억
모두모두 끝났다.

물이 모이고
하늘이 열리고
빛이 태어나
이제는 희망이 있으리라
만물이 잠을 깨리라.

바다가 손뼉 치고
하늘이 웃는다
찌렁, 나도 웃는다.

------------------------------
+  2월의 문병 / 이유경

2월 한끝에서 그대 긴 숲의 기다림처럼
이제는 회복기에 누워 오한에 떨고 있으니
창밖엔 흰 눈 쌓여 녹는 날 헤아리고
잠긴 강 속에선 새파란 물 흘리고 있네
몇 날 며칠이 남았으냐 그대 외출할 때는
새소리 푸릇푸릇한 가지 씨앗의 꿈 거느리고
맑고 따뜻한 바람 한 자락 앞장에 서서
2월 한끝에서 그대 오늘은 죽은 듯 누워
상한 가지처럼 외롭게 떨어져 떨고 있으니
세상 길들 깊이 얼어붙었고
기나긴 밤 누구도 문병해 주지 않네
몇 날 며칠이 남았으냐 그대 일어날 날은
병실 모두 잠기고 바깥은 큰 눈
나 어찌하랴 서성이다 돌아서는 일뿐이니 

----------------------------
+ 2월의 이유 / 강효수
            
2월의 마지막 날
비 내리며
대지에 촉을 박으며
재촉 재촉
비 내리네

2월이 도망가네
처벅 처벅
도망가네
누구랑 그랬다지
아마 그랬을 거야

2월이 짧은 이유는
도망가다 들켰다지
도망가디 들켜
버들강아지한테 덜컥
물렸다지

누구랑 도망가다
꼬리가 잘렸다지
그랬다지 분명
그랬을 거야
2월 짧은 이유는

----------------------------
2월의 제의 / 윤의섭

아침 안개 사라질 무렵 낯익은 뒷모습이 눈에 스친다
그녀는 십일 년 전 죽은 사람이다
안갯속에서만 피어나 살고 있었다니
하루 종일 등이 쑤셔 나는
어느 폐가에서 주워왔다는 궤짝을 꺼내 천천히 쪼갠다
어느덧 말갛게 갠 서녘에 저녁 노을이 비치고
대추나무 베어낸 자리엔 굵은 대추알 매단 나무 그림자가 서 있다
정월 제숫거리는 저 대추부터 올려야겠다
장독에 담긴 노을이 거무룩하게 익어갔다
앞산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선 곰팡내가 났고
젖무덤모양 붕긋한 산이 고분이라 여겨졌다
그러고 보니 마천루를 맴돌던 까마귀도
안개 끼면 제물로 바친 온몸 가득 봄꽃 피워내는
썩은 고깃덩이에 대해 선대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가 있을지 모른다
아침 안개 사라질 무렵 마당에서 떠오른
어디서 지내본 듯한 내 일생이었다

=================
2월의 향기 / 한효순
         
열두 대문 활짝 열어
곰팡진 귀퉁이 햇살 아래 펼치고
얼룩 위에 그늘질까
조심스레 뗀 발자욱 뒤로
첫 번째 대문 닫히는 소리

귀가 멍하도록
내 팽개치듯 닫긴 문설주에
아쉬움 한 다발
목숨처럼 걸려있다

문틈으로 샌 한줄기 빛에
엿가래처럼 늘어진 그림자
휘청이는 허리춤에 챙긴
바램은
조심스레 들어선 두 번째 마당에서
솔솔 피어나는 꽃향기에 취한다

얼음 밑 개울물 소리
잠든 개구리 귓불 간질이고
버들강아지 콧노래 시작된다

-----------------------------
2월의 기다림 / 이채
       
내 당신 기다림에 얼음이 되었어도
내 가슴 벌써 분홍꽃이 피었어요
아침 햇살에 작은 가슴 열었더니
소복이 꽃망울이 맺혔는데
당신을 기다리는 내 뜰은
벌싸부터 향기로운 봄꽃이에요

