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병
나는 노병입니다
태어나면서 입대하여
최고령 병사 되었습니다
이젠 허리 굽어지고
머릿결 하얗게 세었으나
퇴역명단에 이를 나붙지 않았으니
여전히 현역 병사입니다
나의 병무는 삶입니다
---------------
+ 사막 12
사막의 안부를 묻는다
하늘엔 구름과 바람 없으며
모래층에도 미동 하나 없다는 열대 사막들.
연평균 강우량이 0.6밀리인
칠레의 아라카미사막에게
특히 문안 여쭙는다
새하얀 거대 도화지를
자국도 없이
상하로 자른 실금 사이 지평선에
벌컥벌컥 숨 쉬며 솟아오르는
원시 그대로의 태양,
천년을 한 글자로 셈해도
두꺼운 책이 될 무궁세월 동안
사막은 공포스럽고 불가사의한
단독자 그분이느니
그 추상의 존재에게
먼 이 쪽 개미군단의
게개미 하나가
기이한 신열 치받아 문안드린다
------------
+ 적요
1
내 희비의 은밀한 부호를
땅속에 묻었으니
언젠가 안 보이게 싹이 날 게야
적요의 꽃으로 피어나서
누군가의 적요와
문득 만날 게야
2
멀리 가는 메아리와
먼 데서 온 메아리
그런 건수들의
어느 순서에선가 태어나서
만상 안에 제일로 겸허한
그 어른, 적요
---------
+ 첫 봄
1
꽃샘눈과 벙그는 홍매 하는
청결한 새봄의 한 쌍 내외인데
하나는 오고
하나는 간다
서로 뒤돌아본다
2
사랑하면 둘이 살다가
한 사람 세상 떠나고
남은 이의 세월 천년이란다
천년 세월 그간에도
하늘 항상 푸르리
=======
+ 축원
내 시린 어깨를 보듬어주는
노숙한 연민
그대 누구신가
그대도 나처럼 늙지 않았다면
내 삐걱이는 뼈마디 어이 알고 짚어주리
그대를 나의 앞 순서에 세워
신령한 큰 어른이 임하실 때
먼저 치유받아 아름답게 하리
이는 내 축원이네
-----------
+ 탄피
조금 먹인 사람과
내 마음 아픈 곳도 봐버린 사람이
저승인가 하는 데서
함께 배를 타고 느릿느릿 흔들린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은
탄피 조각으로
내 안에 박혀 있다
-------------
+ 평화
누구라도 그를 부를 때
속삭임으론 안 된다
자장가 가락으로 노래해도 안 된다
사자처럼 포효하며
평화여, 아니 더 크게
평화여, 천둥 울려야 한다
그 인격의 품위
그의 출중한 아름다움
그가 만인의 연인이며
새 천년 이쪽이쪽의 최고 인물인
평화여 평화여 부디 오십시오,라고
피멍 무릅쓰고 혼신으로
그 이름 연호해야 한다
그러다 호명만으론
안 올지 몰라
평화가 모자라 죽어간 형제들이
세상에 남긴 그 수저로
못다 먹은 저들의 밤과 희망을 먹어주고
우리의 밥과 희망도 먹으면서
인류의 이름으로
사랑보다 더한 사랑을 고백할 때
아아 평화여
신성한 심장이여
비로소 그가 오리라
----------
+ 해달
해달은 날마다 오십 번 이상
먹이사냥을 해야 살아갈 수 있다
해달의 새끼들도 빠르게 자라
배고파 배고파를 외쳐댄다
마침내 해달은 자립하기 좋은 곳을 찾아
새끼들이 버려두고
몸을 숨기는데
다른 연분을 만나 이 비극을
되풀이하기도 한다
사람은 어떤가
날마다 오십 번 이상
보고 싶거나 집착에 시달리거나
고통스럽고 원통하고 등등에 보태어
오십 번 이상 죽고 싶거나
더 여러 번 맹렬히 살고 싶거나....
