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지상의 모든
피는 꽃들과
지상의 모든
지는 꽃들과
지상의 모든
보이는 길과
지상의 모든
보이지 않는
길들에게
말해다오
나, 아직 별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
+ 봄
노오란 아기 고무신 한 켤레
한길 가운데 떨어져 있네
참 이상도 하지
자동차 바퀴들이 떠들며 달려오다
멈칫 비켜서네
쓰레기터 옆 버스정류소에는
먼지 뽀얗게 뒤집어쓴 개나리 꽃망울
터질락 말락 하고 있는데
'그으대에 여어 사아야랑의 미이로오여'
버스에서 내린 한 사람
구르는 돌 하나 냅다 차 던지니
한길 속 거기에 가 서네
참 이상도 하지
햇볕에 젖은
노오란 아기 고무신
누군가 벗어놓은 살처럼 얌전히 꼼틀대는
봄의 깊은 뼈.
----------
+ 가을
기쁨을 따라갔네
작은 오두막이었네
슬픔과 둘이 살고 있었네
슬픔이 집을 비울 때는
기쁨이 집을 지킨다고 하였네
어느 하루
찬 바람 불던 날 살짝 가 보았네
작은 마당에는 붉은 감 매달린
나무 한 그루 서성서성 눈물을
줍고 있었고
뒤에 있던 산, 날개를 펴고 있었네
산이 말했네
어서 가보게, 그대의 집으로
----------
+ 감자
감자여
거기 검은 비닐의 홑이불을 제치고
두 개의 굵은 뿌리와
백서른다섯 개의 실뿌리를 공중을 향하여 굽이치고 있는 너
온몸을 쭈글쭈글하게 하면서
금빛 욕망을 지구에 접속시키고 있는 너
네 눈물의 소금기가
베란다를 적시고
엘리베이터를 적시고
아파트 정문으로 흘러내린다
모든 향수와
모든 부재와
모든 유토피아
어쩔 수 없구나
일으켜 세우라
눈물이여,
거기 두 개의 굵은 뿌리와
백서른다섯 개의 실뿌리를 지구를 향하여 굽이치고 있는 너
---------
+ 고독
잠자리한 마리가 웅덩이에 빠졌네
쭈글쭈글한 하늘이 비치고 있었네
서성대는 구름 한 장
잠자리를 덮어주었네
잠자리 두 마리가 웅덩이에 빠졌네
쭈글쭈글한 하늘이 비치고 있었네
서성대는 구름 한 장, 구름 곁 바람이
잠자리를 덮어주었네
잠자리 한 마리가 울기 시작했네
잠자리 두 마리도 울기 시작했네
놀란 웅덩이도 잠자리를 안고 울기 시작했네
눈물은 흐르고 흘러
너의 웅덩이 속으로 흐르고 흘러
너를 사랑한다.
======
+ 눈발
외롭지 않아요. 우린
함께 함께 내려가요. 우린
머리칼 죄 뜯긴 나무 위에 풀 위에
몸살 앓는 잔돌 위에 산등성이 위에
쇠꼬챙이 담벼락 위에
비둘기 날개 위에
안녕 안녕, 돌아서는 사람들 솟은 어깨 위에
납작 누운 불경기 지붕 위에
호텔 보드라운 창틀 위에
취기 오른 불빛 위에
그리고 미사 위에
언제나 언제나 홀로 서 있는 십자가 위에
끝내는 눈물이 되어
눈물이 되어 온 땅
질퍽질퍽 흐느끼게 해요
함께 함께 흐느끼게 해요
======
+ 돌아
너 아직 거기 있느냐
사월에 던진 돌아,
꽃샘바람 몹시도 불어 가는
길모퉁이
연탄재며 밥 찌꺼기
혹은 목 떨어진 개나리꽃 새
꾸부정하게 끼어 앉아
깨진 머리로 빛나는 돌아
으스름 무렵이면
한 잎 가득 피 배어문 하늘이
네 얼굴처럼 달려온다.
날이라도 궂어
출출출 비 내리쏟는 날에는
흠집투성이 우리 가슴결엔
화들짝 살아오는 숨소리, 고함소리
난장판으로 강물이 흐르고
뒷산 허리에선
우르르 우르르
우리 몸서리 요란했다.