봄보다 마음 먼저 실려오는
2월의 기다림
눈꽃이 흩날리던 긴 겨울도
내 창을 햇살에게 내어주고
하얀 손을 흔들고 떠나가요
잘 가요, 하얀 아가씨

지난밤 아무도 없는 그 뜰에도
여전히  달빛 고운 그리움 내리고
하얗게 쏟아지는 별들의 미소에
간절한 마음 작은 소망 실었더니
이제 정말 봄이 오려나 봐요
어서 와요, 예쁜 아가씨

---------------------------------
2월을 보내며 / 나상국

미니스커트처럼
짧은 2월이
흑심을 품고 다가서는
꽃샘추위에
설핏설핏 
속살을 내비쳐
유혹의 손짓을 한다
3월이면 곧 피어날
생강나무 노란 꽃 입에 물고

------------------------------------
2월의 마지막 날 / 나명옥

2월의 마지막 날에는
누구도 슬퍼하지 말자
곧 3월이 오고
종로며 광화문 거리에도
꽃과 초록 잎의 화분들이 즐비하게
우리들을 환한 웃음으로
맞이할 테니까

2월의 마지막 날에는
새로운 희망을 꿈꾸어 보자
아직 가보지 못한
하늘 공원도 가보도록 하고
친구가  사는 동네의
일산 호수공원에도 꼭 한 번은 찾아가자

가까운 중랑천 자전거 도로에서
어릴 적 날들을 떠올리며
씩씩하게 자전거도 타고 달려보고
올봄에는 연극 한 편도 
혼자라도 가서
흐뭇하고 여류롭게 앉아서 보는
나만의 시간을 갖도록 노력하자

행복은 다른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만드는 만족일 테니까

======================
 + 2월을 사랑하소서 / 이민영

2월은
그대 3월의 향
샘 맞는 기다림
그이를 두고 온 사랑,
잠시 녘의 겨울 마무리하고
봄 여는 길목에는 설레임으로 파릇한 바램
하늘까지 부풀어 있습니다

내려놓은 뿌리로 겨울 생채기를 안아
씨로 틔우려는 땅 꽃의 눈물
길다랗게
넓다랗게

내준 발자국 소리로 동면을 깨우고
가지는 가지 위로 물은 물 위로 땅은 땅 위로
계곡마다 드리워진 힘
줄 세어가며
나란히 나란히
고사리 손 모아 손짓하며,
역동의 산과 들
움직이는 빌딩과 자동차의 웃음 치는 정적
태어나는 마을에서
보도 위에는 새악시 같은 햇볕의 미소
아침의 눈물,

함박웃음 위 백마 탄 기사가 아기가 돼 속삭입니다

"그래 이제는 봄님이 오시는 거니
하늘가로 나오렴 들로 내리렴
햇살 든 정원에는 우리들 웃음만
물결처럼 일렁이는 붉어진 볼 조금
누렁소, 사철나무의 손사래, 싹들이 되어진 세상의
봄님과 함께 하는 거니 이쁜 옷고름도 볕에 축이게...."

가슴 쿵쿵 뛰며
얼굴 달아오르며
봄맞이합니다
아픔으로 살이 되어 온 이름들의
차가운 공간을 파고드는 생의 갈피조차
제게는 음의 씨,
모든 것들의 근원이자 시작이 됩니다

일 년을 서기로 용솟음치니 시작이 무르익고
봄도 무르익는 시작함
여름 뒤 가을, 가을 뒤 겨울마저 다정으로 올 것 같고
설레임으로 황홀한 소년
소년의 소녀는 새악시가 되어 있습니다

조바심 않고 여유로워 편지를 씁니다
겨울의 마지막 달은 편지를 씁니다
행복합니다
2월에 쓴 편지는 
사랑하여 쓴 편지 글로 부쳐집니다

봄에 님을 만날 것을
그 사랑 만나서 여름에는 익힐 것을
익혀가는 것을 준비할 것을
그렇게 만난 우리는
가을이 오면 님과 나의 집을 지을 것을
파란 동산이 단풍으로 수놓던 날 위에
작으나 성실하게 소중한
우리의 연가를 부를 것을