맙소사
사람은 이 전부를
날마다 혼자 먹어 치우고도 배가 고파
한밤중에 잠을 깨곤 한다
======
+ 혈서
은밀한 혈서 몇 줄은
누구의 가슴에나 필연 있으리
시간의 시냇물 흐르는 동안
글씨들 어른 되고 늙었으리
적멸의 집 한 채엔
고요가 꽉 있으리
너무 늦었다거나
아직 아니라거나
그런 말소리도 잦아들었으리
사람의 음성은
핏자국보다 단명하기에
--------------
+ 나무들 7
나무는 서 있는 공부부터
지라면서 멀리 보는 공부와
어떤 날씨와도 잘 지내는 공부
서로 다가서진 못해도
푸르게 손 흔드는 공부
나무는 공부를 좋아한다
뿌리에 물 내리는 공부
하늘과 구름 그 아득함에서
들꽃, 풀벌레, 모든 종의 형제들에게
하나하나 인사하는 공부
땡볕엔 햇볕가리개로
나그네 쉼터 되는 공부
나무는 밤에도 공부한다
해 저물고 밤 깊어도
세상은 아름답다는 공부
어느 라 어느 밤 그 누구도
혼자는 아니라고
편지 보내는 공부
----------------
+ 나무들 8
바람 부스러기로
가랑잎들 가랑잎나비로 바람 불어 갔으니
겨울나무는 이제
뿌리의 힘으로만 산다
흙과 얼음이 절반씩인
캄캄한 땅속에서
비밀스럽게 조제한 양분과 근력을
쉼 없는 펌프질로
스스로의 중수리까지
멀어 올려야 한다
백설로 목욕, 얼음 옷 익숙해지기,
추운 교실에서 철학책 읽기,
모든 사람과 모든 동식물의 추위를 묵념하며
삼동 내내
광야의 기도사로 곧게 서 있기
겨울나무들아
새 봄 되어 초록 잎새 환생하는
어질어질 환한 그 잔치상 아니어도
그대 퍽으
잘생긴 사람만 같다
---------------
+ 나와 나
범선을 타고 내가 떠난 후
부두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는 내가 또 있다
더 이상한 건
떠나간 나와 남이 있는 나를
세균검사처럼 점검하는 세 번째의 나
이 상황을 진단할 의사나 법관은
언제 어디에서 오려나
========
+ 낮과 밤
햇살 붉은 한낮과
안식의 푸른 밤이 맞물려
낮 기울면 밤
밤 다하면 낮인 거
지극 호사여라
더하여 그 심오한 갈피에는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구만리 강물
------------
+ 민감성
지하수 가멸한 물소리도
그대는 들을 듯싶군
눈으로 보는 듯이 알 것만 같군
살결에 문신 새긴 사람이
맨살 긁힐 때의 아픔을 간간히 반추하듯
그대의 날이 선 민감성을
나의 혈관에 이입하여
내 몸 안에 섞어 녹이고 싶군
두메 간이역의 목의자에
초췌한 모습으로 나란히 앉은
그 연민스런 옆 사람이듯
그대의 만감성이 측은하여
내가 아프다
-------------
+ 밤에게
내가 잠 깼을 때
밤은 먼저 눈 떠 있었다
거울 속엔 달력 하나 그러니까
반대로 읽히는
세월 한 자락,
시간은 한밤중 3시에 닿아가고
과로하구나라고
위로의 말을 유발하는
가멸한 초침 소리
밤의 척추가 약간 휘어져
안식이 모자람을 알 수 있기에
창가 빈 의자에
막 도착한 사람처럼 앉아
만인의 휴식과 양분이 밤이
더 느긋이 쉬고 떠나게 되기를
충직한 아내처럼
내가 지켜보련다
------------
+ 보통날
당신은 누구십니까
데레사 수녀가 주님께 여쭈었다
나는 데레사의 예수입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주께서 나직이 물으셨다
저는 예수님의 데레사입니다
그날도
보통만큼의 빛과 공기가
자욱했다
========
+ 삼형제
귀중한 신앙,
겸손한 기쁨,
소멸되지 않는 진실,
이들 삼 형제가
하늘을 이불 삼아
잠자고 깨어나고
-----------
+ 숭례문
지나가려느냐 배고프진 않으냐
간절하게 보내고 가는 길 아슴히 바라보는
아아 그 숭례문
송별의 대왕이시여
나라 성문의 맏형이자
나라 보물의 으뜸어른이여 숭엄하도다
육백 세 고열이신 몸이
홀연 불 질러져 불의 태풍 속에
소신공양이라니
그러나 역사의 영혼이
천벌보다 먼저 당도하여
거룩한 뼈는 구했으니
우리 몸의 살비듬에서 정갈한 한지 한 장씩을
울음으로 그 뼈에 입히나이다
불멸의 숭례문이여
순결한 큰 가슴이여
불과 재를 털고 일어서는 새 생명의 영험으로
온 세상의 아픈 이를 고치는
치유와 가호의 대문 되옵소서
시작은 있으나 끝은 없는
신의 수명이시옵소서
--------------
+ 숲과 불
어찌 되었나
산불에 화상 입은 숲
바람이나 새들처럼
날개 한번 푸드득이지도 못하고
불바다 한가운데
서서 있지만 서서 있기만 했던
나무들.....