아직 거기 있느냐 너
사월에 던진 돌아,
개나리 활활 일어설 때를 기다려
아, 그 꽃잎 꽃잎에 생채기 흠씬
문댈 때를 기다려
일년이고 십 년이고
수유리 한구석
차마 못 떠나는 돌아
네가 못 떠나는 이 땅에
올해도 사월은 가지만
우리는 영영 남아 있다 그 사월에.
-------------
+ 가는 곳
달이 뜬다,
산 너머 칡 밭에는
떨어진 눈썹 몇 개
살 몇 점
홀로 채비를 서둔다.
가다가 더러 귀신 만나면
가는 곳 잊지 말고 물어두게.
-------------------
+ 거리 시(詩)
컴컴한 하늘을 등에 지고 서 있는 그 여자를 보십시오.
쉴 새 없이 외치는 그 여자의 붉은 칠한 입술을 보십시오.
그 여자의 입술이 흔들릴 때마다
몸 흔들며 달리는 찬바람을 보십시오.
번쩍이는 불빛들을 지나서
바람에 문들이 가득 덜컹거리는
골목과 골목을 탐욕스럽게 핥으며
천지에 누운 먼지들
낮은 리어카 위에 쌓는 것을 보십시오.
"오리지널 골덴니트가 싸요, 싸―."
붉은 칠한 입술 속으로
세계의 흙들이 흐르고 있음을 보십시오.
아직도 어둠은 빛의 어머니임을 보십시오.
길을 삼키는 끝없는 길을 보십시오.
꿈을 삼키는 끝없는 꿈을 보십시오.
찬바람에 떠는 그 여자의 두 손이
무덤의 풀처럼 파아랗게
밤하늘의 별을 가리키는 것을 보십시오.
흐르는 무덤들이 이 저녁거리
흔들림도 없이 지구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십시오.
캄캄한 하늘을 등에 지고 서 있는 그 여자
어둠이 빛인 그 여자.
-------------
+ 붉은 해
여기서 해는 서산으로 지는데
붉은 해 등진 큰 별에서
바리바리 피를 모으던 어머니
부끄러워라 우리 살은
한 대접 냉수에도 쉬이 풀리는
소금이라 하더이다.
------------
+ 사랑법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뒤에 있다.
-------------
+ 그 여자 1
아침이면 머리에
바다를 이고 오는 그 여자.
생굴이요 생굴!
햇빛처럼 외치는 그 여자
바람 한 점 없어도
일렁이는 주름 그 여자.
손등엔 가득
먹구름 울고 우는그 여자.
비 언제 올지 몰라…
비 언제 올지 몰라…
늘 파도치는 든든한
엉덩이 그 여자.
어둠보다 빨리
새보다 가벼이
해님하고 같이 걷는
예쁜 예쁜 그 여자.
-----------------
+ 두 갈래 길
그날도 우리는 달리고 있었어요, 그림자 가득한 숲의 입들이 우리의 길을 핥아대고 있었죠, 단풍나무가 소리쳤어요, 저쪽으로 가게-, 소나무가 소리쳤어요, 이쪽으로 어서어서-, 사슬 풀린 개 한 마리 쫓아오고 있었어요…… 개의 이빨이 푸른 햇빛 아래서 널름거렸죠, 뒤집어진
돛폭처럼 펄럭펄럭, 길은 두 갈래…… 언제나 둘…… 두……
우리는 달리고 있었어요, 평화의 하얀 꽃 클로버를 지나서, 자작나무 큰 키를 지나서, 두 개의 동그란 빵 같은 작은 무덤을 지나서, 잠자리 은빛 날개들 웅성이고 있는 약수터를 지나서, ……지나서, 지나서……
지금도 우리는 달리고 있어요…… 그대는 이쪽으로, 그대는 저쪽으로……
햇빛- 날리는- 두 갈래-
길 위-
--------------------
+ 등불과 바람
등불 하나가 걸어오네
등불 하나는 내 속으로 걸어 들어와
환한 산 하나가 되네
등불 둘이 걸어오네
등불 둘은 내 속으로 걸어 들어와
환한 바다 하나가 되네
모든 그림자를 쓰러뜨리고 가는 바람 한 줄기
--------------------
+ 물방울의 시
펄럭이네요.
한 빛은 어둠에 안겨
한 어둠은 빛에 안겨
지붕 위에서 지붕이
풀 아래서 풀이
일어서네요, 결코
잠들지 않네요.
달리네요.
한 물방울은 먼 강물에 누워
한 강물은 먼 바다에 누워
거품으로 만나 거품으로
어울려 저흰
잊지 못하네요.