시를 짓고 님은 바이올린을 켜고
시를 짓고 님은 노래를 부르고
삶의 사랑
고뇌일지라고 향긋한 인생의 새벽을 맞습니다

----------------------------------------------
2월의 당신에게 띄운 편지 / 이채

모든 것이 순탄하리라고 믿기로 한다
꼭 그럴 것이라고 믿어보기로 한다
나무에 물이 오르고 꽃이 피고 푸릇푸릇 잎이 자랄 때
나의 하루하루도 그러하리라고
누구도 대신 걸어줄 수 없는
이 넓은 세상에 새로운 길 하나 내어 보기로 한다

길이라 함은 누군가 걸었기에 길이 된 것이라
아무도 걷지 않았다면 길이 될 수 없겠지
큰길에는 분명 수많은 발자국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 하나하나의 눈물과 고뇌가
흐르고 흘러 강물 같은 길이 되었을 것이다
바람에 가지가 휘어지고 잎새 우는소리 들려와도
담담한 용기를 가져보기로 한다

봄은 그리 길지 않고 하루의 절반도 어둠이지 않던가
새들의 노랫소리가 위안이 되고
그 길에서 이름 모를 풀꽃들이 나를 반겨줄 때
더러 힘겨워도 견뎌낼 수 있으리라
조금은 쓸쓸해도 웃을  수 있으리라
풀잎 스치는 바람에도 나 행복하리라

하루의 끝에는 늘 밤을 기다리는 노을이 붉지
먼 훗날 나 노을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까
때를 알고 자리를 내어주는 낙엽처럼
그렇게 고요하게 순응할 수 있을까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이 오면
한 알의 씨앗으로 흙 속에 묻힐 수 있을까
사람이여!

--------------------------------------------------------
+ 2월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 이희숙

2월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별이 서툰 자를 위해
조금만 더라는 미련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미처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은 이에게는
아직은이라는 희망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갓 사랑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그리운 너에게로 거침없이 달려가는
따스한 가슴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
그렇게 2월은 간다 / 홍수희  

외로움을 아는 사람은 
2월을 안다

떨쳐버려야 할 그리움을 끝내 붙잡고
미적미적 서성대던 사람은
2월을 안다

어느 날 정작 돌아다보니
자리 없이 떠돌던 기억의 응어리들,
시절을 놓친 미련이었네

필요한 것은 추억의 가지치기,
떠날 것은 스스로 떠나게 하고
오는 것은 조용한 기쁨으로 맞이하여라

계절은 
가고 또 오는 것
사랑은 구속이 아니었네

2월은 
흐르는 물살 위에 가로놓여진
조촐한 징검다리였을 뿐

다만 소리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여,
그렇게 2월은 간다


___________


2월 / 김용택 
2월 / 목필균 
2월 / 문인수 
2월 / 오세영 
--------------
2월 / 안도현
2월 / 윤은경
2월 / 이외수 
2월 / 조양상  
--------------
2월 / 조영미  
2월 / 정연복  
2월 / 임영준 
2월에는 / 이향아 
-------------------
2월의 시 / 정성수 
2월의 시 / 함영숙 
2월의 꽃 / 나호열 
2월 편지 / 홍수화 
-----------------------
2월의 노래 / 윤순찬 
2월의 문병 / 이유경 
2월의 이유 / 강효수 
2월의 제의 / 윤의섭 
--------------------------
2월의 향기 / 한효순  
2월의 기다림 / 이채 
2월을 보내며 / 나상국 
2월의 마지막 날 / 나명옥 
----------------------------------
2월을 사랑하소서 / 이민영 
2월의 당신에게 띄운 편지 / 이채 
2월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 이희숙
그렇게 2월은 간다 / 홍수희 

_______________

 

2월 시 모음 2

'시마당 > 겨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날 시 모음 2  (2) 2023.12.06
새해 시 모음 2  (2) 2023.12.03
새해 시 모음  (0) 2021.12.19
1월 시 모음  (0) 2021.12.12
설날 시 모음  (0) 2021.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