숭례문처럼
사람이 홧김에 불 질렀다지
그것이 큰 산불 되었다지
숭례문의 넋이 와서 또 한 번 불에 휩싸였으니
불 지른 자의 천벌
백배로 부풀었으리
절망의 두 번째 영혼은
희망이라 했던가
원자폭탄 그 초토에도 울창한 숲이
환생했으니
우리도 숲의 신앙을 추스러지고
그러면 된다고 말하는가
아니다 아니다
푸른 숲을 붉은 죽음이 삼킨
그 사실보다
더 용서 못 할 진실은
이 세상에 없다
--------------
+ 어휘들
시 쓰다 버린 어휘들
지나치게 맨 살결이거나
과장, 요설, 안온한 수사법 등은 안 되지
말의 계율 앞에서
나는 매번 겁먹는다
제외된 말들은
과녁을 못 맟준 화살로
공중을 맴돌다가
나에게 되돌아온다
그럴 테지
나의 토양에서 돋아나 자랐으니
달리 익숙한 곳이 없겠지
내 허름한 땅 가장자리에나마
허리 펴고 눈감아 쉬거라
=======
+ 음악회
소록도 나환자들의 섬에
런던 필하모니아와 조용필의 음악회가
꿈꾸듯이 펼쳐진 사실을
조간신문에 읽었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느리고 간절하게,
조용필의 <친구여>와 <꿈>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반주에 실려
가슴 에이는 절창으로
감동의 고통을 유발했으리
졸트 티하머 비존테라는
필하모니아의 악장은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알기에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전해주고 잠시나마 다른 행성에 머무는
느낌을 안겨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세상이 거룩한 빵처럼 부풀어 오르고
사람들은
어느 동안 먹고 살 식량과 물을
얻게 되었으리
조용필은 친숙하고 베토벤은 낯설다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리
특별한 밤이
모든 이이게 공평하게 다녀가고
다음 날 새벽에
이 사실을 보도하는 조간신문이
집집마다 배달되었다
-----------------
+ 눈의 행복
백 번쯤 허사이던 기도
그다음 또 다음도 허사일 때
청원 거두고도 평온 넘치는 신앙이
나의 원이다
안도와 사랑만으로
어버이를 바라보는 아이처럼
나도 내 하느님을 뵙는 일
정녕 소원이다
물에 금 그은 자국 남지 않듯이
못 받아 덜 채운 것
괜찮다 아무 일 아니다
삼라만상의 오묘함을 바라보는 눈의 행복
지금도 온 누리 빛의 목욕이니
이것이면 된다
나의 눈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다
----------------
+ 말의 표현
넓디넓은
할 말들의 바다에
내 말의 몇 방울을 보태고
울창한 숲의
허구많은 할 말들의 잎새에
내 할 말의 몇 잎을 보탠 후
반은 세상의 고요
반은 스스로의 침묵
이 갈피에 잠입해 들어왔다
말의 포만에 지쳐서이다
-----------------
+ 몸 진술서
척추골절의 통증 더는 못 견뎌
고통이 실험 고통에 비수로 꽃을 거야라고
사생결단 싸우다 참패하여
나는 내 몸의 굴복을 선고했다
내 허약함을 스스로 고발하고
그 판단을 자청했다
어이하리 어이하리
마른 눈물로 꺼이꺼이 울면서
굴복으로 포기한
내 귀중품목들을 되돌아본다
미약하나 생의 기둥인 나의 신앙,
어설픈 말재주였을지도 모름
그러나 피로 쓴 나의 시,
오매불망으로 사랑한 사람들
어이없다
내 정신 그 위기 때마다
굳세어라 금순아로 버터주던 내 몸이
오늘은 정신과의 이혼이며
스스로의 영혼조차 낯설어하다니
캄캄한 나를
검은 자루에 넣고 바늘로 꿰매는
그 망연자실의 순서에 이르러
지금 서서히 동이 튼다
==========
+ 먹이사슬
심해 수백 킬로까지
쾌속으로 떼 지어 다니는 거대상어들
고래도 잡아먹는 포식자들
군대처럼 줄을 지어
한 입씩만 베어 먹곤
다음 상어에게 먹이를 양보한다
몸길이 4미터에 평균수명 60년