이윽고 열리는 곳
바람은 구름 사이 문 사이로 불고
말없이 한 별
허공에 일어나
부르네요.
눈뜨라 오 눈뜨라
형제여.
============
+ 물에 뜨는 법
힘을 빼야 하네
어깨에서 어깨 힘을
발목에서 발목힘을
그런 다음
헐거워진 그대 온몸
곧게 곧게 펴야 하네
그대 어깨에서
키 큰 수평선들 달려 나오고
그대 발목에서
꽃 핀 섬들 달려 나와
황금빛 지느러미
훨 훨 훨훨
흔들 때까지
예컨대
길이 길의 옷을 입을 때까지.
-------------------
+ 배추들에게
비 내리는 장터에 모여 앉은
너희들을 본다.
옹기종기 쓰레기더미 위에 엎딘
너희들을 본다.
비바람에 푸른 살 찢기우고
목숨 꽂은 언 땅에서도 쫓겨나
탐욕의 비늘 낀 손 기다리는
아아 너희들
동강난 뿌리.
너희들은 울고 있다.
파도 빛 이파리 허공에 악물어
펄럭펄럭 왼 동리에
눈물 섞어 휘날리며
허리춤엔 낙동강 흙내를
가슴께엔 두만강 솔바람을.
모가지여
이 비탈에도 눈이 오면
한 무더기씩 두 무더기씩
없는 피 쏟아 내릴
모가지여
머리엔 흰 눈이 내려
흰 눈 펄펄펄 엎어져
천지에 흐느낌 괴는 지금은
어스름 저녁, 잔별도 돋지 않는.
-----------------------
+ 낙동강의 바람
그대 있는 곳을
나는 아네.
그러게 이리 정신없이
몸 흔드는 게 아닌가.
그대 잠들지 않는 이유를
나는 아네.
그러게 이리 한 많은 소리로
뼈 부서지는 게 아닌가.
살이 살을 뜯는 거리에서
울음 떼 무성한 언덕쯤에서
출렁임이 또 한 출렁임 낳아
돌아가지 못하는 것들이여.
오늘은 돌아가지 못하는 것들끼리
저무는 해를 만지고 있는데
그대 가는 곳을
나는 아네.
얼었다 녹으며
녹았다 얼며
이 구름 밑
살지 못해 죽는 그대
오, 죽지 못해 사는 그대.
------------------------
+ 겨자씨의 노래
그렇게 크지 않아도
돼.
그렇게 뜨겁지 않아도
돼.
겨자씨만 하면
돼.
겨자씨에 부는 바람이면
돼.
들을 귀 있는 사람은 알아 들어라*
가장 작은 것에
가장 큰 것이 눕는다.
-----------------------
+ 국화꽃 한송이
국화꽃 한 송이
날아간다
날아가는
국화꽃 꽃잎 한 장
별이 붙든다
별은 젖어
가장 먼 곳에서
가장 가까이 달려오는
그대의 꽃잎 젖은
한 장.
============
+ 너를 사랑한다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 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뺨이 저렇게 빨간 것은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일몰의 새 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흘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아, 그때는 그걸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너를 사랑한다
------------------------
+ 빨래 너는 여자
햇빛이「바리움」처럼 쏟아지는 한낮, 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다, 그 여자는 위험스레 지붕 끝을 걷고 있다, 런닝 셔츠를 탁
탁 털어 허공에 쓰윽 문대기도 한다, 여기서 보니 허공과 그 여
자는 무척 가까워 보인다, 그 여자의 일생이 달려와 거기 담요
옆에 펄럭인다, 그 여자가 웃는다, 그 여자의 웃음이 허공을 건
너 햇빛을 건너 빨래통에 담겨 있는 우리의 살에 스며든다, 어물
거리는 바람, 어물거리는 구름들,
그 여자는 이제 아기 원피스를 넌다. 무용수처럼 발끝을 곧추
세워 서서 허공에 탁탁 털어 빨랫줄에 건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그 여자의 무용은 끝났다. 그 여자는 뛰어간다.
구름을 들고.
-----------------------
+ 봄이 오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
그대의 첫사랑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의 맨발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이 밟은 풀잎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이 흔들리는 바람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이 밟은 아침 햇빛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이 꿈꾼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반짝이는 이슬
곁으로 곁으로 맴도는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의 꿈 엷은 살 속
으로 우리는 간다. 시간은 맨머리로
간다. 아무도 어찌할 수 없다,
그저 갈 뿐, 그러다 햇빛이
되어 햇빛 속으로 가는
그대와 오래 만나리
만나서 꿈꾸리
첫사랑 되리.