가장 즐기는 음식은
어미 품에서 갓 독립하는
어린 바다표범인바
단번에 삼키면
그 순간 칼로 벤 듯
바다의 정적이 찢어진다 한다
살려거든 이러하라고
뭇 생명에게 먹이사슬의 짐을 지워
세상에 방생한
그분 누구신가
-----------------
+ 미래의 시
미래의 시는 어디에 있나
미래의 시인은 어디쯤 오고 있나
이 시대엔 못다 짚은 사념
못 듣고 못 본 불사가의
신이 내놓지 않은 천둥번개
지구의 끝까지
시인은 오고 시는 쓰여지리니
희노애락의 사슬
천재들의 예지
해부로도 밝혀낼 인간의 진정성
시여
절망적인 희망이여
------------------
+ 새와 나무
작은 새 하나
가녀린 나뭇가지 위에
미동 없이 머문다
얼음처럼 깨질 듯한 냉기를
뼛속까지 견디며
서로 측은하여
함께 있자 했는가
모처럼 세상에
진실로 가득해진 그 중심에
이들의 화목이
으스름한 가락지로
끼워져 있다
------------------
+ 성명문서
종이의 이름을 쓰던
그 사람이 파도처럼 다가온다
아니다 그리 원했을 뿐이다
종이에 이름을 담으면
정직한 인격으로 출석하는 그들
그중 몇 사람은
우주여행 중이다
내 마음을
과일처럼 베어 먹던 사람
반겨주진 못했으니 외롭고 선량하던 사람
피멍울 번지며 그립던 사람
문인들은
그의 삶에 문학이 보태져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밤 깊어도 멈출 수 없다
한 여름을 여러 번 겹쳐 쓰기도 한다
적막하고 숙연하다
비통하면서 뭔가 치명적이다
글씨들 뭉개져 알아보지도 못할
이 비장의 성명문서를
차마 버릴 수 없어
귀중풍 서랍에 넣어둔다
==========
+ 소년 성인
불붙은 숯을 입안에 넣은 채
순교한 소년 성인이 있다
유 베드로, 그는 열네 살이었다
나는 팔십 년 이상을 살면서
연달아 무슨 말이건 지껄이고 있다
----------------
+ 신의 기도
이제는
신께서 기도해 주십시오
기도를 받아오신 분의
영험한 첫 기도를
사람의 기도가 저물어가는 여기에
깃발 내리듯 드리워주십시오
가슴으로 사랑이 올 때보다
더 빠르게, 눈 몇 번 깜박이는 사이
죽음이 수만 명의 산 사람들 삼킨 일은
분명 착오였습니다
공포가 다녀가고
바늘 찌르는 외로움 사위고
희망이 바람 불다 뭉개질 때
하느님께서 그들을 품어주셨겠지요
아닙니까?
끝을 모르면서
끝의 끝까지 돌아 나와
어질어질, 가물가물 저희에게
최소한 이 한 말씀의
천둥 울려주십시오
"내가 알고 있다 내가 참으로 다 알고 있다"라고
오오 하느님
-----------------
+ 어둠의 잠
어둠은 미세한 가루로
물체들의 피부에 입혀지다가
무게를 불리면서 가라앉는다
어느 동안 혼자 놀다
어둠의 용량이 실해지면
이부자리에 몸을 뉘이듯 잠이 든다
천지가 자국 없는
한 솔기로 이어질 때
어둠의 잠은 바다 밑처럼 깊다
부산히 삐걱거리던 문들이 닫히고
숨 쉬는 일만이
유일한 직무 같다
이 토양에
세상 만물이 뿌리를 묻었다가
풋풋한 식물로 다시 돋아나면
곧 새날의 천지개벽
살수차의 물처럼
어둠은 가루 되어 흩어지고
햇살 알갱이들이 붉은 장미를 피울 때
하루 분의 노동과 식량이
애환과 희망을 곁들인
아침 밥상으로 차려진다
-----------------
+ 여름 추위
불내음 자욱한 폭염
모든 이가 공평하게 화상 입었다
이런 날 추워 추워 울부짖는
저들 누구인가
멀미 나는 찌통더위에
추워 추워 몸을 떠는
저들 누군인가
사람 세상에
불행히도 가해자와 피해자 있어
피해자들 죽을 뻔 죽을 뻔하는 거기에
비 오듯 내리쏟는 가혹한 얼음분말
멈추어라
가해의 손을 거두어라
사람은 태어나면서 스스로 충분히 춥다
이미 넉넉히 춥다
....... 춥다
==========
+ 작가미상
고전이 된 명작 중엔
작가미상인 게 적지 않아
온 세상 사람이 아주 오랫동안 퍼내어도
그 수량 다하지 않는
마법의 샘물이여
요샛말로 익명의 기부이다
가장 부유한 이의
가장 겸손한 공짜라니
---------------
+ 허수아비
실바람에도 흐느적이는
헐렁한 단벌옷으로
해 저문 논두렁에 서 있는 허수아비
누군가의 모습 같고
나의 모습 같다
배고파도 허리 곧은 자세
덩그러니 혼자여도
햇빛 향해 두 팔 벌린 점을
나는 닮고 싶고 내 자식도
닮았으면 좋겠다
-----------------
+ 겨울 어느 날
겨울 막바지에
묽은 햇빛과 눅눅한 바람이 한끝씩
빨래를 잡고 말린다
빛과 바람의 모세혈관이
섬유를 빗질하는 섬세한 소통을
처음으로 눈치챈다
캄캄한 땅속을
명주실 꿴 바늘처럼
기워 흐르는 지하수도
흐르다가 서서히 얼어 멈추련만
모래시계 안에서
가룻밭 고르게 쌓이는
시간의 뼛가루는
유독 멈추지 않으리라고
이상하다
내 오관의 눈시울들이
한기 속에
홀연 잠을 깬다
---------------------
+ 결혼과 연애
결혼은 성문에 들어
성안의 주민으로 살고
연애는 성 밖의 초막에서
바람옷 젖은 신발로 산다
결혼은 율법의 승인이며
연애는 그리움의 서원이다
결혼은 아름다우나 무겁고
연애는 아름다우나 슬프다
결혼과 연애의 공통점은
완전한 결합의 영원한 반려를 찾기 위해
이 세상에서
약혼을 시도하는 일이다
=============
+ 나의 시에게 4
나는 시인 아니다
시를 구걸하는 사람이다
백기 들고 항복 항복이라고 굴복한 일
여러 번이다
산수 갑산 돌며
실컷 놀다 온 너에게
타지에 나돈 건 오히려 나라고
사죄하고 참회했다
마침내
짝사랑의 명수 되고
너의 부재를 견디는 공부에도
도통할 즈음
시여 네 모습 설풋이 보이니
내 가슴 뛰고 황홀하여
다시금 손 내미는구나
-----------------------
+ 나의 시에게 5
출타한 네가
백 년 이백 년에도 귀가하지 않아
내 순정의 기다림은
기다림의 혼령 되어
세월의 분말을 가르며 날아갔다
달이 한참 거리의
흙을 굽어보듯 하는 눈짓,
시여 이제 돌아왔는가
그사이 실을 꿴 바늘자국을 남기며
어떤 심각한 공부로
동서남북을 떠돌았기에
이리 초췌한 모습인가
하여 이번에도
나는 용서할 입장 그 아니고
용서받을 처지라고
기죽여 머리 끄득이느니
시여 한평생 나를
이기기만 하는 시여
---------------------
+ 눈 오는 날
하늘나라 얼음 갈려
시린 눈발 부스스 부스스 내리는 날
오래 살아온 세월의 은공으로
온 세상의 추운 이들
모두 한편임을 새삼 일깨운다
소슬한 하늘 꼭두에서
머나먼 이 지상까지
가득히 차오르는 고요와 추위,
사람은 저마다 홀로 이곳을 다녀 나오고
몸 아니 마음 추운 날도
수백 번 견뎌오기에
서로를 품어 안는
사람다운 모습으로 다듬어진다
눈 오는 날을 아름답다
눈 오지 않는 날도
이 세상은 아름답다
-------------------
+ 모닥불 감동
종이에 성냥 그었을 뿐인데
믿을 수 없는 일,
바람 거들어
불의 풍선 부풀고 부푼다
종이와 성냥과 바람이 작심하여
마른나무에게 어찌했기에
불의 자식들 여럿 태어나
아이마다 한 찰나도 멈추지 않고
수직으로 곤두서며
이리 펄럭이다니
모닥불 둘레의 사람들도
불에 흘러 이상해져서
먼저세상에 다녀온 듯도 싶고
공연히 눈물 글썽이는 등
이리되었다
============
+ 손자 이야기
너는 TV를 보고
할머니는 너를 본다. 알아?
손자는 수줍게 머리를 끄덕인다
착한 우리 아기
부디 착한 어른으로 자라거라
마음이 한 말을 마음이 들었는지
손자가 문득 나를 본다
아이의 손
손가락 다섯인 거 새삼 신기하다
눈감고 몰입하는
옛날 진맥법으로 들어보는 맥박
이적진 마음이
존재의 주인인 줄 여겼는데
몸도 동등한 주인이구나
-------------------
+ 숨 쉬는 공부
숨 쉬는 공부가
의료처방의 첫 과제이다
깊게 들이켜고 최대한 뿜으라 한다
주야간 수시로 연습하란다
모태 안의 태아일 때부터
살아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 일 기본 아닌가
숨 쉬는 일 그 가련하고 죄 없음.
각자 단독으로 행하며
동서고금의 동일방식인 점.
옛사람과 후세 사람들이
공평하게 위에 준하는 점.
멈추지 말 일이나
영원한 휴식 예약 됨.