----------------------
+ 빗방울 하나가
무엇인가가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륵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
+ 바라데기의 여행노래
저 혼자 부는 바람이
찬 머리맡에서 운다.
어디서 가던 길이 끊어졌는지
사람의 손은
빈 거문고 줄로 가득하고
창밖에는
구슬픈 승냥이 울음소리가
또다시
만리길을 달려갈 채비를 한다.
시냇가에서 대답하려무나
워이가이 너 워이가이너
다음날 더 큰 바다로 가면
청천에 빛나는 저 이슬은
누구의 옷 속에서
다시 자랄 것인가.
사라지는 별들이
찬바람 위에서 운다.
만리길 밖은
베옷 구기는 소리로 어지럽고
그러나 나는
시냇가에서
끝까지 살과 뼈로 살아 있다.
====================
+ 붉은 저녁 너의 무덤가
귀뚜라미 한 마리 걸어오네
너풀거리는 두 개의 더듬이
등에 찰싹 붙어버린
두 개의 날개
붉은 저녁 너의 무덤가
달이 떴는데
미끄러지지 않는 그림자 하나
무릎에 앉혀
- 이제 겨우 풀 하나를 지나갔군
타박타박
붉은 저녁 너의 무덤가
-그 풀은 너무 억세었어
-서로 싸우고 있었어
-허리를 비비대며
-글쎄, 싸우고 있었다니까
내 가슴
어둠 겹겹
붙잡고 붙잡네
놓아주지 않네
사랑의 비늘 하나!
---------------------------------------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칼
그 나무 지금도 거기 있을까
그 나무 지금도 거기 서서
찬비 내리면 찬비
큰 바람 불면 큰 바람
그리 맞고 있을까
맞다가 제 잎 떨어내고 있을까
저녁이 어두워진다
문득
길이 켜진다
----------------------------------------
+ 엘리베이터 속의 꽃잎 한 장
엘리베이터를 타니 어디서 묻어온 것인지 꽃잎 한 장이 떨어
져 있었다. 잔뜩 가슴을 오므리고 파리한 주홍색 얼굴로 떨고 있
었다. 엘리베이터의 단추를 눌렀다. 투덜대는 구름의 낮은 기침
소리. 우리는 상승했다. 상승, 상승....................... 엘리베이터의 문
이 열렸다. 바람이 휙 - 하고 불어 들어오면서 꽃잎 한 장을 싣
고 갔다. 나는 거기 놔둔 채, 닳고 닳은 내 마음자리 거기 벽 속
에 가둬둔 채.
--------------------------------------------
+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당신의 손
당신이 내게 손을 내미네
당신의 손은 물결처럼 가벼우네.
당신의 손이 나를 짚어보네.
흐린 구름 앉아있는
이마의 구석 구석과
안개 뭉게뭉게 흐르는
가슴의 잿빛 사슬들과
언제나 어둠의 젖꼭지 빨아대는
입술의 검은 온도를.
당신의 손은 물결처럼 가볍지만
당신의 손은 산맥처럼 무거우네.
당신의 손은 겨울처럼 차겁지만
당신의 손은 여름처럼 뜨거우네.
당신의 손이 길을 만지니
누워있는 길이 일어서는 길이 되네.
당신이 슬픔의 살을 만지니
머뭇대는 슬픔의 살이 기쁨의 살이 되네.
아, 당신이 죽음을 만지니
천지에 일어서는 뿌리들의 뼈.
당신이 내게 손을 내미네
물결처럼 가벼운 손을 내미네
산맥처럼 무거운 손을 내미네.
____________
꽃
봄
가을
감자
고독
--------
눈발
돌아
가는 곳
거리 시
붉은 해
------------
사랑법
그 여자 1
두 갈래 길
등불과 바람
물방울의 시
-----------------
물에 뜨는 법
배추들에게
낙동강의 바람
겨자씨의 노래
국화꽃 한송이
-------------------
너를 사랑한다
빨래 너는 여자
봄이 오고 있다
빗방울 하나가
바라데기의 여행노래
------------------------------
붉은 저녁 너의 무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칼
엘리베이터 속의 꽃잎 한 장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당신의 손
__________
강은교 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