나는 반성한다
이 준엄한 예배당에서 단 한 번도
경건하지 않았음을
------------------
+ 안중근 의사
아깝게 단지한 그 손으로
창공을 거대한 깃발처럼 흔든 분입니다
몸속의 뼈의 골수에 불을 붙여
코레아 우라,를 외친 분입니다
천주교 신자가 사람을 죽이는 고뇌
목숨 이상의 가치일 땐 목숨 바치는 결단
아아 사랑할 줄을 아는 사람의 사랑과 신념은
만주당 하얼빈역에서
3발의 총탄을 이등박문에게 명중시킨
바로 그 순간이여
밝고 그리고 캄캄했으니
창공을 채운 핏빛 노을이
안중근의 원대한 미래를
검게 덮어버렸습니다
천지는 음습한 밤으로 채워지고
세상은 소리 없이 움직이는 광장 같았습니다
말씀은 유언, 그의 뜻은
부동의 유지가 되었지요
그분 어머니께선
아들의 순국날에 입힐
흰빛 한복을 침묵으로 지었습니다
현대사에 새벽에
가장 먼저 세계와 인류를 가슴 가득 품었던
탁월한 안중근 의사는
그처럼 세상을 떠났으나
1945년 8월 15일에
부활하여 이 나라에 돌아왔습니다
한 번도 주저하지 않았던
절대적 희망이 조국 독립의
해돋이였습니다
---------------------
+ 용서와 축복
수시로 면도날 긋는
삶의 부상 그 일 인분 어치의 배급
그런 것이려니 여기며
중년을 살아내고
노년기 들어서니
상처들의 암덩어리도 어른 되고
점잖게 늙었다
오늘은 진종일
음악 듣고만 지내다가
지치고 으스스한 한밤중 지금에랴
누구신가
음악의 혼령이신가
"서로 용서하여라"
"서로 축복하여라"
이런 말씀의 메아리가 공중 저켠에서
아련히 울려준다
============
+ 이름을 쓴다
이름을 쓴다
음악의 해일 왔다 가면서
아뿔싸 글씨가 뭉개졌다
이를 다시 쓴다
두 손 펴서 해가리개로
그늘 드러워준다
역시 안 되겠다
어둑하고 쓸쓸하다
이름 한 번 더 쓴다
몇 번을 써도 오직 이 이름
'사람아'라고 쓴다
--------------------
+ 일용할 행복
조간신문과 커피 한 잔
TV화면엔 수려 강산, 정겨운 사람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고
이쯤으로도 눈물겹습니다
식민지의 아이, 노인 되어
일용할 오늘의 행복
고맙게 받고 있습니다
--------------------
+ 추운 사람들
저 사람이 춥다
혼자서 황량한 여러 밤낮을
실타래처럼 풀어 보내고
이젠 위중하다
비바람 진흙수령도 괜찮다 괜찮다면서
너그러이 돌아 나와 지금은
손 씻고 눈 감아버린 사람
지구의 딸들아
모성의 신선한 개화기인 너네가
그 아픈 사연들을 혼신으로 품어 덥힌다면
혹여 고쳐지려나
눈물과 향유를 머릿단에 적셔
일념으로 주님의 발을 닦아드린
울음과 참회의 성녀처럼
너희가 그리한다면.....
딸들아
부디 그리하여 다오 그리하여다오
나는 고작 문풍지의 분수여도
바람 막아 너네의
등잔불 지켜주리니
---------------------
+ 치유의 가을
치유의 가을이 온다
영험한 약품으로
줄을 서 기다리던 모든 다친 이를
고쳐주면서 온다
가을의 사람들이 온다
기다리던 그 사람도 온다
의심하지 마라
세상에 태어나 여러 번 가을을 만났고
모두 좋은 가을이었는데
또다시 가을이 오는
이 빛부심이
그 사람 아니고 누구이리
============-
+ 희망의 화두
'"희망 때문에 힘들어, 희망이 없었으면 좋겠어"
"그래도 남은 건 희망뿐이야."
두 남자의 대화가 TV 화면에 자막으로 비춰졌다
향나무 연필을 깎고 깎아
연필심만 가늘가늘 남은 그런 느낌이다
그런데 희망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말이
이상하게 예뻐서 가슴 아려온다
사랑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말이
누군가 그 사람 때문에 죽을 듯하다는 말처럼 절실하다
희망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희망이야말로 희망의 희망이라는
기도말로 들려왔다
-----------------------
+ 가멸한 인사법
가을 초입에
다른 잎들보다 먼저
한 세상 잘 살고 땅 위에 내려온
바싹한 잎들
가멸하게 인사 나누고
헤어지면서 더 한번
살결 맞대는 거
책 한 권의 사연이리
아침 해, 저녁노을
그 황홀과 운명성의 베틀에서
무한정 쏟아내는 글씨로
날마다 일만 권의 책장들이
초고속 바람개비로 회전하는 중에
내가 읽는 그 한 권이 명작이다
----------------------
+ 나무와 그림자
나무와 나무 그림자
나무는 그림자를 굽어보고
그림자는 나무를 올려다본다
밤이 되어도
비가 와도
그람자 거기 있다
나무는 안다
-----------------------
+ 시작과 마지막
마지막에는 마지막이 없으나
시작엔 시작이 거듭 있습니다
시작을 주관하는 분께서
날마다 새 도화지를 나누어주십니다
그러나 어느 날은
이 도화지도 마지막이 됩니다
=====================13
+ 죽은 이들에게==6
당신들은 강하다
강철의 성 안에 들어가 출입문을 모두 잠갔다
비정한 나쁜 사람들,
그러나
이쯤의 일 넉넉히 용서한다
정녕 용서 못 할 건
당신들 없이도
우리가 밥을 먹는 일이며
산 사람끼리 여러 번 웃은 일이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우리가 먹는 밥은 당신들의 밥이며
당신들 중의 누군가를 위해
못 삭인 그리움을
살아생전 삼키는 일이다
광막한 우주 안의
풀씨처럼 작은 별에서 만난
연분들이여
아파서 펄럭거리는 종이깃발 같은
사랑이여
---------------------------
+ 먼 데서 오는 손님
먼 데서 오는 손님이 오신다
어디서 떠나 언제 도착할는진 모르나
나의 주소로 순조롭게 다가오신다
그분은 최소한 겨울처럼 춥지 않고
폭풍처럼 사납지도 않으리라
연치 높으신 만큼의 자애로
내 손을 잡으시며
"내가 왔다 너의 준비된 형편이면 좋으련만...."
그 말씀도 이쯤의 격조는 되시리
달빛 으스름인가 안개 인가로
지나온 풍경을 순하게 지우시며
그분이 오고 계신다
아아 그분과 내가 부디
서로 잘 이해하는 사이로 만나게 되기를....
--------------------------
+ 바람에게 말한다
바람은 안 보인다 하는가
나뭇잎 수런거림이
바람의 모습
강기슭 잔물결은
바람의 문양
앞뒤좌우 바람손님이니 나는
바람과의 동거여라
바람에게 말한다
긴 세월 바람 있어 환하게 잘 지냈는데
오늘도 눈 밝고 귀 밝아
바람을 알아보니
지극 감사하다고
바람에게 말한다
세상에 못다 갚을 내 모든 은혜의 빛을
바람에게 물려줄 일
미리 사죄한다고
바람과 살았으니 바람 외엔
상속자가 없다고
----------------------------
+ 배고픔 그 이야기
가난한 수도원에
네 배쯤 음식을 먹는 사람 있어
다른 이는 더욱 굶주렸다
훗날 저들이 천국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 사람도 와 있었다
하느님 말씀이
그는 먹어야 할 음식량의
사분지 삼을 양보했기에
측은하고 가상하여
천국에 불렀다고 하셨다
이 이야기는
좌중에 웃음을 자아냈으나
이내 잠잠해졌다
저마다 누군가를 향한 맹렬한 배고픔과
무엇인가에 대한 불치의 허기
그 낭떠러지를
굽어보기 있었다
===============
+ 위로가 동이 났다
당신을 위로할 수 없다
그 절망적 경련에 맞추어
나의 심장이 뛰게 할 수 없다
당신을 위해
음식을 마련하고
진심으로 진심으로 기도한 다음
그 손에 수절로 권할 수 없다
나의 미소로는
누구도 웃게 못 하며
나의 자장가는 누구도 아련한 꿈나라로
업어 넘길 수 없다
위로가 동이 났다
위로의 씨앗을 가득 실은
마차가 와야 한다
준수한 젊은 마부가 타고 있어야 하고
착한 농부들이 와아와아 붐비며
일하려 모여야 한다
그 아니라면
우리 모두 어쩔거나
--------------------------
+ 지진 마을의 동화
지진이 하나의 도시를
칼질하여 뒤엎은 붕괴더미 속에
연필처럼 꽂힌 사람들,
그리하여 모르던 사람들이
마주 보며 죽어갔습니다
영롱한 거울에서처럼
자신의 고통을 미지의 사람끼리
서로 비춰주며 있었지요
그곳의 모든 이가
저마다 그러했습니다
"가여워라 가여워라"라고
들불처럼 번지는 연민,
죽기까지 이어지던 그들의 사랑은
무섭고 기막혔지요
삶은 한 번뿐인데
환난 중에 세례 받아
간절히 간절히 이웃을 연민하고 사랑하며
죽어간 이들
그분들 성인 되어 모두
천국에 갔습니다
-----------------------------
+ 버린 구절들의 노트
시 쓰다 버린 구절 중에서
빠른 글씨로 옮겨 써둔 노트가 있다
후일 다른 작품의 단추로 쓰일 일 있겠는지
그쯤의 궁리였던가
오늘 펴보니
어느 시에서 잘라낸 혈관인지가
선명히 기억난다
바싹 마른 풀씨로 하늘 공중 멀리멀리
날아들 가지 않고
한 점 붉은 심장의 곤충으로
왜 살아 있는지 몰라
생피딱지 아직도 숨 쉬거늘
..... 그래서 버렸었구나
내 문학은 심약하고 겁이 많았었구나
절실해서 밀어내 사람의 사연과
유혈 멎지 않아 버린 어휘들
그래 그랬지, 그랬었다
------------------------------
+ 처음 써보는 자화상
거울 속엔 이 한 사람
매번 거기 있는 나여, 숙명적 권태여
나는 식민지의 아이였고
조국광복의 날에
오랜 절망취미와 결별했다
모든 날에 누군가를 연모했고
별달리 명성을 선망하는
통속의 긴 터널을 지나왔다
사십 대 초입에
뒤늦게 감성이 만발하고 깊어져
내가 달다, 내가 지금 아프다고 절규하며
고통과 황홀을 한 잔에 섞어 마시며
삶의 양분으로 비축했다
내면의 확충이 다급한 민감성과 엮일 땐
감동의 위세에 시달렸다
막달라 마리아를 알게 되고
그녀의 심연이 웅대하고 거인적이어서
기죽고 초라했으나
그리스도와 막달라 마리아를
내 삶과 문학의 수원지로 두게 되었다
나의 미약한 신앙은 그나마
내 안의 최고 가치가 되었고
바라보며 몰입하는 감관의 환희와 충족감이
내 안의 으뜸 축복인가 싶고
노년에도 쇠퇴 없는 감수성이 나를
시 쓰는 사람의 하날로 있게 해 준다
===================
+ 아가야, 아가 형아들아
아기 하느님이 오신 후
천지간 축복이 많이 남아
보물덩이 아기들이 태어났다
바로 너네들이란다
아가야, 아가야라고
온 마음 질펀히 젖어 너를 부르면
음악의 시냇물이 흐르고
눈 감아도 빛 부시니 신비의 극치여라
너네의 심장에서 우리는 맥동은
이후 백 년 동안 그치지 않을
신의 풀무인 게야
아가들아
출생은 은혜이며
세상은 아주 좋은 곳이란다
그 아니라면
너희가 그리 이루어주렴
새해 새봄에
먼저 온 아기 형아들아
해를 안고 아우들이 저기 오고 있다
함께 강건히 자라서
부디 좋은 어른들 되어라
가장 청신한 기쁨이자
제일로 오랜 사랑
그 어여쁜 아가들아
---------------------------
+ 국토 대장정이 장엄하다
오늘이다
젊은 날 순결한 인격으로 서원한
도전의 결의를 지금 실행하려 한다
출발하면 그뿐
활시위를 떠나는 화살일 뿐
탯줄처럼 끈적끈적한
조국의 혈맥 544.5킬로의
아득한 지평을 향해
오로지 길 걷는 사람
길 위의 사람
한순간씩 견디는 고통
길바닥엔 실못이 돋아 오르고
태양열 불수레가 쏟아져도
오히려 이런 때 친구의 배낭을 들어주고
마침내 울음이 터질 땐
한 덩이로 부둥켜안는 그대들
용맹한 젊은이들아
그대들의 영혼은 깨끗하고
그 선택은 최상의 것이었다
하지만 소슬한 벼랑을 만나
난생처음 절망의 얼굴을 볼 것인가
아니다 이때 강인한 자아가 치솟으며
사람의 말이
홀연 기도가 됨을 알리라
아아 신선한 첫 기도를
오늘의 조국을 위해 바쳐다오
걸으면서 걸으면서
사람의 길을 깨우치거라
자랑스런 젊은이들아
땡볕 속의 행군이 너무 목말라서
하늘이 내리는 비를 다 마실 수 있겠다고
그대들의 선배가 말했더구나
그 불볕 속으로 지금 달려 나가느니
마침내의 완주는 아프고
아프면서 눈부시리
더하여 미래의 행진들은
모두 이 뿌리에 이어져
그대들 생의 완주자 되리라
젊은 영웅들아
--------------------------------------
+ 우리의 독도, 아픈 사랑이여
1
동해의 끝자락 어슴한 수평선에
독도는 강건한 수직의 등뼈여라
화산폭발의 불길에서 태어나
수백만 년 미리부터 이 나라 기다렸다
아아 우리의 독도
대한민국의 유구한 축복
아아 우리의 독도
이리 늦게 고백하는
아픈 사랑이여
2
번개와 폭풍우 사철 사나운 파도
독도는 인내와 극복을 일깨운다
불굴의 의지와 자존의 표상으로
수백만 년 훗날까지 이 겨레 지켜주리
아아 우리의 독도
대한민국의 유구한 축복
아아 우리의 독도
이리 늦게 고백하는
아픈 사랑이여
_______________ *63
노병
사막 12
적요
첫 봄
--------
축원
탄피
평화
해달
--------
혈서
나무들 7
나무들 8
나와 나
-----------
낮과 밤
민감성
밤에게
보통날
-----------
삼 형제
숭례문
숲과 불
어휘들
----------
음악회
눈의 행복
말의 표현
몸 진술서
--------------
먹이사슬
미래의 시
새와 나무
성명문서
--------------
소년 성인
신의 기도
어둠의 잠
여름 추위
--------------
작가미상
허수아비
겨울 어느 날
결혼과 연애
------------------
나의 시에게
나의 시에게
눈 오는 날
모닥불 감동
-----------------
손자 이야기
숨 쉬는 공부
안중근 의사
용서와 축복
-----------------
이름을 쓴다
일용할 행복
추운 사람들
치유의 가을
-----------------
희망의 화두
가멸한 인사법
나무와 그림자
시작과 마지막
--------------------
죽은 이들에게
먼 데서 오는 손님
바람에게 말한다
배고픔 그 이야기
------------------------
위로가 동이 났다
지진 마을의 동화
버린 구절들의 노트
처음 써보는 자화상
----------------------------
아가야, 아가 형아들아
국토 대장정이 장엄하다
우리의 독도, 아픈 사랑이여
___________